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 -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공존하는 현대 뮤지엄 건축 이야기
이관석 지음 / 경희대학교출판문화원(경희대학교출판부)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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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물은 나라의 강대함을 표현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부드러움과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수단으로 사용돼 왔다. 국가 이전의 단계에서는 신전이나 최고 권력자의 신성함을 강조하기 위해 인간 능력 이상의 건축물을 지었으나 점점 권력자나 권력층, 귀족 계급으로 건축물의 이용이 확장됐다. 그리스 도시국가들은 신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전을 많이 지었지만 로마 시대부터는 인간 권력의 웅장함과 위대함을 표상하는 건축물로 확대되었다. 전쟁으로 정복한 나라에서 빼앗아온 막강한 부를 건축물 짓는 데 사용했고 건축물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은 2,000년 이상이 지난 지금 기준으로 봐도 경이로울 정도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제 1기준으로 웅장미가 강조되고 그 건축물은 나라의 상징(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했다. 웅장미에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아름다움(예술미)이 강조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나라돈으로 건물을 짓지는 않지만 기업이 초고층 빌딩을 짓는 데는 권력층의 도움이 없이는 불가능할 것이다. 특히 시장 경제의 민주주의 체제보다는 계획 경제를 추구하는 공산주의, 사회주의 체제의 국가들은 권력층이 관여하지 않을 수 없다. 단적인 예가 북한의 105층 유경호텔 건축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는 건축 비용을 당연히 건물주로 대표되는 개인이나 회사의 돈이 없이는 대형 건축물을 짓기 어렵다. 안보상의 문제도 있겠지만 국민이 주인인 사회에서 세금으로 웅장하고 멋진 건물에 돈을 낭비하는 것을 일반 국민들이 좋아할 리 없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물은 모두 민간인이나 민간 회사가 지었다는 점은 건축물이 예전처럼 권력을 상징하는 데 쓰이기보다는 아름다움과 건축 기술을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물론 웅장하고 많은 돈을 지어 건축된 오래된 건축물에 대해 UN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길이 남기도록 제도화해 관리하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면 그만큼 영광스럽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곳 시민들이나 인근 지역의 주민들에게는 재산상의 불이익이 있기도 하다. 그러나 인류 문화 입장에서 보면 당연한 일이기에 비교적 이 제도는 잘 관리되어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근처에 지은 신축 뮤지엄 등 건축물은 어떨까? 구 건축물과 신 건축물의 조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세계문화유산의 보존가치도 자칫 훼손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잘 살피는 것도 문화유적 보존 차원에서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이 책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은 역사와 현대 건축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한 최초의 책이라고 저자 이관석은 밝힌다.

 


 

저자는 이를 위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문화재 8곳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 11곳을 통해 과거와 현재의 건축적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삼성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다양한 건설 경험을 쌓고, 건축설계와 건축역사 및 이론을 섭렵한 이관석 경희대 교수가 역사, 지리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자신의 경험과 성찰을 책에 담았다.

프랭크 게리가 지은 아를 고대 로마 유적의 루마 아를, 알타미라 동굴의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쾰른 대성당의 로마 게르만 박물관, 센강의 케브랑리 박물관 등 책에 소개된 현대 뮤지엄 11곳은 역사에서 가치를 찾고 현실에서 방법을 찾았으며, 위대한 과거 옆에 겸허하게 자리를 지키면서도 자신의 존재감을 잃지 않았다. 고전과 역사, 전통을 대하는 신축 뮤지엄의 열린 자세와 다양한 시도는 과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현대인이 본받을 자세이기도 하다. 『역사와 현대 건축의 만남』은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거주환경을 꿈꾸는 일반 독자, 유럽의 문화나 뮤지엄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과거와 현재의 소통을 넘어 갈등을 화합으로 이끄는 저자의 새로운 시각은 독자들에게 현대사회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안겨줄 것으로 기대된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세계문화유산은 인류가 창조한 유산 중 역사적, 미적 가치가 충만해 인류가 관리ㆍ보호ㆍ보존해야 하는 것들을 유네스코가 엄선해 지정한다. 세계문화유산 옆에 지어지는 신축 건물은 과거의 위대한 유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대 건축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아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지닌다. 잘못하면 문화유산의 경관과 지형을 해치고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도 취소될 수 있기에, 세계문화유산 옆에 건축물을 지을 때는 그만큼 주변의 경관을 고려해 신중히 설계해야 한다. 그렇다면 고유의 문화유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과거와 현재의 유산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이란 대체 어떤 것일까?

