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전호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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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일생에 꼭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을 ‘고전‘이라고 한다. 이 책은 동양의 철학 고전이자 우리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던 맹자의 철학과 사상을 책으로 펴냈다. ‘맹모삼천지교‘는 허구이고, 왕도정치는 백성을 위한 정치를 하지 못하면 백성이 혁명으로 왕을 끌어내리는 주체가 된다는 사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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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전호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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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MZ세대는 물론이고, 아날로그 세대조차도 중국의 위대한 철학가이자 학자인 맹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교과서에 잘 실리지도 않았고, 학계에서도 공자는 인용해도 맹자는 한참 뒤의 '공자 추종자' 정도로 인식해 왔다. 굳이 맹자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성선설'과 '왕도정치'를 주창한 학자 정도였다. 특히 우리는 산업화·민주화가 진행되는 동안 서구 철학과 사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공산주의 체제의 중국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등소평이 내세운 '흑묘백묘론'에 힘입어 중국의 경제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서면서 경제발전을 이루자 15억 인구의 소비량에 눈독을 들인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도 1991년에야 중국과의 국교 재수립이 가능했다.

그래서 70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뒤늦게 중국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중국어가 다시 붐을 이루기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책 『맹자』가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부제로 사용된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는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맹자는 백성을 임금보다 소중한 존재로 보았다. “백성이 가장 존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벼운 존재”라고 말한 데서, 그가 말한 왕도란 천하에서 가장 곤궁한 이들, 하소연할 곳 없는 최약자를 먼저 보살피는 정치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동양철학자 전호근 교수가 맹자의 책 『맹자』를 통해, 왕도와 성선과 혁명을 이야기하는 맹자의 진면모를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 전호근 교수는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20년 넘게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동양철학 고전을 강의해 왔으며, 고전 번역뿐 아니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고전 해설서를 다수 저술해 왔다. 이 책은 맹자 사상의 정수를 담아낸 『맹자』를 알기 쉽게 풀어 쓰기 위해, 그의 생애와 사상의 요점을 밝히고 고전의 내용을 가려 뽑아 직접 같이 읽어가면서 해설한다. 책에 따르면 왕도와 혁명과 성선을 이야기하는 『맹자』는 오래전에 금지된 책이었다. 전쟁과 폭력의 시대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성선설을 주장했기에 순자로부터 순진한 이상주의자로 비판받았다. 또 절대 권력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오로지 인의를 주장했기에 한비자에 의해 위험한 사상으로 배척받았다.

권력자들의 탄압을 받았던 『맹자』는 수천 년 동안 혁명과 개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송나라의 장재와 왕안석이 그랬고 조선의 삼봉 정도전과 다산 정약용이 그랬다. 당나라 한유는 성인의 도리를 살피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맹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지만, 세상을 바꿀 뜻을 가진 이라면 반드시 『맹자』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이 있다면 『맹자』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며 어떻게 불의에 저항할 것이며 어떻게 한 사람의 가치가 천하와 맞먹는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맹자』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한 책이다.

 


 

맹자는 자신의 생애 전반에 걸친 사상과 실천을 통해,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왕도), 누가 다스리면 안 되는가(혁명), 그리고 모든 사람은 착하다(성선설)라는 점을 궁구했다.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가득하고, 임금의 마구간에는 살진 말이 가득한데, 백성들에게는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려 있다. 이것은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 이 문장은 『맹자』의 한 대목으로, 양(梁)나라 혜왕(惠王)을 만났을 때 맹자가 한 말이다. 맹자는 왜 당시 지배자와 백성들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했을까?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이전보다 생산력이 수백 배 늘어난 풍요의 시대였지만 백성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생존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시대에 맹자는 여러 나라의 임금들을 찾아다니며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인 왕도를 권고하고 혁명을 경고하고 성선설을 주장했다.

왕도정치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부터 보살피는 정치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대로 맹자는 “백성이 가장 중요하고, 나라가 그 다음이고, 임금은 가장 가벼운 존재다. 임금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면 임금을 바꾸고, 사직이 제 역할을 못하면 사직을 갈아엎는다”고 했다. 임금답지 못한 임금을 갈아치우는 것이 혁명이다. 이 세상에 통치자와 나라가 있는 이유는 오직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린다. 혼란의 시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맹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모든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지닌다는 것이다.

