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
서수연 지음, 유희진 그림 / 아몬드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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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는 디지털화되며 점점 빨라지고 복잡해지고 있다. 제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디지털 산업의 엄청난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침으로써 제 4차 산업혁명의 한가운데로 이미 진입한 느낌이다. 디지털 세대도 따라가기 쉽지 않은 사회 문화적 변화에 아날로그 세대는 이젠 직업마저 잃을 우려로 스트레스가 엄청나다.

의학의 발달로 평균 수명이 '100세 시대'라고 할 만큼 늘어남으로써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어 직업 없이 노년 생활을 안락하게 지속하기 어렵게 됐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진 대로다.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변화의 속도를 주체인 인간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의 단계에 진입했다고 학자들은 공통된 견해를 보이고 있다. 21세기 들어서면서 디지털 산업이 가속화한 지 불과 20년도 안 되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산업 구조가 바뀌니 디지털에 익숙하지 못한 아날로그 세대에게는 직업마저 없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상태에 처하게 된 것이다. 그나마 젊은 세대들은 맞춰가기는 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날로그 세대는 겨우 스마트폰의 기본적 사용법을 익히자마자 본격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진입했다는 느낌에 이중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고 하지만, 특히 정신적인 면에 가장 큰 부담을 주는 것 같다. 우울증은 물론 불면증, 공포심의 지속으로 공황 장애 등 이젠 익숙한 단어가 되어버린 듯하다.

 


 

적절한 수면은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의 생명 활동에 필수적이다.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에너지 발산도 안 되고 신체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기가 어려워진다. 그래서 불면증은 쉽게 고치기 힘든 병이다. 인간의 정신적 활동을 완전히 장악해버리는 것이다. 실제로 잠을 억지로 안 자면 신체적 활동이 불가능하고 정신적으로도 피폐해지기 때문에 각종 고문을 다 견뎌도 잠을 안 재우는 고문에 견디는 사람은 없다고까지 알려져 있다. 이 책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우는 책』은 육아와 엄마의 '잠' 문제를 다룬다.

세상의 대부분 엄마는 출산하면 아기를 먹이고 재우는 일을 혼자 오롯이 떠맡고 있다. 아기가 제대로 잠을 자야 엄마도 제대로 잘 수 있다. 반대로 아기가 잠을 제대로 못 자면 엄마들은 아기들을 재우고 잠에 들어야 하기 때문에 잠이 부족한 상태로 육아를 지속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동양문화권에서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육아를 엄마가, 특히 젖을 먹는 동안의 육아는 엄마가 모든 일을 떠맡아 하기 때문에 엄마들이 더 힘들고 어려운 환경에 처할 수밖에 없다. 아기들의 잠 습관은 각기 다르며 엄마는 아기들의 생체 리듬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규칙적 생활을 하기 어렵다. 육체적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면에서도 힘들다. 여성과 남성의 생체 리듬도 다르다고 한다. 아기 때도 마찬가지다. 연구에 따르면 어렸을 때는 여아가 남아보다 더 오래 잘 자며, 소아 불면증 유병률은 남아가 더 높다. 그렇지만 11살 무렵부터 모든 것이 전복된다. 11살쯤 시작되는 초경과 함께 여성의 불면증 유병률은 남성을 역전한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불면증 유병률이 1.5배 더 높으며, 잠 때문에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 그리고 죽을 때까지 이 차이는 좁혀지지 않는다.

 


 