이 책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대표적인 문화재 8곳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 11곳을 통해 서구문화의 발상지이자 고전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 유럽에서는 과거와 현재의 건축적 만남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살펴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 8곳인 아를의 고대 로마 및 로마네스크 유적, 알타미라 동굴, 아크로폴리스, 센강, 메리다의 고고학적 앙상블, 쾰른 대성당, 크론보르성, 현재의 님 고대 문명 옆에 신축된 현대 뮤지엄 11곳인 아를 고대사박물관, 루마 아를,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및 연구센터,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제2차 세계대전 강제이송 희생자 기념관, 케브랑리 박물관, 국립 로마미술관, 로마게르만 박물관, 루트비히 박물관, 덴마크 M/S 해양박물관, 카레 다르를 중점적으로 살펴본다.

 


 

뮤지엄이 문화와 예술에 헌정된 건축 유형으로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옆에 새롭게 들어서는 데 유리하고 건축적 제안에서도 유연성이 크기에, 여러 건축 유형 중에서도 특히 뮤지엄에 집중했다. 신축 뮤지엄들이 이웃한 유네스코 세계유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현대 건축으로서 각자의 정체성을 어떻게 지켜나가는지 들여다본다. 이 책의 저자인 이관석 교수는 삼성건설에 재직하며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 현장에서 다양한 건설 경험을 쌓고, 르코르뷔지에의 정신을 이어받은 앙리 시리아니 교수 밑에서 수학했다. 국내외 건축 현장에서 땀을 흘리며 건축설계를 탐구하고, 건축역사와 이론을 섭렵한 저자의 다양한 경험과 성찰을 이 책에 녹였다.

고전과 역사, 전통을 대하는 신축 뮤지엄의 열린 자세와 다양한 시도는 과거를 통해 미래로 나아가는 현대인이 배워야 할 자세이기도 하다. 과거지만 부정할 수 없고, 탁월하지만 맹종해서는 안 되는 버거운 이웃을 둔 현대 뮤지엄 건축이 겸손하지만 자신의 존엄을 지키며 주변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모습을 찾아 저자를 따라가본다. 유네스코 세계유산과의 공존을 추구한 현대 뮤지엄들이 현대 건물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어떻게 찾아가는지 살펴보는 것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한다. 과거와 대립하지 않고 잘 어울리면서도 이 시대에 실재하는 특성을 확립하는 것은 건축의 숙명이기 때문이다. 새로 짓는 뮤지엄은 과거의 존재와 어울리면서도 거기에 종속되지 않는 현대 건물로서의 가치도 지녀야 한다.

 


 

책에 따르면 인류의 소중한 문화유산과 조화를 모색하는 현대 뮤지엄은 크게 네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어떤 뮤지엄들은 이 네 가지 분류 중에서 중복 해당되기도 한다. 첫째, 겸양의 자세다. 가능한 많은 방문객을 초대해야 할 신축 뮤지엄임에도 소중한 이웃을 위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것을 자제하고, 자신을 지면 아래로 낮춤으로써 상대방을 존중하는 뮤지엄들이 있다. 센강의 제2차 세계대전 강제이송 희생자 기념관, 크론보르성의 덴마크 M/S 해양박물관, 쾰른 대성당의 루트비히 미술관, 메종 카레의 카레 다르, 알타미라 동굴의 국립 알타미라 뮤지엄 및 연구센터, 안도 다다오의 치카츠 아스카 역사박물관과 장식고분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이 이에 속한다.

