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란 무엇인가 -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열광하는 당신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
조병익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만일 "당신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일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답을 할 것이다. 바로 '돈'이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돈에 의해 삶의 거의 모든 문제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나 그랬을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보다 '돈'을 갈급하는 정도가 작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 때문이지 삶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아서는 아닐 것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원조인 구 소련 붕괴 후 러시아 국민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민주주의? 자녀? 아마 돈이었을 것이다. 당장 먹고 살 빵과 고기였을 테니까. 돈이란 우리 삶의 가장 필요한 도구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돌보고(의료), 자녀를 낳아서 가르치는 기본적 문제를 해결해줄 도구가 돈이다. 돈이 옛날에는 물건이었다가 사고팔 물건이 많아지고 잦아지면서 오늘날 화폐인 돈의 모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날은 플라스틱 카드에서 이젠 전자화폐로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는 상태다. 돈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모든 물건과 인간의 활동의 가치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동전이나 지폐, 플라스틱과 전자 화폐 등은 모양과 주고받는 행위의 양태만 바뀌었을 뿐 모두 '돈'이라 표현해도 좋을 터다.

 


 

이렇듯 구체적인 모습을 가진 돈에 대해 질문하면 대답이 언제나 궁하다. 왜 그럴까? 돈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쉽지 않아서인가? 돈은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모두 우리의 삶에 직갑적으로 작용하고 기능한다. 우리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해왔던 인간, 인간의 활동, 사랑, 우정 등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에 관한 것들도 돈으로 환산하는 시대다. 이미 스포츠에서는 선수를 돈으로 환산해 사고 팔고 있다. 다른 예능계도 물론이고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돈으로 환산한다. 경제적 의미로만 사용되던 돈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야 할 정도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 암호화폐의 등락,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주식시장 혼조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뉴스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는 시대다. 이에 돈이란 개념과 본질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전문가인 저자가 돈에 관여한 모든 것이 흔들리는데도 정작 '흔들리지 않는 돈'의 본질을 말하기 위해 이 책 『돈이란 무엇인가』를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자신을 진단하고 점검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돈과 얽혀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돈이 어떻게 삶과 결부되어 있는지, 돈을 통해 어떤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단 대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욕망과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돈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돈을 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돈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보고, 어떻게 돈을 대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부터가 재테크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재직 중인 베테랑 뱅커로서 다양한 돈과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마주해 온 그가 ‘삶’과 ‘돈’의 기울어진 저울 앞에서 인생의 방향을 잃은 세대를 돕기 위해 가장 균형적인 조율 방법을 이 책에 담아 펴냈다. 먼저 어려운 경제 용어는 직관적이고 쉽게 정의하고 역사, 철학, 문화,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문학 속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돈의 구조’에 대해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수없이 반복된 위기의 역사 속에서 변해온 돈의 가치와 인간의 욕망을 통해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돌아보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에게 있어서 돈은 삶과 맞물려 서로를 지탱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돈은 인간에게 수단과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찾고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내일을 준비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돈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이토록 돈에 열광하는 것일까? 저자의 답은 간략하고 명쾌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삶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이 삶의 필수재로 작용하는 사회, 즉 돈이 밥이 되고, 옷이 되며, 집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또 다양해지다 보니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기까지 한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돈이 꿈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만 보더라도 돈과 관계없는 것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돈이 모든 것의 축소판인 것 같은 느낌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돈과 얽혀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돈이 어떻게 삶과 결부되어 있는지, 돈을 통해 어떤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단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욕망과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돈이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행태가 '돈'과 '부'가 동일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돈이 많은 경우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극심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저자는 "부에는 물질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인 요소도 결부되어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같은 돈의 속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돈만을 추구하다 보면, 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보려는 노력과 몸부림이 그 의도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돈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작용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란다. 이 말은 이해가 쉽다. 로또 복권 1등 당첨자의 최후에 대한 보도기사가 심심찮게 기억난다. 저자는 이 같은 사례들이 모두 돈과 삶의 균형, 즉 '머라벨(Money and Life Balance)'을 잃어버린 모습이자 돈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돈맹(盲)'의 모습이라고 일갈한다. 이에 저자는 돈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과연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투기와 관련, 저자는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여 투자하기보다 단순히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만연한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수요가 마이너스 대출이나 신용 대출과 같은 신용 매수에 기반하고 있다면, 이는 언제라도 쉽게 터질 수 있는 버블의 특징을 갖춘 셈이다. 이때 버블 붕괴는 금융 기관의 대출 억제와 같은 규제로 매수 여력이 소진되거나,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 시작된다. 책에 따르면 이 경우 그간 차익을 얻기 위해 매입했던 물량이 한꺼번에 매도 물량으로 나오지만, 이를 받쳐줄 매수가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수급의 역전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가격은 순식간에 급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손실액이 점점 불어나는데도 사람들은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낮은 금액으로는 절대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손해는 갈수록 커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그동안의 가격 상승이 단지 착각이었고 신기루였음을 깨닫게 된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투자 용어가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라는 용어로 투자 열풍에 휩쓸려 과도한 대출까지 끌어와 투자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투자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가 투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된 돈 공부와 올바른 경제관념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4개의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각 항목별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질문은 이 책의 표제어가 된 「돈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에 돈의 본질은 물론, 돈을 바라보는 관점, 돈의 역사, 돈에 정체성을 더하는 요소 등으로 나누어 썼다. 두 번째는 「경제를 움직이는 돈의 속성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가치와 가격, 돈의 가치 변화, 돈의 성격, 돈에도 성격이 있다. 스스로 증식하는 돈, 돈의 혈관과 심장 등으로 엮었다. 돈의 활동성을 말한다. 돈의 '생물학적 탐구'로 이름 붙일 만하다. 세 번째는 「돈은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가」이다. 돈에 의한 삶과 돈을 위한 삶이 된 점을 비판적 시각으로 평가하고 감정은 공짜지만 사랑에는 돈이 든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또 돈의 기능으로 이미지 창출, 권력과의 공생 관계와 돈의 한계 등을 알아본다.

