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 - 내 삶에 리셋이 필요할 때
나즈 베헤시티 지음, 김보람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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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은 습관이다" 많은 자기계발 책과 에세이, 심리학 책을 읽어본 독자로서 내린 최종 결론이다. 특히 자기계발 책은 습관을 다룬 책 것이 주류를 이루고 논리 또한 정연하다. 습관이 우리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습관을 들이는 것이 어려울 뿐이다. '성공하는 삶' '건강한 삶' '명예로운 삶'도 삶의 완성을 들여다보면 적게든 많게든 '습관'과 연관이 있다. 어느 정신의학자가 정신장애를 겪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치료법으로 사용했다는 생각-행동(실천)-반복-습관-삶의 공식은 여전히 유효하다.

독자가 정신의학을 배운 적도, 관련 책도 거의 읽어보진 않아서 그 정신의학자가 누군지 정확한 기억이 없다. 추측컨대 프로이트, 칼 융, 아들러 등 3명의 정신의학, 심리학의 대가로 불리우는 분 중의 한 명이다. 이 세 분은 정신의학자이며 심리학에도 모두 관여된 분으로 알고 있다. 근대 자기계발서의 모태가 된다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부터 현대 자기계발서의 고전으로 불리우는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까지 모두 '습관'에 관해 말하고 있다. 그 이후에 출간된 자기계발 책은 대부분 이 습관의 법칙을 다루고 있다. 이 책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는 경영 웰니스 코치인 나즈 베헤시티가 낸 책이다. 저자 나즈 베헤시티는 스티브잡스와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사들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이 책을 통해 '훌륭한 경영인이 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해 쓰고 있다.

 


 

책에 따르면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간혹, 일에 중독되고 성공에 대한 갈망으로 끊임없이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사람으로 오인되곤 한다. 오직 일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한 사람 말이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만큼 자신의 행복과 웰빙에 집중했던 인물도 없다. 스티브 잡스는 일에 푹 빠져 살면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진정한 자기인식을 통해 가슴이 이끄는 삶을 살았다. 그는 충만한 열정으로 사업에 뛰어들어 바라는 바를 이루어냈다. 동시에 사랑이 충만한 가정을 꾸렸으며, 끈끈한 인간관계를 맺었고, 무엇보다도 평생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했다.

저자 나즈 베헤시티는 스티브 잡스의 개인 비서로 사회 경력을 시작해 야후, 아스트라제네카 등의 글로벌 기업을 거쳐 경영 코칭 전문기업인 ‘프라나나즈Prananaz’를 설립한 입지전적인 여성 CEO다. 경영 웰니스 코치이기도 한 그녀는 현재 국제 비즈니스 리더, 기업가, 스타트업, 대학교, 주요 글로벌 조직에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자신의 첫 책이자 모든 노하우를 집대성해 펴낸 이 책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에서 베헤시티는 ‘자기 웰빙의 CEO가 되는 법’, 즉 직업적 성공과 건강한 삶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얻기 위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경영해가는 실천적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의 설명은 차분하고 논리적이다. 이에 따르면 ‘나는 어마어마한 부자가 될 것이다’라고 사람들은 흔히 생각한다. 물론 어마어마한 부자까지는 아닐 수 있다. 적당한 부자, 그러니까 일을 하지 않아도 먹고는 살 정도만 되는 부자, 어찌 됐든 ‘부자’는 되고 싶어 한다.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세상 어느 누가 가난한 사람이 되고 싶겠는가. 문제는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일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열심히. 태어날 때부터 축복과 행운이 함께한, 소위 금수저들이 아닌 이상 평범한 사람들이 부자가 되기를 원한다면, 그 욕망과 욕심의 크기만큼 일해야 한다. 그리고 이 일하는 과정에서 어김없이 만성 스트레스와 번아웃이 찾아온다. 때문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돌보지 않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 않는다면, 이 불청객에게 잡아먹혀 (극단적인 경우) 조기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그리고 이 불청객의 특징은 제 아무리 대단한 부와 명예를 지닌 사람이라도 예외 없이 찾아간다는 것이다.

