길가메시 서사시 - 인류 최초의 신화 현대지성 클래식 40
앤드류 조지 엮음, 공경희 옮김 / 현대지성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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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를 지금껏 『일리아스』, 『오디세이아』로 알고 있었다. 저자는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시인이라고 알고 있었다. 청소년 시절 그렇게 배웠고,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읽을 때도 그렇게 알고 읽었다. 그런데 최근 영화 〈이터널스〉가 개봉된다고 해서 관련 기사를 읽다가 우연히 이 책의 제목인 길가메시란 영웅담의 주인공을 알게 됐다. 여러 경로를 확인해 인류 최초의 신화이고, 서사시는 '길가메시'임을 확인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폭군에 불과했던 한 인간이 고대에 지혜자요 신(神)의 위치에 오르기까지 겪었던 모험과 실패, 성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인류 최초의 서사시이자 영웅 신화임을 알게 된 것이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서사시 원문의 초기 번역서를 접한 후 환희와 경이로움에 사로잡혀 만나는 사람 모두에게 “정말 굉장해요!”라고 외치고 다녔다고 한다. 4,000 년 동안 잠자고 있었던 고대의 마법이 풀렸기 때문이다. 이 책은 무척 귀한 책으로 세계 어느 누가 갖고 있는 서사시 텍스트로 삼을 만한 책 한 권 갖고 있다는 자긍심을 갖게 해준다. 두고 두고 읽고 읽으면서 수많은 문학적 영감을 받을 있다는 생각에 꼭 한 권씩 독자들의 보관용 책으로 강력 추천한다. 한편 〈이터널스〉는 2021년 공개된 미국의 슈퍼히어로 영화이다. 클로이 자오가 감독을 맡았으며, 잭 커비의 동명 만화 시리즈를 원작으로 한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26번째 개봉 작품이라고 한다.



책에 따르면 인생의 본질과 성장에 관한 인류의 고민은 그때나 지금이나 흡사했다. 이 서사시에는 영생을 향한 인간의 열망, 죽음을 앞둔 자의 고뇌와 분투, 인간의 한계를 경험한 후 들어선 깨달음의 길 등, 인문적인 사유가 박진감 넘치는 모험 이야기와 절묘하게 버무려진다. 인류 역사 초기에 신들이 인류를 멸하려고 일으킨 대홍수 이야기와 망자들의 음울한 세계에 대한 묘사도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길가메시는 세상 끝에서 대홍수의 생존자 우타나피쉬티에게서 얻은 지혜 덕분에 나라의 사원들과 홍수 이전의 이상적인 제례들을 복원한다. 그는 고대인들이 기록한 군왕 명부에도 있으므로, 아서 왕처럼 실존했을 가능성이 높다.

편역자 앤드류 조지는 이 책에서 아카드어 바빌로니아 표준판본 및 수메르어 시들을 집대성하여 거의 모든 연구를 한 권에 담아 가장 완벽한 형태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수메르어와 아카드어 원어를 문자적 번역에 기초해 영어로 한 줄 한 줄 번역하고, 그 번역어 순서까지 신경 썼다. 설형문자 원판의 훼손된 부분을 과도한 해석과 윤색이 담긴 글로 채우기보다는 그대로 두어 독자가 원판을 직접 보는 감동을 전하려고 애썼다. 한글판 옮긴이 역시 운문(韻文)으로 구성된 원글의 취지를 존중하여 되도록 원서의 어순을 따라 번역했다.




우리 독자들은 두 번의 번역을 거쳐 『길가메시 서사시』를 읽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지성 클래식에서 출간한 『길가메시 서사시』는 연구자 수십 명의 최신 연구 결과와 새로 알려진 점토판 해석 의견을 꼼꼼히 반영했으며, 신화·종교·지혜의 맥락에서 본 서사시,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학적 배경, 지금도 적용되는 인문학적 의의 등의 내용이 포함된 50여 쪽에 이르는 상세한 해제까지 담아 “독자가 접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형태의 번역본”으로 자신 있게 선보였다고 밝혀 뒤늦게 읽지만 제대로 된 책을 읽는 느낌이어서 설레기까지 한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해제」를 통해 한 마디로 망나니요 폭군에 불과했던 길가메시가 여러 과정을 거쳐 지혜자요, 신들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성장한 이야기임을 독자들에게 상세하게 설명한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던 길가메시는 난생처음 자신과 필적할 상대 엔키두를 만나 사투를 벌인다. 결국, 길가메시가 승리하지만 엔키두의 존재는 그에게 인생의 새로운 길을 열어준다. 따분하기 그지없었던 인생에 도전할 만한 목표가 생긴 것이다. 혼자서는 엄두가 나지 않았던 괴물 훔바바를 엔키두와 함께 물리치러 먼 길을 떠난다. 그리고 훔바바를 해치운 일로 신들의 노여움을 사서 영혼의 친구 엔키두를 잃게 되고, 이로써 길가메시는 영생의 길에 눈을 뜬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작품 전체를 흐르는 기본 주제이지만, 서사시는 그 이상을 다룬다. 영생을 향한 인간의 열망을 살피면서, 시는 한 인간의 죽음에 맞선 영웅적인 분투, 거대한 실패에 직면한 인간의 절망, 업적을 남겨 영원한 명성을 얻는 깨달음의 길을 웅장한 서사시에 녹여낸다. 영생을 향해 그토록 발버둥쳤지만, 결국 허무하게 빼앗겨버린 과정을 보여주면서 서사시는 인간이 처한 진실을 깨닫게 한다.

