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뱀 메소드 안전가옥 오리지널 22
정이담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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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상사뱀 메소드』는 한때 국민 배우로 이름을 날렸던 여자가 상류층 남자를 만나 결혼 생활을 하며 과거에 사랑했던 이에 대한 기억과 현재의 삶 사이를 오가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스릴러이다. 주인공 미옥의 과거 연인에 대한 묘사들은 회상보다는 오히려 이 여인의 뒤틀린 현재의 내면이라고 생각해야 더 정확할 듯하다. 주요 모티프는 표제어에 나타난 대로 '뱀'이다. 서로 엉켜 빠져나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다가도 틈새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리는 뱀의 특성은 캐릭터와 구성, 장면의 묘사 등 많은 면에서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엉킨 뱀처럼 저마다 조금씩 뒤틀려 있다. 만인에게 추앙받다시피 했지만 자신을 끊임없이 성적 대상화하는 현실에 질려 버린 미옥은 끊임없이 자신의 과거 연인이었던 영화감독 영현에 대해 집착에 가까운 욕망을 보인다. 미옥의 남편인 철중은 아버지에게 인정받지 못하고 친모에 관한 충격적인 기억으로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채 살아가는 인물로서 아름다움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한다.

이 소설의 또다른 모티프는 우리나라 대중가요 최초의 톱스타로 꼽히는 윤심덕과 그가 부른 노래 〈사의 찬미〉다. 저자 정이담은 소설 각 장(章)의 멘트로서 이 노래의 가사를 인용한다. 이 노래 〈사의 찬미〉는 한국 대중가요가 큰 사회적 담론을 일으킨 첫 사례라고 한다. 대한민국 사람들이라면 대부분 여가수 윤심덕의 정사(情死) 사건을 이런 저런 경로로 전해듣고 잘 알고 있다. 윤심덕(尹心悳, 1897 ~ 1926)은 남다른 생애와 더불어 의문의 죽음으로 인해 당대뿐만 아니라 그 후에도 오랫동안 인구에 회자되어 왔다. 도쿄에서 그야말로 청춘을 구가하던 윤심덕이 김우진을 만난 것은 1921년 일본유학생들이 결성한 순례극단 동우회에서였다. 윤심덕과는 정반대로 김우진은 조용하고 차분한 지식인으로 당시 와세다 대학 영문과에 재학 중이었다. 전라도 거부의 맏아들이었으며 이미 고향에 처자가 있는 몸이었다. 김우진 등이 주축이 되어 결성한 동우회에 윤심덕이 참여하면서 첫만남을 가진 이후, 한국에서 두 달여 간의 순례공연을 하면서 두 사람은 가까운 사이로 발전하였다.

 


 

이들의 정사를 다룬 1926년 8월 5일 자 동아일보 사회면 「현해탄 격랑 중에 청춘남녀의 정사」 제하의 기사는 언론에 보도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지난 3일 밤 11시에 시모노세키를 떠나 부산으로 항해하던 관부연락선 도쿠주마루가 4일 오전 4시경 쓰시마섬 옆을 지날 즈음 양장을 한 여자 한 명과 중년 신사 한 명이 서로 껴안고 갑판에서 돌연히 바다에 몸을 던져 자살했는데, 즉시 배를 멈추고 부근을 수색했으나 종적을 찾지 못했다. 승객명부에 남자는 전남 목포부 북교동 김수산(30세), 여자는 경성부 서대문정 2정목 273번지 윤수선(30세)이라고 씌어 있지만 본명이 아니고, 남자는 김우진, 여자는 윤심덕으로 밝혀졌다. 관부연락선에서 조선 사람이 정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윤심덕과 김우진의 동반자살은 구구한 억측과 소문, 황색 언론의 이야깃거리 만들기가 뒤따랐다.

그만큼 윤심덕과 김우진이 당대 유명인들이었고 동반 자살이라는 그 죽음이 너무 자극적이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김우진이 처자를 둔 유부남이었고 윤심덕이 노처녀였다는 것도 가십성 기사의 좋은 먹잇감이었다. 특히 살아생전 김우진보다 더 유명했던 윤심덕에 대한 소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갖가지로 비화되었다. 1920년대 이제 막 사회활동의 대열에 참여한 여성들에게 호의적이지 않던 일부에서는 그녀의 삶과 죽음, 치부를 낱낱이 까발리고 싶어했다. 윤심덕이 유부남과의 사랑에 울다가 자살한 이름없는 여인이 아니라 당시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진 서양음악 성악가였다는 사실이 이런 현상을 더 부추겼다. 이 시절 윤심덕이 부른 〈사의 찬미〉는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자주 불리는 유명한 노래다. 삶의 허무를 말하는 듯한 가사에 애절한 목소리로 부르는 윤심덕의 노래를 듣고 녹음실의 사람들은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이 사진은 독자들의 이해를 위해 저작권 위배 없이 <인물한국사>에서 인용했음을 밝힙니다.

