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가까운 타인 - 가족 치료의 대가 이남옥 교수의 중국 가족 심리 상담
이남옥 지음 / 북하우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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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및 가족의 심리적 어려움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가족 구성원 간의 역동과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이 심리학자와 심리상담사들의 공통된 견해다. 그리고 또 가족 안에서 각자가 평생 하지 못했던 말을 꺼내놓는 것, 말의 시작이 중요하다. 어떤 가족이든 그런 속내를 나누기 시작하면 순환의 힘이 발휘된다는 것은 굳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하지 않아도 우리는 경험으로 알고 있다. 자연이 순환하듯, 가족의 말과 마음에서 순환이 이루어지기 시작하면 시들어 있던 가족의 풍경은 아름답게 다시 살아나는 것이다.

이 책 『가장 가까운 타인』의 저자 이남옥은 모든 사람에게 세상을 살아갈 힘을 주는 것은 가족의 사랑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우연이었든 숙명이었든 가족의 사람을 놓쳤던 이들은 삶의 현장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은 현재의 다른 경험으로 해결할 수 있으며, 이 가운데 한 가지 방법이 가족 상담을 받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가족 상담은 어린 시절 놓친 가족의 사랑을 경험하도록 이끌어주고, 이 치유의 과정을 통과하면 놀라운 변화들이 서서히 또는 눈앞에서 일어날 수 있다는 것. 이 책은 저자가 오랫동안 상담 현장에서 내담자들에게 일어나는 아름다운 치유의 순간을 전해주기 위해 쓰였다.

 


 

이 책은 현대 중국 가족의 심리적 트라우마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유일한 보고서이자, 가족이라는 가장 보편적인 사회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돕는 특별한 인문 교양서다. 모두 스물일곱 가족의 사례가 담긴 『가장 가까운 타인』은 부부 문제, 부모 자녀 문제, 형제자매 문제를 비롯해, 가슴 아픈 옛 가족의 비밀이 세대를 거듭해 미치는 영향 등 가족 안에서 생길 수 있는 갖가지 어려움들을 3부에 걸쳐 촘촘히 아울렀다. 또한 각 사례마다 가족의 역사와 관계의 성격을 한눈에 볼 수 있는 가계도를 수록해, 가계도 및 가족 세우기 방법론을 활용한 가족 상담에 관심 있는 전문가들과 독자들에게 유용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저자 이남옥 교수는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등의 저자이자 가족 상담 분야의 국내 최고 권위자이다. 이 책은 그가 중국 가족 상담 경험을 토대로 짚어나간 개인의 상처, 가족의 문제, 그리고 치유의 연대기이다. 저자는 2016년부터 중국에서 1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개인 및 가족을 만나, 각자가 품고 있는 내면의 비밀스러운 정경, 가족 구성원 사이에 흐르는 양가적인 감정, 역사의 폭력에 휘말린 가족 집단의 비극을 귀 기울여 들었다. 이러한 경청 작업과 함께 저자는 가족 체계의 역동을 드러내는 상담 기법인 ‘가계도 분석’과 ‘가족 세우기’을 활용해 내담자들이 자기 상처의 오래된 기원을 용기 있게 직면하고 해결할 수 있도록 이끌었다. 4년 동안 꾸준히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중국 내에서 가족 트라우마 치유 작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감동적인 세대 간 화해의 여정이 오롯이 책에 담겼다.

 


 

책에 따르면 가족 상담은 개인의 심리적 어려움을 가족이라는 집단의 역사적 트라우마를 반영한 징후로 바라본다. 따라서 개개인의 문제를 단편적인 차원이 아닌, 한층 관계적인 맥락에서 깊이 있게 다룰 수 있다. 저자는 이렇듯 개인의 상처를 가족이라는 프리즘에 비추어 밝히고 가족 상처의 계보를 끊어내고 심리적 힘을 키워주는 가족 상담 분야에서 ‘가계도 분석 방법’과 ‘가족 세우기 기법’을 한국 내담자들에게 소개한 입지전적 인물이다. 그는 30여 년간 한국과 독일을 오가며 심리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여러 국제 심리학회에서 이들 기법을 활용한 가족 치료의 성과들을 발표하며 큰 관심을 받았다.

