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안흑심 - 승자들의 이기는 본능, 두꺼운 얼굴과 시커먼 마음의 힘
친닝 추 지음, 함규진 옮김 / 월요일의꿈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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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문에 잘 쓰지 않던 고사성어 하나가 실렸다.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이 윤석열 대선 후보를 ‘면후심흑’이란 단어로 직격했다. 면후심흑은 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는 뜻의 사자성어이다. 자신의 처지를 두고는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고 있다’며 씁쓸한 마음을 토로했다. 이준석 대표에 대해선 “왔다갔다한다”며 섭섭함을 내비쳤다. 홍 의원은 22일(2022년 1월) 자신이 만든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에 ‘일모도원’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일모도원은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의 사자성어로, 늙고 쇠약해 앞으로 목적한 바를 쉽게 이루지 못하는 처지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그는 최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난 동창생의 이야기를 전하며 “이제 나도 살아온 날보다 훨씬 짧은 살아갈 날이 남았다. 죽음은 한여름 밤의 서늘한 바람처럼 온다고 한다”며 “갈 길은 멀고 해는 저물고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윤석열 당 대선 후보에 대해 날선 마음을 드러냈다. 그는 전날인 21일 ‘청년의꿈’ 게시판 문답 코너에서 “뻔뻔하다는 말에 윤석열이 먼저 떠오르는데”라는 이용자 질문 글에 “면후심흑(面厚心黑·얼굴은 두껍고 마음은 검다) 중국제왕학”이라고 답글을 단 것이다. 윤 후보를 과격한 말로 비판하기 위해서다. 선거에 나선 후보에게 사용한 말치고는 충격적인 발언이다. 또 이 말이 선거에서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이고 예외라 하더라도 민심을 사야 하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당혹스런 말임에는 분명하다.

 


 

사실 살다보면 예전에 배웠던 사자성어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잘 쓰지 않는다. 비슷한 뜻의 사자성어도 많아서 잘 안 쓰면 잊히기 때문이다. 알고 있어도 일상생활에서 사자성어를 함부로 쓰다가는 오히려 역풍(?)을 맞기 쉽다. 사자성어의 뜻을 제대로 알고 쓰면 '꽤 아는 게 많네'라며 지식을 뽐낼 수도 있지만 자칫 잘못 사용하면 오히려 어디서 줏어들어서 뜻도 제대로 모르고 쓴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설령 제대로 사용했다 하더라도 말의 출처를 밝히라고 대들면 대체로 얼버무릴 수밖에 없는 곤궁한 처지에 처하기도 한다. 홍준표 의원이 썼다는 이번 고사성어도 들어본 바 있고, 앞뒤를 살펴보면 한자 실력이 모자란다 해도 대충 뜻이 잡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홍 의원이 사용한 SNS에는 출전도 적어놓았다. 인면수심이란 말과 헷갈려 쓸데없는 반론이 생길까 두려웠는지, 자신의 말에 힘을 싣기 위해 사용했는지 보통은 잘 말하지 않은 출전까지 밝혔다. '제왕학'이라고 한다. 물론 독자도 출전은 물랐다. 살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많다. ‘왜 저런 사람들만 성공하는 걸까? 아니 저렇게까지 해야만 성공이라는 걸 하는 걸까?’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의문 앞에서 ‘난 저렇게까지 할 바에야, 그냥 이대로 살겠다’ 하며 돌아서 버린다. 하지만 그러한 ‘진실 회피’는 늘 우리에게 ‘타인에게 휘둘리는 삶’을 살게 만든다. 마치 이게 인생의 진실이란 것처럼.

