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 -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전호근 지음, 한국철학사상연구회 기획 / EBS BOOKS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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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MZ세대는 물론이고, 아날로그 세대조차도 중국의 위대한 철학가이자 학자인 맹자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교과서에 잘 실리지도 않았고, 학계에서도 공자는 인용해도 맹자는 한참 뒤의 '공자 추종자' 정도로 인식해 왔다. 굳이 맹자에 대해 아는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성선설'과 '왕도정치'를 주창한 학자 정도였다. 특히 우리는 산업화·민주화가 진행되는 동안 서구 철학과 사상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기에 공산주의 체제의 중국을 공부한다는 것 자체가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만 등소평이 내세운 '흑묘백묘론'에 힘입어 중국의 경제 체제가 자본주의 체제로 돌아서면서 경제발전을 이루자 15억 인구의 소비량에 눈독을 들인 세계 각국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우리도 1991년에야 중국과의 국교 재수립이 가능했다.

그래서 70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들은 뒤늦게 중국에 대해 배우기도 하고, 중국어가 다시 붐을 이루기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이 책 『맹자』가 관심을 끌 수 있다. 특히 부제로 사용된 「우리는 어떤 통치자를 원하는가」는 시의적절한 주제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맹자는 백성을 임금보다 소중한 존재로 보았다. “백성이 가장 존귀하고 사직이 그 다음이며 임금은 가벼운 존재”라고 말한 데서, 그가 말한 왕도란 천하에서 가장 곤궁한 이들, 하소연할 곳 없는 최약자를 먼저 보살피는 정치임을 알 수 있다. 이 책은 동양철학자 전호근 교수가 맹자의 책 『맹자』를 통해, 왕도와 성선과 혁명을 이야기하는 맹자의 진면모를 안내하는 책이다.

 


 

저자 전호근 교수는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20년 넘게 일반 대중들을 상대로 동양철학 고전을 강의해 왔으며, 고전 번역뿐 아니라 독자들의 눈높이에 맞춘 고전 해설서를 다수 저술해 왔다. 이 책은 맹자 사상의 정수를 담아낸 『맹자』를 알기 쉽게 풀어 쓰기 위해, 그의 생애와 사상의 요점을 밝히고 고전의 내용을 가려 뽑아 직접 같이 읽어가면서 해설한다. 책에 따르면 왕도와 혁명과 성선을 이야기하는 『맹자』는 오래전에 금지된 책이었다. 전쟁과 폭력의 시대에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성선설을 주장했기에 순자로부터 순진한 이상주의자로 비판받았다. 또 절대 권력을 가차없이 비판하고 오로지 인의를 주장했기에 한비자에 의해 위험한 사상으로 배척받았다.

권력자들의 탄압을 받았던 『맹자』는 수천 년 동안 혁명과 개혁을 꿈꾸는 모든 이들의 지지를 받았다. 송나라의 장재와 왕안석이 그랬고 조선의 삼봉 정도전과 다산 정약용이 그랬다. 당나라 한유는 성인의 도리를 살피고자 하는 자는 반드시 『맹자』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했지만, 세상을 바꿀 뜻을 가진 이라면 반드시 『맹자』를 알아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세상을 바꾸려는 마음이 있다면 『맹자』를 통해 어떻게 세상을 다스려야 하며 어떻게 불의에 저항할 것이며 어떻게 한 사람의 가치가 천하와 맞먹는지 살피지 않을 수 없다. 『맹자』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모든 이를 위한 책이다.

 


 

맹자는 자신의 생애 전반에 걸친 사상과 실천을 통해, 누가 다스려야 하는가(왕도), 누가 다스리면 안 되는가(혁명), 그리고 모든 사람은 착하다(성선설)라는 점을 궁구했다. “임금의 푸줏간에는 살진 고기가 가득하고, 임금의 마구간에는 살진 말이 가득한데, 백성들에게는 굶주린 기색이 역력하고, 들판에는 굶어 죽은 시체가 널려 있다. 이것은 짐승을 몰아다 사람을 잡아먹는 것이다.” 이 문장은 『맹자』의 한 대목으로, 양(梁)나라 혜왕(惠王)을 만났을 때 맹자가 한 말이다. 맹자는 왜 당시 지배자와 백성들의 삶을 극명하게 대비했을까? 맹자가 살았던 전국시대는 이전보다 생산력이 수백 배 늘어난 풍요의 시대였지만 백성들의 삶은 나아지기는커녕 생존을 유지하기도 어려웠다. 이런 시대에 맹자는 여러 나라의 임금들을 찾아다니며 백성을 사랑하는 정치인 왕도를 권고하고 혁명을 경고하고 성선설을 주장했다.

