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흑심 - 승자들의 이기는 본능,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교활하고, 뻔뻔하고, 음흉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고 내 뜻을 이루는 창과 방패인 ‘후안‘ ‘흑심‘의 힘을 만나볼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손자병법을 뛰어넘는 탁월한 처세 철학서로 평가받아 오랫동안 중국에서 금서로 지정됐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후안흑심 - 승자들의 이기는 본능,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2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최근 신문에 잘 쓰지 않던 고사성어 하나가 실렸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를 ‘면후심흑’이란 단어로 직격했다. 면후심흑은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자신의 처지를 두고는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고 있다’며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선 “왔다갔다한다”며 섭섭함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22일(2022년 1월) 자신이 만든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 ‘일모도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일모도원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늙고 쇠약해 앞으로 목적한 바를 쉽게 이루지 못하는 처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는 최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창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제 나도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은 살아갈 날이 남았다. 죽음은 한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처럼 온다고 한다”며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당 대선 후보에 대해 날선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인 21일 ‘청년의꿈’ 게시판 문답 코너에서 “뻔뻔하다는 말에 윤석열이 먼저 떠오르는데”라는 이용자 질문 글에 “면후심흑(面厚心黑·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 중국제왕학”이라고 답글을 단 것이다. 윤 후보를 과격한 말로 비판하기 위해서다. 선거에 나선 후보에게 사용한 말치고는 충격적인 발언이다. 또 이 말이 선거에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고 예외라 하더라도 민심을 사야 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말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살다보면 예전에 배웠던 사자성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잘 쓰지 않는다. 비슷한 뜻의 사자성어도 많아서 잘 안 쓰면 잊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도 일상생활에서 사자성어를 함부로 쓰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쉽다. 사자성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면 '꽤 아는 게 많네'라며 지식을 뽐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어디서 줏어들어서 뜻도 제대로 모르고 쓴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설령 제대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말의 출처를 밝히라고 대들면 대체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에 처하기도 한다. 홍준표 의원이 썼다는 이번 고사성어도 들어본 바 있고, 앞뒤를 살펴보면 한자 실력이 모자란다 해도 대충 뜻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홍 의원이 사용한 SNS에는 출전도 적어놓았다. 인면수심이란 말과 헷갈려 쓸데없는 반론이 생길까 두려웠는지, 자신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해 사용했는지 보통은 잘 말하지 않은 출전까지 밝혔다. '제왕학'이라고 한다. 물론 독자도 출전은 물랐다.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왜 저런 사람들만 성공하는 걸까? 아니 저렇게까지 해야만 성공이라는 걸 하는 걸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의문 앞에서 ‘난 저렇게까지 할 바에야, 그냥 이대로 살겠다’ 하며 돌아서 버린다. 하지만 그러한 ‘진실 회피’는 늘 우리에게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게 만든다. 마치 이게 인생의 진실이란 것처럼.

 


 

