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로 읽는다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 -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천하통일 대전략 지도로 읽는다
코스믹출판 지음, 전경아 옮김, 야베 켄타로 감수 / 이다미디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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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의 가장 강력한 패권국가로 등장한 미국을 제압하려 했던 일본의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일본은 우리 역사에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국가로서 전 국토가 섬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크기도 한반도의 1.5배 정도로 결코 크지 않은 나라가 20세기 아시아를 우리나라와 중국을 넘어 동남아시아까지 세력을 넓혀 지배하려 했던 저력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비록 성공적으로 결과를 이뤄내진 못했지만 막강한 군사력과 정치력, 문화의 힘까지 지닌 강대국으로 발돋움한 것은 '메이지 유신'을 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꾸준히 동쪽으로 세력을 신장시키던 서방의 여러 나라들이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한 곳은 중국 너머 일본이었다. 중국을 완전히 지배하지 못한 때문으로 더 힘이 약한 일본 쪽으로 고개를 돌렸을지도 모른다. 일본은 오래 전부터 이른바 '막부시대'라고 하는 무신정권으로 이루어져 흘러왔다. '천황'이 통치자이지만 상징적 '신'의 존재이고 실제 정치는 무신들이 이끌었던 게 막부시대다. 막부시대의 태동은 필연적으로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3대 명장이 활약한 전국시대를 꼽을 수 있다. 일본 역사가들은 무로마치 막부 말기인 15세기 후반부터 도쿠가와 막부가 출범한 17세기 초까지 약 130년간 이어진 전국시대는 중세 일본이 통일국가를 완성하는 한 편의 장대한 드라마였다고 해석한다. 이는 중국의 춘추전구시대를 비유한 데서 비롯됐을 터이지만 말 그대로 군웅할거 시대였던 것 같다.

 


 

이 책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은 영웅의 탄생과 몰락, 그리고 역사의 물줄기를 바꾼 명승부는 지금도 드라마, 소설, 영화, 게임, 만화 등 대중매체에서 최고의 인기 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국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만화, 게임이 다양하게 소개될 정도로 마니아층이 형성되어 있지만, 정통 역사를 다룬 책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아마도 국내 독자들에게는 전국시대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과 복잡한 사건의 흐름에 더해 낯선 인명과 옛 지명이 한 마디로 높은 장벽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복잡한 일본 전국시대를 간단하게 이해할 수 있는 70개의 주제와 지도를 가지고 쉽게 설명한다. 그리고 전국시대를 주도한 주인공이라 할 만한 3대 명장을 비롯해 다케다 신겐, 우에스기 겐신 등 주요 다이묘들이 처한 지정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는 합종연횡의 전략과 승자와 패자가 나뉘는 대표적인 전투도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전국시대의 주요 인물을 중심축으로 삼아 방대하고 복잡한 스토리 구조를 단순화시키고, 천하의 패권을 둘러싼 인물과 사건의 지정학적 배경을 지도와 도해로 시각화시켜 독자들의 이해를 돕는다.

 


 

이 책의 제목에서 언급되는 '지정학'은 원래 국제관계의 정치와 역사를 지리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해석하는 학문인 만큼 이 책에서도 16세기의 대항해 시대가 일본의 전국시대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우선 16세기 중반 포르투갈이 규슈 남단을 통해 전해준 화승총은 전국시대의 주도권이 오다 노부나가에게 넘어가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노부나가가 대량으로 생산한 화승총을 이용해 1575년 나가시노 전투에서 무적의 다케다 기마대를 섬멸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고 한다. 물론 독자는 이런 자세한 일본사를 공부한 적도 없고, 배운 적도 없다. 이 때문에 이 책이 기술하는 내용을 모두 수용할 수밖에 없는 일본사 초보자이기 때문에 저자의 말과 해석은 100% 신뢰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읽고 있다.

독자가 일본사에 흥미를 갖는 것도 일본 최초로 우리 조선을 침략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이때의 명장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우리나라를 수없이 침략하고 결국은 36년간의 식민지배를 했다. 그리고 당시 일본을 통일한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화승총을 앞세워 파죽지세로 조선을 초토화한 임진왜란이란 우리에게는 뼈아픈 역사를 기억하기 때문이다. 전국시대 전란의 와중에도 각국의 다이묘들이 앞다투어 기독교에 귀의하거나 선진문물 수입하는 등 부국강병을 위해 앞장섰다. 당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의 선교사들이 전파한 서양의 기독교와 문명은 중세 일본의 중앙집권적 봉건 체제를 구축하는 데 영향을 미쳤고, 나중에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화로 나아가는데 주춧돌 역할을 한 셈이다.