 

광막한 황야에 달리는 인생아

너의 가는 곳 그 어데냐

쓸쓸한 세상 험악한 고해(苦海)에

너는 무엇을 찾으러 가느냐

(후렴)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웃는 저 꽃과 우는 저 새들이

그 운명이 모두 다 같구나

삶에 열중한 가련한 인생아

너는 칼 위에 춤추는 자로다

(후렴)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허영에 빠져 날뛰는 인생아

너 속혔음을 네가 아느냐

세상의 것은 너에게 허무니

너 죽은 후에 모두 다 없도다

(후렴) 눈물로 된 이 세상에 나 죽으면 그만일까

행복 찾는 인생들아 너 찾는 것 설움

                            〈사의 찬미〉 전문

 


 

저자 정이담은 책의 뒷 부분 「작가의 말」에서 "저는 스릴러를 싫어합니다.(수많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병행하는 통에 피로감이 커, 굳이 매체 속 범죄물을 찾아보지 않는 편입니다.) 하지만 세상엔 스릴러로서만 드러낼 수 있는 것들이 있습니다. 미옥은 자신의 병증으로 주변인의 의도를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환시, 환향, 환각은 세상을 왜곡합니다. 그러나 주변인들도 미옥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작가인 저에게도, 소설 속 세상에서도 미옥은 명백한 여성 빌런입니다. 미쳐 버린 여성 악당이고, 자신의 파트너들에게 끔찍하게 군 존재이기도 합니다. 동시에 혼수상태 속에서 유일하게 빛난 한 가지 진실을 지키고자 모든 거짓말을 바친 사람이기도 합니다."(p.369~370)

소설 속 미옥은 유혹하고 만족시킨 다음 희생되는 팜 파탈로 소비되다 잊힌 배우다. 그는 안정 이상의 가정을 꾸리기 위해 자신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차 있는 의사 철중을 유혹하고, 이 과정은 그가 출연한 숱한 영화에서만큼이나 자연스럽고 수월하다. 놀랍지 않지만 그런 미옥에게 진정한 사랑은 따로 있다. 이 사랑은 미옥을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라 늘 주연으로 끌어올렸고, 쉽사리 잊히지 않았기에 아직 유효하며, 이제는 주연을 넘어서 감독으로서 자리매김하게 한다. 이 사랑은 과거의 연인 영현을 향한 것이자 박제를 거부하는 자기 자신에 대한 것이기에, 미옥은 숱한 위험을 무릅쓰고 이 사랑을 연출해나간다. 연기에 대한 메타포로 가득한 로맨틱 스릴러 『상사뱀 메소드』는 자아라는 윤곽을 뭉갤 수도 있는 메소드의 위험, 그러나 관객과 감독에 의해 규정되지 않고 미끄러져 나아가는 배우의 궤적을 과감하고 섬세하게 추적한다.

 


 

점점 인기를 잃어가던 배우 미옥과 재벌가 의사 철중의 결혼은 필연성을 띤다. 미옥은 자신 앞에서 순진한 20대처럼 몸을 떠는 철중에게 살짝 미끼를 던진다. 그가 싫은 것보다 철중의 백그라운드가 가히 욕심날 만하기 때문이다. 미옥보다 10살 이상 많은 철중은 자신의 욕망 대상이었던 존재가 유혹하자 덥석 받아들인다. 캐릭터로 보면 필연적이다. 이 캐릭터는 저자에게는 소설 구상 단계에서부터 예정된 것이었으리라. 소설의 유기적 구성을 위해 필수적 요소일 테니까. 그러나 철중은 세 번의 결혼 실패 이력이 있다. 그러나 그는 이브 그룹의 아들이다. 재벌가의 아들이니만큼 누구나 욕심 낼 결혼 상대자로서 이혼 세 번은 문제되지 않을 듯하다. 그러나 재벌집 며느리로 들어가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미옥은 세상이 인정하는 톱배우다. 외모는 물론 연기도 뒷받침되지 않으면 올라가지 못할 자리를 차지함으로써 연기 능력ㅇ을 인정받았다. 연기자의 오랜 경력으로 시부모의 마음을 쉽게 얻는다. 그래도 전 가족의 동의를 얻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미옥이 결혼해서 아들이라도 낳게 되면 상속의 큰 경쟁자가 된다. 온 가족이 좋아할 수는 없는 구조인 셈이다. 이로써 사랑 뒤에 숨겨진 욕망들이 충돌한다.

재벌가에 안착하듯이 미옥은 삶까지 쉬울까? 치열한 견제와 남편의 질투심을 견디고 이겨내야 한다. 미옥은 이제 결혼 생활 자체를 연기한다. 남자 정원사를 통해 남편 철중이 절대 가지 말라고 경고한 공간, 비밀의 창소인 창고다. 이곳은 철중을 유명하게 만든 피부 미용 앰플 제작 보관소다. 뱀에게서 추출하고 배합한 앰플을 아내 미옥에게 먼저 실험한다. 그 앰플은 무수히 많은 여성들이 원하고,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는 여동생은 대량 생산하고 싶어한다.

