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 - 명화로 읽는 돈에 얽힌 욕망의 세계사
한명훈 지음 / 지식의숲(넥서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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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명화에 대한 책 중에서 가장 많은 역사 지식을 독자에게 선물해 주었다. 요즘,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쏟아져 나온 그림 해설 책을 독자는 꽤 여러 권을 읽었다. 평소 그림에 관한 관심이 큰 데다 팬데믹 시대 소통의 부족을 명화를 통해 화가들과 대화를 하게 해주는 통로가 된 책들이 많아서다. 다른 독자들도 미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었던 이들은 책 구입에 돈을 아끼지 않았던지 잘 팔리는 책 코너에는 가끔 대형 서점에 갈 때마다 새로운 그림 해설 책이 꼭 끼어 있었다. 대개는 미술사와 그림 자체에 대한 해석을 다루었고 형식은 에세이 형식이었다. 덕분에 수많은 명화를 이젠 거의 눈에 익을 정도로 자주 봤다. 해설도 길지 않지만 그림 창작의 에피소드나 화가의 사적 일상도 다루었다.

서양미술사란 테마에 따른 책들은 그림을 그리는 역사적 배경이 어김없이 등장해 역사에 관심이 많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책 역시 그런 의미에서 선택했지만 다른 책을 뛰어넘은 역사적 해석과 관련 에피소드를 풍부하게 접할 수 있어 무척 즐거운 독서가 됐다. 특히 역사적 사실에 그치지 않고 책의 테마인 '돈'의 역사를 함께 기술함으로써 독자에게는 지식 보물창고 역할까지 해주었다.



다른 책에서 잘 알 수 없었던 돈과 인간의 탐욕, 돈의 변천사, 돈에 숨겨진 비화, 돈의 제작 관련 에피소드, 돈이 인류 역사를 어떻게 바꾸어 왔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저자의 서술이 깊은 인상을 주었다. 책에 따르면 은화에서 가상화폐까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인류는 다양한 돈의 형태를 경험했다. 그러나 돈의 형태가 어떻게 바뀌어왔건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바로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다.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는 여기에서 출발한 책이다.

역사를 되돌아보면 새로운 부의 출현에는 언제나 인간의 탐욕이 개입되어 있었다. 또한 그 부를 쟁취하기 위한 과정 속에는 인간들의 광기가 있었고, 그 광기는 반드시 누군가의 희생으로 이어졌다. 인간들은 신이 허락하지 않은 영원한 생명과 부를 끊임없이 탐하면서 신과 같은 권력을 누리고자 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인간의 본질을 꿰뚫는 책이다. 돈을 향한 인간의 욕망을 따라가다 보면 탄생과 멸망, 수난과 전쟁, 파멸과 창조의 역사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한 이 책은 시대상이 반영된 명화를 적재적소에 배치하여 세계사를 더욱 친밀하게 접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렘브란트, 고흐, 뵈클린, 들라크루아 등 우리에게 친숙한 그림과 시대상을 담은 작품을 함께 보면서 예술과 역사의 긴밀한 관계도 읽어낼 수 있다.



전시회를 보는 기분으로 『그림으로 보는 돈의 역사』를 펼쳐볼 것을 저자 한명훈은 제시한다. 그 속에서 인류의 민낯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더는 세계사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을 것이라고 통찰력 있는 저자의 해설을 약속한다. 출현 이후 한 번도 흐르기를 멈추지 않았던 돈. 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 역사를 새로운 시선으로 만나보는 것은 독자에게 무한 즐거움을 주었다.

특히 저자는 통찰력에 의한 돈과 인간의 탐욕 사이이 상관 관계를 명쾌하게 풀이하면서 독자에게 그림을 보는 즐거움을 크게 확대시켜 주었다. 게다가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돈에 관한 역사와 돈을 추구했던 인간의 탐욕의 역사를 낱낱이 설명해주어서 독자의 지식욕을 충족시켜 주었다. 책의 크기는 작지만 그림, 인간의 탐욕, 그리고 돈과의 관계에 관한 한 백과사전이 될 만큼 큰 책이다. 이를 만난 즐거움의 여운이 이 책을 마지막 장을 덮어도 다시 들춰보고 싶은 충동을 준다. 이 책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를 통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에너지도 충전시켜 준다. 저자의 주장은 독창적이고 탁월하다. "돈이 가닿을 곳, 그곳에 바로 인류의 미래가 있다."



사실 인류 문명사를 돌아보면 인류의 역사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우리가 '고대'라고 분류하는 시대부터 현재 이 시점까지 불과 수천 년에 불과하다. 인류 문명사가 그럴진대 돈의 출현은 얼마나 짧을까. 그 짧은 시간에 인류와 돈이 만들어낸 사건이나 역사는 얼마나 하잘 것 없는 것인지 새삼 느껴진다. 인류의 전쟁이나 역사적 사건 이면에는 늘 왜? 왜 그랬을까? 라는 질문이 따라다닌다. 일반적 상식으로는 이해하지 못할 사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그 사건이 인간의 생명을 앗아갈 정도라면 어김없이 '전쟁'이 떠오른다.

또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감염병의 창궐 또한 인류 생명에 치명적인 점을 감안하면 돈과 명예, 권력, 전쟁은 한 실타래로 엮어 있는 것처럼 생각될 정도다. 역사 기록들이 이를 증명하고 대사건에는 화가들이 어김없이 그림으로 남겼다. 카메라나 기타 영상 제작기기가 없을 때에는 그림이 필수였을 것이다. 그림으로 남기면 역사적 기록뿐만 아니라 널리 알리기에 이보다 좋은 도구는 없었을 터다. 당시에는 문자를 해득한 사람들도 일부였을 뿐이니까. 문자 기록보다 그림은 더 생생하게 널리 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부분의 화가들은 당대 지식인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시대의 처절함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그대로 느껴지는가 하면 지금과 미래의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경각심을 동시에 주는 것 같다. 거기에는 인간의 탐욕, 즉 돈에 대한 욕심이 빠지지 않는다.



"흑사병으로 경제적 상황이 어려워지자 유대인에게 많은 빚을 졌던 봉건 영주들은 그 돈을 갚지 않기 위해 유대인들을 잡아들입니다. 물론 일반 서민 중에서도 유대인 고리대금업자에게 대출을 받은 사람이 많았습니다. 이런 서민들은 봉건 영주와 함께 유대인 탄압에 앞장섰습니다. 또한 유대인과 이권 다툼을 하던 길드들도 유대인들을 없애기 위해 흑사병을 이용해 대중을 선동했습니다. 유대인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빚을 탕감해주는 서약을 했습니다. 당시 학살로 죽은 유대인들의 재산은 봉건 영주와 교회로 귀속되었습니다. 결국 이 참혹한 유대인 학살은 돈에 대한 인간의 욕망이 불러온 비극이었습니다. 지금 인류는 '코로나'라는 새로운 팬데믹과 마주했습니다. 우리는 이 상황 속에서 어던 마녀사냥을 하고 있습니까? 다시는 아픈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아야겠습니다."(p.100~101)

저자 : 한명훈

20년간 인사ㆍ교육 전문가로 일하고 있으며, 전문성을 인정받아 고용노동부문 장관상을 수상하였다. 또한 살롱과 클럽에서 강사와 작가, 도슨트로 리더십ㆍ영화ㆍ인문학을 주제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언택트 리더십 상영관』(2020)이 있다. 현재는 경기도 용인에서 ‘수상한 책방, 한스’를 운영하며 독자들을 가까이에서 만나고 있다. 인스타그램 @scott.hmh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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