마지막 네 번째 질문은 「돈은 어떻게 인간의 생각을 지배하는가?」로 돈과 인간의 탐욕을 말하고 있다. 이에는 '경제적 풍요를 꿈꾸게 하는 돈',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이성을 마비시키는 돈 욕심', '투기가 부르는 탐욕의 종말', '인생 한방을 노리는 심리', '돈에 대한 위선적인 태도', '돈이 사라지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독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현대 사회는 "돈 없는 세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돈 없는 현대 사회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른다. 돈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히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이나 인간성의 종말 등 욕심이 지나쳐 돈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데 있는 것일 뿐 돈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저자의 결론적 주장에 독자는 동의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돈의 본질과 속성, 거기에 인간의 욕망을 놓지 않는 한 '돈은 독이다'는 교훈을 얻는다.

 


 

지나침이 부족함보다 못할 때가 많다 보니 현자들은 계영배(戒盈杯)처럼 지나침을 경계하는 삶의 자세를 강조하기도 한다.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잔에 70% 이상의 술이 채워지면 나머지가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잔은 고대 중국에서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잔으로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도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솟구치는 욕구를 다스렸다고 한다. 계영배와 비슷한 것이 제사에서 쓰였던 의기(?器)다. 의기는 ‘기울어진 그릇’이란 뜻으로 가득 차면 뒤집어지고, 비었을 때는 기울어지며, 가운데에 이르면 바로 서는 그릇이다. 계영배와 의기는 돈의 크기가 나의 그릇보다 커질 경우 그 돈에 휘둘려 내 삶이 기울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p.279)

 

저자 : 조병익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UIUC)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통화정책, 발권 및 지급결제 등 주요 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에서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학술적인 지식과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다. 비단 경제뿐 아니라 과학, 역사, 철학, 교육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책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는 열렬한 독서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의 기본이 되는 요소로서의 돈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깊이 얽혀있는 ‘돈’의 진면목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저서로는 『인공지능 시대, 창의성을 디자인하라』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 도감 - 중국의 역사, 문화, 지리, 경제를 한눈에 읽다!
차이나헤럴드.정승익.강호욱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34개 지역 탐구를 통해 찬란한 문명, 5,000년 역사, 세계를 이끌 G2 경제 강국, 가깝지만 먼 나라 중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담았다. 한중 수교 30주년 기념판이며 그들과 영리하게 소통할 지혜와 영감을 얻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중국 도감 - 중국의 역사, 문화, 지리, 경제를 한눈에 읽다!
차이나헤럴드.정승익.강호욱 지음 / 스노우폭스북스 / 2022년 5월
평점 :
품절



 

