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
채사장 지음 / 웨일북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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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을 잘 모르는 독자로서 감히 평가할 수 없지만, 지금의 문학계는 SF판타지가 대세인 것 같다. 기존 인간 감성과 상상력에 의한 문학 특히 소설에서 이같은 현상이 두드러져 보인다. 인간의 감각과 현실을 초월한 신비, 환상, 우주 등이 문학의 주요 소재와 주제로 등장하고 있다. 심리를 다루는 소설도 인간의 잔인함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주제를 다루는 작품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아날로그 세대여서 디지털의 주는 '신세계'를 깊숙이 경험하지 못한 탓인지 모르지만 이젠 소설 자체가 픽션(fiction, 허구)임을 바탕에 깔고 작가의 상상력이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우주 공상과학 소설들이 쏟아져나온다. 시대를 반영하는 문학의 영역이 넓어지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한편으론 '현실 도피'의 한 방법으로 너무 현실과는 유리된 책들이 독자들의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소설이 공상과학의 범위를 포함시키는 일인지 공상과학의 세계가 문학을 끌어들이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이 현상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던 J. K. 롤랑의 '해리포터'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 소설 『소마』는 독자의 지적 수준이 미치는 범위 내에서 시간을 과거로 돌려 그려낸 한 편의 SF판타지다. 채사장 작가의 전작인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등 인문학 책들은 마치 한 편의 긴 이야기처럼 읽힌다. 복잡한 지식을 전달하기 위해 구조를 만들고 갈등을 입힌 후 주인공들을 내세웠다. 이야기를 따라 가다 보면 역사, 경제, 정치, 사회, 윤리, 철학, 과학, 예술, 종교 등의 지식이 하나의 서사로 자연스럽게 기억되었다. 채사장이 처음 쓴 장편소설 『소마』는 먼 길을 가는 소마의 행적이 '오딧세이아'의 영웅담처럼 들리기도 한다.

이 책에서는 작가가 앞서 쌓아온 내공이 놀랍도록 능수능란하게 발휘된다. 그런 의미에서 채사장의 소설 『소마』는 전작들의 구조와 닮았다. 한 인간의 기나긴 삶의 여정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 아래, 인물들이 만나 갈등하고 풀어지고 다시 갈등하는 정반합 식 사건들이 숨 막히게 전개되고, 그 더 아래에는 깊은 인문학적 사유가 자리하고 있다. 이야기에 끌려가던 독자들은 무심코 다다른 소설의 끝에서 사뭇 놀라운 질문을 받고 먹먹해질 것이다.

 


 

작가 채사장은 오래도록 인간의 본질, 내면, 의식에 관심이 많았다.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무관심한 이 주제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전달하고자 노력해온 결과가 그간의 책들이었다. 이제 작가는 소설이란 형식을 빌려 일평생 추구해온 화두를 전달하려 한다. 그것이 '소마'라는 인물을 통해 이 책에서 생생하게 현현한다. 새로운 콘텐츠를 열망하는 지금의 한국 사회에, 이 소설은 놀랍도록 시의적절하다. 소설 『소마』는 아버지를 지켜보는 한 소년의 시선에서 출발한다. 아버지는 마을을 향해 활을 쏘고 소년 소마에게 화살을 찾아오라 말한다. 영문을 모르지만 무작정 화살을 찾아 떠난 소마의 앞에는 신비한 만남과 죽음이, 망각과 소생이 기다리고 있다. 인류 역사의 주요 사상들이 깃든 공간적 배경 속에서 한 인간의 기막힌 여정이 시작된다. 이 여정 안에서 소마는 세상의 모든 것을 가졌다가 모든 것을 하나씩 잃어간다. 과연 가장 마지막에 소마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 작가는 이 질문 속에 놀라운 삶의 진실을 숨겨두었다.

