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린 왕자 - 내 안의 찬란한 빛, 내면아이를 만나다
정여울 지음 / CRETA(크레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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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의 어린 왕자』에는 '내면아이(inner child)'란 다소 생소한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몰라도 책을 읽다보면 자연히 알게 될 정도로 책이 잘 쓰여져 있지만, 조급한 독자는 먼저 개념이라도 알기 위해 네이버 백과사전을 찾았다. 〈상담학 사전〉에 따르면 내면아이란 한 개인의 정신 속에서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처럼 존재하는 아이의 모습을 일컫는 용어로 대상관계이론에서 나오는 말이다. 어린 시절의 주관적인 경험을 설명하는 용어로서 한 개인의 인생에서 어린 시절부터 지속적인 영향을 주는 존재다. 뇌 속에 저장된 어린 시기의 기억은 개인의 정서에 관련된 기억을 설명해 주는 중요한 경험적 자원이다. 내면아이의 발달은 부모의 양육태도와 관련이 있다. 자녀의 성장과 성격발달은 부모와의 상호작용의 산물이다.

말러(M. Mahler), 페어베언(W. Fairbairn), 위니콧(D. Winnicott) 등 대상관계이론가들은 유아의 성격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어머니의 역할을 강조하였다. 미실다인(W. Hugh Missildine)에 의하면, 개인에게는 2개의 자아가 존재한다. 하나는 어린 시절에 경험한 부모의 생각, 감정, 행동, 태도 등을 유사하게 닮은 내면 부모(inner parent)이며, 다른 하나는 그런 부모의 양육방식에 대한 자아의 내적 반응으로 형성된 내면아이다. 내면아이는 내면 부모에 대조되는 개념으로 교류분석에서의 어린이 자아와 유사한 개념이다. 이미 성인이 된 각 개인의 내면에는 과거의 유아기적 모습이 남아 있다. 어린 시절에 경험한 내용은 정신세계 속에 남아 현재의 삶과 행동에 영향을 미친다. 브래드쇼(J. Bradshaw)는 어린아이의 감정이 억압된 채 자라면 상처받은 그 아이는 성인이 된 후에도 계속해서 그 성인의 내면에 남아 있게 된다고 하였다. 무시당하고 상처받은 과거의 내면아이는 후일 성인기 부적응의 원인이 된다. 정신의학자이자 '개인심리학' 창시자인 알프레드 아들러가 인간의 행동과 발달을 결정하는 것은 인간존재에 보편적인 열등감·무력감과 이를 보상 또는 극복하려는 권력에의 의지, 즉 열등감에 대한 보상욕구라고 생각하였다는 말과 깊은 관련이 있음도 알 수 있다.

 


 

『어린 왕자』는 조종사였던 생텍쥐페리가 제 2차 세계대전 중 비행기 사고로 사막에 추락한 후 만난 '어린 왕자'와의 일을 바탕으로 썼다.(사실은 독백에 가까운 생각일 뿐이지만) 이 동화 같은 소설은 한 어른과 자아의 내면에 살고 있는 어린이의 만남을 그리고 있다.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는 엔진이 고장나는 바람에 사하라 사막 한복판에 불시착, '삶이냐 죽음이냐'의 갈림길에 놓인다. 이 가장 궁극적인 물음이 삶과 그 삶을 어떻게 살 것이냐를 다루고 있는 이 이야기의 핵심이다. 비상 상황을 배경으로 어른과 어린이 사이의 관계가 전개되고, 그 본질은 매우 예리한 질문-어른에게 '너무나 많은 것'을 물어보는 “어린 왕자”라는 어린이의 독특한 질문들-이다. 화자와 어린 왕자 사이의 대화는 사실은 자신을 향한 독백이다. 아무런 제한 없는 상상과 어린이의 요구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있는 어린이와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린 왕자와 화자가 처음으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어린 왕자가 느닷없이 나타나 “괜찮다면, 양을 한 마리 그려줄래요?” 하고 물으면서부터이다.

