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 - 경험이 글이 되는 마법의 기술
메리 카 지음, 권예리 옮김 / 지와인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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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책을 쓴 적은 없지만 글쓰기를 동경해서 꼭 한 권의 책을 쓴다고 결정하고 버킷리스트에 올려놓았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꽤 많이 읽은 편에 속할 정도로 적지 않은 책을 읽었다. 직장 생활을 하며 중단했던 책 읽기를 팬데믹으로 남는 시간을 보충하려 맹목적으로 다시 책 읽기를 시작했다. 읽는 책마다 글쓰기에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을 머릿속에 각인하고 읽었기에 어느 정도 글쓰기에 자신감이 붙을 줄 알았지만 그런 희망사항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읽기와 쓰기는 한몸처럼 묶였다고 생각했다. 많이 읽는 것이 잘 쓰는 것에 도움이 되리라고 나름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독자의 오판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그렇다고 좌절하지 않고 책 읽기는 계속됐고, 가끔은 글쓰기를 통한 자기계발서, 글을 쓰면서 마음의 치유까지 한다는 힐링서 등도 여러 권 읽었다. 워낙 문재(文才)가 부족한 탓인지 글쓰기 자신감은 최근까지 올리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이 책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를 만났다. 이 책은 앞 부분에서 「이 책을 펴내며」란 서문부터 독자를 강렬하게 사로잡았다. 출판사 측에서 썼는지, 역자가 썼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내용은 독자에게 '글을 써 책을 낼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은 물론 버킷리스트를 꺼내 책 한 권 쓴다는 사실을 빨리 실행에 옮겨보고 싶은 생각이 들게 할 정도였다. 이 글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를 묻는다면 단연 '자전적 글쓰기'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제까지 사람들에게 영감과 용기를 주는 훌륭한 문학 작품들은 대부분 '픽션'이 차지해왔지만, 그 경계는 이미 모호하다고 단언한다.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아니 에르노는 "직접 경험하지 않은 것은 쓰지 않는다"라고 말했다는 내용도 인용, 증언해준다. 그의 작품은 픽션처럼 읽히지만 그 내용이 진실이라는 믿음이 없다면 수많은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었을 것이란 말도 첨부해 자전적 글쓰기의 시대임을 강조한다.

 


 

이 책의 저자 메리 카가 알려주는 '자전적 글쓰기'는 남다른 특별한 이야기가 책이 된다는 생각부터 버리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어려움에 대한 말도 덧붙인다. "누구나 가끔 생각합니다. '내 인생도 글이 될 수 있을까?' 솔직히 쉽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인생을 특별하게 만드는 게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평범한 경험에서도 가치를 발견하고, 숨기고 싶은 자신의 내면을 끝까지 대변하며, 타인과 깊이 공감하려는 태도가 있다면, 오직 나만이 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p.7)

이렇게 이 책은 독자에게 다가와 자전적 글쓰기의 이모저모를 알려준다. 저자 메리 카는 「삶을 견뎌낸 이들에게는 이야기가 있다」란 제목의 '프롤로그'를 통해 버킷리스트의 책 한 권의 장르를 확신하게 해주었다. "이 책의 프롤로그는 내가 몇 년이고 만지작거리고 물어뜯은, 끼익 끼익 소리 나는 고무 장난감이다. 자전적 글쓰기 장르는 바야흐로 전성기를 맞았다. 하지만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이 장르는 기인과 성인, 정치인과 영화배우 등 아웃사이더의 예술이었다. 내가 대학원생일 때 누군가가 자전적 글쓰기란 쌀 한 톨에 주기도문을 써넣는 것이라고 말했다."(p.10)

