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
서수연 지음, 유희진 그림 / 아몬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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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디지털화되며 점점 빨라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산업의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침으로써 제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로 이미 진입한 느낌이다. 디지털 세대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사회 문화적 변화에 아날로그 세대는 이젠 직업마저 잃을 우려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늘어남으로써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직업 없이 노년 생활을 안락하게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의 속도를 주체인 인간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학자들은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디지털 산업이 가속화한 지 불과 20년도 안 되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산업 구조가 바뀌니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직업마저 없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상태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젊은 세대들은 맞춰가기는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날로그 세대는 겨우 스마트폰의 기본적 사용법을 익히자마자 본격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는 느낌에 이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특히 정신적인 면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우울증은 물론 불면증, 공포심의 지속으로 공황 장애 등 이젠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적절한 수면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명 활동에 필수적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에너지 발산도 안 되고 신체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불면증은 쉽게 고치기 힘든 병이다.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완전히 장악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잠을 억지로 안 자면 신체적 활동이 불가능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기 때문에 각종 고문을 다 견뎌도 잠을 안 재우는 고문에 견디는 사람은 없다고까지 알려져 있다. 이 책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은 육아와 엄마의 '잠' 문제를 다룬다.

세상의 대부분 엄마는 출산하면 아기를 먹이고 재우는 일을 혼자 오롯이 떠맡고 있다. 아기가 제대로 잠을 자야 엄마도 제대로 잘 수 있다. 반대로 아기가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엄마들은 아기들을 재우고 잠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상태로 육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양문화권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육아를 엄마가, 특히 젖을 먹는 동안의 육아는 엄마가 모든 일을 떠맡아 하기 때문에 엄마들이 더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아기들의 잠 습관은 각기 다르며 엄마는 아기들의 생체 리듬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규칙적 생활을 하기 어렵다. 육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힘들다. 여성과 남성의 생체 리듬도 다르다고 한다. 아기 때도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어렸을 때는 여아가 남아보다 더 오래 잘 자며, 소아 불면증 유병률은 남아가 더 높다. 그렇지만 11살 무렵부터 모든 것이 전복된다. 11살쯤 시작되는 초경과 함께 여성의 불면증 유병률은 남성을 역전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면증 유병률이 1.5배 더 높으며, 잠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저자 서수연은 아기의 잠과 엄마의 잠과의 관계 및 영향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기와 엄마의 잠에 대한 건강한 상식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수면심리학자로서 인터넷에서 떠도는 아기 엄마의 불면증과 건강한 잠에 대한 정보가 잘못된 점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건강한 엄마의 잠과 건강한 육아를 위해 제대로 알리고, 실천함으로써 건강한 육아를 통해 엄마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집필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수면의 성별 차이는 비단 생물학적 이유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찬란한 인생을 꿈꾸던 여성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 포기 목록 상위권에는 (아무도 그럴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던) ‘잠’이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엄마에게도 잠을 잘 잘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스탠퍼드 대학교 수면클리닉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후 오로지 수면 연구에 천착해온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 성신여자대학교 서수연 교수가 쓴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면을 주제로 한 책이 많지도 않았거니와 대부분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경험적 방법론에 의존해왔다면, 이 책에는 수면의학과 뇌 과학,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수면심리학자가 엄선한 안전하고 입증된 ‘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수면연구자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느낀 고충과 경험을 풀어놓으며 지금까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엄마의 잠, 여성의 잠’에 관해 친절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엄마의 잠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잠을 자는 코슬리핑 문화가 남아 있다. 이 시간에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류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아이의 독립적인 수면,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 수면 교육 책이 많고 인터넷에 ‘수면 교육’을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왜 이 책을 굳이 읽어야 할까? 이 책에는 한마디로 아이의 잠(뿐 아니라 수면 전반)에 관해 ‘검증되고 입증된’ 내용이 담겨 있다. 수면 교육에 있어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보인 ‘신생아 때부터 수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에 관해 저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수면 교육은 아이가 ‘자기 진정 능력’을 갖추는 6개월 이후부터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p.197) 책에는 또한, 아이 수면 교육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가득하다. 예를 들어 아이의 수면 성격을 분석하는 법(p.168)이나 백일의 기적이라 부르는 것의 과학적인 근거(p.177), 소거를 활용한 세 가지 수면 교육법(p.197)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면 교육을 시도할 때마다 빠지게 되는 함정 ‘수면 교육이 아이 정서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미신적 명제를 연구 결과를 들어 꼼꼼히 격파한다.(p.213) 책은 말한다. 아이가 백일이 될 때까지 부모는 밤에 기저귀를 갈고 졸면서 밤 수유를 하고 낮엔 몸에 카페인을 부으며 하루하루 수면 부족에 시달리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아이의 몸은 열심히 일하며 수많은 작은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지금 아이는 낮과 밤을 구분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학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과학은 ‘시간이 지나면 아이도 잘 자게 될 것’이라는 맥 빠지는 조언보다 더 깊은 위로를 주고, ‘아이 그렇게 재우다간 애 성격 버린다’는 듣기 싫은 핀잔을 물리칠 무기가 되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불안을 저 멀리 달아나게 하고 마침내 안심시켜준다. 우리의 낮과 밤이 연결되어 있다는 간명한 원리를 떠올려본다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허지원 교수는 추천사(뒷표지)를 통해 “수면 연구의 대가가 엄마의 언어와 그림들로 들려주는 책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삶의 적어도 3분의 1만큼은 가장 알맞은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뉜다. 1부 ‘엄마의 잠’에는 ‘엄마가 잘 자야 아이도 잘 잔다’는 지당하지만 놓치기 쉬운 명제를 기초로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잠을 잘 자야하는 이유(p.39), 잠을 잘 자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p.49), 아이가 생긴 뒤 변하게 되는 밤잠(p.59)과 낮잠(p.69), 불면증의 원리(p.79), 잠이 안 올 때 할 수 있는 것들(p.93) 등 엄마의 수면에 관한 모든 것을 소상히 담았다.

