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4 퓨처 모빌리티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4
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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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자동차는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로 간다. 이 책은 단순한 과학 기술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내 생활과 밀접하게 접촉되어 있는 교통, 환경, 공유 등 미래의 삶을 미리 점 쳐볼 수 있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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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슈 하이라이트 Vol.04 퓨처 모빌리티 과학이슈 하이라이트 4
김정훈 지음 / 동아엠앤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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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 에너지 란 단어가 쑥 들어가버린 듯한 요즘이다.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한 지구온난화 이야기가 크게 부각될 때까지만 하더라도 신재생 에너지 개발과 확대에 국가별로 총력을 기울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설 마련 등 초기 비용이 엄청난 탓에 국가별로 장기 계획 프로젝트로 시행 중이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미 들어섰다고도 말하는 학자들도 있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오기 전까지 이야기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이 갑자기 들이닥치자 비대면 공유 부분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당길 뿐이지, 다른 부문에서는 오히려 멈춰선 것 같은 느낌이다. 흔히 빅데이터와 AI, 자율주행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라는 말이 쑤욱 들어간 듯하다. 언론에서도 잘 다루지 않아 정보를 신문이나 방송에서 얻는 일반인들은 어떻게 되어 가는지 궁금하지만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정보에 접근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비용 증가, 팬데믹으로 인한 물가 상승,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미국의 금리 인하 조치도 끝없이 이어질 뿐 위축된 경기도 되살아날 여지는 없어 보인다. 자율주행 시대에 차를 타고 다닐지 예측도 불가능한 상태에서 이 책은 독자의 예상보다 많은 궁금증을 해소해 준다. 기존 자동차 업체를 중심으로 꾸준히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현재까지의 상황을 바탕으로 전망하는 것이지만. 경제 불황이 장기간 이어진다면 언제 4차산업 연구 개발이 멈춰설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부분이지만 자율주행을 필요한 미래의 자동차를 소개해 주는 이 책이 그나마 희망의 빛을 준다. 이 책 『퓨처 모빌리티』는 〈과학동아〉를 발간하는 동아엠앤비에서 미래의 자동차에 대한 궁금증과 현재의 연구 개발 상황, 국내외 개발 진행 전망 등이 어우러져 4차 산업혁명 시대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책에 따르면 '완전 자율주행'이란 운전자가 전혀 필요 없고,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자동차가 모든 상황에 대처하여 운전을 하는 경우이다. 현재 자동차를 생산하는 기업 중에서 자율주행 자동차 연구를 하지 않는 기업은 거의 없다. 자율주행 기술의 핵심이 IT 기술이기에 IT 기업도 자율주행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자율주행으로 인한 사회적 혜택을 생각해 보면, 운전자 과실로 인한 교통사고를 크게 줄일 수 있고, 교통 약자의 이동성을 혁신적으로 개선할 수 있으며 연비 개선에 따른 에너지 절감 및 대기질 개선 효과가 있다. 이는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인간의 삶에 있어 사회적, 질적인 변화에 속하는 것이다.

또 교통체증 및 도심 인구를 분산시키는 것에도 몫을 담당한다. 굳이 서울과 도심이 아니더라도 출, 퇴근 스트레스가 적다면 지방에서도 워라벨을 즐기며 살 수 있다. 앞으로 다가올 미래의 모습이라 "반드시 ~할 것이다"라고 표현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어떻게 내가 살고 있는 도시가 진화할지 사뭇 궁금해진다. 이 책에는 완전 자율주행으로 가기위해 노력하고 있는 여러 기업과 그들이 내놓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편리한 시스템을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사회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에 이러한 변화에 우리도 유연한 적응력이 필요하다. "인터넷과 인공지능의 발달이 가져오고 있는 생활 속 변화를 살펴보면 매우 놀랍다. 교통 수단 및 여러 체계의 변화, 다양한 스마트 모빌리티 기기의 등장은 개인에서 시작하여 가정, 사회, 도시의 모습을 변화시키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 IT 기술의 발전과 합쳐진 '모빌리티' 서비스가 있다. 비록 기존 사업이나 이해 관계와 상충하여 갈등을 겪고 있기도 하지만 이러한 성장통을 겪고 나면 우리의 삶을 더욱 편리하게 만드는 서비스로 성장할 것이다."는 편집진의 말은 희망적이다. 세상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또한 긍정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현명한 지식을 이 책은 여러분에게 제공할 것이라는 독자는 기대한다.

