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 - 자식에게 기대던 시대에서 셀프부양의 시대로
강창희.고재량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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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노후 대비를 하는 때를 놓치고 노년을 맞은 사람들이 많다. 뒤늦게 산업화를 이룬 과정이 짧고, 1인당 GDP 3만 달러가 넘은 지도 몇 년 안 됐다. 이른바 선진국 수준의 복지대책도 제대로 마련되지 못한 상태다. 즉 산업 일선에서 지금의 경제 부국을 이루는 과정이 짧아 노후 대책을 논의하는 과정도 거의 없이 선진국의 흉내만 내는 복지 대책이 선거철에 쏟아져나오지만 그나마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는 최근 발표된 노인빈곤율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노인빈곤율은 2018년 기준 43.4%다. 이 수치는 OECD 평균 대비 3배 수준이고 회원국 중에서는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 일본, 독일 등 선진국의 경우 공적ㆍ사적연금이 70~80%이고 자녀 도움은 거의 0%에 가깝다. 한마디로 자녀 도움 대신 연금소득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노후 준비의 열쇠다. 국민연금은 일찍부터 가입하는 것을 추천한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야 시작됐고, 그마저도 처음의 연금 전환율이 자꾸 낮아져 간다. 이런 상태에서 이 책 『오십부터는 노후 걱정 없이 살아야 한다』는 산업화 세대의 노후 대책에 대해 A부터 Z까지 살펴보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 쓰였다.

 

"노인빈곤율은 전체 인구가 아닌 전체 노인 인구 중 빈곤한 노인의 비율을 뜻합니다. 여기서 ‘빈곤’은 전체 인구 대상 처분가능소득 중윗값의 절반 미만 소득을 가진 상황을 의미합니다. 2021년 기준 우리나라 2인 가구의 중위소득이 월 308만 8,000원이니 그 절반인 154만 4,000원이 기준이 되는 거죠. 즉, 노인 부부가 월 154만 4,000원 미만의 돈으로 생활하면 빈곤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OECD에서 2017년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OECD의 노인빈곤율 평균은 14.8%입니다. 스위스, 미국, 호주, 일본 등이 대부분 평균이거나 평균보다 약간 높습니다. 덴마크, 네덜란드, 핀란드 등은 3%대입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43.8%입니다. OECD 평균치의 약 3배인데, 이는 터키의 17%, 멕시코의 24.7%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p.288)

 


 

강창희 고재량 공동 저자는 책에서 한 예로 노인 빈곤율을 낮추려면 전업주부라면 퇴직연금에 임의가입을 권한다. 퇴직연금은 DC형(확정기여형 퇴직연금 제도)에 가입해 본인이 직접 운용하는 것이 좋으며, 10~30년 장기로 적립식 펀드에 투자를 하고, IRP(개인형 퇴직연금)로 세제 혜택을 노려야 하며, TDF(가입자의 예상 은퇴 시점을 기준으로 삼아서 자산운용사가 주식 등의 공격적인 자산과 채권, CMA 등 안정적인 자산의 비중을 알아서 조절해주는 상품)로 생애 주기별 안전한 자산배분을 해야 한다.

개인연금은 세액공제 여부와 연금 수령 시 과세를 잘 따져서 연금저축 또는 연금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먹고사는 게 바빠서’, ‘자녀들 양육하고 결혼시키느라 정신이 없어서’ 등의 이유로 자신의 노후 준비를 미루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나이 들어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이다. 돈이 없으면 노후의 5대 리스크(장수, 건강, 자녀, 자산관리, 저금리)를 절대 대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도 늦지 않았다. 품격 있는 노후를 위해 나만의 자산관리를 하루빨리 시작하자. 예전에는 자녀를 낳고 가르치기 위해 여윳돈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산업화가 자리잡아가고 특유의 근면 검소 정신으로 나라 전체의 경제 부국을 이루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공했으나 막상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의 사회보장제도엔 제대로 갖춰오지 못했다. 그렇다고 정부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내 삶은 내가 챙겨야 할 일이다. 산업화를 이룰 때 정신으로 돌아간다면 노후 대책도 마련할 수 있는 우리 국민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저자들은 지금의 시대를 '자식보다 부모가 가난한 시대'라고 말한다. 청년들의 취업 문제와는 별도의 문제로 따져도 자식 세대의 부양 의무를 지울 수 없는 상황이다. 과거만 해도 자식이 부모의 노후를 책임질 수 있었다. 기대 수명이 적었기 때문이다. 요즘은 소위 ‘운이 나쁘면’ 100세까지 사는 시대가 되었다. 문제는 유례없는 초고령화 속도를 쫓아가기에 국가적 차원의 준비와 국민의 인식이 한참 부족하다는 것이다. 홀로 사는 노인은 점점 늘어가고, 노후 빈곤은 이웃 국가인 일본만의 일이 아니며, 성인이 되어서도 부모에게서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하는 ‘캥거루’ 자녀 리스크 등 인생 후반을 좌우하는 리스크가 산재해 있다.