줄거리는 단순하지만, 길가메시가 경험했던 파란만장했던 서사는 히브리 성경에 등장하는 지혜의 왕 솔로몬이 평생의 경험을 거친 뒤 하고 싶은 말을 정리한 “전도서”의 주제와 무척 흡사하다는 것이 해제에서의 설명이다. 인생의 목적 없이 헛돌던 길가메시가 영혼의 친구(soul mate)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변화되는 과정, 거기서 맞닥뜨린 흥미진진한 모험 이야기, 인간 한계 너머 새로운 열망을 품게 된 길가메시, 다른 세상(저승)에서의 모험 등이 박진감 넘치게 이어진다. 다만 독자의 고대 서사시에 대한 지식이 충분치 못해 제대로 마음에 녹여 담지는 못했지만 해제를 통하고, 한 번 쑥 훑어봄으로써 커다란 만족을 느꼈다. 제대로 된 인류 최초의 서사시 번역본을 한 번 읽었다는 만족감이다. 거기에 더해 인류 역사 초기에 신들이 인류를 멸하려고 일으킨 대홍수 이야기와 망자들의 음울한 세계에 대한 묘사도 예술적이어서(이해에 어려움이 있지만) 일이아스나 오디세이아 못지 않은 감동을 받았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발생 배경에 대한 특별한 지식 없이도 읽고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바빌로니아 문학 작품이다. 등장인물 이름이 낯설고 장소가 기묘하지만, 서사시가 다루는 주제 중에는 평범한 인생 경험도 있어 주인공의 포부와 슬픔, 절망도 쉽게 공감할 수 있다. 등장인물이나 장소나 시에 등장하는 생소한 단어들을 일일이 책의 뒷부분에 별도로 정리해 놓아 책을 읽다 막힐 때마다 펼쳐보고 확인한 후 읽어가는 바람에 다소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두고 두고 읽을 책이니 정독을 하는 것이 좋을 듯하다. 길가메시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놓았던 심연은 무엇이었을까? 망나니 왕에 불과했던 그가 신들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경험했던 심경의 변화를 보면서 인류 최초의 서사시에 담긴 지혜의 길을 찾아내는 재미에 가슴까지 설렌다.

책에 따르면 고대 메소포타미아 학자인 소르킬드 야콥슨은 이 서사시를 “현실에 맞서는 법을 배우는 이야기, 성장에 관한 이야기”라고 정리했다. 길가메시는 미숙하고 어리석은 젊은이로 시작하지만, 결국 죽음의 힘과 현실을 받아들이고, 철든 성숙에 이른다. 영웅의 자취를 기록하면서 시인은 젊음과 늙음, 승리와 절망, 인간과 신, 삶과 죽음을 심오하게 반추한다. 길가메시의 영광스러운 행위뿐 아니라 가망 없는 탐구를 지속하게 하는 고통과 고생에도 주목한다. 이 영원불멸의 인류 최초의 서사시를 택스트로 삼아도 될 만큼 충분한 서사가 들어 있고, 스케일과 내용의 완성도에 있어서도 문학의 원형으로 받아들일 만하다는 점을 느낀 독자로서는 문학을 대하는 새로운 시선을 갖게 됨을 굉장한 자긍심도 갖게 되었다.



다만 이 책의 원본인 점토판이 글자가 희미하거나 없어지는 바람에 완전 해독과 완성된 서사시를 읽을 수는 없는 아쉬움이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수많은 해독과 번역을 거치면서 완성도가 가장 높은 책이 이 책 『길가메시 서사시』임을 부인할 수 없다. 가장 최근에 가장 권위 있는 번역을 했기 때문이다. 이 책의 편역자인 앤드류 조지는 바빌로니아 전공 교수로서, 1983년부터 지금까지 런던대학교 산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칼리지에서 아카드어와 수메르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2006년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11년에 ‘아메리카 오리엔탈 소사이어티’(AMERICAN ORIENTAL SOCIETY)의 명예 회원이 되었다. 길가메시 설형문자 해독 및 조사를 위해 여러 차례 이라크를 방문, 바빌론을 비롯한 고대 지역을 탐사했다. 현재도 바그다드, 유럽, 북아메리카 박물관을 꾸준히 방문해 고대 이라크의 필경사들이 쓴 원(原) 점토판들을 연구하고 있는 길가메시 및 당시의 언어, 문화에 대해서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라는 점이 이 책의 완전 해독과 번역 가치를 한층 높여준다.