 


 

이 책은 4개 파트로 나뉘어 있다. 1부 「자동차에 일어난 세 가지 변화」에서는 '내연기관이 140년 동안 바뀌지 않은 이유', '외적 변화 : 친환경 자동차', '내적 변화 : 자율주행 자동차', '서비스의 변화 : 공유 자동차'로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로 가는 과정을 집중 분석한다. 이어 이 책은 2부 「미래 자동차는 친환경으로 간다」, 3부 「미래 자동차는 자율주행으로 간다」, 4부 「미래 자동차는 공유로 간다」라고 나뉘어 1부에서 개괄한 '친환경', '자율주행', 공유' 자동차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살펴본다. 특히 친환경자동차로 바뀌는 과정에서 온실가스로 대변되는 환경 문제는 이제 지구에 살고 있는 모든 인류의 과제가 되었다. 특정 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발생하고 있는 이상 기후 변화에 대응하고자 각 나라마다 친환경에 관한 이슈가 매우 뜨겁다. 자동차 또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따라 내연 기관 자동차와 연관된 모든 산업이 순차적으로 변화하고 있다.

놀랍게도 친환경 자동차에 속하는 전기 자동차는 휘발유차에 비해 50년이나 먼저 발명되었다고 밝힌다. 독자로서는 전혀 모르는 사실이다. 1900년대 초반까지 미국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 3대 중 1대는 전기 자동차였다고 한다. 대다수가 친환경 자동차의 종착지가 전기 자동차라고 인정한다. 하지만 전기를 공급하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기에 매우 효율적인 대안책과 기술이 나오길 기다려 본다. 또한 여러 브랜드 자동차마다 새로운 기능의 자율주행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크루즈 기능, 차로 유지, 차선 변경, 자동 주차 등 자율주행 기능은 더욱 더 정교해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다른 접근법으로서 ① 하이브리드 ② 수소연료전기차 ③ e퓨얼 등을 자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하이브리드'는 현재 우리가 타고 있는 차의 상당수가 '하이브리드'인 사실을 비춰볼 때 자체의 발전 과정에 대해 언급한다. 책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내연 기관이 달려 잇어서 별도의 충전 장치가 없었지만, 최근 외부 전원으로 충전히 가능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에 따르면 배터리 용량도 더 커져서 본격적인 전기 자동차와 더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구조적 유사성을 나열하자면, 내연 기관-병렬 하이브리드-직병렬 하이브리드-플러그인 하이브리드-전기 자동차 순서다.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다른 자동차 기업에서는 전기 자동차로 가는 과도기에 잠깐 있다가 사라질 기술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배터리 성능 개선이 예상보다 늦어지고, 연료비 상승으로 연비가 중요해지자 많은 자동차

기업들이 뒤늦게 개발하기 시작했다. 지금은 대다수 자동차 기업에서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판매하고 있다. 비록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온실가스를 배출하기는 하지만, 압도적인 연비로 내연 기관보다 더 친환경적이다. 연비가 좋다는 건 한 번 주유로 더 긴 거리를 여행할 수 있다는 뜻인데 이 장점이 매우 매력적이다. 한 번 주유 탱크를 가득 채우면 1,200~

1,500km를 달리니, 서울~부산 구간을 세 번이나 갈 수 있다. 또한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전기 자동차의 가장 근본적인 충전 시간 문제를 새로운 인프라 구축 없이 해결할 수 있는 대안이기도 하다. 여러 장점을 고려할 때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앞으로 계속 유지될 미래 자동차의 한 형태로 보인다.

 


 

