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 - 머리가 새하얘지는 당신을 위한 21일 글쓰기 훈련법
조헌주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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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생각을 멈추는 것을 노력해야 한다. 내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을 하려고 할 때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오늘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써 보고자 한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은 나의 가치관이 된다. 그 가치관을 정리해서 써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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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 - 머리가 새하얘지는 당신을 위한 21일 글쓰기 훈련법
조헌주 지음 / 설렘(SEOLREM)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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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 읽는 사람'이다. 책은 읽지만 글을 쓰는 일은 드물다. 일상의 글, 회사에서의 공문, 그리고 SNS의 잡문 정도는 쓰지만 문학적인 글, 논문 등을 쓰지 않는다. 따라서 '책 쓰기'나 '글 쓰기'를 가르치는 책엔 다소 소홀한 편이다. 필요할 때만 찾아 읽는 정도다. 요즘 '1인 1권'의 책 쓰기 시대라고 하지만 글쓰기는 하루아침에 될 일도 아니고, 꼭 쓰고 싶을 때 써야 한다고 믿기 때문에 따로 글쓰기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 책은 글 쓰기 책에 해당한다.

처음 글 쓰기가 필요할 때는 누구나 읽고 싶은 책일 터다. 이 책에 쓰여 있는 글쓰기 방법이 옳은 방법이냐 그른 방법이냐를 떠나서 배울 게 있는 책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특히 저자가 이 책을 출간하기 위해 원고를 쓸 때의 어려움과 여러 가지 노력을 높이 산다. 그것은 모든 저자들이 책을 낼 때 쏟는 노력을 잘 알아서다. 주위에는 책 쓰는 사람이 많다. 유명한 작가나 명저를 내는 사람과는 친분이 별로 없는데도 글 쓰는 사람이 많다. 독자가 글 쓰는 일의 어려움을 잘 알고, 그들의 노력에 아낌없는 응원을 보내기 때문에 친분이 맺어졌을 터 독자의 삶에 크든 작든 영향을 줄 분들이다. 그래서 그들이 소중하다.

 


 

얼마 전 책 읽는 사람은 대개 잘 아는 분, 정여울 작가의 글을 읽은 적이 있다. "누구나 쉽게 글쓰는 것을 가르쳐드립니다. 6주 안에 책 한 권 쓰는 법 등의 달콤한 광고를 볼 때마다 소스라친다. 그렇게 쉽고 빠르게 글을 쓴다면 결코 좋은 글이 나오지 않기 때무이다. (나는 글쓰기 훈련만 20년 넘게 했지만 아직도 계속 더듬더듬 '공부 중'이다.) 이런 무작정 내키는 대로 써보기식 글쓰기 광고는 진정한 교육이 아니라 과도한 마케팅일 뿐이다.

진정으로 좋은 글쓰기를 꿈꾸는 사람이라면 이런 허무맹랑한 광고에 현혹되지 말기를."이라고 써서 마케팅 차원의 글을 신랄하게 비판한 적이 있다. 정여울 작가의 논지는 "글쓰기 교육에서 진정으로 강화되어야 할 부분은 '문해력'이다. 쓰기 이전에 읽기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문해력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글쓰기 교육을 아무리 열심히 해도 수박 겉핥기가 될 수밖에 없다."이다. 한국의 글쓰기 작가로 널리 알려지고 수많은 책을 쓴 '거장'의 주의와 지적을 피할 생각은 없다. 독자의 생각과 맞기 때문이다. 당연히 이 책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의 글쓰기와 배치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잘못되었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이 책은 '쉽게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고, 정여울 작가는 '잘 쓰는 법'을 가르치고 있다. 각자가 존중받을 글쓰기 태도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 조헌주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나를 알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서 더 행복한 인생을 산다는 초점에 맞춰 구성되어 있다. 하루 10분을 내서 쓸 수 있도록 짧은 미션을 담았다. 글을 쓰면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제시한다. 매일 하루 10분, 21일을 꾸준히 한다면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지고, 글쓰기로 여러 도전을 할 수 있다.

이런 저자의 주장에 반박할 수도 없고, 반박할 이유도 없다. 특히 요즘 글쓰기는 SNS 등을 통해 잘 쓰는 것보다 빨리 쓰는 것을 강조하는 추세다. 책으로 내면 글쓰기고 인터넷으로 쓰면 글쓰기가 아니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일이다. 글쓰기의 목적에 접근해 살펴보면 잘 쓰는 것과 빨리 쓰는 것도 모두 글쓰기의 한 부분일 뿐이다. 소통을 위한 것이기 때문에 두 가지 글쓰기는 소통에 어긋남이 없다면 모두 글쓰기에 해당될 것이다. 두 분 저자의 글에 다른 점은 그대로 자신의 글에 반영될 터,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님을 안다. 독자가 이 책을 읽는 이유다.