메리 카는 이 장르의 글쓰기에 애착을 갖는 한 가지 이유는 세상을 살아가는 누구라도 인생록을 쓸 수 있다는 민주주의적인 성격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소설에는 얽히고설킨 플롯이 있고, 시에는 음악적 형식이, 역사책과 전기에는 객관적 진실이 있다고도 한다. 인생록에서는 하나의 사건이 다른 사건으로 이어진다. 주인공이 태어나고 사춘기가 되고 성에 눈을 뜬다. 이런 사건들을 하나의 작품으로 묶어주는 요소는 우연과 테마, 그리고 한 사람이 지난날을 이해하려 애쓰는 데에서 우러나오는 순수하고 설득력 있는 서정성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저자는 글을 쓸 때면 언제나 실패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펜을 든다고 한다. 작은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좋은 말만 듣고 싶어 하는 괴물 같은 자아가 자꾸 겁을 준다고 비유한다. 그래도 괜찮다. 바로 그 때문에 무한히 현명한 신께서 우리에게 딜리티 키를 내려주셨으니까라는 확신을 가진다고 토로한다. 솔직하게 쓰는 게 최선임을 암시하는 말로 읽힌다. 저자 메리 카는 친한 동료 교수가 수십 년 동안이나 학생들엑 자전적 글쓰기를 가르쳐왔고 그 일을 즐겼다는 사실을 일깨워주는 바람에 얼떨결에 이 책을 구상하게 됐다고 털어놓는다. 사실 강의에서 자신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이 장르를 아끼고 사랑해온 열정을 보여주는 것이었다고 저자는 말한다. 자신은 이렇게 썼다는 글도 여기에 소개한다. "나중에 커서 절반은 시, 절반은 자서전을 쓸 것이다." 어렸을 때 헬렌 켈러와 마야 안젤루의 이야기를 읽으며 외로움을 조금이나마 떨칠 수 있었다고 밝히고, 미신 같지만 나는 그들이 '나에게만' 말한다고 믿었다고 언급한다.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담은 일인칭 시점의 신화를 읽을 때마다, 언젠가는 자신도 자라나 엉망진창인 환경에서 벗어날 수 잇다는 희망을 키워갔다고 자신의 글쓰기 처음 시절로 돌아가 회고한다. 이에 따르면 저자는 절망적인 가정생활의 혼란에서 벗어나고 자신을 보호하려고, 하루에 몇 시간씩 책을 읽으며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현실 도피에 열중했다. 흑인민권운동 이전의 아칸소에서 태어난 안젤루, 가엾게도 보지도 듣지도 모산 켈러, 이런 사람들도 각자 지옥 같은 고통을 견디고 누구나 우러러보는 작가가 됐다면, 어쩌면 나 역시 그렇게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삶을 견뎌낸 사람들은 누구나 할 이야기가 있다. 그들이 살아남은 사연을 읽으며 자신은 마약이라도 주입받은 것처럼 희망이 차오르고 설렜다. 비슷한 줄거리의 소설도 읽어봤지만 자전적 논픽션을 읽을 때만큼 마음이 움직이지는 않았다. 저자의 진솔한 이야기는 일반적이지만 강한 흡입력으로 독자를 설레게 한다.

 


 

저자는 이런 말도 덧붙인다. 허구의 문학도 더러 실제 체험을 바탕으로 하지만, 진실한 내용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소설을 읽는 중에 일인칭 화자에게 홀릴 때도 많지만, 실제로 있었던 일이 아닌 허구라서 그런지 현실의 저자에게 영향을 주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신의 과거를 고백한 작가에게는 신비하고 강렬한 동질감을 느끼지만, 아무리 훌륭한 소설을 읽어도 소설가에게는 그런 감정을 느끼지 못한다고도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기가 부끄럽지만, 책이 팔리면 돈을 버는, 만나본 적도 없는 작가에게 동질감을 느낀다는 것은 너무 고지식하게 들리기 때문이란다. 마치 스트립쇼 댄서들이 자기를 진짜 좋아하는 줄로 착각하는 남자 같다고 말이다.

책에 따르면 논픽션이라고 해도 그 내용이 거의 사실이라고 믿는 것은 순진한 착각으로 여겨지곤 한다. 작가와 독자 사이에는 인위적인 요소가 끼어들 수밖에 없다. 제대로 쓴 모든 글은 예술, 즉 인간이 창조한 것이다. 있었던 일을 그냥 줄줄 적어놓은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당신이 여러 사건들 중 하나를 골라서 쓰기로 하는 순간, 어떤 식으로든 과거에 특정한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이것은 도덕적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자전적 글쓰기에서는 녹취록 없이 대화를 재구성하는 소설적 장치를 사용한다고 저자는 밝힌다. "이 과정에서 독특한 목소리를 빚으려면 시인만큼이나 정교한 작업을 해야 한다. 훌륭한 인생록은 연구할 가치가 있다. 자신의 인생을 글로 쓴다는 것은 독자를 위해 어떤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독자자가 잠시 스치는 감흥보다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도록 나의 지난날을 생생하게 불러오는 것이다. 당신은 독자와 함께 긴 여행을 떠난야 한다. 그리고 뭐니 뭐니 해도 자신에게서 짜낼 수 있는 모든 진실을 보여줘야 한다. 따라서 인생록은 인간이 빚어낸 경험이기는 하지만, 빼어난 인생록은 자신만의 이유로 과거의 진실을 찾아다니는 인간의 영혼에서 우러나온다."(p.16~17)

 


 