매력적인 우화 『어린 왕자』는 현실의 관습을 거부하고 상상력의 고삐가 풀리는 몽환적 정경 속으로 들어간다는 점에서 초현실주의 작품이기도 하다. 화자가 자신의 상상력을 재발견하면서 어른과 어린이의 역할이 바뀌고, 어린이는 어른에게 호기심이라는 신성한 예술을 가르쳐준다. 『어린 왕자』는 생텍쥐페리의 말년에 쓰여진 작품으로, 어른이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어떻게 살 수 있는지에 대한 선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 책 『나의 어린 왕자』는 작가 정여울이 내면아이를 만난 경험과 『어린 왕자』에 대한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작품이다.

 


 

누구나 한 번쯤 읽었을 『어린 왕자』는 짧지만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강력한 임팩트로 다가온다. 특히 독특한 그림은 번역판에서도 그대로 사용해 한 번이라도 읽어본 독자들은 그림만 보고도 '어린 왕자'임을 쉽게 알아볼 정도로 널리 알려져 있다. 독자도 어렸을 때, 그리고 학교 다닐 때, 사회 생활할 때도 읽은 경험이 있어 너댓 번은 읽은 것 같다. 처음 읽을 때도 강한 충격을 받았지만 어른이 되어 다시 읽어도 느끼는 충격은 항상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정여울 작가는 『어린 왕자』를 읽고 또 읽고 꼭꼭 씹어서, 내 안에 웅크리고 있던 내면아이를 끝내 만났다고 말한다.

저자 정여울은 최근 내면아이의 상처를 치유하고 싶다는 독자들의 편지를 많이 받았다. “우리는 왜 내면아이와 대화해야 할까요? 그 두려움을 넘어설 용기를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을까요?” 저자는 어린 왕자를 통해 내면아이를 만나고, ‘조이’라는 이름까지 지어주었다. ‘조이’는 이에 화답하듯, 쑥 커버린 성인자아에게 ‘루나’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 그리고 이 둘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를 이어나간다. 저자는 내면아이와 대화하는 의미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내면아이와 만난다는 것은 최고의 멘토이자 ‘베프’를 늘 가슴 속에 지니고 다니는 기쁨입니다. 어리다는 이유로, 세상 물정 모른다는 이유로, 우리의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지 않는 어른들이 많았지요. 이제는 내가 그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어보는 것입니다. 내면아와의 대화, 그것은 밝고 좋은 이야기라서 즐거운 것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내가 숨기고 억압해 왔던 부분이 마침내 보이기 시작했기에 느끼는 발견의 기쁨이지요.”

 


 

『나의 어린 왕자』는 300여 개의 언어와 방언으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생텍쥐페리의 작품 『어린 왕자』를 통해 저자가 만난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부담 없고 진솔한 대화이자 향연이며 끊임없는 성장 스토리다. 이 책은 저자가 만난 ‘나의 어린 왕자’이며, 독자들이 ‘나의 어린 왕자’를 만나 치유와 극복의 에너지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사실 문학 작품 『어린 왕자』에 대해 해설하는 책은 무수히 많다. 하지만 대부분 『어린 왕자』의 작품 속 맥락 안에서 삶을 대하는 자세를 배운다. 문학평론가인 저자는 단순히 작품 해석의 차원을 넘어 독자들에게 『어린 왕자』가 자신의 인생에서 어떤 의미였는지 고백한다. 저자는 인생의 사막 한복판에서 호기심 어린 눈을 반짝이며 자신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는 어린 왕자를 기적처럼 발견한다. 저자의 마음속 어린 왕자는 우리가 살면서 반드시 만나야 할 내면아이였고, 그와 대화하기 위해 ‘조이’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내면아이에게 말을 거는 것은 잃어버린 어린 시절 속으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희미해진 부분을 선명하게 만들어서 ‘내가 되찾아야 할 나’를 보다 명확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나 자신에게 도움이 됩니다. 내면아이의 상처가 선명하게 깨어나는 순간, 그때 돌보지 못했던 나의 소중한 부분도 함께 깨어나는 것입니다. 그림자와 만나는 것을 너무 두려워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림자의 층을 뚫고 들어가면 반드시 내 안의 가장 환한 빛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상처 때문에 나의 잠재력을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입니다. ‘너는 이것밖에 못 하니’, ‘저 아이는 저렇게 잘하는데’라는 어른들의 비난을 들으면서 급격하게 소심한 성격으로 바뀌었던 순간들이 기억났습니다. 저도 표현하고 싶은 마음, 재능, 꿈이 많았는데, 그것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어른이 되어버렸어요. 다행히도 글쓰기라는 탈출구가 있었기에, 제 안의 잠재력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누구에게나 표현의 탈출구가 필요합니다. 그 표현의 탈출구를 열어주기 위해, 내면아이와의 대화가 필요한 것이지요.”