저자는 이러한 시대에 풍요로운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마인드부터 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가장 확실한 노후 대비는 평생현역임을 강조하며, 퇴직 후 12만 시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창직의 사례를 들어 알려준다. 또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 금융자산은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지 생애주기별 포트폴리오 짜는 방법을 알려주며, 마지막으로 재테크보다 더 중요한 3층연금 쌓는 방법과 노후대비 상품으로 활용 가능한 퇴직연금, TDF, ISA 등의 활용 방법을 알려준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나의 노후를 책임질 사람은 바로 나뿐이다’라는 인식의 전환일 것이다. 더 이상 자식이 노후의 보험인 시대는 지났다. 건강하고 풍요로운 노후는 당신 손에 달려 있다. “자식보다 부모가 가난한 시대가 왔다!” 노후 준비의 새로운 패러다임 속에서 당신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저자는 묻고 있다.

 


 

저자는 요즘 “100살까지 산다는데 노후 자금은 얼마나 있어야 합니까? 10억 있어야 합니까? 7억 있어야 합니까?” 노후설계를 주제로 강의를 하러 갈 때마다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라고 말한다. 세계 최장수국, 퇴직 연령 50세, 은퇴 후 12만 시간의 시대를 맞이한 퇴직 예정자들의 절실함이 묻어 있는 질문이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명실상부 최고의 노후설계 전문가인 저자는 이 질문에 이렇게 답한다. “과거에는 자식이 부모보다 잘될 확률이 높았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젊을 때부터 생애주기에 맞는 노후설계를 시작하지 않으면 노후파산이 당신의 일이 될 수도 있다.”

“옛날에 어머니 세대는 결혼 생활에 실망하더라도 팔자라고 생각하고 희망을 버렸는데, 요즈음 여성들은 결혼 생활에 실망하면 남편을 버린다고 한다.” 예전에는 결혼 후 4년 이내, 즉 신혼 때 이혼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는데, 지금은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 이른바 ‘중년이혼’, ‘황혼이혼’의 비율이 늘고 있다. 1990년도만 해도 5%밖에 안 됐는데 2020년에는 무려 37%다. 홀로 사는 노후가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혼자 사는 노인은 159만 명 정도이다. 이혼이나 사별로 인해 혼자 사는 노인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노후에 여러 가지 리스크가 있지만 홀로 사는 노인들에게 가장 큰 문제는 건강과 고독이다. 젊을 때 건강하던 사람들도 60이 넘어가면서 암, 심혈관 질환 등에 걸리는 사례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러니 환갑 되기 전에 특수질병보험 하나는 들어놓는 것이 좋다. 또 하나는 고독이다. 일에서도 은퇴하고 사회적 관계망이 축소되면서 느끼는 고독감은 노인들의 정신건강과 신체건강을 위협하는 커다란 문제다. 고독을 극복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평생현역을 실천하는 것이다. 젊은 사람들이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 소일거리라도 얼마의 보상만 주어진다면 몸이 따라주는 한 계속하는 것이 좋다. 연금으로 충당되지 않는 부분을 채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관계를 맺음으로써 고독하고 쓸쓸하게 늙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물쭈물하다 시기를 놓치면 빈곤 노후를 맞게 될 것은 자명하다.

 


 

우리나라에서 다 큰 자식이 부모한테 얹혀사는 걸 ‘캥거루’라고 한다. 조사에 따르면 몇 년 전 서울에서만 30~40대 캥거루족이 48만 5,000명이라고 한다. 문제는 세계에서 우리나라처럼 자식한테 돈을 퍼붓는 나라도 없다는 것이다. 서울에서 맞벌이하는 40대 후반 부부를 조사한 결과 1년에 1억 정도를 버는데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2학년 두 자녀의 과외비로만 3,360만 원을 쓴다고 한다. 문제는 60~70세까지 부부가 계속 1억씩 벌면 상관없는데 50대 초반이면 주된 직장에서 퇴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때부터 자녀들 대학교 등록금, 결혼 비용, 노부모 요양비, 의료비 등으로 돈이 본격적으로 들어간다. 그러다 보니 연봉을 1억 원씩 받던 직장인들이 60대 이후에 중산층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많이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렇게 돈을 들여 자녀들이 잘되기만 하면 상관이 없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그렇지가 않다.

우리 부모님 세대는 논 팔고 집 팔아서 자녀들을 시험만 잘 보게 만들어 놓으면 본전을 뽑았다. 괜찮은 학교 졸업해서 괜찮은 회사 들어가고, 그럭저럭 60세까지 다니면서 자신들을 부양해줬으니까. 하지만 지금은 일류 기업에 들어가도 40대 후반이 되면 언제 잘릴지 전전긍긍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젊은 세대의 부모 부양에 대한 의식구조 또한 급격하게 바뀌고 있다. ‘부모 부양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에 대한 통계청 사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족에게 있다’라는 대답이 2000년에는 71%를 차지했었는데 2018년에는 27%로 줄었다. 반면 ‘국가 등 사회에 있다’라는 대답은 같은 기간 20%에서 54%로 늘었다. ‘부모 스스로 해결해야 한다’라는 대답도 10%에서 19%로 늘어났다. 자녀 세대에게 부모를 부양할 만한 경제력이 있느냐 하는 것 또한 문제다. 저성장·결핍의 시대를 반영한 취업난, 조기 퇴직 등으로 자녀들의 생활 형편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부모 세대보다 자녀들 세대의 형편이 나아질 거라고 믿는 한국인의 비율이 30%도 안 된다는 통계청 사회 조사 결과가 이를 잘 말해준다.

