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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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을 단기간, 즉 일주일이나 한달 내에 읽고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사회학 책이기도 하고, 법의학서, 심리학서, 정신의학서, 범죄수사학서, 철학서, 신경심리학서 등 많은 학문이 혼합되고 분석되고 하나의 사실로 체계를 굳혀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떤 이론을 설명하는 책도 아니고, 저자의 30년 경험의 법의학 심리학자로서의 활동, 정신의학적 판단에 따른 법정 증언과 철학적 사색, 그리고 범죄자와의 대화를 통한 심리 분석 등을 토대로 끔찍한 범죄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정신 상태를 분석해내는 방법을 담은 논저에 해당된다.

어쩌면 가설에 불과할지, 아니면 이 분야의 독보적인 이론서로 평가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레티에리는 30년 동안 1,000건 이상의 끔찍한 범죄를 조사한 미국의 저명한 법의학 심리분석가이다. 저자는 법원이나 변호사의 요청으로 끔찍한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감정, 곧 충동과 광기의 심연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편집증, 우울증, 종교적 망상, 스트레스, 애정결핍, 상실감, 정신 장애, 성격 장애 등이 개인의 삶 속에서 거부되고 억압되어 있다 끝내 충동과 광기로 분출되어 끔찍한 범죄로 나타나는 모습을 맞닥뜨릴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독자들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함께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형사법 체계에서 벌어지는 법 집행자들의 범죄와 ‘침묵의 벽’이라는 왜곡된 하위 문화, 여성에게 더 가혹한 사법 체계의 어두운 그늘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서문 「시작하면서」를 통해 저자가 법의학 심리학자라는 생소한 분야에 발을 디디게 된 이유부터 설명한다. "처음부터 내가 법의학 심리학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뉴욕 시립대학에 다닐 때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쓴 『문명과 불만』의 어느 한 부분을 읽으면서 불씨가 생겨난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그 순간 정말로 넋이 나갔다. 『문명과 불만』에서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이 충동과 억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둘 사이의 불안정한 타협을 통해서 '공손함'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나는 전통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제력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주장은 달랐다. 프로이트는 '예의' 또는 '공손함'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공동체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예의 또는 공손함'은 충동과 욕망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불안을 참고 견디려는 개인의 적극적인 의지라고 주장했다. 처음에 나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정확히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깊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프로이트의 주장을 뭔가 안다고 생각했으나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기증이 났다." 솔직한 고백과 함께 프로이트와 그의 저서 『문명과 불만』에서 자신의 학문과 경험의 시작이라고 토로한다.

 


 

이후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가 어떻게 범죄 행위를 일으키는지 직접 지켜보았다. 자제력과 예의를 잃은 피고인의 깊은 내면도 범죄심리학으로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초적 감정이 만연하고,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형사사법 체계는 인간 본성의 전체 스팩트럼을 탐구할 수 있는 배양접시 역할을 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인간의 건강하면서도 파괴적인 힘의 원동력으로 '다이모닉(daimonic)'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조사한 보고서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의 상태는 어떠했는지도 공유하기로 한다. 또 법의학 심리학자일 뿐 아니라, 정신분석가로 훈련도 받았기 때문에 법의학의 관점에서 범죄를 평가하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고, 아울러 정신분석가로서 환자의 내면세계에 공감하며, 행동의 이면에 놓인 동기와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말한다. 범행 순간에 피고인의 정신 상태가 어떠했는지, 곧 그가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법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의학 심리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경험으로 검증된 진단검사와 같은 도구와 함께, 정신분석학적 해석은 피고인의 독특하고 섬세한 심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법의학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검사·판사 등 사법 전문가와 법의학 전문가가 마주하는 윤리적인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객관성이나 정의감 같은 직업의식이 개인적인 성향이나 이해관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범죄심리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불완전한 본성과 법적·도덕적 결정을 둘러싼 갈등도 깊게 파헤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신경과학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작업을 해나갈 것임을 밝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때때로 피고인과 보통의 정신분석 환자를 비교할 것이며, 이런 비교를 통해서 양쪽 다 정서적 갈등과 원초적 감정이 폭넓게 나타나지만, 일단 가슴 아픈 비극이 발생하면 형사소송 절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만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어떤 사람에게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을 만들 힘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만들 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본성이고 본성에서 비롯된 힘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저자는 이 두 극단 사이의 거리는 가깝고, 경계도 쉽게 허물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 1부에서는 '다이모닉' 개념을 소개한다. 다이모닉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으로 잔혹함과 숭고함이 함께 준재하는 역설적인 잠재력이다. 여기에서는 독자들에게 다이모닉의 심리적 발달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 내용은 일련의 사건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장마다 특징적인 사건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전문가로서 결론에 도달한 법의학적 절차를 설명한다. 예컨대, 6장에 등장하는 냉혹한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카리스마 넘치는 랜들을 조사한 과정과 그의 악랄함을 알게 되었을 때 저자에게 나타난 감정적 반응 같은 것이다.

