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서 살아보기 - 신중년 12인의 강릉 살아보기 탐색 여행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2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패스파인더 지음 / 퍼블리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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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바다, 호수, 커피 그리고 맥주의 도시를 즐기다. “이번엔 강릉이다.” 어쩌면 이 책 한 권이 독자들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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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에서 살아보기 - 신중년 12인의 강릉 살아보기 탐색 여행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2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패스파인더 지음 / 퍼블리터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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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은 우리의 일상을 크게 바꿔놓았다. 잃어버린 것도 있고, 새로 생긴 변화도 있다. 잃어버린다는 것은 새로움을 암시하는 것과 같을 때 그것은 변화다. 코로나 이후 여행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는데 변화하고 있었나보다. 사실 국경 봉쇄 등으로 해외 여행이 사실상 막혀 있었지만 국내 여행은 방역 수칙을 지키면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었다는 말이다.

그 국내의 중요한 여행의 흐름 중 하나는 ‘사는 것(living)’과 ‘여행(travel)’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것이라고 이 책 『강릉에서 살아보기』의 저자들은 입을 모은다. 또 일과 휴가가 결합한 형태로 ‘디지털 노마드’와 ‘워라벨’ 그리고 ‘재택근무’의 흐름 속에서 일(Work)가 휴가(Vacation)을 결합한 워케이션(Worcation)이라는 개념이 등장했다. 깊은 여행으로서 살아보기 흐름은 코로나 이후에도 여전히 거셀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 재택근무의 경험이 매일 사무실에 모여 일해야 한다는 생각에 변화를 이뤄낸 것도 한몫했다. 기존의 업무를 지역에 가져가는 것뿐 아니라 지역에서 새로운 과제를 만들 수도 있는데, 점차 다양한 사례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여행의 새 트렌드라고 할 수 있는 'OO에서 한 달 살기'는 코로나 이전에 생성된 새 여행 트렌드로 등장해 유행의 물결을 탔다. 여행객들은 관광지나 쓰윽 들러보는 정도로는 여행의 참맛을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한다. 독자도 이런 의미에서 어떤 지역을 선정해 한 달은 살아봐야 그곳의 삶과 사람, 그리고 삶의 방식을 비교적 자세히 알 수 있다는 의미에서 시작된 방식이다. 여행 경비도 호텔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유적이나 관광지를 둘러보는 여행보다는 훨씬 적게 드는 것은 물론이다.

이에 더해 최근에는 지역에 주소를 둔 정주 인구와 대비되는 의미로 관계인구 또는 생활인구 등의 용어가 새롭게 등장했다. 관계인구란 다른 지역에 주소를 두고 있지만, 해당 지역에 도움이 되는 인구를 의미한다. 주소지 이전 없이 특정 지역에서 생활하고 소비하는 사람, 제2의 고향처럼 자주 찾고 소비하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지방 소멸의 시대에 지역과 교류하는 인구를 꾸준히 유지할 수만 있다면 고려해 볼 수 있는 개념이라 하겠다. 관계인구에서 중요한 것은 그 지역에 대한 교류와 소통의 정도, 그리고 질적으로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현재 지역과 관계 맺음 없이 끝나는 일회성 여행 또는 극소수의 귀농·귀촌인만 가지고는 기존 인구문제를 풀기 어려울 것이다. 지역에 애정을 갖고 살아보는 인구 또 지역의 팬클럽처럼 활동하며 지역의 상품과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계층(가칭 지역의 팬슈머)을 꾸준히 늘려가는 것이 관계인구 확대의 주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강릉은 제주와 함께 우리나라 국민들이 최고의 살아보기 선호 지역이라고 한다. 숙박여행은 물론 당일 여행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서울에서 기차로 2시간인 뛰어난 접근성에 바다, 숲, 습지, 호수 등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고택, 커피, 맥주 등 문화 자원이 조화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는 국립대관령치유의숲, 순포습지, 경포가시연습지, 강릉바우길과 같은 자연 환경뿐만 아니라 고래책방, 깨북, 보헤미안커피, 대추무파인아트, 선교장 열화당, 강릉자수알리미, 강릉단오제 등 강릉의 문화, 예술을 깊이 체험해볼 수 있는 인터뷰들과 함게 파랑달협동조합, 더웨이브컴퍼니 등 강릉의 지역 비즈니스를 이끄는 조직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다. 강릉을 조금 더 깊이 알아보고 싶고, 여행처럼 가볍게 떠나 잠깐 살아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이다.

