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
리처드 레티에리 지음, 변익상 옮김 / 애플씨드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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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충동과 광기의 암호를 해독하다』을 단기간, 즉 일주일이나 한달 내에 읽고 이해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이다. 이 책은 사회학 책이기도 하고, 법의학서, 심리학서, 정신의학서, 범죄수사학서, 철학서, 신경심리학서 등 많은 학문이 혼합되고 분석되고 하나의 사실로 체계를 굳혀가는 과정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어떤 이론을 설명하는 책도 아니고, 저자의 30년 경험의 법의학 심리학자로서의 활동, 정신의학적 판단에 따른 법정 증언과 철학적 사색, 그리고 범죄자와의 대화를 통한 심리 분석 등을 토대로 끔찍한 범죄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정신 상태를 분석해내는 방법을 담은 논저에 해당된다.

어쩌면 가설에 불과할지, 아니면 이 분야의 독보적인 이론서로 평가될지는 더 두고봐야 할 일이다. 이 책의 저자 리처드 레티에리는 30년 동안 1,000건 이상의 끔찍한 범죄를 조사한 미국의 저명한 법의학 심리분석가이다. 저자는 법원이나 변호사의 요청으로 끔찍한 범죄자의 정신 상태를 평가하고 법정에서 증언하는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했다. 이 책에서 독자들은 인간의 어두운 감정, 곧 충동과 광기의 심연을 생생하게 마주하게 될 것이다. 편집증, 우울증, 종교적 망상, 스트레스, 애정결핍, 상실감, 정신 장애, 성격 장애 등이 개인의 삶 속에서 거부되고 억압되어 있다 끝내 충동과 광기로 분출되어 끔찍한 범죄로 나타나는 모습을 맞닥뜨릴 것이다. 그 뿐만 아니라 독자들은 인간의 원초적 감정과 함께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형사법 체계에서 벌어지는 법 집행자들의 범죄와 ‘침묵의 벽’이라는 왜곡된 하위 문화, 여성에게 더 가혹한 사법 체계의 어두운 그늘도 마주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서문 「시작하면서」를 통해 저자가 법의학 심리학자라는 생소한 분야에 발을 디디게 된 이유부터 설명한다. "처음부터 내가 법의학 심리학자가 되려고 하지는 않았다. 돌이켜보면 뉴욕 시립대학에 다닐 때 지그문트 프로이트가 쓴 『문명과 불만』의 어느 한 부분을 읽으면서 불씨가 생겨난 것 같다. 조금 과장해서 그 순간 정말로 넋이 나갔다. 『문명과 불만』에서 프로이트는 모든 사람이 충동과 억제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둘 사이의 불안정한 타협을 통해서 '공손함'이 나온다고 주장했다.

나는 전통적인 가톨릭 집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자제력을 중요한 덕목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프로이트의 주장은 달랐다. 프로이트는 '예의' 또는 '공손함'이 인간의 본성이 아니라 개인의 욕망과 공동체의 기대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통해서 나온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예의 또는 공손함'은 충동과 욕망을 억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생기는 불안을 참고 견디려는 개인의 적극적인 의지라고 주장했다. 처음에 나는 프로이트의 주장을 확실하게 이해하지 못했고, 정확히 무엇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깊게 고민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프로이트의 주장을 뭔가 안다고 생각했으나 제대로 알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현기증이 났다." 솔직한 고백과 함께 프로이트와 그의 저서 『문명과 불만』에서 자신의 학문과 경험의 시작이라고 토로한다.

 


 

