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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 - <달빛천사> 성우 이용신의 첫 번째 에세이
이용신 지음 / 푸른숲 / 2021년 12월
평점 :
이 에세이 『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의 주제는 제목만을 따로 떼놓고 본다면 청춘들의 러브스토리처럼 느껴진다. 그러나 달달한 로맨스 얘기가 아니다. 자신의 꿈과 도전을 통해 수많은 역경을 딛고 일어선 '도전기'라고 보아야 할 것 같다. '대한민국의 목소리'라고 해도 좋을 만큼 타고난 목소리는 도전을 구체화 해주는 도구일 뿐 '운명'도 아니고 '삶의 성공 요인'도 아니다. 저자 이용신은 지난 2004년 방영한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에서 주인공 루나(풀문) 역을 맡으며 90년대생들에게 보석 같은 추억을 선물한 성우다.
저자는 〈달빛천사〉를 시작으로, 지난 20여 년간 〈캐릭캐릭 체인지〉, 〈짱구는 못 말려〉, 〈리그 오브 레전드〉 등 수많은 작품의 주연을 맡으며 쉬지 않고 대중에게 행복을 전해왔다. 독자들은 성우 이용신의 발자취를 성우로서는 확인 가능하지만 그가 도전하고 발전하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과정은 쉽게 짐작되지 않는다. 그가 잊히지 않는 비결은 무엇일까? 그는 '포기할 줄 아는 용기'가 오늘의 자신을 만든 요인이라는 점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도전 의식을 가지고 늘 새로운 일에 도전해온 이용신의 진짜 목소리가 이 책을 통해 공개된다. 지금 바로 '목소리의 마법'을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수없이 많은 ‘최초’ 타이틀을 가진 성우이다. 성우 최초로 단독 콘서트를 개최했고, 오리지널 정규 앨범 발매하였다. 또, 성우 최초로 프로 성우들을 위한 온라인 보이스 플랫폼 ‘올보이스’를 론칭했으며, 크라우드 펀딩에 도전해 기록적인 성과를 거뒀다. 이후 유튜브 채널 〈이용신TV〉를 통해 크리에이터로 영역을 확장했다. 최근에는 ‘클래스101’을 통해 성우 최초로 온라인 클래스를 개설하는 등 계속해서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저자는 이 책의 시작을 지난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 축제에서 벌어진 뜻밖의 광경을 끄집어낸다. 인기 연예인이 아닌 종영한 지 무려 15년이 지난 애니메이션 〈달빛천사〉의 성우 이용신이 초청 가수 1순위로 섭외되어 무대에 올랐다. “외로운 사람들의 마음을 열어줄 거야~!” 관객 모두가 노래를 함께 따라 부르며 추억을 소환해낸 무대는 온ㆍ오프라인에서 눈물바다를 이루며 연일 화제가 되었다고 한다. 당사자인 이용신조차 전혀 예상치 못한 뜻밖의 역주행이었다. 이 무대를 통해 〈달빛천사〉 세대의 목소리를 들은 이용신은 이에 화답하듯 새로운 역사를 쓴다.
그동안 정식 음원이 출시된 적 없던 〈달빛천사〉 OST의 정식 발매를 위해 시도한 크라우드 펀딩이 국내 역대 최고 모금액을 경신한 것이다. 무려 7만여 명의 후원자가 모였다. 첫 방영으로부터 15년이 지났음에도 잊히기는커녕 오히려 선명해진 이 기억을 두고 저자 이용신은 “목소리의 마법”이라 부른다. 이용신이 그토록 도전하는 자세를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애매한 재능’을 ‘온전한 재능’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면 장인 정신을 가지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해도 괜찮지만, 애매한 재능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은 언제나 실패에 대비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을 좇아 더 넓은 분야에 도전하라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처음부터 성우를 목표로 한 것이 아니라 목소리만을 믿고 수많은 직업을 경험한 끝에 성우가 된 자신처럼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이용신은 무엇보다 자기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것이 바로 수십 년간 계속해서 일기를 써온 이유다. 실패와 좌절이 찾아올 때면 그는 언제나 일기장을 펼쳐 자신과 대화를 나눴다.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과 마주할 수 있는 공간”에서 타인의 조언이 아니라 자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끝에, 부족하나마 최선의 선택을 해낼 수 있었다고 밝힌다.
지금은 성우로서 역력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그도 처음부터 성우가 되려 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사실 가수가 되는 것이 꿈이었다고. 하지만 되돌아오는 반응은 “개성이 부족하다.” “목소리만 예쁘다.” 하는 매몰찬 평가였다. 그래도 가수가 되지 못한다고 모든 게 끝나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않았다. 이용신은 ‘가수’라는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가장 특별한 장점인 ‘목소리’를 좇았다.
