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입맛 경제밥상
김상민 지음 / 패러다임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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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제 19대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박빙의 승부였던 만큼 긴장이 높았고, 경쟁도 치열했다. 역대 최저표차로 승부가 갈렸다. 이제는 잠시 눈을 돌렸지만 대한민국 정치는 오롯이 제 갈 길을 가야 한다. 코로나는 더 극성이고 자영업자들의 한숨은 깊어만 간다. 그 외에도 선거로 잠시 미뤄뒀던 생존 경쟁도 더 치열할 것으로 보인다. 거기에 국제 정세도 심상치 않게 돌아간다. 정신 바짝 차리지 않으면 대한민국은 침체기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과 전망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21세기에 들어서고 20여 년이 지났다. 2년은 코로나 펜데믹으로 정신 차릴 겨를이 없었다 치더라도 이젠 코로나 핑게도 통하지 않을 만큼 시간도 많이 지났다. 새 정부는 당연하겠지만 국민들도 정신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더욱이 우리는 무역 의존도가 높은 경제 구조를 가지고 있다. 코로나는 이런 나라에 더 큰 압박으로 다가왔다. 국경을 봉쇄하는 마당에 무역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없다. 물론 바닥을 치고 이젠 회복 및 반등의 시기가 닥칠 것이라는 장미빛 청사진을 내놓는 경제 인사도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예상이지 마땅한 근거가 없다.

 


 

대한민국은 지금 어떤 역사경로를 통과하면서 미래를 향해 나아가고 있을까? 새 정부가 정권 인수 작업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기대는 크지 않은 듯하다. 당선자에 대한 국정을 잘 끌어갈 것인가라는 설문조사에서 득표율에도 못 미치는 수준인 것은 의외다. 엄중한 시기에 국가 지도자는 할 일이 더 많아질 텐데... 국가 리더십이 흔들린다면 아무리 국민들이 부지런을 떨어도 회복 속도도 늦을 것이고, 회복 속도가 늦으면 우리는 점점 뒤처질 가능성이 높다. 늘 북핵 위협을 안고 있고, 높은 무역 의존도도 걱정거리도 대두될 수 있다.

대한민국에서 정치 환경이 갈수록 나빠질 경우 우리는 다시 힘든 시기를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경제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내지 못하고 회복에만 급급한 상태가 된다면 뒤처질 것은 뻔할 일이다. 국민의 일상이 또다시 분노와 불신으로 뒤덮여서는 안될 일이다. 분열된 민의를 화합과 통합의 장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야 할 당면 과제부터 차근차근 해결해 주길 국민들은 새 정부에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이 갈등과 분열로 퇴보하고 있다는 의견을 잠재울 수 있는 방법은 통합뿐이다. 대한민국은 20세기에 빈손에서 출발해 세계적인 경제 강국으로 도약했다. 그렇지만 21세기 들어 퇴조의 물살에 휩쓸려 허덕이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사실 이 책 『정치입맛 경제밥상』은 대통령 선거 전에 출간됐다. 책에 의한 선거 영향력을 기대하고 쓴 책은 아니지만 독자는 선거 후에 읽게 된 것을 오히려 다행이다 생각한다. 혹시라도 독자가 잘못 이해해 투표를 잘못할 우려가 없기 때문이다. 흑색선전이나 네거티브 선전이 심했던 선거에 자칫 잘못된 투표로 자책할 이유가 없어 다행이다싶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자유시장경제라는 이념을 기초로 세워진 나라였고, 이를 기반으로 삼아 번영했다. 정치와 경제에서도 강력한 에너지와 역동성을 지닌 나라라는 평가를 받았다.

열심히 일할 때는 몰랐지만 지금 그런 말을 듣고 뒤돌아보면 정말 일 열심히 했다고 말하는 산업화 시대의 주역들이 지금은 경제 현장 일선에서 물러나 회고하는 말을 많이 들었다. 그러나 선진국 대열에 들어섰다고 느끼자마자 각종 악재가 겹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안도 정치가들이 내놓지 못하고 있으니 암울하다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역동성이 무엇인지, 현재 그 역동성을 왜 잃어가고 있는지 등 대한민국의 현재 상황을 시민의 눈으로 그 원인과 사회를 분석하고 문제에 대한 대안을 제시한다.