‘착하게 살고 싶은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내 인생을 살고 싶은데….’ 어찌 보면 참 상식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이 소망은 왜 그렇게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되어 버렸을까? 그래서였을까, 햄릿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잔인해지리라, 친절하기 위해서!”이러한 인생의 모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저자 친닝 추(CHIN-NING CHU, 朱津寧, 중국계 미국인, 1947~2009)는 그 해답을 이 책 『후안흑심(厚顔黑心)』(원제: THICK FACE BLACK HEART, 1992년작)에 담아냈다. 『후안흑심』은 아시아 비즈니스 전략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친닝 추의 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책으로, 출간된 지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착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주인으로서 휘둘리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 친닝 추는 역사 속에서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갔던 위대한 승자들의 비밀을 ‘후안(厚顔, 두꺼운 낯)’과 ‘흑심(黑心, 시커먼 마음)’으로 파악하고, 이 개념을 현대사회의 일상과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한다. 동서양의 고사와 잠언, 인물과 사건 이야기, 일상과 비즈니스 사례 등을 통해 저자는 독자를 ‘후안흑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단어 후안흑심(厚顔黑心)과 면후심흑(面厚心黑)이 전혀 다른 뜻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 책 저자가 사용하려는 뜻과 이번 사건 홍준표 의원이 사용한 뜻과는 어쩌면 정반대의 해석이 될지 모르지만 언제 어느 곳에 따라 같은 단어도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는 지금까지의 언어 해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후안흑심(이하, 후흑)의 개념이 ‘착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불편함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길을 걷는 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후흑은 매우 실용적인 이론이다. 어떤 노력에도 응용될 수 있고, 그 목적이 좋든 나쁘든 가리지 않는다. 후흑을 처음 피상적으로 접하면 충격과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선악을 구별하지 않고 쓰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기적이고, 냉혹하며, 완전히 비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꼭 파괴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안흑심’은 무슨 뜻인가? 문자 그대로의 뜻을 보면, 후안(厚顔)은 ‘두꺼운 낯(얼굴)’, 흑심(黑心)은 ‘시커먼 마음’이다. 먼저 후안, 즉 ‘두꺼운 낯’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낯 두꺼움’은] 남들의 악평으로부터 우리의 자긍심을 지키는 방패[盾]이다. ‘낯 두꺼움’에 능한 사람은 남들의 비난에는 아랑곳없이 스스로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 ‘낯 두꺼운’ 사람은 자격지심을 밀쳐 버리는 능력이 있다. 그는 남들이 자신에게 씌우는 제한을 거부하며,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보통 스스로에게 씌우는 제한도 거부한다. 그는 자신이 어떤 능력이나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따위의 의문을 갖지 않는다. 스스로가 보기에 자신은 완벽하다.”

그렇다면 ‘낯 두꺼움’의 효용은 무엇인가? “세상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낯 두꺼운’ 사람은 남들에게도 그런 확신을 전파한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성공할 사람으로 보게 되고, 성공한 사람처럼 대접해준다.”

 


 

그렇다면 흑심, 즉 ‘시커먼 마음’은 무엇인가? “‘시커먼 마음’은 창[矛]이다 ‘시커먼 마음’은 남들에게 미칠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시커먼 마음’은 냉혹하다. 하지만 반드시 사악한 것은 아니다.” 이를 부연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의학이 나타나기 전의) 외과의사, 전쟁터의 장군, 현대사회의 경영자를 예로 든다.

“현대의학이 나타나기 전까지 외과의사들은 환자를 마취시키지 않고 수술했다. 그들은 환자가 비명을 지르건 말건 재빠르고 확실하게 째고 베어야 했다. 눈앞의 환자가 겪는 고통에 철저히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가져야만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한편 인간애가 풍부한 장군이라면 부하들에게 목숨을 버리도록 명령하지 못할 텐데, 그러면 그는 아무 쓸모가 없는 장군이다. 그는 패배하고 그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반대로 ‘시커먼 마음’을 소유한 장군이라면 전쟁의 비참함은 안중에 없고 바라는 결과, 즉 승리 하나만을 생각한다. 경영자는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놓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것을 주저한다면 회사 전체가 무너진다. 몇몇 직원에 대한 연민으로 결단을 미룬다면 회사는 문을 닫고 전(全)직원은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시커먼 마음’은 ‘냉혹’하다. 하지만 반드시 ‘사악’한 것만은 않다. ‘시커먼 마음’에 대한 저자의 결론이다. “시커먼 마음’의 소유자는 이런 작은 연민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며 그 비용은 개의치 않는다.”