둘째, 동조의 자세가 필요하다. 이웃 문화재로부터 새 건물의 모티프를 따와서 닮음으로 보조를 맞추는 뮤지엄들이다. 루트비히 미술관, 메종 카레의 카레 다르, 국립 로마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등이 있다. 셋째, 대비의 자세도 추구한다. 기존 고전성과의 대비를 통해 상대방을 더 부각하는 뮤지엄들이 이에 속한다. 울름 대성당의 울름 슈타트하우스, 쾰른 대성당의 로마게르만 박물관, 아를 고대사박물관, 센 강변의 케브랑리 박물관, 루마 아를, 그라츠 미술관 등이다. 마지막으로 앙망의 자세도 필요하다. 존중해야 할 이웃을 우러러보면서 앙망하고, 적극적인 교류를 시도하는 뮤지엄: 뉴 아크로폴리스 박물관, 아를 고대사박물관, 메종 카레의 카레 다르 등이 있다.

 


 

저자는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과거에 집착하는 것과는 다르다고 강조한다. 유럽의 오늘을 보면 전통이 과거에의 고착이나 회귀가 아니라 계속해서 진화하는 변화임을 알 수 있다는 것. 조형성을 가장 중시하는 현대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아를의 고대 로마 유적에 지은 루마 아를은 고풍스러움을 넘어 고전과 중세 그 자체인 곳에서 고대 로마 원형극장과 반 고흐라는 그 지역의 상징을 조화시켰다. 인류 역사가 남긴 문화의 정수에 흐르는 시대의식이 새로운 건축을 바탕으로 오히려 더 생생하게 순환되었다. 그렇다면 서구문화의 중심지인 유럽의 유네스코 세계유산과는 사뭇 다른 우리나라의 뛰어난 과거 유산 옆에는 어떤 건물을 지어야 할까? 과거를 흠내지 않고 상호 대립하지도 않으면서 오히려 더 돋보이게 하는 방안이 있음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과거와 현재의 성공적 공존을 위한 시도의 첫걸음일 것이다. 수학 문제처럼 정해진 답이 없는 건축의 여정은 그래서 더 흥미롭다.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고 대충 짓는 건축이 더는 용납되지 않는 오늘날, 과거와 조화를 이루며 공존하는 현재를 만드는 데 성공한 사례들을 살펴보는 이 책은 현대인이 과거를 존중하면서도 이에 구속되지 않고 자신의 정체성을 살려 나가는 지혜를 알려줄 것이다.

 

저자 : 이관석

 

한양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삼성종합건설에 입사해 엔지니어로서 리비아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건설현장을 경험했다. 이후 파리로 건너가 국립파리벨빌건축대학에서 프랑스 건축의 대가이자 르코르뷔지에 건축에 정통한 앙리 시리아니를 만나 건축설계를 공부했고 르코르뷔지에의 건축정신에 주목하게 됐다. 파리1-판테온소르본대학교 예술사학 박사과정에서는 근현대 건축사와 현대 뮤지엄 건축을 연구했다. 프랑스 정부공인 건축가이자 예술사학 박사로서 한남대학교를 거쳐 현재는 경희대학교 교수로 후학들과 건축을 교감하면서 르코르뷔지에의 건축과 현대 뮤지엄 건축을 집중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빛을 따라 건축적 산책을 떠나다』, 『한국현대건축편력』, 『르코르뷔지에, 근대 건축의 거장』,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정의』, 『빛과 공간의 건축가 르코르뷔지에』, 『현대 뮤지엄 건축』, 『르코르뷔지에의 건축 수업』, 『뮤지엄, 공간의 탐구』가, 역서로는 『건축을 향하여』, 『프레시지옹』, 『오늘날의 장식예술』, 『느림의 건축을 위하여』, 『작은 집』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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