 


 

2021년 가을, 신중년 12명이 강릉의 자연에서부터 문화, 예술, 그리고 비즈니스에 이르기까지 강릉의 곳곳을 깊이 탐색하며 인생 후반전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리모트 워크(REMOTE WORK), 워케이션(WORCATION)의 시대에 어디서, 어떻게 살까에 대한 고민은 비단 노후를 준비하는 특정 세대만의 고민이 아닐 것이다. 지역살이에 관심이 있다면, 그리고 강릉에서 살아보고자 한다면 이 책을 통해 강릉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지난 2020년 발간했던 『남원에서 살아보기』에 이은 ‘여행처럼 시작하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두 번째 책으로 신중년들의 살아보기에 대한 고민과 탐색을 현지 사람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풀어내고 있다. '강릉' 하면 무엇이 먼저 떠오를까? 독자도 마찬가지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바다, 일출, 커피, 정동진, 오죽헌 등을 언급한다고 이 책의 저자 등 잠여자들이 조사 결과 밝히고 있다. 하지만 하루 이틀 여행이 아니고 '강릉에서 살아보기' 과정을 준비하는 처지에서 강릉의 좀 더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달라질 수 있을 거란 예측에 저자 등은 고정된 일정이 아니라, 그때그때 현장에서 느끼고 발견한 내용에 따라 유연하게 계획을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느꼈다. 이에 따라 당연히 더 많은 시간과 애정을 들이고 이런 목적을 위해 첫 번째 강릉살이가 시작됐다.

 


 

살아보기를 할 때 버릇처럼 확인하는 몇 가지가 있다. 첫째 인구다. 강릉의 인구는 21만 명이 좀 넘는데, 원주, 춘천에 이어 강원도 세 번째 도시다. 인구가 늘고 있는 원주, 춘천과 달리 강릉의 인구는 원만한 감소 추세라고 한다. 면적은 서울의 약 1.7배 정도이니 적지 않다. 지역 사회에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요소로 대학과 병원이 있다. 다행히 강릉에는 국립대인 강릉원주대를 포함, 세 걔의 대학교가 있고 병원은 강원도에 단 두 개만 있는 상급 종합병원 중 하나인 강릉아산병원이 있다. 백화점이 있냐고 물어보는 분이 가끔 있는데, 아쉽게도 백화점은 없단다. 또 여행과 출장으로 누구나 강릉에는 여러 번 가본 분들이 많을 것이다. 가장 어려운 점이 숙소 구하기일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지인 소개로 쉽게 좋은 숙소를 구했던 두 번째 살아보기 여행과 달리 첫 번째 살아보기 여행에서는 숙소를 찾는 일이 쉽지 않았다. 여름 휴가철로 접어들면서인지 온라인 플랫폼 업체에 올라온 숙소는 계획한 예산과 맞지 않았다. 여러 가지 예상되는 문제에 맞춰 시작했던 강릉살이는 늦가을 두 번째 살아보기로까지 연장되었는데, 이 시간들을 통해 강릉 살아보기의 매력을 한층 더 느낄 수 있었다는 것이 저자의 말이다. 대관령과 시내 곳곳에 자리 잡은 아름드리 솔숲 등 천혜 자연과 함께 문화, 예술 등 강릉의 문화 지원이 든든하다는 장점이 있다. 저자는 살아보기를 하면서 갖게 되는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는 하루 세 끼에 대한 고민이라고 말한다. 먹거리는 고민이면서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저렴하면서도 한 끼 식사가 해결되는 메밀전과 감자전부터 옹심이, 장칼국수, 막국수까지 강원도의 특별 메뉴들을 주변에서 쉽게 맛볼 수 있는 즐거운 장점을 있는 곳이 강릉이다.

 


 

이 책은 '강릉에서 살아보기' 프로젝트 참여자 12인의 글을 한데 묶어 출간했다. 3개 장(章)에 각 4인씩 모두 12인이다. 1장 「첫 번째 이야기-숲과 호수, 바다의 도시에 머물다」에서는 백남수의 〈숲에서 나오니 비로소 숲이 보였다〉, 김영희의 〈강릉 바다에서 찾은 '보석' 같은 삶〉, 문미숙의 〈나를 설레게 한 숲과 바다〉, 고영숙의 〈강릉 숲에서 '청춘'을 다시 시작하다〉가 실려 있다. 2장 「두 번째 이야기-낯선 도시의 향기에 빠지다」에는 이소희의 〈강릉에서 커피와 맥주에 취하다〉, 이은아의 〈신중년, 예술로 다시 깨어나다〉, 신동춘의 〈강릉에서 맡은 자유인의 냄새〉, 지영진의 〈투박하지만 속 깊은 강릉을 느끼다〉가 강릉의 외면과 속살까지 샅샅이 뒤져 아름다움과 살기 좋은 이유 등을 찾아냈다.