피고인과 사법 전문가를 통해서 알게 된 풍부한 인간 본성과 그로부터 비롯된 분노·기만·체면 등도 폭넓게 살펴본다. 곧 폭력 범죄가 발생한 상황을 살펴보면서, 검사가 무죄 정보를 숨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도 함께 다루었다. 예민한 수용자에게 사설 정신병원보다 훨씬 더 동정적인 교도소 정신건강 부서도 빼놓지 않는다. 3부에서는 잔혹함이나 숭고함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다이모닉의 본질적 특성을 다루었다. 발달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신경과학의 새로운 성과에 비추어보면 인간 본성의 합리성에 기초한 법률 체계가 때로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한다. 나아가 형사사법 제도가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방향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인간의 본성」, 「충동과 광기」, 「정의롭지 않은 인간의 본성」이란 제목으로 구성됐다. 각 부에는 2개, 8개, 3개의 챕터로 각각 구분돼 인간의 '본성과 본능'부터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까지 13개의 챕터에서 살펴본다. 이 과정에 독자는 하나의 재밌는 숙제를 떠안았다. 바로 각 챕터마다 가장 앞, 제목 밑에 우리가 흔히 명언, 명구로 알려진 위인들의 문장을 하나씩 접할 수 있다. 이 문장들은 각 챕터의 주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독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혹시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관심을 갖고 살펴볼 분들이 있기를 바라면서 여기에 적어본다.

 

01. 인간의 본성과 본능

사람처럼 굴곡진 나무로는 어떤 것도 똑바로 지을 수 없다. - 이마누엘 칸트

02. 과거의 삶이 현재를 규정한다

과거는 절대 죽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도 아니다. - 윌리엄 포크너

03. 눈을 멀게 한 유대 관계

어떤 이들은 그저 평범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는 사실을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 알베르 카뮈

04. 여성 살인자

연인의 증오는 연인의 사랑보다 강하다. 서로에게 증오의 상처는 치료되지 않는다. - 에우리피데스

05. 종교적 망상

공포는 가면을 벗는 것이다. - 로버트 블록, 영화 〈사이코〉의 원작자

06. 매력적인 악마, 사이코패스

초자연적인 악의 근원을 믿을 필요는 없다. 인간만이 모든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 조지프 콘래드

07.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폭발

친정으로 사악한 모든 것은 순수함에서 시작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08. 친부모의 영아살해

나는 슬픔으로 만들어진 여자다. -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09. 성도착과 성폭력

하나의 죄악이 또 다른 죄악을 자극하는구나. 살인은 연기의 불꽃처럼 욕정에 가깝다. - 셰익스피어 〈페리클레스〉

10. 청소년 범죄인가, 성인 범죄인가

본질적으로 몽둥이로 바뀐 작은 나무에서 잎이 돋아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 마르틴 부버

11. 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식물은 자신에 관해 식물학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한스 켈젠

12.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여기에 이유 따윈 없어 - 아우슈비츠의 경비원이 프리모 레비에게 한 말

13.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영혼 안에 혼돈이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마누엘 칸트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그런데 (이 장 첫머리의 인용문에서도 확인되는) 인간 본성의 불가피한 비뚤어짐을 꿰뚫는 그의 통찰은 무척 역설적이다. 어쩌면 인간의 전반적인 경험을 심리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칸트가 말한 인간의 비뚤어짐을 예방하는 해독제가 될 것이다."(p.25)

 

저자 : 리처드 레티에리(RICHARD LETTIERI, PHD)

법의학 신경심리학자 및 심리분석가로서 약 30년 동안 개인의 심리 치료뿐 아니라 형사 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했다. 전문가 증인의 역할은 범죄자의 정신이상 여부, 범행 시점의 정신 상태, 그리고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정신 상태인지 조사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채프먼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심리분석 뉴센터, 페퍼다인 대학의 석사 및 박사 과정의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와 샌버나디노 카운티(SAN BERNARDINO COUNTY) 고등법원 전문가 증인 위원이며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미국 신경심리학회(NATIONAL ACADEMY OF NEUROPSYCHOLOGY), 심리과학협회(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미국 심리학 법학회(AMERICAN PSYCHOLOGY-LAW SOCIETY), 새로운 정신분석센터(NEW CENTER FOR PSYCHOANALYSIS) 회원을 역임하고 있다.

 

역자 : 변익상

한국코치협회에서 인증한 KPC로 청소년과 성인에게 라이프 코치(LIFE COACH)로 청소년과 학부모의 성장과 성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 위촉 보호관찰위원을 맡고 있으며 공저로 〈코치 100% 활용하는 법 : 코칭을 만난 당신에게〉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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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 - 처음 만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
레슬리 컨 지음, 황가한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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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여자'는 뗄레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를 이룬다. 이 책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도시와 여자가 불가분의 관계라는 전제로부터 시작한다. 역사상 여자들은 늘 현대도시의 문제로 간주되어 왔다. 산업혁명기에 유럽의 도시들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서로 다른 계급의 사람들과 이민자들이 거리에서 마구 뒤섞이게 되었다고 저자 레슬리 컨은 말한다.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사회 규범 가운데 엄격한 계급 구분과 딱딱한 예법은 지체 높은 백인 여자의 순수성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으나 도시에서 여성과 남성, 여성과 우글거리는 군중 간의 접촉이 증가함에 따라 이 예법은 무너지기 시작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빅토리아 시대 '런던'이라는 '논쟁적 지역'은, 특히 안전 및 성폭력과 관련된 논의에서, 여자들도 '대중의 일부가 될' 여지를 마련해 줬다고 역사가 주디스 윌코위츠를 인용, 저자는 말한다. 이 혼란스러운 과도기가 의미하는 바는, 겉모습만으로는 계급을 구분하기가 점점 어려워져서 거리를 지나가던 숙녀가 최악의 모욕을 당할 가능성, 즉 '매춘부'로 오인받을 위험이 생겼다는 것이다. 어떤 여자들은 도시의 어수선한 무질서로부터 보호받아야 했던 반면, 어떤 여자들은 통제되거나 재교육받거나 추방당해야 했다. 도시 생활에 대한 관심 증가에 따라 점점 가시화된 노동 계급의 실태를 중산층이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저자의 이 주장은 이 책의 서문(들어가며)의 제목 「남자들의 도시」 '도시는 콘크리트로 쓴 가부장제다'란 표현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프리드리히 엥겔스의 표현에 따르면 공장이나 일반 가정에서 일하기 위해 도시로 이주함으로써, 집 안의 질서를 '전복' 하는 여자들보다 비난하기 쉬운 대상이 또 어디 있겠는가. 여자들이 유급 노동에 참여하기 시작하자 그들에게는 약간의 독립성이 생겼지만 자기 가정의 가사에 할애하는 시간은 당연히 줄어들었다. 그 결과 가난한 여자들은 실패한 주부로 묘사되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들이 자기 집을 깨끗하게 유지하지 못한다는 사실은 노동 계급의 '풍기문란'이라고 비난받았다. 이 풍기문란은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에서 여러 가지 문제 행동으로 나타났고 이 모든 것은 대단히 부자연스러운 현상으로 간주되었다.