왕도정치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부터 보살피는 정치다. 혁명이란 무엇인가? 앞서 언급한 대로 맹자는 “백성이 가장 중요하고, 나라가 그 다음이고, 임금은 가장 가벼운 존재다. 임금이 나라를 위태롭게 하면 임금을 바꾸고, 사직이 제 역할을 못하면 사직을 갈아엎는다”고 했다. 임금답지 못한 임금을 갈아치우는 것이 혁명이다. 이 세상에 통치자와 나라가 있는 이유는 오직 백성을 살리기 위해서일 뿐이라는 단호한 목소리가 들린다. 혼란의 시대,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맹자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모든 사람의 본성은 착하다는 성선설을 주장했다. 사람이라면 누구나 남에게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지닌다는 것이다.

 

 

강렬한 시대정신이 있으며, 세상을 향한 뜨거운 열정을 담고,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흔들리지 않는, 깊은 신뢰를 느낄 수 있는 책이 『맹자』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이 책은 1장 「왕도와 혁명과 성선의 사상가, 맹자」에서는 맹자의 삶과 사상, 그리고 시대 배경에 대해 알아본다. 그리고 그가 유가 사상의 계승자일 뿐 아니라 그것을 집대성했고, 또 『맹자』가 어떤 과정을 거쳐 전 세계인이 읽고 있는 대표적 동양 고전이 되었는지 소개한다. 2장에서는 『맹자』를 본격적으로 읽으면서, 그의 사상의 핵심을 해설해준다. 마지막 3장에서는 맹자의 사유로 가는 이정표들로써 공자, 묵적, 노자, 순황, 사마천 등의 사상가들의 주요 책들을 교차하여 이해하도록 돕는다.

한국철학사상연구회는 『맹자』의 출간에 부쳐 책 추천사를 쓴다. “왜 오늘, 또다시 고전이며 클래식인가?”를 통해 "동서고금의 사상가들이 고심해 쓴 글들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며 깊은 울림과 성찰을 주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EBS 오늘 읽는 클래식〉시리즈는 동서양 철학 고전을 쉽고 입체적으로 읽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이자 동반자이다. 자칫 사상의 숲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는 독자에게 저자는 방향을 찾아주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징검다리를 제공한다. 동서양 고전을 오늘 재음미해서 차분히 읽다 보면 독자는 어느덧 새로운 길을 발견할 것이다. 이러한 클래식 읽기는 스스로 묻고 사유하고 대답하는 소중한 열쇠가 된다. 고전을 통한 인문학적 지혜는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준다고 설명한다.

 


 

이 책은 EBS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 가운데 '동양철학편'이다. 이 시리즈는 독자들에게 성선의 사상가 맹자와, 성악의 사상가 순자를 필두로 동양의 대표 고전이자 전 세계인의 필독서를 차례로 선보인다. 독자들은 공자의 『논어』, 『대학·중용』, 노자의 『도덕경』 등 동양 사상의 이정표들을 만날 수 있으며 한층 심오한 사상을 배우고 더 나아가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 동양의 유가 사상과 도가의 사상은 그 해석의 다채로움만큼이나 현대에 미치는 영향력의 폭도 넓다. 도덕철학이면서도 정치철학이고, 존재론이면서도 자연철학이다. 특히 전쟁이 휩쓸던 시대에, 세상이 혼란한 까닭은 무엇인가를 물었던 옛 사상가들의 열정과 고투는, 현대인의 가슴에도 큰 울림을 던져주고 있다. 공자, 맹자, 순자, 노자를 발판 삼아 자신만의 철학하기에 도전해보는 것은 우리의 사상의 폭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오늘 읽는 클래식〉 시리즈는 그동안 공자, 노자, 맹자에서 플라톤, 토머스 모어, 로크, 애덤 스미스 그리고 비트겐슈타인, 질 들뢰즈, 슬라보예 지젝 등 현대 철학까지. 동서양과 현대철학의 대장정을 EBS가에 차곡차곡 담아냈다. 철학에 관심이 많아 서점을 기웃거리지만 ‘다이제스트 철학 서적’에 만족하지 못하는 독자, 인문 고전을 읽고 싶지만 ‘원전’이라는 큰 벽에 엄두를 못 냈던 독자, 철학책은 좋지만 무겁고 부담스러워 선뜻 책장에서 꺼내지 못했던 독자까지. 철학적 지식의 깊이와 현대적 의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은 학생부터 성인 독자들이 지금 바로 펼치고 싶으리라.