마지막 장 「세 번째 이야기-인생 후반전, 새로운 기회를 찾다」에서는 박옥기의 〈머리는 가볍게, 몸은 더 가볍게〉, 김미정의 〈소나무와 바다, 그리고 사람〉, 류순이의 〈날마다 강릉에 있고 싶다〉, 이춘영의 〈강릉의 라이프 스타일을 팔다〉가 이어져 강릉살이의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한다.

 

내가 지역살이를 해야 하는, 그래서 이 프로젝트에 잠여해야 하는 이유들이 무지개처럼 다양하고 매력적이었다. (중략) 꼬박 2년 만에 막강한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50+세대 12명과 강릉으로 떠났다. 청년부터 중장년까지 지역에 안착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 꿈이 있는 삶을 실현할 수 있는 지역임을 모두가 공감했다.(p.6~7, 추천사)

 


 

저자 :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

 

50플러스 일과 삶의 베이스캠프로 서울시 50플러스 세대(50~64세)의 인생설계 및 경력전환을 통해 제2의 사회참여를 지원하는 서울시 기관이다. 2016년부터 50플러스의 시선에서 여행, 영화, 숲 등을 주제로 세상을 읽어내는 사업을 추진했다. 오십 이후 어디서 어떻게 살까를 고민하는 많은 50플러스 세대를 접하며 2019년부터 ‘지역살이’란 주제로 전환했다. 지역의 자연과 문화, 지역 비즈니스를 직접 살아보고 글로 엮는다. 2019년에 ‘남원’지역을 여행하며 자기 탐색 및 귀촌 사례, 일거리, 볼거리 등을 경험하고 《여행처럼 살아보는 지역살이 가이드북 : 남원에서 살아보기》를 출판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잠시 숨 고르기 후 2021년 강릉으로 떠났다.

 

저자 : 패스파인더

 

‘신중년과 지역을 잇는다’는 미션을 갖고 2019년 예비관광벤처로 시작했다. 남원과 강릉을 시작으로 지역 여행과 살아보기를 통해 힐링과 함께 인생 후반 삶과 일의 전환 계기를 갖고, 지역의 팬슈머(FANS+CONSUMER)가 됨으로써 지역을 즐기고 소비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서울시도심권50플러스센터와 함께 2019년 ‘남원에서 살아보기’, 2021년 ‘강릉에서 살아보기’ 과정을 함께 설계하고 진행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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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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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전장을 뚫고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탈출을 감행하는 한 노인의 인간애 가득한 이야기가 매혹적으로 펼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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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드 파이퍼
네빌 슈트 지음, 성소희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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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중에도 사랑의 아름다움이나 참다운 인간애는 언제나 용기를 준다. 특히 유명하고 참혹한 전쟁일수록 그 향기는 멀리 오래도록 풍기는 것 같다. 이 소설 『파이드 파이퍼』는 세계 2차대전 발발 직후 독일에서 먼 지역은 아직 전쟁의 공포감이 채 퍼지지 않은 상태의 유럽에서 벌어지는 인간애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제목인 『파이드 파이퍼(Pied Piper)』는 전 세계적으로 잘 알려진 동화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The Pied Piper of Hamelin)」를 모티브로 제목을 따왔다고 한다.

70대의 백발 노인 시드니 하워드는 영국 노인이다. 그의 여정에서 벌어지는 인간애 등이 부각되는 휴머니즘의 소설이다. 은퇴한 그는 참전한 아들 존의 죽음으로 실의에 빠진다. 홀로 남은 그는 아들을 잃은 슬픔을 달래기 위해 프랑스 쥐라 지방으로 낚시 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운다.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초기였지만, 하워드는 독일군이 프랑스를 침공하리라는 생각은 하지 못하고 낚시한다는 생각에만 들떠 하루하루를 보낸다.