 

 

강렬한 시대정신이 있으며, 세상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담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는 책이 『맹자』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1장 「왕도와 혁명과 성선의 사상가, 맹자」에서는 맹자의 삶과 사상, 그리고 시대 배경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그가 유가 사상의 계승자일 뿐 아니라 그것을 집대성했고, 또 『맹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전 세계인이 읽고 있는 대표적 동양 고전이 되었는지 소개한다. 2장에서는 『맹자』를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그의 사상의 핵심을 해설해준다. 마지막 3장에서는 맹자의 사유로 가는 이정표들로써 공자, 묵적, 노자, 순황, 사마천 등의 사상가들의 주요 책들을 교차하여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맹자』의 출간에 부쳐 책 추천사를 쓴다. “왜 오늘, 또다시 고전이며 클래식인가?”를 통해 "동서고금의 사상가들이 고심해 쓴 글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과 성찰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EBS 오늘 읽는 클래식〉시리즈는 동서양 철학 고전을 쉽고 입체적으로 읽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동반자이다. 자칫 사상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독자에게 저자는 방향을 찾아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제공한다. 동서양 고전을 오늘 재음미해서 차분히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새로운 길을 발견할 것이다. 이러한 클래식 읽기는 스스로 묻고 사유하고 대답하는 소중한 열쇠가 된다. 고전을 통한 인문학적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준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 가운데 '동양철학편'이다. 이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성선의 사상가 맹자와, 성악의 사상가 순자를 필두로 동양의 대표 고전이자 전 세계인의 필독서를 차례로 선보인다. 독자들은 공자의 『논어』, 『대학·중용』, 노자의 『도덕경』 등 동양 사상의 이정표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한층 심오한 사상을 배우고 더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동양의 유가 사상과 도가의 사상은 그 해석의 다채로움만큼이나 현대에 미치는 영향력의 폭도 넓다. 도덕철학이면서도 정치철학이고, 존재론이면서도 자연철학이다. 특히 전쟁이 휩쓸던 시대에, 세상이 혼란한 까닭은 무엇인가를 물었던 옛 사상가들의 열정과 고투는, 현대인의 가슴에도 큰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공자, 맹자, 순자, 노자를 발판 삼아 자신만의 철학하기에 도전해보는 것은 우리의 사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는 그동안 공자, 노자, 맹자에서 플라톤, 토머스 모어, 로크, 애덤 스미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질 들뢰즈, 슬라보예 지젝 등 현대 철학까지. 동서양과 현대철학의 대장정을 EBS가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철학에 관심이 많아 서점을 기웃거리지만 ‘다이제스트 철학 서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 인문 고전을 읽고 싶지만 ‘원전’이라는 큰 벽에 엄두를 못 냈던 독자, 철학책은 좋지만 무겁고 부담스러워 선뜻 책장에서 꺼내지 못했던 독자까지. 철학적 지식의 깊이와 현대적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학생부터 성인 독자들이 지금 바로 펼치고 싶으리라.

 


 

현대의 전쟁은 더욱 참혹해졌다. 가장 현저한 차이는 민간인 대량 학살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 이전의 전쟁은 주로 군인과 군인의 전투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군인, 민간인을 막론하고 무차별 살상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전쟁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상황도 나아진 것이 없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는가 했더니 지역 분쟁이 격화되어 또다시 민간인이 대량으로 학살되고 있다. 보스니아와 르완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민간인희생자의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송양공의 어진 마음씨, 아니 맹자의 원칙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p.127)

 

『맹자』와 함께 『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맹자가 스스로 공자의 계승자를 자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맹자 사상의 많은 부분이 공자의 사상을 발전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자는 명분론을 주장했고 맹자는 혁명론을 주장했기 때문에 상반된 정치론을 주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공자의 덕치론을 발전시킨 것이 맹자의 왕도정치론인 것처럼, 공자의 명분론을 발전시킨 것이 맹자의 혁명론이기 때문이다.(p.182)

 


 

저자 : 전호근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맹유학과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16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사람의 씨앗』 『한국철학사』 『장자강의』 『대학강의』 등을 출간했고, 은사이신 안병주 선생과 함께 『역주 장자』(전4권)를 펴낸 바 있다. 아내와 더불어 『공자 지하철을 타다』를 쓰고, 아이들을 위해 『열네 살에 읽는 사기열전』을 썼다. 또 『고전함께읽기, 논어』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공저) 『강좌한국철학』(공저) 『논쟁으로 보는 한국철학』(공저) 『동양철학산책』(공저) 『동서양고전의 이해』(공저) 『유학, 시대와 통하다』(공저)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공저) 등을 펴냈다.