특히 ‘잠을 잘 자려면 침대에 누워 있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마다 필요한 잠의 양, 꿀잠 수치가 다르므로 책에 실린 계산법을 활용해 본인의 꿀잠 수치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잠을 잘 방법을 안내한다.(p.107) 뿐만 아니라 긴장감이 심해서 잠을 잘 수 없을 때나 생각이 많아서 잠을 잘 수 없을 때 ‘침대를 잠만 자는 공간’으로 재인식하게 만드는 과학적인 원리도 소개한다.(p.119)

 


 

2부에서는 아이의 잠에 관한 근거 있는 해법을 다룬다. 이는 ‘아이의 잠 문제’가 ‘엄마의 컨디션’에 직결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2부 ‘아이의 잠’에서 저자는 ‘부모는 아이의 애착인형이 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인터넷에 떠다니는 잘못 알려진 수면 교육법을 바로잡고(p.195) 아이의 수면 성격 파악하는 법(p.167), 백일의 기적을 좀 더 일찍 맛볼 수 있는 노하우(p.175), 아이의 밤잠(p.223)과 낮잠(p.233)을 잘 재우는 전략 등을 다룬다.

뿐만 아니라 너무 늦게 자는 아이p.(269), 악몽 꾸는 아이(p.259), 밤에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p.247)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대처 방안도 담았다. 대한수면학회 회장 정기영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저자는 아이가 잘 자려면 우선 엄마부터 잠을 잘 자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매우 일리 있고 현명한 생각”이라며 “비행기에서 비상시에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뒷표지) 또 “밤마다 아이를 재우느라 고생하는 엄마 그리고 예비 엄마의 밤이 행복해지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며 아이의 잠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저자는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여성의 수면을 다룬다면, 그림책 『잠이 오는 이야기』로 꾸준히 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그림 작가 유희진이 각 장별로 엄마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이야기를 그렸다. 과학자의 냉철하지만 친절한 글과 그림 작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삽화가 어우러진 책이다.