 


 

책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지금 국운(國運)의 중요한 전환기에 들어서 있다. 상승이냐 추락이냐, 발전이냐 쇠락이냐, 전진이냐 퇴보냐로 얘기되는 역사의 갈림길에서 국민이 꼭 필요로 하는 덕목은 국민의 훌륭한 절제력·인내력 그리고 이성적인 판단력이 아닐까 싶다. ‘분노하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말하기 전에 두 번 생각하라.’ 저자가 늘 염두에 두고 행동하려는 문장이라고 한다. 현실에서 실천에 성공한 적이 거의 없는 생각이라서 스스로 쑥스럽게 생각하는 말이기도 하다. 이 책을 펴내면서 부족한 내용이나마 독자들의 생각과 판단 지평을 조금이라도 넓힐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책을 보신 독자들이 장밋빛 감성보다는 합리적인 이성, 특히 가슴의 분노보다는 머리의 지혜로 대한민국의 정치와 경제를 이해하고 살아가는 데 티끌만큼이나마 작은 도움이 된다면 그건 저자의 커다란 행복이 될 것이라는 기대다. 책은 집필자의 몫이다. 그렇지만 책에 혼(魂)과 생기를 불어넣는 주체는 독자이다. 읽히지 않은 책은 살아 있는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독자의 사랑과 보살핌 속에서 이 책이 무럭무럭 자라고 활짝 꽃피우기를 저자는 희망한다.

 


 

책의 저자 김상민은 매일경제신문에서 재정경제원ㆍ한국은행ㆍ대한상의ㆍ국회 등을 취재하면서 정치ㆍ경제ㆍ산업에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고 한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교섭단체대표연설 연설문을 다수 작성했다고도 한다. 정치와 경제에 대한 식견을 높여 우리나라 상황에 대한 분석력도 생겼을 터 합리적이고 치밀한 분석으로 이 책의 독자들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가는 일에 작지만 도움이 되기를 바랄 것이다. 대한민국은 코로나 정국 아래서 대통령 선거도 훌륭하게 치러냈다고 독자는 생각한다. 매우 시민의식이 높아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대선은 끝났지만 6월에 지방선거가 예정돼 있다. 지방선거도 큰 물의 없이 국민의 뜻이 제대로 반영된 선거 결과를 얻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 정치는 양당정치 아래 보수와 진보로 갈리어 싸움만 해왔다는 비난을 이제는 벗어던질 때가 되었다는 게 독자의 의견이다. 물론 민주주의는 모든 정파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 그래서 보수와 진보로 진영을 나누어 정당 활동을 하고 정치 활동을 한다. 그러나 국익과 국민의 안전, 재산에는 보수나 진보의 차이가 있어서는 안 된다. 미국도 진보와 보수를 자처하는 당이지만 미국은 국익 앞에서 진보 보수의 정책이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와 다른 점이다. 또 보수와 진보의 경계선도 우리처럼 분명하지도 않다. 영국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만 유독 진보 보수의 차이가 극명하게 갈린다. 정 반대편에 있는 적들처럼 싸운다. 이제 이 점도 되돌아보고 개선해야 한다.

 


 

이 책에는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이 새겨두어야 할 말들이 많이 쓰여 있다. 독자는 딱 한 문장만 골라 머릿속과 가슴속에 간직하면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느낄 것으로 감히 말한다.

"거짓말은 가장 편한 방식으로 자신의 이익을 늘리는 수단이며, 개인의 사적이익에 부합한다. 거짓말이 늘어나다 보면 이에 대한 감시와 불신의 비용이 급증하고,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사회를 발전시키는 각종 거래의 안정성을 해치게 된다."(P165)

 

저자 : 김상민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미국 산호세대 초빙연구원을 지내고, 미국 세인트루이스 소재 워싱턴대에서 MBA(경영학석사)를 취득했다. 매일경제신문에서 재정경제원·한국은행·대한상의·국회 등을 취재하면서 정치·경제·산업의 대한 이해도를 높였다. 매일경제신문 기업경영팀장과 산업부 부장을 역임했으며, MBN에서 경제부장과 보도제작(뉴스총괄)부장을 지냈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교섭단체대표연설 연설문을 다수 작성했으며, 국정 현안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현재 소설가, 경영 컨설턴트, 정치 어드바이저 등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는 국민의 재테크 교양서인 『재테크 마인드』,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는 『디테일을 잡아야 성공이 보인다』, 아시아를 93일 동안 여행하면서 직접 보고 겪은 체험담과 느낌을 담은 『아시안 하이웨이 I, II(대표 저자)』, 군에 간 아들을 위한 에세이집 『아버지에게서 받은 100개의 편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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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설은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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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진정 위로가 되는 건 “괜찮아, 힘내”라는 말보다,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수화기를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사람도, 그 목소리를 들어준 사람도 모두 위로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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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설은아 지음 / 수오서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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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표현이 자유로워진 시대라 하더라도 하고 싶은 말을 다하고 살 수는 없다. 법 규범에 어긋나지 않더라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아 못하는 말도 있고, 표현하기 어려워 목으로 꿀꺽 삼킨 말을 가슴에 묻고도 살아간다. 상대를 욕하거나 불만을 표현하는 말은 오히려 거침없이 해대는 혐오의 말은 잘 하지만, '닭살' 돋는 말은 오히려 꺼내기 어려워 마음은 있어도 꿀꺽 삼킨 채 산다.