 


 

"그러나 나이가 들고 눈가에 주름이 하나둘 늘자 날 버리려 했다. 그들에게 뱀이란 매끈하고 유연하며 언제나 번들거리는 모습으로 상대에게 감겨들어야 하니까. 미끈거리는 살갗으로 그들의 육체를 만족시켜야 하니까. 멍청이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진짜 뱀들은 그렇게 태어나지 않는다. 뱀은 자신을 찢고 나온다. 매번 새로운 존재로 거듭난다. 언제든 독니를 드러내어 상대를 통째로 삼킨다. (……) 나라는 여자는 섹스보다 죽음에 더 가까운 존재임에도 사람들은 내 육체만을 보았고 육체로만 소비했다. 〈상사뱀〉. 그 작품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영화였다. 철중에게 그 사실은 알리지 않았다. 늙은 남자의 환상을 깨는 짓은 가혹하니까."

 

가엾은, 정말로 가엾은 영현. 너는 온몸이 마르도록 날 원했다. 그는 안경 너머 움푹하고 깊은 눈으로, 얇은 뺨으로, 가늘고 기다란 손가락과 뱀이 그려진 목덜미로, 둥글게 굽은 어깨와 목으로 종이 앞에 앉아 글자마다 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 뭘 어쩌겠는가. 이미 너무 많은 시간과 기회가 지 났다. 나는 결혼했고 남편이 생겼다. 영현은 날 포기해야 한다. 하지만 자꾸 극본에서 풍기는 비린 흙냄새가 떠올랐다. 그건 나를 갓 태어난 뱀처럼 느끼도록 만들었다. 난 향수가 느껴 질 때마다 표지를 손톱으로 쓰다듬었다. 외국어로 적힌 활자들은 구불거리는 뱀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금방이라도 달려오려는 것처럼. 영현이 다 말하지 못한 마음들은 종이 안에 넘쳤다.(p.105) - 「맥거핀」 중에서

 

저자 : 정이담

 

심리학 학사 및 석사 졸. 상담전문기관에 근무하며 소설을 쓴다. 판섹슈얼. 장르의 구획을 넘나들며 심리적이고 환상적인 요소를 통해 가려진 목소리들의 세계를 드러낸다. 제1회 로맨스릴러 공모전에서 『괴물 장미』로 우수상을 수상했다. 『괴물 장미』 『불온한 파랑』 등을 펴냈으며 퀴어 아포칼립스 소설집 『무너진 세계의 우리는』에 「신인류 바이러스」를 실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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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방콕 : 파타야.깐짜나부리.아유타야.꼬싸멧 - 최고의 방콕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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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하기 편리한 미니 방콕 맵북과 휴대지도를 수록했으며 미식가를 위한 미쉐린 레스토랑 리스트와 태국 요리 가이드를 담았다. 해마다 개정판으로 수정보완하는데 이번 개정판은 도시계획에 따라 바뀐 곳도 모두 확인 수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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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방콕 : 파타야.깐짜나부리.아유타야.꼬싸멧 - 최고의 방콕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최신판 ’23~’24 프렌즈 Friends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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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여행을 싫어하는 사람을 아직 본 적이 없다. 여행이란 게 인간 본성에서 비롯된 것인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다. 그렇다고 여행가처럼 매일 매일 여행을 하는 삶을 원하지는 않지만 여행은 늘 마음을 설레게 하고 또 도착한 곳에서는 삶에 대한 의지를 발견하곤 감탄한다. 어행의 목적은 다 달라도 어쩌면 여행에서의 감동은 삶의 한 부분을 확인하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한민국은 산업화 시대가 끝날 무렵 해외여행 자유화로 문이 활짝 열렸다. 정부의 세계화 정책의 일부분으로 OECD 가입을 조건으로 해외 여행 규제 조치를 풀고 자유화한 것이다. 이때 그동안 해외 여행을 요즘 말로 버킷리스트인 사는 동안 꼭 한 번은 가보고 싶은 동경의 여행지로 너도나도 짐싸들고 나섰다. 일인당 여행 경비로 현금 5,000달러에서 1만 달러로 늘렸다. 그만큼 산업화 시대에서 번 돈의 상당 부분을 해외 여행이나 호화사치품으로 특별소비세까지 붙은 물건들을 사는 데 썼다. 돈이 없다면 소규모의 돈은 은행에서 신용 거래라고 1,000만원 이하에 대해서는 서류 한 장이면 즉시 대출 받을 수 있는 정도로 간단했다. 소비심리와 여행에 대한 욕구를 자극했는지 우리는 여행 자유화 조치 이후 불과 5년 여만에 외환보유고 부족으로 국가부도 사태 직전에 IMF로 갈 것을 수락했다.

여행 안내서 서평에 왠 IMF냐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지만 여행도 준비하고 가면 씀씀이도 훨씬 줄이면서 효과적으로 여행을 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 또 국내에서도 해외 명품을 얼마든지 구입할 수 있는데 굳이 해외 현지에 가서 가방을 사오고, 또 다른 옷을 사려고 여행을 겸해 나가고 하는 일들은 지양됐으면 하는 의미에서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 『프렌즈 방콕』(2023~2024년 개정판)도 여행 안내서이지만 보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적인 여행을 즐기고자 하는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이라는 의미에서 독자가 임의로 쓴 이야기다.