한반도에 가장 가깝게 인접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과 우리는 조선시대부터 지금까지 강을 사이로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 이전 삼국시대 때는 요동성 등 중국 쪽으로 고구려 영토였으니 엄밀한 의미로는 국경이 별 의미가 없을 정도로 가깝게 지내온 나라다. 좋은 관계든 나쁜 관계로든 이웃 나라다. 대체로 영토 분쟁이 없었던 조선시대부터는(우리 스스로 압록강과 두만강을 영토로 지정했으므로) 양 나라 간에는 전쟁을 치르지 않았다. 전쟁이나 영토 분쟁이 없어진 뒤로는 대체적으로 선린관계가 유지됐다고 역사가들은 말한다. 병자호란과 한국전쟁은 우리과 중국이 치른 전쟁이 아니라는 전제에서 말이다.

이웃나라이니만큼, 강 하나 사이의 인접 국가이니만큼 경제와 문화 등 문물 교류는 풍성했다. 당시로는 선진 문명인 중국의 문물을 우리가 많이 들여왔고, 우리는 특산물(인삼 등)을 수출했다. 서로의 사정을 너무나 잘 아는 위치에 있는 두 나라였다. 최근 일부 학자들이나 전문가 중에서 "중국은 알 수 없는 나라"라는 표현을 쓰는 일이 잦은데 그 말뜻을 헤아릴 수는 있으나 독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5,000년을 이웃하며 산 나라가 상대 국가를 '알 수 없는' 나라라고 표현한다면 이를 누가 인정하겠는가. 사람이 많아 그 사람 속을 다 들여다볼 수 없으니 돌발 변수에 대응할 수 없어서 알 수 없는 나라라고 한다면 그야말로 자신이 모른다고 전체가 다 모른다는 논리, '일반화의 오류'에 속한다. 또 공산·사회주의 나라여서 속을 모른다는 것 역시 중국에 대한 공부가 덜 된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중국을 모른다면 이 세상 어느 나라도 중국을 알 수 없다.

 


 

이 책 『중국 도감』은 한·중 수교 3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차이나헤럴드 언론사가 직접 집필한 책이다. 중국의 역사와 지리, 경제, 문화를 한 권에 담은 중국 백과사전으로, 34개 행정구역의 정보를 담았다. 이 책의 목적은 중국의 현재를 이해하고 한·중의 안정적인 미래를 준비하는데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을 집필한 차이나헤럴드는 중국 뉴스를 팩트 중심으로 전달하기 위해 설립된 언론사로 다년간의 활동과 저력을 바탕으로 한국인이 알면 도움이 될 핵심만을 다룬다고 「들어가는 글」에서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중국과 중국인을 이해하기 위해 하나의 나라가 아닌, 각 지역별 고유문화를 따로 파악해야 한다는 전제로 출발한다. 한·중 수교 당시 경제 교류를 시작하면서 일부 경제인들이 가장 애먹었던 부분은 이미 여러 책에서 나와 대부분의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는 '꽌시(關系) 문화'라고 했다. 이는 조정래의 『정글만리』라는 소설에서도 중요하게 등장하는 문화다. 「들어가는 글」에서도 같은 표현을 한다. 중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연, 지연, 혈연으로 이루어진 나라다. 이 세 가지를 모두 갖추면 옥황상제가 와서 방해해도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이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지 않으면 압도적인 실력을 지녀야만 가능하다고 한다. 사실 우리나라도 이 세 가지로 사업이나 관료 생활을 한 사람들이 많았다. 나중에 심화되면서 스포츠나 예능계 등 사회 전반적으로 확산되자 '나라 망할 일'이라고 전국적으로 학연, 지연, 혈연을 배제하고자 힘써왔다.

 


 

또 저자는 중국은 각 성마다 고유의 지방색이 천차만별이어서 같은 나라일까를 의심하게 될 정도의 중국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여러 민족과 각기 다른 문화, 심지어 입맛도 제각각인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지역을 탐구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 『중국 도감』은 중국을 22개 성(省), 4개 직할시, 5개 소수민족 자치구, 3개 특별행정구 등 총 34개 행정구역으로 나눠 구성했다. 삼국지 영웅 관우의 고향 산시성, 중화 문명의 발상지 허난성, 적벽대전이 발발했던 지역 후베이성, 동방의 하와이 하이난성, 중국 왕조 1300년 수도 섬서성, 고대 실크로드 주요 교역지 신장웨이우얼 자치구, 중국 속 유럽 톈진, 세계 금융의 중심 홍콩 등 화려한 역사가 살아 숨 쉬는 각 지역의 탐방은 중국 전체를 파악하는 중요한 열쇠가 되어준다.