특히 유교 문화권에서 오랜 세월을 살아온 우리 언어 생활은 의외로 말로 표현하는 것을 오히려 통제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누군가를 위로하는 말, 누군가에게 사랑을 전하는 말, 감사를 전하는 말 등 상대가 들으면 오히려 기분 좋을 말들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것은 우리 문화의 오랜 습관인 것 같다. 간혹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하지만 말로 표현하는 것을 오히려 부끄럽게 생각하는 탓이다. 그러나 요즘 하고 싶은 말을 가슴에 품은 채 사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좋지 않고, 과감하게 하다보면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러워진다고 말하지만 습관이 안된 사람들에게는 여전히 힘들다.

 


 

이 책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는 2018년부터 2021년도까지 열린 동명의 전시를 엮은 책이자, 10만 명의 목소리가 만들어낸 에세이집이다. 전시를 기획한 설은아 저자는 한국 최초 칸 국제광고제에서 황금사자상을 수상한 국내 웹아트 1세대 작가라고 한다. 2018년 서울 디자인 페스티벌에서 첫 여정을 시작한 이 전시는 소외된 소통을 주제로 하며 관객이 직접 참여하는 형태이다. 전시장에 설치된 공중전화 부스에 이야기를 남기면 부스 밖 아날로그 전화기에 전달되어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닿는다.

“가슴이 먹먹하다”, “전시장에서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등의 후기들이 SNS에서 공유되었으며, 3년간 ‘부재중 통화’라는 이름으로 약 10만 통의 목소리가 남겨졌다. 이 책에는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450개의 부재중 통화를 담았다. 익명의 부재중 통화들을 읽다 보면 음성으로 느껴지는 한숨, 정적, 떨림, 울음이 그대로 전해진다. 인생 살기 힘들다며 악을 쓰는 사람, 엄마를 부르고 울기만 하는 사람, 성 정체성을 숨기며 살아야 했던 성소수자, 거식증을 앓고 있는 대학생, 상사 욕을 하는 직장인까지. 일상적인 언어로 자신의 가장 연약한 부분을 드러낸 이들의 목소리가 우리의 닫힌 마음을 두드린다. 이름 모를 이들이 남긴 부재중 통화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크고 작은 파동으로 다가가길 저자는 바란다.

 


 

“내가 외로운 이유는 누가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아서가 아니라, 내가 남의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걸 꽤 오래전에 알았다. 그래서 나는 외로울 때마다 더더욱 나와 다른 이들의 삶의 이야기에 집착하며 드라마를 쓴다. 쓰다 보면 알게 된다. 누구의 삶도 녹록지 않으며, 얕잡아 볼 수 없으며, 나만큼 이번 삶을 버텨내기 위해 사투 중임을. 그러다 얻게 되는 동질감과 공감은 내 안에 갇힌 외로움을 걷어내기에 너무도 충분하다. 지금 당신 외롭다면, 10만 명의 사람들이 듣는 이 받는 이 없는 전화기에 제 속내를 털어놓은 이 책을 읽어라.” 작가 노희경의 추천평이다.