"아버지는 밤새 신을 태웠다."로 시작하는 소설의 시작은 어린 시절 아버지에게 성장을 증명하기 위해 길을 떠났던 '소마'가 주인공이다. 그는 도중에 그만 길을 잃고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 휩쓸리게 된다. 그곳의 한 귀부인의 눈에 띄어 그 손에 길러지게 된다. '한나'라는 이름의 이 젊은 귀족은 소마가 이교도이므로 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정을 줄 사람이 필요한 모양인지 자꾸만 소마의 안위에 신경을 쓴다. 어저면 불임 때문에 고민중이던 차에, 그 애를 자신의 아이처럼 생각하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어쨌거나 외국에서 온 소마는 통 말을 하지 않고, 한나는 그런 소마에게 '사무엘'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아들을 떠나보내는 아버지,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여인, 잘못된 신념과 정의로 살아가는 무리, 오해로 시작된 집착에 일생을 탕진하는 남자, 욕심에 죽음을 앞당기는 세력들, 생에 대한 복수로 괴물이 된 남자, 세상을 호령하고도 방치된 노인 등···. 소년 소마가 노인 소마가 되기까지 한 평생 만나는 인물들은 실로 다양하다. 그들의 욕망이 씨실과 날실로 장대하게 빚어내는 이야기의 기저에는 인간의 모든 희노애락이 서슬 퍼렇게 깔려 있다. 그래서 독자들의 마음을 마구 뒤흔든다.

작가가 등장시키는 이 인물들은 얼핏 독특해 보이지만, 그들은 시대의 틀 안에서 마땅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사적 캐릭터들이다. 이들이 시대에 종속된 채 오해, 시기, 집착 등 각자의 동기로 부딪히는 순간 주인공의 소마의 생은 한없이 요동친다. 삶의 터전이 황폐해져도, 기억을 상실해도, 사랑하는 이를 잃어도, 갇히고 쫓기고 버림받아도 소마는 끝내 다시 일어선다. 소마를 일으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소마를 주저앉게 하는 것은 또 무엇일까. 그 누구보다 성공했지만 그 누구보다 자신에 대해 몰랐던 주인공 소마는 버려두었던 우리 각자의 삶을 아프게 환기시킨다.

 


 

이 책은 한 인간이 소년에서 노년으로 마지막을 맞이하기까지의 숨 막히는 일생을 질주한다. 그리고 그 끝에서 알게 되는 삶의 진실을 펼쳐 보이며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모든 것을 다 소거했을 때, 과연 그것이 나라고 할 수 있을까? 눈앞에 그려지고 손에 잡히는 것에만 욕망하는 현대 사회에 결여되어 있는 질문이 아프게 던져진다. 진짜 나란 무엇이냐고. 이 물음은 책을 덮은 당신의 가슴에 강렬하게 박힐 것이다. 그리고 영웅 소마는, 당신의 삶 안에서 아마도 아주 오래도록 빛날 것이다. 이 소설은 역사와 종교에 휘말리며 살아가는 인물들의 환상적이고 장대한 서사시다. 고대, 중세, 근대를 상징하는 시간의 흐름과 동서양 문명이 융합되는 공간의 전개 속에서 한 인간이 고단하고도 아름다운 삶의 여정을 처연하게 펼쳐낸다. 때로는 연민하고, 때로는 부정하고, 때로는 울어주며 독자들은 깊은 슬픔과 삶의 진실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잘 다듬어진 화살은 궤적 위에서 방향을 틀지 않는다. 올곧은 여행자는 자신의 여정 중에 길을 바꾸지 않는다. 소마는 잘 다듬어진 화살이고 올곧은 여행자다. 언젠가 삶의 여정 어딘가에서 길을 잃을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다시 본래 자신의 길을 찾게 될 거다. 걱정의 시간도 후회의 시간도 너무 길어질 필요는 없다.”(p.20)

 


 