 


 

저자는 후흑의 정신이야말로 ‘이 교활하고, 뻔뻔하고, 음흉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고 내 뜻을 이루는 창과 방패’라고 역설한다. 역사상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악한과 이 세상을 천국처럼 만들었던 위대한 성인의 유일한 공통점이 바로 ‘후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말 그대로 잘 벼려진 칼처럼 내 뜻을 실현시켜 줄 유일한 무기가 바로 ‘후흑’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악인들은 양심과 연민이 결여된 저급한 수준의 후흑을 마구 휘두른다. 그래서 ‘어떻게 저런 사람들만 성공하는 거야’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런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선한 의지를 인생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고매한 후흑으로 스스로를 무장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후흑은 인위적인 조작이나 통속적인 자잘한 판단기준을 넘어선다. 보편적인 의지에 합치되도록 행동하면 공동의 선과 이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독선적이지도,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해하지도 않는다.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행동에 임하여 빠르며, 유능하며, 초연하다. 물러설 때는 주저함이 없고, 남들이 뭐라고 하여도 구애받지 않는다. 돌격할 때는 가차 없되, 적절하게 한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늘 일관성 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후흑의 실천자이다.”

 


 

저자는 책의 뒷 부분 「부록」에서 리쭝우 사상을 일단을 소개하기 위해 리쭝우가 말한 〈관직을 얻는 여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중국 사회에서 정부 관료직은 유일하게 명예로운 직업이었다. 고위 관료는 사회경제적 질서에서도 최고위에 있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사람이 관직을 얻기 위해 매진했다.

1. 비우기 - 첫 번째로 원하는 관직 선임에 관련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마음에서 비워버린다. 다른 것을 추구하지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2. 지향하기 - 관직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듯한 것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다.

3. 자화자찬 - 관직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계속해서 알린다.

4. 아첨 -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야 한다.

5. 위협 - 위협을 할 때는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잘못하면 나에게 해를 미칠 수도 있는 사람의 비위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6. 뇌물 - 뇌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작은 선물, 음식 접대, 술자리 등이다. 그런 작은 뇌물은 이쪽을 직접 임명할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의 친지, 친구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큰 뇌물은 임용을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사용한다. 또한 임명권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저자는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 아돌프 히틀러,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유방과 항우, 한신(韓信), 주원장 등 동서고금에 걸쳐 최고의 성인부터 최악의 악한까지 모두 동원하여 후흑의 정신에 대해 설명한다. 『후안흑심(厚顔黑心)』은 그 주장이 비록 불편할 수는 있지만 세상의 모든 ‘기죽은 착한 영혼’들에게 인생의 진실에 눈뜨게 한다는 점에서, 쓰디쓴 약과 같은 처세 철학서임에 틀림없다.

 


 

저자 : 친닝 추(CHIN-NING CHU, 朱津寧, 1947~2009)

미국의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후손인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의 치마를 부여잡고, 폭탄이 터지고 화염 가득한 상하이 비행장 활주로를 달려 중국 본토를 떠나는 마지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대만에서 자랐으며, 열 살 때부터 밤마다 아버지와 함께 고대 중국의 다양한 전략서를 읽었다. 스물두 살 때인 1969년에 여행 가방 두 개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그녀는 대만에서 두 권의 책을 챙겨 왔는데, 바로 병법서 《손자병법》과 청나라 말기 사상가 리쭝우(李宗吾, 이종오)의 《후흑학(厚黑學)》이었다. 전략학습연구소와 아시아 마케팅 컨설턴트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아시아인의 비즈니스 사고방식을 서양적 사고로 수용한 최고의 권위자로 세계 언론의 인정을 받았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경영자들, 정부, 대학, 국제기구 등이 주요 고객이었다. 또한 탁월한 인생경영 컨설턴트로서 저술, 강의, 세미나 등으로 40여 개국 수백만 명에게 감동을 주었다.

〈보그〉 〈바자〉 〈마리클레르〉 등에 커버스토리로 등장했으며,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의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기사가 보도되었다. 1996년 국제기구 ‘세계의 여성’에서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된 그녀의 저술은 미국 대학들의 교과서로도 쓰였다. 대표 저서로는 《후안흑심》을 비롯해, 《작은 노력으로 성공하라(DO LESS, ACHIEVE MORE)》 《중국인의 심리 게임(THE CHINESE MIND GAME)》 《아시아인의 심리 게임(THE ASIAN MIND GAME)》 등이 있다.