저자에 따르면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들은 대부분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전시장을 빠져나갔다. “가슴이 먹먹하다”, “전시장에서 울고 나니 속이 후련하다” 등의 후기들이 SNS에서 공유되었으며, 3년간 ‘부재중 통화’라는 이름으로 약 10만 통의 목소리가 남겨졌다. 저자는 글이 아닌 목소리로 쓰인 이야기들을 세상에 공유하기 위해 음성으로 남겨진 통화들을 모두 텍스트로 옮기는 과정을 거쳤다. 이 책에는 우리 삶의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여주는 450개의 부재중 통화를 담았다. 차마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들, 홀로 수많은 말을 삼켜야 했던 이들의 나직한 고백은 삶의 진실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책에는 전시장에 남겨진 부재중 통화뿐만 아니라, 전시 기획 과정, 전시장의 풍경까지 담았다. 전시의 한 일부로서 설은아 작가는 사람들이 남긴 부재중 통화들을 세상의 끝에 놓아주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2018년 첫 전시로 모인 부재중 통화는 총 2,690통이었고, 이 목소리들을 2019년 2월 지리적 세상의 끝,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의 바람 속에 놓아주었다. 고요하고 광활한 우수아이아의 자연 속에 사람들의 목소리들을 하나씩 하나씩 들려주는 퍼포먼스 영상은 세계 3대 단편 영화제인 ‘탐페레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다. 우수아이아 이후 모인 부재중 통화들은 사하라 사막의 바람 속에 흩어질 예정이다.

우리는 하루 평균 손바닥 안에서 150미터의 스크롤을 하고 있다고 한다. 누가 ‘좋아요’를 눌렀는지, 어떤 게시물이 올라왔는지 수시로 업데이트한다. 더 빠르고 더 많은 양의 소통을 할 수 있게 되었지만 가끔은 공허한 느낌이 든다. 환영받을 만한 일상을 편집해 올리고, 어둡고 부정적인 이야기들을 최대한 감추고 나면 오히려 외로워지는 경험을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것이다. 가까운 가족이나 친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하는 아픔과 슬픔을 깊숙이 숨긴 채 일상을 보내게 된다.

 


 

10만 통의 부재중 통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사랑’이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사랑하면서 괴로워하고, 사랑하면서 외로웠던 이야기들이 남겨졌다. 그러나 10만 명의 사람들이 모두 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다. 또 다른 의미로 많이 남겨진 통화는 ‘침묵’이었다. 용기를 내 수화기를 들었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끊어버린 통화들이다. 목이 턱 막히고, 눈앞이 흐려져 울 것 같아 끝내 머뭇거리다 전화를 끊는 경우였다. 그들이 차마 꺼내지 못하고 가슴속에 묻어둔 말들은 모두 어디로 가는 걸까.

이 책은 우리의 말이 자유롭게 허용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주고, 자신의 감정을 부정하지 않고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준다. 어떠한 비난이나 충고 없이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경험을 통해 진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언제든 전화번호 1522-2290을 통해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에 참여할 수 있는데, 지금도 매일 누군가의 부재중 통화가 남겨지고 있다. ‘힘들 때 거는 전화번호’로 트위터에서 수만 차례 리트윗되며 하루 만에 약 7천 통의 부재중 통화가 쌓이기도 했다. 이름 모를 이들이 남긴 부재중 통화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크고 작은 파동으로 다가가길 저자는 바란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진정 위로가 되는 건 “괜찮아, 힘내”라는 말보다, 이 세상에 나와 비슷한 아픔을 가진 누군가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지 않을까. 수화기를 들어 자신의 이야기를 꺼낸 사람도, 그 목소리를 들어준 사람도 모두 위로받는다.

 

편저자 : 설은아

 

