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1
나카노 교코 지음, 이유라 옮김 / 한경arte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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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유럽에서 명문으로 꼽히는 가문 중 첫 손가락에 꼽힐 정도로 유럽 역사 전근현대를 가로지르는 굴곡의 맨 앞에 위치하고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은 스위스의 보잘것없는 스위스 산골 지방의 호족에서 갑자기 유럽의 유력 가문으로 급부상했다. 어떻게 가능했을까? 1273년 유럽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부상해 왕족으로 신분 상승했다고 한다. 이때 합스부르크 집안을 이끌던 백작 루돌프 1세가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로 선출되면서부터다. 지방 호족이 갑자기 제국의 황제가 되었으니 신분 상승이 아니라 신분 변신에 해당될 일이다. 이 자리는 다른 제후들이 그를 꼭두각시로 삼으려는 목적으로 추대한 것이었으나, 루돌프 1세는 대관식을 치르고 5년 뒤 전쟁을 일으켰다. 그는 이 전쟁에서 승리한 후 보헤미아를 손안에 넣고 곧이어 오스트리아 일대도 자신의 영지로 삼았으며, 스위스 산속에서 오스트리아로 본거지를 옮겼다. 그 뒤 루돌프 1세는 오직 합스부르크왕조를 넓혀나가고 지키는 것만을 첫째 목표로 삼았다.

이후 유럽을 세계사의 중심으로 만든 합스부르크 가문은 열강의 세력 균형에 의해 우연히 굴러들어 온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계기로 약 650여 년에 걸쳐 긴 왕조를 유지해왔다. 그 긴 시간 동안 신성로마제국 황제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하며 유럽 중심부에 자리를 잡고 주변 국가들과 적극적인 혼인 관계를 맺으면서 그물 모양으로 영토를 확장해 나간 합스부르크왕조는 유럽사의 핵심이자 기반을 이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에 따라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알면 유럽사의 흐름을 자연스레 알 수 있다.

 


 

긴 세월 동안 정치적 부침이 없지 않았지만, 1차 세계대전 직후 마지막 황제 카를 1세가 퇴위할 때까지 장장 650년 동안 제국의 품격을 지킨 합스부르크 가문은 독일, 헝가리, 이탈리아, 폴란드, 터키, 체첸, 크로아티아, 세르비아 등등을 포괄하는 다민족 제국으로 성장했다. 또한 긴 역사를 가진 만큼 합스부르크 가문에는 매력적인 인물이 다수 존재한다. 피비린내 나는 전쟁에 열중한 황제, 오로지 사랑 하나만 바라보았던 왕비, 정치에는 관심 없이 연금술에 빠져 있던 왕, 어머니에게 버림받은 영웅의 아들, 이국의 땅에서 기요틴의 이슬이 된 왕비 등 가혹한 운명에 맞서, 또 운명에 따라 조용히 사라져간 주인공들의 면면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네이버 백과사전에 따르면 18세기 중반에는 보수적인 성향이 강했지만 근대 개혁정치의 시발점으로 평가될 만한 여왕 마리아 테레지아가 제국의 통치자로 등극하기도 했다. 19세기 초반에는 혁명 프랑스에 반대하는 유럽 보수반동 정치세력의 보루가 되어 악명을 떨치기도 했지만, 19세기 후반에는 오스트리아-헝가리 이중 제국이라는 독특한 형태의 연방국가 모델을 창출하는 왕가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1914년 6월, 황태자 프란츠 페르디난트 부처의 죽음이 직접적인 계기가 되어 발생한 1차 세계대전에서 패배하면서 유럽을 통틀어 가장 유서 깊은 왕실인 합스부르크 왕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었다.

유럽 발달사와 역사를 살펴보면 역사의 변곡점이 되는 사건이나 통치자에 의해 역사의 굴곡을 자아냈다고 할 수도 있다.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는 곧 유럽의 역사와 맞물려 돌아간 셈이다. 1452년에는 10년 전 (신성)로마독일 왕에 즉위한 프리드리히 3세가 로마의 황제로 등극했다. 그의 황제 대관식은 로마에서 교황 니콜라우스 5세가 직접 집전했다. 그것은 합스부르크 가문으로서는 대단히 상징적인 의미를 갖는 사건이었고, 이제 합스부르크 왕실은 이후 460년 동안 신성로마제국의 황제를 배출하는 어엿한 황실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러나 프리드리히 황제의 손자인 미남대공 필리프 1세의 아들 대에 이르러 합스부르크 황실은 스페인 계보의 국왕 카를 5세와 오스트리아 계보의 황제 페르디난트 1세로 가문이 분리되었다. 신성로마제국의 황위를 넘겨받은 오스트리아 계보는 다시 티롤 계보인 페르디난트 2세 황제에 의해 유지되다가 마리아 테레지아의 부왕인 카를 6세까지 이어졌다. 1732년 1월 11일, 황제 카를 6세는 오랫동안의 협상 끝에 왕자가 아닌 공주가 상속자가 될 수 있음을 명시한 국사조칙을 공인받는 데 성공하였고, 이로써 마리아 테레지아가 합스부르크 가문의 역사상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왕위에 오르는 인물이 되었다.

이 책 『명화로 읽는 합스부르크 역사』는 저자 나카노 교코가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의 일환으로 낸 첫 책이다. 명화를 통해 유럽 왕조의 역사를 소개해줄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는 모두 5권으로 기획되고 있다. 이 책에 이어 『명화로 읽는 부르봉 역사』, 『명화로 읽는 로마노프 역사』, 『명화로 읽는 잉글랜드 역사』, 『명화로 읽는 프로이센 역사』로 구성될 예정이라고 한다. 시리즈 첫 책으로 낸 이 책은 합스부르크 왕족의 역사가 유럽 근대사를 중심으로 가로지르기 때문에 당연히 시리즈 첫 책이 될 수 있으며, 합스부르크가 예술, 특히 그림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은 탓에 화가들이 합스부르크 왕가의 초상화를 그리는 데 주저하지 않았으리라 생각된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에서 합스부르크가를 대표하는 인물이 그려진 명화를 선정해 소개하고, 명화 속 인물에 얽힌 사건과 시대 배경을 설명하면서 화가의 이야기를 적절히 배치해 알려준다. 그리고 합스부르크가 계보도와 연표를 함께 실어 독자의 이해를 도우며, 서양사를 어려워하는 독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있고 친근한 스토리텔링을 선보인다. 읽다 보면 자연스레 합스부르크의 역사와 함께 명화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에 따르면 합스부르크 가문 사람들은 신에게 선택받은 특별한 존재인 자신들의 고귀한 푸른 피를 자랑스러워했는데, 다섯 종교와 열두 민족을 수 세기에 걸쳐 통솔하며 신성로마제국 황제의 자리를 독점하다시피 했다는 자신감이 이를 뒷받침했다. 합스부르크의 지배권은 지금의 오스트리아, 독일, 스페인, 이탈리아, 벨기에, 네덜란드, 체코,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포르투갈, 브라질, 멕시코, 캘리포니아, 인도네시아까지 미치고 있었다. 한 사람이 가장 많은 나라의 군주를 겸한 사례도 합스부르크가였으며, 카를 5세는 유럽 역사상 가장 많은 무려 70가지 이상의 직함을 가졌다.

이후 15세기 말, 합스부르크가가 배출한 영웅 막시밀리안 1세가 등장한다. ‘중세 최후의 기사’라는 칭호를 얻었던 그는 항상 최전선에서 싸우며 영토를 부르고뉴, 에스파냐, 헝가리까지 확장하고 국호도 ‘독일 국민의 신성로마제국’으로 바꾸었으며, 고대 로마제국을 재건하기보다 독일어권의 합스부르크왕조를 강화하는 데 힘쓰며 실제로 유럽에서 손꼽히는 명문가로 끌어올렸다. 또한 막시밀리안 1세는 혼인 외교를 중시했는데, 이를 계기로 “전쟁은 다른 이들에게 맡겨라. 너 행복한 오스트리아여, 결혼하라!”는 유명한 가훈이 탄생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역사적 배경과 함께 알브레히트 뒤러의 작품 〈막시밀리안 1세〉를 소개한다.