저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서사시 관련 설형문자 조각은 익명의 바빌로니아 시인이 지금으로부터 3700년 전에 쓴 것으로 주장한다. 바빌로니아 버전은 아카드어로 지어졌지만, 그 문학적 기원은 훨씬 오래전에 쓰인 수메르어 시 다섯 편에서 기인한다고 연구 결과 밝혀냈다(이 책의 2부에서 세계 최초로 소개했다). 수메르어 텍스트들은 기원전 21세기에 통치했던 갈대아 우르의 슐기왕을 위한 궁정 오락에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4000년 이상 긴 잠을 자던 『길가메시 서사시』가 전 세계에 그 얼굴을 드러낸 것은 길게 보더라도 150년 남짓이다. 쐐기문자를 해독하는 길이 열리면서 고대 메소포타미아 지역(현재 이라크 지역 근방)에 광범위하게 흩어진 점토판 하나하나를 수백 명의 학자가 연구하면서 한 줄 한 줄 새로운 사실이 빛을 보고 있다. 고대 언어를 다루는 분야는 한 명의 천재성보다는 수많은 학자의 성실함과 전문성이 상호 보완하고 크로스 체크하며 모자라는 부분을 채워가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서로 다른 서너 시기에 서너 개 언어로, 점토판의 형태로 현재도 활발하게 출토되고 있다. 이 책은 다양한 원전 텍스트를 구분했고, 총 4부로 서사시의 다양성을 충분히 소개하면서, 학계 최신 연구 성과도 반영했다. 1부 원 텍스트는 기원전 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의 표준어였던 아카드어로 되어 있고, 몇 군데의 공백(점토판의 훼손된 부분)은 더 오래된 자료를 참조하여 채워졌다. 이 책은 이 텍스트를 표준본으로 삼는다. 표준 판본은 현존하는 총 73매의 필사본으로 정리된 상황이다. 2부는 수메르어 시 다섯 편으로, 앤드류 조지는 이 책에서 세계 최초로 수메르어로 된 서사시 5편을 모두 영어로 번역해 한곳에 모아 출간했다. 1부와는 달리, 공통된 주제가 없는 개별적인 이야기로 구성된다. 기원전 18세기에 바빌로니아 필경 견습생들이 만든 필사본으로 알려졌다. 3부는 아카드어로 이루어져 있고, 1부보다 더 오래된 자료의 번역본이다. 4부는 3부에 없는 기원전 20세기의 아카드어 파편들이 실렸고, 고대 서쪽 지역(레반트와 아나톨리아)에서 나온 여러 개의 시 조각들이 포함되어 있다.



역자 : 앤드류 조지 (편역)(ANDREW GEORGE, 1955~ )

1955년 영국 서리의 해슬미어에서 태어났다. 버밍엄 대학교에서 아시리아학을 공부한 후, 1983년부터 런던 대학교 산하 SOAS(SCHOOL OF ORIENTAL AND AFRICAN STUDIES) 칼리지에서 아카드어와 수메르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현재 이 대학교의 바빌로니아 전공 교수다. 2006년 영국 학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고, 2011년에 ‘아메리카 오리엔탈 소사이어티’(AMERICAN ORIENTAL SOCIETY)의 명예 회원이 되었다. 길가메시 설형문자 해독 및 조사를 위해 여러 차례 이라크를 방문, 바빌론을 비롯한 고대 지역을 탐사했다. 현재도 바그다드, 유럽, 북아메리카 박물관을 꾸준히 방문해 고대 이라크의 필경사들이 쓴 원(原) 점토판들을 연구하고 있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심연을 본 사람〉으로 불리는 판본이 가장 유명한데(이 책의 1부에 있다), 기원전 10세기에 바빌로니아와 아시리아에서 널리 읽혔다. 연구자들은 이 작품이 씬-리크-운니니(기원전 1200?~1000?, S?N-LEQI-UNNINNI)라는 우루크 학자가 수많은 관련 판본을 모아 편집한 결과물이라고 결론지었다. 즉, 〈심연을 본 사람〉은 하나 이상의 이전 판본을 개작한 웅대한 편집본이다.