미국과는 다소 다르지만 미국의 주에 해당되는 성(省)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사나 인구 수는 빼놓고 하는 말이다. 이 책은 역사와 문화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간략하게 다루고 있기 때문에 많은 성과 오랜 역사를 다 설명하기에는 백과사전으로도 모자랄 텐데 거의 중국을 알기 위해 알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것들만 서술하는 '중국이야기'이다. 이 책은 34개 지방의 특색을 보여주는 사진과 지도, 흥미로운 역사와 문화이야기를 담아 마치 여행하듯 읽을 수 있어 쉽게 중국에 다가갈 수 있다는 특장점을 갖고 있다. 『중국 도감』은 중국 현지 적응과 학업, 비즈니스를 준비하는 사람은 물론 중국에 대한 상식을 쌓고 싶은 독자들에게 훌륭한 참고서가 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줄 것이다.

 


 

영토 면적 세계 4위(대한민국의 95배), 14억5,000만 인구, 56개 다민족 국가, 4대 문명 발상지, 5,000년 역사, 문화의 용광로, 세계 최대 시장, G2, 경제 강국, 슈퍼 차이나… 중국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화려하다. 이제 중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의 대국이다. 중국이 경제적으로 비약적 발전을 이루며 세계적 위상이 높아짐과 동시에 G2의 위치를 확보한 만큼 지정학적으로 가장 가까운 우리와 중국과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중국이 끼치는 영향력은 이제 우리와는 뗄 수 없는 관계이다. 많은 중국 전문가들이 앞으로 우리는 중국에 대해서 알아야만 국가적 차원의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숙명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빠르게 변화하는 중국을 더욱 정확히 이해하고 중국에 대한 지식을 끊임없이 갱신해야만 한다고 강조한다. 중국은 오랜 시간 우리나라와 역사를 함께하며 정치, 경제, 사회, 환경 문제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왔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중국을 얼마나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 중국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몇몇 선입견과 편견에 사로잡혀 있다. 잘못된 고정관념을 바로 잡으려면 현재 세계 속 중국의 위상, 중국 문화, 역사, 경제 등 전 분야에 대한 올바른 지식을 쌓는 일이 급선무다. 중국을 구성하는 34개 지방에서 일어난 큼직한 사건과 남겨진 문화유산의 자취를 따라가며 얻는 역사적 지식이 책 곳곳에 촘촘히 펼쳐진다. 중국사의 큰 흐름뿐 아니라 각 지역의 유적지와 음식, 인물들에 관한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 그곳에 얽힌 흥미진진한 중국인의 삶까지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안중근 의사의 영혼이 잠든 랴오닝성(遼寧省)부터 중화민국 타이완까지, 중국 34개 지역의 간결한 역사를 비롯해 그곳을 대표하는 명소가 언제 어떠한 이유로 만들어졌는지, 관련된 역사 속 인물은 누구인지, 특산물은 어떠한 지리적 환경의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파악하며 중국 역사의 흐름을 정리할 수 있다. 또한 최근 업데이트된 정보도 다수 찾아볼 수 있다. 2020년 기준 각 성의 GDP와 1인당 GDP, 2021년 인구조사 결과, 2021년부터 다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홍색관광(공산당 지도자들과 관련된 혁명 기념지 등을 순례하는 것), 중국이 시행하고 있는 실크로드 경제 벨트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 등 중국의 현재를 읽을 힌트도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이렇게 중국의 과거와 현재를 풍부한 사진 자료와 지도와 함께 넘나들며 미처 알지 못했던 중국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중국에 관심 있는 누구라도 쉽게 읽을 수 있는 가볍지만 탄탄한 교양서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랴오닝성은 한반도에서 중국 베이징이나 상하이 등으로 가는 육로와 해로의 중간에 있어 우리와는 많은 교류가 있는 곳이다. 더욱이 한때 고구려의 땅이었기 때문에 조선시대 초기까지 영토 문제로 다툼이 잦았던 곳이기도 하다. 가장 최근의 역사 가운데 안중근 의사가 수감, 사형이 집행되었던 뤼순감옥이 다렌시에 있다. 이 감옥은 중국이 전국중점문물보호단위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안중근뿐만 아니라, 신채호, 박희광, 이회영 등이 수감생활을 하거나 처형당했던 곳이다. 본래 뤼순감옥은 러시아가 중국인을 수용하기 위해 건축하고 있었으나,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승리하면서 일본이 이 지역을 점령하고 건축작업을 이어받았다. 일본은 우리 독립운동가뿐만 아니라 일본제국에 반대하는 중국인과 러시아인들도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자는 대한민국 시민이어서인지 중국의 어느 곳보다 우선 우리와 관계가 깊은 곳에 눈이 먼저 간다. 그 중의 하나가 지린성(吉林省)이다. 인구 비율로는 한족이 압도적이지만 조선족(중국동포)도 많은 사람이 사는 곳이다. 책에 따르면 중국 중심부에서 워낙 멀고 지형이 험하기 때문에 중국 중원의 영향력이 미치기 힘들어서 간접 통치하거나 방치되기도 했다. 이후 한나라 시기에는 랴오닝성까지 영향력이 미쳤고 당나라 시기에도 발해가 이 지역을 통치하고 있던 당나라를 몰아내고 지린성 일대를 통치했다. 이후에도 거란의 요나라, 여진족의 금나라, 몽골족의 원나라가 이 지역을 장악했다. 청나라 건국 초기에 정부는 '이 지역은 만주족이 태동한 지역이니 아무도 발을 들이지 말라'는 봉금령을 내렸고, 소수의 만주족만 거주하는 지역이 됐다.