 


 

저자에 따르면 글을 쓰는 사람은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가지고 스스로 힘을 키워나간다. 글쓰기는 나를 더 잘 알게 해 주고, 세상과 더 잘 소통하는 방법을 알게 해 준다. 삶에 긍정적인 활력을 주고, 열정과 명확함을 갖게 한다. 이 책은 글쓰기를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친구가 되어줄 것이다. 이제 21일, 글쓰기 습관의 여정으로 함께 떠나본다. 『첫 문장 쓰기가 어렵다고요?』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시작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글쓰기 습관을 만드는 방법을 안내한다.

1장에서는 글을 쓰기에 앞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글쓰기를 습관으로 자리 잡게 하는 법, 글쓰기의 중요성을 말한다. 2장에서는 글쓰기를 방해하는 요소, 더 좋은 글이 되는 팁 등을 알려준다. 3장에는 일상과 연결해 누구나 쉽게 시도할 수 있는 단계별 글쓰기 전략을 담았다. 더불어 하루 10분, 21일 동안 일자별 내용을 토대로 직접 써 볼 수 있는 라이팅 미션이 있다. 4장에서는 21일 글쓰기 전략으로 기반을 다진 후 더욱 완벽한 글을 만드는 방법을 전한다. 글쓰기 습관은 내 삶을 바꿔준다. 글을 쓰며 ‘나’를 알 수 있고,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결국, 글을 완성하는 건 나를 완성하는 일일 테다. 이 책과 함께 빈 종이를 채워나가며 당신의 인생도 새로이 채울 수 있길 바란다. 저자의 집필 의도와 책의 내용에 대한 확신이 잘 드러나고 있다.

 


 

앞서 정여울 작가의 글은 '문해력' 문제를 짚고 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문해력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최저수준이라는 소식을 들었다는 것이다. 작가로서는 당연히 망연자실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의 교육이 바뀌지 않는 한, 이 상태는 바뀌기 힘들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괴로움이 컸으리라 짐작한다. 이 조사 결과를 보고 학력고사도 수능시험도 온갖 체험학습도 문해력을 증진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점을 자각했다고 정여울 작가는 글을 통해 고백한다. 문해력을 단기간에 향상시킨다는 온갖 프로그램 또한 또하나의 허황한 마케팅이다. 문해력이란 단지 주어진 텍스트를 이해하는 능력을 넘어서서 텍스트 바깥, 즉 세상을 이해하는 능력이기 때문이다. 정여울 작가의 '우리말 사랑'이 느껴지는 부분이다.

또 쓰기 이전에 읽기가 있다면, 읽기 이전에 '타인에 대한 공감'이 필요하다는 정여울 작가의 말은 독자가 배운 말과 글에 대한 태도 중 압권이다. 오랜 글쓰기 체험과 말과 글에 대한 깊은 사유, 그리고 경험에서 체득한 통찰력의 결과라고

독자는 판단한다. 이처럼 결이 다른 주장은 각각의 논리가 훌륭하게 갖춰져 있기에 어느 것이 맞고, 어느 것이 틀리다는 문제가 아니다. 말과 글의 제1의 목적은 '타인과의 소통'이다. 더 잘 쓰고, 더 잘 말하려 하는 것은 내 의사를 상대가 더 잘 듣고 읽고 이해하기를 바라는 의미에서 기울이는 화자와 필자의 노력이다. 어떤 노력을 기울여줄 것을 바라는 것은 화자나 필자의 요망 사항일 뿐 사실 독자에게 필요한 일은 아니다. 이에 따라 초점이 다른 두 주장이 부딪칠 이유도 없고, 옳고그름을 따질 이유가 없다. 이 책이 온전한 책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말한 정여울 작가의 문해력 관련 주장은 중앙일보 4월23일자에 실린 「선데이 칼럼」 중 일부다. 이 칼럼에서 정여울 작가는 글을 쓰고 읽는 것은 '타인에 대한 공감'을 위해서라는 점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독자가 동의하고 공감하는 부분이다. 텍스트로 전달되지 않는 원초적 사랑의 느낌, 오직 살을 부대끼고 눈길을 교환하는 일상 속에서만 키워지는 세상에 대한 사랑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언어적 소통, 언어를 뛰어넘은 본능적 의사소통의 힘을 가리키는 것이다. 이어 정여울 작가는 문해력 훈련에 있어 최악의 적은 '요약하기'라고 단언한다. 한 문장 한 문장 주의 깊게 읽어야만 얻어지는 문해력을 그저 텍스트를 한 줄로 요약해버리는 기술로 환원할 수는 없다. 아름다운 문장은 그렇게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는 지적은 아름답다.