이 작품은 황제가 직접 의뢰한 유채 초상화로서, 검은색 벨벳으로 만든 큰 모자를 쓰고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서 있는 막시밀리안 1세가 생각에 잠겨 있는 표정을 짓고 있다. 그는 모피 안감을 받친 상당히 호화로운 붉은색 외투를 걸치고 왼손에는 석류를 들고 있는데, 석류는 과육에 씨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어서 ‘풍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한편, 무수히 많은 씨앗이 튼튼한 껍질에 감싸여 있다는 점에서 군주를 섬기는 이들의 결속을 상징하기도 한다.

 


 

많은 나라를 통괄하는 신성로마 황제에게 걸맞은 상징물이라 할 수 있다. 사전 지식 없이 이 그림을 보았다면 그저 유럽의 어느 귀족이겠거니, 하며 스쳐지나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막시밀리안 1세가 치열하게 살아온 과정을 알고 그림을 보게 된다면, 무거운 눈꺼풀을 한 그의 모습도 다르게 다가올 것이다. 저자 나카노 교코는 이렇게 13세기 루돌프 1세부터 20세기 프란츠 요제프까지 명화와 함께 합스부르크의 역사를 소개한다. 저자가 소개하는 역사 지식, 명화 속 숨은 정보를 알고 그림을 보면 자연스레 역사와 작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것이다.

특유의 명화 소개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나카노 교코는 독특한 명화 감상법과 문화 전반을 아우르는 관점 및 유려한 스토리텔링으로 수많은 팬을 사로잡고 있다. 명화 속 배경의 역사적 사실, 화가의 개인사, 그림 속 인물과 얽힌 이야기 등 역사, 문화, 예술에 대한 저자의 폭넓은 배경지식은 일반 교양 독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었으며, 특히 『무서운 그림』 시리즈는 매력적인 콘셉트로 예술서 분야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평과 함께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나카노 교코는 ‘역사가 흐르는 미술관’ 시리즈를 통해 미술과 역사의 융합이라는 분야에 도전했다. 그중 첫 번째로 합스부르크왕조를 주목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저자는 합스부르크왕조는 베르디의 오페라 〈카를로스〉, 슈테판 츠바이크의 전기 『마리 앙투아네트』, 실베스터 르베이의 뮤지컬 〈엘리자벳〉 같은 걸작의 배경이 된 것을 비롯해 회화 작품에서도 알브레히트 뒤러, 베첼리오 티치아노, 디에고 벨라스케스, 엘 그레코 같은 천재들이 붓을 들게 했을 만큼 매력적인 인물들이 많다고 소개한다. 그들의 역사가 때로는 한없는 낭만을 일깨우고, 때로는 온몸의 털이 곤두서는 공포를 선사하며, 나아가 현대의 유럽 통합과도 겹치는 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미술과 역사의 융합에 도전했을까. 그 이유는 역사와 미술에 대해 어렵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왕과 귀족의 칭호나 이름은 발음도 어렵고 무척 이해하기 힘든 경우가 많은데, 카를 5세 같은 경우가 특히 그렇다. 카를과 카를로스의 어원이 같으리라는 건 상상할 수 있어도 카를 5세와 카를로스 1세가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듣자마자 서양사가 싫어졌다는 사람도 많을 정도라는 사실엔 독자도 어리둥절하다. 독자는 앞서 언급한 백과사전에서 '카를 5세'를 찾아보았다.

이에 따르면 1519년, 카를 5세가 황제가 되었을 때 그의 지배령은 프랑스를 제외한 서유럽 전역과 대서양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이르기까지 ‘해가 지지 않는 제국’이었다. 가톨릭 보편제국을 건설하기 위해 보름스 칙령(1521년) 공포부터 줄기차게 신교의 확산을 막았고, 그에 맞서 반종교개혁 운동을 펼치며 기독교 세계의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1555년 아우크스부르크 종교화해로 제국이 공식적으로 구교와 신교 진영으로 분열하면서 사실상 그의 꿈도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1556년 카를 5세는 동생 페르디난트 1세에게 황제 자리를, 그리고 장남 펠리페 2세에게는 스페인 왕위를 넘겨주면서 스스로 모든 직위에서 물러났다. 이로써 합스부르크 왕가는 오스트리아계와 스페인계로 완전히 분리되었다. 이로 인해 카를 5세와 카를로스 1세는 유럽의 역사, 가문의 역사, 혼인을 통한 계보의 역사 등이 얽히고설키면서 혼란을 일으킨 것으로 독자는 추정한다.

저자는 미술 역시 미술사나 회화 양식 등 딱딱한 지식을 토대로 암기하는 방식으로만 그림을 봐 왔기 때문에 지루하고 어렵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에 나카노 교코는 이 책을 통해 역사와 미술을 알기 쉽게 동시에 배울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자는 합스부르크를 대표하는 인물과 관련된 12점의 명화 및 그와 연관된 다수의 명화들을 함께 소개하면서 명화 속 인물이 어떤 삶을 살아왔고, 그가 역사에 끼친 영향이 무엇인지 시대적 배경과 일화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특히 나카노 교코의 현장감이 돋보이는 묘사는 소설의 한 장면 혹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한순간에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어, 읽는 재미를 한층 더 부여한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명화는 마네, 벨라스케스 같이 친숙한 거장 외에도 유럽이 사랑한 독일의 국민 화가 알브레히트 뒤러, 역사화로 유명한 프란시스코 프라디야, 최초의 초현실주의 화가 주세페 아르침볼도까지 작품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어 유익하다.

 

 

주도면밀하게 설정된 대면 자리에서 프란츠 요제프는 금세 사랑에 빠졌다. 헬레네에게? 아니다. 상대는 그녀의 맞선에 호기심으로 따라온 15세의 여동생 시시였다. 아직 어린아이 같은 느낌이 남아 있어 자유롭고 활달하며 구김살 없이 행동하는 사랑스러운 시시, 즉 엘리자베트는 의무에 얽매여 옴짝달싹 못 하던 착실하고 융통성 없는 프란츠 요제프에게 하늘을 나는 쾌활한 작은 새처럼 보였으리라. 그는 자신과 비슷한 기질의 헬레네에게는 끌리지 않았고, 정반대 타입을 아내로 원했다. 어머니가 아무리 반대해도 소용없었다. 23세의 젊은 황제는 모든 걸 다 양보해도 이것만은 양보할 수 없다고 드물게 자신의 의지를 밀고 나가, 마치 동화에 나올 법한 약혼이 성립된다.

- 「제11장 프란츠 사버 빈터할터, 〈엘리자베트 황후〉」 중에서

 

저자 : 나카노 교코(Kyoko Nakano,なかの きょうこ,中野 京子)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을 전공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와세다대학교에서 독일 문학과 서양 문화사를 강의하고 있으며 독문학자이자 작가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무서운 그림》 시리즈, 《나카노 교코와 읽는 명화의 수수께끼》, 《명화와 함께 읽는 예수 그리스도 이야기》, 《다리를 둘러싼 이야기》 등 다수의 저서를 집필하고,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리 앙투아네트》 등을 옮겼다. 월간 〈분게이슌주〉에 ‘나카노 교코의 명화가 말하는 서양사’를 연재했다.

국내에 출간된 저서로는 《무서운 그림》 시리즈, 《명화의 거짓말》 시리즈, 《나카노 교코의 서양기담》, 《욕망의 명화》, 《운명의 그림》, 《처음 가는 루브르》, 《내 생애 마지막 그림》, 《오페라처럼 살다》, 《명화로 보는 남자의 패션》, 《미술관 옆 카페에서 읽는 인상주의》, 《마리 앙투아네트 운명의 24시간》, 《세계의 다리를 읽다》, 《잔혹한 왕과 가련한 왕비》, 《무서운 그림으로 인간을 읽다》, 《나는 꽃과 나비를 그린다》 등이 있다.