독자는 소설을 읽는 동안 이 인문학 작가가 무엇을 보여주려 소설을 썼을까?를 파헤치려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처음엔 그 대상이 신이라고 여겼다. '아버지는 밤새 신을 태웠다'로 소설 첫 문장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이 추정은 전혀 틀린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그러나 그 신이 독자가 짐작한 '기독교의 신'은 아니다. 그가 이 소설을 통해 꼬집고 있는 것은 바로 현 시대의 가장 강력한 신, '돈'인 것 같다. 이 소설에는 돈 말고도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많이 나온다. 종교, 정치, 전쟁, 계급 같은 이 사회를 둘러싼 많은 요소들이다. 말하자면 소마의 이야기는 관념의 세게에서 일어선 영웅의 이야기로 요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요소들은 사실 자본가들이 명분으로 내세우는 가짜 주인공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돈. 즉 이 얘기를 아주 함축적으로 정리한다면 이렇게도 표현할 수 있다. "우매한 군중은 종교라는 관념에 빠져 마녀사냥이나 구경하러 다니지. 자본가 놈들은 그 종교를 위한 전쟁이라는 빌미로 사실 돈을 벌고 있는데 말이야."

작가 채사장의 소설 집필 의도를 알기 위해선 더 많은 노력과 기본적 지식이 필요하겠지만 한 번 읽은 느낌으로는 SF 판타지 형식을 빌어 '오딧세이아' 형식으로 기술한 잘 만들어진 현실 비판 소설이라는 느낌이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인 작가가 아날로그 세대의 취향에도 잘 맞은 높은 문학적 가치가 있는 소설이라는 생각이다.

 


 

저자 : 채사장

 

2014년 겨울에 출간한 첫 책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이 밀리언셀러에 오르며 2015년 국내 저자 1위를 기록했다. 차기작으로 현실 인문학을 다룬 『시민의 교양』과 성장의 인문학을 다룬 『열한 계단』, 관계의 인문학을 다룬 『우리는 언젠가 만난다』까지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200만 명이 넘는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책과 동명의 팟캐스트 [지대넓얕]은 장기간 팟캐스트 순위 1위를 기록하며, 정치 내용 판도의 팟캐스트 시장에 돌풍을 일으켰다. 2015년 아이튠즈 팟캐스트 1위를 기록, 현재까지 누적 다운로드 2억 건을 넘어서며, 방송이 끝난 지금도 여전히 지적 대화를 목말라 하는 청취자들의 끝없는 지지를 받는 중이다.

성균관대학에서 공부했으며 학창시절 내내 하루 한 권의 책을 읽을 정도로 지독하게 다양한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문학과 철학, 종교부터 서양미술과 현대물리학을 거쳐 역사, 사회, 경제에 이르는 다양한 지적 편력 그리고 오랜 시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얻은 경험들은 오늘 그가 책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지적 대화를 통해 기쁨을 느끼고, 주변 사람들과 넓고 얕은 지식의 공통분모로 대화하고자 이 책을 썼다. 모두가 자신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타인과 대화하는 즐거움을 찾기를 바란다. 현재는 글쓰기와 강연 등을 통해 많은 사람과 만나며 삶과 분리되지 않은 인문학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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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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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민과 해방, 전쟁과 분단의 시대라 일컬어지는 한국 근현대사. 엘리트, 친일파, 혁명가, 디아스포라, 밀정 등의 삶을 살다간 사람들로부터 혐오와 차별을 돌아보고 오늘날 우리들의 사회 문제로까지 남겨져 있는 각종 차별과 혐오에 대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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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형제들 - 친일과 항일, 좌익과 우익을 넘나드는 근현대 형제 열전
정종현 지음 / 휴머니스트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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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 한국 사회는 코로나라는 최악의 팬데믹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다. 한번도 경험한 바 없는 재앙에 벌써 2년 동안 발이 묶여 경제 활동은 물론 생계마저 장담하지 못하는 상태로 몰리고 있다. 우리 나라만 겪는 일은 아니라지만 매일 수천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수십 명씩 사망자가 생기는 그야말로 생지옥이라 할 정도로 악전고투하는 사람들에게 남을 배려할 여유가 없어 보인다. 소통도 어렵다보니 불평등과 차별, 혐오는 점점 심해지고 있는 느낌이다.