 

기획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기 성찰과 실천적 모색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철학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1989년에 창립했다.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며, 좁은 아카데미즘에 빠지지 않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펴낸 책으로『아주 오래된 질문들』 『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 『망각과 기억의 변증법』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다시 쓰는 서양 근대철학사』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철학자의 서재』 『청춘의 고전』 『철학, 문화를 읽다』 『철학, 삶을 묻다』 『철학 대사전』 등 다수가 있으며, 매년 네 차례에 걸쳐 학술지 『시대와 철학』을 발간하며 대중 웹진인 《?시대와 철학》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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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 근대사 - 조선, 세계의 화약고 EBS CLASS ⓔ
신효승 지음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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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의 역사에서 각성과 성장의 역사로 바뀌어야 우리 근대사는 제대로 쓸 수 있다. 이는 국민이 국가의 주체로서 성장하는 과정을 찾는 것이며, 근본적으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단순히 누군가로부터 주어진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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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보는 한국 근대사 - 조선, 세계의 화약고 EBS CLASS ⓔ
신효승 지음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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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20여년 전 말로만 많이 들었던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를 읽었다. 독자가 읽은 책은 김종성 역, 위즈덤하우스 발간한 책이었다. 이는 우리가 역사 교과서에서 배웠던 일부 고대사가 축소·은폐된 부분이 많다는 내용이었다. 저자 신채호의 『조선상고사』는 우리 고대사의 진실을 독자에게 깨우쳐 주었다. 원문을 현대어로 바꾸고 오류를 바로잡는 한편 해설과 주석을 별도로 추가한 고대사의 참모습은 우리 역사의 이해를 넘어 웅혼한 기상을 가진 민족이라는 자부심마저 느낄 수 있었다. 이 책 『조선상고사』는 단군, 기자, 위만, 삼국으로 이어지는 기존의 역사인식 체계를 부정하고 대단군조선, 삼조선, 부여, 고구려로 이어지는 새로운 역사인식 체계를 수립한 것이다.

우리가 보고 배웠던 우리의 역사 책에 낡고 패배주의에 물든 인식이 그대로 배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신라의 중심에서 서술된 《삼국사기》를 비판하며 하나의 민족이라는 관점에서 신라, 백제, 가야를 균등한 시각에서 기록했다고 한다. 이는 우리 민족의 동질성을 확립하고 불완전한 역사를 제대로 서술하고자 하는 신채호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어서 의미가 깊고, 독자의 부족한 역사 인식을 확대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또 이제까지 《삼국사기》로 소외됐던 백제에 대해서 자세히 알게 되는 좋은 기회가 되기도 했다. 이 책 『전쟁으로 보는 한국 근대사』의 저자도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보는 시각에는 패배주의가 만연하다고 주장한다.

 


 

『조선상고사』를 읽은 독자로서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며 저자 신효승의 역사 인식에 박수를 보낸다. 이에 따르면 세계 열강이 한반도를 노리는 와중에도 왕은 무능했고, 정부 관료는 부패했다. 군대의 기강은 무너졌고 백성들은 나약했다. 국제 관계의 역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외교로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왕조의 마지막 숨결을 내주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이다. 더러 의병 항쟁의 영웅적 서사를 강조하기도 하지만, 그 역시 민족주의의 시각에 갇힌 채 분노의 정서만 자극한다.

우리나라의 근대사, 조선왕조의 마지막 역사는 과연 그렇게 패배주의적이고 무기력하기만 했을까? 병인양요부터 신미양요, 강화도조약을 거쳐 청산리전투에 이르기까지 우리 조상들은 과연 제대로 손도 써보지 못한 채 그저 당하기만 했을까? 저자 신효승(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전쟁사를 중심으로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풀어내는 역사학자이다. 이 책은 전쟁이라는 소재를 중심으로 한국 근대사를 살펴본다. 그중에서도 조선에 세계 질서에 편입되는 과정에서부터 독립전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청산리전투까지 살펴보았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는 정말로 패배한 전쟁이었는가? 강화도조약은 과연 불평등하기만 한 조약이었는가? 일본은 어떻게 러시아와 중국을 상대로 한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는가? 세계 열강은 왜 일본에게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넘겨주었는지? 전쟁사를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근대사를 살펴보면 기존에 배우지 못한 새로운 사실들을 알 수 있다.