 


 

책에 따르면 금리가 1%를 겨우 넘는 시대에 리스크가 따르더라도 고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투자상품을 활용하지 않고서는 자산을 형성하기 어렵다. 저자는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적립식 투자, 말 그대로 은행에 적금을 붓듯이 일정한 기간과 금액을 정해 놓고 꾸준히 투자하는 방법을 추천한다. 그리고 금융자산은 용도별로 나누어 관리하는 것이 좋다. 저축 주머니, 트레이딩 주머니, 자산형성 주머니 3개로 나눠서 관리해야 하는데, 젊을 때부터 관리해야 할 3개의 주머니 중에서 가장 주요한 것이 ‘자산형성 주머니’다. 자신의 꿈을 실현하는 자금, 자녀들 양육비, 결혼 자금, 주택 구입 자금, 은퇴한 뒤의 생활 자금 등을 마련하기 위한 주머니이기 때문이다. 자산형성 및 관리도 중요하지만 젊을 때부터 3층 연금(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을 준비하는 것 역시 중요하다.

 

"일반인으로서는 조사 분석이 불가능한 해외의 주식이나 채권에도 투자할 수 있습니다. 개인 투자자라면 자신의 직업에 충실하기 위해서라도 펀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개인 투자자의 가장 유력한 수입원은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월급 또는 사업소득)입니다. 즉, 한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큰 투자 엔진은 자신의 본업으로부터 얻는 수입이라는 뜻입니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짤 때 자신의 본업에서 얻는 수입을 가장 중심에 놓고 생각해야만 합니다."(pp. 209~210)

 


 

"지금 우리나라는 2020년 말 현재 인구가 5,200만 명이고 가구 수가 2,096만입니다. 그중 젊은 사람이 혼자 사는 가구, 독거노인 가구를 합쳐서 1인 가구 비율이 벌써 32%에 달합니다. 가구원 수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합니다. 그런데 유럽으로 가면 이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스웨덴은 전국 평균이 57%이고, 수도 스톡홀름으로 한정하면 60%가 넘는다고 합니다. 정말 많은 사람이 그냥 혼자 사는 겁니다. 그러면 스웨덴은 우리보다도 우울하고 불행한 나라일까요? 아닙니다. 스웨덴은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행복한 나라라고 합니다. 왜 그럴까요? 우선, 연금이 발달해서 혼자 살더라도 먹고살 걱정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혼자 살더라도 외롭지 않도록 지역사회, 새로운 유연사회에서 행복을 찾는 방법을 미리미리 준비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점점 홀로 사는 삶이 보편화되고 있는 만큼,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심각하게 생각해보고 대책을 세워야 할 것입니다."(pp.36~37)

 

저자 : 강창희

서울대학교 농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시샤대학 상학 연구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으며, 서강대학교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했다. 1973년 한국거래소에 입사해 대우증권 도쿄 사무소장과 상무·리서치센터장, 현대투신운용 사장, 굿모닝투신운용 사장, 미래에셋 부회장 겸 은퇴연구소장을 역임했다. 이후 트러스톤자산운용으로 자리를 옮겨 현재 연금포럼 대표를 맡고 있다. 48년 동안 금융투자 업계에 몸담고, 20년 동안 노후설계 교육 활동을 해온 국내 제일의 노후설계 전문가인 저자는 퇴직을 앞둔 중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 젊은이들에게도 생애주기에 맞는 노후설계를 일찍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초고령화 사회, 저금리ㆍ저성장 시대, 셀프부양의 시대에는 우리 부모 세대와는 다른 후반 인생을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수많은 강의와 연구 활동을 통해 어떻게 하면 품격 있는 노후를 보낼 수 있는지, 경제적으로 풍요로운 삶을 살 수 있는지 자산관리 방법을 설파했으며, 그 내용을 이 책에서 친절히 소개한다. 출간한 책으로는 『당신의 노후는 당신의 부모와 다르다』, 『나는 퇴직이 두렵지 않다』가 있다.

 

저자 : 고재량

대원외국어고등학교, 연세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제조업 회사에서 일하다가 트러스톤자산운용 연금포럼 주임연구원으로 재직 중이다. 현재는 유튜브 채널 ‘트러스톤TV’의 콘텐츠 기획 및 제작을 맡고 있으며, 2030세대의 노후 준비를 위한 투자ㆍ연금교육 콘텐츠를 만들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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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하는 글쓰기
탁정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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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글쓰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철저하게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명상을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지만 아직 명상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글쓰기도 전문적으로, 전업 글쓰기는 시작도 못할 정도로 초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전업 작가로의 꿈을 버린 지 오래됐다. 글쓰기가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의 꿈은 접었다.