공동체 의식도 점점 희미해져가고 있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에는 공동체 발전의 가장 장애요소라는 불평등과 차별이 생겨났고 심지어는 혐오의 시대라 할 만큼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거침없이 폭력을 가하고 있다. 이 책 『특별한 형제들』은 무한 경쟁을 강요하는 한국 사회의 현실에 경각심을 주고 우리 나라와 국민들의 상생 발전을 위해 공동체의 지속을 기원하는 저자 정종현의 의식적 도전이다. 저자는 차별과 배제가 아니라 진정한 의미의 '형제애(자매애)'와 연대를 통해 개방적인 관용의 공동체를 만드는 것만이 우리 사회가 살길이라는 생각으로 집필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 근현대사의 특별한 13쌍의 형제 이야기를 선택해 그들의 삶의 모습을 가감없이 보여줌으로써 우리 사회 공동체의 발전에 작은 힘이라도 보태겠다는 진심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저자가 우리 근현대사에서 찾아낸 13쌍의 형제들의 이야기는 공동체의 결속을 표상하는 '형제애'를 근본적으로 다시 성찰하기 위해 선택한 것이며 한국을 대표하는 형제가 아님을 「책을 펴내며」에서 밝혀 집필의 진정성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2019년 『제국대학의 조센징』이라는 제목으로 일본 제국대학 조선인 유학생 1,000여 명의 기록을 책으로 펴낸 바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을 마무리할 무렵 한 학술회의에서 만난 김근배 교수가 김일성종합대학 창설을 주도한 제국대학 출신 정두현의 자서전과 이력서를 제공해주어 그 책을 펴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 책을 끝낸 후 정두현의 동생 정광현도 도쿄제국대학 출신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됨으로써 이번 책 『특별한 형제들』을 2년여 동안 자료조사와 발로 뛴 취재를 통해 완성할 수 있었던 것이다. 정두현 형제가 남북한 분단으로 겪었을 고통과 수고도 눈에 보일 듯 생생한 기록을 더해 이번 책을 집필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제국대학의 조센징』 출간 후 학계와 언론의 주목을 받은 저자는 당시 강렬하게 자신을 사로잡았던 조선인 유학생들의 극적인 삶을 잊을 수 없었다. 역사란 사건과 제도를 통해 이해되기도 하지만 다양한 동기와 욕망에 의해 움직이고, 때로는 모순적인 것처럼 보이는 ‘인간의 삶’을 통해 볼 때 보다 입체적이고 풍부하게 이해할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김일성종합대학 교수와 서울대학교 교수, 검찰총장과 남로당원, 공산당 부역자와 〈애국가〉 작곡가. 이처럼 함께 나고 자랐지만 서로 다른 삶의 굴곡을 보이는 형제들에서부터 식민지 해방과 혁명 전선에 함께 뛰어든 혁명가 형제ㆍ남매들, 민족과 제국의 경계에 선 식민지 조선의 기업인 형제와 대한민국임시정부 처단 대상에 나란히 이름을 올린 매국노와 밀정 형제 그리고 피가 아닌 신념으로 뜨거운 연대를 보여준 의형제들까지, 이 책은 13쌍의 형제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를 들여다본다. 또 친일과 항일, 좌와 우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고귀함과 치열함, 비루함과 욕망 등 인간의 복합적인 면면을 살핌으로써 역사 인물에 대한 단선적인 평가와 거리두기를 시도한다. 동시에 ‘형제애’와 ‘공동체’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며 차별과 배제, 혐오와 불평등이 심화하는 오늘날 한국 사회를 돌아본다.