 


 

현대의 전쟁은 더욱 참혹해졌다. 가장 현저한 차이는 민간인 대량 학살이 많아졌다는 점이다. 그 이전의 전쟁은 주로 군인과 군인의 전투였지만 제2차 세계대전부터는 상황이 달라졌다. 군인, 민간인을 막론하고 무차별 살상이 일어났다. 그 때문에 제2차 세계대전은 역사상 가장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 전쟁으로 기록되었다. 이후 상황도 나아진 것이 없다. 냉전체제가 종식되고 세계에 평화가 찾아오는가 했더니 지역 분쟁이 격화되어 또다시 민간인이 대량으로 학살되고 있다. 보스니아와 르완다, 그리고 최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도 민간인희생자의 수가 날로 늘어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는 송양공의 어진 마음씨, 아니 맹자의 원칙주의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p.127)

 

『맹자』와 함께 『논어』를 읽어야 하는 이유는 맹자가 스스로 공자의 계승자를 자처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맹자 사상의 많은 부분이 공자의 사상을 발전시킨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공자는 명분론을 주장했고 맹자는 혁명론을 주장했기 때문에 상반된 정치론을 주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둘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니다. 공자의 덕치론을 발전시킨 것이 맹자의 왕도정치론인 것처럼, 공자의 명분론을 발전시킨 것이 맹자의 혁명론이기 때문이다.(p.182)

 


 

저자 : 전호근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맹유학과 조선 성리학을 전공했고, 16세기 조선 성리학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칼리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저서로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사람의 씨앗』 『한국철학사』 『장자강의』 『대학강의』 등을 출간했고, 은사이신 안병주 선생과 함께 『역주 장자』(전4권)를 펴낸 바 있다. 아내와 더불어 『공자 지하철을 타다』를 쓰고, 아이들을 위해 『열네 살에 읽는 사기열전』을 썼다. 또 『고전함께읽기, 논어』 『번역된 철학 착종된 근대』(공저) 『강좌한국철학』(공저) 『논쟁으로 보는 한국철학』(공저) 『동양철학산책』(공저) 『동서양고전의 이해』(공저) 『유학, 시대와 통하다』(공저) 『철학자가 사랑한 그림』(공저) 등을 펴냈다.

 

기획 : 한국철학사상연구회

자기 성찰과 실천적 모색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를 지향하는 철학 연구자들의 모임으로 1989년에 창립했다. ‘이념’과 ‘세대’를 아우르는 진보적 철학의 문제를 고민하며, 좁은 아카데미즘에 빠지지 않고 현실과 결합된 의미 있는 문제들을 통해 철학의 대중화에 앞장서고자 한다.

펴낸 책으로『아주 오래된 질문들』 『처음 읽는 한국 현대철학』 『망각과 기억의 변증법』 『세상의 붕괴에 대처하는 우리들의 자세』 『다시 쓰는 서양 근대철학사』 『다시 쓰는 맑스주의 사상사』 『철학자의 서재』 『청춘의 고전』 『철학, 문화를 읽다』 『철학, 삶을 묻다』 『철학 대사전』 등 다수가 있으며, 매년 네 차례에 걸쳐 학술지 『시대와 철학』을 발간하며 대중 웹진인 《?시대와 철학》을 운영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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