자칫 돈 벌려고 생명을 버리는 경우를 경계하는 말이다. 애플의 전설적인 개발자이자 CEO인 스티브 잡스의 비서로 사회 경력을 시작해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들에 리더십,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하는 글로벌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된 나즈 베헤시티가 “누구나 최고의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알려준다. ‘잘 사는 것’보다 ‘잘 하는 것’을 중요시하는 성과 중심의 사회에서 베헤시티는 성공과 웰빙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방법이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이 책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라』는 진정한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삶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음챙김, 사고방식을 변화시켜 스트레스에서 벗어나고, 더 나은 선택을 통해 몰입된 삶을 추구할 수 있는 7가지 실천 전략, 그리고 최종적으로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3가지의 강력한 동력을 소개한다. 최고의 삶을 선택할 것인지는 결국 여러분 각자에게 달려 있다. 진정한 웰빙의 여정으로 초대하는 이 책을 선택하는 것 역시 여러분에게 달려 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입문〉, 〈훈련〉, 〈완성〉, 총 3부로 구성되어 있다. 최고의 삶을 사는 방법을 3단계로 제시한다. 1부 〈입문〉 편에서는 스트레스와 번아웃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삶의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탁월한 방법에 대해 말한다. 진정한 행복은 진정한 자기로부터 나온다. 헛바퀴처럼 돌아가는 복잡한 일상 속에서 무엇보다 자기를 돌보지 않는다면 목표를 성취했다고 한들 행복은 찾아오지 않는다. 진정한 성공은 살아가면서 열정을 다하고 즐거움을 만끽하는 것이다. 성공은 죽어라 일한다고 찾아오지 않으며, 돈이나 명예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이에 따라 저자는 진정한 자기 발견을 위해 마음챙김의 수련을 권한다. 이를 통해 자신의 상태를 체크하고, 동시에 타인에 대한 인식을 높여 관계의 유연화가 생기며, 이는 활력과 효율성, 의사결정 능력, 리더십의 능력으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2부 〈훈련〉 편에서는 마인드와 습관을 개선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함으로써 더 건강하고 몰입하고 연결된 삶을 살게 하는 7가지 전략을 다룬다. 좋은 결정을 내리는 능력을 타고나는 사람은 없다. 때문에 의사결정을 위한 필수적인 기술은 훈련을 통해 습득해야만 한다. 의사결정이 중요한 이유는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인생의 전체 모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저자 베헤시티가 제시하는 7가지 전략(추구, 휴식, 예방, 변화, 적응, 수용, 연결)을 훈련하고 습득하고 실천한다면 사고방식 자체를 통째로 변화시킬 수 있다. 이 전략은 자신에 대한 인식을 강화하고, 이상과 목표를 가로막는 장애물을 해결하는 마인드 훈련을 통해 지속가능한 성공으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스트레스를 적절히 관리하고, 힘든 상황에 부딪혔을 때 다시 일어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발판삼아 더 높이 도약하는 회복탄력성을 구축할 수 있는 방법은 2부의 핵심이다.