 


 

이 책은 여행 안내서로 제작됐지만 '방콕'의 모든 것을 썼다고 할 만큼 분량도 많다. 그만큼 세세한 정복까지 다 담았다. 버스 등 교통이용, 먹을 것, 쇼핑, 관람료 등까지 방콕 전역과 일부 인근지역까지 모두 담았다. 잘만 이용한다면 소요 경비를 절반 이하로 떨어뜨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객이 자주 찾는 관광지는 물론 방콕 시내 중요하고 특별한 건물과 교통이용을 연계했고, 기초적인 태국말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수록했다. 심지어는 태국어 발음 등에 큰 관심을 갖고 읽어볼 수 있을 정도로 책의 맨 앞에 〈Notice-태국어 발음에 관하여〉를 쓰고 읽어볼 것을 권유한다.

"이 책에 쓰인 모든 발음은 현지 발음 표기를 따랐다. 태국어를 영문으로 표기한 오기를 따르지 않고, 태국어 자체의 발음을 한국식 발음으로 그대로 옮겼다. 예를 들어, Siam'을 시암이 아닌 '씨암'으로 표기한 것이다. 태국어는 영어로 불가능한 발음이 많은데도 굳이 영문 표기를 따라 한글 맞춤법으로 표기하려다보니 나타나는 현지발음상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이중자음을 줄여서 발음하는 습성에 따라 일부 지명에 대하여는 구어체 표기를 따른다. Pratunam을 쁘라뚜남이 아닌 빠뚜남으로 표기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영어도 태국어 발음을 기준으로 표기했다." 태국어로 읽는 데 지장이 없는 저자 안진헌이 태국어를 직접 확인해 가장 비슷한 최적의 발음을 한국어로 표기했다.

저자는 외국 생활 10년 동안 태국에서 3년을 내리 살았고, 그 이후에도 1년에 서너 달은 상주 여행자로 방콕을 들락거린다고 밝힌다. 방콕이 '제 2의 고향'이라고 해도 될 듯하다. 저자가 이 책을 구상할 때는 단순히 사원과 레스토랑만 아니라 방콕의 다양함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이라고 한다. 방콕의 허름한 골목뿐만 아니라 메트로폴리탄으로 거듭난 방콕도 보여주고 싶었다는 것이다. 한없이 걷도 한없이 찍은 사진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이 책은 「방콕이 매력적인 이유 21가지」가 맨 앞에 실려 있다. 〈짜오프라야 강 보트 투어〉, 〈타이 스마일〉, 〈태국 요리〉, 〈왕궁 & 앗 프라깨우〉, 〈카오산 로드〉, 〈타이 마사지〉 등이 1위부터 차례로 선보인다. 다른 것은 언어를 몰라도 눈치껏 무엇인지 알겠지만 왜 〈타이 스마일〉이 2위에 올라 있는지 쉽게 유추가 되지 않았다. 설명에는 더운 기후와 낙천적인 성격, 종교적인 생활이 자연스레 몸에 밴 태국인들의 얼굴은 온화하다. '타이 스마일'로 알려진 태국인들의 친절한 미소는 방콕 여행의 활력소가 된다는 이유를 알게 되니 미소가 저절로 지어진다.

저자가 이번 책 쓰기 작업을 하면서 좀 더 새롭고, 좀 더 다양한 방콕의 모습을 담으려 했지만 워낙 빠른 속도로 변하다보니, 옛 것을 간직한 전통적인 곳들을 재발견해 내는 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고 털어놓는다. 같은 자리를 지켜주는 단골집은 여전히 반가웠고, 새롭게 생긴 소폿들은 방콕의 재미를 더해 주었다고 취재 뒷이야기를 슬쩍 흘려준다. 저자는 그럼에도 단순히 먹고 노는 여행이 아니라 방콕의 역사와 문화까지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안내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부지런을 떨었다고 회고한다. 이로 인해 "방콕의 ‘지금’이 궁금하다면 『프렌즈 방콕』 ’23~’24 개정판을 들추어 보자"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게 돼 보람찬 작업이었다고 말한다. 동남아시아 지역 전문 여행 작가가 발 빠르게 채집한 여행 노하우를 활용해 더없이 흥미진진한 여정을 꾸릴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자 저자의 보람이 밴 곳이다. 특히 『프렌즈 방콕』 Season 11은 달라진 대중교통과 요금 정보를 반영했고, 지금 현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 명소를 수록해 더 알차고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지금 막 오픈해 호응을 얻기 시작한 레스토랑 · 쇼핑 · 스파 & 마사지 숍 · 숙소 등 다채로운 최신 정보를 듬뿍 업그레이드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 예능 프로그램의 1인자로 불리우는 나영석 PD의 인기 프로그램 〈뿅뿅 지구오락실〉의 첫 촬영지가 방콕이라고 한다. 독자는 예능 프로그램을 그닥 좋아하지 않아 직접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이 책의 소개에 나와 있어 언급한 것이다. 이후 방콕 여행에 대한 이미지도 변화했다고 한다. 가성비 좋은 여행지로 꾸준히 사랑받아 왔던 것에 더해 이젠 젊은 세대 사이에서 ‘핫플레이스’ 여행지로 떠올랐다는 것. 『프렌즈 방콕』은 각 지역마다 볼거리, 먹을거리, 쇼핑, 유흥 등의 레벨을 매겨 한눈에 그 지역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게 도왔다. 또한 태국의 대마 합법화에 따른 여행 시 주의사항부터 어린이 요금은 나이가 아닌 키로 결정된다는 재미있는 사실, 마사지를 받는 것에서 더 나아가 직접 마사지를 배울 수 있는 마사지 스쿨 소개까지 방콕 여행에 도움이 되는 야무진 알짜정보가 담겨 있다.