역자 : 공경희

1965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성균관대학교 번역대학원 겸임교수를 지냈으며 서울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서 강의했다. 소설, 비소설, 아동서까지 다양한 장르의 좋은 책들을 번역하며 현재 명실상부한 국내 최고의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 역서로는 『시간의 모래밭』,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 『파이 이야기』, 『우리는 사랑일까』, 『마시멜로 이야기』, 『타샤의 정원』, 『비밀의 화원』 등이 있으며, 에세이 『아직도 거기, 머물다』를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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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이준석 THE 인물과사상 2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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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은 미국 하버드 대학교를 나온 젊은 수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시켜 주었으나 탄핵에 탈당을 감행하며 박근혜 당시 대통령 탄핵에 일부 당내 의원들과 함께했다. 이후 방송에서 정치평론을 꾸준히 참여하며 얼굴을 알렸고, 지역구인 노원구 국회의원에 보궐선거에 출마했으나 낙선했다. 안철수와 결별하며 당시 당적을 버리고 바른미래당에 참여했던 많은 의원들과 지금 국민의 당으로 옮겼다. 그리고 얼마 되지 않아 그는 국민의 힘 당대표 경선을 통해 당당히 당대표 자리에 올랐다. '0선' 국회의원으로서는 대단한 기세다. 그리고 국민의 힘 대통령 후보 경선을 잘 치러내고 당 대표로서의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노회한 정치인들에 의해 반발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청년층을 등에 업은 이준석은 자신의 신념대로 당을 이끌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TK를 찾은 당권주자들 합동연설회에서도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을 당 대표직을 수행하는 동안 공적인 영역에서는 사면론을 꺼낼 생각이 없다고 당당하게 천명했다. 당시 중진 후보 주호영ㆍ나경원 등이 사면을 주장했었다. 그래도 당 대표로 최종 당선 확정됐다. 젊음의 패기와 신념을 결코 굽히지 않고도 당 대표에 당선된 이준석의 줏가는 당연히 뛰어올랐다. 이젠 국민의힘 대통령 후보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확정되고 당과 후보간의 콜라보를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책 『발칙한 이준석』은 대선 후보 결정을 하는 과정에 출간돼 아직 흔들리는 부동층이 많은 상태여서 관심을 모으기에 충분했을 것이다. 저자인 강준만은 우리나라 대표 논객으로 활동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그의 논평은 '좌 편향'이라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이 책에는 다소 우 편향의 시선이 많이 보인다. 그것은 저자인 정치평론가의 영역이고 허위 사실만 아니라면 문제될 게 없다. 독자들이 읽고 판단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독자들의 표심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극단적인 논평은 피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책 전체 중 인물 탐구 분량이나 인물 면에서 살펴본다면 야당 쪽으로 기운 듯한 평가를 드러낸다. 저자가 인물 탐구 단행본 시리즈 1권에선 성역 없는 실명 비판으로 화제를 모았던 ‘인물과사상’이 [THE 인물과사상]이라는 제호로 2021년 6월부터 시즌2를 시작했다. 강준만 교수의 ‘1인 단행본’으로 3개월에 한 권씩 출간될 예정이다. 이 책은 그 계획의 일환으로 출간됐다.

 


 

뒤늦은 감이 있으나 당시의 상황에 비춰 독자들이 생각해야 할 것 같다. 그동안 대표적인 진보 지식인 강준만은 정치 노선의 내부 비평에 치중했다. 주로 여당 핵심 인사에 대한 인물평이 주류였는데, 이번엔 보수 정치인에 대한 논평이 나와 흥미로웠다. 비로 이준석과 홍준표에 대한 평이다. '발칙한 이준석'이란 제목에 "시험대에 오른 '싸가지 면책 특권'"이란 부제를 달았고, '너무 용감한 홍준표'란 제목에 "왜 '막말' 이미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란 부제를 달았다. 흥미롭게도보수 정치인에 대한 포커스가 '싸가지'와 '막말' 두 단어에 꽂혀 있다. 두 사람의 가장 큰 단점을 찍은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보여준 홍준표는 많이 달랐다. 예상과는 달리 매우 신중하고 막말을 자제한 모습이다. 오히려 윤석열 후보가 더 말 실수를 자주 해 여론의 도마에 여러 번 오르내렸다. 한편, '발칙함'이나 '너무 용감함' 같은 말은 노선과 보는 시각에 따라 긍정도 부정도 모두 가능한 중의적 비유법이 아닌가 싶다.

 


 

국민의힘 지지자들은 노회한 정치인들에게 식상한 청년층은 이제 이준석을 환호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각 당의후보 선출 토론이 한참 때였으니 이준석에 대한 청년 지지층들은 말 실수가 잦고 청년들의 어려움이나 소외계층에 대해 너무 모른다는 이유로 윤석열보다는 홍준표를 더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홍준표 후보가 예상을 깨고 윤석열 후보와 막판까지 1, 2위를 다퉜다.

투표 결과도 여론 조사에선 홍준표가, 당내 투표는 윤석열이 앞섰다. 종합 투표 결과 윤석열이 후보에 당선되자 그동안 '흙수저' 출신의 홍준표를 지지하던 젊은층이 대거 탈당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윤석열 캠프에서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최근 KBS에서 조사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보다 오차 범위 내에서 앞선 것으로 나타나자 윤석열 캠프는 다시 되살아난 듯한 활기를 보이고 있다. 내년 3월의 대통령 선거 결과가 주목되는 이유다. 여야 두 후보 격차가 오차 범위 내에서 오르락내리락 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나 야나 모두 두 후보의 수사 중인 사건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태여서 앞날이 어찌될지 한 치 앞을 볼 수 없는 상태로 정국은 말 그대로 안갯속이다.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책 발간과 별도로 여야 대통령 후보가 확정된 이후여서 이 책은 여론 조성보다는 강준만의 정치 비평이 정확한지, 부정확한지 확인하는 결과로 바뀌고 말았다. 그의 성향이 바뀐 듯한 이번 평들이 더 관심을 모으고 있는 추세다. 뒤늦게 이 책의 서평을 쓴 독자도 자유롭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때문에 개인 의견을 완전히 배체한 채 팩트만을 내용으로 구성하다보니 일반 독자로서는 한계가 금세 드러난다. 평소 정치에 큰 관심을 갖지 못한 독자의 책임이다.