 

역자 : 함규진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약용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벽이 만든 세계사》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리더가 읽어야 할 세계사 평행이론》 《세계사를 바꾼 담판의 역사》 《영조와 네 개의 죽음》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 《유대인의 초상》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왕의 밥상》 등의 책을 썼고, 《공정하다는 착각》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정치 질서의 기원》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 Killer's Wife 킬러스 와이프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 1
빅터 메토스 지음, 최호정 옮김 / 키멜리움 / 2021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킬러스 와이프(A KILLER'S WIFE)』는 숨 막히는 법정 장면과 흡입력 있는 등장인물들, 그리고 놀라운 반전이 뒤얽혀 페이지를 넘기는 당신의 손을 멈추지 못하게 할 고도의 법정 스릴러로 평가 받는다. 이 작품은 2020년 에드거 상 최종 노미네이트 작가 빅터 메토스의 신작 서스펜스 스릴러다. 이 소설은 독자들의 출간되자마자 수많은 호평 추천을 받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반전이 넘쳐난다." "이 책은 매우 잘 씌어졌다. 때때로 나는 사람들이 정말 이 정도로 비열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고개를 내저었지만 실제로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한 번 손에 들면 내려놓을 수 없을 것이다."

"매혹적인 반전의 기쁨! 『A Killer's Wife』는 생생하고 엄청나게 재미있는 읽을거리다. 원래 법정 스릴러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소설은 훌륭하다. 주인공 제시카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잘 만들어진 캐릭터다. 스마트하고, 의지력이 강한 여성으로 그 어떤 것에도 무릎 꿇지 않는다. 그녀의 전남편 에디는 전형적인 연쇄 살인마에서 벗어나서 인간적인 면모가 있는 인물이다. 연쇄 살인범이 나오는 소설의 팬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소설이다."

 


 

이 소설은 정통적 스타일의 추리소설로 분류하기에는 약간 애매하다. 사건이 발생하고 그에 따른 후발적인 단서들이 점진적으로 하나, 둘씩 제시되면서 서서히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고전적 방법, 즉 해결자와 독자의 시선의 교착점을 통해 문제 해결의 절정에 이르는 전통의 추리소설을 뛰어넘는다는 점은 저자의 사건 전개 능력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또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는 저자의 구성 능력이 돋보이는 미스테리물이기도 하다. 특히 이 소설은 인물의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광기에 휩싸인 절대악적인 인물에 대한 미스테리한 설정을 통해 독자들로 하여금 묘한 매력과 함께 흥미를 가지게 한다. 『양들의 침묵』에 나오는 한니발 렉터 박사와 같은 낯설지 않은 인물 설정이다. 입체적인 인물 제시를 통해 몰입감을 높이고 싶어하는 저자의 의도가 선명해지는 부분이다. 작품의 전반부는 흡입력있는 전개와 기믹한 플롯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이 전개돼 매우 흥미있게 읽히는 장점도 갖고 있다. 후반부로 갈수록 스토리를 만들기 위한 표면적 사건의 서사적 나열에 집중돼 다소 아쉽다.

 


 

천재적 두뇌를 가진 딸 타라와 극악한 범죄의 세상에서 그녀에게 주어진 정의를 위해 살아가고 있는 제시카 야들리는 라스베이거스의 연방검사이다. 그녀의 전 남편인 에디 칼은 연쇄살인을 저지르고 현재 사형집행이 계류중인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과거 에디가 저지른 살인사건의 방식을 그대로 재현한 살인사건이 또 발생한다. FBI 요원인 볼드윈은 이 사건의 단서들이 에디의 살인사건에 대한 모방범죄라고 인지하고 에디의 아내였던 야들리를 찾아간다. 그리고 그녀에게 참혹하게 살해된 부부의 사건을 함께 해결해주길 요청한다. 그 요청의 이면에는 야들리의 남편이었던 에디의 정보를 얻기 위함이다.

