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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란 무엇인가 - 주식, 비트코인, 부동산에 열광하는 당신이 가장 먼저 던져야 할 첫 번째 질문
조병익 지음 / 21세기북스 / 2022년 5월
평점 :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만일 "당신의 삶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한다면 어떤 대답을 할까?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도 같은 대답일 것이다. "앞으로 닥쳐올 문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답을 할 것이다. 바로 '돈'이다. 우리 사회가 자본주의 체제로 운영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을 수 없는 문제다. 돈에 의해 삶의 거의 모든 문제가 좌우되기 때문이다. 어쩌면 지금뿐만 아니라 어느 시대나 그랬을 것이다.
공산주의 사회에 사는 사람들은 어쩌면 우리보다 '돈'을 갈급하는 정도가 작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돈보다 앞서 해결해야 할 것들 때문이지 삶에서 돈이 중요하지 않아서는 아닐 것이다. 공산주의 체제의 원조인 구 소련 붕괴 후 러시아 국민들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었을까? 민주주의? 자녀? 아마 돈이었을 것이다. 당장 먹고 살 빵과 고기였을 테니까. 돈이란 우리 삶의 가장 필요한 도구이다. 생명을 유지하고 건강을 돌보고(의료), 자녀를 낳아서 가르치는 기본적 문제를 해결해줄 도구가 돈이다. 돈이 옛날에는 물건이었다가 사고팔 물건이 많아지고 잦아지면서 오늘날 화폐인 돈의 모습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오늘날은 플라스틱 카드에서 이젠 전자화폐로 모습을 바꾸어가고 있는 상태다. 돈은 자본주의 체제하에서 모든 물건과 인간의 활동의 가치를 숫자로 표시한 것이다. 동전이나 지폐, 플라스틱과 전자 화폐 등은 모양과 주고받는 행위의 양태만 바뀌었을 뿐 모두 '돈'이라 표현해도 좋을 터다.
이렇듯 구체적인 모습을 가진 돈에 대해 질문하면 대답이 언제나 궁하다. 왜 그럴까? 돈의 가치를 매기는 것이 쉽지 않아서인가? 돈은 보이는 곳에서도, 보이지 않은 곳에서도 모두 우리의 삶에 직갑적으로 작용하고 기능한다. 우리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라 말해왔던 인간, 인간의 활동, 사랑, 우정 등 기본적인 인간의 감정에 관한 것들도 돈으로 환산하는 시대다. 이미 스포츠에서는 선수를 돈으로 환산해 사고 팔고 있다. 다른 예능계도 물론이고 인간 활동의 거의 모든 분야에서 사람을 돈으로 환산한다. 경제적 의미로만 사용되던 돈의 힘이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고 해야 할 정도다. 최근 팬데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 가속화, 암호화폐의 등락, 미국 연준의 금리 인상, 대출 규제, 주식시장 혼조세 등 시시각각 변하는 경제 뉴스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는 시대다. 이에 돈이란 개념과 본질에 대해 한국은행 금융전문가인 저자가 돈에 관여한 모든 것이 흔들리는데도 정작 '흔들리지 않는 돈'의 본질을 말하기 위해 이 책 『돈이란 무엇인가』를 썼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안한 경제 상황에서 자신을 진단하고 점검하는 데 제일 중요한 것은 ‘돈을 제대로 아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돈과 얽혀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돈이 어떻게 삶과 결부되어 있는지, 돈을 통해 어떤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단 대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욕망과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저자는 돈의 본질을 제대로 알고 돈을 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돈이란 무엇인지 진지하게 돌아보고, 어떻게 돈을 대할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부터가 재테크라고 말한다. 대한민국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에서 20년간 재직 중인 베테랑 뱅커로서 다양한 돈과 수많은 사람의 인생을 마주해 온 그가 ‘삶’과 ‘돈’의 기울어진 저울 앞에서 인생의 방향을 잃은 세대를 돕기 위해 가장 균형적인 조율 방법을 이 책에 담아 펴냈다. 먼저 어려운 경제 용어는 직관적이고 쉽게 정의하고 역사, 철학, 문화, 등 여러 학문의 경계를 넘나들며 인문학 속에 다양하고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 ‘돈의 구조’에 대해 거시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돕는다. 