진정한 소통 한 조각이 이 세상 혹은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인터랙티브 스토리텔러. 설은아는 국내 웹아트 1세대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1999년 웹사이트 ‘설은아닷컴’으로 제1회 국제 디지털 아트 페스티벌에서 대상을 받으며 데뷔했다. 그 후 ‘포스트비쥬얼’이라는 디지털 광고대행사를 만들어 2004년 한국 최초로 칸 국제광고제에서 사이버 부문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나이키, 이니스프리, 유한킴벌리 등의 디지털 캠페인을 맡으며 70여 차례 해외 광고제에서 수상했고, 2019년 ‘대한민국디자인대상’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최근엔 20년간 재직했던 일을 떠나, 그동안 꿈꿔왔던 작가로의 활동을 시작했다. 그 첫 번째 시도로 소외된 소통을 주제로 한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를 선보였다. 2018년 12월부터 시작된 이 전시는 2021년까지 약 10만 통의 목소리를 모았다.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아르헨티나 우수아이아에서 사람들의 목소리를 바람 속에 놓아주는 퍼포먼스 필름은 세계 3대 단편 영화제인 ‘탐페레 국제 단편 영화제’에서 국제 경쟁, 다큐멘터리 부문에 후보로 선정되었다. 앞으로도 평범한 사람들의 마음속에 숨겨진 귀한 이야기들을 두드릴 예정이다. 인스타그램 @seoleun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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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공존하는 현대 뮤지엄 건축 이야기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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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가 쉽지 않은 현대 건축의 과제다.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옆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들은 과거와 대립하거나 어긋남이 없이 잘 어울리면서도 그 자리 또는 이 시대에 실재하는 성질을 확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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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공존하는 현대 뮤지엄 건축 이야기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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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나라의 강대함을 표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국가 이전의 단계에서는 신전이나 최고 권력자의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해 인간 능력 이상의 건축물을 지었으나 점점 권력자나 권력층, 귀족 계급으로 건축물의 이용이 확장됐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전을 많이 지었지만 로마 시대부터는 인간 권력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표상하는 건축물로 확대되었다. 전쟁으로 정복한 나라에서 빼앗아온 막강한 부를 건축물 짓는 데 사용했고 건축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2,0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 봐도 경이로울 정도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제 1기준으로 웅장미가 강조되고 그 건축물은 나라의 상징(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했다. 웅장미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아름다움(예술미)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라돈으로 건물을 짓지는 않지만 기업이 초고층 빌딩을 짓는 데는 권력층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시장 경제의 민주주의 체제보다는 계획 경제를 추구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들은 권력층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인 예가 북한의 105층 유경호텔 건축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는 건축 비용을 당연히 건물주로 대표되는 개인이나 회사의 돈이 없이는 대형 건축물을 짓기 어렵다. 안보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국민이 주인인 사회에서 세금으로 웅장하고 멋진 건물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좋아할 리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은 모두 민간인이나 민간 회사가 지었다는 점은 건축물이 예전처럼 권력을 상징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아름다움과 건축 기술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웅장하고 많은 돈을 지어 건축된 오래된 건축물에 대해 UN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길이 남기도록 제도화해 관리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그만큼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곳 시민들이나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재산상의 불이익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 문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기에 비교적 이 제도는 잘 관리되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처에 지은 신축 뮤지엄 등 건축물은 어떨까? 구 건축물과 신 건축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가치도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잘 살피는 것도 문화유적 보존 차원에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은 역사와 현대 건축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책이라고 저자 이관석은 밝힌다.

 


 

저자는 이를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문화재 8곳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 11곳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건축적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삼성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다양한 건설 경험을 쌓고, 건축설계와 건축역사 및 이론을 섭렵한 이관석 경희대 교수가 역사, 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책에 담았다.

프랭크 게리가 지은 아를 고대 로마 유적의 루마 아를, 알타미라 동굴의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쾰른 대성당의 로마 게르만 박물관, 센강의 케브랑리 박물관 등 책에 소개된 현대 뮤지엄 11곳은 역사에서 가치를 찾고 현실에서 방법을 찾았으며, 위대한 과거 옆에 겸허하게 자리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고전과 역사, 전통을 대하는 신축 뮤지엄의 열린 자세와 다양한 시도는 과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현대인이 본받을 자세이기도 하다.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거주환경을 꿈꾸는 일반 독자, 유럽의 문화나 뮤지엄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넘어 갈등을 화합으로 이끄는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독자들에게 현대사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세계문화유산은 인류가 창조한 유산 중 역사적, 미적 가치가 충만해 인류가 관리ㆍ보호ㆍ보존해야 하는 것들을 유네스코가 엄선해 지정한다. 세계문화유산 옆에 지어지는 신축 건물은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다. 잘못하면 문화유산의 경관과 지형을 해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취소될 수 있기에, 세계문화유산 옆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그만큼 주변의 경관을 고려해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유의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문화재 8곳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 11곳을 통해 서구문화의 발상지이자 고전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유럽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건축적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8곳인 아를의 고대 로마 및 로마네스크 유적, 알타미라 동굴, 아크로폴리스, 센강, 메리다의 고고학적 앙상블, 쾰른 대성당, 크론보르성, 현재의 님 고대 문명 옆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 11곳인 아를 고대사박물관, 루마 아를,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및 연구센터,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제2차 세계대전 강제이송 희생자 기념관, 케브랑리 박물관, 국립 로마미술관, 로마게르만 박물관, 루트비히 박물관, 덴마크 M/S 해양박물관, 카레 다르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뮤지엄이 문화와 예술에 헌정된 건축 유형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옆에 새롭게 들어서는 데 유리하고 건축적 제안에서도 유연성이 크기에, 여러 건축 유형 중에서도 특히 뮤지엄에 집중했다. 신축 뮤지엄들이 이웃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현대 건축으로서 각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인 이관석 교수는 삼성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다양한 건설 경험을 쌓고, 르코르뷔지에의 정신을 이어받은 앙리 시리아니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국내외 건축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건축설계를 탐구하고, 건축역사와 이론을 섭렵한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성찰을 이 책에 녹였다.