 

역자 : 이유라

숙명여자대학교에서 일본학과 의류학을 전공하고 일본 리츠메이칸대학교 문학부에서 공부했다. 단편소설로 등단한 뒤 집단지성번역플랫폼 플리토(Flitto)의 B2B팀에서 근무했으며, 지금은 고등학교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면서 바른번역 소속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스스로 빛나지 않는 달처럼, 원작의 빛을 가장 잘 전달하는 번역가가 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옮긴 책으로 《나에게 읽어주는 책》, 《매일매일 좋은 날》, 《계절에 따라 산다》, 《기독교로 읽는 세계사》, 《모두를 위한 세계사 인물사전》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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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나이스 벗 윈 - 자퇴생 창업가에서 불패의 리더로, 마이클 델의 38년 비즈니스 혁신 로드맵
마이클 델 지음, 고영태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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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회에서 생존하려면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위기의 순간들, 세계 최고 경영자에게 직접 배우는 절대 성공의 법칙. 이 책은 경험의 노하우뿐만 아니라 성공 기업을 이끌고 싶은 꿈을 가진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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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나이스 벗 윈 - 자퇴생 창업가에서 불패의 리더로, 마이클 델의 38년 비즈니스 혁신 로드맵
마이클 델 지음, 고영태 옮김 / 페이지2(page2)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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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웬만해선 자서전을 잘 읽지 않는다. 정치인들의 '회고록'에 대한 트라우마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자신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남기면서 역사적 사실을 왜곡, 편향된 시각으로 자신들의 정치적 업적을 부풀리거나 합리화하는 데 이용한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독자에게 자서전은 정치에 대한 불신뿐만 아니라 모든 자서전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에 대한 예를 요구한다면 한두 사람의 이름이 바로 튀어나올 수 있지만 이 책 『플레이 나이스 벗 윈(Play Nice But Win)』의 서평을 쓰는 입장에서 잘못 쓴 자서전에 대해 여기에 쓰면 안 될 것 같아 입을 닫고 싶다. 이 책은 미국인이기는 하지만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도 잘 아는 컴퓨터 제작 판매 업체로 세계적 명성과 적지 않은 부를 쌓아올린 기업 〈델(Dell)〉의 창업자 마이클 델의 자서전이다.

경제인으로서 성공기를 쓰다보면 과장의 사실이나 기억 이외의 서술도 있으리란 독자의 불안감이 자서전 트라우마를 다시 겪을 수도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마이클 델은 솔직함과 신뢰로 회사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사실에 독자는 자서전 트라우마를 이기며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다. 먼저 이 책을 읽고 난 다음의 독자의 감상평을 묻는다면 한마디로 '존경심'이 우러난다. 말로만 듣던 기업 경영에 대한 그의 원칙과 소신을 단 한시도 저버리지 않은 참다운 경영인, 신뢰 가는 경제인, 존경할 만한 한 사람으로 그를 생각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 점으로만 그치지 않았다. 독자처럼 자서전 트라우마가 있는 독자들은 한 번쯤 겪었을 법한 트라우마 극복 의지도 생겼다는 사실이다. 독자가 부족한 글솜씨 때문에 쉽게 표현하지 못하지만, 쉬운 말로 이 책을 읽음으로써 기존의 자서전 트라우마를 벗어났다는 말이다. 뿐만 아니라 편견, 확증 편향이 얼마나 사실을 왜곡되게 파악하게 되는지에 대한 자각심이 더 커졌다. 어떤 책을 읽을 때 자신만의 확인되지 않는 생각, 즉 편견이나 확증 편향을 없애고 책을 마주해야 한다는 것이다. 독자의 독서 성찰이라는 큰 선물도 챙길 수 있었다.

 


 

이 책은 젊은 나이에 델사(社)를 창업해 38년간 이끌어오면서 마이클 델이 보여주고 쌓아올린 것은 부(富)가 아니라 신뢰의 기업 경영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전설적 창업 경영인 빌 게이츠와 레이 달리오가 “비즈니스에 관심 있는 누구든 읽어야 한다“며 강력 추천했다. 이 책은 전 세계 CEO들이 참고할 만큼 강력한 비즈니스 인사이트를 담고 있다는 것.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스타벅스, JP모건, 페이스북, 세일즈포스, 버진그룹의 CEO는 물론, 애덤 그랜트, 매튜 맥커너히 등 글로벌 혁신가에게도 큰 사랑을 받았다고 한다. 세계적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 마이클 델은 1984년, 19세 어린 나이에 스타트업을 창업한 후 지금까지도 ‘현직 CEO’로 활동하고 있다. 38년간 쉬지 않고 혁신에 혁신을 거듭한 결과, 연 매출 1000억 달러 달성에 성공했으며 현재 15만 명의 직원들을 이끌고 있다. 천재 기업가 마이클 델이 강조한 ‘비즈니스 불패의 법칙’은 무엇일까?

이 책에는 ”나는 지금까지는 단 한 번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고 말하는 델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가 보여줬던 천재적 사업 감각, 델의 초고속 성장의 비법, 위기 돌파의 자신감과 동력, 무엇보다도 시시각각 빠르게 변하는 IT업계에서 38년간 자신의 이름을 걸고 사업을 해온 창업가가 그 어떤 곳에서도 보여주지 않았던 속 깊은 고민과 해답의 여정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독자는 이 책을 읽은 이유가 좀 다른 데 있었지만 현직 경영인이나 앞으로 회사 경영을 꿈꾸고 있는 사람은 외형적 화려함보다 내실을 기하고, 실제 회사에 도움이 될 것과 회사 이익에 저해할 것의 판단은 어떻게 내릴 수 있는지에 대한 해답을 얻을 것으로 독자도 이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신뢰감이 한층 깊어졌다.

 


 

독자는 이 회사의 컴퓨터를 사용해 본 적은 없지만(우리 국산이 훨씬 더 성능이 좋다고 느꼈다) 기업 경영이나 기업가로서 원칙, 위기 때 더욱 침착하게 혁신에 나서는 델의 적극적이고 열정적 기업 경영이 담긴 이 책의 내용은 현실적이고 구체적이다. 이는 신뢰와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겠지만 책에는 회사의 기업 때마다 늘 델이 전면에 나서 해결해 나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물론 원칙과 혁신의 솔루션은 신뢰에 더하여 회사 경영을 하면서 쌓은 혁신의 노하우도 잘 알고 있다는 점에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이 책은 개인의 기업 성공담이기보다는 기업 경영에 대한 영감을 줄 수 있는 내용이 풍부하게 담겨 있다. 게다가 그것이 글로벌 리더의 경험담이라면 기업 경영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텍스트로 사용해도 좋을 만큼의 내용으로 꽉 차 있다고 독자는 주장한다. 세계적인 IT 기업 〈델 테크놀로지스〉는 아마존과 애플이 작은 신생기업이었을 때부터 PC 산업의 발판을 다졌던 1세대 스타트업이다. 대기업까지 휘청이게 만들었던 닷컴버블은 물론, 금융위기, 블랙먼데이, 9·11테러 등 세계 경제를 뒤흔든 굵직굵직한 사건들을 극복하며 꾸준히 덩치를 키운 ‘성장형 기업’이다. 그의 비즈니스는 온갖 위기를 극복하며 단단해졌다.