그러나 명상은 생업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아니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볼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꾸준히 하고 있다. 삶에 대해, 닥친 고난에 대해, 역경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때는 명상을 하는 버릇이 들었다. 대부분 문제 해결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기초 작업에는 도움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명상을 시작해 자신을 내려놓고 한참 생각을 하면 오래 걸리지 않고 무념(無念)의 상태로 들어간다. 가만히 지속적으로 앉아 있다보면 생각이 깨어 닥친 문제가 나로부터 비롯됐다는 결론에 이르면 문제 해결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다행히 크고 작은 여러 문제들을 이렇게 해결하기도 했다. 명상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행하는 분들처럼은 고차원적인 상태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래서 명상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한 이후부터 습관이 되어 하루 한 번 이상, 최소 5분 이상은 명상을 한다. 생활 습관처럼 하는 일이다.

 


 

이 책 『명상하는 글쓰기』는 명상과 글쓰기는 모두 내부 세계에 머물며 내면을 치밀하게 살펴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공통적이라고 말한다.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 쉬운 말과 달리, 글은 의식 상태로 쓰기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글쓰기의 상태가 바로 명상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에 착안한 것 같다. 매우 적절한 비교다. 명상이나 글쓰기는 스스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를 ‘나’로 부르기를 경계한다. 유명 카피라이터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 탁정언은 치열한 업계에서 버티고 살아남으며 여러 고질병과 나쁜 습관을 몸에 새기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위기 상태에 이르러서야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글쓰기로 명상을 통해 치유를 경험했다는 것. 음식, 담배, 알코올을 조절할 수 있는(끊을 수도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를 저자는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표현한다. 또 불면증, 틱, 엄살, 게으름 그리고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치유 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마음의 허상인 에고가 ‘나’인 줄 알고 그것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휘두르는 대로 위태롭게 살아왔음을 알아차리는 삶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삶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단숨에 읽힐 정도로 문장도 좋다.

 


 

이 책에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동서양 선각자들의 깨달음과 가르침, 현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종교와 문화권을 불문한 그들은 ‘나’를 경계로 외부세계와 내부세계가 나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세계가 외부세계보다 더 거대하기에 명상을 통해 에고를 알아차리고 ‘참나’가 살고 있는 내부세계를 보는 법을 배웠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명상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작법을 제시하고 있다.

쓰기를 위한 문법과 수사법, 글을 쓰는 노하우 등 바로 글쓰기에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가득하다. 또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답을 내놓는다. 바로 지금 고개만 돌리면 쓸거리가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가부좌명상 등 전통적인 명상법이 맞지 않아 힘들었던 사람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 등 내면의 성찰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와 함께 작가를 마음에 두고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명상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속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평온에 이르게 될 것으로 믿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자아'이다. 자아 중에서도 이기적 자아라고 하는 '에고(ego)를 말한다. 이 에고를 버리는 것이 명상의 기본이고, 이 에고를 버리는 언어가 '나'를 강조하지 않는 것이라 주장한다. 즉 '나'와 '나의 것들' 사이에 '~에 대해서' '~에 대한'이라는 구절을 끼워 넣으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것' 혹은 '내 것'이라는 말을 남발하며 산다. '나의 몸' '나의 마음' '나의 생각' ' 나의 사랑' '나의 사람' '나의 강아지' '나의 고양이' '나의 장미꽃' 나의 아들' '나의 아파트' '나의 친구' 등 '나' 가까이 있는 것들에 '나의'를 갖다 붙인다. 그리고 애착을 하고 집착을 한다. 이 집착을 없애라는 것이 저자의 요구다. 그것이 '명상하는 글쓰기'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알아차림 글쓰기는 가능하면 주어와 서술어로, 다시 말해 명사(주어)와 동사(서술어)로 시작해야 도움이 된다. 물론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목적어를 넣어도 좋다. 그러면 감정으로부터, 특히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낮은 감정의 에너지장에 물들지 않게 된다.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로 글을 쓸 때 복잡한 생각을 정돈하고, 자신에게서 한발 떨어져서 스스로 객관화하고, 몰입할 수 있다."(p.200)

 


 

이와 함께 저자는 글쓰기의 두 번째 방법으로 '나'라는 말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이 익숙한 이후에 사용하면 좋다고 말한다. 명상하는 글쓰기에서 '나'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이다. '나'라는 주체가 없으니 글이 좀 이상해지고, 따라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좀 이상하더라도 '나' 없이 글을 쓴다. '나'가 없어서 도무지 글이 안 된다면,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나'를 3인칭으로 '그' 혹은 '그녀'라고 지칭해도 좋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나(에고)를 없애려고 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글에서 '나'라는 에고가 사라지거나 축소되면 에고가 집착하기 좋아하는 잡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저자는 이어 명상하는 글쓰기에서 '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의외로 변화가 빨리 올 수 있다. 저자는 "나라고 하는 자아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외적인 조건이 위협적이 될 때 쉽사리 좌절하며 정신적 공황으로 인해 해야 할 것을 한지 못한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몰입』, p.177)도 인용한다. 하지만 에고가 축소되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에고가 작아진 만큼 외부의 위협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 커지기 때문이다. 에고가 집착하기 좋아하는 생각들에 빠져서 문제를 푸느라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저자 : 탁정언