 


 

이 책의 내용은 단순히 전국시대를 주도한 다이묘들의 영웅담이나 전쟁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다. 천하 패권을 놓고 다투는 전국시대 3대 명장과 주요 다이묘들이 처한 지리적 환경과 영토를 확장하기 위한 지정학적 전략과 전쟁의 승리를 위한 전술을 다양한 입체지도와 도해를 동원해 알기 쉽게 설명한다. 책머리에 수록한 컬러지도 중 수확량을 통해 평가한 주요 다이묘들의 세력도와 당시 주요 도로에 있는 다이묘의 영지와 거성은 권력의 움직임을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전국시대의 전투가 육지에서만 일어난 게 아니라 주변 해로를 장악한 해적과 다이묘들이 연합해 일으킨 해전도 전쟁의 주도권 다툼에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우리가 일본 전국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은 수많은 등장인물의 인명과 어딘지를 알기 힘든 옛 지명이라는 사실에 대부분 동의할 것이다. 이 책은 또 책머리에 전국시대의 행정지명과 현대 일본의 행정지명을 컬러지도로 함께 실어 역사적 흐름에 대한 이해를 돕고 있다. 그리고 전국시대의 주요 인물과 영지의 지정학적 배경이 현대 일본에도 역사적 유산으로 그대로 남아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각 장 끝에 정리한 주요 인물에 대한 간략한 설명도 전국시대에 활약한 인물의 상관관계와 주요 사건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이 책은 노부나가·히데요시·이에야스의 3대 명장을 중심으로 일본 전국시대를 설명하고 있다. 이 기간을 통틀어 70여 개의 테마로 나눠, 시대 상황과 이들이 사용한 전략, 기타 관련 내용을 지정학적 관점으로 판단하고 있다. 책은 5개 장(章)으로 나뉘어 구성된다. 1장은 「오닌의 난과 전국시대의 개막」이다. 15세기 중반 세계적 한랭화로 인한 대기근에다 무로마치 막부의 후계자 자리를 둘러싸고 다이묘들이 충돌한 오닌의 난이 겹치면서 전국시대의 막이 올랐다. 16세기 중반 대항해 시대를 주도한 포르투갈과 에스파냐가 전해준 화승총과 기독교 등 서양 문물이 전국시대 후반에 지정학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본다. 그리고 300년 후 일본에서는 메이지유신이 일어나고 근대화를 거치면서 해양 세력의 주역으로 등장한다. 막부와 메이지 유신과의 직접적 연결고리를 살펴보는 것이다.

이어 2장에서는 「군웅이 할거하던 다이묘들의 지정학」이란 제목으로 군웅할거의 현장을 살펴본다. 16세기 100년 동안 5대에 걸쳐 이즈반도와 간토 지역을 지배한 호조 가문의 시조 호조 소운은 전국시대의 혼란기에 다이묘 가문을 탄생시킨 선구자다. 난공불락의 오다와라성을 거점으로 삼아 영지를 확장하고, 또 이즈수군을 키워 해상로를 장악할 수 있었던 지정학적 배경을 살펴본다. ‘가이의 호랑이’라 불렸던 맹장 다케다 신겐이 왜 천하인이 될 수 없었는지에 대해 지정학적으로 분석한다. 1577년 테도리강 전투에서 오다 노부나가군을 섬멸한 우에스기 겐신과 오슈의 맹장 다테 마사무네도 지정학적 악조건을 극복하지 못하고 좌절한다.

 


 

또 3장 「전국시대 대스타 노부나가의 지정학」에서는 ‘오와리의 바보’라고 불렸으나 나중에 천하통일을 눈앞에 두고 혼노사의 정변으로 자결한 오다 노부나가를 중심으로 살핀다. 당시 오다 노부나가는 군사·경제·정치의 모든 면에서 출중한 인물이었다. 히데요시와 이에야스를 수하로 두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전국시대 최고의 명장으로 불리는 데 손색이 없다. 오와리를 통일하고 오사카와 교토를 장악한 다음 주변국을 침략해 연전연승하며 천하인의 꿈을 이루기 직전에 생을 마감한 그의 파란만장한 반생을 지정학으로 풀어본다.