 


 

‘착하게 살고 싶은데,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살고 싶은데, 그러면서도 내 인생을 살고 싶은데….’ 어찌 보면 참 상식적이고 당연해 보이는 이 소망은 왜 그렇게 풀기 어려운 과제가 되어 버렸을까? 그래서였을까, 햄릿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잔인해지리라, 친절하기 위해서!”이러한 인생의 모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했던 저자 친닝 추(CHIN-NING CHU, 朱津寧, 중국계 미국인, 1947~2009)는 그 해답을 이 책 『후안흑심(厚顔黑心)』(원제: THICK FACE BLACK HEART, 1992년작)에 담아냈다. 『후안흑심』은 아시아 비즈니스 전략 분야에서 세계적 명성을 얻었던 친닝 추의 생의 역작으로 꼽히는 책으로, 출간된 지 30년이 되었지만 여전히 수많은 ‘착한 사람’들에게 인생의 주인으로서 휘둘리지 않고 당당히 살아갈 수 있도록 삶의 지혜를 들려주고 있다.

저자 친닝 추는 역사 속에서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갔던 위대한 승자들의 비밀을 ‘후안(厚顔, 두꺼운 낯)’과 ‘흑심(黑心, 시커먼 마음)’으로 파악하고, 이 개념을 현대사회의 일상과 비즈니스 세계에 적용한다. 동서양의 고사와 잠언, 인물과 사건 이야기, 일상과 비즈니스 사례 등을 통해 저자는 독자를 ‘후안흑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이 단어 후안흑심(厚顔黑心)과 면후심흑(面厚心黑)이 전혀 다른 뜻으로 생각되지 않는다면 별 문제가 없겠지만 이 책 저자가 사용하려는 뜻과 이번 사건 홍준표 의원이 사용한 뜻과는 어쩌면 정반대의 해석이 될지 모르지만 언제 어느 곳에 따라 같은 단어도 다른 뜻으로 사용된다는 지금까지의 언어 해석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후안흑심(이하, 후흑)의 개념이 ‘착한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여겨질 수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그 불편함이야말로 진정한 자유의 길을 걷는 데 걸림돌이라고 말한다. “후흑은 매우 실용적인 이론이다. 어떤 노력에도 응용될 수 있고, 그 목적이 좋든 나쁘든 가리지 않는다. 후흑을 처음 피상적으로 접하면 충격과 반감을 갖는 경우가 많은데, 선악을 구별하지 않고 쓰이기 때문에 그렇다. 이기적이고, 냉혹하며, 완전히 비도덕적이라고 여겨지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꼭 파괴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후안흑심’은 무슨 뜻인가? 문자 그대로의 뜻을 보면, 후안(厚顔)은 ‘두꺼운 낯(얼굴)’, 흑심(黑心)은 ‘시커먼 마음’이다. 먼저 후안, 즉 ‘두꺼운 낯’에 대한 저자의 설명이다.

“[‘낯 두꺼움’은] 남들의 악평으로부터 우리의 자긍심을 지키는 방패[盾]이다. ‘낯 두꺼움’에 능한 사람은 남들의 비난에는 아랑곳없이 스스로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 ‘낯 두꺼운’ 사람은 자격지심을 밀쳐 버리는 능력이 있다. 그는 남들이 자신에게 씌우는 제한을 거부하며, 더 중요하게는, 우리가 보통 스스로에게 씌우는 제한도 거부한다. 그는 자신이 어떤 능력이나 가치가 있는 존재인지 따위의 의문을 갖지 않는다. 스스로가 보기에 자신은 완벽하다.”

그렇다면 ‘낯 두꺼움’의 효용은 무엇인가? “세상은 우리 자신이 스스로에게 내리는 판단을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자신을 절대적으로 확신하는 ‘낯 두꺼운’ 사람은 남들에게도 그런 확신을 전파한다. 사람들은 어느새 그를 성공할 사람으로 보게 되고, 성공한 사람처럼 대접해준다.”

 


 

그렇다면 흑심, 즉 ‘시커먼 마음’은 무엇인가? “‘시커먼 마음’은 창[矛]이다 ‘시커먼 마음’은 남들에게 미칠 영향에 구애받지 않고 행동을 취할 수 있는 능력이다. ‘시커먼 마음’은 냉혹하다. 하지만 반드시 사악한 것은 아니다.” 이를 부연 설명하기 위해 저자는 (현대의학이 나타나기 전의) 외과의사, 전쟁터의 장군, 현대사회의 경영자를 예로 든다.