저자의 3단계 7가지 전략은 매우 간결하게 정리해 반복 제시한다. 완전히 익히고 다음 3단계로 들어가기 위해서다. 독자가 판단하기로는 베헤시티 이 단계별 7가지 전략도 '습관'을 들여야 한다. 1단계의 입문은 생각을 거듭해 계획하고 좋은 결정을 내리는 단계다. 이어 마음의 결정을 내리면 실천과 행동이다. 그것도 꾸준히 반복해 습관처럼 언제 어디서나 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단계다. 실행자 자신은 습관처럼 하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그런 능력과 성격의 소유자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1부에서 진정한 웰빙의 기초를 닦고, 2부에서 선택을 위한 전략을 배웠다면, 3부 〈완성〉 편에서는 개인의 잠재력을 최대한 이끌어내고 이상적인 목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3가지의 동력을 제시한다. 즉 ‘자기 웰빙의 CEO’가 되는 최종적 방법이다. 삶이라는 지도 위에서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것이 고통이다. 신체적인 고통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고통도 마찬가지다. 이 고통이 중요한 것은 인생을 비극적으로 이끄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선각자들은 무엇보다도 이 고통을 마음 속에서 몰아내기 위해 명상을 거듭했다. 저자는 고통은 누구나 겪을 수 있지만 괴로움은 선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고통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봄으로써 성장을 촉진하는 기폭제로 고통을 이용할 수 있다. 이와 연결해 베헤시티는 몰입할 수 있는 힘을 키워내고 의미 있는 삶을 추구할 수 있는 목적을 제시한다.

살아가면서 중요하게 여기는 일은 무엇인가? 부자가 되는 것인가? 명예를 얻는 것인가?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인가? 존경받는 것인가? 역사에 전무한 이름을 남기는 것인가? 아니면, 행복해지고 싶은 것인가? 저자는 주장한다. 모두에게는 각자의 목표가 있다. 각자의 목표를 향해 가는 방식 역시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모두가 공통적으로 원하는 것이 있다. 바로 건강하게 살아가면서 동시에 꿈을 이루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는 수많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결국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어디로 가고 싶은지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앞으로 헤쳐 나가야 할 삶의 여정에서 언제든 펼쳐 잘못된 길로 가고는 있지 않은지 혹은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 지도이다.

 


 

스티브 잡스에게 얻은 가르침 중에서 내가 자주 떠올리는 말이 있다. 기대치를 높이고 그 아래에서는 절대 안주하지 마라. 우리는 우주에 흔적을 남기기 위해 존재한다. 가슴과 직관을 따르라. 자기만의 현실을 창조하라. 고정관념을 깨라. “다르게 생각하라.” 탐험이란 미래를 그리며 앞으로 나아가는 것뿐만 아니라 지나온 날들을 새로운 시각과 방식으로 바라보는 것도 포함한다.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기를 실천해 목적을 다시 찾고 나면, 그동안 걸어왔던 발자취를 새로운 눈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이는 나아갈 길을 찾고 지난날을 재해석하는 나침반이다. 이 나침반이 있으면 우리가 그동안 어디에 있었는지, 이제 어디로 가야 할지를 명확히 알게 된다. 이처럼 계획적이고 깨어 있는 지도 제작 작업은 멈추고 호흡하고 선택하기의 궁극적 목표다.(본문 중에서)

 

저자 : 나즈 베헤시티(NAZ BEHESHTI)

프라나나즈PRANANAZ의 CEO이자 설립자인 그녀는 경영 웰니스 코치이다. 프라나나즈는 리더십 효율성, 직원 웰빙 및 몰입도, 회사 문화를 개선하는 기업 웰니스 솔루션을 제공한다. 〈포천〉지 선정 500대 기업에서 20년 이상 근무하고, 스티브잡스와 달라이 라마를 비롯한 세계적인 명사들에게 직접적으로 가르침을 받았다. 국제 비즈니스 리더, 기업가, 스타트업, 대학교, 주요 글로벌 조직에 컨설팅을 제공해오고 있으며, 아이티 어린이를 돕기 위한 비영리 단체인 라이즈투샤인RISE2SHINE을 공동 설립했다. 현재 남편과 함께 뉴욕에 살고 있다.