이어 4장에는 그 유명한 히데요시가 등장한다. 「불세출의 전략가 히데요시의 지정학」이다. 오와리에서 하층민으로 태어나 노부나가의 눈에 들어 측근으로 맹활약하며 마침내 천하인의 자리에 오른 천재 전략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우리에게는 조선을 침략한 임진왜란의 원흉으로 각인되어 있지만, 하극상과 배신과 패륜이 난무하던 전국시대에 혈혈단신으로 천하의 패권을 차지한 불굴의 주인공이다. 노부나가 사후에는 정국 주도권을 장악해 주고쿠, 시코쿠, 규슈를 차례로 정복하면서 천하를 통일했다. 토지조사로 국가체제를 정비하고, 오사카성을 축성해 통치 기반을 마련하려는 등 출중한 경세가의 면모를 과시했다.

 


 

마지막 5장에서는 드디어 막부 통일막부를 등장시킨 이에야스에 대해 분석한다. 「권모술수의 대가 이에야스의 지정학」이다. 전국시대 내내 노부나가와 동맹관계이자 히데요시와는 정적관계를 유지했던 이에야스가 자신의 손으로 130년 이어진 전란에 종지부를 찍고 도쿠가와 막부를 출범시킬 수 있었던 지정학적 요인은 무엇일까? 1,000년 넘게 일본의 중심지였던 교토에서 에도도 수도를 옮겨 260년 동안 평화 시대를 유지할 수 있었던 지정학적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시대의 마지막 천하인이자 도쿠가와 막부의 초대 쇼군이었던 이에야스의 천재적 전략과 천하통일의 야망을 지정학적으로 풀어본다.

일본 역사가 사이에서는 “오다 노부나가가 쌀을 찧고,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반죽하고,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떡을 먹었다.”는 말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진다고 한다. 또 『대망』이란 일본 소설에서는 "휘파람새가 울어야 할 때 울지 않으면 여떻게 해야 하나"를 두고 세 영웅들의 답변이 유명해 회자된 시대가 있었다. 이 소설 『대망』은 야마오카 소하치가 17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으로 초기 국내 번역에 '해적판'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다 세 영웅의 각기 다른 성격의 대비로 당시 일본 전국시대의 패권다툼을 그려내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우리에게는 '대망'으로 알려져 있지만 원제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15세기에서 16세기에 걸친 일본 전국시대ㆍ아즈치 모모야마 시대ㆍ에도 시대를 배경으로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 세 사람이 난세를 끝내고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어가는 '치란흥망'이 장엄하게 펼쳐진다.

 


 

저자 : 코스믹출판

역사와 경제 분야의 단행본을 비롯해 퍼즐과 스포츠, 낚시 등 취미와 패션 등 라이프스타일 분야의 잡지와 무크를 출판하고 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한류와 스타를 다루는 잡지와 무크도 독자들로부터 높은 관심과 평판을 받고 있다.

 

역자 : 전경아

중앙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했다. 이야기가 긴박하게 전개되는 사회파 미스터리와 주인공의 자조적 유머가 돋보이는 하드 보일드 소설, 주인공과 주변 사람들의 일상을 잔잔하게 그려 내는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를 좋아하지만 재미난 이야기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좋아한다. 앞으로 재미있고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게 꿈이다. 《지도로 읽는다 일본 전국시대 130년 지정학》, 《지도로 읽는다 삼국지 100년 도감》,《세상에서 가장 쉬운 회의 퍼실리테이션》, 《미움받을 용기》, 《유리멘탈을 위한 심리책》 등 다수를 우리 말로 옮겼다

 

감수 : 야베 겐타로

일본 도쿄에서 태어났다. 1995년에 고쿠가쿠인 대학 사학과를 졸업한 후, 2004년에 동 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쳤다. 일본 중세사를 전공한 중견 역사학자로 무로마치 막부와 전국시대의 정치와 제도를 연구하고 있다. 2007년에 고쿠가쿠인 대학 전임강사에 임용된 이후, 2016년부터 정교수로 취임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대표적인 저서로는 《세키가하라 전투와 이시다 미쓰나리》, 《히데요시 정권의 지배와 조정》, 《간바쿠 히데쓰구의 할복》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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