〈델 테크놀로지스〉의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 마이클 델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진정한 리더로 만들어준 좌절과 승리의 순간들을 처음으로 대중들에게 공개하는 기회로 생각했을 것이다. 이 책은 델이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19세의 대학 중퇴자로 PC 회사를 세우면서 시작된다. 공간을 넓히고 신입 사원을 뽑는 등 규모를 키우고 사업구조를 확장하는 도중에 닷컴버블이 터지기도 한다. 혁신을 시도할 때는 기업사냥꾼이 달려들어 회사를 강탈하려고 교묘한 거짓말로 언론을 속이기도 한다. 회사를 지키기 위한 긴장감 넘치는 협상의 순간들은 너무나 디테일하고 솔직해서 마치 옆에서 직접 이야기를 듣는 듯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이 책은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로 불리는 마이클 델의 동력과 신념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세계적 경영자가 어떻게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원칙을 지켜가는지, 변화와 혁신은 어디에서 오는지, 사람·기술의 잠재력은 어떻게 끌어내는지, 38년간 이어지고 있는 성공의 법칙은 무엇인지, 그에게 직접 들어볼 기회다. 한 가지 독자로서 첨언하고 싶은 말은 이 책을 "읽지 말고 들어라"라는 충언을 해주고 싶다. 빌 게이츠, 레이 달리오는 이미 억만장자라는 타이틀이 무의미한, 세계적 리더 반열에 오른 사람들이다. 그런 두 사람이 공통적으로 높이 평가한 것은 마이클 델의 기업가 정신이다. “정정당당히 싸우되 끝내는 이겨라!” 마이클 델이 회사의 일대기를 공개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경영철학에 맞게 모든 단계에서 정정당당하게 싸웠고, 또 결국 이겨냈기 때문이다. 미국의 유력 경제지 〈포브스〉는 이와 관련해 “델은 위험을 감수하려는 자세가 뛰어나면서도 성공하기 위해 알맞은 방식을 택하는 능력이 있다. 누구도 델의 진정성이나 싸워 승리하는 능력을 의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이 책에서는 어떤 사건이 벌어졌을 때 회사의 최고경영자는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대중들에게는 어떤 말을 했는지, 또 실제로는 어떤 액션을 펼쳤는지를 명명백백히 밝히고 있다. 그래서 글만 읽어도 진짜 기업가의 사고회로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실제로 마이클 델은 함께 변화를 주도했던 직원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더 많은 영감을 불어넣기 위해서, 바른 방향으로 더 빠르게 움직이자고 동기부여를 하기 위해서 100% 솔직하게 적었다고 한다. 협력사들에게도 깊이 있는 확신을 심어주고, 주주들에게도 ‘좋은 관리자’로서 한층 더 두터운 신뢰를 쌓을 기회라고 생각한 것이다. 이 책으로 하여금 ‘정정당당하게 맞서서 승리하는 법’이 또 한 번 빛을 발하게 될 것이라 믿는다.

 


 

나는 우리가 엉망진창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2010년에 처음으로 비공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생각했던 가장 큰 이유와 내가 지금 이 일에 전념하는 이유는 세상과 주식 시장이 약점이라고 생각한 곳에서 기회를 찾았기 때무이다. 전문가들은 비관적 측면을 봤지만 나는 흥미진진한 가능성을 보았다. 나는 사물을 다른 관점으로 보면 (반대의 관점에서) 종종 기회가 찾아온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산업을 예측하는 사람들을 포함해 모든 사람들이 “PC는 앞으로도 좋을 것 같아”라고 말하고 있었다면 내가 비공개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p.79)

- 「논란의 아이디어, 상장폐지」 중에서

 

비공개 기업으로 전환한 이후에 한 기자가 "왜 그만두고 떠나지 않죠?"라는 질문을 했다. 나는 진심에서 나온 아주 단순한 답변을 했다. 나는 또 다른 회사를 원하지 않았다. 이 회사는 내 이름, ‘델’을 걸고 있는 유일한 회사였다. “저는 죽은 후에도 관심을 가지고 델을 지켜볼 겁니다. 이런 종류의 일을 좋아합니다. 저에게는 재미있는 일이고요. 상장 기업으로서는 불가능한 방법으로 저의 운명을 통제할 수 있게 된 것에 대해 저는 전율을 느낄 정도로 짜릿함을 느낍니다." 그리고 '자신'과의 대화가 내가 투자자와 해야 하는 유일한 대화였다고 말했다.(p.354~355)

- 「사상 최대 규모의 ‘프로젝트 에메랄드’」 중에서

 


 

이 책은 책 뒷 분에 별도의 장을 마련해 「마이클 델의 신조」를 별도로 썼다. 그의 경영 철학, 생활 신조, 위기 대응법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분량으로는 얼마 되지 않지만 저자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어쩌면 이 책 한 권을 다 읽고 듣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책을 펼칠 때와 닫을 때 한 번씩 읽어볼 것을 주의 깊게 권하고 싶다. 하나만 여기에 옮겨 적는다.

"신뢰, 윤리 그리고 정직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가치관이 없다면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은 효율적이다. 내가 약속을 하고 지키지 못하거나 형편없는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아무도 나에게서 제품을 다시 구매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p.475)

 

저자 : 마이클 델

마이클 델은 ‘델 테크놀로지스’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다. 1984년, 19세에 자본금 1000달러로 시작한 작은 회사는 이제 매출 규모가 1000억 달러에 달하고 직원 수가 15만 명이 넘는 세계 최대 수준의 IT 기업이 되었다. 주문제작방식의 컴퓨터와 서버 분야를 발판으로 일반 소비자부터 중소기업, 각국 정부 기관, 그리고 글로벌 기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찍이 기업의 정보 보호 중요성을 파악하고 조직에 필요한 IT 인프라를 제공함으로써 변화에 빠르게 대처하는 기민함을 보여준 혁신가이자 기술 선도자다. 27세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춘》이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선정되며 ‘최연소 CEO’, ‘천재 사업가’로 이름을 날렸다. 세계경제포럼 재단 이사회의 명예 이사 겸 국제비즈니스위원회 집행 위원이며, 1999년 그의 아내인 수잔 델과 함께 ‘마이클앤드수잔델재단’을 설립했다.

 

역자 : 고영태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국제학대학원에서 정치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94년 KBS에 입사해 정치, 경제, 국제, 디지털뉴스부 기자로 일했다. 경제부 팀장, 디지털뉴스부 팀장을 거쳐 방콕 특파원과 경인방송센터장을 지냈다. <포브스코리아> 온라인판 번역에도 참여했으며, 한국생산성본부와 IGM세계경영연구원 등에 CEO 북클럽 강사로 출강했다. 옮긴 책으로 《원칙》, 《10년 후 미래》, 《미래의 속도》, 《절대 가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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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음 - "인생 선택"을 만드는 4가지 기술
칩 히스.댄 히스 지음, 김정아 옮김 / 부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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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자기계발서가 심리학, 인문학, 심리학, 의학 등 거의 모든 분야의 학문과 결합한 형태를 띠고 있어 사회 생활이나 대인 관계를 다루는 책은 대부분 자기계발서로 서점에서 분류하는 것 같다. 물론 엄밀하게 하자면 미국의 멜빌 듀이(Melvil Dewey)가 1876년 개발한 듀이십진분류법(DDC)에 의해 고유의 번호가 달리기 때문에 각각의 자리를 차지하겠지만 서점은 신간, 베스트 셀러 등은 DDC로 분류하지 않아도 되기에 꼭 분류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일반판매대에 가면 늘 망설이는 때가 많다. 비슷한 책이 나와 있을 경우 어떤 책을 선택할지에 대해 고민에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때문에 사전에 아무 계획없이 갔다가는 '후회'를 가져오는 경우가 가끔 발생한다. 비슷해 보이는 책 한 권 선택할 때도 실망으로 후회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이 책 『후회 없음』은 잘못된 선택으로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을 주는 자기계발서다. 공동 저자 칩 히스(Chip Heath)와 댄 히스(Dan Heath)는 형제로서 각각의 연구 분야가 다르지만 이 책을 내기 위해 다시 뭉쳐 책을 냈다. 서로의 분야에 대한 지식이 필요했기 때문이리라. 자신들의 전공 분야에서 자기계발서를 충분히 쓸 수 있다는 작가들의 경험과 연구 결과에 따른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시너지 효과를 위해서였으리라고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특히 이 책은 제목에서 보여지듯이 '후회'는 우리들이 순간순간 경험하는 선택에 따른 일이나 물건이 예상에 미치지 못할 때 나타나는 부정적 감정이다. 후회를 어떻게 다룰지는 얼마나 후회가 큰 지에 따라 대처 방식도 달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후회라는 감정을 잘 다스린다면 후회를 기쁨으로 바꿀 수도 있고 좌절로 바꿀 수도 있다. 선택과 결정, 후회와 만족, 혹은 기쁨 등의 감정은 우리 일상에서 흔히 일어나는 일이고, 후회를 반복하거나 만족으로 바꿀 기회는 존재한다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한 권의 책을 선택할 때처럼 가벼운 문제보다 훨씬 큰 선택과 후회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후회 없는 결정과 성공적인 결과를 가져오기 위해 어떤 방법으로 후회하지 않을지에 대해 모색하는 방법에 대한 제안이 실려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매우 글을 잘 쓰는 분들이고 이미 밀리언셀러를 가질 정도로 글의 핵심을 어떻게 다룰지, 어떻게 배열해 독자들에게 전달할지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분들이다. 이 책이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은 다른 어떤 논저보다 잘 구성돼 있다. 마치 우리가 학창시절에 배우는 교과서처럼 텍스트로 사용해도 될 만큼 풍부한 내용과 핵심에 접근하는 방법이 잘 이루어져 있다. 그것도 마치 한 편의 잘 쓰여진 문학 작품을 읽는 것처럼 읽기만 해도 쉽게 이해될 정도로 유기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서 우리는 자신에게 필요한 부분은 별도로 메모해 시간 나는 대로 다시 한 번 볼 것을 제안한다. 아마 기억해 둬야 할 부분에 대한 저자들의 강조점이니 그럴 것이다. 저자들은 독자들의 독서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각 파트별로 끝 부분에 핵심 정리를 따로 페이지를 마련하고 있다. 메모 습관이 안 된 독자들은 이 페이지를 이용하면 될 것이다. 이 책은 『후회 없음』이란 제목에 「"인생 선택"을 만드는 4가지 기술」이란 부제가 달려 있다. 내용은 5개 부(part)로 나뉘어 있다. 2부 〈선택지를 넓혀라〉, 3주 〈가정을 검증하라〉, 4부 〈결정과 거리를 두라〉, 5부 〈틀릴 때를 대비하라〉 등이다. 여기에 1부 〈무엇이 당신의 결정을 방해하는가〉란 서론에 해당되는 부분이 가장 먼저 나온다. 즉 결정을 가로막는 4가지 악당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때 제시된 4가지 악당이 1부에서 다루는 내용이다. 저자들이 제시한 4가지 악당은 ① 편협한 사고틀 ② 확증 편향 ③ 단기 감정 ④ 과신이다. 이는 후회를 가져오는, 선택 결정 전에 제거해야 것들이다.