여성의 순수성 및 청결에 관한, 빅토리아 시대의 다소 과장된 공포가 어느 정도 감소한 것은 사실이지만 현대까지도 여자들의 도시 경험은 여전히 물리적, 사회적, 경제적, 상징적 장벽에 가로막히는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청결하지 못한 공중화장실은 여자들을 백화점 화장실로 향하게 한다. 스타벅스 화장실을 이용하기 위해 커피 한 잔을 사야 할 때도 있다. 축구장, 농구장은 소년들을 상정한 공간이다. 중산층 여성들을 위한 도시 환경은 편리하지만 성평등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 격차에 따른, 여성들 간의 불평등을 심화한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도시에 숨어 있는 성 편향성을 드러내며 차별 없는 공정한 도시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5개 항으로 나눠 논의하는 책이다. 페미니스트 지리학은 성차별주의가 지표(地表)에서 어떻게 기능하는지를 이해하는 학문이다. 도시 계획, 교통, 주택 등의 분야에서 젠더와 형평성 자문 활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자인 저자 레슬리 컨은, 남성 중심의 도시가 여성의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자신이 겪은 도시 생활 경험과 함께 풀어낸다. 이 책은 공중화장실, 돌봄 시설, 여성 안전 등 여성을 고려하지 않은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도시에서 여성을 바라보는 시선, 여성의 활동을 제한하는 도시 계획, 도시가 여성에 대한 폭력에 대응하는 방식 등 도시에 만연한 가부장적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또한 중산층 백인 여성에 편향되지 않도록, 젠트리피케이션(구시가지의 낙후 지역이 재개발을 통해 가치가 상승하면서 원주민들이 밀려나는 현상)으로 인해 교외로 내몰리거나 도시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저소득층 여성, 강한 차별적 시선을 받는 흑인 여성,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 등에도 관심을 기울인다. 애초에 도시 계획의 '표준 인간'에 여성은 없었다. 남자들은 여성들이 느끼는 두려움과 불편함, 차별이라는 장벽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도시는 남성의 경험을 '표준'으로 삼아, 남성에 의해 설계되어 왔기 때문이다. 여성이 원하는 도시의 모습은 무엇인가? 이 책은 여성 친화적 도시 건설을 위한 친근한 안내서가 되어 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도시 환경에 새겨진 성 편향성과 그런 도시 환경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을 보여 준다. 도시 계획에서 여성의 경험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다. 여자들은 용변을 보는 데 오래 걸리고, 생리 중에 해결할 것이 많다. 아이의 배변을 도우러 같은 칸에 들어가야 할 때도 있고, 때로는 급하게 기저귀를 갈거나 수유를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나 공중화장실은 칸이 좁고, 여성들이 원하는 만큼 위생적이지 않다. 화장실은, 여자들이 백화점이나 커피숍으로 향하는 이유 중 하나다. 또한 국공립 어린이집이 부족해 대기자가 터무니없이 긴 것은 소득 격차에 따른 여성 차별을 야기한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중산층 여성은 당장 저소득층의 보모를 고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택 정책은 독신, 결혼 가정, 핵가족, 노인 부부 등 '전형적인' 가정 모델을 따르는 경우가 많다. 친구와 부동산을 공동 소유 하는 것은 흔치 않은 데다 문제의 소지가 크다. 그러나 전통적인 가부장제에 따른 가정 형태가 규범으로 차지하는 비중이 급속히 줄어들고 있다면 타인과 관계 맺는 다양한 방식도 정책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주거, 운전, 육아, 노인 돌봄, 간호 등 여성이 필수적인 일들을 서로 의지해 공동으로 수행하고자 한다면 이를 뒷받침하는 인프라를 갖추는 것은 경제적 관점에서도 충분히 투자 가치가 있다.