야들리는 그런 상황의 딜레마에 고민하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범죄의 세상의 정의를 위해 더 이상 만나길 원치 않았던 에디 칼을 찾아간다. 그리고 에디만이 이해할 수 있는 사건의 정보를 얻으내려 하지만 에디는 그녀에게 자신과 관련한 요구를 한다. 또 다른 살인사건이 벌어지기 전 살인자를 찾기 위해 야들리는 과연 에디와의 협상을 하게 될지, 그리고 그녀에게 또다른 위험의 순간이 다가오게 될지 긴장이 고조된다.

 


 

이번 살인을 진정으로 이해할 유일한 정보원인 에디 칼, 그를 모방한 이 살인자의 범죄는 그녀가 결코 피하지 못할 것 같은 비뚤어진 배후 조종자가 보낸 피 묻은 발렌타인 카드다. 그토록 사랑한다던 전처와 딸을 상대로 자신만의 계획이 있는 에디 칼과 제시카 야들리의 게임은 어떻게 끝이 날 것인가? 이 소설은 문장의 대부분이 대화체로 이루어져 있고 즉각적인 행동과 상황묘사에 집중하고 있다. 흡사 한편의 드라마 대본을 읽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킬 정도다. 이 때문에 생동감있고 전달력이 용이한 표현들이 대부분이다. 대화체를 제외한 나머지 서술은 상황과 장소, 그리고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묘사에 치중한다. 상황이나 사건의 전개가 쉽고 빠른 소설을 찾으시는 독자들에게 대환영을 받을 것 같다.

소설은 여성의 시각에서 느껴지는 남성적 범죄의 공포감을 일련의 범죄사건을 통해서 표현하고자 하는 의도가 짙게 느껴진다. 순진한 여성 피해자와 공격적인 남성 가해자 구도의 상징적 이미지 구축이 마지막까지 일관성 있게 지속된다. 눈앞에 상대방을 향해 총을 겨누고 있는 절대적인 유리한 구도에 놓인 여자 주인공이 결국 손쉽게 범죄자에게 제압당하는 장면이 연출돼 독자들의 안타까움을 산다. 결국 남성 동료가 구해줄 수밖에 없는 상황 구축은 단순히 여성은 약하다는 고정관념 이미지를 차용해서 단편적이고 이해하기 쉬운 인물 만들기에 주력한다는 인상을 준 점은 다소 아쉽다.

 


 

이러한 형태의 스릴러의 방식은 매력이 넘친다. 초반을 훑고 지나가는 연쇄살인 사건에 대한 진실과 단서를 찾아 살인마를 색출하는 과정이 주는 서스펜스도 만만찮은 재미가 있지만, 이 작품의 궁극적인 재미는 중반부터 이어지는 법정스토리라고 봐야 할 것 같다. 저자의 이력을 중심으로 법정 스릴러로서의 전문적인 지식과 상황극으로 이어지는 서사는 긴장감이 넘치면서 현실감이 뛰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대부분의 법정 스릴러 소설의 감성은 작품 후반부에 집중한다. 하지만 밑바탕에 연쇄살인마라는 주제적 캐릭터를 구현하면서 이어지는 스토리여서 독자로서 스릴러의 매력에 부합되는 장점을 가진 작품이라는 느낌도 받는다. 이에 따라 몰입감과 잘 짜여진 구성적인 재미 또한 부족함이 없다. 앞서 드러낸 정의와 대치되는 악의 개념적 이미지가 조금 더 부각되고, 야들리라는 여성 주인공의 주체적 방향성을 조금 더 짜맞춰 나갔다면 더 치밀한 구성력에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을 독자로서 지울 수 없다. 그러나 그 바람은 독자의 개인적인 욕심일 뿐 저자의 다음 작품과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은 완성도 높은 소설임을 부인하기에는 어렵다. 잘 짜여지고, 잘 풀어낸 한 편의 법정 스릴로서의 매력이 듬뿍 담긴 작품이다.