 


 

이 책은 선택 결정에 따른 후회 감정 처리가 아니라, 후회하지 않은 선택 결정을 돕는 데 목적이 있다. 저자들은 책의 「머리말」을 통해 선택 결정에 가장 나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스포트라이트 효과에 현혹되지 말 것을 당부한다. 또 직감대로 선택해서는 대부분 후회를 한다고 덧붙인다. 저자들은 "우리 생각(mental life, 정신 활동)의 놀라운 측면은 어쩔 줄 몰라 하는 일이 드물다는 것이다."라는 말을 인용한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한 심리학자 대니얼 카너먼의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인용했다.

1994년 식품 기업 퀘이커의 CEO 윌리엄 스미스버그는 음료 브랜드 스내플을 18억 달러에 인수할 것을 제안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인수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아우성쳤다. 하지만 퀘이커 이사회는 전혀 토를 달지 않았다. 스미스버그의 눈부신 성공을 지켜봤기 때문이다. 10년 전인 1983년 스미스버그는 게토레이 브랜드 모기업을 2억 2000만 달러에 인수해 약 30억 달러 가치의 회사로 성장시키는 신화를 일구어낸 인물이었다. 결과는 어땠을까? 퀘이커의 스내플 인수는 비즈니스 역사상 최악의 결정으로 손꼽힌다. 스내플이 게토레이만 한 성과를 내지 못하자 퀘이커 경영진은 부채에 발목이 잡혔고 회사는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3년 뒤 퀘이커는 본래 인수가의 6분의 1밖에 안 되는 3억 달러를 받고 스내플을 긴급 매각했고, 스미스버그는 치욕스럽게 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당시 퀘이커가 한 일은 1가지를 두고 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가부 판정형” 결정조차 아니었다. 무조건 하고 만다는 식의 “원천 봉쇄형” 결정이었다. 무분별하게 다른 회사를 인수하는 기업은 퀘어커만이 아니다. 세계 4대 회계 법인 중 하나인 KPMG가 기업 M&A 700여 건을 조사한 결과 그중 무려 83%가 주주에게 아무런 이익이 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뿐이 아니다. 미국에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변호사 중 40%가 법조계 일을 권하지 않고, 교사 중 절반 이상이 4년 만에 그만두며, 기업 임원 중 60%가 자기 조직 내에서 나쁜 결정이 좋은 결정만큼 잦다고 답했다. 우리는 왜 이토록 결정에 서툰 걸까? 어떻게 해야 일과 삶에서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이 책은 자기계발서이지만 회사 경영에 관한 이야기가 많다. 비즈니스에 필요한 선택 결정이 기업의 성패를 가름하기 때문이라고 생각되는 부분이다. 또 공동 저자가 이 책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저자들은 책에서 의사결정이라는 우리 인생의 최대 난제를 속 시원하게 해결해주기 위해 이 책을 썼다. 두 사람은 이미 자신들의 주요 연구 분야 중 하나인 아이디어와 행동설계 성공법에서 걸작 『스틱!』, 『스위치』를 선보인 바 있다. 이 책은 그들의 또 다른 주요 연구 분야인 '의사결정 성공법'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아무리 훌륭한 아이디어나 행동이라도 선택되지 않으면 아무 소용 없다. 두 사람은 “개인, 집단, 조직은 어떻게 중요한 결정을 내리고 어떤 실수를 하는가?”라는 주제를 오랫동안 탐구해왔다. 그 결과물인 이 책은 “결정 실천하기”와 “올바른 선택 내리기”를 더없이 쉽고 명쾌하게 설명해준다. 즉 우리를 결정으로 나아가도록 확실하게 동기부여해주고, 동시에 올바른 선택에 도달하도록 분명한 솔루션을 제공한다. 그간 “좋은 선택은 왜 이토록 어려울까?”라는 질문을 다룬 많은 책이 출간되었다. 대표적으로 앞서 언급한 책 『생각에 관한 생각』, 댄 애리얼리의 『상식 밖의 경제학』 리처드 탈러와 캐스 선스타인의 공동저자가 펴내 한때의 유행어로까지 된 『넛지』 등이 손꼽힌다. 이 책들의 가치는 의사결정의 이론적 기초를 확립했다는 점이다. 반면에 히스 형제의 이 책은 기존 연구 성과 중 가장 유용한 진수만을 가려 뽑아 실제 현실에 적용한 실전 지침서라는 점에서 확연히 차별화된다.

“의사결정에 관한 책은 널렸다. 하지만 히스 형제의 이 책이 단연 최고다”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탁월한 의사결정 성공법의 실전편인 이 책에서 히스 형제는 우리의 결정을 방해하는 4가지 요인과 이 “악당”들을 물리치는 강력하고 효과적인 4단계 의사결정 프로세스 “WRAP”을 알려준다. WRAP 프로세스는 일상생활과 커리어, 비즈니스, 기업 경영, 심지어 국가 운영에까지 적용된다. 모든 개인과 집단, 조직에 유용한 기술이다. 특히 올바른 결정을 내리는 것이 임무인 각 분야의 리더들에게 더없이 유익하다. 이 부분은 뒷 부분에서 다시 자세히 기술한다.

 


 

“우리는 누군가를 깊이 알기 전에 그 사람을 좋아하거나 싫어하고, 아무 이유 없이 낯선 사람을 믿거나 믿지 않으며, 분석 한번 해보지 않고 한 회사가 대박을 터뜨릴 것이라 믿는다.”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이자 『생각에 관한 생각』의 저자 대니얼 카너먼의 말이다. 그는 이런 성향을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일컫는다. 히스 형제는 이를 “스포트라이트 효과”라고 부르면서, 의사결정의 어려움은 작은 한 지점만 비추는 스포트라이트를 옮겨봐야 한다는 사실을 망각하는 우리 사고의 한계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한다. 합리적일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추정과 달리 인간의 생각과 결정은 편향과 비합리성에 깊이 물들어 있다. “결정 면에서 우리 뇌는 결함 있는 도구임이 분명하다.”