 

1장 발칙한 이준석

2장 왜 국민의 2/3는 이재용 사면을 원했을까

3장 왜 bts 는 살아있는 자기계발서인가?

4장 너무나 용감하 ㄴ홍준표

5장 윤석렬 비판 콘텐츠가 드러낸 민주당의 본질

6장 노회찬 재단 이사장 조돈무느이 반론에 답하다.

7장 김용민은 국민의 힘의 축복인가

 


 

정치색 없는 BTS 관련 평론이 눈에 띄어 한 대목 인용한다.

"BTS가 팬들에게 전한 ‘위로, 긍정, 희망, 연대’ 메시지는 쌍방향으로 이루어진다. BTS도 자기 메시지의 영향을 받는다는 뜻이다. BTS 멤버들은 “부를 때마다 흡족하다고 여겨지는 가사가 있나”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일부만 감상해보자. “전 〈투마로우Tomorrow〉의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란 구절을 가장 좋아한다.

쓸 때도 막힘없이 썼고.”(슈가) “〈바다〉의 가사인 ‘희망이 있는 곳엔 반드시 절망이 있네’로, 뭔가 알 수 없지만 마음에 와 닿았다.”(정국) “저는 최근에 쓴 가사 중 〈베스트 오브 미Best Of Me〉가 마음에 든다. 팬 아미에게 전하는 말인데 ‘다정한 파도이고 싶었지만 니가 바다인 건 왜 몰랐을까’란 구절이다. 제 나름대로 팬들에게 다정한 파도처럼 큰 도움이 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팬들이 저보다 훨씬 크고 저를 만든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는 의미여서 좋다.”(RM) BTS 멤버들은 ‘무결점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고, 다른 아이돌에 비해 ‘감정노동’의 강도도 높았겠지만, 자신들이 아미에게 전한 메시지를 자신들에게 적용해 실천하는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

- 「제3장 왜 BTS는 ‘살아 있는 자기계발서’인가?」 중에서

 


 

저자 : 강준만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강준만은 탁월한 인물 비평과 정교한 한국학 연구로 우리 사회에 의미 있는 반향을 일으켜온 대한민국 대표 지식인이다. 전공인 커뮤니케이션학을 토대로 정치, 사회, 언론, 역사, 문화 등 분야와 경계를 뛰어넘는 전방위적인 저술 활동을 해왔으며, 사회를 꿰뚫어보는 안목과 통찰을 바탕으로 숱한 의제를 공론화해왔다. 2005년에 제4회 송건호언론상을 수상하고, 2011년에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국의 저자 300인’, 2014년에 『경향신문』 ‘올해의 저자’에 선정되었다. 저널룩 『인물과사상』(전33권)이 2007년 『한국일보』 ‘우리 시대의 명저 50권’에 선정되었고, 『미국사 산책』(전17권)이 2012년 한국출판인회의 ‘백책백강(百冊百講)’ 도서에 선정되었다.

2013년에 ‘증오 상업주의’와 ‘갑과 을의 나라’, 2014년에 ‘싸가지 없는 진보’, 2015년에 ‘청년 정치론’, 2016년에 ‘정치를 종교로 만든 진보주의자’와 ‘권력 중독’, 2017년에 ‘손석희 저널리즘’와 ‘약탈 정치’, 2018년에 ‘평온의 기술’과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2019년에 ‘바벨탑 공화국’과 ‘강남 좌파’ 등 대한민국의 민낯을 비판하면서 한국 사회의 이슈를 예리한 시각으로 분석했다.

그동안 쓴 책으로는 『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부동산 약탈 국가』, 『한류의 역사』, 『쇼핑은 투표보다 중요하다』, 『강남 좌파 2』, 『한국 언론사』, 『바벨탑 공화국』,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 『평온의 기술』, 『넛지 사용법』, 『약탈 정치』(공저), 『손석희 현상』, 『박근혜의 권력 중독』, 『힐러리 클린턴』, 『도널드 트럼프』, 『전쟁이 만든 나라, 미국』, 『정치를 종교로 만든 사람들』, 『지방 식민지 독립선언』, 『청년이여, 정당으로 쳐들어가라!』, 『개천에서 용 나면 안 된다』, 『싸가지 없는 진보』, 『감정 독재』, 『미국은 세계를 어떻게 훔쳤는가』, 『갑과 을의 나라』, 『증오 상업주의』, 『강남 좌파』, 『한국 현대사 산책』(전23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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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 - 자신의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은 사람들에게
트리시 홀 지음, 신솔잎 옮김 / 더퀘스트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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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뉴욕타임스 편집장의 글을 잘 쓰는 법』은 글 잘 쓰는 법을 기술하고 있다. '잘 쓰는 법'이라는 제목으로 붙였지만 사실 기법을 얘기하기보다는 어떤 노력을 어떻게 기울여야 하는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독자들의 입장에서는 단번에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겠지만 세상에 그런 '법'은 없을 것이다. 마치 축구 선수가 축구의 기본기도 배우지 않은 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가 되기를 희망하는 것처럼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는 노력 없이 위대한 결과가 나올 수 없다는 진리에 의하면 마땅한 일이다.