 

 

신효승 저자의 이 책은 큰 설득력을 가진다. 병인양요와 신미양요에 대한 연구를 위한 자료 범위를 국내 사정을 살피는 데 그치지 않고 당시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 질서의 중심이었던 서구 열강의 움직임과 기록까지 파헤쳤기 때문이다. 올바른 역사 인식과 물샐 틈 없는 자료 확보로 이 책은 당위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우리 역사가 다시 쓰여져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1866년 10월 프랑스 극동함대 사령관인 피에르-귀스타브 로즈 제독이 이끄는 함대가 군함 7척과 병력 1400명을 갖추고 우리나라 한강 입구에 위치한 강화도에 쳐들어왔다. 우리나라에서는 ‘병인양요’로 프랑스에서는 ‘프랑스의 조선 원정’이라는 전쟁이다. 병인양요의 결과 우리는 크게 패하여 강화도를 점령당하고 수많은 문화재를 약탈당했다고 배웠다. 하지만 전쟁의 궤적을 살펴보면 이와는 다른 내용을 알 수 있다. 당시 조선 조정은 조선이 프랑스의 침략을 무찔렀다고 했다. 프랑스 정부 역시 조선 침공에 실패한 ‘패전’이라고 평가했다. 오히려 프랑스군이 각종 보물과 문화재를 약탈해간 것을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비판하기까지 했다. 병인양요 이후 조선은 전통적으로 왕실의 피신처였던 강화도에 포대를 세우면서 수비를 강화했다.

 


 

1871년 미국은 아시아에 안정적 교두보를 확보하고자 조선을 타깃으로 삼았다. 6월 10일 미국은 로저스 제독과 함선 5척을 앞세워 강화도의 초지진으로 향했다. 거기서 미군은 첫 번째 장벽인 갯벌에 부딪혔다. 작전 시간은 늦춰지고 병력의 절반이 전쟁도 치르기 전에 손실되었다. 결국 미군은 광성보까지 진출하기는 했지만 전쟁을 지속할 여력이 없다고 판단해 군을 물리고 만다. 서구 언론뿐 아니라 미국 의회도 이를 패전으로 받아들여 해군을 질타하고, 로저스 제독은 군복을 벗게 된다. 전쟁사를 중심으로 살펴보면 패배한 전쟁으로만 알았던 병인양요와 신미양요과 왜 승리한 전쟁인지가 분명하게 드러난다.

1800년대 말 서구 열강은 동북아시아에서 완벽한 우위를 차지하지는 못했다. 실제 1880년대의 중국은 이홍장이 이끄는 북양함대를 중심으로 아편전쟁, 청불전쟁을 겪으면서 점차 서구 열강이 두려워하는 존재로 급부상하였다. 이에 프랑스는 청나라를 이기기 위해 일본을 끌어들이면서 양면전쟁을 계획하고, 조선은 부득이 그 전쟁의 중심에 놓였다. 청나라는 이처럼 당시 동북아시아 최강의 군사력을 자랑했지만 내부의 반란을 진압하기 바빠 외부의 침략에 적극 대응하지는 못했다. 한족과 만주족의 다툼, 후이족의 반란, 백련교도의 난, 태평천국운동 등 사회적 모순에 따른 수많은 사건이 이어지고 있었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 독일 등 서구 열강 역시 이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서구 열강은 청나라를 견제하기 위해 일본을 선택했고, 일본에 자금과 군사 기술 등을 제공했다. 그 결과 일본이 청일전쟁에서 이기고 러일전쟁에서도 승리할 수 있었다.

 


 

또 러일전쟁은 당사국인 러시아와 일본뿐 아니라 그 전장이었던 조선은 물론이고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등이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전쟁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러시아의 진출을 막으려던 서구 열강의 대리전 성격을 띄기 때문에 ‘제0차 세계대전’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저 영국이 일본과 영일동맹을 맺어 일본에 최신 군함과 아시아 각국의 함대를 제공했다. 러시아는 독일의 위협을 받고 있었고, 1905년 ‘피의 일요일’ 사건으로 내부적으로도 혼란스러웠다. 결국 내부 혼란과 서구 열강의 견제를 받은 러시아는 표면적으로 일본에게 패할 수밖에 없었다.

당시 일본 역시 전쟁을 지속하기는 힘든 상황이었다. 러시아와 일본은 포츠머스회담으로 전쟁을 종료했다. 포츠머스회담의 결과만을 보면 러시아도 일본도 승자가 아니다. 결과적으로 가장 피해자는 러일전쟁 과정에서 국제적으로 철저하게 고립된 대한제국이었다.