 

햇살에서는 새로운 따스함을, 공기에서는 새로운 신선함을 느끼고 싶었다. 다가올 봄을 하나도 빠짐없이 모두 맛보고 싶었다. 인생을 바꿔놓았다는 그 사건 때문에 이 세상 무엇보다도 봄을 원했다.(p.24)

 


 

이 작품은 「하멜른의 피리 부는 사나이(The Pied Piper of Hamelin)」에서 모티브로 제목을 따왔다고 앞서 언급한 대로다. 로버트 브라우닝이 쓴 동화 작품이다. 이 작품과 더 이상의 연관은 없지만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하멜른 피리'의 내용을 간략하게 여기에 쓴다.

독일의 아름다운 도시 하멜른. 지금으로부터 약 700년 전 하멜른 시민들은 쥐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었다. 쥐들은 아기를 물어뜯고, 음식을 갉아먹고, 신사들의 모자에 둥지를 트는가 하면 찍찍 끽끽 소리로 마을 여자들의 수다까지 방해할 정도였다. 시민들은 시청으로 쫓아가 소리치며 항의해 보지만 늙고 피둥피둥 살찐 시장과 시의원들은 나 몰라라 속수무책으로 앉아만 있다. 그런데 이때 골칫덩이 쥐들을 모두 없애 주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 바로 희한한 차림에 긴 피리를 든 피리 부는 사나이. 피리 부는 사나이가 피리를 불자 큰 쥐, 작은 쥐, 홀쭉한 쥐, 뚱뚱한 쥐, 가족끼리 열 마리씩, 스무 마리씩 쥐란 쥐는 죄다 피리 부는 사나이를 쫓아간다. 그러고는 깊디깊은 베저 강에 빠져 버린다. 그런데 쥐를 없애 주면 큰 돈을 준다던 시장이 발뺌을 하는데…….

아마 '피리 부는 사나이'의 줄거리를 대부분의 독자들이 알고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피로한 몸을 이끌고 힘겹게 프랑스에 도착한 하워드는 전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다. 독일군이 프랑스로 곧 진격할 거라는 불길한 소식에 하워드는 서둘러 귀국하려 한다. 그러나 호텔에서 만난 어느 부부의 예기치 못한 부탁으로 어린 두 남매를 떠안게 되고, 자녀들을 영국으로 안전하게 데려가 달라고 부탁을 받은 하워드는 차마 거절하지 못하고 서둘러 귀국하기 위해 길을 떠난다. 전쟁의 양상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하워드 일행은 큰 혼란에 빠진다. 설상가상으로 전쟁의 포화 속에서 고아가 된 아이들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자기 몸조차 가누기 힘든 백발의 노인은 죽음을 각오하고 길에서 만난 아이들을 탈출시키기 위해 실낱같은 삶의 의지를 이어 나간다.

 

그의 직감은 하녀의 부탁을 단칼에 거절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스스로 인정하지는 않았지만, 어린아이 둘을 보살펴야 하는 귀국 여정이 에너지를 완전히 고갈시키리라는 사실을 그도 잘 알았다. 마음속 깊은 곳에는 두려움이 도사리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닥쳐올 끔찍한 재앙에 대한 두려움이었다.(p.99)

 


 

패전의 어둠이 드리우는 프랑스 전역에서 교통편도 막히자 하워드 일행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부닥친다. 고심 끝에 하워드는 점점 목을 조여오는 독일군을 피해 예전에 알고 지내던 루제롱 대령을 찾아 나선다. 그러나 대령도 전쟁의 참화를 피할 수 없었고, 그의 부인과 딸만이 홀로 남아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대령의 딸인 니콜이 하워드 일행을 돌보며 탈출을 위한 본격적인 계획이 시작된다. 독일군이 점령한 도시들을 지나치며 몸을 사리는 와중에 모국어인 영어와 프랑스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아이들로 인해 적군에게 노출될 위험에 처한다. 험난한 여정 속에서도 니콜은 하워드의 아들인 존과 있었던 그간의 일들을 하나둘씩 털어놓는다. 몰래 배를 타고 영국으로 떠날 계획을 하던 하워드 일행이 드디어 프랑스를 떠나게 되는 순간, 일행은 또 한 번의 위기를 맞게 되는데….