또한 수없이 반복된 위기의 역사 속에서 변해온 돈의 가치와 인간의 욕망을 통해 인간의 도덕성에 대해 돌아보는 프레임을 제공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류에게 있어서 돈은 삶과 맞물려 서로를 지탱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돈은 인간에게 수단과 도구임을 기억해야 한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돈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각자의 답을 찾고 오늘을 살아가는 지혜를 배우고 내일을 준비하는 뜻깊은 시간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돈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이토록 돈에 열광하는 것일까? 저자의 답은 간략하고 명쾌하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돈이 있어야 삶이 더 편리해질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다. 한마디로 돈이 삶의 필수재로 작용하는 사회, 즉 돈이 밥이 되고, 옷이 되며, 집이 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더구나 돈으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점 많아지고, 또 다양해지다 보니 돈이면 못할 것이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지기까지 한다고 설명한다. 심지어 돈이 꿈이 되는 세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가 매일 접하는 뉴스만 보더라도 돈과 관계없는 것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돈이 모든 것의 축소판인 것 같은 느낌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하다 보니 돈과 얽혀 살아가고 있으면서도 정작 우리는 돈이 어떻게 삶과 결부되어 있는지, 돈을 통해 어떤 지혜와 통찰을 얻을 수 있는지를 깊이 고민하지 않은 채 살고 있다. 단지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욕망과 고민으로만 가득 차 있을 뿐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돈이 삶의 수단이 아니라 목적이 되어 버렸다고 지적한다. 이 목적을 이루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 되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행태가 '돈'과 '부'가 동일하다는 생각 때문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일례로 돈이 많은 경우 부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극심한 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단순히 돈이 많다고 해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고 한다. 독자로서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지만 저자는 "부에는 물질적인 것을 넘어 정신적인 요소도 결부되어 있다."는 말을 덧붙인다.
이 같은 돈의 속성을 바라보지 못하고 오직 돈만을 추구하다 보면, 돈을 통해 자신의 삶을 바꾸어보려는 노력과 몸부림이 그 의도하는 정반대의 결과를 낳기도 한다고 말한다. 또 돈이 축복이 아니라 재앙으로 작용하는 사례도 부지기수란다. 이 말은 이해가 쉽다. 로또 복권 1등 당첨자의 최후에 대한 보도기사가 심심찮게 기억난다. 저자는 이 같은 사례들이 모두 돈과 삶의 균형, 즉 '머라벨(Money and Life Balance)'을 잃어버린 모습이자 돈의 본질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돈맹(盲)'의 모습이라고 일갈한다. 이에 저자는 돈이 우리 삶에서 어떻게 살아 움직이고 있으며, 과연 돈이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투기와 관련, 저자는 투자와 투기를 구별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따라서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내재가치를 평가하여 투자하기보다 단순히 주가 상승으로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가 만연한 경우 조심할 필요가 있다. 특히 그 수요가 마이너스 대출이나 신용 대출과 같은 신용 매수에 기반하고 있다면, 이는 언제라도 쉽게 터질 수 있는 버블의 특징을 갖춘 셈이다. 이때 버블 붕괴는 금융 기관의 대출 억제와 같은 규제로 매수 여력이 소진되거나, 가격이 더 이상 상승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는 사건이 발생할 때 시작된다. 