 


 

이 책이 저자의 대표작인지는 모르겠지만 「라스베이거스 연쇄 살인의 비밀」이란 부제가 붙은 이 작품은 시리즈물이란 사실은 확실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정식 출간된 『킬러스 와이프』가 1권이고 그 뒤로 두 권이 더 나와 모두 3권의 시리즈가 되었다고 하니 번역 출간될 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2권, 3권 역시 주인공이 이 책에서 나온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제시카 야들리 여검사이라고 하니 연작으로 볼 수 있을 듯 싶다. 독자 개인의 입장으로는 번역 출간될 날을 기대하고 있고, 스릴러물의 많은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작품들이다.

 

타라는 숨죽이며 울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애는 내가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거예요. 그게 좋은 생각이라면서. 그건 그냥 섹스일 뿐 아무것도 아니라고요. 내가 싫다고 하자 케빈은 불같이 화를 냈고, 내가 거기서 나가지 못할 거라고 했어요."

아이는 다시 울고 있었다.

울음을 그치고서 타라는 엄마를 보며 말했다. "엄마는 소리도 안 지르네요. 나한테 화난 거 아니에요?"

야들리는 고개를 저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야."(p.222)

 


 

저자 : 빅터 메토스(VICTOR METHOS)

메토스는 아홉 살 때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미국으로 이민 왔다. 열 살 때 처음으로 영어로 단편 소설을 썼다. 열세 살 때 제일 친한 친구가 8시간이 넘는 경찰 조사를 받고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고백한 일을 겪은 후, 자신이 나중에 변호사가 될 것을 직감했다. 메토스는 유타 대학 로스쿨을 졸업한 뒤 솔트레이크시티에서 검사로 맹활약을 했으며 이후 유타주 최고의 형사소송 전문기관으로 성장한 로펌을 창업했다. 메토스는 10년 동안 100건이 넘는 재판을 담당했다. 그중 한 가지 특별한 사건이 그의 기억 속에 강하게 자리 잡았고 결국 그의 첫 베스트셀러인 『THE NEON LAWYER』를 쓸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그 후 메토스는 법정 스릴러와 미스터리에 초점을 둔 작품 활동을 해 오고 있으며 『A GAMBLER’S JURY』로 2019 에드거 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THE HALLOWS』로 2020 하퍼 리 상을 받았다. 그는 현재 서던 유타와 라스베이거스를 오가며 생활하고 있다. 작품으로는 『AN INVISIBLE CLIENT』 『A GAMBLER’S JURY』 『THE SHOTGUN LAWYER』 『THE HALLOWS』 『THE NEON LAWYER』 등이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 영국, 인도, 호주 등에서 #1 베스트셀러에 오른 바 있다.

 

역자 : 최호정

서울대학교 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노과를 졸업하고 뉴욕주립대학교 빙엄턴에서 번역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옮긴 책으로는 『반투 스티브 비코』 『도스또예프스키와 함께 한 나날들』 『무엇을 할 것인가』 『외국어 완전 정복』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아픈 몸으로 사는 경험을 나누고 싶었다. 불편함과 통증 사이를 부유하고 고통과 희망 사이를 오르락내리락했던 경험을. 이 불편함과 아픔을 말하고 싶은 갈증에 시달렸다. 이해받지 못할지라도.”라는 말을 썼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 - 질병과 아픔, 이해받지 못하는 불편함에 관하여 그래도봄 플라워 에디션 2
오희승 지음 / 그래도봄 / 2022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책 『적절한 고통의 언어를 찾아가는 중입니다』는 ‘견디는 삶’이 아니라 ‘부축하는 삶’을 향한 용기 있는 기록이다. 아픈 몸과 상처, 돌봄에 관한 사려 깊고 따뜻한 공감의 말들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내기까지 저자 오희승의 질병과 아픔에 대한 후기이다. 저자는 샤르코-마리-투스(CMT)라는 희귀병과 퇴행성 고관절염이라는 상대적으로 흔한 병 사이에서 불편함과 아픔을 겪어야 했다. 인내와 침묵만이 미덕이라고 여겼기에 말할 수도 내색할 수도 없었던, 질병의 낙인과 완벽한 몰이해 속에서 살아온 비참함과 외로움을 견뎌내야 했다.