이 책의 저자 트리시 홀은 〈뉴욕타임스〉 편집장을 역임한 저널리스트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던 분이다. 저자는 이 〈뉴욕타임스〉 편집장으로 있으면서 매주 1,000편의 글을 검토하고 다듬었던 경험이 있다. 이 기간 저자는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하고, 타인을 당신의 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는 글쓰기 테크닉에 대해 실전을 경험했다. 이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잘 쓰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할지에 대해 조목조목 알려준다.



저자는 이 책에서 실제 그가 교정했던 글 예시와 함께 글 쓸 때 주의사항과 꼭 필요한 사항 등을 알려주어 독자가 자신의 글을 어떻게 쓰고 고쳐야 하는지 보다 쉽고 명쾌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자신이 글을 쓰고, 고치고, 가르치면서 얻은 교훈 등을 토대로 세부적으로 디테일하게 알려주기 때문에 독자들은 집중해서 이 책을 읽는다면 이 한 권의 책으로도 글 잘 쓰는 법에 대해 충분히 익숙해질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생각해도 될 듯하다.

뉴욕타임스 편집장이라면 독자들도 많이 알 듯이 글깨나 쓰는 기자들의 기사의 오류나 오점을 짚어내 기사를 고치거나, 외부 칼럼 등에 대해 글의 방향, 글의 내용, 글의 기본에 대해 수정을 요구할 수 있는 자리다. 저자의 경험과 사례 등을 중심으로 저자가 글을 전개하는 방식도 역삼각형(중요한 부분이 앞으로 나오고 뒷부분은 앞부분을 설명하고 보충하는 기사 작성 방식) 방식의 글 쓰기를 선호할 것이다. 물론 꼭 같은 방식의 글만 잘 쓴 글은 아니지만 독자의 주의를 끌어야 하는 신문 기사로서는 핵심적인 부분이다. 어떻게 해야 내 생각을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는 글을 쓰는 사람의 목적이자 가장 신경 쓰이는 부분이다. 따라서 어떤 글이든 이 사실은 첫 번째로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말이다. 글은 설득력이 필수다. 독자들이 쓰는 글이 언론사나 출판사에 투고하는 글이든, 대학교수에게 제출하는 페이퍼이든, 구직을 바라는 이메일이든, 단순히 남편에게 남기는 쪽지라 해도 마찬가지다.



이 책은 20년 넘게 글을 다뤄온 〈뉴욕타임스〉 편집장이 말하는 좋은 글쓰기의 기본과 그 테크닉을 정리했다. 〈뉴욕타임스〉는 세계 최고의 지성들을 비롯해 다양한 문인, 교수, 기업가, 인플루언서 등이 글을 기고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저자는 이곳에서 베스트셀러 작가(애덤 그랜트)부터 노벨 수상자(폴 크루그먼, 조셉 스티글리츠), 세계 최정상급 리더(블라디미르 푸틴, 힐러리 클린턴), 처음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공개한 사람들(엔젤리나 졸리, 우디 앨런), 그리고 무명작가들까지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알리고 싶어 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글을 검토하고 다듬어왔다.

그러면서 세상에는 창의적인 생각과 해박한 지식으로 독자를 놀랍게 하는 글도 많은 반면 복잡한 문장과 시시한 아이디어로 외면받을 수밖에 없는 글도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가 가장 안타까워하는 경우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음에도 두서없는 흐름과 전문용어의 남발, 호소력 부족의 글을 만났을 때다. 이것은 아이비리그 출신이든, 명망 있는 정치인이든, 대학교수든, 심지어 책을 출간한 적 있는 작가도 흔히 저지르는 실수다. 이에 저자는 작가 지망생뿐 아니라 학생, 구직자 등 글쓰기가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자신의 의견과 생각을 제대로 전하는 ‘글쓰기에 관한 최종 가이드’를 마련했다.



‘사람들이 내 이야기를 듣도록, 내 글을 읽도록 만드는 데 필요한 원칙이 정말 있는 걸까?’ 의아할 수도 있다. 이에 저자는 분명한 원칙이 있다고 말한다. 온갖 의견이 난무하는 디지털 시대에 누군가의 의견을 바꾼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기본 법칙이 분명 있고, 그 법칙을 습득하면 누구나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 있게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원칙을 습득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리고 모든 원칙이 그렇듯 이 원칙 또한 보기 좋게 깨질 수도 있다. 또 원칙을 모두 무시하고 상대방을 설득하는 데 성공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교와 기술, 인간 심리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다음의 원칙을 따를 때 누군가를 설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만은 확실하다.