저자 서수연은 아기의 잠과 엄마의 잠과의 관계 및 영향 그리고 궁극적으로 아기와 엄마의 잠에 대한 건강한 상식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이 책을 썼다. 저자는 수면심리학자로서 인터넷에서 떠도는 아기 엄마의 불면증과 건강한 잠에 대한 정보가 잘못된 점이 많은 것을 발견하고 놀랐다고 한다. 건강한 엄마의 잠과 건강한 육아를 위해 제대로 알리고, 실천함으로써 건강한 육아를 통해 엄마의 건강이 나빠지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집필했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수면의 성별 차이는 비단 생물학적 이유로만은 설명되지 않는다. 한때는 무한한 가능성을 안고 찬란한 인생을 꿈꾸던 여성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며 삶의 많은 부분을 포기한다. 그리고 그 포기 목록 상위권에는 (아무도 그럴 것이라고 알려주지 않았던) ‘잠’이 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엄마에게도 잠을 잘 잘 권리와 의무가 있음을 알려주는 최초의 책이다. 이 책은 스탠퍼드 대학교 수면클리닉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은 후 오로지 수면 연구에 천착해온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 성신여자대학교 서수연 교수가 쓴 첫 번째 책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면을 주제로 한 책이 많지도 않았거니와 대부분 과학적인 근거보다는 경험적 방법론에 의존해왔다면, 이 책에는 수면의학과 뇌 과학, 심리학 이론을 바탕으로 수면심리학자가 엄선한 안전하고 입증된 ‘잠 이야기’가 담겨 있다. 또 수면연구자 이전에 두 아이의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느낀 고충과 경험을 풀어놓으며 지금까지 누구도 관심 갖지 않았던 ‘엄마의 잠, 여성의 잠’에 관해 친절하고 체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엄마의 잠에 문제가 생기는 근본적인 이유는 뭘까? 우리나라는 특히 아이와 부모가 함께 잠을 자는 코슬리핑 문화가 남아 있다. 이 시간에 아이와 정서적으로 교류를 하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포기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문화는 아이의 독립적인 수면,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의 잠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기존에 수면 교육 책이 많고 인터넷에 ‘수면 교육’을 검색하면 정말 다양한 정보들이 넘쳐나는데, 왜 이 책을 굳이 읽어야 할까? 이 책에는 한마디로 아이의 잠(뿐 아니라 수면 전반)에 관해 ‘검증되고 입증된’ 내용이 담겨 있다. 수면 교육에 있어 대표적으로 잘못된 정보인 ‘신생아 때부터 수면 교육을 해야 한다’는 내용에 관해 저자는 단연코 ‘아니’라고 말한다. 수면 교육은 아이가 ‘자기 진정 능력’을 갖추는 6개월 이후부터 천천히 진행해야 한다는 것이다.(p.197) 책에는 또한, 아이 수면 교육에 즉각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정보도 가득하다. 예를 들어 아이의 수면 성격을 분석하는 법(p.168)이나 백일의 기적이라 부르는 것의 과학적인 근거(p.177), 소거를 활용한 세 가지 수면 교육법(p.197) 등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수면 교육을 시도할 때마다 빠지게 되는 함정 ‘수면 교육이 아이 정서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미신적 명제를 연구 결과를 들어 꼼꼼히 격파한다.(p.213) 책은 말한다. 아이가 백일이 될 때까지 부모는 밤에 기저귀를 갈고 졸면서 밤 수유를 하고 낮엔 몸에 카페인을 부으며 하루하루 수면 부족에 시달리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고. 아이의 몸은 열심히 일하며 수많은 작은 변화를 통해 성장하고 있음을. 지금 아이는 낮과 밤을 구분하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첫 학습을 하고 있다는 것을.

과학은 ‘시간이 지나면 아이도 잘 자게 될 것’이라는 맥 빠지는 조언보다 더 깊은 위로를 주고, ‘아이 그렇게 재우다간 애 성격 버린다’는 듣기 싫은 핀잔을 물리칠 무기가 되어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엄마의 잠 걱정을 잠재운다. 그리고 무엇보다 엄마가 안고 있는 근본적인 불안을 저 멀리 달아나게 하고 마침내 안심시켜준다. 우리의 낮과 밤이 연결되어 있다는 간명한 원리를 떠올려본다면, 이 말의 의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부 허지원 교수는 추천사(뒷표지)를 통해 “수면 연구의 대가가 엄마의 언어와 그림들로 들려주는 책의 이야기를 하나씩 따라가다 보면 우리 삶의 적어도 3분의 1만큼은 가장 알맞은 자리를 찾아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책은 크게 두 가지 줄기로 나뉜다. 1부 ‘엄마의 잠’에는 ‘엄마가 잘 자야 아이도 잘 잔다’는 지당하지만 놓치기 쉬운 명제를 기초로 엄마이자 여성으로서 잠을 잘 자야하는 이유(p.39), 잠을 잘 자는 데 필요한 세 가지 조건(p.49), 아이가 생긴 뒤 변하게 되는 밤잠(p.59)과 낮잠(p.69), 불면증의 원리(p.79), 잠이 안 올 때 할 수 있는 것들(p.93) 등 엄마의 수면에 관한 모든 것을 소상히 담았다.