 

역자 : 김보람

국제관계학을 전공하고, 비영리 민간단체와 대기업에서 일했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그동안 《힐빌리의 노래》, 《바다의 선물》, 《할아버지와 꿀벌과 나》, 《스틸니스》, 《바람과 함께한 일 년》, 《우리는 다시 한번 별을 보았다》, 《그 여름, 그 섬에서》를 포함해 여러 권의 책을 우리말로 옮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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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로 읽는다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 -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천하통일 대전략 지도로 읽는다
코스믹출판 지음, 전경아 옮김, 야베 켄타로 감수 / 이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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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강력한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을 제압하려 했던 일본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일본은 우리 역사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국가로서 전 국토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크기도 한반도의 1.5배 정도로 결코 크지 않은 나라가 20세기 아시아를 우리나라와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세력을 넓혀 지배하려 했던 저력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비록 성공적으로 결과를 이뤄내진 못했지만 막강한 군사력과 정치력, 문화의 힘까지 지닌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메이지 유신'을 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히 동쪽으로 세력을 신장시키던 서방의 여러 나라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중국 너머 일본이었다. 중국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 때문으로 더 힘이 약한 일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막부시대'라고 하는 무신정권으로 이루어져 흘러왔다. '천황'이 통치자이지만 상징적 '신'의 존재이고 실제 정치는 무신들이 이끌었던 게 막부시대다. 막부시대의 태동은 필연적으로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3대 명장이 활약한 전국시대를 꼽을 수 있다. 일본 역사가들은 무로마치 막부 말기인 15세기 후반부터 도쿠가와 막부가 출범한 17세기 초까지 약 130년간 이어진 전국시대는 중세 일본이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였다고 해석한다. 이는 중국의 춘추전구시대를 비유한 데서 비롯됐을 터이지만 말 그대로 군웅할거 시대였던 것 같다.

 


 

이 책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은 영웅의 탄생과 몰락, 그리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명승부는 지금도 드라마, 소설, 영화, 게임, 만화 등 대중매체에서 최고의 인기 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만화, 게임이 다양하게 소개될 정도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정통 역사를 다룬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국내 독자들에게는 전국시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복잡한 사건의 흐름에 더해 낯선 인명과 옛 지명이 한 마디로 높은 장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복잡한 일본 전국시대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70개의 주제와 지도를 가지고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전국시대를 주도한 주인공이라 할 만한 3대 명장을 비롯해 다케다 신겐, 우에스기 겐신 등 주요 다이묘들이 처한 지정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합종연횡의 전략과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대표적인 전투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국시대의 주요 인물을 중심축으로 삼아 방대하고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천하의 패권을 둘러싼 인물과 사건의 지정학적 배경을 지도와 도해로 시각화시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제목에서 언급되는 '지정학'은 원래 국제관계의 정치와 역사를 지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학문인 만큼 이 책에서도 16세기의 대항해 시대가 일본의 전국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우선 16세기 중반 포르투갈이 규슈 남단을 통해 전해준 화승총은 전국시대의 주도권이 오다 노부나가에게 넘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노부나가가 대량으로 생산한 화승총을 이용해 1575년 나가시노 전투에서 무적의 다케다 기마대를 섬멸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고 한다. 물론 독자는 이런 자세한 일본사를 공부한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다. 이 때문에 이 책이 기술하는 내용을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일본사 초보자이기 때문에 저자의 말과 해석은 100% 신뢰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읽고 있다.