역시 이 책의 핵심은 3부에서 다루는 '자율주행'인 것 같다. 자율주행 기술은 6단계로 나뉜다고 이 책은 기술한다. 자율주행 자동차란 우리도 알다시피 운전자의 조작 없이 스스로 운행이 가능한 자동차를 말한다. '무인(無人) 자동차'란 용어를 쓰기도 하는데, 이보다는 자율주행 자동차가 더 정확한 표현이다고 설명한다. 1960년대 벤츠에서 처음 제시한 개념으로 이후 기초 수준의 연구가 조금씩 진행되며 발전했다. 초기에는 차선 감지 등 주행 보조의 수단 정도였지만, 컴퓨터 인공지능 기술이 발달하면서 인간 운전자를 완전히 대체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을 바로볼 수 있게 됐다. 미국 자동차기술자협회는 자율주행 기술을 레벨 0부터 레벨 5까지 6단계로 나눠 구분한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조작을 제어하는 상태로 현재 우리가 아는 자동차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자동차를 이용할 때 편리한 기능들, 예를 들어 브레이크를 밟았을 때 바퀴가 감기지 않도록 해 주는 ABS 기능이나, 길 안내를 하는 내비게이션 등이 있더라도 이들은 운전에 직접 개임하는 기술이 아니므로 레벨 0이다. 레벨 1은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비록 보조적이기는 하지만 운전에 직접 개입하는 기술이 쓰인다. 대표적인 기능으로 '크루즈 컨트롤(cruise control)'이 있다. 크루즈(cruise)란 우리 말로 '순항'이라고고 쓰며, 고속도로에서 설정만 해 두면 가속 패들이나 브레이크 패들을 밟지 않아도 자동차 스스로 정숙 주행하는 기능을 말한다. 레벨 2는 부분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이다. 현재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자동차가 여기에 속한다. 레벨 1이 운전자를 보조하는 수단이었다면, 레벨 2는 더욱 적극적으로 운전에 개입한다. 목적지를 지정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운전을 할 수 있을 정도다. 그러나 이 기술은 아직 완전하지 않아 운전자가 운전대에 항상 손을 올려놓고 있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직접 운전을 해야 한다. 레벨 3은 조건부 자동화 수준의 자율주행이고 레벨 4는 고도로 자동화한 자율주행이다. 마지막 레벨 5가 완전 자동화 자율주행이라고 나뉘어 있다. 레벨 4에서 예외 상황으로 두었던 비상 상황과 도로 조건에서도 시스템이 항상 운전을 담당한다고 한다. 이른바 '꿈의 자동차'가 되는 것이다.

 


 

'모빌리티'는 사람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만드는 각종 서비스를 통틀어 설명한다. 자율주행차, 드론, 마이크로 모빌리티, 전기차 등의 이동 수단은 물론 차량 호출, 카셰어링, 승차 공유, 스마트 물류, 협력 지능형 교통체계 등 다양한 서비스가 이에 포함된다. 굳이 소유하지 않아도 공유 서비스를 통해 이동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러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는 스마트 도시가 곧 우리를 반겨줄 것이다. 마지막 파트 4부에서 '공유 자동차'를 다룬다. 미래의 모빌리티 서비스는 모든 교통수단을 연결해 하나처럼 이용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서비스튼 이미 현실 세계에 구현돼 있다고 이 책은 말한다. 물론 우리나라는 아니다. 독자가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나라, '눈의 나라', '복지의 나라' 핀란드의 '휨(whim)'이 그 주인공이다.

책에 따르면 휨은 핀란드 정부, 통신사, 대중교통 업체가 합작해 만든 교통 플랫폼이다. 여러 이동 수단을 이용해도 결제는 한 번만 하면 된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실시하고 있는 '환승 시스템'으로 연결돼 있다. 버스와 택시 같은 대중교통뿐만 아니라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와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까지 제공한다. 사실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단독으로 존재할 때는 효용가치가 높지 않다. 해당 서비스의 존재를 아는 일부 고객이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하는 정도에 그친다. 그러나 버스나 지하철과 같은 대중교통과 연결해서 서비스하는 순간, 주요 이동수단으로서 서비스 가치가 급상승한다. 1~3km의 거리를 택시로 가기에는 가깝고, 걷기에는 먼 거리의 이동을 마이크로 모빌리티 서비스가 담당할 수 있다.

카카오 모빌리티가 수익성이 좋지 않음에도 전기 자전거 대여 서비스인 '카카오T 바이크'를 서비스하는 이유도 핀란드의 흼처럼 통합 모빌리티를 구축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어쨌든 핀란드의 휨은 미래 모빌리티라고 생각했던 일을 가장 빨리 도입해서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정부, 통신사, 대중교통 업체 등 각각의 이해관계자가 잘 합의하고 협력했을 때 어떤 결과를 당장 만들어 낼 수 있는지를 보여 주는 좋은 사례다. 모든 탈것과 연결하는 일은 기술적인 문제보다 합의의 문제다.

 

 

모빌리티 서비스는 기존 사업과 갈등을 겪으며 성장한다. 모빌리티 기업이 기존 법령을 요리조리 피해서 서비스를 내놓는 모습이 약삭빠르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기존 법령이 빠르게 속도를 내고 있는 기술 변화를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할 수 있다.

- 「상생하는 모빌리티」 중에서

 

미래 모빌리티를 완성하려면 자동차 외에도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함께 발전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전기 자동차가 정상적으로 운행하려면 전기 충전소를 많이 보급해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중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는 도로와 교통체계다. 교통수단과 교통 시설 전반에 IT 기술을 적용해 효율성을 높이는 체계를 ‘지능형 교통 시스템(ITS, intelligent transportation system)’이라고 부른다.