 


 

저자는 묻는다.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으면, 일본어로 작품을 쓰면, 창씨개명을 하면 친일파인가? 인간의 삶이, 역사가 이처럼 단순하게 판단할 수 있는 거라면 역사 해석이 필요치 않을 것이다. 식민지 민족의 현실에 괴로워했던 청년 시인 윤동주는 일본식으로 창씨를 했다. 일반 민중은 현실적 불이익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일본식으로 창씨개명한 경우가 많다. 반면 ‘서유견문’의 후예라 할 수 있는 유길준의 아들 유만겸은 본관을 활용한 창씨마저도 하지 않고 ‘유’라는 성을 고수했다.

하지만 일제하에서 그가 맡았던 직함들을 보면 성씨 고수가 민족의식의 발로와는 그다지 관련 없어 보인다. 식민지기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조선귀족은 158명. 조선귀족 대부분은 특권을 누리며 호의호식하고 대를 이어 영화를 누렸지만, 남작 민태곤과 같이 독립운동의 가시밭길을 택한 사람도 있다. 우리사회에는 여전히 일본어로 쓰면 친일문학이라는 통념이 작동하지만 임순득의 작품 〈계절의 노래〉, 〈이름 짓기〉 등을 세심하게 읽다 보면 식민지 말기 일본어로 된 한국문학을 다시금 사유할 필요를 느낀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에 따르면 간단치 않은 인물 이해는 애국가 작곡가 안익태의 형, 안익조의 삶에서도 보인다. 그는 식민지기 컬럼비아레코드사 문예부장에서 만주국군 군의로, 다시 컬럼비아악극단과 조선연예기업사 대표, 후생의원 개업의로 생업을 바꾸다가, 해방 후 ‘공산당 부역’ 군인으로 삶을 마감한다. 만주국군 근무 이력은 《친일인명사전》에 이름을 올리게 했고, 한국전쟁 직전에 가짜 헌병과 정보원들의 횡포를 금지하고자 한 양식 있는 조처는 친북의 전형처럼 여겨져 총살의 이유가 되었다. 이는 친일과 친북의 낙인찍기를 통해 복잡한 인간의 삶과 다양한 사상 스펙트럼을 단순화하고 폭력적으로 단죄하는 한 예일 것이다.

"안익조ㆍ안익태 형제의 삶과 죽음은 ‘친일’과 ‘친북’, ‘애국’과 ‘부역’에 대해 많은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한국 사회에서 ‘친일’과 ‘친북’의 문제는 진보/보수라는 진영 갈등으로 전이된 측면이 있다. ‘반민특위’의 해체로 상징되는 좌절된 ‘친일’ 청산 문제는 이승만·박정희 등 보수 세력의 구심점을 공격하기 위해 진보 진영이 중요 국면마다 재점화하는 이슈가 되었다. 진보 진영에 친일 세력의 후신으로 지목된 보수적 정치 세력은 기회 있을 때마다 자신들의 반대 세력을 향해 냉전 시기에 횡행하던 ‘친북(종북)’이란 낙인을 찍으려고 시도한다."(p.67)

 


 

이 책에서는 20세기 한반도의 격랑 속에서 분단과 냉전, 전쟁을 겪으며 서로의 존재를 애써 지워야 했던 북의 정두현과 남의 정광현, 검찰총장과 남로당원으로 대립했던 이인과 이철, 인민군에 협조한 부역자로 총살된 안익조와 대한민국 문화훈장을 받은 애국자 안익태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서로를 적대하거나 외면한 한국 근현대의 상처를 살핀다.