이 시기에 지린성으로 넘어가 농사를 짓는 조선인들이 많아지기 시작했고 이후 국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선과 청나라는 백두산 정계비를 세운다. 그 후 청나라가 2차 아편전쟁에서 패배하고 베이징 조약이 체결되면서 당시 지린성에 속해 있던 연해주를 러시아에 내주게 된다. 이 시기부터 청나라 정부는 지린성 일대로 한족의 이주를 허용하기 시작했고 한족이 지린성 인구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 청나라가 신해혁명으로 멸망하고 난 뒤 지린성 지역은 군벌들이 장악하기 시작했고 1931년 만주사변으로 일본제국은 만주 지역에 청나라의 마지막 황제인 선통제를 옹립해 만주국을 건국한다. 이때 창춘시는 만주국의 수도 역할을 했다. 1945년 일제가 패망하고 이 지역은 잠시 러시아가 통치했으나 1949년 국공내전에서 승리한 중화인민공화국이 지배권을 되찾는다. 강대국 사이에 낀 한반도의 입장이나 흡사하다.

 


 

저자 : 차이나헤럴드(CHINA HERALD)

편향된 보도 지침 없이 중국 뉴스를 있는 그대로 전달하기 위해 한·중 현직 언론인이 모여 만든 ‘팩트’ 기반의 중국 전문 언론사. 뉴스 제공 외에도 중국 SNS 마케팅, 언론 홍보, 번역 서비스를 제공하며 한국 기업이 중국에 진출할 때 중국 법인과 현지 네트워크를 활용해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하고 매출 증대를 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HERALD@CHINA.COM, HTTPS://CHINA-HERALD.NEWS

 

저자 : 정승익

카이스트 MBA와 시안교통대학교 경영학 박사과정을 수학했다. 풍부한 중국 현지 경험을 통해 전문가 수준의 중국 관련 지식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 중국어 공부 7개월 만에 현지 통역, 한국인 최초 중국 정부 인턴 경험, 나스닥 상장 기업 중화신문 겸직, 중국 마케팅 현지 법인을 운영하였다. 현재는 중국전문 언론사 차이나헤럴드와 한중언론협회 (中?媒???)를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다. BUSINESS@CHINA.COM

 