병인양요, 신미양요 때 프랑스와 미국을 간신히 막아내고, 강화도조약 당시 최대한 균형을 유지하려 노력했지만, 국제 관계의 역학 속에서 조선과 대한제국은 철저히 외면되었을 뿐 아니라, 오히려 세계 열강이 나서서 대한제국을 일본의 제물로 만들어주었다. 다른 나라에 의해 우리의 운명이 결정된 것이다.

 


 

이에 따라 조선의 민중이 외부 세력의 간섭과 침해를 견디지 못하고 분연히 일어났다. 바로 의병이다. 의병 전쟁은 단순히 일제의 군대를 공격했다는 데 있지 않다. 일본은 1910년에 대한제국을 강제 병합했지만, 이 땅의 민중은 스스로 의병을 조직하여 일본이 대한제국을 불법적으로 침탈한 것임을 세계에 알렸다. 1920년 독립군이 일본과 싸워 첫 승리를 얻어낸 봉오동전투, 무장 독립운동 역사상 최대 규모의 승리를 거둔 청산리전역 등의 의병 전쟁은 한반도의 민중은 독립을 염원하고 있으며 충분히 그럴 역량이 있음을 국제 사회에 알린 신호라고 볼 수 있다.

조선은 19세기 말에 세계 질서에 편입되었고, 일본과 서구 열강의 간섭 끝에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해산되면서 국가의 존립을 유지할 수단을 상실하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은 의병을 일으켜 국권 회복의 주체가 되어 일제에 대항했다. 전쟁사라는 새로운 도구로 우리 근대사를 보는 이 책은 우리의 근대사를 패배와 좌절로 점철된 역사가 아니라 민이 근대 국민국가의 주체인 국민으로 각성해 성장하는 적극적이고 역동적인 과정으로 해석한다. 움직일 수 없는 역사 사료와 당시 당사국들의 언론까지 파헤친 저자의 노력에 깊은 감사를 드린다. 우리 역사를 제대로 바라보기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더 없이 귀중한 책이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흔히 의병 활동을 ‘봉기(蜂起)’라고도 표현합니다. 하지만 이 단어는 의병의 저항을 표현하기에 적절하지 않은 단어입니다. 봉기는 벌떼가 모이듯 생각 없이 모여 일어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의병의 저항은 ‘거의(擧義)’라고 표현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의병은 무지몽매한 민중이 그저 들고 일어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생존을 위해,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 삶의 터전을 지키고자 하는 명확한 목적을 갖고 저항을 시작한 사람들입니다. 이렇듯 정치적 의사가 명확한 민중이 그 뜻을 세우기 위해 일어난 것이기 때문에 거의라고 불러야 합니다.(p.195) 「8강 등 뒤의 칼 - 의병」 중에서

 

저자 : 신효승

 

전쟁사를 중심으로 격동의 한국 근대사를 풀어내는 역사학자다.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논문 「20세기 초 국제 정세 변동과 한인 무장 독립운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예비역 육군 소령으로 작전을 지휘한 경험을 바탕으로 심도 있고 폭넓게 전쟁을 연구해왔다. 현재 동북아역사재단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있으면서 다양한 저술 활동과 강연을 통해 한국 근대사를 해석하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 저서로는 『신미양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재조명 3』, 『조선전쟁 생중계』(공저), 『고려전쟁 생중계』(공저), 『일제의 흔적을 걷다』(공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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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회복력 - 건강한 나와 연결하는 힘
야스민 카르발하이로 지음, 한윤진 옮김 / 가나출판사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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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회복력'이 뭐지? 녹색의 책 표지를 채택한 이 책 『자기 회복력』은 표지색의 분위기 상으로 '마음 치유'의 책이라는 걸 짐작하면서도 정확한 의미를 포착하기에는 쉽지 않다. '자기'에 방점이 찍힌 책인지, '회복력'에 방점이 찍힌 글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마음 치유의 책은 대부분 '힐링'의 뜻이 담긴 심리학일 가능성이 높다. 글의 종류로는 '에세이'이거나 '자기계발' 도서가 많다. 독자는 회복력이라는 말에 주목했다. '회복 탄력성'이라는 책을 읽어보았기 때문에 책의 내용에 앞서 책의 종류를 먼저 알아야 할 것 같았다. '회복탄력성'은 영어로는 'resilience'이다. 심리학, 정신의학, 간호학, 교육학, 사회학, 커뮤니케이션학, 경제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는 개념이며, 극복력, 탄성, 탄력성, 회복력 등으로 번역되기도 한다.