학생들은 요약하느라 혈안이 되어 있고 선생님은 주제만 파악하면 된다고 가르치면 어떻게 문해력을 기르겠는가. 정여울 작가의 진심이 느껴진다. 이에 비해 조헌주 저자의 이 책에서는 '글쓰기 습관'을 강조하고 있다. 역시 좋은 글을 쓰기 위해 꼭 필요한 덕목이다. 저자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는 사람, 나를 알고 싶은 사람, 더 나아가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담긴 책 한 권을 완성하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임을 언급한다. 정여울 작가의 글과는 사뭇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 글쓰기 습관을 만들어서 더 행복하게 산다는 초점에 맞춰 구성된 책이다. 하루 10분이라도 매일 글쓰는 습관을 들여야 글쓰기에 대한 두려움, 망설임 없이 글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경험에 비추어보고, 실천해서 효과를 낸 경험이 이 글을 쓰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또다른 글쓰기 텍스트로서 마땅히 선택될 수 있다.

 


 

머릿속에 넘치는 아이디어, 그리고 떠오르는 생각을 글로 정리할 때는 어떻게 써야 할까? 그땐 글쓰기에 대한 모든 부담을 내려놓고 말하듯이 써 내려가는 방식이 좋다. 처음부터 정제된 글을 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글을 쓰는 것이다.(p.70~71)

 

생각은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할 수 있다. 오히려 생각을 멈추는 것을 노력해야 한다. 내게 떠오르는 생각을 정리해서 말을 하려고 할 때 큰 노력을 들여야 한다. 오늘은 내 생각을 표현하는 글을 써 보고자 한다.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은 나의 가치관이 된다. 그 가치관을 정리해서 써 보도록 하자.(p.124)

 

저자 : 조헌주

 

극작을 전공하고, 수년간 방송 작가로 활동했다. 에세이, 자기계발서, 연극·뮤지컬 대본, 대기업 칼럼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집필 활동을 하며, 글쓰기 코치로 활동하고 있다. ‘글쓰기가 좋아지면 인생이 더 좋아진다.’라는 모토를 가지고 글쓰기와 책 쓰기를 하는 〈베라 스쿨〉의 대표이다. 글쓰기로 내면의 치유와 자존감을 회복한 경험을 담아 ‘21일 글쓰기 습관 챌린지’를 진행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쉽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비법을 이 책에 오롯이 담았다. 글쓰기가 막막했던 사람들은 21일 챌린지를 통해 글쓰기의 기쁨을 경험하고, 나아가서 책을 쓰는 작가로 데뷔하며 더 큰 인생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첫 책을 출간한 뒤 해마다 두세 권의 책을 저술하여 총 10권의 책을 썼다. 직접 기획한 『여행, 가장 나답게』는 ‘2019 우수출판콘텐츠 제작 지원사업’에 선정되었고, 『혼자 만화 영화 좀 보는 게 어때서?』는 대만으로 판권이 수출되기도 했다. 『자존감 있는 글쓰기』, 『무작정 떠나는 산티아고, 나답게 뜨겁게』, 『어쩌다, 해방촌』, 『서먹한 엄마와 거친 남미로 떠났다』, 『미라클 모닝을 만드는 하루 1분 명상』 등의 책을 썼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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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 당신의 시선을 조금 바꿔줄 스페인어 이야기
그라나다 지음 / 북스토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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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스페인어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 그 안에 녹아 있는 감성을 전달한다. 헤어질 때 항상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오늘의 인사말에 내일의 행운을 빌고, 그리고 신에게 ‘너’라고 말하는 따스한 언어, 그 태양의 언어에서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과 든든한 위안을 얻을 수 있게 이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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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 당신의 시선을 조금 바꿔줄 스페인어 이야기
그라나다 지음 / 북스토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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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에스파냐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한다. 옛날에 이곳은 에스파냐로 불리웠다는 이야기다. 독자는 이 나라를 딱 한 번 여행한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플라멩고 춤과 그들의 일상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일상이 다르겠지만 유독 놀이가 성행한 곳이 스페인이라고 당시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저녁 늦은 시간 곳곳에서 놀고 즐기는 문화가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오래 전 다녀 온 곳이라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이 나라 위치나 역사는 그대로일 것이다. 독자는 백과사전을 통해 사전 지식을 배우고 이 책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을 읽기 시작한다.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이 스페인 여행기인 데다 언어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나라로서 수도는 마드리드다. 국토의 대부분이 메세타라고 불리는 대지로 이루어져 있다. 에스파냐는 포르투갈과 함께 15세기 말부터 유럽인이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데 주역을 담당했다. 비교적 일찍 정치적 통일을 이룩했으며 문화적·역사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민족적 통일을 달성한,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민족 국가의 하나이다. 에스파냐라는 국명의 기원 Span은 페니키아인이 처음 불렀으며 '토끼의 나라', '먼 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이 로마인에 의해 히스파니아로 불리었고(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이어 에스파냐가 되었다.