이는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에서 부유하는 삶을 살아온 저자의 몸과 상처에 대하여, 아픈 몸으로 살아가는 불편함과 통증 사이를, 균형 잡힌 시선으로 서른여섯 편의 글을 한데 묶었다. 저자는 질병과 아픔으로 가득한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고통 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독과 칼 같던 생각을 가다듬어 다정한 언어로 담아냈다.

 


 

여성인 저자의 섬세한 마음의 결로 풀어낸 서른여섯 편의 글 속에는 아픈 몸으로 삶을 향한 애착과 이별, 사회학적 질병의 의미, 페미니즘적 시각에서 다룬 병과 돌봄, 장애를 가진 몸에 대한 논의, 간병을 하는 입장 등 다양한 시각이 균형감 있게 펼쳐진다. 저자는 개인적인 하소연에 그치지 않고 의미 있는 이야기로 전달하기 위해 질병의 특수성에 보편적인 경험들을 더했다.

심리적 신체적 아픔과 고통이 개인의 사정으로만 치부되지 않도록 가정, 사회, 관계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공감하고 위로의 지점을 찾아야 할지 끊임없이 신호를 보낸다. 몸을 향한 불편한 의식을 거두고 그저 나 자신으로 편하게 지내는 것, 남들이 이해하기에는 드물고 어려운 병일지라도 자유롭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서로를 받아들이는 매너를 갖추는 것, 사랑의 시선으로 나 자신을 애틋하게 바라봐주는 것이 불편한 몸으로 아름답게 늙어가는 가장 인간다운 삶일지도 모른다고 말이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격하게 힘든 시기를 거치고 고통도 잦아들고, 불안도 가라앉은 후에 쓴 것임을 밝히고, 오랜 시간이 흐른 만큼, 당시의 생각과 느낌은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고백한다. "그토록 절박하게 원하고 서글프게 원망했던 모든 것들이 이제는 그렇게 커 보이지 않는다. 그때의 날 선 감정도, 지금의 무뎌짐도 옳다. 고통 속에서 뿜어져 나오던 독과 칼 같던 생각을 가다듬어 글로 표현하게 될 줄은 몰랐다. 병은 진행형이고 몸은 노화한다. 언제 다시 고통이 일상이 될지 모른다. 지난 고통을 아쉬워하기보다는 지금의 찰나와 같은 순간이 드물게 찾아오는 행복구간일지 모른다는 걸 직감하며 감사하며 살고 싶다."고 말한다.

모두 5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에서는 희귀병과 상대적으로 흔한 병 사이,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의 삶에서 끌어올린 여러 고민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고통, 질병의 낙인과 완벽한 몰이해로 인한 비참함과 외로움, 장애등록 시도 등 아픈 몸으로 살아온 경험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2부에서는 진료실에서 느끼는 환자와 의사 사이의 심리적 거리, 지루하기 짝이 없는 병원 생활을 현장감 있게 보여준다. 의사 대신 인터넷 검색에 의지한 일, 세 번의 수술을 거치며 고통 없이 두 발로 걷게 된 일, 가족 대신 전문가에게 간병을 맡긴 일 등을 회상하며 병원 생활의 의외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

 


 

3부에서는 병원이라는 완벽한 돌봄의 공간에서 벗어나 가정이라는 현실 세계에 들어왔을 때 일어나는 여러 고충과 돌봄의 영역 및 역할에 대해 깊이 성찰한다. 애만 쓰다가 끝나버린 엄마의 돌봄, 자신의 고통을 적절한 언어로 설명해야 하는 이유, 서로의 곁을 지키게 하는 힘에 대해서 섬세하게 풀어놓는다. 4부에서는 몸이 기억하는 상처와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제대로 이해받지 못하는 여러 불편함에 관하여 균형 잡힌 시선으로 설파한다. 의사가 진심으로 사과한 일, 축소되었던 삶을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 노년의 세계, 아픈 몸과 더불어 살아가는 지혜로운 방법, 조화롭고 인간다운 삶의 통로를 안내한다.