방콕에서 무엇을 할까, 무엇을 먹을까, 어디서 어떻게 놀까 고민이었다면 베테랑 방콕 여행자인 작가가 오랜 시간 쌓아온 노하우를 눈 여겨 볼 것. 꼼꼼하게 설계한 일정별 코스, 취향별 코스, 교통수단별 코스, 예산별 코스를 참고해 빠르고 간편하게 나만의 맞춤형 여행 계획을 세울 수 있다. 또한 책 앞머리에서 소개하는 ‘방콕이 매력적인 이유 21가지’부터 ‘쇼핑 베스트’ ‘스파 & 마사지 베스트’ ‘나이트라이프 베스트’에 이르는 여행 버킷리스트를 차근차근 섭렵하면 여행이 한층 더 풍성해진다. 방콕의 낡고 비좁은 골목과 어지러운 도로 환경 속에서도 『프렌즈 방콕』과 함께라면 무서울 게 없다. BTS·공항 철도·MRT·BRT·보트 노선도를 최신 정보로 업그레이드했고, 행선지에 가장 유용한 교통수단과 정류장 정보를 상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하니 초보 여행자라도 쉽고 편리하게 따라할 수 있다. 차량 예약 애플리케이션 그랩도 함께 친절하게 소개하며 대중교통 선택지를 한 차원 넓혔다. 짜오프라야 강을 오가는 수상택시의 종류와 주요 볼거리를 연결하는 선착장 정보 또한 자세히 수록해, 복잡하기로 이름난 방콕의 물길도 어렵지 않게 가로지를 수 있다.

 


 

잘 만든 맵북 한 권으로 방콕 완전 정복한다는 책 소개 캐치프레이즈답게 이 책에는 지도가 붙어 있다. 물론 절취선 대로 떼어놓고 사용하라고 친절한 설명도 붙어 있다. 참 친절한 책이다. 도시 구석구석을 누비려면 BTS를 타고 주요 역에 내려 쏘이(Soi, 골목)로 들어가야 하는데, 이때 정교한 지도가 있다면 길 찾기에 큰 도움이 된다. 최신 스폿 정보를 수록한 『프렌즈 방콕』의 맵북은 휴대가 편리하도록 컴팩트한 사이즈로 제작됐다. 두꺼운 가이드북은 가방이나 숙소에 넣어두고 일정 중엔 책 뒤편의 맵북만 잘라 손에 들고 다닐 것. 또한 한 장의 휴대지도를 통해 방콕 전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다. 기나긴 일정이라도 이 맵북과 휴대지도만 있다면 가뿐하게 소화할 수 있다.

똠얌꿍, 팟타이, 쏨땀…. 미지의 태국 음식을 제대로 경험하고 싶다면 『프렌즈 방콕』이 엄선한 맛집 리스트를 따라가 보자. 뛰어난 맛을 자랑하는 레스토랑엔 ‘추천’ 마크를, 대중적인 인기를 구가하는 레스토랑엔 ‘인기’ 마크를 달아 표시했고, 미쉐린 가이드 방콕편에 오른 레스토랑을 따로 리스트업해 알찬 식도락 여행을 독려한다. 레스토랑마다 대표 메뉴와 예산을 꼼꼼히 수록하는 것은 물론, 식재료에 따른 태국어 명칭과 조리 방법을 상세하게 소개했으니 주저 않고 원하는 음식을 주문해 맛볼 수 있다.