회복탄력성은 크고 작은 다양한 역경과 시련과 실패에 대한 인식을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 더 높이 뛰어 오르는 마음의 근력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역경으로 인해 밑바닥까지 떨어졌다가도 강한 회복탄력성으로 되튀어 오르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경우 원래 있었던 위치보다 더 높은 곳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발전을 이루거나 커다란 성취를 이뤄낸 개인이나 조직은 대부분의 경우에서 실패나 역경을 딛고 일어섰다는 점이 공통적으로 보여진다고 한다. 특히 세상 일을 긍정적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구축함으로써 부정적으로 상황을 인식함으로서 과소비되는 감정적 에너지를 문제 해결을 위한 집중에 보다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회복탄력성은 놀랍게 향상된다는 점이 강조된다.

 


 

이를 토대로 이 책 『자기 회복력』를 읽기 시작하면 이 책의 주제, 취지, 목적 등에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다. 저자 야스민 카르발하이로는 코로나 19가 장기화되면서,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황에 사회적 불안감이 커져 사람들은 예상치 못한 생존 전략을 만들어냈다는 점을 주목한다. 허투루 쓰는 시간 없이 생산적인 일과로 삶을 채우는 것, 신을 뜻하는 ‘갓(God)’과 인생의 합성어인 ‘갓생’이 유행처럼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구글 트렌드 검색어 통계에 따르면 ‘갓생’이라는 단어의 언급량은 코로나가 장기화되기 시작한 2021년 3월부터 수백 건 이상으로 급증했다.

불안에 휩싸인 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쉬어가는 것이 아닌 더 치열하게 사는 것을 택한 것이다. 이제는 직장에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일주일에 두 번씩 하는 운동, 매일 저녁 듣는 외국어 강의, 주말에는 밀린 독서와 영화까지 자기계발과 휴식도 열심히 마무리하고 나서야 “내일은 더 열심히 살자”라고 다짐하며 곯아떨어지는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적당히’라는 말을 죄악처럼 느끼며, 소진된 채 내달려 왔다. 특히 산업화와 민주화를 거의 동시에 추진하는 전례 없는 '일벌레' 같은 노력으로 세계 어디서도 유례 없는 두 과제를 동시에 이루어냈다. '잘살기'와 '사람답게 살기'의 두 마리 토끼를 한 방에 잡은 것처럼 세계 각국에서 칭송하고 있다. 이 같은 우리의 근면 성실한 노력의 댓가는 가장 먼저 문화계에서의 성과로 서서히 나타나기 시작하는 것을 우리 모두 함께 인식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우리는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타인과 외부 세계에 집중하느라, ‘나’와 ‘내면과의 접촉’을 놓쳐버렸을 수도 있다.

 


 

이 시점에서 이 책은 "지금 나는 온전히 나답게 살고 있는지, 남들이 원하는 삶이 아닌 내가 바라는 대로 살고 있는지?" 스스로 물어볼 때라고 강조한다. 저자에 따르면 이런 삶은 물이 차오르는 수조에 있는 것과 같다. 언젠가 우리들이 너른 바다가 아니라 수조 속에 있다는 사실이 숨 막히게 느껴질 때, 물이 턱까지 차올라 숨을 쉴 수 없을 때 그곳에서 우리를 구해줄 사람은 오직 우리 자신뿐이다. 그러니 진정한 성공과 행복을 원한다면, 수조 속에 갇힌 사실을 깨닫고 우리를 바다로 이끌어 줄 자신을 만나는 것이 가장 먼저다. 그래야만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고,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을 기회가 생긴다.

내면의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방법을 잊었다면 이 책을 펼치면 된다. 저자는 경험과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자기 회복력 6단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프로그램은 우리가 잊었던 내면으로 가는 길을 알려준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과 마주하고, 어떻게 해도 채워지지 않고, 만족하지 못하던 기분과 감정에서 벗어나 충만하고 주도적인 삶으로 성장하도록 이끈다. 또한 타인이 요구하는 ‘더 높이, 더 빨리, 더 멀리’에서 벗어나 훨씬 생동감 있고 확신이 넘치며 자존감이 가득한 삶을 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이 책을 쓴 저자의 목적이다. 저자는 이를 위해 ‘진짜 나를 알아보는 자가 테스트’ 검사지도 책에 수록했다.