 


 

이 책은 이와 함께 도시 인프라뿐 아니라, 여성을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살핀다. 10대 소녀들이 쇼핑몰 푸트 코트를 점령하거나 다 같이 화장실 가는 것을 시시하고 유치하다고 여기거나, 대중 매체에서 여자들의 우정을 시기와 질투로 그려내는 것은 여자들이 합심해 우정의 힘으로 세상과 자신들을 바꾸는 것을 막는다. 도시를 바꾸고자 의견을 표출하는 시위 현장에서조차 성 편향성이 발견된다. 남자들은 카리스마와 비전이 있는 공식 지도자가 되는 반면, 여성 지도자들은 곧잘 언론 매체에 무시당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다루는 방식에서도 여성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우 가정이나 직장 같은 사적 공간이나 지인에게 폭력을 당할 가능성이 훨씬 높다는 데이터가 충분히 모였음에도, 도시는 가정 폭력, 지인에 의한 성폭행, 근친상간, 아동 학대 등은 예외적인 것처럼 평소에 관심이 매우 적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으로서 자신이 어떤 경험을 하는지, 자신의 몸이 도시 속에서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를 탐구한다. 컨은 거듭 우리가 몸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으로써 도시에서 실제로 자신이 어떤 성 차별을 겪는지, 도시 계획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야 공감을 얻을 수 있고, 거기서부터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여성으로서의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에서, 성별과 페미니즘과 도시 생활에 관한 대화를 나누고, 도시를 변화시킬 방법을 스스로 찾게 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여성 친화적 도시를 실현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해 세심하게 접근한다. 컨은 백인 여성인 자신의 안전 욕구가 유색인 동네의 순찰을 강화하지는 않는지, 유모차 출입에 대한 욕구가 장애인 및 노인의 욕구와 연대할 수 있는가를 질문해야 한다고 말한다. 중산층 여성이 사는 동네에는 깨끗한 공원, 카페, 서점, 유기능 식품점 등이 생겨나기 시작하는데, 이는 언뜻 여성을 위한 변화 같지만 오히려 저소득층 여성을 소외시킨다는 점을 짚어 낸다. 젠트리피케이션이 가져온 중산층에 한정된 이득은 남녀 분업에 기여하지 않는다. 그밖에 이 책은 흑인 여성, 유색인 여성, 장애인 여성, 레즈비언이 겪는 차별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인다. 흑인 여성은 심각한 인종 차별을 겪기도 하며, 직장에서 먼 곳에 떨어져 사는 유색인 엄마는 가사 노동과 유급 노동을 힘들게 병행해야 한다. 장애인 여성은 신체적 학대와 성폭력에 취약하며, 레즈비언 커플은 게이 동네에서조차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공간을 찾기 어렵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가? 컨은 도시 계획, 정치, 건축에 폭넓은 실제 경험을 가진 대표들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성 주류화, 즉 여성이 사회의 주류 영역에 참여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는 모든 계획과 예산 결정이 성평등이라는 목표에서 출발해야 함을 의미한다. 세계 곳곳은 도시 계획에 젠더 관점을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성 주류화가 기존의 성 역할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컨은 서울시가 직장 여성이 통근길에 겪는 불편을 줄이기 위해 하이힐 굽이 끼지 않는 보도블록, 여성 전용 주차장 등에는 신경 쓰지만, 가사 노동이나 돌봄 노동에서 나타나는 남녀 간 불균형을 개선하려는 노력은 별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물리적 환경의 변화뿐 아니라, 여성들의 연대를 강조한다. 집에서, 거리에서, 화장실에서, 직장에서, 학교에서 안전하다고 느끼고 싶은 사람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다. 여성의 연대는 유급 노동, 돌봄 노동, 사회적 재생산을 새롭게 조직할 방법에 대해 소통하는 것을 활성화한다. 다양한 인종과 계층의 여성이 겪는 문제와 다양한 도시 생황은 우리와 무관하지 않다. 우리 사회가 유색인 여성을 차별하고 있을 수도 있고, 우리가 해외 도시를 방문하거나 거주할 때 차별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배타적이지 않다. 여성 친화적 도시는 나이, 질병, 장애, 인종, 계급, 성적 지향 사이에 장벽을 허문다. 여성 친화적 도시를 어떤 모습으로 만들어 갈 것인가? 이 책을 통해 여성이 연대할 수 있는 지점을 발견하며 여성 친화적 도시를 실현할 방안을 함께 모색할 수 있을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저자 : 레슬리 컨(LESLIE KERN)

차별 없는 미래 도시 환경을 제시하는 페미니스트 지리학자. 1975년생으로, 2002년 토론토 대학교 온타리오 교육 연구소OISE에서 사회학 석사 학위를, 2008년 요크 대학교에서 여성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2014년에는 네브래스카 대학교에서 페미니스트 지리학 콘퍼런스를 조직했으며 2015년 풀브라이트 재단의 지원을 받아 조지아 케네소 주립 대학교 방문 교수를 지냈다. 현재 마운트 앨리스 대학교 지리환경학과 부교수로서 도시 사회 지리학, 젠더와 도시, 젠더와 인종 및 환경 정의에 관한 과정을 가르치고 있으며, 대학교 내 여성 및 젠더 연구 프로그램을 이끌고 있다. 주된 연구 주제는 젠더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도시 계획, 교통, 주택, 공적 공간, 안전 설계 분야에서 젠더와 형평성 자문을 하는 그녀는 2020년 로스앤젤레스 공평한 공간 프로젝트, 2021년 뉴욕 시민 주택 계획 위원회, 바르셀로나 산츠 기차역 재건설, LA 메트로 젠더 행동 프로젝트 등에 참여했다. 『로이터』, 『가디언』 등에 칼럼을 기고한 바 있으며, 블로그와 트위터, 라디오, 팟캐스트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여자를 위한 도시는 없다』는 독일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로 번역되었다. 그 외에 『성(性)과 도시 재활성화SEX AND THE REVITALIZED CITY: GENDER, CONDOMINIUM DEVELOPMENT, AND URBAN CITIZENSHIP』를 썼다.