 

저자 : 안진헌

 

여행이 생활인 그에게 외국은 집처럼 포근하다. 20여 년 동안 태국, 베트남, 티베트, 캄보디아, 라오스, 중국 윈난성, 네팔, 인도를 들락거리며 상주 여행자로 생활하고 있다. 방콕과 치앙마이에 ‘달방’을 얻어 몇 년씩 거주하기도 했다. 여행계에서는 누구나 알아주는 ‘아시아 전문가’로 통하며, 실험적인 여행작가 모임인 ‘트래블게릴라’를 통해 아시아 여행법을 바꿔온 인물로도 유명하다. 오늘도 어딘가를 여행하고 있거나, 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거나, 여행을 잠시 멈추고 한곳에 눌러앉아 글을 쓰고 있다. 저서로 『처음 만나는 아시아』(웅진지식하우스), 『당신이 몰랐던 아시아 Best 170』(봄엔), 『어디에도 없는 그곳-노웨어』(예담), 『트래블게릴라의 구석구석 아시아』(터치아트), 『프렌즈 라오스』, 『프렌즈 태국』, 『프렌즈 방콕』, 『프렌즈 베트남』, 『프렌즈 다낭』, 『베스트 프렌즈 방콕』(중앙북스)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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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써니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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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를 돌보는 일은 백의의 천사가 하지만 대한민국 대형 병원이나 대학병원 간호사는 간호전사가 되어야 한다. 코로나 팬데믹의 최일선에서 환자를 돌보고 치료를 돕는 일을 도맡아 엄치척을 받았던 그들에게 아무도 웃는 눈길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은 매일 똑같은 일을 여전히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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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앤써니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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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fake 페이크』는 간호사의 직장 생활과 연관된 일상을 그리고 있다. 단순히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간호사 근무 경험으로 얻은,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서 일한다는 것의 어려움과 자존감이 모두 들어 있다. 책 제목에 들어간 'fake(페이크)'의 사전적 의미는, 가짜의, 거짓된, 모조(위조)품을 뜻한다. 그러나 이 책에서 쓰임새는 약간은 다르다. 저자 알앤써니는 이렇게 말한다. "간호사로서 일하는 나는 어쩌면 매일 '페이크'인지도 모른다. 매일매일 나 자신을 가리고 속이며 사는 삶. 간호사 유니폼을 입는 순간 진짜 나는 유니폼 뒤쪽으로 밀어 넣는다. 그리고 페이크가 나서서 일을 한다. 나쁜 페이크든 좋은 페이크든 모두 나의 모습이기는 하다. 페이크를 사용하는 목적은 단 하나이다. 더 나은 간호를 수행하기 위해서." 즉 주어진 업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쓴 일종의 가면(페르소나) 같은 것을 의미한다.

대학 졸업 당시에는 저자도 ‘백의의 천사’를 꿈꾸며 일을 시작했다고 한다. 대학 병원에서의 현실은 어떠했을까? ‘과학적인 근거에 따라 간호하기’, ‘모든 사람을 인종, 성별, 나이, 국적, 피부색과 상관없이 대하기’, ‘다른 의료진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의사소통하기’, ‘환자들에게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등 학교에서 배웠던 의료 선진국의 간호 기술과 마인드는 현장에서 제대로 활용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이팅게일 선서에 어울리는 간호사로서 일할 수 있는 병원은 없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아마 어느 직장에나 있는 상사(여기서는 주로 의사가 될 것이다)와의 갈등, 합당한 보수 등이 제대로 주어지지 않는 현실을 비판하는 의미가 될 수도 있다. 저자가 책의 첫 머리에 쓴 문장이 답변을 대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나는 간호사이다. 사람들은 간호사를 ‘백의의 천사’라고 부른다. 지인 중에 간호사가 있는가? 병원에 가서 간호사들이 일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만약 둘 중 하나에 “그렇다.”라고 답을 했다면, 간호사가 ‘백의의 천사’가 아니라는 것을 알 것이다. 그렇다. 우리는 ‘백의의 전사들’이다."

 


 

'천사 아닌 전사'라는 저자의 말은 강렬하다. 이 문구 하나만으로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 일한다는 것의 어려움이 듬뿍 배어 있다. 간호사 근무 동안 저자는 환자들에게 기본적인 간호 제공을 하기에도 빠듯했다고 털어놓는다. 하루 업무를 다 하고 남아서 병동 청소를 한다. 환자를 이송차에 싣고 달리는 이송요원이 되기도 한다. 밤번 근무를 마치고 눈도 못 뜨는 상태에서 병원 행사에 동원된다. 대소변과 토물을 받아내야 한다. 격앙된 감정 속에 불만을 토로하는 환자와 보호자들의 욕받이가 된다. 의사의 지시가 없으면 뭐든 해서는 안 되는 ‘무뇌아’ 취급을 당한다. 근로 여건이 열악한 직업이라는 의미가 포함된 듯하다. 대학병원 3년 동안 저자가 경험한 간호사의 업무는 비상식적이고 부조리한 점이 많다.

