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하는 글쓰기
탁정언 지음 / 메이트북스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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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과 글쓰기의 공통점이 있다면 그것은 철저하게 자아를 들여다보는 것이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명상을 시작한 지 2년쯤 되었지만 아직 명상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글쓰기도 전문적으로, 전업 글쓰기는 시작도 못할 정도로 초보라고 생각한다. 아니 어쩌면 전업 작가로의 꿈을 버린 지 오래됐다. 글쓰기가 적성에 안 맞는 일이라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다시 말해 글쓰기만으로 먹고 살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작가의 꿈은 접었다.

그러나 명상은 생업을 위해 해야 할 일은 아니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돌아볼 때 도움이 되는 것 같아 꾸준히 하고 있다. 삶에 대해, 닥친 고난에 대해, 역경에 대해 돌아볼 필요가 있을 때는 명상을 하는 버릇이 들었다. 대부분 문제 해결에 직접적 도움이 되지는 않지만 기초 작업에는 도움을 준다는 생각 때문이다. 즉, 명상을 시작해 자신을 내려놓고 한참 생각을 하면 오래 걸리지 않고 무념(無念)의 상태로 들어간다. 가만히 지속적으로 앉아 있다보면 생각이 깨어 닥친 문제가 나로부터 비롯됐다는 결론에 이르면 문제 해결의 시작점으로 삼는다. 다행히 크고 작은 여러 문제들을 이렇게 해결하기도 했다. 명상의 효과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수행하는 분들처럼은 고차원적인 상태에 이르지는 못한다. 그래서 명상가가 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러나 명상을 통해 문제 해결을 한 이후부터 습관이 되어 하루 한 번 이상, 최소 5분 이상은 명상을 한다. 생활 습관처럼 하는 일이다.

 


 

이 책 『명상하는 글쓰기』는 명상과 글쓰기는 모두 내부 세계에 머물며 내면을 치밀하게 살펴야 하는 작업이라는 점을 공통적이라고 말한다. 반사적이고 무의식적으로 반응하기 쉬운 말과 달리, 글은 의식 상태로 쓰기 마련이다.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고 알아차릴 수 있는 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이 같은 글쓰기의 상태가 바로 명상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점에 착안한 것 같다. 매우 적절한 비교다. 명상이나 글쓰기는 스스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깨어 있는 상태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나를 ‘나’로 부르기를 경계한다. 유명 카피라이터이자 베스트셀러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 탁정언은 치열한 업계에서 버티고 살아남으며 여러 고질병과 나쁜 습관을 몸에 새기게 됐다고 한다. 그리고 위기 상태에 이르러서야 자신에게 가장 익숙한 글쓰기로 명상을 통해 치유를 경험했다는 것. 음식, 담배, 알코올을 조절할 수 있는(끊을 수도 있는) 상태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를 저자는 주도권을 가지게 되었다고 표현한다. 또 불면증, 틱, 엄살, 게으름 그리고 에고로부터 자유로워졌다는 치유 효과를 말하기도 한다. 마음의 허상인 에고가 ‘나’인 줄 알고 그것이 이끄는 대로, 마음이 휘두르는 대로 위태롭게 살아왔음을 알아차리는 삶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그 삶의 과정을 그리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소설처럼 단숨에 읽힐 정도로 문장도 좋다.

 


 

이 책에는 ‘나’라는 존재에 대한 동서양 선각자들의 깨달음과 가르침, 현대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들이 다양하게 담겨 있다. 책에 따르면 놀랍게도 그들 모두가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시공간을 초월하고 종교와 문화권을 불문한 그들은 ‘나’를 경계로 외부세계와 내부세계가 나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부세계가 외부세계보다 더 거대하기에 명상을 통해 에고를 알아차리고 ‘참나’가 살고 있는 내부세계를 보는 법을 배웠다. 이에 따라 저자는 이 책에서 명상하는 글쓰기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구체적인 작법을 제시하고 있다.

쓰기를 위한 문법과 수사법, 글을 쓰는 노하우 등 바로 글쓰기에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이 가득하다. 또 무엇을 쓸 것인가라는 질문에도 답을 내놓는다. 바로 지금 고개만 돌리면 쓸거리가 무한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가부좌명상 등 전통적인 명상법이 맞지 않아 힘들었던 사람이나 감정에 휘둘리는 사람, 스스로를 괴롭히는 사람 등 내면의 성찰이 필요한 사람이라면 읽어볼 것을 추천한다. 이와 함께 작가를 마음에 두고 글쓰기를 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간단하면서도 효과적인 ‘명상하는 글쓰기’를 통해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임으로써 마음속 두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평온에 이르게 될 것으로 믿는다.