 

저자 : 서수연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을 어떻게 자는지에 따라 나머지 3분의 2가 결정된다고 믿는 수면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전문가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임상심리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 러시 의과대학에서 심리 레지던트를 수료한 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수면클리닉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지금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행동과학과 심리치료(BEST) 연구실을 운영하며 여성 과학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로 ‘오로지’ 수면만을 연구하며 국내외 연구 논문을 100편 이상 발표한 수면덕후다. 약을 먹지 않고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학적 치료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정신 건강과 영유아 수면 문제 개선에 관심이 많다. 쉬는 날에는 주로 두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지은 책으로 《사례를 통해 배우는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심리학의 이해(공저)》, 《밤의 심리학(공저)》 등이 있다.

 

그림 : 유희진

따뜻했던 순간, 기억하고 싶은 말들, 머물다 간 생각을 그린다. 그림책 《잠이 오는 이야기》를 쓰고 그렸고 《부모는 관객이다》에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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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만든 집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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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일곱에 집을 유산으로 받고 주인이 된 경주는 할아버지와 할머니, 자신의 질서가 녹아 있는 집을 지키겠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삼촌을 필두로 집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속셈을 품고 경주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경주는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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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만든 집 우리학교 소설 읽는 시간
박영란 지음 / 우리학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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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 『나로 만든 집』은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어린애 같은 어른들과 모두의 질서를 아우르는 어른 같은 아이의 이야기다. 저자는 외롭고 가난한 인물들을 보듬는 『한밤의 편의점』, 조금 이상한 각자가 모여 우리가 되는 『게스트하우스』 등 특별한 공간으로 이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온 박영란 작가다. 그가 이번에는 ‘이층집’의 문을 열었다. 제목부터 호기심을 자아내는 『나로 만든 집』은 낡은 이층집을 배경으로, 열일곱 살에 집주인이 된 아이가 겪는 위기와 고난, 성장을 담은 작품이다.

담백하면서도 여운이 남는 작가 특유의 문체를 통해, 점점 고조되는 불안과 긴장 속에서도 자신만의 질서를 지켜 나가려 애쓰는 한 아이의 고군분투가 펼쳐진다.

 


 

이 이층집은 5월이면 꽃향기를 뿜어내는 라일락이 정원 한쪽에 군락을 이루고, 할머니의 계획에 따라 퍼즐 조각처럼 자잘하게 구역이 나뉜 텃밭이 자리하고, 자라나는 경주의 꿈이 되어 준 형광 별이 작은방 천장에 붙어 있는 집이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경주의 질서가 구석구석에 배어 있는 집이 이제는 오롯이 경주의 소유가 되었다. 열일곱 살에 주인이 된 경주는 이제 자신만의 질서를 지키기 위해 어른이 되기로 마음먹는다. 경주는 나이는 어리지만 건장하고 뼈대가 굵어서 만만해 보이지 않는 외모가 스스로 생각하는 장점이 있다. 어른들과 대화할 때 나오는 말투는 딱딱하기 그지없다. “집은 안 팝니다.” 그해 여름, 경주가 가장 많이 입에 올린 말이다. 꼭 필요한 말과 행동을 단호하고 분명하게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보호자였던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유산으로 받은 집을 경주가 홀로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어떻게든 집을 팔아 버리려는 어른들 사이에서, 경주는 할아버지의 유언대로 이층집을 지키겠다고 결심한다.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신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에 자란 경주는 두 분마저 돌아가시자 이층집에 홀로 남는다. 그러나 삼촌을 필두로 가족들은 집을 팔아 한몫 챙기려는 속셈을 품고 경주를 찾아오기 시작한다. 어른들의 설득과 회유, 협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버티는 경주는 끝까지 자신의 집을 지킬 수 있을까? 이 소설이 긴장감을 갖고 끝까지 끌고 가는 힘이 되어 준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집을 손녀에게 물려준 것은 어린 손녀에 대한 마지막 보호 버팀목이었다. 자신이 피해자라고 우기면서 어느새 가해자로 돌변해버린 인물,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줄곧 돈을 내놓으라며 생떼를 썼던 사람, ‘삼촌’으로부터 경주를 보호하기 위해 집을 유산으로 경주에게 남겼다. 어린애처럼 말하고 행동하지만 무섭도록 끈질긴 삼촌으로부터 집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삼촌의 운명과 경주의 운명을 떼어놓는 게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목적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권리를 분명히 알릴 줄 알아야 한다는 조언을 집과 함께 경주에게 남겼다. 경주는 절대 피해자가 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당당하게 홀로 서기 시작한다.