‘친일파’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수 없는 유만겸과 유억겸, 김성수와 김연수 형제의 삶이 가진 복잡성을 생각해 보고, 조선귀족 민태곤과 민태윤 형제를 통해 일제로부터 작위를 받은 이는 모두 친일파라는 선입견을 다시 곱씹어 본다. 거꾸로 ‘빨갱이’라는 낙인 속에서 그 혁명가적 삶이 부정되거나 잊힌 김형선·김명시·김형윤, 김사국·김사민 그리고 오기만·오기영·오기옥 형제를 통해 기억의 영역에서 가해지는 폭력을 돌아본다. ‘형제’로 호명되는 인간, 국민, 시민의 자리에 초대받지 못했던 이들의 역사도 살핀다. 임택재와 임순득 남매를 통해 평등을 지향한 사회주의조차 피하지 못했던 젠더적 위계를 성찰하고, 한반도에만 한정된 공동체 감각의 폐쇄성을 보여주는 디아스포라 심연수 형제의 이야기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주변부에 머물렀던 이들에게도 손을 내민다.

 


 

나아가 참된 삶을 살고자 고향의 육친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을 가슴에 묻고 소련으로 망명한 북한 유학생들인 ‘8진(眞)의 형제들’ 이야기를 통해 혈연을 넘어선 공동체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마지막으로 일제시대 대표적인 매국노와 밀정인 선우순과 선우갑 형제를 통해 이데올로기 이전에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염치에 대해 묻는다. 비교적 잘 알려진 인물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전형적인 이해에서 벗어나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하고,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을 발굴하여 소개함으로써 ‘형제’의 입체적 삶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근현대사를 새롭게 볼 단초를 제공한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심한 진영 논리, 심화된 불평등과 혐오의 시대를 건널 지혜를 이 ‘특별한’ 형제들의 역사에서 찾을 수 있길 기대한다.

 

"입만 열면 국민을 내세우면서 민중의 돈을 편취하고 있는 오늘날 저 광장의 가짜 목회자들, 절박한 생존의 벼랑 끝에서 파업에 나선 노동자들에게 손해배상 소송으로 월급과 재산을 가압류하여 자살로 내몰았던 법기술자들 등등. 이들이 버젓하게 활보하는 지금-여기의 현실은 과연 선우순·선우갑 형제의 악행을 오래전 일로 치부하고 끝낼 일일지 의구심이 들게 한다. 국민을 내세우며 사실은 공동체를 해치는 그들이야말로 ‘우리 안의 밀정’이 아닌가.(p.218)

 


 