 

역자 : 황가한

서울대학교에서 불어불문학과 언론정보학을 복수 전공한 후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근무했으며 이화여자대학교 통역번역대학원에서 한영번역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옮긴 책으로 『보이지 않는 여자들』, 『현대적 사랑의 박물관』, 『보라색 히비스커스』(2019년 올해의 청소년 교양 도서), 『아메리카나』, 『제로 K』, 『사랑 항목을 참조하라』(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엄마는 페미니스트』 등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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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일러스트 비법 - 그림이 확 달라지는 아이디어 65
다무라 게이이치.야마구치 마리코 지음, 강지은 옮김 / 지금이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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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 디자인 연구소의 귀여운 캐릭터들과 함께 그림을 보며 직관적으로 배우는 일러스트 비법은 초보자들에게도 텍스트로 사용하기 적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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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배우는 일러스트 비법 - 그림이 확 달라지는 아이디어 65
다무라 게이이치.야마구치 마리코 지음, 강지은 옮김 / 지금이책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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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어렸을 때부터 그림에 관심이 많았다. 초등학교 선생님으로부터 "그림을 잘 그린다"는 칭찬을 들은 후부터다. 미술대회에서 입상한 적도 있다.(비록 작은 대회지만)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그림 공부를 하지 않고 중학교부터는 교과서 이외의 미술책을 보지 않고 지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늘 그림에 대한 동경이 있었던 것 같다. 우연히 그린 만화 주인공 그림을 본 친구에게서 "너 만화 그려도 되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잠시 그림에 대한 향수가 되살아 났으나 당장 입시 공부를 하기 위해선 그림과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림과는 완전히 멀어지고 말았다. 이후 국내에서 유명한 화가(프랑스 궁정화가 전시회, 샤갈 전시회 등 여러 전시회를 직접 보러 다닌 적은 있지만 크게 감동되거나 열심히 관람을 할 수 없었다. 오랫동안 그림을 멀리 한 때문인지 감흥이 제대로 일지 않았다. 그림 감상법도 모르니 세계적인 거장의 그림이다 할지라도 제대로 감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이 책 『쉽게 배우는 일러스트 비법』이 눈에 띄었다. 자신감보다는 노후 취미로도 괜찮을 듯 싶었다. 특히 외국 여행 등에서의 천편일률적인 사진보다는 스케치나 드로잉, 일러스트 등으로 가벼운 채색을 더해 감동을 남기는 것을 생각하던 차였다.

 


 

이 책은 일러스트를 쉽게 잘 그리기 위해 기초부터 제대로 가르치는 책이다. 그래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었다. 더욱이 일러스트는 컴퓨터 작업으로도 가능해(물론 AI를 이용해 거장의 그림도 가능한 세상이라지만) ' 그림 그리기'는 더 발전하는 산업으로 이미 예정되어 있지 않은가?란 생각도 들었다. 컴퓨터를 잘 만지지는 못하지만 배워서 못할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림을 그리다 보면 누구나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있다. 머릿속에 있는 아이디어가 뜻대로 표현되지 않을 때 뭐가 문제인지 객관적인 조언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책의 저자도 독자들이, 초보자들이 무엇을 궁금해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요령 있게 잘 풀어 써놓았다. 즉 이 책은 '쉽게 배우는 일러스트 비법'이란 제목에 딱 맞는 책이다. 단순히 그림 그리는 법만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한 권의 책에 스토리텔링을 담아 독자들의 흥미를 더 끌어들이고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써놓은 책이다. 관심이 있거나 초보자라면 누구나 쉽게 빠져들어 목적을 달성할 수 있도록 잘 만든 책임에 틀림없다.

 


 

이 책은 두 분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일러스트 디자인 연구소'의

'애플 교수'에게 배우는

제자들이 대화식으로 구성돼 있다. 애플 교수는 제자들에게 실용적인 팁을 안내하며

실제 사례를 분석하는 형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이론이 아니라 실제 그림을 통해

한눈에 곧장 요점을 파악할 수 있다. 또한 기본 아이디어와 테크닉은

그림을 그리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실전에서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으므로,

그림 초보자든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든, 아날로그 재료로 그리든 디지털 도구로 그리든,

누구나 고민 중인 문제를 해결할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크게 구도, 형태, 질감, 색, 모티브, 연출의 6개 챕터로 구성되었다.

각 챕터마다 즐겨 활용할 수 있는 팁이 6~18개 소개되고 팁의 개요 설명과 함께

실제 그림이 샘플로 실려 있다. 모두 합쳐 65개의 항목이다.

하나 하나 즐겨 그려보면 누구든지 쉽게 다가갈 수 있으리라 독자는 믿는다.

또 각 항목마다 Good/Bad, Before/After를 나란히 배치해,

보완하면 좋을 점이 무엇인지 설명한 다음 실제로 수정된 그림과 비교하면서 개선된 부분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으며, 필요한 경우

예시를 추가했다. 총 65개 팁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어 관련 내용 및 

함께 사용하면 좋은 팁을

일목요연하게 살필 수 있으며,

그림 장르나 화풍에 구애받지 않고 두루 적용할 수 있다.

 


 

저자 다무라 게이이치와 야마구치 마리코에 따르면

그림이 더 나은 단계로 나아가는 데는 다른 사람들의 피드백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

지만 그림이 난관에 부딪힐 때마다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럴 때 이 책은 중요한 가이드가 되어주며, 자신의 그림을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익숙한 습관에서 벗어나게 해준다. 예를 들면, 경직된 포즈나 잘못 설정된 무게중심이

리얼리티를 떨어뜨리지는 않는지, 캐릭터의 성격에 걸맞은 헤어스타일이나 

패션은 무엇인지,

앞모습이나 옆모습과 뒷모습은 각각 어떤 효과를 자아내는지, 어떤 경우에 생략하고

어떤 경우에 자세히 묘사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설명은 자신의 그림에서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냉정하게 살펴보게 해준다. 심플하고 귀여운 

캐릭터들이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프로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직접 시행착오를 거치며 얻은 깨달음을

정리한 만큼 그 깊이는 얕지 않다.