- 「지능형 교통 시스템」 중에서

 

모빌리티 서비스가 완성 단계에 이르면 자동차를 이용하는 형태는 두 가지로 나뉠 것으로 예상된다. 첫 번째는 지금과 같이 개인이 자동차를 구매해서 소유하는 형태다. 내가 소유한 물건에 관한 욕구는 인간의 본능과 같은 것이기에 아무리 공공 서비스가 발전해도 대체할 수 없다. 개인화 서비스는 더 강화될 것이다. 공장에서 똑같은 형태로 찍어 내는 대신 구매자의 취향에 따라 만들어 주는 맞춤형 제작이 더 발전한다.

- 「소유에서 공유로」 중에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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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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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의 어린 왕자』에는 '내면아이(inner child)'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몰라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알게 될 정도로 책이 잘 쓰여져 있지만, 조급한 독자는 먼저 개념이라도 알기 위해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았다. 〈상담학 사전〉에 따르면 내면아이란 한 개인의 정신 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을 일컫는 용어로 대상관계이론에서 나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의 주관적인 경험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다. 뇌 속에 저장된 어린 시기의 기억은 개인의 정서에 관련된 기억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경험적 자원이다. 내면아이의 발달은 부모의 양육태도와 관련이 있다. 자녀의 성장과 성격발달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말러(M. Mahler), 페어베언(W. Fairbairn), 위니콧(D. Winnicott) 등 대상관계이론가들은 유아의 성격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미실다인(W. Hugh Missildine)에 의하면, 개인에게는 2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하나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부모의 생각, 감정, 행동, 태도 등을 유사하게 닮은 내면 부모(inner parent)이며, 다른 하나는 그런 부모의 양육방식에 대한 자아의 내적 반응으로 형성된 내면아이다. 내면아이는 내면 부모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교류분석에서의 어린이 자아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미 성인이 된 각 개인의 내면에는 과거의 유아기적 모습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용은 정신세계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브래드쇼(J. Bradshaw)는 어린아이의 감정이 억압된 채 자라면 상처받은 그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 성인의 내면에 남아 있게 된다고 하였다.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과거의 내면아이는 후일 성인기 부적응의 원인이 된다. 정신의학자이자 '개인심리학' 창시자인 알프레드 아들러가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생각하였다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음도 알 수 있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추락한 후 만난 '어린 왕자'와의 일을 바탕으로 썼다.(사실은 독백에 가까운 생각일 뿐이지만) 이 동화 같은 소설은 한 어른과 자아의 내면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는 엔진이 고장나는 바람에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불시착, '삶이냐 죽음이냐'의 갈림길에 놓인다. 이 가장 궁극적인 물음이 삶과 그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를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비상 상황을 배경으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가 전개되고, 그 본질은 매우 예리한 질문-어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물어보는 “어린 왕자”라는 어린이의 독특한 질문들-이다. 화자와 어린 왕자 사이의 대화는 사실은 자신을 향한 독백이다. 아무런 제한 없는 상상과 어린이의 요구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이와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와 화자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린 왕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괜찮다면, 양을 한 마리 그려줄래요?” 하고 물으면서부터이다.

매력적인 우화 『어린 왕자』는 현실의 관습을 거부하고 상상력의 고삐가 풀리는 몽환적 정경 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 작품이기도 하다. 화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재발견하면서 어른과 어린이의 역할이 바뀌고, 어린이는 어른에게 호기심이라는 신성한 예술을 가르쳐준다.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말년에 쓰여진 작품으로, 어른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어떻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선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 『나의 어린 왕자』는 작가 정여울이 내면아이를 만난 경험과 『어린 왕자』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어린 왕자』는 짧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특히 독특한 그림은 번역판에서도 그대로 사용해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그림만 보고도 '어린 왕자'임을 쉽게 알아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자도 어렸을 때,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사회 생활할 때도 읽은 경험이 있어 너댓 번은 읽은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도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느끼는 충격은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여울 작가는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고 꼭꼭 씹어서,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면아이를 끝내 만났다고 말한다.

저자 정여울은 최근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왜 내면아이와 대화해야 할까요? 그 두려움을 넘어설 용기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저자는 어린 왕자를 통해 내면아이를 만나고, ‘조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조이’는 이에 화답하듯, 쑥 커버린 성인자아에게 ‘루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이 둘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저자는 내면아이와 대화하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면아이와 만난다는 것은 최고의 멘토이자 ‘베프’를 늘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니는 기쁨입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많았지요. 이제는 내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내면아와의 대화, 그것은 밝고 좋은 이야기라서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내가 숨기고 억압해 왔던 부분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기에 느끼는 발견의 기쁨이지요.”