 


 

아직 할머니의 죽음을 견디기에도 힘든 경주에게 삼촌은 집을 팔자고 강요하고 윽박지르며 졸라대기도 한다. 그런 삼촌에게 경주는 때로 실망하고, 때로 절망하며, 때로 두려움을 느낀다. 자신을 어리숙한 아이로 여기며 무조건 우기기보다는 이성적인 태도로 설득해 주기를 바라기도 한다. 할아버지의 인생이 녹아 있는 유언을 삼촌이 함부로 평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으려고 마음을 굳게 먹기도 한다.

집을 팔기 위해 애쓰는 어른들은 경주를 포함한 아이들에게 ‘어린 게 뭘 아느냐’고 윽박지른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면에 숨은 어른들의 사정을 살펴보고, 이해하려 애쓴다. 각각의 질서가 충돌하는 한복판에서, 아이들은 눈물과 두려움을 삼키며 세상의 질서를 배우는 동시에 자신만의 질서를 쌓아 나간다.우리 일상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 어린 소녀에게 초점을 맞춘 데다 어른들의 얄팍한 돈 욕심에 대해 경종을 울리려는 저자의 의도가 짙게 깔려 있어 독자들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너 몇 살이야?”

삼촌이 갑자기 나이를 들먹거렸다. 무슨 의도로 꺼낸 말인지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망설이지 않고 이렇게 답했다.

“물려받은 유산은 지킬 줄 아는 나이입니다.”(p.48)

 

그러고 보니 스스로가 너무 어른처럼 느껴졌다. 내가 둘인 것만 같았다. 어른인 나와 미성년자인 나, 그 둘 사이에서 혼란스러웠다. 그렇지만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어른이 되는 쪽을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선택한 쪽에 걸맞게 말하고 행동해야 했다.(p.171)

 

저자 : 박영란

 

경상북도 영양에서 태어나 열두 살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다.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예창작전문가과정을 수료했고, 영문학을 공부했다. 장편 『서울역』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을 받았다. 소설집 『라구나 이야기 외전』, 장편소설 『쉿, 고요히』(『나의 고독한 두리안나무』 개정판), 『영우한테 잘해 줘』, 『서울역』, 『못된 정신의 확산』, 『편의점 가는 기분』, 『게스트하우스 Q』, 『다정한 마음으로』, 『가짜 인간』, 동화 『옥상정원의 비밀』 등을 펴냈다. 마음이 쓰이는 곳에 내 소설 역시 머물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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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 - <달빛천사> 성우 이용신의 첫 번째 에세이
이용신 지음 / 푸른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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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매한 재능을 온전한 재능으로 바꾸는 마법 같은 시간이 당신의 인생에 반드시 주어지길.” 늘 캐릭터의 뒤에서 모습을 감춘 채 연기해온 성우 이용신이 ‘진짜 목소리’를 들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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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 - <달빛천사> 성우 이용신의 첫 번째 에세이
이용신 지음 / 푸른숲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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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 『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의 주제는 제목만을 따로 떼놓고 본다면 청춘들의 러브스토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달달한 로맨스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꿈과 도전을 통해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도전기'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의 목소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타고난 목소리는 도전을 구체화 해주는 도구일 뿐 '운명'도 아니고 '삶의 성공 요인'도 아니다. 저자 이용신은 지난 2004년 방영한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에서 주인공 루나(풀문) 역을 맡으며 90년대생들에게 보석 같은 추억을 선물한 성우다.