“현대의학이 나타나기 전까지 외과의사들은 환자를 마취시키지 않고 수술했다. 그들은 환자가 비명을 지르건 말건 재빠르고 확실하게 째고 베어야 했다. 눈앞의 환자가 겪는 고통에 철저히 냉정하고 무관심한 태도를 가져야만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한편 인간애가 풍부한 장군이라면 부하들에게 목숨을 버리도록 명령하지 못할 텐데, 그러면 그는 아무 쓸모가 없는 장군이다. 그는 패배하고 그 나라는 멸망하고 만다. 반대로 ‘시커먼 마음’을 소유한 장군이라면 전쟁의 비참함은 안중에 없고 바라는 결과, 즉 승리 하나만을 생각한다. 경영자는 이익이 나지 않는 사업을 놓고 결단을 내릴 필요가 있다. 그것을 주저한다면 회사 전체가 무너진다. 몇몇 직원에 대한 연민으로 결단을 미룬다면 회사는 문을 닫고 전(全)직원은 일자리를 잃어버릴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시커먼 마음’은 ‘냉혹’하다. 하지만 반드시 ‘사악’한 것만은 않다. ‘시커먼 마음’에 대한 저자의 결론이다. “시커먼 마음’의 소유자는 이런 작은 연민을 뛰어넘는다. 그리고 자신의 목표에 집중하며 그 비용은 개의치 않는다.”

 


 

저자는 후흑의 정신이야말로 ‘이 교활하고, 뻔뻔하고, 음흉하며, 잔인하기까지 한 세상에서 나를 지켜내고 내 뜻을 이루는 창과 방패’라고 역설한다. 역사상 절대 용서할 수 없을 것 같은 악한과 이 세상을 천국처럼 만들었던 위대한 성인의 유일한 공통점이 바로 ‘후흑’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말 그대로 잘 벼려진 칼처럼 내 뜻을 실현시켜 줄 유일한 무기가 바로 ‘후흑’이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악인들은 양심과 연민이 결여된 저급한 수준의 후흑을 마구 휘두른다. 그래서 ‘어떻게 저런 사람들만 성공하는 거야’라는 탄식이 나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우리가 그런 이들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신의 선한 의지를 인생에서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고매한 후흑으로 스스로를 무장해야만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가장 자연스러운 후흑은 인위적인 조작이나 통속적인 자잘한 판단기준을 넘어선다. 보편적인 의지에 합치되도록 행동하면 공동의 선과 이익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독선적이지도, 남들의 비위를 맞추기에 급급해하지도 않는다. 타인의 인정을 받기 위해 애쓰지도 않는다. 행동에 임하여 빠르며, 유능하며, 초연하다. 물러설 때는 주저함이 없고, 남들이 뭐라고 하여도 구애받지 않는다. 돌격할 때는 가차 없되, 적절하게 한다. 어떤 행동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늘 일관성 있다. 이런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후흑의 실천자이다.”

 


 

저자는 책의 뒷 부분 「부록」에서 리쭝우 사상을 일단을 소개하기 위해 리쭝우가 말한 〈관직을 얻는 여섯 가지 방법〉을 제시했다. 중국 사회에서 정부 관료직은 유일하게 명예로운 직업이었다. 고위 관료는 사회경제적 질서에서도 최고위에 있었다. 그 결과 거의 모든 사람이 관직을 얻기 위해 매진했다.

1. 비우기 - 첫 번째로 원하는 관직 선임에 관련되지 않는 것은 무엇이든 마음에서 비워버린다. 다른 것을 추구하지도 생각하지도 말아야 한다.

2. 지향하기 - 관직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듯한 것은 하나라도 놓치지 않는다.

3. 자화자찬 - 관직을 따내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우수성과 중요성을 계속해서 알린다.

4. 아첨 -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환심을 사야 한다.

5. 위협 - 위협을 할 때는 아주 교묘한 방법으로 해야 한다. 잘못하면 나에게 해를 미칠 수도 있는 사람의 비위를 건드릴 수 있기 때문이다.