저자 : 강호욱

대학에서 중국학을 수학하였으며, 재학 중 교환학생과 해외 탐방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어 통·번역과 중국 관련 업무에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대학 졸업 후에는 차이나헤럴드에 입사하여 중국 뉴스를 전달하고 있으며 중국의 역사와 관광, 문화를 담은 『중국 도감』을 집필했다. TRANSLATE@CHINA.COM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양자물리학, 유전학, 다중우주… 듣기만 해도 어려운 이론물리학이 철학적이고 문학적이 될 수 있다는 바람을 실제로 확인하게 해주는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에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 - 무한한 우주 속 인간의 위치
앨런 라이트먼 지음, 송근아 옮김 / 아이콤마(주) / 2022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독자는 중·고등학교에 다닐 때 '물리'와 '수학'이 싫었다. 대입의 필수과목이어서 어쩔 수 없이 끌려가서 낙제만 면했을 정도로 했다. 당연히 대학은 인문학 계열로 들어갔다. 그러나 왜 중·고등학교에서 물리와 수학을 필수과목으로 가르쳤는지 지금에서야 깨닫고, 그때 게으름을 피웠던 것이 후회된다. 삶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던 수학이나 과학이 오히려 더 우리 삶과 가까웠다. 살아오면서 미적분이나 물리의 공식을 이용해 직접 값을 구하는 일은 하지 않았지만, 그 원리는 알았어야 했다는 후회감이 뒤늦게 몰려올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공자는 약 2500년 전의 사람이다. 동양에서는 그의 학문을 가장 높은 경지의 학문으로 꾸준히 계승 발전시켜 왔다. 그의 학문의 깊이는 그만큼 심오하고 현실 생활에도 잘 맞는 '실학문'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야에서든 그의 학문적 업적은 높이 받들어져 왔고, 그를 '성인(聖人)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가 천하를 떠돌며 제자들을 통해 그의 학문을 널리 알리고 고향에 돌아온 것은 74세 때였다. 그가 남긴 말 중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지천명(知天命)'과 '이순(耳順)'이다. 나이 50이 되어 '하늘의 명'을 알았고, 60이 되어서야 설령 누가 거슬리는 말을 해도 마음에 거스름이 없었다는 뜻으로 술회한 말이다. 지천명과 이순에 대해 다른 뜻으로도 해석하는 분들이 많지만, 독자는 하늘의 명은 우주 섭리로, 이순은 세상의 이치를 표현한 것으로 풀이한다. 과학적 표현을 빌리자면 우주 천체의 움직임을 통해 진리를 깨우쳤다고 한 말이 아닐까. 과학에 무슨 공자 이야기를 꺼내느냐는 독자들이 계시겠지만 이 책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이 그런 책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저자 앨런 라이트먼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소설) 작가이자 ‘과학 저술계의 계관 시인’이라 불리운다고 한다. 이력도 화려하다. 하버드 천체물리학자, 교수, 인문학자라는 타이틀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독특한 경력의 과학자 겸 인문학자이다. 과학과 인문학은 완전 정반대의 학문이라고 얼핏 생각이 들지만 사실 학문은 어떤 분야든 통하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저자는 "작게 쪼개고 쪼개서 아무것도 없는 상태로 향하는 무한의 상태와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라는 세계의 어딘가에 인류가 살아가고 있다. 이 인류는 양 심연의 끝 사이에 불안하게 서서 전체 세계를 관찰하고 기록하고자 한다. 무한한 우주 속에서 인간의 위치는 어디이며, 생명, 마음, 자아는 과학적으로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 답하고자 과학을 했나 보다.

그의 책 여기저기에서 그가 과학자가 된 이유가 잘 설명되고 있다. 다만 저자는 생각의 끝에서 우주의 미미한 존재로 순간 살다 가는 나란 존재는 무엇이고 나는 어디에서 왔을까?”에 천착했던 것 같다. 과학자로서 그는 인문학적 질문을 스스로에게 끝없이 던지며 사색하고, 과학적 연구도 꾸준히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책은 “유한함과 무한함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저자의 최신 현대 과학 이론에 바탕한 깊이 있는 생각 여행이다. 에세이의 형태를 띠고 있는 아름다운 문학적인 글이면서 곳곳에 녹아 있는 세계적 과학자들의 깊이 있는 아이디어가 독자의 독서 경험과 생각을 무한대로 확장시켜 주는 놀라운 에세이다.

 


 

소설가로서도 독보적인 경지에 올랐다는데 독자는 불행하게도 아직 그의 소설을 읽어보진 못했다. 다만 그를 접한 독자들이 저자의 아름다운 문장을 평가하고 과학적 지식이 뒤를 받쳐 신비로운 세게를 그리는 데 독보적이다고 말하는 것으로 미루어 인문학적 소양이나 글쓰기 능력도 대단하리란 짐작이다. 실제로 이 책은 독자처럼 과학에 대한 지식이 없어도 과학이 이해되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첫째로 저자가 가진 탁월한 문학적 비유 능력 덕분일 것이고, 둘째로 이론적이다 못해 기괴하기까지 한 딱딱한 물리학 지식을 마치 옆 동네 아저씨에게서 일어났던 일과 같은 일상다반사로 녹여내는 특별한 능력 덕분으로 독자는 믿는다.