다음의 15가지 법칙을 따른다면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가닿게 할 수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은 크게 두 분류로 나뉜다고 말한다. 첫 번째가 업무나 학업 때문에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또 두 번째는 정서적인 그리고 심리적인 이유로 시작하는 사람들이다. 어느 쪽이든 다음 15가지 원칙은 동일 적용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1. 세상에 귀를 기울여라

2. 사람들은 보통 자기 생각을 지키려 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3. 공감, 공감, 공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4. 싸움을 걸지 마라

5. 감정을 건드려라

6. 상대의 도덕적 가치관을 이해하라

7. 공통점을 강조하라

8. 당신이 아는 것에 대해 써라

9. 독자를 놀라게 하라

10. 구체적으로 명시하라

11. 스토리를 담아라

12. 팩트는 중요하다

13. 그러나 팩트만으로는 상대를 설득할 수 없다

14. 전문용어를 피하라

15. 다듬고, 덜어내고, 잘라내라



이 책에서 저자는 글쓰기 방법뿐 아니라 자신이 어떻게 글 쓰는 직업을 꿈꾸고 갖게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편집장의 자리까지 오르게 되었는지, 기자와 편집자로 일하면서 어떤 일들을 경험했는지, 유명 인사 또는 작가와 작업할 때는 어떤 일들이 벌어지는지 등 다양한 일화들도 풀어놓는다. 글쓰기와 상관없이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설득하는 기술과, 언론에서 필요한 자질이나 기술, 경청을 잘할 수 있는 방법 등에 관한 내용도 상세히 다룬다. 언론사, 편집부, 작가 등 글을 다루는 사람들의 세계가 궁금한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 글을 써야 하지만 자꾸만 미루고 싶기도 할 것이고, 내가 쓴 글이 형편없이 느껴지기도 하겠지만 때로 필요에 의해, 혹은 욕망에 의해 글을 써야만 하는 날이 있기도 할 것이다. 그렇지만 세상에 전할 이야기가 있다면 계속해서 읽고 쓰고 다듬어라. 자신의 논리가 잘 정리된 질서정연한 글을 완성하는 즐거움은 다른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으니. 이 책은 자신만의 글을 제대로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가르침과 깊은 여운을 안겨줄 것이다.이와 함께 독자로서는 끊임없는 노력으로 많은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하고 잘 쓰기 위해서는 많이 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는 점을 재확인한 계기가 됐다.



저자 : 트리시 홀(TRISH HALL)

20년 넘게 〈뉴욕타임스〉에서 일하며 피처(FEATURE) 기사면과 외부 기고면(OPPOSITE THE EDITORIAL PAGE)을 총괄·감독했다. 〈뉴욕타임스〉에 합류하기 전에는 〈월스트리트저널〉에서 기자 그리고 에디터로 활동했다. 그가 가장 좋아했던 일은 〈뉴욕타임스〉의 외부 기고면 에디팅을 담당했던 것이다. 〈뉴욕타임스〉의 외부 기고면은 세계 최고의 지성들을 비롯해 다양한 문인, 교수, 정치가, 인플루언서 등이 글을 기고하는 곳으로 유명한데, 그는 이곳에서 매주 1,000편 이상의 글을 검토하고 수정했다. 온갖 의견이 난무하는 시대에 누군가의 의견을 바꾸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그는 생각과 의견을 전달하는 글쓰기의 기본 법칙을 습득하면 누구나 자기 생각을 설득력 있게 전하고 타인을 자신의 편으로 끌어당길 수 있다고 말한다. 세상에 자신의 목소리를 널리 전하고 싶은 사람, 자신만의 글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유용한 설득 원칙과 글쓰기 테크닉을 만날 수 있다.

역자 : 신솔잎

프랑스에서 국제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 중국, 국내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후 번역 에이전시에서 근무했고 숙명여대에서 테솔 수료 후, 현재 프리랜서 영어강사로 활동하며 외서 기획 및 번역을 병행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디 아더 미세스》, 《내 마음이 불안할 때》, 《사이드 프로젝트 100》, 《유튜브 레볼루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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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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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명화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역사 지식을 독자에게 선물해 주었다. 요즘,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져 나온 그림 해설 책을 독자는 꽤 여러 권을 읽었다. 평소 그림에 관한 관심이 큰 데다 팬데믹 시대 소통의 부족을 명화를 통해 화가들과 대화를 하게 해주는 통로가 된 책들이 많아서다. 다른 독자들도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이들은 책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던지 잘 팔리는 책 코너에는 가끔 대형 서점에 갈 때마다 새로운 그림 해설 책이 꼭 끼어 있었다. 대개는 미술사와 그림 자체에 대한 해석을 다루었고 형식은 에세이 형식이었다. 덕분에 수많은 명화를 이젠 거의 눈에 익을 정도로 자주 봤다. 해설도 길지 않지만 그림 창작의 에피소드나 화가의 사적 일상도 다루었다.

서양미술사란 테마에 따른 책들은 그림을 그리는 역사적 배경이 어김없이 등장해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책 역시 그런 의미에서 선택했지만 다른 책을 뛰어넘은 역사적 해석과 관련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어 무척 즐거운 독서가 됐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그치지 않고 책의 테마인 '돈'의 역사를 함께 기술함으로써 독자에게는 지식 보물창고 역할까지 해주었다.



