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찬란한 어둠 -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 첫 번째 에세이
김문정 지음 / 흐름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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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오페라보다는 뮤지컬이 훨씬 더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 같다. 이유가 무엇인지 모르지만 오페라의 무거움보다는 보다 대중적이고 가벼운 주제로 음악에 더 비중을 둔 뮤지컬이 현대인의 감성에 더 맞기 때문일 것으로 독자는 추정하고 있다. 기존 음악에 연극적 요소를 가미해 생겨난 오페라는 너무 무거운 주제와 무대 중심으로 제작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귀족적이고 일반 대중과는 거리를 둔 것이어서 대신 뮤지컬이라는 새로운 형식의 오페라에 더 열광하는 것 같다. 뮤지컬의 사전적 정의는 노래와 무용, 연극이 조화를 이룬 현대적 음악극으로 풀이돼 있다.

앞서 언급한 이유 때문에 독일에서 19세기 바그너에 의해서 새로운 형태로 시도된다. 이를 오페라고 구별하기 위해 '음악극'으로 불렀다. 바그너는 문학과 기존의 오페라의 형식에 반대하여 음악뿐 아니라 의상, 무대 장치까지 합쳐진 복합 예술을 선보이면서 '뮤직 드라마(악극)'라고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전에는 성악 위주의 오페라가 대부분이었다. 오페라는 성악가의 기량에 집중돼 있고, 성악가들 사이에 과도한 경쟁으로 작곡가는 성악가 각자가 부를 아리아의 숫자까지 적어야 할 형편이었다. 이런 문제점을 깨달은 바그너는 오페라 줄거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음악과 극의 줄거리가 하나로 결합될 수 있게 많은 노력을 기울여 관현악은 반주의 역할이 아니라 주요 내용을 노래와 서로 주고받으면서 음악을 이끌어 나가게 바꾸었다는 것이다. 오페라에 대한 반발로 만들어진 음악극이 현대에 들어 뮤지컬이란 새로운 장르로 안착됐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 책 『이토록 찬란한 어둠』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첫 번째 에세이다. 뮤지컬 전성시대라고 불리우는 요즘 이 책에는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음악, 무대, 사람에 대한 그의 시선과 애정, 열정을 담았다. 뮤지컬에 대한 문외한이라 할 수 있는 독자에게도 별 어려움 없이 읽힐 정도로 상세히 기술돼 있다. 저자는 어린 시절 취미였던 음악을 업으로 삼게 된 이유, 건반 연주자로 시작해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애쓰던 날들, 음악감독이 된 이후 맡아온 다양한 작품들과 해외 공연 경험, 그 과정 속에서 고군분투했던 시간과 배운 것들을 이야기한다.

또한 완벽한 무대를 만들기 위해 무대 위의 배우들과 무대 밖에서 땀 흘리는 스태프들까지, 하나의 공연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동료들에 대한 신뢰와 존경, 애정을 이 책에 담아냈다.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이기도 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화려한 무대 아래, 좁고 어두운 ‘피트(PIT)’에서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의 삶을 이야기하며, 뮤지컬 업계에서 선례를 만들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계획하고 있는 일, 꿈꾸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풀어놓는다. 뮤지컬이 어떻게 만들어지며 어떻게 무대에서 공연되고 있는지 자세히 알 수 있는 기회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낯설지만 매력적인 뮤지컬 세계를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고, 뮤지컬 음악감독 혹은 뮤지컬 관련한 일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무엇보다 20여 년간 음악감독으로서 쉼 없이 달려온 저자의 이야기는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는 힘, 버티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하며, ‘업’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돌아보게 한다.