또한 리처드 파인만, 스티븐 호킹, 앨런 구스, 숀 캐럴, 안드레이 린데, 잭 쇼스택, 제롬 프리드먼, 알렉산더 빌렌킨, 제임스 하틀, 로버트 데시몬, 프리먼 다이슨을 비롯한 천체물리학자, 양자물리학자, 뇌과학자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과학자들과의 특별한 인터뷰가 이 책에는 녹아 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뉴턴, 데카르트, 블레즈 파스칼 등 인류사적인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서 불교, 힌두교, 고대 철학까지 아우르는 저자의 특별한 지적 여정에 동참하다 보면 독자들은 수많은 영감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된다.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무한대로 광활한 우주에서부터 무한대로 작은 '아원자' 영역의 세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따로따로 떨어져 보이던 연구물들을 하나로 연결하여 그 맥락(CONTEXT)까지 꿰뚫어보게 하는 놀라운 지적 경험을 선물한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들어 현대 과학은 인류 역사상 가장 눈부신 진보를 이루었다. 1920년대 시작된 양자물리학의 대두, 외부 은하의 발견과 팽창하는 우주, 작고 작은 미시 세계 속 DNA 구조의 발견과 세포의 발생 원리까지 파헤치는 생명과학, 기계론과 활력론의 대립 그리고 생물중심주의에 이르기까지. 20세기 이래로 현대 과학에 일어난 혁명과도 같은 변화는 한꺼번에 이해하기가 불가능할 정도로 깊고 어려운 주제다. 저자는 자신의 특기를 십분 발휘하여 이러한 만만치 않은 재료들을 매우 능숙하게 요리한다. 여기서 현대 과학은 더 이상 멀고 낮선 주제가 아니라 바로 ‘나’의 이야기가 된다. 그간 ‘수식 없는 물리학’, ‘쉬운 말로 풀이한 안내서’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를 에세이의 영역으로까지 확장시켜 독자 스스로 과학자의 아이디어와 현대 과학의 눈부신 성과물들을 즐기고 감상하며 사색할 수 있게 해주는 책을 쉽게 찾기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 책은 난해한 현대 과학을 가지고 독자들이 직접 사유하는 철학으로 나아가게끔 돕는 출발점으로 안내한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매우 희귀하다고도 할 수 있다. 독자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내 마음을 ‘과학적으로 말이 되는 이야기로’ 사유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놀라지 않을까 싶다. 특히 이 책에 나오는 「미소」에서는 기억의 변덕스러움을 노래하고, 무질서의 놀라운 힘에서는 마음의 자유로움을 사유한다. 우주 생명체의 특수성, 빅뱅 이전의 상태에서부터 시간의 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과학적 해답을 모색하며, 자연의 신비로움과 그 너머의 진리를 궁구한다.

 


 

독자들은 과학자가 아니어도 과학자의 아이디어를 오롯이 체화하여 스스로 사색하도록 안내한다. ‘나란 존재는 무엇일까?’, ‘이토록 변덕스러운 내 마음이란 과연 구조로 이루어졌을까?’, ‘엔트로피 법칙과 무질서의 힘은 어떻게 인류의 문화적 진보를 이루어냈을까?’, ‘우리가 인식하는 세상이란 허상일까 실체일까?’ 이런 질문들과 대답들은 저자의 과학적 지식과 철학적 사유, 문학적 비유로 놀랍도록 빛을 내며 우리에게 영감을 준다. 그의 글은 비관적이지 않다. 오히려 밝고 경쾌하며 긍정적이다. 자칫 광활한 우주의 규모에 빗대면, 나란 존재란 사막의 모래알처럼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로 여겨질 수 있다. 그것이 과학적 지식이 파괴하는 생명의 경외로움이라면, 거꾸로 저자는 그렇기에 오히려 우리라는 존재가 더 신비롭고 경외감이 든다고 말한다. 스스로 어려운 문제 속으로 걸어들어가 멋지게 역전극을 펼치며 당당하게 걸어나오는 멋진 한 인간을 보는 즐거움이란? 한참 읽다 보면 슬며시 미소가 새어 나오는 부분이 자주 등장한다. 신비롭기도 하고, 어려울 것 같은 문제에 부닥칠 때마다 저자는 직접 부딫쳐 해결해낸다. 그의 인문학적 기지는 과학과는 또 다른 그의 지식의 한계를 무한대로 끌고 가는 것 같다.