 

고려대학교 노문과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여 잠시 근무하다 1985년 MBC 애드컴 카피라이터로 전직하였다. 그 후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카피라이터로, 1987년 제22회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코」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후 「피사육기 혹은 창작기」, 「이빨」, 「우리들의 회색인」, 「겨울에도 꽃은 핀단다」 등을 발표하였다. 김병익 선생, 김원일 선생으로부터 “군더더기 없이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제 몫을 챙겨나갈 역량 있는 작가”로 평가받았고, 박완서 선생으로부터 “통속적인 얘기가 재미있게 읽히며 심각성까지 획득하는 독특한 서술방법”의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발군의 기획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가 1972년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독립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광고, 마케팅, 홍보, 영화, 방송,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컨셉에 정통한 컨셉츄얼리스트로 성장하였다. 그는 컨셉에 정통한 능력만으로도 다종다양한 기획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해 온 컨셉츄얼리스트이다. 저서로는 『기획의 99%는 컨셉이다』『일하면서 책쓰기』『매일 사표쓰는 남자』,『죽이는 한마디』,『컨셉의 연금술사』등이 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홍보광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전담 강사로 강의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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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란 지음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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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렇게나 서로를 모른다니까.” 잃어버린 내 시간과 몫을 찾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페미니스트 엄마와 비혼을 부르짖는 90년대생 두 딸들의 ‘따로 또 같이’ 나답게 사는 법을 담아낸 초겨울에 읽기 좋은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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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란 지음, 석미라 외 낭독 / 그래도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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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딸에 대한 뒤늦은(?) 깨달음. 이 책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는 이렇게 시작한다. "딸들과 오랜 친구라는 생각을 오래 하고 살았다." 그러나 거대한 착각이었음을 뒤늦게 깨우친 엄마의 딸들에게 못다한 얘기를 이젠 글로써 풀어낸다. 이 글은 그동안 엄마로서, 딸로서 산 삶에 대한 결산이자 앞으로의 예산이기도 하다.

그런 의미에서 붙여진 떨칠래야 떨칠 수 없는 운명임을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로 표현할 만큼 엄마는 깨어 있는 사람이란 느낌이다. 그는 우리나라 최초 페미니스트를 자처한다. 잡지 IF(이프)의 편집장으로서 생활하기도 했다. 글 쓰는 게 생활이자 자신의 신념인 페미니즘을 굽히지 않는 신념이기도 하다. 비혼주의자인 딸과의 생활, 치열한 삶을 사는 모습 등을 담아낸 책이다.

 


 

앞서 말한 대로 이 책은 엄마와 비혼주의자 두 딸이 ‘따로 또 같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여기에는 무언가 되고 싶었지만 되지 못한, 무언가가 되기 위해 노력하는 이들이 ‘나답게 사는 법’을 찾아가는 여정이 담겨 있다. 이와 함께 이 책에서는 부동산 폭등, 데이트 폭력, 저출산, 여성혐오 등 우리 사회의 문제도 함께 짚어나간다. 저자는 딸들에게 “하루하루 그냥 잘 사는 것이 나에게 가장 충실한 태도라는 것, 그게 나한테 가장 잘 대해주는 거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말한다. 편견과 관습이라는 이름의 수많은 강펀치를 견뎌낸 한 페미니스트 엄마와 비혼주의자 딸의 자력갱생 에세이는 이 겨울 훈훈하고 강렬한 에너지를 독자에게 불어넣어준다.

엄마와 딸의 관계는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와 사뭇 다르다. 아버지와 아들은 서로 말을 많이 하지 않은 채 침묵만으로도 대화하는 경우가 많다. 이 침묵을 잘못 이해해 간혹 어긋날 결과를 가져와도 서로를 북돋아준다. 그러나 어머니와 딸은 침묵으로 대화하다가 딸을 위해 무한 희생하는 어머니나 딸에게 자신의 묵혀둔 감정을 쏟아내 상처받은 딸의 이야기도 주위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가출생활자와 독립불능자의 동거 라이프』는 여타 모녀의 관계에서 한 발 더 나가 ‘따로 또 같이’ 행복을 찾는 모녀의 연대기가 담겨 있다. 내추럴 본 페미니스트로 거듭난 엄마와 90년대생 딸들은 어떻게 하면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한다. ‘나다운 인생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엄마와 딸의 현실적인 답이 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 혼자만의 시간과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거실에 방을 하나 더 만든다든지, 경제적 독립을 위한 장기계획과 자신만의 여행법을 찾아가는 색다른 지혜를 보여주기도 한다.