 


 

『나의 어린 왕자』는 300여 개의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어린 왕자』를 통해 저자가 만난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부담 없고 진솔한 대화이자 향연이며 끊임없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나의 어린 왕자’이며, 독자들이 ‘나의 어린 왕자’를 만나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사실 문학 작품 『어린 왕자』에 대해 해설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 『어린 왕자』의 작품 속 맥락 안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단순히 작품 해석의 차원을 넘어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고백한다. 저자는 인생의 사막 한복판에서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어린 왕자를 기적처럼 발견한다. 저자의 마음속 어린 왕자는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만나야 할 내면아이였고, 그와 대화하기 위해 ‘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희미해진 부분을 선명하게 만들어서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내면아이의 상처가 선명하게 깨어나는 순간,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한 부분도 함께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자와 만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의 층을 뚫고 들어가면 반드시 내 안의 가장 환한 빛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나의 잠재력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너는 이것밖에 못 하니’, ‘저 아이는 저렇게 잘하는데’라는 어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 급격하게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던 순간들이 기억났습니다. 저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 재능, 꿈이 많았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다행히도 글쓰기라는 탈출구가 있었기에, 제 안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그 표현의 탈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내면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 책 『나의 어린 왕자』는 모두 10개의 장(章)으로 구성했다. 각 장은 루나와 조이의 대화를 전면에 배치하고, 저자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영문판을 직접 번역한 ‘어린 왕자의 말’, 그리고 독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여울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독자만의 특별한 『어린 왕자』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평소 글쓰기를 격려하는 저자는, 내면아이와의 진솔한 대화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질문을 몇 번이고 고치고 다듬었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질문을 통해 생각하며 마음속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책 전체를 구성하는 10개의 장은 마치 이야기의 전개처럼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첫 만남에서부터, 마침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장 「내 안의 어린 왕자와의 첫 만남」, 2장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가 언제지?」, 3장 「분노로 가득한 사랑도 끝내 사랑이니」, 4장 「두렵지 않았던 적이 없어」, 5장 「내가 가장 어여뻤던 시절」, 6장 「너는 안 된다고 규정짓던 사람들」, 7장 「잊을 수 없는 폭력의 기억」, 8장 「내 몸은 왜 내 것이 아니었을까」, 9장 「이제 네 안의 날개를 맘껏 펼치고 날아가!」, 10장 「사랑받지 못한 우리 모두의 내면아이에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마지막 부분에 '인터뷰' 「당신의 소중한 내면아이를 되찾아 드리고 싶었어요」를 싣고 있다. 저자가 내면아이를 발견해 내면서 수많은 대화, 삶에 대한 비유적 표현과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많은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 덧붙인 것으로 독자는 풀이한다.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내면아이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서로의 성장(루나)과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내면아이(조이)가 대화를 나누는지, 그리고 지금의 오늘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듯 말한다. “당신의 내면아이는 당신의 성인자아가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내면아이는 저의 성인자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때 너는 왜 당당하게 너의 길을 가지 않았니? 넌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었는데.’ ‘어린 시절 동생들과 시골 할머니 집 대청마루에 누워서 별 보던 거 기억나니? 그때 넌 참 괜찮은 어린이였는데.’ 그런 내면아이의 해맑은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자, 좀 더 여유롭고 지혜로운 또 하나의 나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내면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당신은 이미 반 이상은 낫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내면아이의 한 맺힌 심정을 들어주고, 현실세계에서 그 내면아이의 슬픔을 풀어주는 행위를 어떻게든 해주면, 분명 내 안의 불안과 공포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고 전한다.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지 않나요. 우리는 내면아이를 달래어 세상 밖으로 용감하게 나오도록 이끌 수 있는 건강한 성인자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면아이와 만나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복잡하다 싶으면, 이것만 기억해 두세요. 내면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은 나만의 ‘베프’ 를 내 안에 간직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누구에게나 지탱하기 힘든 고통은 있다. 사실 삶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인생 자체를 고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누구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삶에 대한 명언들도 몇 개만 모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삶이 고통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 즉 삶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행복이다는 생각을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저자와 한 하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이제야 내 나이쯤 되는 어른들은 그래도 내면아이를 보살필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긴 거야. 그 생각을 하니까, 나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어른들의 무서운 얼굴들이 실은 권위주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두려움 때문에 일그러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은 나에게 권위를 과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자신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화부터 내고,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고, 공부밖에는 살길이 없는 것처럼 우리를 내몰았던 거야. 다행히 지금 우리 시대의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공부만 하라고 내몰지는 않아. 물론 여전히 그런 부모들도 있지만. 많은 어른이 ‘우리보다는 더 나은 삶’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어."(p.128~129)