히스 형제는 이 책에서 결정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편협한 사고틀” “확증 편향” “단기 감정” “과신” 4가지를 지목한다. 첫 번째 악당인 “편협한 사고틀”은 선택지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것을 가리킨다. “무엇을 할까 말까” 1가지 선택지만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조직 역시 2가지 이상 선택지를 고민한 곳은 29퍼센트에 그쳤다. 이런 결정은 여럿 중 하나를 고르는 진정한 선택이 아니다. 두 번째 악당인 “확증 편향”은 자신의 믿음을 뒷받침하는 정보만 찾는 것을 가리킨다. 우리는 뭔가가 진실이기를 바랄 때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에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 뒤 그것만을 바탕으로 결론을 도출해내고는 합리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자화자찬한다. 세 번째 악당인 “단기 감정”은 어려운 결정 상황에서 금세 사라질 감정에 마구 휘둘리는 것을 말한다. 이 단기 감정 때문에 생각이 더뎌지고 위축되며 행동을 주저한다. 이때는 상황이 너무 복잡해 보여 생각이 멈추어버린다. 네 번째 악당인 “과신”은 자신의 예측을 지나치게 믿는 것을 말한다. 전문가들조차 예측 능력은 형편없다. 이들이 100% 확신하는 일이 실제로 일어날 확률은 23%에 불과하다.

 


 

브랜드 작명 회사 렉시콘은 “블랙베리, 페브리즈, 펜티엄” 등 총 150억 달러 규모의 메가히트 제품명을 개발해낸 작은 거인이다. 그들이 이런 마법을 부리는 것은 창의적인 프로세스 덕분이다. 렉시콘은 모든 제품명 개발 프로젝트에 하나의 각도로만 접근하지 않고 2인 1조씩 3개 팀을 구성해 각기 다른 각도로 문제에 접근한다. 심지어 고객사와 제품을 전혀 모른 채 비슷한 과제를 수행하는 별도 팀까지 둔다. 렉시콘이 성공한 것은 “편협한 사고틀”에서 벗어나 “선택지 넓히기” 기술 중 하나인 “멀티트래킹”을 의사결정에 적용했기 때문이다. 멀티트래킹이란 여러 선택지를 동시에 고민하는 방식, “둘 중 하나가 아닌 둘 다”를 고려하는 방식이다. 리더는 측근에게 둘러싸이면 눈과 귀가 먼다. 정책 결정에서 신뢰할 만한 정보에 목말랐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정보 수집의 대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먼저 측근을 건너뛰고 실무자에게 직접 정보를 물었다. 아울러 국민이 보내오는 편지로 민심을 파악했다. 일단 실무자들이 편지를 분석한 “편지 브리핑”으로 큰 그림을 파악한 다음 직접 편지를 읽어보며 구체적인 민심의 동향을 살폈다.

“확증 편향”에서 벗어나려면 이처럼 “가정 검증하기”를 해야 한다. 가정을 검증하려면 무엇보다 자기 정보 기준인 “내부 관점”에서 벗어나 더 큰 틀, 즉 일반적이고 평균적인 정보 기준인 “외부 관점”으로 분석해야 한다. 그런 다음 “클로즈업하기”로 구체적인 부분을 살펴 정보에 질감을 더해야 한다. 루스벨트는 이 “줌아웃-줌인하기” 전략으로 역대 최고의 미국 대통령 중 한 사람이 되었다. 인텔의 전설적인 CEO 앤드루 그로브는 회사의 모태인 메모리 사업이 난항을 겪자 접어야 할지를 두고 갈등에 휩싸였다. 실속 없는 무수한 논쟁을 벌이며 시간만 허비하던 중 어느 날 그는 “후임자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렇게 문제에서 한 걸음 떨어져 외부 관찰자의 시선으로 상황을 보자 큰 그림이 분명하게 보였다. 그로브는 당장 메모리 사업을 접고 급성장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 사업에 전념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이 선택 덕분에 인텔은 우리가 익히 아는 초일류 기업으로 거듭났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 끌리는 “단순 노출 효과”, 얻는 기쁨보다 잃는 고통이 큰 “손실 회피 편향”, 그리고 이 둘이 결합하면 생겨나는 “현상 유지 편향”에 잘 빠진다. 이때는 감정이 심하게 왜곡된 상태에서 결정을 내리기 십상이다. 이런 교묘한 “단기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앤드루 그로브처럼 “결정과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 온라인 신발 쇼핑몰 자포스는 탁월한 고객 서비스로 명성이 자자하다.

 


 

저자 : 칩 히스(Chip Heath)

시카고 대학 경영대학원 교수를 거쳐 현재 스탠퍼드 대학 경영대학원 조직행정론 교수로 재직하며 조직행동론, 협상, 전략, 국제전략연구에 관해 강의를 하고 있다. 그가 스탠퍼드 대학에서 개설한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에 대한 강의는 최고 인기 강의가 되었고 미국 내 카피라이터, 기자, 작가, 마케터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나이키(Nike), 국제자연보존협회(the Nature Conservancy), 아이데오(Ideo), 미국심장협회(American Heart Association) 등 미국 유수의 조직에서 ‘스티커 메시지 만들기’에 관한 강연 및 컨설팅을 맡고 있다. 텍사스 A&M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하고 스탠퍼드 대학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인지심리학』, 『심리과학』, 『조직행동과 의사결정 과정』, 『소비자행동 저널』, 『전략경영 저널』 등 세계적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파이낸셜 타임스』, 『비즈니스 위크』,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의 대중지에서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놀라운 결과들을 펼쳐 보이고 있다. 2007년 히스 형제가 함께 쓴, ‘스티커 메시지 만드는 법’을 다룬 《스틱Stick》은 ‘비즈니스 3대 필독서’로 불리며 28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10년 ‘행동설계의 힘’을 다룬 《스위치 Switch》 역시 25개국에 출간되어 히스 형제의 힘을 보여줬다. 2013년 출간된 《자신 있게 결정하라 Decisive》도 출간 즉시 18개국에 판권이 팔리는 등 전 세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저자 : 댄 히스(Dan Heath)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세계 최고의 경영자 교육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듀크 기업교육원에서 재무개선 전문가로, 아스펜 연구소에서 정책수립 프로그램 전문가로 일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닛산 등 세계적인 기업의 컨설팅을 담당했으며, 《포춘》지 선정 500인 경영자를 위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기획 및 진행했다.

형인 칩 히스와 함께 쓴 책 『스틱!』으로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이후 2010년 출간한 『스위치』는 아마존 편집자들이 선정한 ‘올해 최고의 논픽션’으로 뽑혔고, 2013년 출간한 『자신 있게 결정하라』는 곧바로 《월스트리트 저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2017년에 출간한 『순간의 힘』 역시 아마존에만 2000여 개에 달하는 리뷰가 달리며 독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마케팅에 특출난 능력을 발휘해 수많은 홍보 캠페인을 성공으로 이끌었으며, 미국광고협회에서 수여하는 애디 상과 뉴미디어 인비전 상을 받았다. 현재는 듀크대 케이스(CASE) 센터에서 기업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탐구하고 있다.

 

역자 : 김정아

생각과 말이 글이 되고, 글이 글로 옮겨지는 과정이 좋다. 번역가로서 그 과정의 든든한 통로가 되고 싶다.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좋은 책을 찾아 읽고 옮기는 몰입의 시간을 즐기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올에이 우등생들의 똑똑한 공부 습관》 《피크 퍼포먼스》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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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땅의 야수들 - 2024 톨스토이 문학상 수상작
김주혜 지음, 박소현 옮김 / 다산책방 / 2022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다." 얼마 전 우리 나라에서 유행하던 말이다. 유행 당시 누가 처음 한 말인지 몰라도 한국인인 독자에게는 기분 좋은 말로 들렸고, 필요할 때마다 자주 사용했다. 전통 식품이나 전통 문화를 살리자는 의미였으리란 짐작은 했다. 그러나 생각할수록 의미가 깊은 것 같아 대화 중에도, 일기를 쓰다가도 이 말을 자주 인용(?)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유행어가 그렇듯 몇 년 안 돼 이 말이 일순간 사라졌다. 특별한 이유도 없이 안 쓰고 있었다. 공교롭게도 한류 문화, 즉 K-Pop, 한국영화 등 K-컬처의 중흥기를 맞이하면서는 독자는 완전히 잊었다. BTS(방탄소년단)의 빌보드 차트 1위, 영화 〈기생충〉의 아카데미 상 수상 등이 우리 문화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려진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런데 이번에는 문학 작품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고 각국에 번역돼 소개됐다고 한다.

