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의 언어를 만나다 - 당신의 시선을 조금 바꿔줄 스페인어 이야기
그라나다 지음 / 북스토리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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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에스파냐의 영어식 표현이라고 한다. 옛날에 이곳은 에스파냐로 불리웠다는 이야기다. 독자는 이 나라를 딱 한 번 여행한 적이 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플라멩고 춤과 그들의 일상이었다. 물론 모든 사람의 일상이 다르겠지만 유독 놀이가 성행한 곳이 스페인이라고 당시 가이드의 설명이다. 그래서인지 저녁 늦은 시간 곳곳에서 놀고 즐기는 문화가 익숙해져 있는 것 같았다. 오래 전 다녀 온 곳이라 지금은 많이 달라졌겠지만 이 나라 위치나 역사는 그대로일 것이다. 독자는 백과사전을 통해 사전 지식을 배우고 이 책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을 읽기 시작한다. 큰 도움이 될 듯하다.

이 책이 스페인 여행기인 데다 언어에 대해 중점적으로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산백과에 따르면 유럽 남서부 이베리아 반도에 있는 나라로서 수도는 마드리드다. 국토의 대부분이 메세타라고 불리는 대지로 이루어져 있다. 에스파냐는 포르투갈과 함께 15세기 말부터 유럽인이 세계적으로 발전하는 데 주역을 담당했다. 비교적 일찍 정치적 통일을 이룩했으며 문화적·역사적 전통을 유지하면서 민족적 통일을 달성한, 유럽에서도 가장 오래된 민족 국가의 하나이다. 에스파냐라는 국명의 기원 Span은 페니키아인이 처음 불렀으며 '토끼의 나라', '먼 나라'라는 뜻이라고 한다. 이것이 로마인에 의해 히스파니아로 불리었고(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이어 에스파냐가 되었다.

 


 

에스파냐는 페니키아, 카르타고, 로마, 게르만의 지배를 받았으며, 8세기 이후 800년 가까이 이슬람의 지배를 받아 문화적으로 이슬람의 영향이 크지만 에스파냐의 통일 국가 형성은 이슬람과의 대항 속에 이루어진 것이다. 14세기 후반 카스티야 왕국의 이사벨 여왕과 아라곤 왕국의 페르난도 2세가 결혼함에 따라 에스파냐의 통일이 이루어졌다. 이후 에스파냐는 해외 탐험에 나서 여러 식민지를 개척하여 '태양이 지지 않는' 대제국을 건설하는 황금의 시대를 맞이하였다. 그러나 1688년 펠리페 2세의 무적 함대가 영국 해군에게 격파됨에 따라 에스파냐는 쇠퇴의 길을 걷게 되었다. 근대에 들어오면서 국제 정치의 중심에서 멀어져 근대 자본주의의 발전이 뒤졌다. 중산 계급이 서유럽 국가들과 같은 힘을 가지지 못하여 낡은 사회 제도를 청산하지 못함으로써 오랫동안 유럽의 주변에 머물러 있었다.

20세기에 이르러 사회적인 모순이 폭발하여 에스파냐 내전이 발생하였으며 내전 후 좌익 정권이 등장하였다. 1975년 독재 정치를 하던 프랑코가 죽은 후 부르봉가(家)의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새로운 국왕으로 즉위하여 1978년 12월 입헌 군주제의 민주주의 국가가 되었다. 예전의 대제국에 대한 긍지가 대단하며, 문화의 모든 면에서 전통의 보존·발전이 중시되고 있다. 에스파냐는 유럽의 다른 나라들과 매우 다른 독특한 문화 전통을 이루어 왔고, 지방마다 고유의 풍속을 가지고 있으며, 문화 유산이 각지의 박물관과 건축물 속에 많이 남겨져 있어 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코르도바의 메스가타 대성당, 세비야의 알카사르, 그라나다의 알람브라 궁전 등이 유명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현재 스페인은 경제적으로 잘 발전한 편은 아니다.(서구 열강에 비해서) 1인당 소득이나 인구 면에서도 우리와 비슷하거나 약간 뒤처진다. 이젠 예전의 '무적함대'의 영화는 뒤로 하고 가우디의 건축과 투우 대신 축구가 그들의 열정을 대신하고 있다. 또 산티아고 순례길도 새롭게 부각되고 찾는 이들이 연중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독자도 스페인을 여행했을 땐 마드리드나 근처의 역사 도시 톨레도만 들렀기 때문에 그들의 아주 일부만 본 것이다. 다시 꼭 들른다는 내심의 각오가 수십 년째 미뤄지고 있다.