 

저자 :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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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 -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
김은정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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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우리의 삶을 바다에 비유하는 사람이 많다. 밀물과 썰물, 조류, 수많은 생물을 먹여 살릴 수도 있고, 모든 생명을 일시에 죽일 수도 있다. 아무리 작은 배라도 안전하게 떠다닐 수도 있고, 아무리 큰 배일지라도 때를 잘못 만나면 파괴되고 침몰된다. 우리의 삶도 이와 비슷하다는 의미에서 인생과 바다를 비유적으로 말하기도 한다. 이 책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의 저자 김은정은 제목처럼 무한하지만 다양하다는 점에서 자신의 삶을 바다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그냥 보기에는 파도로서 모든 파도가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본다면 같은 파도가 아님을 발견할 수 있다. 어쩌면 사시사철 무상(無常)이라는 것을 발견해 낼 수도 있다.

우리 삶도 늘 같은 일들의 되풀이 같지만 단 하루도 똑같은 삶은 없을 것이다. 시간의 변화, 사람의 변화, 장소의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연의 법칙일 것이다. 저자가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우리의 삶은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태도다. 인생의 대부분은 일을 하는 시간으로 채워진다. 우리의 시간에서 일을 떼어 내기란 어렵다. 삶에서 일을 분리할 수 없다면 중요한 건 그 시간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보내느냐이다. 일을 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면 우리의 시간은 즐거움으로 가득 차지만, 일을 부정적인 마음으로 대한다면 많은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으로 채워진다. 이 책의 『같은 파도는 다시 오지 않아』의 저자 김은정은 일을 할 때 행복을 느낀다고 말한다.

 


 

저자는 아버지가 출장을 갔다가 사 온 캐릭터 상품들로 가족 역할 놀이를 하던 소녀였다. 저자는 어릴 적 친구였던 캐릭터들과 함께 나이를 먹으며 어른이 되었고, 더 이상 인형을 가지고 역할 놀이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좋아하던 캐릭터들과 가까이 지내는 삶을 꿈꾼다. 그는 친구 같은 캐릭터들과 항상 함께하기 위해 캐릭터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사업가가 되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선택했기 때문에 일하는 시간이 부정적인 감정보다는 즐거운 감정으로 채워졌다고 말하고 있다. 일하면서도 늘 즐겁게 지내는 저자의 이야기는, 독자들에게 ‘내가 진짜 좋아하는 일이 뭐지? 나를 행복하게 만들어 줄 일은 뭘까?’ 하는 궁금증을 심어 준다.

저자의 말은 의미심장한 점을 드러낸다. "어떤 것을 열렬히 좋아해 본 사람의 인생은 이전의 인생과는 달라진다고 믿는다. 무언가를 좋아함으로써 새롭게 보이는 세상, 세밀한 결을 손으로 천천히 살펴야만 비로소 보이는 작은 세계가 있다."

저자는 마음을 줄 수 있는 일을 업으로 삼아서 기쁘다고 말한다. 또한 독자들에게 가슴이 뛰는 일을 한다는 건 삶의 평균 행복 값이 올라가는 일이라는 이야기를 건넨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설명하는 사람의 눈은 반짝거리고, 그 반짝거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생명력을 얻는 기분이다.’라는 저자의 말을 듣다 보면, 독자들도 같은 마음으로 자신의 눈을 반짝거리게 해줄 일을 찾을지도 모른다.

 


 

가부장적인 집안 분위기에서 벗어나고 싶었던 저자는 해외로 나가야겠다는 꿈을 키운다. 낯선 땅에서 낯선 사람들과 함께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래도 저자는 꿋꿋하게 인생을 살아가며 결국 홍콩에서 사업을 하게 된다. 저자는 더 큰 세상으로 가고 싶지만 두려움 때문에 머뭇거리는 독자들에게 용기를 건넨다. 삶을 주체적으로 사는 저자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독자들 또한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야겠다는 의지를 갖게 될 것으로 독자는 기대한다.