이 책의 원제인 ‘있을 듯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들(PROBABLE IMPOSSIBILITIES, 책 표지에 쓰여 있다)’은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제24장에도 등장하는 말이다. 이 말은 스토리 창작에 있어서,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에 대해 관객이 과거에 빗대어 유추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라고 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할지 몰라도 관객이 개연성을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공감과 몰입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는 비행기로도 수십 시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사람들이 실시간으로 화상 회의를 하고, 손안에 들어온 컴퓨터로 언제 어디서나 원하는 것을 얻는 세상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사는 21세기는 과학자들이 일군 성과가 실제 사회에서도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삶의 형태와 문화, 철학까지 바꾸어가는 과학 만능주의가 지배하는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좀 다른 시각으로 표현하자면 과학에 모든 학문이 빨려들어가는 현상, 블랙홀 과학을 마주하고 있는 느낌이다. 이러한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과학은 정작 우리 존재의 본질에 대해 어디까지 설명해줄 수 있을까. 천체물리학자이자 이론물리학자로서 가질 수 있는 근본적인 질문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봤을 ‘나와 우주라는 존재’에 대한 물음이다.

이러한 위대한 질문을 다시 한번 상기하면서 지적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독서는 매우 의미 있고 독자들에게는 귀중한 경험을 제공한다. 독자들은 아마도 각자 의미 있는 지점에 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의 가이드가 막연히 ‘그건 아마도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에 기반하지 않고 과학자들의 아이디어, 최첨단 과학의 전문 지식들을 통해 안내되고 있다는 점은 이 책의 독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지적 특권이라는 출판사 측의 뻔한 소개글도 예사롭게만 들리지 않는다. 이 특별한 사고 여행을 떠나는 데 있어 복잡한 현대 물리학에 대한 지식은 전혀 필요하지 않다. 다만 약간의 지적 호기심과 탐구에 대한 열망 하나면 충분하다. 이 책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우주, 생명과 마음, 그리고 우리가 알고 있는 우리보다 훨씬 크고 작은 것들에 대한 깊이 있는 명상 모음집이다.

 


 

저자 : 앨런 라이트먼(ALAN LIGHTMAN)

 

어릴 때부터 과학과 문학에 재능을 보여 고등학교 때 이미 독자적으로 과학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동시에 시를 썼다.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캘리포니아공과대학교에서 이론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MIT의 인문학 교수이며, MIT 최초로 과학과 인문학 모두에서 동시에 교수직을 맡아 화제가 되었다. 하버드대학교에서 천문학을 연구하였으며, 캄보디아 비영리 조직 하프스웰 재단의 창립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전 세계 3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되면서 20여 편이 넘는 연극과 음악의 모티브가 되기도 한 세계적 베스트셀러 『아인슈타인의 꿈』과 내셔널 북 어워드 최종 후보작인 『진단』을 포함한 여섯 편의 소설을 비롯해, 2011년 시드니 어워드 ‘베스트 에세이’를 수상한 『엑시덴탈 유니버스』 외 다수의 작품을 발표했다. 소설, 에세이, 시집, 과학 저술 분야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품활동을 해온 그는 과학을 문학처럼 읽히게 하는 몇 안 되는 작가다. 그의 이번 최신작 『모든 것의 시작과 끝에 대한 사색』은 세계적인 천체물리학자의 지적 권위와 소설가로서의 풍부한 표현력이 결합하여, 양자물리학, 우주, 생명과 마음, 의식의 기원, 팽창하는 우주 속 인간의 위치 등 현대 과학의 가장 놀라운 발견에 대한 과학자의 철학적 사색과 명상을 담았다.

 

역자 : 송근아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하였으며, 우주만큼 매력적인 영어 원서를 소개하고 가르치기 위해 대학원에서 국제영어교육 TESOL을 전공했다. 글밥 아카데미 출판번역과정을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한 책으로 『더 마블 맨』, 『내 생에 한 번은 상대성이론 이해하기』, 『폭풍의 언덕』, 『우주를 정복하는 딱 10가지 지식』 등이 있으며, 청소년 교양 과학잡지 『OYLA』의 번역에도 참여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