1부 「나비의 꿈」은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김문정’의 시작을 담고 있다. 대학에 다닐 때부터 대중음악 업계에서 건반 연주자로 활발히 활동해왔던 저자는 선배의 제안으로 1997년 뮤지컬 《명성황후》에 건반 연주자로 참여하며 ‘뮤지컬’의 세계에 발을 들인다. 그 일을 계기로 화려한 무대 위와 연주자들의 공간인 피트(pit) 모두를 아우르는 음악감독이 되어 ‘음악으로 집을 짓고 싶다’는 꿈을 꾸기 시작하고, 당시 두 갓난아이의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그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저자의 앞에 우연처럼 큰 기회들이 찾아온다. 저자는 취미였던 음악을 직업으로 삼게 되었던 계기, 처음 뮤지컬 세계에 발을 들인 순간, 시간을 쪼개 쓰며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배우고 실력을 쌓았던 날들, 초보 음악감독이 감당하기에는 힘들 수 있었던 창작 뮤지컬 《둘리》의 음악감독 일을 맡아 해낸 일, 《명성황후》 런던 공연의 슈퍼바이저 일을 제안받았던 순간, 그 모든 기회를 놓치지 않고 해냄으로써 음악감독으로서의 역량을 증명해냈던 일, 음악감독으로서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었던 해외 공연 경험 등, 저자가 뮤지컬 음악감독이 되기까지의 드라마틱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20여 년간 50여 편이 넘는 작품을 맡아온 김문정 음악감독은 2부 「뮤지컬이라는 마법」에서 특별히 기억하는 작품들을 이야기하며 함께 공연을 만들어온 사람들을 주목한다. 2부에서 언급되는 작품들은 완벽한 준비로 협업의 희열을 느낄 수 있었던 《내 마음의 풍금》, 최고의 프로듀서란 어떤 존재인지 생각하게 되었던 《레미제라블》, 동료와 함께 만들어가는 뮤지컬의 가치를 돌아봤던 《도리안 그레이》, 한 사람의 질문으로부터 시작된 《영웅》, 공연 업계 종사자로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해 생각할 수 있었던 《러브》 등, 흥행에 성공한 작품만이 아니다. 저자가 이 작품들을 특별히 기억하는 이유는 그 무대를 함께 만들어온 사람들에 있다. 극작가에서부터 제작자, 연출가, 작곡가, 작사가를 비롯해 무대팀, 의상팀, 미술팀, 조명팀 등의 스태프, 무대 위의 주·조연배우들,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완벽한 공연을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해온 많은 사람들이 바로 그 이유다. 김문정 음악감독은 여러 작품 이야기를 통해 뮤지컬 공연은 혼자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며, 거기에 뮤지컬 공연의 가치가 있다고 짚는다.

“좋은 동료와 좋은 경험을 함께 나누고 나면 그것이 하나의 기준점이 되고, 다음에도 그 같은 기준에 이르려고 애쓰게 된다.”(p.103) “함께한다는 것, 그것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자산이자 보람이며, 뮤지컬이라는 장르의 가치라고 나는 여전히 믿는다.”(p.155) “뮤지컬 한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데 함께하는 백여 명 이상의 스태프는 한 명 한 명 모두 전문가다. 한 파트 한 파트 중요하지 않은 일이 없다.”(p.187)

 


 

또한 김문정 음악감독은 주ㆍ조연배우에서부터 앙상블에 이르기까지 모든 배우는 공연을 함께 만드는 수십 수백의 스태프들의 꿈을 안고 무대에 올라 수천의 관객을 꿈꾸게 하는 존재라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황정민, 옥주현, 조승우, 전미도 등 이미 그 실력을 인정받은 배우들조차 공연 전부터 완벽한 공연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던 순간들을 기억한다. 저자의 기억 속에서 연기력으로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황정민, 조승우 배우는 작품 속 배역으로 분하기 위해 매 순간 노력하고, 옥주현 배우 역시 공연 전부터 철저한 목 관리와 컨디션 조절을 할 뿐만 아니라 상대 배우들의 연습까지 돕는다. 저자는 무대 위에 오르는 배우들이 무대의 무게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 무게를 짊어지고 있음을 기억한다.