 

 

이 책 『나의 어린 왕자』는 모두 10개의 장(章)으로 구성했다. 각 장은 루나와 조이의 대화를 전면에 배치하고, 저자가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 영문판을 직접 번역한 ‘어린 왕자의 말’, 그리고 독자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질문으로 구성되어 있다. 정여울 작가가 던지는 질문은 각자의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 독자만의 특별한 『어린 왕자』가 되길 바라는 저자의 의지가 담겨 있다. 평소 글쓰기를 격려하는 저자는, 내면아이와의 진솔한 대화를 꿈꾸는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질문을 몇 번이고 고치고 다듬었다고 말한다. 독자들은 저자의 질문을 통해 생각하며 마음속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계기를 만날 수 있다. 또한 책 전체를 구성하는 10개의 장은 마치 이야기의 전개처럼 내면아이 조이와 성인자아 루나의 첫 만남에서부터, 마침내 세상에 둘도 없는 친구가 되기까지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장 「내 안의 어린 왕자와의 첫 만남」, 2장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때가 언제지?」, 3장 「분노로 가득한 사랑도 끝내 사랑이니」, 4장 「두렵지 않았던 적이 없어」, 5장 「내가 가장 어여뻤던 시절」, 6장 「너는 안 된다고 규정짓던 사람들」, 7장 「잊을 수 없는 폭력의 기억」, 8장 「내 몸은 왜 내 것이 아니었을까」, 9장 「이제 네 안의 날개를 맘껏 펼치고 날아가!」, 10장 「사랑받지 못한 우리 모두의 내면아이에게」로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특이하게도 마지막 부분에 '인터뷰' 「당신의 소중한 내면아이를 되찾아 드리고 싶었어요」를 싣고 있다. 저자가 내면아이를 발견해 내면서 수많은 대화, 삶에 대한 비유적 표현과 상징적으로 표현되는 많은 부분에 대한 독자들의 충분한 이해를 위해 덧붙인 것으로 독자는 풀이한다.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주저하는 독자들에게 저자는 내면아이를 어떻게 만났는지, 어떻게 서로의 성장(루나)과 여전히 제자리에 있는 내면아이(조이)가 대화를 나누는지, 그리고 지금의 오늘까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듯 말한다. “당신의 내면아이는 당신의 성인자아가 말을 걸어주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의 내면아이는 저의 성인자아에게 이렇게 묻습니다. ‘그때 너는 왜 당당하게 너의 길을 가지 않았니? 넌 충분히 꿈을 펼칠 수 있었는데.’ ‘어린 시절 동생들과 시골 할머니 집 대청마루에 누워서 별 보던 거 기억나니? 그때 넌 참 괜찮은 어린이였는데.’ 그런 내면아이의 해맑은 속삭임에 귀 기울이기 시작하자, 좀 더 여유롭고 지혜로운 또 하나의 나와 만나기 시작했습니다. 내면아이의 말을 들어주기만 해도, 당신은 이미 반 이상은 낫기 시작한 것입니다.”