축구부터 시작해서 가우디가 설계한 놀라운 성당, 산티아고 순례길, 해산물이 가득 들어간 푸짐한 요리, 정열적인 사람들이 사는 나라 스페인은 우리에게 낯선 존재가 아닌, 매력적이고 친근한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 스페인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말을 쓰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고 있을까. 스페인어와 그 속에 담긴 문화적 시선을 풀어낸 책이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다. 스페인어는 잘 알려져 있다시피 스페인뿐만 아니라 중남미까지 자그마치 전 세계 5억 명이 모국어로 쓰고 있는 언어이다. 한국어에 한국인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녹아 있듯이, 스페인어에는 스페인과 중남미에 사는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그대로 담겨 있다. 스페인어 통번역대학원을 졸업한 후 현재에도 스페인어 문화권을 상대로 일을 하고 있는 저자 그라나다는, 스페인어에 녹아 있는 찬란하고 따스한 감성들을 엮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이 에세이는 남미에 있는 '항상 봄만 있다'는 도시들의 이야기를 시작으로, 스페인 인사말의 유래와 그 속에 녹아 있는 사고방식, 사물을 주어로 삼는 문장들에 대한 이야기, 스페인어에 녹아 있는 역사의 흔적들, 특수기호들을 문장 앞뒤에 쓰게 된 이유 등등 스페인어에 대한 재미있고 소소한 이야기들을 쉽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스페인어를 다루지만 본격적인 어학 교재는 아니다. 스페인어 지식을 전달하는 한편으로, 그 안에 녹아 있는 감성을 전달한다. 헤어질 때 항상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하고, 오늘의 인사말에 내일의 행운을 빌고, 그리고 신에게 ‘너’라고 말하는 따스한 언어, 그 태양의 언어에서 독자들이 새로운 시각과 든든한 위안을 얻을 수 있게 이끈다. 이처럼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는 스페인어와 그 문화권을 잘 알게 하기보다 더 좋아하게 만드는 책이다. 스페인과 그 문화권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서 아이스 브레이킹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낙관적은 스페인어로 optimista(옵띠미스따, 영어로는 optimistic)로 번역되는데 두 단어의 뜻이 비슷하나 동일하지는 않다. ‘낙관적’은 인생과 사물을 밝고 희망적으로 본다는 뜻이다. ‘최적화하다(optimizar)’라는 동사에서 파생된 optimista는 모든 것이 최적화, 즉 가장 좋은 상황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반대어로는‘세상을 싫어한다’는 염세적(pesimista, 뻬시미스따)이라는 단어를 쓴다. pesimista는 가장 최악인 상태로 판단한다는 뜻이다.

낙관적인(optimista) 사고방식과 긍정적인(positivo) 사고방식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optimista는 이미 상황이 최상이라고 바라보기 때문에 부정하지 않는 것이고, positivo는 완벽한 상황은 아니지만 내가 좋은 방향으로 생각해서 받아들이는 것이다. 내 노력이 개입되어 있는 것이다.

- 「긍정은 노력을 요한다」 중에서

 


 

스페인어가 세계 많은 나라에서 공용어로 쓰이는 것은 제국시대 점령한 식민지이기 때문이다. 남미 대륙의 절반은 스페인이, 절반은 포르투갈이 차지했고, 중미와 북미는 대부분 스페인의 지배지다. 중국식 표기로는 서반아(西班牙)다. 에스파냐(Espana)는 스페인식 표기다. 지금은 단어도 몇 개 기억나지 않지만 그래도 스페인어가 배우기 쉬웠던 이유가 바로 발음 때문이다. 영어는 한 모음에서 여러 소리를 내기 때문에 [발음기호]를 유심히 살펴야 하지만, 스페인어는 보이는 그대로 알파벳 하나에 하나의 소리만을 낸다. 그러기에 훨씬 경제적이고 명확하고 처음 본 단어라도 읽기 쉽다. 그리고 스페인어 고유의 단어들도 있지만 영어와 어원이 비슷한 단어들이 많아서 뜻을 유추하기도 쉽다.(영어 argument, 스페인어 argumento / 영어 quesment, 스페인어 cuestion 등) 저자의 설명이 잘 되어서 그대로 읽기만 하면 스페인 언어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하나도 없을 듯하다.

특히 영어는 우리도 거의 배웠고, 독일어도 배운 사람들이 많아 발음기호대로 읽는 점을 감안하면 읽기에는 무척 쉬울 듯하다. 언어는 그 속에 한 나라의 문화와 환경, 사람들의 특징이 녹아있다고 한다. 이 책 『태양의 언어를 만나다』는 스페인어를 공부하기 위한 책은 아니지만 스페인어를 통해 알 수 있는 스페인의 다양한 문화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한때 유럽을 넘어 아메리카 대륙과 아시아 필리핀 제도까지 다스리며 '태양이 지지 않는 나라'였으니 문화적으로도 찬란했으리란 짐작도 가능하다.

 


 

오랫만에 스페인에 대한 책을 읽어보니 여행 갔을 때 기억과 정열 속에 남아 있는 아쉬움 등이 되살아난다. 우리와는 민족성이랄까, 정서가 사뭇 다르다. 특히 배어 있고, 표현되는 언어를 통해 보면 정서나 감정 등은 극명하게 드러난다. 저자가 언어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이 글을 쓰는 이유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문화 중 하나인 시에스타(Siesta, 낮잠)처럼 여유가 느껴지기도 한다. 책을 읽어 보니 언어를 통해 스페인을 여행하는 색다른 느낌이 다음 번 독자의 스페인 여행의 영감을 주는 것도 있다.

스페인을 제대로 여행하려면 그들의 사는 모습도 중요하지만 어쩌면 그들의 삶의 역사까지 느끼고 알 수 있는 스페인어권의 나라들도 함께 둘러보는 여행 말이다. 서부 영화 덕택인지 스페인 말을 쓰는 멕시코 불량배들의 말도 매우 빨랐다는 생각이 다시 되돌아온다. 좋게 표현하면 정열적인 그들이고, 나쁘게 표현하면 미국과 미국인의 호주머니를 빼앗으려는 불량배들이다. 사실 역사적으로 살펴보면 우리가 너무 미국 중심의 역사나 문화에 길들여져 이외의 반대편에 선 나라들에 대해 좋지 않은 인식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닐지 되돌아본다. 이 책은 그 역할을 하기 충분하다. 그들의 언어에서 드러나듯 낙관적이고 자유로운 삶이 그들의 모습 아닐까 생각해본다.

 

저자 : 그라나다

 

노력형 긍정주의자.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고 싶은 사람. 한국외국어대학교 일본어과, 스페인어과,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한서과를 졸업하고 현재 해외영업, 마케팅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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