고전과 역사, 전통을 대하는 신축 뮤지엄의 열린 자세와 다양한 시도는 과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과거지만 부정할 수 없고, 탁월하지만 맹종해서는 안 되는 버거운 이웃을 둔 현대 뮤지엄 건축이 겸손하지만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주변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 저자를 따라가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의 공존을 추구한 현대 뮤지엄들이 현대 건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과거와 대립하지 않고 잘 어울리면서도 이 시대에 실재하는 특성을 확립하는 것은 건축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뮤지엄은 과거의 존재와 어울리면서도 거기에 종속되지 않는 현대 건물로서의 가치도 지녀야 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조화를 모색하는 현대 뮤지엄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어떤 뮤지엄들은 이 네 가지 분류 중에서 중복 해당되기도 한다. 첫째, 겸양의 자세다. 가능한 많은 방문객을 초대해야 할 신축 뮤지엄임에도 소중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하고, 자신을 지면 아래로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존중하는 뮤지엄들이 있다. 센강의 제2차 세계대전 강제이송 희생자 기념관, 크론보르성의 덴마크 M/S 해양박물관, 쾰른 대성당의 루트비히 미술관, 메종 카레의 카레 다르, 알타미라 동굴의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및 연구센터, 안도 다다오의 치카츠 아스카 역사박물관과 장식고분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동조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웃 문화재로부터 새 건물의 모티프를 따와서 닮음으로 보조를 맞추는 뮤지엄들이다. 루트비히 미술관, 메종 카레의 카레 다르, 국립 로마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이 있다. 셋째, 대비의 자세도 추구한다. 기존 고전성과의 대비를 통해 상대방을 더 부각하는 뮤지엄들이 이에 속한다. 울름 대성당의 울름 슈타트하우스, 쾰른 대성당의 로마게르만 박물관, 아를 고대사박물관, 센 강변의 케브랑리 박물관, 루마 아를, 그라츠 미술관 등이다. 마지막으로 앙망의 자세도 필요하다. 존중해야 할 이웃을 우러러보면서 앙망하고,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하는 뮤지엄: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아를 고대사박물관, 메종 카레의 카레 다르 등이 있다.

 


 

저자는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오늘을 보면 전통이 과거에의 고착이나 회귀가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하는 변화임을 알 수 있다는 것. 조형성을 가장 중시하는 현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아를의 고대 로마 유적에 지은 루마 아를은 고풍스러움을 넘어 고전과 중세 그 자체인 곳에서 고대 로마 원형극장과 반 고흐라는 그 지역의 상징을 조화시켰다. 인류 역사가 남긴 문화의 정수에 흐르는 시대의식이 새로운 건축을 바탕으로 오히려 더 생생하게 순환되었다. 그렇다면 서구문화의 중심지인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는 사뭇 다른 우리나라의 뛰어난 과거 유산 옆에는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까? 과거를 흠내지 않고 상호 대립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는 방안이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과거와 현재의 성공적 공존을 위한 시도의 첫걸음일 것이다.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이 없는 건축의 여정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고 대충 짓는 건축이 더는 용납되지 않는 오늘날, 과거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현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사례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현대인이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이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나가는 지혜를 알려줄 것이다.

 

저자 : 이관석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에 입사해 엔지니어로서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국립파리벨빌건축대학에서 프랑스 건축의 대가이자 르코르뷔지에 건축에 정통한 앙리 시리아니를 만나 건축설계를 공부했고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정신에 주목하게 됐다. 파리1-판테온소르본대학교 예술사학 박사과정에서는 근현대 건축사와 현대 뮤지엄 건축을 연구했다.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가이자 예술사학 박사로서 한남대학교를 거쳐 현재는 경희대학교 교수로 후학들과 건축을 교감하면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과 현대 뮤지엄 건축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을 따라 건축적 산책을 떠나다』, 『한국현대건축편력』, 『르코르뷔지에, 근대 건축의 거장』,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정의』, 『빛과 공간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현대 뮤지엄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수업』, 『뮤지엄, 공간의 탐구』가, 역서로는 『건축을 향하여』, 『프레시지옹』, 『오늘날의 장식예술』, 『느림의 건축을 위하여』, 『작은 집』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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