물론 세계적으로 번역돼 알려진 작품이 예전에도 있었지만(『소년이 온다』의 한강 작가의 맨부커 상 수상 등). 얼마 전 『파친코』란 작품이 이어 이번에는 『작은 땅의 야수들』의 저자 김주혜 작가다. 영어로 쓰인 이 작품은 이미 작년(2021)에 미국에서 출간돼 12개국으로 번역됐다고 한다. 오히려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것이 더 늦은 셈이다. 앞서 저자가 유행어를 꺼낸 이유는 이 책에 대해 책 소개글에서 이나영 소설 PD의 "『파친코』 이후 한국적 서사가 또 다시 세계를 흔들었다."는 평 때문이다. 이나영 PD는 책 소개글을 통해 "일제강점기부터 해방 이후까지, 격동의 시대 속에서 ‘살아남은‘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호랑이를 닮은 우리 땅에서, ‘야수‘의 기운을 품고 저마다의 뜨거움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그래서 더 널리 알리고 싶은 우리의 이야기다."라고 말했다.

 


 

이 소설 『작은 땅의 야수들』은 1917년 겨울 평안도 깊은 산속에서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 극한의 추위 속에서 굶주림과 싸우며 짐승을 쫓던 사냥꾼이 호랑이의 공격으로부터 일본인 장교를 구하게 되는데, 이 만남으로 그들의 삶은 운명처럼 연결되고 반세기에 걸친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냥꾼, 군인, 기생, 깡패, 학생, 사업가, 혁명가…… 파란만장한 인생들이 ‘인연’이라는 끈으로 질기게 얽혀 만나고 헤어지고 재회하며 한반도의 역사를 아름답게 수놓는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이 책 『작은 땅의 야수들』은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던 대한민국의 독립 투쟁과 그 격동의 세월 속에 휘말려 살아갔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인류를 하나로 묶어줄 사랑과 공감, 연민 등의 가치를 일깨운다. 저자는 “단지 지금으로부터 백 년쯤 전, 여기서 멀리 떨어진 작은 땅에서 살았던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일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인류 전체의 인간성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며 썼다”고 말한 바 있다. 김구 선생을 도와 독립운동에 관여했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린 시절부터 듣고 자란 재미 작가의 첫 장편 데뷔작이기 때문에 더 의미가 깊다. 이런 이유로 일제강점기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것은 어쩌면 필연적인 일이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폭넓은 서사와 호흡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톨스토이의 작품을 연상케 하고, 일제강점기에 한국인이 겪었던 뒤틀린 운명을 그려낸다는 점에서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파친코』도 함께 독자들은 기억할 것으로 보인다. 대하소설을 좋아하는 독자, 절절한 사랑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는 물론, 성별과 세대를 아울러 널리 읽힐 대작이다. 〈기생충〉을 시작으로 『파친코』까지 K-콘텐츠가 전 세계의 사랑을 받는 가운데 영어로 먼저 쓰인 ‘우리 이야기’를 본국에서 모국어로 출간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별히 한국어판에는 작가가 한국 독자들에게 전하는 말을 실어 그 의미를 새기고, 모국어의 아름다움을 살리기 위해 번역에 세심한 공을 들였다.

 


 

이 책은 모두 4부로 구성돼 600여 페이지에 이르는 적지 않은 분량이다. 1부 〈1918년~1919년〉, 2부 〈1925년~1937년〉, 3부 〈1941년~1948년〉, 4부 〈1964년〉으로 돼 있다. 모두 연대순으로 기술돼 한반도 역사의 일부분을 다루고 있다. 특히 일제 강점기 일본의 한국인에 대한 대우나 그들의 우월의식, 그리고 멈추지 않은 욕망 등이 잘 형상화돼 이 소설의 읽는 재미를 더해 준다. 책의 시작은 1918년이지만 앞 부분에 '사냥꾼'이란 제목의 「프롤로그」에 30여 페이지의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책의 마지막 부분에 '해녀'란 제목의 「에필로그도 추가했다. 1965년에 일어난 사건을 기록한 에필로그도 14페이지 분량이다. 엄밀하게 말해 약 50년에 걸친 이 땅(한반도)에 일어난 일을 등장인물과 이들이 살아가는 모습, 그리고 인간의 욕망과 감정 등을 있는 그대로 따라가면서 서술됐다.

저자는 여기에 기술되는 내용의 중심축에는 저자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영향으로 작성됐다고 밝힘으로써 어떻게 이 소설이 탄생했는지에 대한 의구심을 배제시켰다. 저자는 이 책 맨 앞 부분에 '어머니와 아버지께 드립니다'라는 한 줄로 책의 탄생을 대신하고 있다. 이 소설을 읽고 평을 내린 수많은 기관과 독자들의 평은 '놀랍다'로 단언할 수 있다. 〈더 타임스 리터러리 서플리먼트〉는 "소설이 묘사하는 땅은 작은 곳이지만, 그곳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의 범주는 엄청나게 크다. 격동의 역사를 장대하게 관통하는 러시아의 고전 작품들이 그렇듯 이 소설에도 격렬한 전장, 세대를 통해 전해 내려오는 유산, 뒤엉킨 운명의 연애사가 가득하다."고 평가를 내린다. 이 평가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염두에 둔 평이라고 독자는 추측한다. 또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엄청나게 몰입감 있고, 마음을 온통 빼앗아가는 작품"이라는 평으로 문장의 매끄러움과 서사의 진정성, 사실감 등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특히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은 작가의 눈으로 본 추천사는 인상 깊다. 일부를 발췌한다. "이야기는 백두대간에서 시작되어 한라산 자락에서 끝난다. 3·1에서 유신까지 한 방에 꿰뚫는다. 눈밭에서 범과 마주친 사냥꾼으로부터, 아이를 재우고 따뜻한 바다에 안기는 해녀로 흐른다. 역사는 반복된다는 저 유명한 경구를 되새기며 삼가 손을 모아본다. 한낱 인간으로서는 감히 짐작할 수 없는 방식으로 운명은 되풀이되지만, 그 역사를 이루는 세포도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깨달음 또한 오롯하다. 누군가는 단순한 허기 때문에, 누군가는 정욕과 관능으로, 누군가는 정치적인 목적으로. 저마다의 욕망을 품은 채 이어지고 갈라지며 충돌하는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은 삶이라는 근본적인 주제에 대한 수많은 질문과 답을 동시에 남긴다. 김주혜가 그려내는 이 땅과 이 땅의 역사는 우리가 익히 아는 것처럼, 혹은 그보다도 더욱 아름답고 고통스럽다. 스스로를 사냥꾼이자 사냥감으로 인식하는 포수처럼, 한국계 작가의 담담하고도 예리한 필치는 이방인과 원주민의 시선을 아우르며 경이를 자아낸다. 이것은 먼 나라에서 도래한 우리 이야기이고, 새로운 정통의 출현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이토록 충격적인 축복에 감사드린다."

백두에서 한라까지 한반도 전역을 아우르는 50년 간의 역사에 대한 고찰에 가까운 이 소설에는 많은 인물이 등장한다. 대하소설이라고 평가할 만한 대목이다. 특히 여주인공 옥희는 이 책의 마지막까지 남아 이 땅에서 일어난 사건을 증언한다. '백두산 호랑이를 영험하다고 믿고 결코 호랑이를 잡지 않는' 포수 정호와 옥희가 이 소설의 주인공이다.