 

노파는 대답하는 대신 배수로의 아이를 향해 저주를 퍼부으며 날카롭게 비명을 질렀다. 남자애처럼 보이는 아이는 고개를 들어 노파를 바라보았다. 어린아이여서 그런지 노파를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러더니 금방 역겨운 음식을 다시 입에 넣기 시작했다.(p.169)

 


 

소설 속에서도 하워드는 아이들에게 나무를 깎아 만든 호루라기를 선물한다. 이 호루라기는 전쟁으로 닫혀있던 아이들의 마음을 열어주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과 대비되는 아이들의 천진난만한 행동으로 여러 위기에 처하지만, 하워드는 노년의 지혜와 인내심으로 슬기롭게 이를 극복해나간다. 우여곡절 끝에 영국에 무사히 도착한 하워드는 회고하듯 자신의 이야기를 덤덤하게 풀어나간다. 아무리 참혹한 살륙의 현장이더라도 인간이 있는 곳곳에서는 휴머니즘과 사랑은 피어오르고 인간에게 희망과 용기를 줌으로써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니콜은 당당하게 서서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마음대로 말하세요. 노을을 더러운 이름으로 부르더라도 그 아름다움까지 더럽힐 수는 없는 법이죠.”(p.342)

 

“세상에 선함이라고는 없는 것 같았죠. 세상 모든 일이 미쳐서 잘못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어요. 신이 세상을 히틀러 손에 맡겨둔 채 죽어버렸다고, 멀리 떠나버렸다고요. 심지어 이렇게 어린아이들도 계속 고통을 겪어야 했잖아요.”(p.379)

 


 

“그런데 지금은요, 세상이 돌아가는 방식을 깨닫기 시작한 것 같아요. 존과 저는 행복하지 못할 운명이었죠. 딱 일주일만 빼고요. 또 우리가 부덕한 일을 저지를 운명이었고요.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이 아이들이 존과 저를 통해 유럽에서 벗어날 운명이었던 거예요. 평화로운 곳에서 자라날 수 있게요.”(p.379)

 

저자 : 네빌 슈트

네빌 슈트는 1899년 런던 일링에서 태어났다. 옥스퍼드 대학 배일리얼 칼리지에서 공학을 공부했고, 어린 시절의 열정을 쫓아 항공업계에 엔지니어로 발을 들인 뒤 비행기 개발 일을 했다. 여가 시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엔지니어 경력을 보호하기 위해 네빌 슈트라는 필명으로 1926년 소설 《마르잔MARAZAN》을 출간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에 합류해 비밀 무기 개발에 힘썼다. 전쟁 뒤에도 계속 글을 썼고, 호주에 정착해 196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소설로 《파이드 파이퍼》(1942),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1950), 《해변에서》(1957) 등이 있다.

 

역자 : 성소희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서어서문학을 공부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고전 추리 범죄소설 100선》, 《여름날 바다에서》, 《키다리 아저씨》, 《베르토를 찾아서》, 《하버드 논리학 수업》, 《미래를 위한 지구 한 바퀴》,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 《이디스 워튼의 환상 이야기》 등이 있으며, 철학 잡지 《뉴 필로소퍼》 번역진에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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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순간을 놓치지 마 - 꿈과 삶을 그린 우리 그림 보물 상자
이종수 지음 / 학고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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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은 비대면 시대의 최고의 힐링 소재이다. 말없이 눈으로만 그림을 그린 화가의 정신과 예술혼, 그리고 피사체의 모든 것을 이해할 수 있는 그림이야말로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소통의 최고 아이콘이 됐다. 거기에 우리 출판문화와 인쇄 기술 등의 발달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으리라. 코로나 이후 국내에서 유독 많이 나온 출판물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이 '그림책'이 아닐까 생각한다. 주로 서양미술과 세계의 거장들의 작품이지만 이렇게 출판물으로라도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사실에 독자는 감사하고 있다.

독자는 그림을 무척 좋아하기 때문에 관심이 많다. 그림을 직접 그리거나 미술계에 종사하지는 않지만 취미로서의 미술을 말하는 것이다. 때문에 코로나 이후 그림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져나와 '눈요기'도 많이 했고, 몇 권 사기도 했고, 운 좋게 선물 받은 것도 있어 갑자기 책장에 그림 관련 책이 늘었다. 그림에 관한 책은 대부분 미적으로도 가치가 크고 보관성도 좋은 재질로 제작돼 집에 보관용으로 두고 수시로 볼 수 있다는 점도 만족감을 크게 해준다. 다만 2년 여 나온 책들이 서양미술에 집중돼 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그림에 관한 에피소드가 적어서이거나 그림에 대한 우리의 인식이 부족해서인지 모르지만 우리나라 그림에 대한 책이 많지 않았다는 점은 안타깝기도 하다.