다른 책에서 잘 알 수 없었던 돈과 인간의 탐욕, 돈의 변천사, 돈에 숨겨진 비화, 돈의 제작 관련 에피소드, 돈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저자의 서술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책에 따르면 은화에서 가상화폐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다양한 돈의 형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돈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왔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여기에서 출발한 책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새로운 부의 출현에는 언제나 인간의 탐욕이 개입되어 있었다. 또한 그 부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 속에는 인간들의 광기가 있었고, 그 광기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인간들은 신이 허락하지 않은 영원한 생명과 부를 끊임없이 탐하면서 신과 같은 권력을 누리고자 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책이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탄생과 멸망, 수난과 전쟁, 파멸과 창조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시대상이 반영된 명화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세계사를 더욱 친밀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렘브란트, 고흐, 뵈클린, 들라크루아 등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과 시대상을 담은 작품을 함께 보면서 예술과 역사의 긴밀한 관계도 읽어낼 수 있다.



전시회를 보는 기분으로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펼쳐볼 것을 저자 한명훈은 제시한다. 그 속에서 인류의 민낯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더는 세계사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통찰력 있는 저자의 해설을 약속한다. 출현 이후 한 번도 흐르기를 멈추지 않았던 돈.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는 것은 독자에게 무한 즐거움을 주었다.

특히 저자는 통찰력에 의한 돈과 인간의 탐욕 사이이 상관 관계를 명쾌하게 풀이하면서 독자에게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크게 확대시켜 주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돈에 관한 역사와 돈을 추구했던 인간의 탐욕의 역사를 낱낱이 설명해주어서 독자의 지식욕을 충족시켜 주었다. 책의 크기는 작지만 그림, 인간의 탐욕, 그리고 돈과의 관계에 관한 한 백과사전이 될 만큼 큰 책이다. 이를 만난 즐거움의 여운이 이 책을 마지막 장을 덮어도 다시 들춰보고 싶은 충동을 준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에너지도 충전시켜 준다. 저자의 주장은 독창적이고 탁월하다. "돈이 가닿을 곳, 그곳에 바로 인류의 미래가 있다."



사실 인류 문명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가 '고대'라고 분류하는 시대부터 현재 이 시점까지 불과 수천 년에 불과하다. 인류 문명사가 그럴진대 돈의 출현은 얼마나 짧을까. 그 짧은 시간에 인류와 돈이 만들어낸 사건이나 역사는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인류의 전쟁이나 역사적 사건 이면에는 늘 왜?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이 따라다닌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사건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라면 어김없이 '전쟁'이 떠오른다.

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감염병의 창궐 또한 인류 생명에 치명적인 점을 감안하면 돈과 명예, 권력, 전쟁은 한 실타래로 엮어 있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역사 기록들이 이를 증명하고 대사건에는 화가들이 어김없이 그림으로 남겼다. 카메라나 기타 영상 제작기기가 없을 때에는 그림이 필수였을 것이다. 그림으로 남기면 역사적 기록뿐만 아니라 널리 알리기에 이보다 좋은 도구는 없었을 터다. 당시에는 문자를 해득한 사람들도 일부였을 뿐이니까. 문자 기록보다 그림은 더 생생하게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화가들은 당대 지식인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처절함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느껴지는가 하면 지금과 미래의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경각심을 동시에 주는 것 같다. 거기에는 인간의 탐욕, 즉 돈에 대한 욕심이 빠지지 않는다.



"흑사병으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유대인에게 많은 빚을 졌던 봉건 영주들은 그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유대인들을 잡아들입니다. 물론 일반 서민 중에서도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게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서민들은 봉건 영주와 함께 유대인 탄압에 앞장섰습니다. 또한 유대인과 이권 다툼을 하던 길드들도 유대인들을 없애기 위해 흑사병을 이용해 대중을 선동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빚을 탕감해주는 서약을 했습니다. 당시 학살로 죽은 유대인들의 재산은 봉건 영주와 교회로 귀속되었습니다. 결국 이 참혹한 유대인 학살은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비극이었습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라는 새로운 팬데믹과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 속에서 어던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까? 다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습니다."(p.100~101)

저자 : 한명훈

20년간 인사ㆍ교육 전문가로 일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살롱과 클럽에서 강사와 작가, 도슨트로 리더십ㆍ영화ㆍ인문학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2020)이 있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에서 ‘수상한 책방, 한스’를 운영하며 독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scott.hmh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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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핍의 위로 - 흐린 날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
장일 지음, 남수현 그림 / 넥서스CROSS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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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을 갈아넣었다‘라는 표현은 결코 과장이 아니었다. 첨부파일에 넣은 출판기획서와 10페이지짜리 샘플 원고를 작성하기 위해 무려 4개월 동안 새벽 2~3시까지 모니터 앞에서 씨름했다. 단군 이래 최악이라는 출판 경기에도 이 책은 무사히 출판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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