독자가 일본사에 흥미를 갖는 것도 일본 최초로 우리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때의 명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수없이 침략하고 결국은 36년간의 식민지배를 했다. 그리고 당시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화승총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조선을 초토화한 임진왜란이란 우리에게는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전란의 와중에도 각국의 다이묘들이 앞다투어 기독교에 귀의하거나 선진문물 수입하는 등 부국강병을 위해 앞장섰다. 당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선교사들이 전파한 서양의 기독교와 문명은 중세 일본의 중앙집권적 봉건 체제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나중에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로 나아가는데 주춧돌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전국시대를 주도한 다이묘들의 영웅담이나 전쟁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천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전국시대 3대 명장과 주요 다이묘들이 처한 지리적 환경과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지정학적 전략과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술을 다양한 입체지도와 도해를 동원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머리에 수록한 컬러지도 중 수확량을 통해 평가한 주요 다이묘들의 세력도와 당시 주요 도로에 있는 다이묘의 영지와 거성은 권력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전국시대의 전투가 육지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 주변 해로를 장악한 해적과 다이묘들이 연합해 일으킨 해전도 전쟁의 주도권 다툼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수많은 등장인물의 인명과 어딘지를 알기 힘든 옛 지명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또 책머리에 전국시대의 행정지명과 현대 일본의 행정지명을 컬러지도로 함께 실어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전국시대의 주요 인물과 영지의 지정학적 배경이 현대 일본에도 역사적 유산으로 그대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장 끝에 정리한 주요 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전국시대에 활약한 인물의 상관관계와 주요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3대 명장을 중심으로 일본 전국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기간을 통틀어 70여 개의 테마로 나눠, 시대 상황과 이들이 사용한 전략, 기타 관련 내용을 지정학적 관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책은 5개 장(章)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1장은 「오닌의 난과 전국시대의 개막」이다. 15세기 중반 세계적 한랭화로 인한 대기근에다 무로마치 막부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다이묘들이 충돌한 오닌의 난이 겹치면서 전국시대의 막이 올랐다. 16세기 중반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전해준 화승총과 기독교 등 서양 문물이 전국시대 후반에 지정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300년 후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고 근대화를 거치면서 해양 세력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막부와 메이지 유신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어 2장에서는 「군웅이 할거하던 다이묘들의 지정학」이란 제목으로 군웅할거의 현장을 살펴본다. 16세기 100년 동안 5대에 걸쳐 이즈반도와 간토 지역을 지배한 호조 가문의 시조 호조 소운은 전국시대의 혼란기에 다이묘 가문을 탄생시킨 선구자다. 난공불락의 오다와라성을 거점으로 삼아 영지를 확장하고, 또 이즈수군을 키워 해상로를 장악할 수 있었던 지정학적 배경을 살펴본다. ‘가이의 호랑이’라 불렸던 맹장 다케다 신겐이 왜 천하인이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지정학적으로 분석한다. 1577년 테도리강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군을 섬멸한 우에스기 겐신과 오슈의 맹장 다테 마사무네도 지정학적 악조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한다.

 


 

또 3장 「전국시대 대스타 노부나가의 지정학」에서는 ‘오와리의 바보’라고 불렸으나 나중에 천하통일을 눈앞에 두고 혼노사의 정변으로 자결한 오다 노부나가를 중심으로 살핀다. 당시 오다 노부나가는 군사·경제·정치의 모든 면에서 출중한 인물이었다.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를 수하로 두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국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오와리를 통일하고 오사카와 교토를 장악한 다음 주변국을 침략해 연전연승하며 천하인의 꿈을 이루기 직전에 생을 마감한 그의 파란만장한 반생을 지정학으로 풀어본다.

이어 4장에는 그 유명한 히데요시가 등장한다. 「불세출의 전략가 히데요시의 지정학」이다. 오와리에서 하층민으로 태어나 노부나가의 눈에 들어 측근으로 맹활약하며 마침내 천하인의 자리에 오른 천재 전략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우리에게는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의 원흉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하극상과 배신과 패륜이 난무하던 전국시대에 혈혈단신으로 천하의 패권을 차지한 불굴의 주인공이다. 노부나가 사후에는 정국 주도권을 장악해 주고쿠, 시코쿠, 규슈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천하를 통일했다. 토지조사로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오사카성을 축성해 통치 기반을 마련하려는 등 출중한 경세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마지막 5장에서는 드디어 막부 통일막부를 등장시킨 이에야스에 대해 분석한다. 「권모술수의 대가 이에야스의 지정학」이다. 전국시대 내내 노부나가와 동맹관계이자 히데요시와는 정적관계를 유지했던 이에야스가 자신의 손으로 130년 이어진 전란에 종지부를 찍고 도쿠가와 막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지정학적 요인은 무엇일까? 1,000년 넘게 일본의 중심지였던 교토에서 에도도 수도를 옮겨 260년 동안 평화 시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지정학적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시대의 마지막 천하인이자 도쿠가와 막부의 초대 쇼군이었던 이에야스의 천재적 전략과 천하통일의 야망을 지정학적으로 풀어본다.