 


 

1장에서는 저자가 가부장적 사회에서 결혼과 출산, 육아를 거치며 왜 페미니스트가 될 수밖에 없었는지, 왜 늘 독립을 꿈꾸는지를 풀어놓는다. 2장은 시댁과 결혼이라는 굴레, 구순 엄마를 보낸 딸, 지금을 살아가는 세상 모든 딸들에게 보내는 편지가 담겨 있다. 3장에서는 평범하지 않은 엄마로서의 미안함, 4장에서는 분노와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딸들에게 일러주는 이야기를 적었다. 5장에서는 결국 인생의 해답은 내 안에 있으므로 나만의 방식대로 찾아가라는 이야기로 마무리한다. 또한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혐오, 저출산 문제, 데이트폭력, 부동산 문제, 취업전쟁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짚는다.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거리두기로 각자의 삶을 인정하고 지지해주는 새로운 가족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저자는 어머니와 친구의 죽음, 세상과의 편견에 맞서며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일구어간다. 막내딸인 저자가 엄마 제사를 지내고, 가족을 위해 아빠가 요리하고, 비혼을 주장하는 딸과 함께 살아가며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일구어간다. 엄마는 아낌없는 사랑으로 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딸들은 세상을 떠도는 여행자로, 한국어 교사로, 작가로 다양한 삶의 결을 쌓아온 저자의 끊어진 경력, 끊긴 돈, 끊어진 인간관계를 이어준다.

딸들 덕분에 이어지고 기워지고 때워져서, 이 세상의 한 사람의 몫을 해내게 만들어주었다. 여자에서 엄마, 엄마에서 다시 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지지해준 덕분이다. 한집에서 서로를 키우고 돌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연대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이유다.

 


 

저자는 직장에서 힘들어하는 딸들에게 ‘인생에는 틈이 있기 마련이야, 일일이 다 메꾸고 반응하려는 것은 미친 일이야. 너희들이 어떤 사람이 될지는 너희가 정하라’고 이야기한다. 각자 나답게 사는 법을 찾는 것이 진정한 독립, 진정한 행복을 찾는 것이라는 의미다.

더 나아가 90년대생에게 전하는 직장에서의 마음가짐, 인생을 대하는 태도에 대한 조언도 전한다. 저자는 어머니와 친구의 죽음, 세상과의 편견에 맞서며 나만의 방식으로 삶을 일구어간다. 막내딸인 저자가 엄마 제사를 지내고, 가족을 위해 아빠가 요리하고, 비혼을 주장하는 딸과 함께 살아가며 이들은 각자의 방식대로 삶을 일구어간다. 엄마는 아낌없는 사랑으로 딸들이 홀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리고 그 딸들은 세상을 떠도는 여행자로, 한국어 교사로, 작가로 다양한 삶의 결을 쌓아온 저자의 끊어진 경력, 끊긴 돈, 끊어진 인간관계를 이어준다.

 


 

이 책에서 두 딸의 엄마는 딸들 덕분에 이어지고 기워지고 때워져서, 이 세상의 한 사람의 몫을 해내게 만들어주었다. 여자에서 엄마, 엄마에서 다시 여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인정하고 지지해준 덕분이다. 한집에서 서로를 키우고 돌보고 있는 셈이다. 이들의 연대가 의미 있고 아름다운 이유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세상이 좇는 행복의 가치보다 ‘나답게 사는 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터닝포인트가 되어줄 수 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나의 삶은 나의 것, 너의 삶은 너의 것’임을 잊지 말아야겠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 사회의 가까운 장래에 텍스트로 삼을 만하다.

 

저자 : 권혁란

 

한 여자의 여섯 번째 딸로 오십 년, 두 딸의 엄마로 삼십 년을 살았다. 페미니스트 저널 〈이프〉에서 일하면서 많은 글을 썼으며 책을 만들었고 피메일 게이즈(여성적 시선)로 세상을 보면서 겹겹의 미늘을 벗어났다. 여러 사람과 같이 《엄마 없어서 슬펐니?》, 《나는 일하는 엄마다》를 썼고, 혼자로는 심장의 속도로 걸어온 천 일간의 치유 여행 《트래블 테라피》, 존엄하고 아름다운 이별에 관해 묻는 애도 일기 《엄마의 죽음은 처음이니까》를 펴냈다. 딸들과 함께 돌아가신 엄마와 병아리 나리와의 사랑의 기억만을 골라내 그림동화책 《다섯 번 다시 태어난 병아리 나리》를 만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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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첫 메타버스 수업
이재원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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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아날로그 세대로 통칭되는 중년의 나이다. 뒤늦게 디지털 문화에 참여해 컴맹을 간신히 벗어난 수준이어서 스마트폰 사용도 겨우 몇 개의 기능만 사용할 수 있는 정도의 디지털 능력밖에 안 된다. 그나마 먹고 살기 위해 배운 디지털 지식으로 문화 혜택은 많이 누리고 있는 셈이다. 이제 겨우 스마트폰 사용이 가능해진 상태인데 디지털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해 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대로 편입될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이 큰 상태인데도 이미 배우면서 따라간다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배우는 동안에도 더 빠르게 진화하는 디지털 산업 사회에는 적응할 자신감도 잃어가고 있다.