저자는 “우리 모두 내면아이와의 대화를 통해서 더 나은 인간이 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내면아이의 한 맺힌 심정을 들어주고, 현실세계에서 그 내면아이의 슬픔을 풀어주는 행위를 어떻게든 해주면, 분명 내 안의 불안과 공포가 녹아내리기 시작한다”고 전한다. “나를 치유할 수 있는 힘이 내 안에 있다는 것이 너무 다행이지 않나요. 우리는 내면아이를 달래어 세상 밖으로 용감하게 나오도록 이끌 수 있는 건강한 성인자아가 되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내면아이와 만나 속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 더 나은 어른이 될 수 있는 멋진 기회를 주는 것입니다. 복잡하다 싶으면, 이것만 기억해 두세요. 내면아이와 친구가 되는 것은 나만의 ‘베프’ 를 내 안에 간직하는 일이라는 것을요.”

누구에게나 지탱하기 힘든 고통은 있다. 사실 삶 자체가 고통일 수도 있다. 불교에서는 인생 자체를 고행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것을 극복하고 살아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것을 누구나 생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삶에 대한 명언들도 몇 개만 모아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삶이 고통이기 때문에 살아가는 것, 즉 삶 자체가 축복이라는 것과 같은 말일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로받기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겨내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고, 행복이다는 생각을 깊이 새길 수 있었다. 심리학적 접근을 시도한 저자와 한 하늘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산다는 것 자체만으로 행복하다는 느낌도 얻을 수 있다.

 


 

"이제야 내 나이쯤 되는 어른들은 그래도 내면아이를 보살필 시간이 조금이나마 생긴 거야. 그 생각을 하니까, 나에게 가혹하게 대했던 어른들의 무서운 얼굴들이 실은 권위주의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의 두려움 때문에 일그러져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 그들은 나에게 권위를 과시하고 싶었다기보다는, 자신들도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화부터 내고, 공부하라고 윽박지르고, 공부밖에는 살길이 없는 것처럼 우리를 내몰았던 거야. 다행히 지금 우리 시대의 어른들은 그렇게 아이들을 공부만 하라고 내몰지는 않아. 물론 여전히 그런 부모들도 있지만. 많은 어른이 ‘우리보다는 더 나은 삶’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애쓰고 있어."(p.128~129)

 

저자 : 정여울

 

매일 글 쓰는 사람, 쉬지 않고 꿈꾸는 사람. 자신의 상처를 솔직하고 담담하게 드러내며 독자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작가.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학위를 받은 후 인문학, 심리학, 글쓰기에 대한 강연으로 전국의 독자들과 만나고 있다. 우리가 간절한 마음으로 붙잡지 않으면 자칫 스쳐 지나가버릴 모든 감정과 기억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다. 문학과 여행과 심리학을 통해 내 아픔을 치유한 만큼, 타인의 아픔을 따스하게 어루만지는 글을 쓰고 싶다. 한때는 상처 입은 사람이었지만 지금은 타인에게 용기를 주는 치유자가 되고 싶다. 인문학, 글쓰기, 심리학에 대해 강의하며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글쓰기’로 소통한다. 세상 속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는 글을, 한없이 넓고도 깊은 글을 쓰고자 한다.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어국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일정한 틀에 매이기보다 스스로가 주제가 되어 더욱 자유롭고 창조적인 글쓰기를 하고 싶은 목마름으로 네이버 오디오클립 [월간 정여울]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독자와 소란하지 않게, 좀 더 천천히, 아날로그적으로 소통하기를 바란다. KBS 제1라디오 [백은하의 영화관, 정여울의 도서관]을 진행하고 있으며, [김성완의 시사夜]의 게스트로 출연하고 있다.

저서로는 제3회 전숙희문학상을 수상한 산문집 『마음의 서재』, 심리 치유 에세이 『나를 돌보지 않는 나에게』,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인문학과 여행의 만남 『내가 사랑한 유럽 TOP10』, 청춘에게 건네는 다정한 편지 『그때 알았더라면 좋았을 것들』, 인문 교양서 『헤세로 가는 길』, 『공부할 권리』, 등과 『빈센트 나의 빈센트』, 『마흔에 관하여』, 『월간 정여울』, 『공부할 권리』, 『그림자 여행』, 『그때, 나에게 미처 하지 못한 말』, 『시네필 다이어리』, 『늘 괜찮다 말하는 당신에게』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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