 


 

그때 이 책 『이 순간을 놓치지 마』은 왜 우리 그림들이 많지 않았을까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조금은 달래준다. 책의 제작이야 유명한 출판사이고 종이질이 좋아서가 아니다. 우리의 그림이 전해오는 좋은 작품이 많지 않은 이유를 분명하게 밝혀주었기 때문이다. 저자 이종수가 우리나라 국보, 보물로 지정된 그림 중 임의로 선정, 감상법이나 그림의 의미, 조선미술사 등을 곁들여가며 소개한다. 우선은 국보와 보물로 지정된 것부터 살피고 있다. 우리의 그림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라면 망설이지 말고 먼저 다른 이의 보물 상자를 구경해보는 것이 도움이 될 듯하다고 말문을 연다. 믿을 만한 누군가라면 더없이 좋을 것이다. 나라의 보물라면 어떨까. 이유 없이 보물로 대접받지는 않을 터, 수많은 옛 그림 가운데서 감상의 큰 줄기를 잡아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가이드다.

저자에 따르면 삼국시대 석탑과 불상부터 고려시대 건축과 도자기, 그리고 조선시대의 실록과 회화에 이르기까지 문화재는 종류가 다양하다. 그런데 뜻밖에도 회화는 그리 많지 않다. 2,643점이나 되는 국보ㆍ보물 가운데 그림은 303점이 전부다. 그림 한 폭에서 파란만장한 역사 이야기, 드라마틱한 인물 이야기를 쉴새없이 끌러내는 저자는 나라의 보물로 지정된 그림 가운데서 ‘나만의 보물’ 22점을 추려냈다. 그리고 여기에 보물로 지정되지는 못했지만 결코 빠지지 않는 작품, 가치도 아름다움도 덜할 리 없는 사연 많은 작품 4점을 더했다. 모두가 ‘이만큼은 꼭 알았으면!’ 싶어 함께 나누고픈 그림들이다. 옛 그림이 낯선 이에게는 그 만남을 편히 이끌어줄 길잡이로 삼기에 충분하고, 이미 옛 그림과 친숙한 사이라면 혹 모르고 지나친 이름은 없는지 되짚어볼 좋은 기회다.

 


 

나라에는 나라의 보물이 있다. ‘보물’이라는 이름으로 구별된 문화재들이다. 문화재보호법에 따르면 ‘인위적이거나 자연적으로 형성된 국가적, 민족적 또는 세계적 유산으로서 역사적ㆍ예술적ㆍ학술적ㆍ경관적 가치가 큰 것’을 문화재로 정의한다. 이에 근거해 처음 보물을 지정한 것이 1962년. 법규에서 말한 대로 문화재 가운데 중요한 것, 가치가 크고 유래가 드문 것이 선별 기준이다. 물론 그 ‘가치’를 수치로 표현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흥미롭게도 이런 작품들을 보고 즐기는 우리에게는 또 저마다의 기준이, 감수성이, 애정이 있다. 모두가 같은 눈으로 예술을 대할 리 없지 않은가.

“어떤 그림 좋아하세요?” 그림 이야기를 쓰는 저자에게 이 질문은 일상이라고 한다. 그럴 때면 그만의 보물 상자를 열어 어렵지 않게 골라낸다. 질문이 이어진다. “그 그림이 좋은 그림인가요?” 여기에는 답하기가 쉽지 않다. 어떤 그림이 좋은 그림일까. 이 많은 그림 가운데 무엇을 좋은 것이라 말할 것이며 어떻게 좋은 것을 꼽을 수 있을까. 여기서 『이 순간을 놓치지 마』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고 밝힌다.

이 책은 귀하고 값지고 소중한, 그래서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우리 그림 이야기다. 앞서 저자가 말한 대로 이 책의 그림들은 유래한 시간이 길고 길어, 그 긴 세월을 지내고도 놀라울 만큼 상태가 온전해서, 혹은 예술적으로 빼어나게 아름다워 나라의 보물이 됐다. 저자의 눈빛이 반짝인다. 좋아하는 이유, 좋은 그림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이유를 따라가보니 다다르는 지점이 있다. 이야기가 마음을 흔들었기 때문이다. 화폭을 마주한 순간 어느 봄날의 비탈길, 줄다리기 한창인 개울가 다리 위, 시대의 끝을 고하는 역사의 현장에 들어선다. 그림은 이 봄을 놓치지 말라고 속삭이는가 하면 작은 개울 건너기도 쉽지 않다며 다독이다가, 의미 있는 삶이란 무엇이냐 물어오기도 했다. 이렇게 마음에 들어온 그림들을 크게 네 가지로 모았다.