그렇게 CM송 가수, TV프로그램 MC, 쇼핑 호스트 등 목소리를 활용해 일할 수 있는 숱한 직업을 경험한 끝에야 비로소 성우로 정착하였다. 시도가 많은 만큼 실패도 많았지만 그는 앞선 경험 덕분에 성우가 될 수 있었다며, “실패의 경험치는 비슷한 실패를 맛보았을 때 완충제 역할을 해줬다”고 말한다. 성우가 된 이후로 이용신은 그 어떤 성우보다 과감하게 먼저 발을 내딛었다. 성우 최초 정규앨범 발매, 최초 단독 콘서트 개최, 최초 보이스 플랫폼 론칭, 최초 크라우드 펀딩 달성, 최초 유튜브 진출, 최초 온라인 클래스 개설 등 수많은 성과를 모두 인생의 지향점을 ‘직업’이 아니라 자신의 ‘장점’에 두었기에 거둘 수 있었다. 이 책 『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를 통해 수많은 실패를 거쳐 ‘최초’ 타이틀을 가장 많이 가진 명실상부 업계 파이오니어로 우뚝 선 이용신이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성우가 되기 전까지 ‘목소리’ 하나만을 믿고 경유한 경로를 되돌아본다. 가수의 꿈을 키우던 학창 시절을 거쳐 광고 성우, CM송 가수, TV프로그램 MC, 쇼핑호스트 등을 찾아오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놓치지 않고 잡아온 이용신은 오히려 ‘애매한 재능의 저주’가 자신을 이끌었다고 말한다.
천재적인 재능이 없는 탓에 어느 한 곳에서 실패해도 얼른 다시 일어나 또 다른 기회를 향해 가야만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역시 거듭되는 실패로 다시는 일어설 수 없을 것처럼 좌절하기도 했다. 2부에서는 좌절을 딛고 일어나 3년 만에 투니버스 공채에 재도전, 정식 성우가 되어 성공하기까지 과정을 펼쳐진다. 〈달빛천사〉의 루나로 발탁되어 그토록 꿈꾸던 가수로서 무대에 오르는 극적인 스토리를 확인할 수 있다. 이후, 수많은 팬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승승장구했을 것만 같은 그이지만 이면에는 아픔이 있었다. 팬과 함께 늘어난 안티팬에게 받은 비난, 동료와 선배들의 은근한 눈초리, 그리고 끝내 찾아온 성대 결절까지. 이를 극복하게 도와준 것 역시 일기, 자신과의 대화였다.
그리고 3부에는 쉬지 않고 달려온 20년 차 선배 성우로서 성우 지망생들을 위한 현실적이면서도 진심 어린 조언을 담았다. AI 성우의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는 오늘날 살아남는 성우가 되기 위해 갖춰야 할 조건은 무엇일까? 그간 출간되어 온 실용서에서는 살펴볼 수 없던 성우로 생활하며 느끼게 될 실질적인 고충과 제언을 확인할 수 있다. 〈남녀탐구생활〉 성혜정 성우의 추천대로 “특히, 성우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필독서” 역할을 톡톡히 해줄 부분이다.
마지막 4부에는 결혼과 출산 이후 찾아온 슬럼프를 딛고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지금을 이야기한다. 세상 그 무엇보다 귀한 두 아이를 얻었지만 시장은 야속하게도 일류 성우였던 그조차 기다려주지 않았다. 하지만 이에 굴하지 않고 프로 성우와 클라이언트를 직접 연결해줄 보이스 플랫폼을 만들고, 유튜브를 개설하여 18만여 명의 구독자를 모으는 등 입지를 스스로 개척해낸 지금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와 더불어,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한 〈달빛천사〉 OST 펀딩과 전설이 된 이화여대 축제 공연의 뒷이야기도 공개된다. 무엇보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자신을, 자신의 목소리를 잊지 않고 기억해준 팬들에게 “돌아봐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감사를 전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은 이용신에게 팬들은 “돌아와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지만, 사실 그는 성우로 활동해온 지난 20여 년간 활동을 멈춘 적이 없다. 이 에세이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세상 앞에 내어놓은 것이다. 본문에 저자가 그동안 적어온 실제 일기를 20여 장 삽입하여 독서의 몰입감을 높였다. 새해를 맞아 새로운 계획을 수립하고 도전하려는 독자에게 실제 유용한 참고가 되어줄 것이다. 이렇듯 일기 쓰기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너에게 목소리를 보낼게』에는 애매한 재능을 온전한 재능으로 발전시키는 과정이 상세히 담겨 있다.
저자 : 이용신
대한민국의 대표 노래하는 성우. CM송 가수, TV프로그램 MC, 쇼핑 호스트 등 ‘목소리’로 일하는 여러 직종을 경험하고 2003년 투니버스 5기 공채에 합격하며 본격적인 성우 생활을 시작했다. 성우로 공식 데뷔하기 전 이미 초코파이 CM송으로 대중들에게 목소리를 알렸고, 현재까지 20여 년간 〈달빛천사〉 루나와 풀문, 〈캐릭캐릭 체인지〉 아무, 〈짱구는 못 말려〉 채성아 선생님, 〈리그 오브 레전드〉 아리 등 다양한 캐릭터의 목소리를 맡으며 정상급 성우로 활동하고 있다. 지난 2019년, 이화여자대학교 대동제 무대에 올라 〈달빛천사〉를 보고 자란 ‘달천이’들의 추억을 15년 만에 소환해 목소리에 깃든 마법 같은 힘이 여전히 유효함을 증명하였다. 그리고 오늘도 계속해서 새로운 역할에 도전하며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리는 목소리를 보내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