물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창작자의 의도이니 그림으로

무엇을 전하고 싶은지 숙고하는 것이 우선이지만,

수시로 이 책을 펼쳐 참고한다면 더 나은 일러스트를 완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 : 다무라 게이이치

DOOO INC.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일러스트레이터(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할 때는 필명 ‘란 와카바’를 사용),

주식회사 DOOO INC. 대표. 미술학교 강사로 약 15년 동안 연간 100여 명의 학생을

지도한 경력이 있다. 이 책의 본문을 주로 담당했다.

 

저자 : 야마구치 마리코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 2007년부터 기업에서 디자이너ㆍ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했고,

2011년에 OPPO DESIGN을 설립했다. 미술학교 강사로 연간 100여 명의 학생을

지도한 경력이 있다. 이 책의 일러스트를 맡았다.

 

역자 : 강지은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과를 졸업하고 통역, 번역, 출강 등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현재 소통인人공감에서 번역가로 활동 중이기도 하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딸을 위해 이번 책을 번역했다.

옮긴 책으로는 오노 마리의 《영국 왕실의 자녀교육》, 혼다 켄의 

《운을 불러오는 49가지 말》,

고바야시 히로유키의 《일류가 되기 위한 컨디션 조절 습관》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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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 - 유튜브 채널 수다몽이 들려주는 사랑과 욕망의 세계사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시리즈
수다몽 지음 / 북스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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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가 아는 '세계사를 뒤흔든 사랑 이야기'라면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가장 최근의 영국 항태자비 '다이애나'의 이야기이다. 황태자비 다이애나는 결혼식부터 전 세계에 생중계되는 등 화려하고 '세기의 결혼'이란 말을 들었다. 물론 대부분 알고 있듯이 찰스 황태자의 '바람기'로 결국 이혼하고 다이애나는 프랑스에서 교통사고로 사망을 하는 등 비극으로 끝나고 말았고, 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또 하나는 에드워드 8세 이야기이다. 과거 사랑하는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 왕의 자리를 버린 남자다. 평소 모험심이 강한 자유로운 영혼이었다고 전해지는 윈저 공이 주인공이다. 할아버지였던 에드워드 7세와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왕자로 성장하고, 젊은 시절엔 해군에 입대해 참전하기도 했다.

1910년 할아버지였던 에드워드 7세가 사망하자 당시 에드워드 왕자였던 윈저 공도 훗날 아버지의 뒤를 이어 왕이 되기 위한 준비에 들어간다. 왕세자로서 당시 에드워드의 인기는 셀러브리티나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외모, 지위, 활발한 성격 탓에 가는 곳마다 주목을 받았다고. 그는 끊임없이 전 세계를 여행하며 사람들을 만났고, 물론 여자도 많이 만났다. 그 중에는 가끔 결혼한 여성도 포함되어 있었고, 에드워드 왕자의 사적인 행각이 멈추지 않자 왕실에서는 그가 왕위를 물려받는 것에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고도 전해진다. 심지어 그의 아버지 조지 5세는 “내가 죽으면 이 아이는 1년 안에 본인의 인생을 망칠 걸세”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하니 왕이 계승으로는 우려를 많이 주는 캐릭터였던 것. 이런 아버지의 우려가 사실이 된 걸까? 에드워드 왕자는 영국 왕실에서 절대 인정할 수 없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바로 미국 펜실베이니아 출신의 월리스 심슨. 그녀는 스무 살이 되던 해 해군 조종사 스펜서와 결혼한다. 10년 만에 첫 번째 결혼 생활을 정리하고 런던으로 건너와 다시 사업과 함께 심슨과의 재혼에 성공한다. 타고난 패션 감각과 세련된 태도를 지닌 심슨 부인은 남편의 재력을 바탕으로 단숨에 런던 사교계를 휘어잡는다. 그리고 한 파티에서 우연히 에드워드를 만나게 된다. 윈저 공은 당시 파란색 드레스를 입고 있던 심슨 부인에게 첫눈에 반하고, 첫눈에 호감이었던 이 둘. 하지만 당시 심슨부인은 말 그대로 '심슨'의 부인. 결혼한 상태였다. 친구를 가장해 '내 것인 듯 내 것 아닌 내 것 같은', 요즘말로 '썸'타는 관계를 이어가게 된다. 첫 만남에 호감을 가진 두 사람. 결국 깊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남편은 왕이 될 에드워드에게 고스란히 부인을 빼앗기게 된다.

두 번 이혼한 여자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왕세자. 지금이라면 상관없겠지만 당시 영국 왕실이 이를 순순히 받아들이겠는가? 에드워드와 심슨 부인의 사랑은 그의 가족들에게 엄청난 충격 그 자체였다. 하지만 왕세자는 이미 그녀에게 푹 빠졌고. 1936년 1월 아버지 조지 5세가 사망하자 곧바로 왕위를 이어받게 된 에드워드 8세. 본인에게 왕위 승계가 선포되는 장면을 지켜보고 있을 때조차, 그의 옆에는 아직 다른 남자의 부인이던 심슨이 함께 있었다고. 과연 이 둘은 왕실의 축하를 받으며 결혼에 성공했을까? 이미 알려진 대로, 결국 왕이었던 에드워드 8세는 왕실의 반대를 극복하지 못하고 협상까지 시도했지만 영국 내각과 정부, 교회, 가족들까지, 모두에게 거부당한다. 결국 즉위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1936년 12월 10일 동생 알버트 왕자에게 왕위를 물려준 채 퇴위를 결정한다.