 


 

① 이상 - 꿈꾸다

이상향을 그려낸 산수화나 시정을 담아낸 시의도, 군자의 지조를 상징하는 사군자 등에서 특히 눈길 가는 작품을 꼽았다. 꿈을 그린 그림, 꿈처럼 아름다운 것들을 담아낸 그림들이다. 시인의 숨결을 담아낸 시의도가 있는가 하면, 이상향의 풍광을 산수화로 옮겨온 그림도 있다. 군자의 상징으로 사랑받는 사군자는 한자 문화권에 자리 잡은 독특한 장르다. 「소상팔경도」가 그려낸 사계절의 아름다움과 〈추성부도〉에서 불어오는 메마른 가을바람, 〈매화도〉의 화려한 꽃향기에 담긴 의미와 기대를 들려준다. 아름다움에 대한 열망은 인간이 숨 쉬어온 이래 함께해온 변치 않는 본능이다. 봄날 꾀꼬리 소리에 멈춰 선 나그네의 노래와 함께 여행을 시작해, 소상의 절경을 지나 험난한 촉도를 넘은 곳에서 겨울날 피어오른 매화 향에 잠긴다. 독자는 이 가운데 한 작품 〈추성부도〉를 골라 열심히 읽어본다.

"창밖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길 끝에 동자가 걸린다. 동자의 손동작을 보면 이미 시인에게 답을 전한 뒤임을 알 수 있는데 원문의 '사건'은 여기까지다. 나머지는 시인의 성찰과 탄식으로 채웠다. 마침 그림도 절반에 이르렀으니, 어땠을까. 원문을 따라 시인의 속마음을 그려넣었을까? 읽기에 따라서는 그렇다. 동자 뒤로 펼쳐진 장면은 산수뿐이다. 시인의 집을 에워싼 산과 바위, 그리고 사이사이 뿌리내린 나무들. 동자가 '그 사이에서 소리가 난다'고 했던 나무들이다. 위로는 달이 떠올랐다. 구름에 가리운 것도 아니건만 보름의 둥긂이 무색하게, 금속성의 시린 질감이다."(p.32)

 


 

② 현실 - 만나다

우리 강산을 새롭게 바라본 진경산수화, 생활 현장을 생생히 살려낸 풍속화, 실사의 정신으로 탐구한 자화상 등을 골랐다. 삶의 현장에서 만난 장면, 현실 속 만남을 담은 그림들이다. 만난 것은 사람만이 아니다. 새롭게 트인 눈으로 우리 산수를 만났고, 어디서도 주인공이 되지 못했던 이들이 그림의 복판을 차지했다. 우리 땅의 아름다움을 그려낸 진경산수화와 그때 그 시절 인간 만사를 전해주는 풍속화, 조선 최초의 자화상까지. 이런 ‘만남’은 곧 ‘깨달음’이 된다. 진경산수 시대를 연 〈금강전도〉, 진경 너머의 풍경을 꿈꾼 《병진년화첩》. 조선 최초의 〈자화상〉도 빼놓을 수 없다. 일만 이천 봉 금강산의 푸른 기운이 그립다면, 달밤의 밀회를 즐기는 연인의 마음이 궁금하다면, 실사의 정신으로 자신을 마주했던 선비를 만나고 싶다면 이 그림들을 눈여겨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정선의 〈금강전도〉는 그 이름값만큼이나 독자의 마음을 잡아 끈다.

"실경이라기엔 어쩐지 달콤한 표현이 눈에 들어온다. 화면의 위아래를 채운 푸른빛 배경. 금강산을 고이 모셔올리듯 둥글게 감싸 안고 있다. 현실 너머의 꿈 같기도 하고 구름 속 신비의 선경 같기도 하다. 중앙에 들어찬 빽빽한 봉우리 바깥은로 공간감을 확대하였으니, 구성으로 볼 때도, 그럴듯한 선택이엇다. 실경에만 충실한 그림과는 차이가 선명하다.(p.116) <중략> 물론 정선이 〈금강전도〉 하나만으로 이 명예를 얻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화가로서의 삶 대부분을 금강산 그림과 함께했다 해도 과하지 않을 정도다. 정선이 금강산을 처음 만난 것은 1711년, 서른 여섯이 되었을 때로 애초에 그림 제작을 위한 여행이었다.(p.117)"