 


 

저자는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키워드는 '자아'이다. 자아 중에서도 이기적 자아라고 하는 '에고(ego)를 말한다. 이 에고를 버리는 것이 명상의 기본이고, 이 에고를 버리는 언어가 '나'를 강조하지 않는 것이라 주장한다. 즉 '나'와 '나의 것들' 사이에 '~에 대해서' '~에 대한'이라는 구절을 끼워 넣으라고 설명한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나의 것' 혹은 '내 것'이라는 말을 남발하며 산다. '나의 몸' '나의 마음' '나의 생각' ' 나의 사랑' '나의 사람' '나의 강아지' '나의 고양이' '나의 장미꽃' 나의 아들' '나의 아파트' '나의 친구' 등 '나' 가까이 있는 것들에 '나의'를 갖다 붙인다. 그리고 애착을 하고 집착을 한다. 이 집착을 없애라는 것이 저자의 요구다. 그것이 '명상하는 글쓰기'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알아차림 글쓰기는 가능하면 주어와 서술어로, 다시 말해 명사(주어)와 동사(서술어)로 시작해야 도움이 된다. 물론 주어와 서술어 사이에 목적어를 넣어도 좋다. 그러면 감정으로부터, 특히 우리의 삶을 불편하게 만드는 낮은 감정의 에너지장에 물들지 않게 된다.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로 글을 쓸 때 복잡한 생각을 정돈하고, 자신에게서 한발 떨어져서 스스로 객관화하고, 몰입할 수 있다."(p.200)

 


 

이와 함께 저자는 글쓰기의 두 번째 방법으로 '나'라는 말을 아예 사용하지 않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은 첫 번째 방법이 익숙한 이후에 사용하면 좋다고 말한다. 명상하는 글쓰기에서 '나'라는 단어를 아예 사용하지 않고 없애버리는 것이다. '나'라는 주체가 없으니 글이 좀 이상해지고, 따라서 글이 잘 써지지 않을 수도 있다. 좀 이상하더라도 '나' 없이 글을 쓴다. '나'가 없어서 도무지 글이 안 된다면, 이 책에서 언급한 대로 '나'를 3인칭으로 '그' 혹은 '그녀'라고 지칭해도 좋다는 것이다. 철저하게 나(에고)를 없애려고 하는 방법으로 보인다.

글에서 '나'라는 에고가 사라지거나 축소되면 에고가 집착하기 좋아하는 잡념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된다. 저자는 이어 명상하는 글쓰기에서 '나'라는 말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 의외로 변화가 빨리 올 수 있다. 저자는 "나라고 하는 자아를 보호하는 데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은 외적인 조건이 위협적이 될 때 쉽사리 좌절하며 정신적 공황으로 인해 해야 할 것을 한지 못한다"는 미하이 칙센트미하이의 말(『몰입』, p.177)도 인용한다. 하지만 에고가 축소되면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다. 에고가 작아진 만큼 외부의 위협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고 변화할 수 있는 내면의 공간이 커지기 때문이다. 에고가 집착하기 좋아하는 생각들에 빠져서 문제를 푸느라 불면증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저자 : 탁정언

 

고려대학교 노문과에서 러시아문학을 전공하였으며, 졸업 후 대기업에 입사하여 잠시 근무하다 1985년 MBC 애드컴 카피라이터로 전직하였다. 그 후 광고 마케팅 분야에서 명성을 쌓은 카피라이터로, 1987년 제22회 소설문학 신인상에 단편소설 「코」가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한 작가이기도 하다. 이후 「피사육기 혹은 창작기」, 「이빨」, 「우리들의 회색인」, 「겨울에도 꽃은 핀단다」 등을 발표하였다. 김병익 선생, 김원일 선생으로부터 “군더더기 없이 잘 다듬어진 문장으로 제 몫을 챙겨나갈 역량 있는 작가”로 평가받았고, 박완서 선생으로부터 “통속적인 얘기가 재미있게 읽히며 심각성까지 획득하는 독특한 서술방법”의 작가라는 평을 받았다.

발군의 기획력을 인정받아 초고속 승진을 거듭하다가 1972년 프리랜서 카피라이터로 독립한 이후 지금에 이르기까지 광고, 마케팅, 홍보, 영화, 방송, 출판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면서 컨셉에 정통한 컨셉츄얼리스트로 성장하였다. 그는 컨셉에 정통한 능력만으로도 다종다양한 기획프로젝트를 현장에서 진두지휘해 온 컨셉츄얼리스트이다. 저서로는 『기획의 99%는 컨셉이다』『일하면서 책쓰기』『매일 사표쓰는 남자』,『죽이는 한마디』,『컨셉의 연금술사』등이 있으며, 숙명여자대학교 홍보광고학과 겸임교수, 한겨레교육문화센터 전담 강사로 강의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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