일본 역사가 사이에서는 “오다 노부나가가 쌀을 찧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반죽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떡을 먹었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또 『대망』이란 일본 소설에서는 "휘파람새가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면 여떻게 해야 하나"를 두고 세 영웅들의 답변이 유명해 회자된 시대가 있었다. 이 소설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가 17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초기 국내 번역에 '해적판'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다 세 영웅의 각기 다른 성격의 대비로 당시 일본 전국시대의 패권다툼을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대망'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일본 전국시대ㆍ아즈치 모모야마 시대ㆍ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사람이 난세를 끝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가는 '치란흥망'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저자 : 코스믹출판

역사와 경제 분야의 단행본을 비롯해 퍼즐과 스포츠, 낚시 등 취미와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잡지와 무크를 출판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한류와 스타를 다루는 잡지와 무크도 독자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평판을 받고 있다.

 

역자 : 전경아

중앙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와 주인공의 자조적 유머가 돋보이는 하드 보일드 소설,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 내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를 좋아하지만 재미난 이야기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앞으로 재미있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꿈이다. 《지도로 읽는다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의 퍼실리테이션》, 《미움받을 용기》,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등 다수를 우리 말로 옮겼다

 

감수 : 야베 겐타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95년에 고쿠가쿠인 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에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일본 중세사를 전공한 중견 역사학자로 무로마치 막부와 전국시대의 정치와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2007년에 고쿠가쿠인 대학 전임강사에 임용된 이후, 2016년부터 정교수로 취임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세키가하라 전투와 이시다 미쓰나리》, 《히데요시 정권의 지배와 조정》, 《간바쿠 히데쓰구의 할복》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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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타인 - 가족 치료의 대가 이남옥 교수의 중국 가족 심리 상담
이남옥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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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가족은 한 나라의 역사를 품고 있다” 세대를 거듭하며 대물림되는 가족 트라우마, 상처를 끊어내는 가족 상담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특별한 시간을 제공하는 이 책은 중국에서 직접 상담치료를 해온 저자 이남옥 교수의 치유의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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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타인 - 가족 치료의 대가 이남옥 교수의 중국 가족 심리 상담
이남옥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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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및 가족의 심리적 어려움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간의 역동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자와 심리상담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리고 또 가족 안에서 각자가 평생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놓는 것, 말의 시작이 중요하다. 어떤 가족이든 그런 속내를 나누기 시작하면 순환의 힘이 발휘된다는 것은 굳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아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자연이 순환하듯, 가족의 말과 마음에서 순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시들어 있던 가족의 풍경은 아름답게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이 책 『가장 가까운 타인』의 저자 이남옥은 모든 사람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의 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우연이었든 숙명이었든 가족의 사람을 놓쳤던 이들은 삶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현재의 다른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가족 상담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족 상담은 어린 시절 놓친 가족의 사랑을 경험하도록 이끌어주고, 이 치유의 과정을 통과하면 놀라운 변화들이 서서히 또는 눈앞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들에게 일어나는 아름다운 치유의 순간을 전해주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은 현대 중국 가족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유일한 보고서이자,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사회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돕는 특별한 인문 교양서다. 모두 스물일곱 가족의 사례가 담긴 『가장 가까운 타인』은 부부 문제, 부모 자녀 문제, 형제자매 문제를 비롯해, 가슴 아픈 옛 가족의 비밀이 세대를 거듭해 미치는 영향 등 가족 안에서 생길 수 있는 갖가지 어려움들을 3부에 걸쳐 촘촘히 아울렀다. 또한 각 사례마다 가족의 역사와 관계의 성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계도를 수록해, 가계도 및 가족 세우기 방법론을 활용한 가족 상담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과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이남옥 교수는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등의 저자이자 가족 상담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이 책은 그가 중국 가족 상담 경험을 토대로 짚어나간 개인의 상처, 가족의 문제, 그리고 치유의 연대기이다. 저자는 2016년부터 중국에서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개인 및 가족을 만나,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비밀스러운 정경,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는 양가적인 감정, 역사의 폭력에 휘말린 가족 집단의 비극을 귀 기울여 들었다. 이러한 경청 작업과 함께 저자는 가족 체계의 역동을 드러내는 상담 기법인 ‘가계도 분석’과 ‘가족 세우기’을 활용해 내담자들이 자기 상처의 오래된 기원을 용기 있게 직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4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 내에서 가족 트라우마 치유 작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감동적인 세대 간 화해의 여정이 오롯이 책에 담겼다.