 


 

③ 역사 - 기록하다

기록으로서의 의미가 남다른 그림들도 있다. 국가 행사를 그린 기록화와 전신사조 정신으로 무장한 초상화, 선현에 대한 추숭을 담아낸 기념화를 아우른다. 그림 속 역사를 한눈에 마주하는 시간이다. 떠르르한 나랏일 가운데 주요 장면을 담은 기록화는 역사 속 그날을 간접 체험하기에 제격이다. 조선 회화의 자랑인 초상화와 기념화에서도 흥미로운 역사를 만날 수 있다. 한강변 독서당에서 시 한 수를 나눠 읊고 국왕의 화성 행행에 함께해볼 기회다. 세계 지도 속에서 조선의 이름을 찾아보는 것도 색다른 즐거움이다. 조선 건국 시조의 모습과 항일 지사의 뜨거운 삶을 엿볼 수도 있다. 정조의 꿈이 담긴 《화성행행도병풍》, 태조의 위용을 그린 〈태조어진〉은 물론 《고산구곡시화도병풍》의 제작 과정도 당대 정치 상황과 맞물려 흥미롭다.

 

④ 보물 아닌 보물들

보물 같은 그림들이 아직 많다. 나라의 보물로 꼽혀도 충분한 대작들이 이런저런 사연으로 문화재로 공인받지 못한 안타까운 경우다. 〈몽유도원도〉처럼 해외 소장품이어서 우리 보물로 지정할 수 없는 경우도 있고, 국내 그림 가운데도 왜 아직 보물로 지정되지 못했을까 아쉬운 작품도 있다. 언젠가 보물 지정 소식이 들려올지 모른다는 즐거운 기대를 갖게 해주는 것으로 위안을 삼는다. 장엄한 관음의 세상에서 종교와 예술 사이를 떠돌다, 신비로운 도원을 노닐던 왕자의 꿈에 잠겨보면 어떨까. 분분한 향설 속 화가의 사랑 이야기와 조선 마지막 거장의 화려한 필묵도 놓치고 싶지 않은 보물이다. 보물로 뽑히지는 않았지만 모두 더할 나위 없이 뜻깊고 아름다운 그림들이다.

 


 

⑤ 탐나는 그림, 헤아리는 즐거움

유래한 눈으로 보고 뜻을 헤아려 마음으로 그림을 읽는 일, 이왕이면 귀하디귀한 걸작들과 함께 그 즐거움을 누려보면 어떨까. 나라의 보물이 된 우리 그림 26점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저자는 이 책을 읽는 이들이, 또 박물관 작품 앞에 선 이들이 저마다 어떤 그림이 최고의 보물인지를 꼽으며 ‘나만의 보물찾기’를 즐기기를 기대한다. 그 바람이 통한다면 옛 그림을 보는 즐거움은 몇 배나 커질 것이다. 누군가의 보물이 나의 보물이 되는 여정, 이 책과 더불어 떠나는 그 길이 곧 ‘보물처럼 빛나는 여정’이 되기를 꿈꾼다.

"붓끝은 날카롭게 삐쳐나가, 톡톡 짧은 리듬처럼 끊어지길 반복한다. 길고 유려한 선으로 온전히 마무리된 소재라곤 보이지 않는다. 백설로 뒤덮인 산의 형상마저도 소복한 눈이 주는 푹신함이라기보다는 차갑게 반짝이는 쪽에 가깝다. 그리고 그 거친 붓이 절정을 이룬 곳은 매화. 서옥 옆에 뿌리내린 두 그루 노매를 보라."(p.330)

 

저자 : 이종수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명지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작자가 어떤 의도로 작품을 완성했는지 그 맥락과 계보를 찬찬히 짚으면서 이야기로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 시공간을 입체적으로 바라보는 안목과 인간미에 주목하는 따뜻한 시선이 돋보인다. 『조선회화실록』, 『옛 그림 읽는 법』, 『그림에 기댄 화(畵)요일』, 『그림문답』, 『이야기 그림 이야기』, 『벽화로 꿈꾸다』 등 우리 옛 그림을 섬세하게 읽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여러 권 썼고, 역사 속 인물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조광조 평전』, 『류성룡, 7년의 전쟁』, 『그대, 비해』 등을 펴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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