 


 

에스파냐는 페니키아, 카르타고, 로마, 게르만의 지배를 받았으며, 8세기 이후 800년 가까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 문화적으로 이슬람의 영향이 크지만 에스파냐의 통일 국가 형성은 이슬람과의 대항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14세기 후반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함에 따라 에스파냐의 통일이 이루어졌다. 이후 에스파냐는 해외 탐험에 나서 여러 식민지를 개척하여 '태양이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하는 황금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1688년 펠리페 2세의 무적 함대가 영국 해군에게 격파됨에 따라 에스파냐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국제 정치의 중심에서 멀어져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이 뒤졌다. 중산 계급이 서유럽 국가들과 같은 힘을 가지지 못하여 낡은 사회 제도를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오랫동안 유럽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다.

20세기에 이르러 사회적인 모순이 폭발하여 에스파냐 내전이 발생하였으며 내전 후 좌익 정권이 등장하였다. 1975년 독재 정치를 하던 프랑코가 죽은 후 부르봉가(家)의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하여 1978년 12월 입헌 군주제의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예전의 대제국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며, 문화의 모든 면에서 전통의 보존·발전이 중시되고 있다. 에스파냐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매우 다른 독특한 문화 전통을 이루어 왔고, 지방마다 고유의 풍속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 유산이 각지의 박물관과 건축물 속에 많이 남겨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코르도바의 메스가타 대성당, 세비야의 알카사르,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등이 유명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스페인은 경제적으로 잘 발전한 편은 아니다.(서구 열강에 비해서) 1인당 소득이나 인구 면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뒤처진다. 이젠 예전의 '무적함대'의 영화는 뒤로 하고 가우디의 건축과 투우 대신 축구가 그들의 열정을 대신하고 있다. 또 산티아고 순례길도 새롭게 부각되고 찾는 이들이 연중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독자도 스페인을 여행했을 땐 마드리드나 근처의 역사 도시 톨레도만 들렀기 때문에 그들의 아주 일부만 본 것이다. 다시 꼭 들른다는 내심의 각오가 수십 년째 미뤄지고 있다.

축구부터 시작해서 가우디가 설계한 놀라운 성당, 산티아고 순례길,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푸짐한 요리, 정열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 스페인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닌, 매력적이고 친근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 스페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말을 쓰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스페인어와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시선을 풀어낸 책이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다. 스페인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페인뿐만 아니라 중남미까지 자그마치 전 세계 5억 명이 모국어로 쓰고 있는 언어이다. 한국어에 한국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 있듯이, 스페인어에는 스페인과 중남미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스페인어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에도 스페인어 문화권을 상대로 일을 하고 있는 저자 그라나다는, 스페인어에 녹아 있는 찬란하고 따스한 감성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에세이는 남미에 있는 '항상 봄만 있다'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페인 인사말의 유래와 그 속에 녹아 있는 사고방식, 사물을 주어로 삼는 문장들에 대한 이야기, 스페인어에 녹아 있는 역사의 흔적들, 특수기호들을 문장 앞뒤에 쓰게 된 이유 등등 스페인어에 대한 재미있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스페인어를 다루지만 본격적인 어학 교재는 아니다. 스페인어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으로, 그 안에 녹아 있는 감성을 전달한다. 헤어질 때 항상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오늘의 인사말에 내일의 행운을 빌고, 그리고 신에게 ‘너’라고 말하는 따스한 언어, 그 태양의 언어에서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과 든든한 위안을 얻을 수 있게 이끈다. 이처럼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는 스페인어와 그 문화권을 잘 알게 하기보다 더 좋아하게 만드는 책이다. 스페인과 그 문화권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낙관적은 스페인어로 optimista(옵띠미스따, 영어로는 optimistic)로 번역되는데 두 단어의 뜻이 비슷하나 동일하지는 않다. ‘낙관적’은 인생과 사물을 밝고 희망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최적화하다(optimizar)’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optimista는 모든 것이 최적화, 즉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어로는‘세상을 싫어한다’는 염세적(pesimista, 뻬시미스따)이라는 단어를 쓴다. pesimista는 가장 최악인 상태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낙관적인(optimista) 사고방식과 긍정적인(positivo) 사고방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optimista는 이미 상황이 최상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는 것이고, positivo는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노력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 「긍정은 노력을 요한다」 중에서