 


 

책에 따르면 가족 상담은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가족이라는 집단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반영한 징후로 바라본다. 따라서 개개인의 문제를 단편적인 차원이 아닌, 한층 관계적인 맥락에서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저자는 이렇듯 개인의 상처를 가족이라는 프리즘에 비추어 밝히고 가족 상처의 계보를 끊어내고 심리적 힘을 키워주는 가족 상담 분야에서 ‘가계도 분석 방법’과 ‘가족 세우기 기법’을 한국 내담자들에게 소개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30여 년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여러 국제 심리학회에서 이들 기법을 활용한 가족 치료의 성과들을 발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던 중 중국의 한 상담심리학자가 저자에게 중국 가족 상담 워크숍을 진행해줄 것을 청했고, 저자는 그의 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2016년부터 중국 모 지역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의 상담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 내에서 가족 트라우마 치유 작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4년 동안 다양한 연령대의 중국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품은 내밀한 가족의 비밀과 상처를 마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인 각자와 가족의 대물림된 상처가 단지 개인이나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격동적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문화대혁명과 산아제한 정책(일명 가족 계획 정책)이 불러온 비극, 극심한 사회적 빈부격차와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 중국인 특유의 개방적 마인드, 적극성과 심리적인 강건함 등 개인과 사회의 특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한 개개인의 극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다양한 개인의 역사를 지닌 중국인의 상처, 가족의 갈등, 오랫동안 숨겨온 각자의 진심을 사려 깊게 따라간다. 내담자들은 비극과 비밀과 상처의 사회적 개인적 원인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족들과의 적절한 마음의 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얼어 있던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마침내 사과와 화해와 감정 정화에 이르게 된다. 스물일곱 가족이 들려주는 이러한 감동적인 여정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각 개인의 가족 서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독자들은 각각의 사례를 읽어나가며 중국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애틋하면서도 끈질긴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상처를, 우리 자신도 겪었을 법한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슬픔을 아픈 가족사와 연결해, 개개인의 상황을 겹쳐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직접 상담실에서 상담자와 마주앉아 있는 듯 상처 인식과 치유 경험을 생생하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인들은 가족 관계 및 가족에 대한 애정, 특유의 감정 등이 매우 유사해 한국인 상담자로서 중국의 내담자가 치유 상담을 진행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거란 추측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같은 비슷한 감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상담자와 내담자로서의 관계 형성에 매우 유리한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책에도 가끔씩 비슷한 언급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중국 가족 집단에서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강한 여자 대 약한 남자’의 구도를 사례별로 살펴보고 이러한 ‘통념’이 가리고 있는 가족의 실제 문제를 진단한다. 실질적으로 가족을 이끌어가는 목소리 큰 아내, 남편에 대한 분노로 행동을 제어하기 어려운 아내, 자녀를 학대하는 어머니, 딸에게 자신과 같은 힘겨운 삶을 강요하는 어머니,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딸, 아픈 남편을 보살피다 지쳐버린 아내,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가정을 등한시하는 남편 문제로 괴로워하는 아내 등…… 다양하면서도 보편적인 사례들은 바로 곁의 이웃과 우리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저자는 이른바 목소리가 크고 책임감 큰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이 어떤 가족 역사와 분위기 속에서 비롯되었는지 심리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드럽게 이끌어나간다. 2부에서는 산아제한 정책, 문화대혁명, 남아선호 사상 등 중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이면과 얽혀 있는 가족의 역사와 비밀을 따라간다. 한 개인이나 가족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지하듯 현재 가족의 역동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상황과의 역학 관계를 2세대, 3세대, 때때로 4세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특히 197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시행된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강제 낙태, 입양, 영아 유기 등을 경험한 가정이 많았고, 어린 시절 내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아야 했던 이들도 드물지 않았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중국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과 연결되면서 더 큰 비극을 불러일으켰는지를 보여주며, 당시 아이였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응어리를 풀지 못해 여전히 울고 있는 내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준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가족 내에서 대물림된 상처를 끊어내고자 한 용기 있는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유사한 고민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건네준다. 서러움, 원망, 회피, 소외감, 두려움, 수치심 등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힘겨워하는 내담자들은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까지 연령대와 상황이 다양해 상담자의 접근 방식도 달라야 했다. 내담자들은 연륜 있고 유연한 상담자의 품을 경유하여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로부터 사과와 사랑을 다시 전해 받고, 마음의 공간을 넓혀내고, 자신의 윗세대가 겪은 상처를 배려 있는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며, 마침내 자기 내면의 힘을 찾아간다. 이 과정을 묘사한 각각의 사례는, 상처가 낙인이 아니라 성장의 디딤돌이 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해준다. 이와 같은 변화는 상담자의 오랜 시간 쌓아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한바, 저자는 가족 상담 기술 차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심리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남편이 듬직하지 못하거나 남편과 관계가 안 좋을 경우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매달리는 경향이 생깁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자녀들에게 배우자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고, 자녀들을 통해 심리적 위로를 얻으려 합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어머니에게 충성하거나 어머니를 보호해야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가족의 경우 자녀들은 결혼 이후 부부 관계를 다져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항상 또 다른 배우자(어머니)를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p.15)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가족이 좋은 감정들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과정을 함께합니다. 좋은 감정은 억지로 느끼게 한다고 해서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화해하세요’라고 하면 화해가 이루어지고,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세요’라고 하면 그대로 될까요? 그렇지 않지요. 당사자가 진정으로 화해를 원하려면 부모로부터 내리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제 작업은 가족 세우기를 통해 자녀가 부모를 보호하거나 사랑해줘야 하는 치사랑 또는 역사랑을 다시 물 흐르듯 아래로 순조롭게 내려가는 내리사랑으로 바꾸는 일입니다.”(p.198)