 


 

저자는 저자 야스민 카르발하이로는 베를린의 유명 심리상담사이다. 심리학을 전공하고 마케팅 분야에서 일했다.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던 시절 그녀는 누구보다 성공을 열망하던 사람이었다. 열망하는 만큼 열심히 했고 결과도 좋았다. 그녀는 일에서만 완벽한 것이 아니었다. 외모도, 연인과 친구 관계에서도 완벽을 추구했다. 세상 누가 보더라도 흠잡을 곳 없는 삶을 살아갔다. 물론 그 과정이 쉬운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지 않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게 될 때 느끼게 되는 부정적인 감정이 더 싫었다. 그녀는 그렇게 강력하게 자신을 몰아갔다.

앞만 보고 질주하던 그녀의 삶이 바뀐 것은 공황장애와 맞닥뜨리면서다. 당시에는 공황장애라는 병명도 없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유도 모른 채 무기력과 죽음의 공포와 싸우며, 처음에는 극복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실망하기도,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었느냐며 누군가를 원망하기도 했다. 저자는 살기 위해 전공이었던 심리학에서 답을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피하지 않고 지각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슈탈트 이론'에 주목했다. ‘나의 진정한 욕구는 무엇인가’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는가’ 그녀는 자신의 내면을 끊임없는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마침내 진정한 자신과 마주하게 되었다.

 

 

이 책에 자주 등장하는 게슈탈트 이론이란 무엇일까? 두산백과에 따르면 심리학의 전통에서 주류파였던 연합주의의 요소관에 대립하여 심리학의 전체관 ·형태성을 중시하는 입장의 심리학설이다. 형태심리학이라고도 한다. 게슈탈트란 원래 형 ·형태를 뜻하는 독일어이며, 심리현상에서의 게슈탈트성(性)의 중요성을 처음으로 지적한 사람은 오스트리아의 C.에렌펠스이다. 그는 현상이 형태성을 갖추고 있는가에 대한 판정기준으로 ① '전체는 부분의 합 이상의 것'이며, ② '각 부분과 요소는 다르나, 전체의 성질은 같다.'는 두 가지 점을 지적하였다. 전체는 정확히 부분의 총화와 같고, 요소가 합쳐짐으로써 추가되는 새로운 성질은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연합설의 주장이므로 첫 번째 점에 관해서는 차이가 명백하다. 두 번째 점인 ‘이조’ 가능성은 개개의 요소를 전부 옮겨 놓아도 그들 상호간에 성립하는 관계가 일정하게 유지되는 한, 전체로서의 성질은 거의 불변이라는 것이다. 예로부터 연합설의 요소관에 대한 반성과 비판은 많이 행해졌으나 구체적인 관찰과 실험을 통하여 전체관의 우수성을 보여 준 것은 이 학파가 처음이다.

게슈탈트학파 연구태도의 특색 중, ① 전체관에 대해서는 이미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다. 다음에 이 학파는 ② ‘현상학적 관찰’을 주장한다. 행동주의와 같이 의식을 버리지는 않지만, 의식을 관찰할 때 ‘내관’처럼 요소적인 감각이나 감정을 분석하는 것만이 과학적이라는 것은 하나의 편견이라 생각하고 소박한 태도로,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보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내면의 나와 마주해 보니 그동안 ‘퍼포먼스’를 하고 있었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퍼포먼스는 자신의 본능이나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고 타인이 기대하는 혹은 내가 타인에게 보이고 싶은 모습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문제는 연기를 하는 당사자가 자신이 연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얼마나 스스로 압박하고 있는지 알지 못하게 된다. 즉, 자신이 만들어낸 퍼포먼스가 나를 빛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덫이 되어 나를 해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것이다. 이제 끊임없는 자기 연출에서 벗어나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그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 자연스럽다.

퍼포먼스-덫에서 벗어난 저자는 자연스레 공황장애에서도 벗어났다. 그녀는 자신을 치유했던 방법을 체계화하여 프로그램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으로 내담자들을 상담하여 그들을 성공적으로 치유하였다. “일은 잘 풀리는데 애인이랑 어딘가 자꾸 어긋나요” “거절하면 나를 안 좋게 볼까봐 두려워요” “자존감이 지하까지 떨어져 버렸어요” 수많은 내담자와 만나온 저자는 이들이 처한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3가지 심리 상태에 ‘드라이브’, ‘패닉’, ‘케어’라는 이름을 붙여 설명했다.