"산소통의 4/5 정도를 쓰면 다시 물 위로 올라오기 시작해야 한다. 올라가는 데도 산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내가 너무 올라가기 위한 산소를 남겨 두지 않는 다이버처럼 살지 않았나 생각했다. 돌아갈 힘을 남겨두지 않고 너무 열심히 일하지 않았나. 그래서 너무 지쳐 버리지 않았나."(p.140)

늘 최선을 다해 삶을 살아가는 저자는, 바쁘게 사는 것과 열심히 사는 것은 다르다고 말한다. 우리는 흔히 바쁘게 사는 것을 열심히 사는 것으로 착각한다. 그러나 저자는 바쁘게 사는 것이 꼭 옳다고 할 수는 없으며, 휴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람은 쉬지 않고 달릴 수 없다. 휴식을 취함으로써 다시 앞으로 내달릴 에너지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 앞만 보고 달리는 데에만 집중한다면 주변의 다채로운 풍경들을 놓치게 된다. 가끔 멈추어서 주변을 살피는 시간도 가져야 한다. 앞만 보고 달리다가 번아웃이 온 사람들에게 이 책은 좋은 쉼터가 되고, 다시 달릴 원동력이 될 것으로 믿는다.

 

 

이 책은 모두 5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즐기는 사람은 더 오래,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에서는 일과 삶의 관계를 설명한다. 이를 위해 저자는 공자의 『논어』 '옹야편(雍也篇)'에 나오는 말로 일을 즐겨야 한다는 가르침을 인용한다. '知之者不如好之者, 好之者不如樂之者'란 말이다. 이는 아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공자를 인용했지만 저자의 의미는 분명하다. 즐기는 사람은 노력하는 일을 고되게 여기지 않기에, 더 오래 더 멀리까지 갈 수 있다는 뜻이다. 저자가 캐릭터 디자인과 개발 업무를 진심으로 즐겼다는 것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이 넘치다 보니 일상 속에서도 아이디어가 샘솟았다고 한다.

회사에는 캐릭터 개발 업무를 하는 직원이 여럿 있었지만 캐릭터를 사랑하는 이들의 아이디어가 단연 빛났다고 설명한다. 특히 저자는 거래처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어필하는 편이어서 노다메 칸타빌레라는 니노미야 토모코의 순정 만화에 대한 제품을 개발할 때 초판만 100만 부 이상 팔려 나가 굉장한 성공을 거두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서도 〈내일도 칸타빌레〉라는 드라마로 제작될 정도로 성공적인 임무였다는 뒷 이야기다. 음악대학 피아노과의 천재 괴짜 여학생 노다 메구미와 잘생기고 실력도 뛰어난 치아키가 주인공인 만화였다. 그 캐릭터 제품을 제작하던 회사에서는 차별화를 위해 저자가 낸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어린이용 바이올린 만드는 지인에게 미니어처 제작을 의뢰하고 시제품을 만들어 큰 성공의 결과를 얻어냈다고 한다. 이 모든 결과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행운처럼 얻어졌지만 무엇이 중요한지, 어떤 아이디어를 더할 것인지 등에 대한 생각은 늘 그 일에 대해 생각을 거듭하는 사람이 빚어낸다는 마음의 철칙이 굳어졌다는 이야기다.

 


 

2장 「지붕은 해가 맑을 때 수리하는 거야」에서는 회사와의 힘든 거래를 성사시키는 성공적 비법도 소개한다. 저자는 영화 〈대부〉의 명대사를 이용했다고 말한다. 돈 비토 코를레오네의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하지."에서 문득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게임에서 이길 수 있으리라 판단한 후에는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고안하는 게 미션이라고 한다. 경쟁 회사로 가려는 임원으로 저자의 회사 쪽으로 바꾸라고 설득하기 위해서 그들에게 압도적인 포트폴리오를 보여주고 싶었다. 저자는 그들이 회사를 방문키로 약속한 남은 2주를 활용해 세계 각국의 전통의상을 입힌 캐릭터들이 쇼룸에서 맞이하자 마치 올림픽 입장식 때 각국 선수단이 입장하는 듯한 느낌에 사로잡혔을 방문단의 모습을 생각만 해도 만면에 웃음이 가득했을 것이다.

그 회사는 그 자리에서 저자의 회사와의 거래를 약속했다고 한다. 이길 수 있는 게임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게임을 승률을 계산할 줄 아는 눈이 필요하다.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위해서는 상대의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고 그 니즈를 채워줄 수 있는 전략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손으로 만든 전략들을 내 손으로 실행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 언어도 필수적이라고.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은 이렇게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 저자의 성공적 엄무 이야기만 듣다 보니 은근히 자신의 무용담만 늘어놓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뭐 대수겠는가, 없는 일 꾸며대는 것도 아닌데. 조금 더 여유를 갖고 3장 「천천히 뛰어들고 천천히 떠오르기」로 옮겨간다.