 

저자 : 이남옥

 

국내 최고의 가족 상담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 올덴부르크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에서 부부?가족 치료 전문가이자 가족 갈등 관리 및 조정 전문가로 일했다. 2003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며 가족 치료와 가족 세우기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치료 과정을 대중적으로 발전시켰다. 오랫동안 독일 페히타대학교 외래교수로 강단에 섰고,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부부가족상담심리전공 교수, 서울가정법원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30여 년 동안 3만 회 이상의 개인 및 가족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KBS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BS <달라졌어요>, EBS <라디오 멘토 부모> 등 다수의 방송에서 상담 코치 전문가로 활약하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담긴 조언을 건넸다. 지은 책으로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내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EBS 라디오 멘토 부모』(공저), 『대물림과 가족치료』(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부부, 가깝고도 먼 동반자』(공역), 『대물림과 체계론적 가족치료』(공역) 등이 있다.

저자는 중국의 한 심리학자의 요청으로 2016년부터 4년 동안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중국인들을 만나며 개인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다루고 심리적 치유를 이끌었다. 이 가족 치료 워크숍은 중국 내에서 가족 트라우마 치유 작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당시 경험한 아름다운 치유의 여정을 『가장 가까운 타인』에 담았다. 이 책은 현대 중국 가족의 풍경을 진솔하게 펼쳐 보여주는 심리 교양서이자, 가족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사회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 교양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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