 


 

스페인어가 세계 많은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이는 것은 제국시대 점령한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남미 대륙의 절반은 스페인이, 절반은 포르투갈이 차지했고, 중미와 북미는 대부분 스페인의 지배지다. 중국식 표기로는 서반아(西班牙)다. 에스파냐(Espana)는 스페인식 표기다. 지금은 단어도 몇 개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스페인어가 배우기 쉬웠던 이유가 바로 발음 때문이다. 영어는 한 모음에서 여러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발음기호]를 유심히 살펴야 하지만, 스페인어는 보이는 그대로 알파벳 하나에 하나의 소리만을 낸다. 그러기에 훨씬 경제적이고 명확하고 처음 본 단어라도 읽기 쉽다. 그리고 스페인어 고유의 단어들도 있지만 영어와 어원이 비슷한 단어들이 많아서 뜻을 유추하기도 쉽다.(영어 argument, 스페인어 argumento / 영어 quesment, 스페인어 cuestion 등) 저자의 설명이 잘 되어서 그대로 읽기만 하면 스페인 언어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을 듯하다.

특히 영어는 우리도 거의 배웠고, 독일어도 배운 사람들이 많아 발음기호대로 읽는 점을 감안하면 읽기에는 무척 쉬울 듯하다. 언어는 그 속에 한 나라의 문화와 환경, 사람들의 특징이 녹아있다고 한다. 이 책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는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한 책은 아니지만 스페인어를 통해 알 수 있는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한때 유럽을 넘어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 필리핀 제도까지 다스리며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였으니 문화적으로도 찬란했으리란 짐작도 가능하다.

 


 

오랫만에 스페인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 여행 갔을 때 기억과 정열 속에 남아 있는 아쉬움 등이 되살아난다. 우리와는 민족성이랄까, 정서가 사뭇 다르다. 특히 배어 있고, 표현되는 언어를 통해 보면 정서나 감정 등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자가 언어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 글을 쓰는 이유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문화 중 하나인 시에스타(Siesta, 낮잠)처럼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읽어 보니 언어를 통해 스페인을 여행하는 색다른 느낌이 다음 번 독자의 스페인 여행의 영감을 주는 것도 있다.

스페인을 제대로 여행하려면 그들의 사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들의 삶의 역사까지 느끼고 알 수 있는 스페인어권의 나라들도 함께 둘러보는 여행 말이다. 서부 영화 덕택인지 스페인 말을 쓰는 멕시코 불량배들의 말도 매우 빨랐다는 생각이 다시 되돌아온다. 좋게 표현하면 정열적인 그들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미국과 미국인의 호주머니를 빼앗으려는 불량배들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너무 미국 중심의 역사나 문화에 길들여져 이외의 반대편에 선 나라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본다. 이 책은 그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 그들의 언어에서 드러나듯 낙관적이고 자유로운 삶이 그들의 모습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 : 그라나다

 

노력형 긍정주의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스페인어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서과를 졸업하고 현재 해외영업, 마케팅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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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감각 - 망각 곡선을 이기는 기억의 기술
마이크 비킹 지음, 김경영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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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휘게’ 열풍을 일으킨 저자 마이크 비킹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기억‘을 꼽았다. 과거를 그리운 향수의 대상이나 긍정적으로 기억하는 사람일수록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았다며 나의 세계를 확장시키고 내 안의 행복한 추억을 일깨우는 8가지 영감(재료)을 차례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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