저자 : 정종현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했다. 「식민지 후반기 한국 문학에 나타난 동양론 연구」로 2006년에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아시아 비교문학, 지성사, 독서문화사, 냉전문화연구 등 20세기 한국학의 다양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2010년부터 1년간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에서 박사후 연수를 한 후, 성균관대학교 동아시아학술원 HK연구교수와 인하대학교 한국학연구소 HK교수를 거쳐 현재는 인하대학교 한국어문학과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동양론과 식민지 조선문학』(창비, 2011), 『제국의 기억과 전유-1940년대 한국문학의 연속과 비연속』(어문학사, 2012)이 있고, 공저로 『신라의 발견』(동국대출판부, 2009), 『아프레걸 사상계를 읽다』(동국대출판부, 2009), 『문학과 과학』(소명출판, 2013), 『검열의 제국』(푸른역사, 2016), 『미국과 아시아』(아연출판부, 2018), 『대한민국 독서사』(서해문집, 2018) 등이 있으며, 공역서로 『고향이라는 이야기』(동국대출판부, 2007), 『제국대학-근대 일본의 엘리트 육성장치』(산처럼, 2017)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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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찬란한 어둠 -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첫 번째 에세이
김문정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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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공연은 상상의 힘으로 현실을 체험하는 아름다운 거짓말. 대한민국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이 들려주는 뮤지컬 작품과 무대, 음악,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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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찬란한 어둠 -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첫 번째 에세이
김문정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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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이 훨씬 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오페라의 무거움보다는 보다 대중적이고 가벼운 주제로 음악에 더 비중을 둔 뮤지컬이 현대인의 감성에 더 맞기 때문일 것으로 독자는 추정하고 있다. 기존 음악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생겨난 오페라는 너무 무거운 주제와 무대 중심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귀족적이고 일반 대중과는 거리를 둔 것이어서 대신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뮤지컬의 사전적 정의는 노래와 무용, 연극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 음악극으로 풀이돼 있다.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 19세기 바그너에 의해서 새로운 형태로 시도된다. 이를 오페라고 구별하기 위해 '음악극'으로 불렀다. 바그너는 문학과 기존의 오페라의 형식에 반대하여 음악뿐 아니라 의상, 무대 장치까지 합쳐진 복합 예술을 선보이면서 '뮤직 드라마(악극)'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성악 위주의 오페라가 대부분이었다. 오페라는 성악가의 기량에 집중돼 있고, 성악가들 사이에 과도한 경쟁으로 작곡가는 성악가 각자가 부를 아리아의 숫자까지 적어야 할 형편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깨달은 바그너는 오페라 줄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음악과 극의 줄거리가 하나로 결합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 관현악은 반주의 역할이 아니라 주요 내용을 노래와 서로 주고받으면서 음악을 이끌어 나가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오페라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음악극이 현대에 들어 뮤지컬이란 새로운 장르로 안착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책 『이토록 찬란한 어둠』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첫 번째 에세이다. 뮤지컬 전성시대라고 불리우는 요즘 이 책에는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음악, 무대, 사람에 대한 그의 시선과 애정, 열정을 담았다. 뮤지컬에 대한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독자에게도 별 어려움 없이 읽힐 정도로 상세히 기술돼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취미였던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애쓰던 날들, 음악감독이 된 이후 맡아온 다양한 작품들과 해외 공연 경험, 그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시간과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밖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까지, 하나의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애정을 이 책에 담아냈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이기도 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화려한 무대 아래, 좁고 어두운 ‘피트(PIT)’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뮤지컬 업계에서 선례를 만들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꿈꾸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뮤지컬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매력적인 뮤지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뮤지컬 음악감독 혹은 뮤지컬 관련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무엇보다 20여 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쉼 없이 달려온 저자의 이야기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며, ‘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1부 「나비의 꿈」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시작을 담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대중음악 업계에서 건반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해왔던 저자는 선배의 제안으로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에 건반 연주자로 참여하며 ‘뮤지컬’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일을 계기로 화려한 무대 위와 연주자들의 공간인 피트(pit) 모두를 아우르는 음악감독이 되어 ‘음악으로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당시 두 갓난아이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저자의 앞에 우연처럼 큰 기회들이 찾아온다. 저자는 취미였던 음악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던 계기, 처음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 시간을 쪼개 쓰며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실력을 쌓았던 날들, 초보 음악감독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수 있었던 창작 뮤지컬 《둘리》의 음악감독 일을 맡아 해낸 일, 《명성황후》 런던 공연의 슈퍼바이저 일을 제안받았던 순간, 그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냄으로써 음악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해냈던 일, 음악감독으로서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던 해외 공연 경험 등,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여 년간 5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맡아온 김문정 음악감독은 2부 「뮤지컬이라는 마법」에서 특별히 기억하는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들을 주목한다. 2부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은 완벽한 준비로 협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던 《내 마음의 풍금》, 최고의 프로듀서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되었던 《레미제라블》,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의 가치를 돌아봤던 《도리안 그레이》, 한 사람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영웅》, 공연 업계 종사자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러브》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만이 아니다. 저자가 이 작품들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 무대를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에 있다. 극작가에서부터 제작자, 연출가, 작곡가, 작사가를 비롯해 무대팀, 의상팀, 미술팀, 조명팀 등의 스태프, 무대 위의 주·조연배우들,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온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이유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여러 작품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 공연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거기에 뮤지컬 공연의 가치가 있다고 짚는다.