특히 ‘잠을 잘 자려면 침대에 누워 있지 말아야 한다’며 사람마다 필요한 잠의 양, 꿀잠 수치가 다르므로 책에 실린 계산법을 활용해 본인의 꿀잠 수치를 확인하고 그에 따라 효율적으로 잠을 잘 방법을 안내한다.(p.107) 뿐만 아니라 긴장감이 심해서 잠을 잘 수 없을 때나 생각이 많아서 잠을 잘 수 없을 때 ‘침대를 잠만 자는 공간’으로 재인식하게 만드는 과학적인 원리도 소개한다.(p.119)

 


 

2부에서는 아이의 잠에 관한 근거 있는 해법을 다룬다. 이는 ‘아이의 잠 문제’가 ‘엄마의 컨디션’에 직결되는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2부 ‘아이의 잠’에서 저자는 ‘부모는 아이의 애착인형이 되지 말아야 한다’라고 강조하며 인터넷에 떠다니는 잘못 알려진 수면 교육법을 바로잡고(p.195) 아이의 수면 성격 파악하는 법(p.167), 백일의 기적을 좀 더 일찍 맛볼 수 있는 노하우(p.175), 아이의 밤잠(p.223)과 낮잠(p.233)을 잘 재우는 전략 등을 다룬다.

뿐만 아니라 너무 늦게 자는 아이p.(269), 악몽 꾸는 아이(p.259), 밤에 깨서 자지러지게 우는 아이(p.247)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 그 대처 방안도 담았다. 대한수면학회 회장 정기영 서울대학교 신경과 교수는 “저자는 아이가 잘 자려면 우선 엄마부터 잠을 잘 자야 한다고 말하는데 이는 매우 일리 있고 현명한 생각”이라며 “비행기에서 비상시에 어른이 먼저 산소마스크를 착용하고 아이를 돌봐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설명했다.(뒷표지) 또 “밤마다 아이를 재우느라 고생하는 엄마 그리고 예비 엄마의 밤이 행복해지는 데 꼭 필요한 책”이라며 아이의 잠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에게 이 책을 권했다.

 


 

저자는 ‘심리학자’의 입장에서 여성의 수면을 다룬다면, 그림책 『잠이 오는 이야기』로 꾸준히 독자의 호응을 얻고 있는 그림 작가 유희진이 각 장별로 엄마의 공감을 자아낼 만한 이야기를 그렸다. 과학자의 냉철하지만 친절한 글과 그림 작가의 따뜻하고 다정한 삽화가 어우러진 책이다.

 

저자 : 서수연

삶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잠을 어떻게 자는지에 따라 나머지 3분의 2가 결정된다고 믿는 수면심리학자이자 임상심리전문가다. 현재 성신여자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고려대학교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오하이오주립대학교 임상심리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시카고 러시 의과대학에서 심리 레지던트를 수료한 뒤 스탠퍼드대학교 의과대학 수면클리닉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지금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행동과학과 심리치료(BEST) 연구실을 운영하며 여성 과학자 양성에 힘쓰고 있다. 국내 1호 수면심리학자로 ‘오로지’ 수면만을 연구하며 국내외 연구 논문을 100편 이상 발표한 수면덕후다. 약을 먹지 않고 수면 문제를 해결하는 심리학적 치료를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여성 정신 건강과 영유아 수면 문제 개선에 관심이 많다. 쉬는 날에는 주로 두 아들과 시간을 보낸다. 지은 책으로 《사례를 통해 배우는 불면증을 위한 인지행동치료》, 《심리학의 이해(공저)》, 《밤의 심리학(공저)》 등이 있다.

 

그림 : 유희진

따뜻했던 순간, 기억하고 싶은 말들, 머물다 간 생각을 그린다. 그림책 《잠이 오는 이야기》를 쓰고 그렸고 《부모는 관객이다》에 그림을 그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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