그러던 중 중국의 한 상담심리학자가 저자에게 중국 가족 상담 워크숍을 진행해줄 것을 청했고, 저자는 그의 초청을 흔쾌히 받아들여 2016년부터 중국 모 지역에서 워크숍을 진행하게 된다. 이 프로그램은 전국의 상담 전문가들은 물론 일반인에게도 열띤 반응을 불러일으키면서, 중국 내에서 가족 트라우마 치유 작업에 대한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저자는 4년 동안 다양한 연령대의 중국 내담자들을 만나면서 한 사람 한 사람이 품은 내밀한 가족의 비밀과 상처를 마주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중국인 각자와 가족의 대물림된 상처가 단지 개인이나 개별 가족의 문제가 아니라, 중국의 격동적 근현대사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특히 문화대혁명과 산아제한 정책(일명 가족 계획 정책)이 불러온 비극, 극심한 사회적 빈부격차와 부모의 뜨거운 교육열, 중국인 특유의 개방적 마인드, 적극성과 심리적인 강건함 등 개인과 사회의 특징을 직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한 나라의 역사와 문화를 관통한 개개인의 극적이고 내밀한 이야기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이에 따라 이 책은 다양한 개인의 역사를 지닌 중국인의 상처, 가족의 갈등, 오랫동안 숨겨온 각자의 진심을 사려 깊게 따라간다. 내담자들은 비극과 비밀과 상처의 사회적 개인적 원인을 새롭게 인식하고, 가족들과의 적절한 마음의 거리를 찾을 수 있도록 얼어 있던 몸과 마음을 움직이며, 마침내 사과와 화해와 감정 정화에 이르게 된다. 스물일곱 가족이 들려주는 이러한 감동적인 여정은 중국이라는 나라에 사는 각 개인의 가족 서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독자들은 각각의 사례를 읽어나가며 중국인뿐만 아니라 가족이라는 애틋하면서도 끈질긴 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상처를, 우리 자신도 겪었을 법한 지극히 보편적인 이야기를 발견하게 된다.

이에 따라 우리 각자의 내면에 숨겨진 슬픔을 아픈 가족사와 연결해, 개개인의 상황을 겹쳐 읽어낼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자신이 직접 상담실에서 상담자와 마주앉아 있는 듯 상처 인식과 치유 경험을 생생하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중국인들은 가족 관계 및 가족에 대한 애정, 특유의 감정 등이 매우 유사해 한국인 상담자로서 중국의 내담자가 치유 상담을 진행하는 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됐을 거란 추측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이 같은 비슷한 감정은 서로를 이해하고 도움을 주고받는 상담자와 내담자로서의 관계 형성에 매우 유리한 도움을 받았을 것 같다는 게 독자의 생각이다. 책에도 가끔씩 비슷한 언급을 하고 있다.

 


 

이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중국 가족 집단에서 일반적으로 드러나는 ‘강한 여자 대 약한 남자’의 구도를 사례별로 살펴보고 이러한 ‘통념’이 가리고 있는 가족의 실제 문제를 진단한다. 실질적으로 가족을 이끌어가는 목소리 큰 아내, 남편에 대한 분노로 행동을 제어하기 어려운 아내, 자녀를 학대하는 어머니, 딸에게 자신과 같은 힘겨운 삶을 강요하는 어머니,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 딸, 아픈 남편을 보살피다 지쳐버린 아내, 며느리를 괴롭히는 시어머니, 가정을 등한시하는 남편 문제로 괴로워하는 아내 등…… 다양하면서도 보편적인 사례들은 바로 곁의 이웃과 우리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다.

저자는 이른바 목소리가 크고 책임감 큰 가정 내 여성의 역할이 어떤 가족 역사와 분위기 속에서 비롯되었는지 심리학적 근거를 들어 설명하고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드럽게 이끌어나간다. 2부에서는 산아제한 정책, 문화대혁명, 남아선호 사상 등 중국 근현대사의 어두운 이면과 얽혀 있는 가족의 역사와 비밀을 따라간다. 한 개인이나 가족을 깊이 있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지하듯 현재 가족의 역동뿐만이 아니라 사회적 상황과의 역학 관계를 2세대, 3세대, 때때로 4세대를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특히 197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까지 시행된 강력한 산아 제한 정책으로 인해 강제 낙태, 입양, 영아 유기 등을 경험한 가정이 많았고, 어린 시절 내내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들키지 않아야 했던 이들도 드물지 않았다. 저자는 이런 상황이 어떻게 중국의 뿌리 깊은 남아 선호 사상과 연결되면서 더 큰 비극을 불러일으켰는지를 보여주며, 당시 아이였던 이들이 어른이 되어서까지도 응어리를 풀지 못해 여전히 울고 있는 내면을 조심스럽게 어루만져준다.