 


 

이 책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에는 윈저 공 못지않은 사랑으로, 또 어떤 이는 악행으로 세계사를 흔든 사건이 담겨 있다. 동서양 합쳐 24개의 이야기가 기술되어 있다. 남자가 주인공인 경우도 있고, 여자가 주인공인 사례도 있다. 대부분은 사랑에 눈 멀고, 질투에 귀 먼 어리석은 '사랑놀음'이 많았지만 정치나 권력과 연결되어 비참한 최후를 맞이한 권력자도 많다. 이 책을 펴낸 출판사 측은 "역사는 특별할 것이 없다. 그저 지금의 인간보다 먼저 살다간 인간들의 이야기이다. 지금 이 순간도 몇 십 년, 몇 백 년, 몇 천 년 후에는 역사로 기록될 것이기에 지금을 더욱 소중히 하며 살아가자고 이야기한다.

역사를 이야기할 때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 속 사건이나 인물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평범한 삶을 누리지 못했다. 늘 사랑과 갈등, 야망과 권력 속에서 자신 또는 누군가를 위해 애썼다. 이 책에는 역사 속 다양한 이야기들,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내는 이야기에 관심이 많아서 역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인 저자 수다몽의 역사 수다를 담았다. 특히 세대를 막론하고 늘 관심사이기도 한 24가지의 ‘역사 속 스캔들, 사랑 이야기’를 담아내며 그들의 사랑이 세계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 다루었다. 현실은 더한 ‘막장’이라는 말처럼 충격적이고 놀라운 역사 속 사랑을 통해 역사적 흐름을 쉽고 재미있게 살펴보는 계기가 되고 현재를 살아가는 원동력이자 반면교사가 되기를 바란다."고 출간 이유를 밝힌다.

 


 

저자 수다몽은 우리가 흔히 접하는 세계사는 사건 중심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관점을 살짝 달리해보면 그 사건들에는 사람이 있다는 걸 깨닫게 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에 따르면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관심 가진 수다몽은 유튜브 채널 수다몽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의 이면에 담긴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부각시켰다. 그중 사랑이라는 주제는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이상의 이야기를 쏟아낸다. 『어쩌면 당신이 원했던 세계사를 흔든 사랑』을 통해 역사 속 인물들의 사랑과 스캔들이 어떻게 역사에 영향을 끼쳤는지 만나본다.

역사 속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일들로 인해 전쟁이 일어나기도 하고 왕위를 빼앗기거나 나라가 망하기도 한다. 현재의 상식으로는 결코 맺어질 수 없는 관계이지만 결혼을 하거나 사랑을 나누기도 한다. 역사 속 사건과 인물들의 행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충격적이고 자극적이며 막장일 때가 대부분이다. 절세미인으로 소문난 이웃 나라 왕비를 탐하거나 왕위를 지키고 나라를 보전하기 위해 삼촌이 조카와 결혼하거나 자식과 자식을 결혼시키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남성과 여성에 국한하지 않고 사랑을 갈구하기도 했으며, 욕망과 치정이 어우러진 불륜과 근친상간의 복잡한 관계도를 보고 있자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이 책에는 남편을 지독히 사랑하다 정신을 놓아버린 스페인의 후아나 여왕, 자신보다 스무 살이나 많은 아버지의 정부를 사랑한 프랑스의 국왕 앙리 2세, 무용수를 사랑해 국고를 탕진하고 강제 퇴위당할 뻔한 바이에른의 국왕 루트비히 1세, 다른 남자들과 끊임없이 바람을 피우며 자신을 괴롭힌 아내에게 수천 통의 편지를 보내며 애정을 갈구한 나폴레옹 1세 등 세계사를 흔든 사랑 이야기가 애절한 속내를 드러내며 적혀 있다.

 


 

책에 따르면 조선사에서 악녀로 평가받는 장희빈의 생애와 닮은 사람이 있다. 16세기 영국 튜더 왕조 두 번째 국왕인 헨리 8세와 얽힌 여인 앤 불린이다. 애초에 형수 캐서린과 결혼한 것부터 경악스럽지만, 왕비의 시녀 앤 불린과의 러브스토리는 더한다. 교황청에서 왕비 캐서린과의 이혼을 허락하지 않자 헨리 8세는 영국 국교회를 만들고, 종교개혁을 단행해버렸으니 사랑 때문에 영국의 종교사는 급변하게 된 셈이다. 당시 이혼 문제를 반대하고 앤 불린과의 결혼식에 오지 않았다며 반역죄로 사형시켜버린 이들이 많았는데 『유토피아』의 저자 토머스 모어가 이때 처형됐다고 한다.

앤 불린과의 사이에서 낳은 딸 엘리자베스는 이후 영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왕으로 평가받은 엘리자베스 1세로 등극했으니 앤 불린이라는 한 여자가 영국에 남긴 유산은 어마어마하한 셈이다. 헨리 8세의 불꽃 튀는 사랑의 감정이 어찌나 빠르게 솟구치고 사그라지는지 약 1,000일 동안 왕비였다고 처형 당한 앤 불린의 인생을 보면 종교개혁까지 하며 이룬 사랑을 지키지 못한 헨리 8세의 심정을 헤아리기가 쉽지 않다. 후대 엘리자베스 1세의 위업 덕분에 앤 불린의 평가는 악녀에서 신교의 성인으로 이미지가 바뀐다. 저자 수다몽은 장희빈의 아들 경종 역시 성군이 되었었다면 장희빈의 이미지도 다르게 평가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을 슬며시 남긴다.