참다못한 어느 날, 저자는 사표를 냈다. “너는 피를 봐야 하는 팔자다.”라는 어머니의 말씀을 뒤로 한 채. 전부터 관심이 있었던 영어학을 전공하고, 교육 프로그램 개발자로서의 15년 경력을 쌓아갔다. 개발자로서의 삶은 만족스러웠다. 험한 일을 안 하고 험한 말을 안 들었다. 매일 아픈 사람들을 보지 않아도 되었다. 지시와 명령만이 있는 일방통행 의사소통이 아니라 협의를 통한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병원 간호사와의 대조적 근무 여건임을 단박에 알 수 있다. 하지만 15년의 시간이 흐른 2013년, 그렇게도 혐오했던 간호사를 다시 시작했다. 집안 사정 때문이었다고 한다. 다시 돌아간 간호 현장은 여전했다. 기술들과 기기들은 더 발전했을지 몰라도 간호사에 대한 인식, 간호사가 해야 하는 일은 변함이 없었다. 게다가 나이까지 많아진 나는, 어린 사람들 틈에서 일하는 것이 버거웠다. 적응하기도, 성질을 죽이기도 힘들었고, 자존심이 상했다. 하지만 생계를 위해 모든 것을 참아내야 했다.

 


 

간호사를 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나라 인구당 간호사 수는 선진국뿐만 아니라 OECD 국가 중에서도 낮은 편이라고 한 기사를 신문에서 여러 번 봐왔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발발하자 환자 간호에 격무에 시달리는 간호사들의 전투(?) 모습이 자주 TV에 방영되고 그들의 간호사로서의 뿌듯한 말을 하는 인터뷰 영상을 볼 때마다 일반적인 인식을 벗어날 수 있었다. 대학병원은 생사를 넘나드는 전쟁터나 다름없다. 어쩌면 재판정에 선 피고인의 마지막 재판이나 다름없는 곳이 대학병원이다. 의료 체계상 최종 3차 의료기관이기 때문이다. 간호사는 최일선에서 질병과 맞서야 하고, 아픈 환자를 보살피며 질병의 구렁텅이에서 구해내는 임무가 주어졌다. 이 책은 3년간 대학병원 간호사 경험을 했고, 사표를 내고 다른 직종에서 15년을 일하다가 다시 간호사 생활을 시작한 '간호전사'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대학병원에서 신규 간호사는 대부분 3교대 근무를 한다. 하루 24시간을 '데이', '이브닝', '나이트'로 3교대를 한다. 당연히 바이오 리듬을 챙기기에는 최악이다. 그러나 나이트 야간 수당 등 각종 수당에 적지 않은 수당이 붙으니 그것으로 위안 삼을 수밖에. 업무 특성상 정해진 룰을 안 따를 수야 없으니. 일상 생활이란 게 따로 없을 정도로 데이트는커녕 친구와의 만남도 제대로 할 수 없다. 낮 혹은 밤의 일상 생활이 근무 시간의 변동으로 맞추기가 힘들다. 심지어는 자기게발을 위한 온라인 강좌도 웬만해선 맞추기 어렵다고 말한다. 근무 여건으로는 최악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간호사의 자긍심으로 그것은 견뎌낼 수 있을 것이다. 또 시간이 흘러 연차가 쌓이면 낮 근무만 하는 업무로 승진(?)할 수도 있을 터 감내하기 어려운 일은 아니다.

 

 

사실 간호사는 근무 강도나 환경이 열악한 것은 굳이 그들에게 묻지 않아도 오늘 당장에라도 병원에 가보면 금세 눈치 챌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근무 환경은 오히려 편하게 생각이 들 수도 있다.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에서는 이 책에 등장하는 수많은 문제가 다 모여 있는 듯하다. 환자와 라포 형성, 의료계의 부조리, 불분명한 의사소통 문제,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관계, 이직하는 간호사들의 모습, 외국인 의료관광 환자 응대하기 등 디테일한 면으로 들어가 바라보면 정말 병 고쳐주러 갔다가 자신이 병을 얻지 않으면 다행이다 싶다. 또 가끔씩 등장하는 의료 드라마 등에서 비춰지는 간호사에 대한 사회적 시각도 자존감을 건드린다. 마치 의사의 부하나 잔심부름하는 비서 정도이다. 아니면 단역으로 구석에 모여 커피 마시며 시시덕거리는 듯하는 모습이 방영된다는 것은 사회에서의 간호사가 어떻게 비춰지는지 불만이다. 특히 불만 환자 등 상대의 어려움, 간호간병통합서비스와 일부 환자의 잘못된 인식, 삶과 죽음의 교차점이 열리는 응급상황 등에서 간호사는 자존감을 심하게 긁어대는 일들이 많다고 한다. 그러나 간호사는 감정의 늪에 빠져서는 올바른 치료인이 될 수 없다는 배움에서 참고 침묵한다.

침묵은 그 유명한 '태움'으로 이어지면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사건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우리도 이미 알고 있다. 수술 전 주요 준비 과정, 퇴원 절차 진행하기, 간호사의 응급사직, 물품 카운트의 어려움, 환자의 신체보호대 사용, 뒷담화 하며 이간질하는 간호사, 병원 직원과의 마찰, 간호사들 간 EDPS, 질병에 시달리는 간호사, 환자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간호사, 촌각을 다투며 긴장하는 간호 현장에서 발생하는 예약 순서 변경 요구 환자, 환자들의 이중적 태도 등도 간호사들에게는 임무 이상을 요구하는 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지적받아야 할 사항들이다.