그러나 문명에 뒤떨어진 채 문명 사회 일원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기에 간신히 책을 통해 천천히 배워가고 있는 중이다. 이때 이 책 『나의 첫 메타버스 수업』을 알게 된 것은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요즘 아날로그 세대들에게도 잘 알려진 '메타버스'에 대해 설명한 책이다. 컴맹도 알아들을 정도로 쉽고 구체적으로 설명해놓았다. 그러면서도 메타버스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어 독자에게는 그야말로 선물 같은 책이다. 독자는 이 책을 한 번 읽었지만 두 번, 세 번 거듭 읽을 생각이다. 디지털 세상의 기초부터 하나하나 배워 갈 자신감도 붙었다. 독자보다 더 디지털이 어려운 독자들도, 좀 더 나은 독자들도 있겠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응해 살기 위해 배울 생각이라면 이 책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독자로서는 첫 메타버스 수업을 제대로 받았다.



이 책은 용어 설명도 곁들여 '완전 초보'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쓰였다는 점이 가장 돋보인다. 디지털 실력이 낮은 독자들에게 강력 권유하는 이유다. 저자는 메타버스는 초월·가상을 뜻하는 접두사인 ‘메타META-’에 우주·세계를 뜻하는 영단어 ‘유니버스UNIVERSE’가 더해진 합성어로, 직역하면 초월세계, 가상세계가 된다고 풀이했다. 여기가 이 책의 출발점이다. 그리고 메타버스가 왜 필요하고 우리에게 어떤 편리함과 이익을 가져다 주는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자세한 보충 설명도 마다하지 않는다. 현실을 초월한 세계, 현실에는 없는 가상의 우주로 해석 가능한 이 표현이 왜 지금 대세일까?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된 계기가 되는 질문이었다. 〈머니투데이〉 기자로 일하며 유튜브 채널 〈티타임즈TV〉를 운영하고 있는 저자는 메타버스를 개괄하는 첫 영상을 올리고, 조회수가 30만을 기록하는 것을 보고 메타버스에 대한 세상의 관심을 실감했다고 한다.

그래서 대체 메타버스란 무엇이고, 어떤 역사를 통해 지금의 체제에 이르게 되었고, 현재의 모습은 어떠하며, 앞으로 어떤 모양으로 발전해나갈 것인지를 한 권의 책으로 풀어낸 것이다. 메타버스를 단순히 가상세계의 게임 정도로만 알고 있는 이들에게 메타버스는 단순히 일시적인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문명으로서 받아들여야 할 세계로 인식될 수 있도록 메타버스의 모든 것을 다채로운 사진과 영상 큐알을 곁들여 흥미진진하게 기술하고 있다. “메타버스가 그래서 뭘 바꾸는데?” “메타버스가 꼭 필요해?” “그래서 메타버스가 돈이 돼?”라는 질문들에도 친절하게 답할 수 있는 체계적인 질문과 답변을 하는 식으로 이 책을 썼다.



대기업들이 너도나도 메타버스에 뛰어들고 있는 지금, 엄청난 정보력과 기술력을 가진 상위 1% 기업들이 단순히 오락적인 요소만으로 메타버스에 주목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할까? 테크기업들도 “메타버스는 미래의 인터넷”이라며 메타버스 기업이 되겠다고 나선 지금 메타버스는 이미 우리 삶의 터전과 일상이 되고 있고, 앞으로는 무한한 기회와 가능성의 ‘현실’세계로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메타버스 입문자들이 그 세계를 미리 경험할 수 있는 통로가 될 것이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된다. 1장 ‘메타버스란 무엇인가?’에서는 메타버스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인지, 메타버스의 요소는 무엇인지를 살펴봄으로써 아직 모호한 메타버스의 정의를 다시 내려본다. 2장 ‘메타버스의 뿌리, 실감기술’에서는 완벽한 메타버스 세상을 만들기 위한 조건인 ‘실재감’이 어떻게 구현되는지, 실감기술을 비롯한 메타버스 기술들에 대해 알아본다. 3장 ‘메타버스를 주도하는 플랫폼’에서는 지금 시점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메타버스 세계로 항해하고 있는 플랫폼인 〈로블록스〉 〈제페토〉 〈포트나이트〉 〈마인크래프트〉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그리고 이들이 만드는 새로운 세상,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에 대해 이야기한다. 4장 ‘어떻게 메타버스에 올라탈 수 있을까?’에서는 기업, 기관, 정부까지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메타버스 플랫폼에 공간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메타버스를 제대로 이용하려면 어떤 점을 살펴봐야 하는지 알아본다. 그리고 개인이 메타버스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면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도 함께 설명한다. 5장 ‘메타버스 시대, 기업은 어떤 효용을 줄 것인가?’에서는 “메타버스 하면 뭐가 바뀌는데?”라는 이용자들의 질문에 기업은 어떻게 답해야 하는지, 그리고 신기술의 파도 속에서 기업은 일하는 방식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 알아본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라는 설명을 이미 한 바 있는 저자는 메타버스가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가상세계로 남아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메타버스가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세상이 되려면 가상의 요소도 중요하지만 현실의 요소들도 중요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구성과 유지 여부는 참여자들의 의지에 따라 달라진다. 물론 메타버스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 있기는 하겠지만, 이는 참여자들이 메타버스를 즐기기 위한 기술적인 지원에 집중될 것이다. 메타버스 세상 속으로 사람들을 끌어오고 락인(Lock-In)하는 것은 결국 참여자들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에 달렸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지금의 유튜브를 생각하면 된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유튜브는 플랫폼만 제공한다.