“좋은 동료와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나면 그것이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다음에도 그 같은 기준에 이르려고 애쓰게 된다.”(p.103)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자산이자 보람이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치라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p.155) “뮤지컬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함께하는 백여 명 이상의 스태프는 한 명 한 명 모두 전문가다. 한 파트 한 파트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p.187)

 


 

또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주ㆍ조연배우에서부터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모든 배우는 공연을 함께 만드는 수십 수백의 스태프들의 꿈을 안고 무대에 올라 수천의 관객을 꿈꾸게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황정민, 옥주현, 조승우, 전미도 등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조차 공연 전부터 완벽한 공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저자의 기억 속에서 연기력으로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황정민, 조승우 배우는 작품 속 배역으로 분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옥주현 배우 역시 공연 전부터 철저한 목 관리와 컨디션 조절을 할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들의 연습까지 돕는다. 저자는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이 무대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무게를 짊어지고 있음을 기억한다.

“황정민 선배를 비롯해 지금 언급한 배우들 외에도 이름만으로도 무대를 책임지는 많은 배우들이 있다. 성별과 나이가 다르고, 출발점이 다른 배우들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모두 같다. 무대를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 서는 무게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의 무게를 안다. 무대 밖 어둠 속의 수십 수백 명이 흘린 땀과 객석을 채운 관객의 소중함을 안다.”(p.183) “앙상블은 조연과 주연을 맡기 전 단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재주 많은 사람들의 자리이다. 무대 위엔 늘 그들이 있다. 다만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을 뿐이다. 화려한 꽃이 돋보이는 건 초록의 무성함이 있기 때문이고, 난 그 초록을 아낀다.”(p.231)

 


 

저자는 당시에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리더는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해야 하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3부 「피트, 어둡고 찬란한 우주」에는 같은 맥락에서 음악감독이자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로서 일을 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음악감독의 일’(p.220~227)이라는 글에서 음악감독의 일이란 “음악적 소양을 기본으로 갖추고 현장에서 모든 사람과 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어떤 상황에든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실제로 공연을 하면서 알아가게 된다. 이 일은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역량을 얻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짚으며, 보다 상세히 직업인으로서 음악감독이 갖춰야 할 역량과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무대 아래에 위치한 좁고 어두운 ‘피트(pit)’ 안에서 연주자들이 완벽한 공연을 위해 애쓰는 현장의 모습과 어려운 조건에서도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p.204~208) 나아가 한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p.249), 뮤지컬 업계에서 앞서 걸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뮤지컬계가 좀 더 단단히 발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솔직히 풀어놓았다.(p.252~260) 저자는 뮤지컬인으로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이 무대 밖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며, 이들의 기량이 늘고 기용 가능한 인력이 늘어날 때 자연스럽게 무대의 질은 좋아질 것이라고 짚는다. 그런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 앙상블 배우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들리는 소리도 많고 들어야 할 소리도 많은, 위아래 모두를 살펴야 하는 중간의 위치가 음악감독의 자리다.” (p.226)

 

저자 : 김문정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 ORCHESTRA의 지휘자. 한세대 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명성황후》 건반 연주자로 뮤지컬 음악을 시작한 저자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명성 황후》 《맨 오브 라만차》 《에비타》 《모차르트!》 《영웅》 《서 편제》 《레베카》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팬텀》 《광화문 연가》 등 50여 편의 뮤지컬 공연 음악감독을 맡았다. 종합 예술이라 불리는 뮤지컬 장르에서 때로는 음악감독으로 때로는 슈퍼바이저로 작품에 참여하며 무대를 음악으로 꽉 채워왔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완벽을 기하는 노력과 그에 준하는 결과로 ‘뮤지컬계의 작은 거인’이라고 불린다. 2008, 2009, 2011, 2012 뮤지컬 어워즈에서 음악감독상을 수상했다. 《내 마음의 풍금》 《도 리안 그레이》 《메이사의 노래》에 작곡가로도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2008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내 마음의 풍금》으로 작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1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 2019 문화체육 관광부 장관 표창, 2011 한국 YWCA 연합회 한국여성지 도자상 등을 수상했고, 지금도 명실공히 국내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여러 채널을 통해 뮤지컬 장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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