 


 

물론 간호사로서 일하면서 늘 찌푸리고 화나는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때로는 가슴 뭉클하게 해주고 때로는 환한 미소를 짓게 하는 일들도 생긴다고 저자는 전한다. 친절한 간호사, 설명 잘하는 간호사, 주사 잘 놓은 간호사, 셋 중에 누가 가장 좋으냐고 환자들에게 물어보면? 저자의 답은 간단하다. 십중팔구는 주사 잘 놓은 간호사라고 답을 한단다. 환자들은 간호사들이 아프지 않게 한 번에 주사를 성공하길 바라지만, 100% 성공률을 가진 간호사는 거의 없다고 한다. 간호사들이 주사 특히 혈관 주사를 실패하는 경우가 몇 가지 있다. 책에 따르면 ① 숙련되지 않은 신규인 경우 ② 숙련된 간호사가 실패하는 경우 ③ 간호사 본인 컨디션이 안 좋거나 손이 떨리는 수전증이 있는 경우 ④ 환자의 혈관이 너무 좋지 않거나 반대로 너무 좋은 경우다.

①의 경우 요즘에는 한자들을 대상으로 실습을 할 수 없기에 학생 간호사 시절에 혈관 주사를 놓기를 마스터하고 졸업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러니 이제 갓 대학을 졸업해서 현장에 배치된 신입 간호사들은 주사 놓는 것이 고역이다. ②는 VIP 환자, 아는 사람, "실패 없이 한 번에 놓아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경우 이상하게 실패하는 일이 잦다고 저자는 말한다. 특히 어린아이에게 혈관 주사를 놓는 일은 난도가 높다고 한다. ③은 기초업무지만 수전증이 있다면 그냥 병원일을 그만두거나 혈관 주사를 놓지 않는 부서로 가는 것이 낫다고 조언한다. ④의 내용이 흥미롭다. 나이가 들면 혈관도 탄력성을 잃어 가늘어지고 구불구불해진다. 혈관 주사는 바늘이 들어갈 수 있는 일정한 길이와 굵기가 보장되어야 하는데, 그것이 안 되면 자꾸 fail(실패)하게 된다. 그렇다면 혈관이 너무 좋은 경우는 왜일까? 혈관이 너무 탄력성이 조으면 가느다란 바늘의 경우 들어가다가 튕겨져 나올 수가 있기 때문이란다. 이것으 신입 시절을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저자는 '에필로그'를 통해 15년 전에 나왔다 다시 돌아간 병원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전문 의료 지식과 기술을 장착하고 온갖 일을 하면서 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이 똑같았다고 강조한다. 의사 월급의 5분의 1도 안 되는 정도를 받으면서 말이다. 우리의 권리를 찾아보겠다고 목소리를 내면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나 거기서 거기인데 기왕이면 경영에 도움이 되는 조무사를 쓴다는 분위기도 똑같았다고 지적한다. 코로나가 한창일 때 '당신들 덕분에'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웠던 사람들은 우리가 처우 개선을 말하면 그 엄지를 땅으로 향하게 한다. 15년 만에 돌아온 병원은 성 안에서 전혀 변화가 없었고 그들만의 치료를 계속하고 있다.

 

저자 : 알앤써니

 

가톨릭대학교를 졸업했으며, 빅5 중 두 군데의 대학병원을 다녔다. 경력 단절 15년 후 임상에 복귀했다. 취업이 잘 된다는 이유로 간호학과를 선택했기에 적성에 안 맞아서 3년이 채 안 되는 시간만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했다. 이후 영어학을 전공해서 졸업장이 두 개가 되었다. 교육프로그램 개발자로 회사도 다니고 프리랜서도 하며 15년을 살았다. 좋아하는 일이었으나, 월급이 필요한 상황이 닥쳐서 병원으로 돌아갔다. 40대 중반에 임상을 다시 시작하니 뭘 배워도 기억이 잘 안 나고, 손과 발이 느렸다. 구박을 받고 눈치 보는 날들이 많았다. 처음 복귀했던 종합병원에는 적응을 하지 못 해 간호부장 앞에서 대성통곡을 하고 그만 두었다.

의료관광 회사도 다니고, 교육 프로그램 회사도 다니고 하다가 또 같은 병원으로 갔다. 이번에는 적응을 어느 정도 해서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 지금까지 임상 간호사의 삶을 이어가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병원에 복귀했지만, 이전과 별반 달라지지 않은 간호사의 처우와 문화를 접하고 있다. 여전히 많은 환자수, 3교대로 인한 바이오리듬 파괴, 진짜 간호 업무 외의 잡일 수행, 5분 만에 먹어야 하는 식사, 태움과 뒷담화 등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간호계의 문제는 제자리 걸음이라는 것을 매일 느끼고 있다. 나라는 선진국이라면서 간호계는 왜 선진화되지 않았는지에 대한 속상함과 의문에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이 책은 간호사로서의 화(火)와 한(恨) 그리고 고군분투를 다루고 있다. 또한 일반인들이 간호사와 병원에 대해 궁금해 할만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앞으로도 간호와 관련된 활동을 계속 해 나갈 예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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