6. 뇌물 - 뇌물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유형은 작은 선물, 음식 접대, 술자리 등이다. 그런 작은 뇌물은 이쪽을 직접 임명할 자리에 있는 사람만이 아니라, 그의 친지, 친구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큰 뇌물은 임용을 확실히 보장받기 위해 사용한다. 또한 임명권자에게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저자는 마하트마 간디, 에이브러햄 링컨, 아돌프 히틀러, 로널드 레이건, 지미 카터, 유방과 항우, 한신(韓信), 주원장 등 동서고금에 걸쳐 최고의 성인부터 최악의 악한까지 모두 동원하여 후흑의 정신에 대해 설명한다. 『후안흑심(厚顔黑心)』은 그 주장이 비록 불편할 수는 있지만 세상의 모든 ‘기죽은 착한 영혼’들에게 인생의 진실에 눈뜨게 한다는 점에서, 쓰디쓴 약과 같은 처세 철학서임에 틀림없다.

 


 

저자 : 친닝 추(CHIN-NING CHU, 朱津寧, 1947~2009)

미국의 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명나라 태조 주원장의 후손인 그녀는 중국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의 치마를 부여잡고, 폭탄이 터지고 화염 가득한 상하이 비행장 활주로를 달려 중국 본토를 떠나는 마지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후 대만에서 자랐으며, 열 살 때부터 밤마다 아버지와 함께 고대 중국의 다양한 전략서를 읽었다. 스물두 살 때인 1969년에 여행 가방 두 개를 들고 미국으로 건너왔다. 당시 그녀는 대만에서 두 권의 책을 챙겨 왔는데, 바로 병법서 《손자병법》과 청나라 말기 사상가 리쭝우(李宗吾, 이종오)의 《후흑학(厚黑學)》이었다. 전략학습연구소와 아시아 마케팅 컨설턴트의 대표를 역임했으며, 아시아인의 비즈니스 사고방식을 서양적 사고로 수용한 최고의 권위자로 세계 언론의 인정을 받았다. 〈포천〉 선정 500대 기업 경영자들, 정부, 대학, 국제기구 등이 주요 고객이었다. 또한 탁월한 인생경영 컨설턴트로서 저술, 강의, 세미나 등으로 40여 개국 수백만 명에게 감동을 주었다.

〈보그〉 〈바자〉 〈마리클레르〉 등에 커버스토리로 등장했으며, 〈워싱턴포스트〉 〈파이낸셜타임스〉 〈CNN〉 등의 다양한 매체에 인터뷰와 기사가 보도되었다. 1996년 국제기구 ‘세계의 여성’에서 ‘올해의 여성’으로 선정된 그녀의 저술은 미국 대학들의 교과서로도 쓰였다. 대표 저서로는 《후안흑심》을 비롯해, 《작은 노력으로 성공하라(DO LESS, ACHIEVE MORE)》 《중국인의 심리 게임(THE CHINESE MIND GAME)》 《아시아인의 심리 게임(THE ASIAN MIND GAME)》 등이 있다.

 

역자 : 함규진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 1969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학교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정약용의 정치사상을 주제로 정치외교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성균관대학교 국가경영전략연구소 연구원을 거쳐 현재는 서울교육대학교 윤리교육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동양과 서양, 전통과 현대, 보수와 진보 등 서로 대립되는 듯한 입장 사이에 길을 내고 함께 살아갈 집을 짓는 작업에 열중하고 있다. 《벽이 만든 세계사》 《조약으로 보는 세계사 강의》 《리더가 읽어야 할 세계사 평행이론》 《세계사를 바꾼 담판의 역사》 《영조와 네 개의 죽음》 《조선의 마지막 왕, 고종》 《유대인의 초상》 《정약용, 조선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왕의 밥상》 등의 책을 썼고, 《공정하다는 착각》 《실패한 우파가 어떻게 승자가 되었나》 《정치 질서의 기원》 등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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