책에 따르면 이 경우 그간 차익을 얻기 위해 매입했던 물량이 한꺼번에 매도 물량으로 나오지만, 이를 받쳐줄 매수가 실종된 상태이기 때문에 드라마틱한 수급의 역전이 일어나고, 이로 인해 가격은 순식간에 급락하게 된다. 이 때문에 손실액이 점점 불어나는데도 사람들은 손실을 보지 않으려는 손실회피 성향 때문에 낮은 금액으로는 절대 팔려고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럴수록 손해는 갈수록 커지게 되고, 결국 사람들은 그동안의 가격 상승이 단지 착각이었고 신기루였음을 깨닫게 된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유행하는 투자 용어가 있다.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투자)’라는 용어로 투자 열풍에 휩쓸려 과도한 대출까지 끌어와 투자한다는 뜻이다. 물론 이러한 투자가 무조건적으로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투자가 투기가 되지 않기 위해서 제대로 된 돈 공부와 올바른 경제관념을 세우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 책은 저자가 4개의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해 각 항목별로 풀어가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질문은 이 책의 표제어가 된 「돈이란 무엇인가」이다. 이 질문에 돈의 본질은 물론, 돈을 바라보는 관점, 돈의 역사, 돈에 정체성을 더하는 요소 등으로 나누어 썼다. 두 번째는 「경제를 움직이는 돈의 속성은 무엇인가」란 질문이다. 가치와 가격, 돈의 가치 변화, 돈의 성격, 돈에도 성격이 있다. 스스로 증식하는 돈, 돈의 혈관과 심장 등으로 엮었다. 돈의 활동성을 말한다. 돈의 '생물학적 탐구'로 이름 붙일 만하다. 세 번째는 「돈은 삶에 어떻게 스며들어 있는가」이다. 돈에 의한 삶과 돈을 위한 삶이 된 점을 비판적 시각으로 평가하고 감정은 공짜지만 사랑에는 돈이 든다는 주장도 내놓는다. 또 돈의 기능으로 이미지 창출, 권력과의 공생 관계와 돈의 한계 등을 알아본다.
마지막 네 번째 질문은 「돈은 어떻게 인간의 생각을 지배하는가?」로 돈과 인간의 탐욕을 말하고 있다. 이에는 '경제적 풍요를 꿈꾸게 하는 돈', '돈이 많으면 행복할까', '이성을 마비시키는 돈 욕심', '투기가 부르는 탐욕의 종말', '인생 한방을 노리는 심리', '돈에 대한 위선적인 태도', '돈이 사라지 사회'를 그리고 있다. 그러나 독자들의 바람과는 달리 현대 사회는 "돈 없는 세상이 가능할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 돈 없는 현대 사회는 상상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이른다. 돈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히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죽음이나 인간성의 종말 등 욕심이 지나쳐 돈이 삶의 전부인 것처럼 여기며 살아가는 데 있는 것일 뿐 돈 자체의 문제는 아니라는 저자의 결론적 주장에 독자는 동의한다. 이 책을 읽으며 돈의 본질과 속성, 거기에 인간의 욕망을 놓지 않는 한 '돈은 독이다'는 교훈을 얻는다.
지나침이 부족함보다 못할 때가 많다 보니 현자들은 계영배(戒盈杯)처럼 지나침을 경계하는 삶의 자세를 강조하기도 한다. 계영배는 ‘넘침을 경계하는 잔’이라는 뜻으로, 잔에 70% 이상의 술이 채워지면 나머지가 모두 밑으로 흘러내리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잔은 고대 중국에서 끝없는 욕심을 경계하기 위해 만들어진 잔으로 조선시대의 거상 임상옥도 계영배를 늘 옆에 두고 솟구치는 욕구를 다스렸다고 한다. 계영배와 비슷한 것이 제사에서 쓰였던 의기(?器)다. 의기는 ‘기울어진 그릇’이란 뜻으로 가득 차면 뒤집어지고, 비었을 때는 기울어지며, 가운데에 이르면 바로 서는 그릇이다. 계영배와 의기는 돈의 크기가 나의 그릇보다 커질 경우 그 돈에 휘둘려 내 삶이 기울어질 수 있음을 가르쳐준다.(p.279)
저자 : 조병익
고려대학교 경제학과와 미국 일리노이주립대(UIUC) 경제학과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1999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은행에서 일하고 있다. 통화정책, 발권 및 지급결제 등 주요 정책을 수행하는 한국은행에서 다양한 업무를 거치며 학술적인 지식과 실무적인 경험을 쌓았다. 비단 경제뿐 아니라 과학, 역사, 철학, 교육 등 다른 분야에도 관심이 많아 책과의 인연을 꾸준히 이어가는 열렬한 독서 애호가이기도 하다.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경제의 기본이 되는 요소로서의 돈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과 깊이 얽혀있는 ‘돈’의 진면목을 솔직한 언어로 풀어내고자 했다. 저서로는 『인공지능 시대, 창의성을 디자인하라』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