마음에 품은 여자 때문에 폐위 위기에 처할 정도로 국고를 탕진한 왕의 사랑도 있다. 어떤 악명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감정을 가슴 깊이 품고 있었던 바이에른 왕국 루드비히 1세의 이야기이다. "당신은 나의 불행이 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오."라는 글귀가 애틋하게 다가온다. 또 죽음조차 갈라놓을 수 없는 영원불멸의 사랑을 한 왕도 있다. 14세기 포루투갈의 페드로 1세는 왕자 시절 만난 시녀 이네스와의 사랑을 모두가 반대하며 급기야 페드로가 사냥 간 사이 이네스를 처형해버리는 일이 생기자, 이네스의 시체를 왕비의 의자에 앉혀놓고 대관식을 치르는 복수를 한다. 이네스의 사형에 관련된 인물들을 화형에 처하고 도망간 이들도 끝끝내 잡아들인 페드로 1세는 이후 재혼도 하지 않은 채 이네스와의 사랑을 지킨다. 포르투갈에는 이들 러브스토리와 관련한 관광 명소도 있다는 게 저자의 귀띔이다.

 

 

세기의 로맨스는 동양에도 있었다. 현종과 양귀비의 이야기는 식상한 일이다.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 진시황은 자신이 가진 원초적 콤플렉스를 극복하지 못했고 잔인함을 드러냈다고 한다. 이런 콤플렉스의 근원에는 어머니 조희로 인해 출생부터 의심을 받아야 했다고. 조희를 이야기하려면 여불위 이야기를 해야 한다. 진시황은 여불위와 관련한 출생의 비밀이 있다. 여불위는 장사 수완이 뛰어난 거상이었고, 진나라와 초나라가 서로의 인질로 교환한 진나라 왕자 자초의 사람됨을 알아보았다. 그는 자초에게 후계자가 되도록 일을 꾸몄다. 자초는 여불위의 애첩 조희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하고 그녀를 데려가 결혼한다. 조희는 여불위의 아이를 임신한 채 자초와 결혼했고, 자초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르니 그가 진시황이었다. 그는 전설에 등장하는 ‘삼황오제’의 ‘황’과 ‘제’를 따서 ‘황제’로 칭했으며, ‘처음 시’를 붙여 스스로 ‘시황제’로 칭했다.

또 춘추시대 식나라의 군주 식후의 아내 식부인은 미모로 명성이 자자했다. 형부인 채애후는 식부인의 미모에 반해 식후에게 강한 질투심을 느꼈고 희롱하기까지 했다. 식후는 복수를 위해 초문왕을 동원해 채나라를 무너뜨린다. 초문왕은 식나라를 도와주었지만 식부인을 본후 그녀를 얻기 위해 모함을 꾸민다. 식부인이 자신을 선택하면 남편 식후를 살려주고 그렇지 않으면 죽이겠다고 협박한다. 식부인은 남편을 구하기 위해 초문왕의 제안을 수략했다. 졸지에 나라와 부인을 잃은 식후는 화병으로 죽고 말았다. 식부인은 초문왕과 결혼해 두 자녀를 낳았다. 이후 초문왕이 죽었을 때 그의 동생 자원도 식부인의 미모에 반해 집착으로 무너진다. 식부인의 미모는 그녀를 차지하기 위한 사람들의 사랑과 집착을 불러일으켜 불행한 결말로 이끌었다. 줄거리만 모자란 솜씨로 간추리다 보니 너무 건조한 스토리가 되었다. 독자들의 필독을 권한다.

 


 

"성직자라면 응당 결혼도 할 수 없고 자식도 없어야 하지만 로드리고(교황 알렉산데르 6세)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여색을 어지간히도 밝혔던 로드리고는 수많은 정부를 두었는데 그중 반노차 카티네이가 가장 오랫동안 관계를 지속했던 여인이었다. 반노차 카티네이는 세 번 정도 결혼을 했고, 로드리고의 정부로 지내는 동안에도 공식적으로는 남편이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낳은 네 명의 아이들 체사레, 후안, 루크레치아, 호프레는 로드리고의 아이들이다. 로드리고는 1492년 8월 엄청난 물밑 작업 끝에 교황 알렉산데르 6세가 된다. 알렉산드르 6세는 교황이 되기 위해 너무 많은 돈을 쓴 상태라 또 재산을 채워야 했는데 기상천외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 당시 로마에서는 하루에 평균 14건의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데 살인범들을 사형에 처하지 않는 조건으로 돈을 (하략)"(p.389)

 

저자 : 수다몽(SUDAMONG)

 

어렸을 때부터 ‘사람’과 ‘사람이 만들어 내는 이야기’에 관심을 가졌던 그녀는, 사건이 아닌 사람 중심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녀의 역사 수다는 사람을 중심으로 풀어내며 얽혀 있는 야사까지 들려주어, 지금까지 몰랐던 역사의 이면과 재미를 제공하고 있다. 그녀는 유튜브 채널 ‘수다몽’을 통해 한국사, 세계사, 중국사뿐만 아니라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그녀들의 이야기까지 세상의 모든 역사 수다를 풀어낸다. * 유튜브 SUDAMONG수다몽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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