저자는 〈달빛천사〉를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간 〈캐릭캐릭 체인지〉, 〈짱구는 못 말려〉,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수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으며 쉬지 않고 대중에게 행복을 전해왔다. 독자들은 성우 이용신의 발자취를 성우로서는 확인 가능하지만 그가 도전하고 발전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과정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그가 잊히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오늘의 자신을 만든 요인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도전 의식을 가지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해온 이용신의 진짜 목소리가 이 책을 통해 공개된다. 지금 바로 '목소리의 마법'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수없이 많은 ‘최초’ 타이틀을 가진 성우이다. 성우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오리지널 정규 앨범 발매하였다. 또, 성우 최초로 프로 성우들을 위한 온라인 보이스 플랫폼 ‘올보이스’를 론칭했으며,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해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후 유튜브 채널 〈이용신TV〉를 통해 크리에이터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클래스101’을 통해 성우 최초로 온라인 클래스를 개설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의 시작을 지난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 축제에서 벌어진 뜻밖의 광경을 끄집어낸다. 인기 연예인이 아닌 종영한 지 무려 15년이 지난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성우 이용신이 초청 가수 1순위로 섭외되어 무대에 올랐다.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 거야~!” 관객 모두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추억을 소환해낸 무대는 온ㆍ오프라인에서 눈물바다를 이루며 연일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당사자인 이용신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역주행이었다. 이 무대를 통해 〈달빛천사〉 세대의 목소리를 들은 이용신은 이에 화답하듯 새로운 역사를 쓴다.

 


 

그동안 정식 음원이 출시된 적 없던 〈달빛천사〉 OST의 정식 발매를 위해 시도한 크라우드 펀딩이 국내 역대 최고 모금액을 경신한 것이다. 무려 7만여 명의 후원자가 모였다. 첫 방영으로부터 15년이 지났음에도 잊히기는커녕 오히려 선명해진 이 기억을 두고 저자 이용신은 “목소리의 마법”이라 부른다. 이용신이 그토록 도전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애매한 재능’을 ‘온전한 재능’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장인 정신을 가지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해도 괜찮지만, 애매한 재능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언제나 실패에 대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좇아 더 넓은 분야에 도전하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처음부터 성우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목소리만을 믿고 수많은 직업을 경험한 끝에 성우가 된 자신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용신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수십 년간 계속해서 일기를 써온 이유다. 실패와 좌절이 찾아올 때면 그는 언제나 일기장을 펼쳐 자신과 대화를 나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서 타인의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끝에, 부족하나마 최선의 선택을 해낼 수 있었다고 밝힌다.

 


 

지금은 성우로서 역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도 처음부터 성우가 되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지만 되돌아오는 반응은 “개성이 부족하다.” “목소리만 예쁘다.” 하는 매몰찬 평가였다. 그래도 가수가 되지 못한다고 모든 게 끝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이용신은 ‘가수’라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특별한 장점인 ‘목소리’를 좇았다.