 

"옥희는 오래전 자신의 산골 마을에서 보내던 밤들을 떠올렸다. 칠흑 같은 어둠은 굶주린 동물들이 울부짖는 소리와 함께 진동했고, 눈 내린 다음 날 아침이면 초가집 둘레를 포위하듯 어슬렁거리다 돌아간 그들의 발자국도 자주 보았다. 그러나 야수들은 결코 옥희를 두렵게 한 적이 없었다. 정말로 야만적이고 짐승 같은 행동으로 그를 두려움에 떨게 했던 건 언제나 인간들이었다.(pp.513~514)

 


 

이 책은 저자가 한국인의 핏줄을 갖고 미국으로 여섯 살 때 이주를 해 한국인의 언어인 한글로 소설을 쓰기에는 익숙지 않아서인지 영문으로 출간됐다. 저자가 영어로 썼기 때문이다. 그러나 번역에 능통하다 할지라도 한국인의 정서나, 일제 강점기 때의 한국 사정을 제대로 모르기 때문에 많은 부분 번역의 중요성이 제기됐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이 책의 역자 역자인 박소현의 「옮긴이의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출판사의 검토 의뢰를 받았을 때부터 마음을 휩쓸어 갔기 때문이다. 역자는 저자의 깊은 마음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고 한다. "태어난 땅이 아닌 곳을 고향으로 삼아 살아가는 것,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나를 표현하는 데 익숙해지는 것, 이미 지나가 버린 시간대를 우리의 또 다른 현실로 녹록히 되새기는 것, 이 모든 것에는 어떤 깊고 딱딱한 슬픔을 거친 후에야 빚어지는 진주 같은 사랑이 깃들어 있다"고 썼다.

역자 역시 저자의 깊은 마음을 헤아릴 수 있었다는 것. 번역 과정에서 한국의 지명은 조선이 아닌 한국으로 표기한 것, 현대 독자들이 현재의 한국까지를 한 국가의 역사를 인식하도로 이끄는 원작의 의도를 존중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또 몇 가지 역사적 고증보다는 의도적인 모티브 활용과 교차적 환유로 기능하는 요소들이 있음을 미리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등장 인물 중 몇 사람들의 이름은 옥희(Jade), 연화(Lotte), 월향(Luna), 은실(Silver) 등 원서에서의 이름을 제안에 따라 역자가 지어 썼음을 언급하면서 잊을 수 없이 소중한 기쁨이자 크나큰 영광이었다고 말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 등장인물의 신상을 미리 밝힌다. 독자들에게 이해를 돕기 위함이라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겠다. 또 장편소설이지만 등장인물이 많고 대하소설처럼 한 사람의 일생만큼의 격동의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이름이 스러졌을까도 되짚기에도 한 몫을 할 것으로 생각되기에 여기에 적어 둔다.

 


 

옥희 : 소작농의 딸로 태어나 열 살에 기방에 팔렸다. 기생이 되기에는 좀 애매한 관상이라는 기방 주인의 첫 인상과는 달리 관찰력이 좋고, 총명하고, 지적이며, 성실하다. 정식 기생이 되고부터는 구애자가 끊이지 않는다. 그러나 옥희의 사랑이 향하는 대상은 따로 있다.

정호 : 아버지를 잃고 빈털터리 신세로 경성에 왔다. 소매치기 무리를 거느리며 돌아다니던 중 우연히 기생들의 가두 행렬을 보다가 옥희에게 반한다. 옥희에게 인정받는 남자가 되기 위해 낯선 세계에 발을 들인다.

한철 : 야간 학교를 다니면서 낮에는 인력거를 끄는 가난한 고학생이다. 몰락한 양반 가문의 자손인지라 집에서는 언젠가는 집안을 다시 일으킬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다. 인력거 손님으로 만난 옥희에게 점점 마음이 간다.

야마다 : 경성에서 복무하고 있는 일본군 소령. 뼈대 있는 사무라이 가문 출신으로 이른 나이에 젊은 대위가 되었고, 군대 내에서 계급이 높은 사람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토 : 야마다와 함께 경성에서 복무 중인일본군 소령.

연화 : 옥희의 단짝 친구. 어린 시절부터 옥희와 함께 기생 교육을 받으며 동고동락했다.

월향 : 연화의 언니. 아름답기로 소문난 기생이지만 연애사에 일절 휘말리지 않고 오직 돈을 모으기 위해 일한다.

예단 : 경성에서 기방을 운영하는 한편 비밀리에 독립운동 자금을 대고 있다.

성수 : 출판사 사장. 부잣집 아들로 태어나 유복하게 자랐고 동경에서 유학했다.

명보 : 성수의 유학 시절 친구. 상해와 만주를 오가며 독립군을 결성하고 있다.

 

 

"삶은 견딜 만한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잊게 해주기 때문에. 그래도 삶은 살아볼 만한 것이다. 사랑이 모든 것을 기억하게 해주기 때문에."(p.603)

 

저자 : 김주혜

 

세계가 열광하는 한국적 서사를 다룬 데뷔 소설로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한국계 미국인 소설가. 1987년 인천에서 태어났다. 아홉 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로 이주해 프린스턴대학교에서 미술사학을 공부했다. 친환경 생활과 생태문학을 다루는 온라인 잡지 《피스풀 덤플링》의 설립자이자 편집자다. 2016년 영국 문학잡지 《그란타》에 단편소설 「보디랭귀지Body Language」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슬라이스》 《인디펜던트》 등 여러 신문과 잡지에 소설과 수필, 비평 등을 기고했다. 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한 단편소설 「바이오돔Biodome」은 TV 시리즈로 제작 중이다. 고故 최인호 소설가의 단편소설 「이 지상에서 가장 큰 집」을 영어로 번역했다. 한국이라는 작은 땅의 역사를 장대한 스케일로 펼쳐낸 장편소설 데뷔작 『작은 땅의 야수들』은 6년에 걸쳐 집필한 대작이다. 독립운동을 도왔던 외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어릴 적부터 어머니에게 듣고 자라면서 한국의 역사를 우리 삶의 한 부분으로 자연스럽게 인식했고, 이러한 가족 내력을 간직한 채 한국의 역사를 전 세계 독자에게 알리는 동시에 자연 파괴, 전쟁, 기아를 맞이한 지금 우리가 어떻게 의미 있게 살아야 하는지 제시하는 소설을 썼다.

사냥꾼의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책의 프롤로그는 2016년에 이미 완성되었다. 다니던 출판사를 그만두고 맨해튼의 값싼 월셋집에 살면서 저축했던 돈으로만 생계를 이어가며 글을 쓰던 시절, 함박눈이 내리던 날 공원을 달리던 중 설경 위로 어느 사냥꾼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라 집에 가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단번에 소설을 써내려갔다. 2021년 마침내 『작은 땅의 야수들』은 “톨스토이 스타일의 작품”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출간 즉시 아마존 ‘이달의 책’에 올랐고, 《리얼 심플》 《하퍼스 바자》 《미스 매거진》 《포틀랜드 먼슬리》에서 ‘2021년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또한 《더 타임스》를 비롯해 전미 40여 개 매체에서 추천 도서로 소개되었다. 이후 10여 개가 넘는 나라에 판권이 팔렸고, 2022년 9월 세계 평화에 기여하는 문학 작품에 수여하는 ‘데이턴문학평화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현재는 포틀랜드에서 두 번째 장편소설을 집필하며 자연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다.

 

역자 : 박소현

 

서울에서 태어나 여덟 살 때 과테말라로 이민했다. 2년 뒤 귀국하여 부산과 대구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 어린 시절 익혔던 스페인어를 거의 다 잊었다가 열일곱 살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거쳐 다시 과테말라로 이주했다. 스물한 살 때 가족을 남겨둔 채 혼자 한국으로 돌아왔다. 잦은 환경 변화 속에서도 언어에 대한 깊은 매료와 애정은 변치 않았다. 성균관대학교에 진학하여 프랑스어문학과 영어영문학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영미 시를 공부했다. 현재 전문 통역사 및 출판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스티븐 그린블랫의 『세계를 향한 의지』, 엘리자베스 길버트의 『빅매직』, 나오미 앨더만의 『불복종』, 익명인의 『산소 도둑의 일기』, 조지프 버고의 『수치심』, 하닙 압두라킵의 『재즈가 된 힙합』, 캐서린 맨스필드의 『뭔가 유치하지만 매우 자연스러운』, 다시 스타인키의 『완경 일기』, 애나 캐번의 『아이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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