물론 영상 감상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각종 기능들을 제공하고, 또 업데이트하지만 결국 유튜브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유튜버(크리에이터)들의 노력 유튜버들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영상을 만들어 올리면 이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와서 시간을 보내고, 이처럼 메타버스가 참여자들을 꾸준히 붙잡아두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현실세계의 요소들인 것이다.

"지금 통용되는 아바타의 개념은 디지털로 구성된 가상세계에 만들어낸 또 다른 나의 모습입니다. 이런 아바타는 서비스에 따라 다양한 이름으로 불립니다. 많은 게임에선 캐릭터Character라고 불리고, [싸이월드]에서는 미니미(mini-me)라는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그러나 본질적으로는 모두 같은 개념입니다. 나의 의지에 따라 움직이는 나의 분신이죠.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는 아바타가 이용자의 역할을 대신하게 됩니다. 가상공간에서 또 다른 나로 꾸며지고, 사회를 구성하고 생활하게 되죠. 이용자는 아바타의 입을 빌려 대화하고, 자신의 의견을 피력합니다."(p.88)



저자는 또 VR 기기를 통해 가상세계를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 무엇보다 이용자를 현실세계로부터 차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현 시점의 하드웨어, 즉 VR 기기들은 현실과 이용자를 분리하고 몰입감을 높이는 데 기술이 집중되어 있어 VR 기기 대부분이 앞이 꽉 막힌 HMD 형태라고 언급한다. 눈과 귀를 완전히 가리는 형태의 기기를 뒤집어써서 물리 지구에서 얻게 되는 감각을 모두 차단하고 가상세계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최근에 출시된 VR 기기의 경우에는 전면부에 카메라를 장착한 경우도 있다. 이용자가 원할 때 헤드셋을 벗지 않고도 카메라를 통해 헤드셋 밖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장치다. 헤드셋 장착 시 이용자의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단점을 극복하기 위한 아이디어로 구현된 결과다.

"AR은 인간의 상상 속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는 메타버스 기술입니다. 특히 영화와 같은 각종 멀티미디어에서 AR 요소들이 첨단 기술로 묘사되며 등장했는데요, 예를 들면 영화 [킹스맨]에 등장한 특수요원들의 안경이 있습니다. 겉보기에는 영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커틀러앤글로스의 평범한 뿔테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 자체로도 멋들어진 안경입니다만, 착용자가 버튼을 한 번 누르면 현실 공간 위에 가상의 요소들이 펼쳐지죠. 적을 바라보면 렌즈 위에 적의 신상정보와 함께 무기 소지 여부가 출력되고, 킹스맨 비밀기지의 회의실에서 빈 의자를 바라보면 그곳에 없는 요원들의 모습이 홀로그램 형태로 나타납니다. 총 10명가량이 참석하는 회의이지만 실제 회의실엔 주인공 혼자만 앉아 있는 모습이 연출됩니다.(p.144-145)



메타버스가 일상화되면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속에서 사실상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게될 것으로 보인다. 지금 우리가 스마트폰을 달고 살 듯 가상세계에서 사는 것과 다를 바 없을 것이란 게 저자의 주장이다. 오래 사용하다 보면 현실과 가상이 구분이 안 되는 가상 세상과 현실의 세상이 하나가 되어 사는 세상은 꿈이 아니고 이미 온 현실이다.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생산활동은 새로운 직업의 탄생으로 이어집니다. 대표적으로 월드 빌더가 있습니다. 이들은 메타버스 플랫폼 안에서 열리는 컨퍼런스, 신입사원 교육, 채용박람회, 대학 축제, 선거 유세 등 많은 행사를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이들입니다. 오프라인 행사를 열 때 누가 사회를 보고, 의자는 어떻게 배치하고, 스크린은 어디에 설치할지 등을 고민하듯 메타버스 행사 역시 공간을 꾸며야 합니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이들이 월드 빌더, 메타버스 빌더, 혹은 메타버스 건축가들입니다. 특정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의뢰를 받고 주최측이 원하는 공간을 만들어주는 직업이죠."(p.264)

저자 : 이재원

한양대학교에서 역사학을 공부한 뒤 경제지 〈머니투데이〉 기자로 일하고 있다. 사회부와 정치부를 거쳐 현재는 미디어 스타트업 티타임즈TTIMES에서 동료들과 유튜브 채널 〈티타임즈TV〉를 운영하고 있다. 메타버스 산업, 반도체 산업, 실리콘밸리 혁신기업을 비롯해 세상의 변화를 소개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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