그렇게 CM송 가수, TV프로그램 MC, 쇼핑 호스트 등 목소리를 활용해 일할 수 있는 숱한 직업을 경험한 끝에야 비로소 성우로 정착하였다. 시도가 많은 만큼 실패도 많았지만 그는 앞선 경험 덕분에 성우가 될 수 있었다며, “실패의 경험치는 비슷한 실패를 맛보았을 때 완충제 역할을 해줬다”고 말한다. 성우가 된 이후로 이용신은 그 어떤 성우보다 과감하게 먼저 발을 내딛었다. 성우 최초 정규앨범 발매, 최초 단독 콘서트 개최, 최초 보이스 플랫폼 론칭, 최초 크라우드 펀딩 달성, 최초 유튜브 진출, 최초 온라인 클래스 개설 등 수많은 성과를 모두 인생의 지향점을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에 두었기에 거둘 수 있었다. 이 책 『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를 통해 수많은 실패를 거쳐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가진 명실상부 업계 파이오니어로 우뚝 선 이용신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성우가 되기 전까지 ‘목소리’ 하나만을 믿고 경유한 경로를 되돌아본다. 가수의 꿈을 키우던 학창 시절을 거쳐 광고 성우, CM송 가수, TV프로그램 MC, 쇼핑호스트 등을 찾아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잡아온 이용신은 오히려 ‘애매한 재능의 저주’가 자신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천재적인 재능이 없는 탓에 어느 한 곳에서 실패해도 얼른 다시 일어나 또 다른 기회를 향해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거듭되는 실패로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좌절하기도 했다. 2부에서는 좌절을 딛고 일어나 3년 만에 투니버스 공채에 재도전, 정식 성우가 되어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펼쳐진다. 〈달빛천사〉의 루나로 발탁되어 그토록 꿈꾸던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극적인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은 그이지만 이면에는 아픔이 있었다. 팬과 함께 늘어난 안티팬에게 받은 비난, 동료와 선배들의 은근한 눈초리, 그리고 끝내 찾아온 성대 결절까지. 이를 극복하게 도와준 것 역시 일기, 자신과의 대화였다.

 


 

그리고 3부에는 쉬지 않고 달려온 20년 차 선배 성우로서 성우 지망생들을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담았다. AI 성우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오늘날 살아남는 성우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그간 출간되어 온 실용서에서는 살펴볼 수 없던 성우로 생활하며 느끼게 될 실질적인 고충과 제언을 확인할 수 있다. 〈남녀탐구생활〉 성혜정 성우의 추천대로 “특히, 성우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필독서” 역할을 톡톡히 해줄 부분이다.

마지막 4부에는 결혼과 출산 이후 찾아온 슬럼프를 딛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지금을 이야기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한 두 아이를 얻었지만 시장은 야속하게도 일류 성우였던 그조차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프로 성우와 클라이언트를 직접 연결해줄 보이스 플랫폼을 만들고, 유튜브를 개설하여 18만여 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등 입지를 스스로 개척해낸 지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달빛천사〉 OST 펀딩과 전설이 된 이화여대 축제 공연의 뒷이야기도 공개된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신을, 자신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팬들에게 “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를 전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용신에게 팬들은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성우로 활동해온 지난 20여 년간 활동을 멈춘 적이 없다. 이 에세이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세상 앞에 내어놓은 것이다. 본문에 저자가 그동안 적어온 실제 일기를 20여 장 삽입하여 독서의 몰입감을 높였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도전하려는 독자에게 실제 유용한 참고가 되어줄 것이다. 이렇듯 일기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에는 애매한 재능을 온전한 재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저자 : 이용신

 

대한민국의 대표 노래하는 성우. CM송 가수, TV프로그램 MC, 쇼핑 호스트 등 ‘목소리’로 일하는 여러 직종을 경험하고 2003년 투니버스 5기 공채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성우 생활을 시작했다. 성우로 공식 데뷔하기 전 이미 초코파이 CM송으로 대중들에게 목소리를 알렸고, 현재까지 20여 년간 〈달빛천사〉 루나와 풀문, 〈캐릭캐릭 체인지〉 아무, 〈짱구는 못 말려〉 채성아 선생님, 〈리그 오브 레전드〉 아리 등 다양한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으며 정상급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 대동제 무대에 올라 〈달빛천사〉를 보고 자란 ‘달천이’들의 추억을 15년 만에 소환해 목소리에 깃든 마법 같은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오늘도 계속해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며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는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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