이후 저자는 자신의 직업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정신적 장애가 어떻게 범죄 행위를 일으키는지 직접 지켜보았다. 자제력과 예의를 잃은 피고인의 깊은 내면도 범죄심리학으로 생생히 들여다볼 수 있었다고 한다. 원초적 감정이 만연하고, 거짓과 속임수가 난무하는 형사사법 체계는 인간 본성의 전체 스팩트럼을 탐구할 수 있는 배양접시 역할을 했다. 이와 관련해 저자는 인간의 건강하면서도 파괴적인 힘의 원동력으로 '다이모닉(daimonic)'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아울러 극악한 범죄를 저지른 피고인을 조사한 보고서로 자신의 생각을 뒷받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끔찍한 살인사건에 노출되었을 때 자신의 상태는 어떠했는지도 공유하기로 한다. 또 법의학 심리학자일 뿐 아니라, 정신분석가로 훈련도 받았기 때문에 법의학의 관점에서 범죄를 평가하는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었고, 아울러 정신분석가로서 환자의 내면세계에 공감하며, 행동의 이면에 놓인 동기와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이는 중요한 자산이 되었다고 말한다. 범행 순간에 피고인의 정신 상태가 어떠했는지, 곧 그가 무슨 마음이었는지는 법의학에서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법의학 심리학자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수많은 경험으로 검증된 진단검사와 같은 도구와 함께, 정신분석학적 해석은 피고인의 독특하고 섬세한 심리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나아가 저자는 법의학과 관련된 수많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검사·판사 등 사법 전문가와 법의학 전문가가 마주하는 윤리적인 딜레마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성과로 판단하고 있다. 객관성이나 정의감 같은 직업의식이 개인적인 성향이나 이해관계와 어떻게 충돌하는지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로 인해 범죄심리학을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종사하는 이들의 불완전한 본성과 법적·도덕적 결정을 둘러싼 갈등도 깊게 파헤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으로도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신경과학의 도움을 받아 이러한 작업을 해나갈 것임을 밝히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때때로 피고인과 보통의 정신분석 환자를 비교할 것이며, 이런 비교를 통해서 양쪽 다 정서적 갈등과 원초적 감정이 폭넓게 나타나지만, 일단 가슴 아픈 비극이 발생하면 형사소송 절차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을 만나게 될 것임을 예고한다. 저자는 "인간의 본성은 어떤 사람에게는 (미켈란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그려진) 시스티나 성당을 만들 힘으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한)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만들 힘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 이 두 가지 모두 인간의 본성이고 본성에서 비롯된 힘이라는 사실을 말하는 것으로 독자는 이해한다. 저자는 이 두 극단 사이의 거리는 가깝고, 경계도 쉽게 허물어진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 1부에서는 '다이모닉' 개념을 소개한다. 다이모닉은 인간의 타고난 본성으로 잔혹함과 숭고함이 함께 준재하는 역설적인 잠재력이다. 여기에서는 독자들에게 다이모닉의 심리적 발달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하려고 노력했다. 이 내용은 일련의 사건에 대한 법의학적 분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배경이 될 수 있을 것이다. 2부에서는 장마다 특징적인 사건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 과정에서 저자가 전문가로서 결론에 도달한 법의학적 절차를 설명한다. 예컨대, 6장에 등장하는 냉혹한 사이코패스로 판명된 카리스마 넘치는 랜들을 조사한 과정과 그의 악랄함을 알게 되었을 때 저자에게 나타난 감정적 반응 같은 것이다.

피고인과 사법 전문가를 통해서 알게 된 풍부한 인간 본성과 그로부터 비롯된 분노·기만·체면 등도 폭넓게 살펴본다. 곧 폭력 범죄가 발생한 상황을 살펴보면서, 검사가 무죄 정보를 숨길 때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도 함께 다루었다. 예민한 수용자에게 사설 정신병원보다 훨씬 더 동정적인 교도소 정신건강 부서도 빼놓지 않는다. 3부에서는 잔혹함이나 숭고함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다이모닉의 본질적 특성을 다루었다. 발달심리학이나 정신분석학, 신경과학의 새로운 성과에 비추어보면 인간 본성의 합리성에 기초한 법률 체계가 때로는 부당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는 주장도 소개한다. 나아가 형사사법 제도가 더 인간적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방향을 찾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3부로 나뉘어 「인간의 본성」, 「충동과 광기」, 「정의롭지 않은 인간의 본성」이란 제목으로 구성됐다. 각 부에는 2개, 8개, 3개의 챕터로 각각 구분돼 인간의 '본성과 본능'부터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까지 13개의 챕터에서 살펴본다. 이 과정에 독자는 하나의 재밌는 숙제를 떠안았다. 바로 각 챕터마다 가장 앞, 제목 밑에 우리가 흔히 명언, 명구로 알려진 위인들의 문장을 하나씩 접할 수 있다. 이 문장들은 각 챕터의 주제와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독자의 짧은 지식으로는 제대로 헤아리지 못해 혹시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관심을 갖고 살펴볼 분들이 있기를 바라면서 여기에 적어본다.