 


 

3장은 큰 제목 아래 여섯 개의 소제목이 눈에 띈다. '도약의 순간을 알아차리기', '잊을 수 없는 낯섦의 순간', '사랑받고 싶은 사람이 해야 할 일은, 무릇', '대충대충이 가르쳐 주지 않는 마음', '천천히, 그렇지만 물러나지 않는 한 걸음', '돌아갈 산소를, 힘을 남겨 둘 것'이다. 저자는 '도약의 순간을 알아차리기'란 제목의 글에서 "누구에게나 도약의 순간은 온다. 중요한 것은 도약의 순간을 알아채고, 그 순간에 제대로 발구르기를 하는 것이다"라고 제목 밑에 별도의 글을 끼워 넣었다. 저자가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도 '삶의 힌트'를 많이 얻기 때문이란다.

TV 예능 프로그램 〈골 때리는 그녀들〉 이야기를 꺼낸다. 이 프로그램은 여자 축구 게임이다. 여자 연예인들이 축구팀을 구성하고 프로처럼 리그도 만들어 축구를 즐기는 프로그램이다. 그들의 실력을 보여주려는 목적이 아니라 시청자들의 눈을 의식해서일 것이다. 독자도 그 프로그램을 여러 번 보았지만 여리게만 생긴 여자 연예인들(물론 팀별로 개그맨, 아나운서 등도 포함되어 있다)의 축구 실력을 기대한 것은 아니다. 그들의 퍼포먼스를 보기 위해서다. 그러나 한두 번 시청이 거듭될수록 그들의 축구 실력이 나아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의 경기에서 '저 연에인은 숨은 열정이 있구나' 하는 게 느껴질 정도이다. 거기에서 삶의 지혜를 얻게 된다. "삶은 사람이 노력하는 만큼 주어진다" 는 점이다.

저자도 2002년 월드컵 축구 이야기를 꺼내며 스포츠에서 삶의 힌트를 얻는다고 말한다. "스포츠가 삶과 비슷해서인지 경기를 보면서 나는 인생의 노하우를 얻을 때가 많다. 9회말 2아웃에서 역전을 이끌어 내는 야구를 보면서 '스포츠도 삶도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걸 깨닫기도 하고, 인생을 닮은 마라톤을 보며 중요한 건 빨리 달리는 게 아니라 완급을 조절하는 거라는 걸 곱씹기도 한다. 2002년 월드컵을 통해 내가 깨달은 건 성장을 위해서 때로는 디딤돌을 밟아야 한다는 것, 순간의 도약을 이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p.99~100)

 


 

아이들에게 물고기를 잡아 주기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들 한다. 그 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서 나는 이런 걸 가르쳐 주고 싶다. 다른 사람이 잡는 물고기를 부러워하기보다, 돌아가서 미끼라도 잡으라고. 삶에서 우리가 갖지 못한 것에 눈을 두기보다 이미 가진 것을 활용할 방법을 찾으라고 말이다. 삶에서 모든 걸 가지고 태어나는 사람은 없다.(p.153)

 

나는 오늘도 파도를 기다린다. 어제와도 같지 않고, 내일과도 다를, 오늘만 치는 파도다. 어제 파도를 잘 탔다고 해서 오늘도 잘 탈 거라는 원칙은 없다고 스스로에게 말한다. 최선을 다해 타 보자. 오늘 치는 파도는 내가 인생에서 만날 수 있는 딱 한 번의 파도니까.(p.222)

 

저자 : 김은정(Cindy E.J.Kim)

 

작가, 사업가, 아트 콜렉터, 콘텐츠 크리에이터(카카오, 흐름 드 살롱). 세상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열정적으로 사는 홍콩 사업가 신디.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고, EMBA 과정을 수료했다. 30년간 홍콩에서 라이센스 캐릭터 비즈니스를 하며 전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을 수상하였으며, 오늘도 배움과 봉사에 힘쓴다. SNS : https://linktr.ee/cindykimhk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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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기 쉽게 풀어쓴 현대어판 : 템페스트 미래와사람 시카고플랜 시리즈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신예용 옮김 / 미래와사람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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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 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철학과 가치관이 담긴 생애 마지막 걸작 [템페스트]를 현대어판 번역 희곡으로 읽는다. 독자들은 폭풍우와 함께 외딴 섬의 마법처럼 펼쳐지는 인생사의 희로애락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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