“황정민 선배를 비롯해 지금 언급한 배우들 외에도 이름만으로도 무대를 책임지는 많은 배우들이 있다. 성별과 나이가 다르고, 출발점이 다른 배우들이지만 이것 하나만큼은 모두 같다. 무대를 허투루 보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대 위에 서는 무게를,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의 무게를 안다. 무대 밖 어둠 속의 수십 수백 명이 흘린 땀과 객석을 채운 관객의 소중함을 안다.”(p.183) “앙상블은 조연과 주연을 맡기 전 단계이기도 하지만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재주 많은 사람들의 자리이다. 무대 위엔 늘 그들이 있다. 다만 이야기의 중심에 서 있지 않을 뿐이다. 화려한 꽃이 돋보이는 건 초록의 무성함이 있기 때문이고, 난 그 초록을 아낀다.”(p.231)

 


 

저자는 당시에 “모든 일은 사람이 한다는 것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면서 “리더는 원활한 소통을 해야 하고 신뢰를 바탕으로 협업해야 하며 수많은 선택의 순간 빠르게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결단력을 갖춰야 한다”라고 말한다. 이 책의 3부 「피트, 어둡고 찬란한 우주」에는 같은 맥락에서 음악감독이자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의 지휘자로서 일을 해나가는 저자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저자는 ‘음악감독의 일’(p.220~227)이라는 글에서 음악감독의 일이란 “음악적 소양을 기본으로 갖추고 현장에서 모든 사람과 일을 아우를 수 있는 리더십과 소통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어떤 상황에든 대처할 수 있는 순발력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 노하우는 실제로 공연을 하면서 알아가게 된다. 이 일은 책상 앞에 앉아 열심히 공부만 한다고 역량을 얻는 직업이 아니다”라고 짚으며, 보다 상세히 직업인으로서 음악감독이 갖춰야 할 역량과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오케스트라 지휘자로서 무대 아래에 위치한 좁고 어두운 ‘피트(pit)’ 안에서 연주자들이 완벽한 공연을 위해 애쓰는 현장의 모습과 어려운 조건에서도 좋은 음악을 연주하기 위해 노력하는 연주자들의 삶을 담아내고 있다.(p.204~208) 나아가 한 팀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서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하고(p.249), 뮤지컬 업계에서 앞서 걸어가는 선배로서 앞으로 뮤지컬계가 좀 더 단단히 발전하기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솔직히 풀어놓았다.(p.252~260) 저자는 뮤지컬인으로서 한국 뮤지컬 시장의 기반이 되어주는 것이 무대 밖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이며, 이들의 기량이 늘고 기용 가능한 인력이 늘어날 때 자연스럽게 무대의 질은 좋아질 것이라고 짚는다. 그런 차원에서 상대적으로 열악한 조건에서 일하고 있는 스태프들, 앙상블 배우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이 좀 더 안정적이고 나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그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들리는 소리도 많고 들어야 할 소리도 많은, 위아래 모두를 살펴야 하는 중간의 위치가 음악감독의 자리다.” (p.226)

 

저자 : 김문정

 

대한민국 최고의 뮤지컬 음악감독. 국내 최초 뮤지컬 전문 오케스트라 THE PIT ORCHESTRA의 지휘자. 한세대 학교 공연예술학과 교수. 《명성황후》 건반 연주자로 뮤지컬 음악을 시작한 저자는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활동하며 지금까지 《레미제라블》 《맘마미아》 《미스 사이공》 《명성 황후》 《맨 오브 라만차》 《에비타》 《모차르트!》 《영웅》 《서 편제》 《레베카》 《웃는 남자》 《마리 앙투아네트》 《팬텀》 《광화문 연가》 등 50여 편의 뮤지컬 공연 음악감독을 맡았다. 종합 예술이라 불리는 뮤지컬 장르에서 때로는 음악감독으로 때로는 슈퍼바이저로 작품에 참여하며 무대를 음악으로 꽉 채워왔으며,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완벽을 기하는 노력과 그에 준하는 결과로 ‘뮤지컬계의 작은 거인’이라고 불린다. 2008, 2009, 2011, 2012 뮤지컬 어워즈에서 음악감독상을 수상했다. 《내 마음의 풍금》 《도 리안 그레이》 《메이사의 노래》에 작곡가로도 참여하며 활동 영역을 넓히고 있으며, 2008 한국뮤지컬 대상에서 《내 마음의 풍금》으로 작곡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1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 2019 문화체육 관광부 장관 표창, 2011 한국 YWCA 연합회 한국여성지 도자상 등을 수상했고, 지금도 명실공히 국내 최정상 뮤지컬 음악감독으로서 다양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 나아가 여러 채널을 통해 뮤지컬 장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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