 

01. 인간의 본성과 본능

사람처럼 굴곡진 나무로는 어떤 것도 똑바로 지을 수 없다. - 이마누엘 칸트

02. 과거의 삶이 현재를 규정한다

과거는 절대 죽지 않는다. 심지어 과거도 아니다. - 윌리엄 포크너

03. 눈을 멀게 한 유대 관계

어떤 이들은 그저 평범하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쓴다는 사실을 아무도 깨닫지 못한다. - 알베르 카뮈

04. 여성 살인자

연인의 증오는 연인의 사랑보다 강하다. 서로에게 증오의 상처는 치료되지 않는다. - 에우리피데스

05. 종교적 망상

공포는 가면을 벗는 것이다. - 로버트 블록, 영화 〈사이코〉의 원작자

06. 매력적인 악마, 사이코패스

초자연적인 악의 근원을 믿을 필요는 없다. 인간만이 모든 악행을 저지를 수 있다. - 조지프 콘래드

07. 참을 수 없는 분노의 폭발

친정으로 사악한 모든 것은 순수함에서 시작된다. - 어니스트 헤밍웨이

08. 친부모의 영아살해

나는 슬픔으로 만들어진 여자다. - 에우리피데스 〈메데이아〉

09. 성도착과 성폭력

하나의 죄악이 또 다른 죄악을 자극하는구나. 살인은 연기의 불꽃처럼 욕정에 가깝다. - 셰익스피어 〈페리클레스〉

10. 청소년 범죄인가, 성인 범죄인가

본질적으로 몽둥이로 바뀐 작은 나무에서 잎이 돋아나기를 기대할 수 없다. - 마르틴 부버

11. 뇌가 나를 이렇게 만들었다

식물은 자신에 관해 식물학자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 한스 켈젠

12. 법을 집행하는 자들이 저지르는 범죄

여기에 이유 따윈 없어 - 아우슈비츠의 경비원이 프리모 레비에게 한 말

13. 범죄자는 태어나는가, 만들어지는가

춤추는 별을 낳으려면, 영혼 안에 혼돈이 있어야 한다. - 프리드리히 니체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이마누엘 칸트는 가장 위대한 철학자로 꼽힌다. 그런데 (이 장 첫머리의 인용문에서도 확인되는) 인간 본성의 불가피한 비뚤어짐을 꿰뚫는 그의 통찰은 무척 역설적이다. 어쩌면 인간의 전반적인 경험을 심리적으로 잘 이해하는 것이야말로 칸트가 말한 인간의 비뚤어짐을 예방하는 해독제가 될 것이다."(p.25)

 

저자 : 리처드 레티에리(RICHARD LETTIERI, PHD)

법의학 신경심리학자 및 심리분석가로서 약 30년 동안 개인의 심리 치료뿐 아니라 형사 재판에서 전문가 증인으로 활동했다. 전문가 증인의 역할은 범죄자의 정신이상 여부, 범행 시점의 정신 상태, 그리고 재판을 받을 수 있는 정신 상태인지 조사하고 평가하는 일이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박사를 취득하고 채프먼 대학교, 로스앤젤레스 심리분석 뉴센터, 페퍼다인 대학의 석사 및 박사 과정의 교수로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오렌지 카운티(ORANGE COUNTY)와 샌버나디노 카운티(SAN BERNARDINO COUNTY) 고등법원 전문가 증인 위원이며 미국 심리학회(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미국 신경심리학회(NATIONAL ACADEMY OF NEUROPSYCHOLOGY), 심리과학협회(ASSOCIATION FOR PSYCHOLOGICAL SCIENCE), 미국 심리학 법학회(AMERICAN PSYCHOLOGY-LAW SOCIETY), 새로운 정신분석센터(NEW CENTER FOR PSYCHOANALYSIS) 회원을 역임하고 있다.

 

역자 : 변익상

한국코치협회에서 인증한 KPC로 청소년과 성인에게 라이프 코치(LIFE COACH)로 청소년과 학부모의 성장과 성숙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법무부 위촉 보호관찰위원을 맡고 있으며 공저로 〈코치 100% 활용하는 법 : 코칭을 만난 당신에게〉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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