5부에서는 고통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자신과 진정으로 가까워지기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한다. 상담을 받기 시작한 일, 몸의 한계를 직시하고 터득한 일, 치유적 글쓰기를 시작하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등 더 이상 아픈 몸을 불평하지 않고 자기 연민에 빠지지 않는 길을 차근히 알려준다.

 


 

우리는 나의 고통과 닮은 고통을 마주했을 때 위로를 받기도 한다. 저자는 아픔을 통과하는 사람들이 나의 이야기를 통해 어떤 위로를 얻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글을 썼는데 오히려 자신이 책을 쓰며 글쓰기의 치유 효과를 누린 것 같다고 되새긴다. 저자는 대화든 글이든 꺼내어 드러내지 않으면 아무도 알지 못한다는 것을 깊이 느꼈다.

쉽지 않더라도 불편함, 분노, 섭섭함 등 내 감정을 잘 들여다보고 제대로 표현할 언어를 빨리 발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언어를 잃어버린 소리는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그저 시끄러운 아우성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적절한 언어를 찾아 자신을 설명하는 일’에 뜨거운 응원을 보내는 이 책은, 궁극적으로 몸이 기억하는 상처와 차가운 시선으로부터, 홀로 아픔을 관통하는 어둑한 길에 다정한 친구가 되어 찬찬히 들어주고 손잡아주고 더 넓은 세상으로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년간 누적된 시간 속에서 내 고통은 언어를 잃어버렸다. 내가 뱉는 말에 내가 질릴 정도로 반복되는 같은 이야기에는 어느 순간 원망과 짜증, 비난이 섞여 있었다. 이해를 바라며 시작한 말이지만, 상대에게 가닿는 언어는 이미 그 의도와 기능을 잃어버렸다. 언어를 잃어버린 소리는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고 그저 시끄러운 아우성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계속해서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듣기에는 지긋지긋한 푸념이었을 것이다. 나 또한 반향으로만 되돌아오는 메아리를 반복하면서 어떻게 그 시간을 견뎠는지 모르겠다. 내가 하는 말에 대답을 듣고 싶었다. 해결책이 아니라 그저 듣고 있다는 것만이라도 확인하고 싶었다.(p.125)

 


 

고통에 직면했을 때 끝끝내 응시하며 충분히 애도하고 바닥까지 다 쓸어버리고 나면, 다시 떠오를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이 믿음을 가능하게 한 것은 함께 고통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의미 있는 서사를 뽑아내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게 손잡아준 이들이었다. 사람들은 서로가 서로를 힘들게 한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돕고 지킨다. 그것이 살아가는 일, 아프면서 살아가는 일이다. 아픈 몸으로 살아온 고통을 이야기했지만 그것은 몸의 아픔만이 아니라 살아가는 아픔이었다. 그리고 삶의 풍경 속에서 때로는 찬란하게 빛나는 순간들을 만끽하고 나누는 일도, 결국 고 통을 나누면서 가능했다. 그것이 살아있는 기쁨이리라.(p.211~212)

 

저자 : 오희승

 

미술사를 공부했고 그림을 좋아한다. 매일매일 열심히 살았지만 아무도 알아주지 않아서 글을 썼다. 내세울 경력도, 출간한 책도 없다. 하지만 꾸준히, 열정적으로, 그리고 절실하게 나 자신을 알고 싶은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장애도 비장애도 아닌 경계에서 부유하는 삶을 어떻게 정의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살아갈 수 있을까 궁리해왔다. 내면으로만 파고드는 책 읽기를 하다 보니 이제는 더 이상 견디는 삶을 위해 읽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서로 부축하는 글쓰기를 하고 싶어졌다. 글이라는 상상 속의 공간, 그곳에서 서로의 마음을 부축하는 자리를 마련할 수 있지 않을까. 마음의 풍경을 그려내고 그 풍경을 거닐며 이야기하고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