 


 

마지막으로 3부에서는 가족 내에서 대물림된 상처를 끊어내고자 한 용기 있는 사례들을 보여주면서 유사한 고민을 겪고 있는 독자들에게 희망을 건네준다. 서러움, 원망, 회피, 소외감, 두려움, 수치심 등 부정적인 감정과 행동으로 힘겨워하는 내담자들은 10대 청소년부터 70대 노인까지 연령대와 상황이 다양해 상담자의 접근 방식도 달라야 했다. 내담자들은 연륜 있고 유연한 상담자의 품을 경유하여 자신에게 상처를 준 이들로부터 사과와 사랑을 다시 전해 받고, 마음의 공간을 넓혀내고, 자신의 윗세대가 겪은 상처를 배려 있는 눈으로 다시 바라보게 되며, 마침내 자기 내면의 힘을 찾아간다. 이 과정을 묘사한 각각의 사례는, 상처가 낙인이 아니라 성장의 디딤돌이 되는 경이로운 체험을 하게 해준다. 이와 같은 변화는 상담자의 오랜 시간 쌓아온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가능한바, 저자는 가족 상담 기술 차원에서 새로운 형태의 심리적 상호작용이 어떻게 가능한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남편이 듬직하지 못하거나 남편과 관계가 안 좋을 경우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매달리는 경향이 생깁니다. 어머니는 자녀들에게 모든 것을 걸고, 자녀들에게 배우자 같은 역할을 하게 만들고, 자녀들을 통해 심리적 위로를 얻으려 합니다. 그러면 자녀들은 어머니에게 충성하거나 어머니를 보호해야 하는 역할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이런 가족의 경우 자녀들은 결혼 이후 부부 관계를 다져나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항상 또 다른 배우자(어머니)를 챙겨야 하기 때문입니다.”(p.15)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저는 가족이 좋은 감정들을 찾아낼 수 있기를 바라며 모든 과정을 함께합니다. 좋은 감정은 억지로 느끼게 한다고 해서 느껴지는 것이 아닙니다. ‘화해하세요’라고 하면 화해가 이루어지고, ‘사랑하는 눈으로 바라보세요’라고 하면 그대로 될까요? 그렇지 않지요. 당사자가 진정으로 화해를 원하려면 부모로부터 내리사랑을 받아야 합니다. 제 작업은 가족 세우기를 통해 자녀가 부모를 보호하거나 사랑해줘야 하는 치사랑 또는 역사랑을 다시 물 흐르듯 아래로 순조롭게 내려가는 내리사랑으로 바꾸는 일입니다.”(p.198)

 

저자 : 이남옥

 

국내 최고의 가족 상담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독일 올덴부르크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은 뒤, 독일에서 부부?가족 치료 전문가이자 가족 갈등 관리 및 조정 전문가로 일했다. 2003년부터 한국에서 활동하며 가족 치료와 가족 세우기 방법론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치료 과정을 대중적으로 발전시켰다. 오랫동안 독일 페히타대학교 외래교수로 강단에 섰고, 현재 한국상담대학원대학교 부부가족상담심리전공 교수, 서울가정법원 및 서울중앙지방법원 조정위원, 서울부부가족치료연구소의 소장을 역임하고 있다. 30여 년 동안 3만 회 이상의 개인 및 가족 상담을 진행하는 한편, KBS <행복한 아침 왕영은 이상우입니다>, EBS <달라졌어요>, EBS <라디오 멘토 부모> 등 다수의 방송에서 상담 코치 전문가로 활약하며 많은 이들에게 공감과 위로가 담긴 조언을 건넸다. 지은 책으로 『우리 참 많이도 닮았다』, 『나의 다정하고 무례한 엄마』, 『내가 만난 아름다운 사람들』, 『EBS 라디오 멘토 부모』(공저), 『대물림과 가족치료』(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부부, 가깝고도 먼 동반자』(공역), 『대물림과 체계론적 가족치료』(공역) 등이 있다.

저자는 중국의 한 심리학자의 요청으로 2016년부터 4년 동안 중국 현지에서 다양한 중국인들을 만나며 개인의 상처와 가족 문제를 다루고 심리적 치유를 이끌었다. 이 가족 치료 워크숍은 중국 내에서 가족 트라우마 치유 작업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고, 당시 경험한 아름다운 치유의 여정을 『가장 가까운 타인』에 담았다. 이 책은 현대 중국 가족의 풍경을 진솔하게 펼쳐 보여주는 심리 교양서이자, 가족이라는 지극히 보편적인 사회를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인문 교양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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