‘드라이브 시스템’은 목표로 설정한 것을 성취하기 위해 활성화되는 심리 상태다. 이는 과거의 저자처럼 목표를 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이 희생되더라도 참고 매진하도록 만든다. 교감신경이 경직되고 상황을 회피하려 할 때 활성화되는 ‘패닉 시스템’은 실패를 두려워하게 만든다. 이는 자신의 자존감을 낮추게 만드는 심리 상태다. 마지막으로 잠시 모든 것을 멈추고 검증하며 숙고하는 과정을 통해 실제로 자신과 그 상황에 유익하고 알맞은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케어 시스템’이 있다. 이는 드라이브 시스템이나 패닉 시스템이 심리를 혼란스럽게 만들 때 스스로 진정시키고 토닥여주는 역할을 한다.

 


 

이 책에 나와 있는 자기 회복력 6단계 프로그램은 각 단계마다 마치 전문가가 옆에서 상담하며 질문하는듯한 핵심 질문이 있다. 이 핵심 질문을 기억하며 독자들은 저자가 이끄는 대로 자신의 내면 속으로 조금씩 조금씩 들어가면 된다. 또한 각 단계마다 스스로 자신의 상태를 느껴보고 글이나 그림을 적을 수 있도록 한다. 이는 마치 일기처럼 자신의 상태를 지속해서 기록하는 효과로 이전의 나와 얼마큼 달라졌는지 비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한 한 번에 6단계를 모두 하기보다는 1단계부터 한 단계씩 꾸준히 하는 것을 저자는 추천한다. 각 단계를 진행하는 것에 익숙해지면 10분 내외로 충분히 가능하다. 하루 10분, 자기 회복력 6단계 프로그램을 따라가면 온전한 나 자신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저자는 책에서 자기 회복력 6단계를 하나하나 자세하게 설명했다. 호흡을 가다듬고 내면의 안정을 찾는 1단계 「그라운딩」은 핵심 질문 ‘나는 누구인가? 내게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에 대해 묻는다. 2단계 「디톡싱」은 가짜 나를 흘려보내고 진짜 나와 접촉하는 단계다. 핵심 질문 ‘더는 누구도 될 필요가 없다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고민해본다. 3단계 「러빙」은 습관이 아닌 심장이 시키는 대로 하는 연습으로 핵심 질문은 ‘무엇이 내 심장을 뛰게 하는가?’이다. 4단계는 「본딩」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중심 잡는 법을 말한다. 핵심 질문은 ‘당신에게 내가 배울 점은 무엇인가?’, ‘나는 당신에게 무엇을 해줄 수 있는가?’이다. 5단계 「바운딩」에서는 나만의 적정 거리 찾기 연습으로 핵심 질문인 ‘적절한 경계를 설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통해 나를 보호하는 법을 훈련할 수 있다. 마지막 6단계 「그로잉」은 진짜 나로 도약하는 것을 훈련한다. 이때 핵심 질문은 ‘어떻게 하면 앞으로 내가 더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을까?’이다.

 


 

저자는 이 세 시스템이 어떻게 활성화되느냐에 따라 퍼포먼스-덫에 빠질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한다. 이런 그녀의 임상 결과에 따라 기존의 심리 프로그램을 더욱 정교하게 만들어 자기 회복력 6단계 프로그램을 완성하였다. 저자의 프로그램은 전문 상담자 없이 스스로 훈련을 통해 퍼포먼스-덫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안내자가 되어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야스민 카르발하이로(Jasmin Schott Carvalheiro)

대학에서 심리학을 전공한 심리학자, 게슈탈트 및 신체 치료사이자 코치 그리고 마음챙김 트레이너. 주요 치료 분야는 불안, 자기 자신과 타인과의 접촉 상실 및 스트레스 관리이다. 베를린 후볼트 대학교에서 마음챙김 분야를 연구했으며, 정기적으로 관련 워크숍과 트레이닝을 개최하고 있다.

 

역자 : 한윤진

연세대학교 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독일 뷔르츠부르크 대학에서 수학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돌고래처럼 기뻐하고 보노보처럼 사랑하라』, 『내 행복에 꼭 타인의 희생이 필요할까』, 『결혼의 문화사』, 『당신의 생각을 의심하라』, 『사랑한다고 상처를 허락하지 마라』, 『유리로 된 아이』 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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