인생록을 쓰는 일은 어떤 면에서 자기 주먹으로 자기를 자빠뜨리는 것이다. 특히 제대로 잘 썼을 때 더욱 그렇다. 물론 감정적으로 관여할 수밖에 없는 작업은 즐겁기도 하다. 자기 이야기에 관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인생록을 써낸 사람은 깊은 심리적 변화를 겪게 마련이다. 그러지 않고는 못 배긴다. 인생록만큼 사람을 뒤흔드는 창작 분야는 또 없을 것이다. 또한 작가는 이제는 곁에 없는 사람들과 다시 만날 수 있다. 글을 쓰는 동안 수십 년 동안 그리워했던 시간과 장소가 눈앞에 뚜렷하게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빼어난 인생록을 쓴 작가들은 하나같이 쓰는 과정이 고약하고 끔찍했다고 전한다. 과거에 대한 망상과 실제로 일어난 일 사이의 거리를 좁히려고 할 때마다 고통에 몸부림쳐야 한다. 나는 다른 사람의 글을 고쳐주거나 방향을 제시해줄 때 영화 〈플래툰〉에 등장하는 못된 하사관이 된 기분이 든다. 영화에서 하사관은 배에서 내장이 빠져나와 비명을 지르는 병사 위로 몸을 구부려 이를 악물고 쉰 목소리로 계속 말한다. "통증을 받아들여." 병사가 입을 다물고 내장을 주섬주섬 배 속으로 밀어 넣기 시작할 때까지.

자기를 아무리 잘 아는 사람이라도 인생록을 쓰다 보면 속이 다 뒤틀리기 마련이다. 이미 틀을 잡아놓은 자아, 깔끔한 분석과 흠잡을 데 없는 변명을 내세운 자기 자신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이 자주 하는 뼈 있는 농담이 하나 있다. "상대가 반격해오자 문제는 심각해졌다." 소소한 믿음과 무의식적인 가식이 어김없이 우리의 발을 걸고 넘어지는 것이다. 이 장르의 글쓰기가 주는 카나르시스 효과는 정신과 치료의 효과와 비슷하다. 다른 점은 돈을 내고 치료받을 때와 달리 돈을 받는다는 것이다. 치료사는 엄마, 환자는 아기 역할을 한다. 인생록을 쓸 때는 작가가 엄마, 독자가 아기다. 그리고 독자가 작가에게 돈을 낸다.

 


 

이 책은 모두 2부로 나뉘어 있다. 1부 〈인생은 어떤 가치를 품고 있나〉와 2부 〈자기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법〉이다. 이 책은 1, 2부에서 각각 12장(章)씩 나뉘어 모두 24장으로 구성돼 있다. 각 장의 제목만 읽어도 무슨 말을 하는지 대체적으로 알 수 있다. 하지만 자칫 안다고 생각하고 안 읽는 실수를 저질러서는 안 된다. 각 장에도 몇 개씩의 금과옥조로 삼을 만한 많은 자전적 글쓰기에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이 줄 지어 서 있기 때문이다.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전부 써야겠지만 자칫 책 한 권을 옮겨적어야 할지 모른다. 제목만 여기에 나열한다.

1부는 「나의 기억을 의심하라」, 「스스로에게 거짓말하지 않을 자신」, 「불행을 억지로 욱여넣지 말라」, 「자신만의 목소리를 찾아라」, 「아름다움은 세계관 위에 존재한다」, 「육체적 감각을 키워라」, 「구체적으로 더욱 구체적으로」, 「화려한 거짓보다 소박한 진실이 힘이 세다」, 「인생의 적은 외부가 아닌 내부에」, 「자신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은 남도 존중하지 않는다」, 「우리 인생의 신화를 발견하기」, 「사랑하는 이들을 대하는 법을 배워라」 등 12개 장이다. 이어 2부에는 「재미없는 사실을 흥미롭게 만들려면」, 「각각의 기억이 먼저, 줄거리는 나중에」, 「꾸며낸 사실은 이야기가 되지 않는다」, 「과장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가짜 자아가 아닌 진짜 자아에 눈을 맞춰라」, 「개인의 진실은 어떻게 사회적 의미를 갖게 되는가」, 「현재의 욕망을 과거에 덧씌우지 않기」, 「글쓰기가 막힌 초심자를 위한 기법들」, 「글 속에서 변화하고 성장하라」, 「인생 이야기를 쓰기 위한 체크리스트」, 「내 이야기가 누군가를 구원할 수도 있다」, 「많이 고칠 수 있다면 성공한 것이다」 등 12개 장이 들어 있다. 모두 글쓰기에 대한 신조로 삼아도 될 만한 내용들이다. 또 글 자체의 기술 방법까지 신경 쓰고 읽어낸다면 어쩌면 문장 쓰기와 기술 방법에 대한 영감도 충분히 얻을 것이란 독자의 판단이다. 이는 독자가 이 책을 텍스트로 삼아 글쓰기, 책 쓰기에 도전하기 위해서다.

 


 

최악의 사건이나 극적인 승리에 대해 쓴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글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아주 진솔한 체험을 다룰 때, 훌륭한 목소리와 작가의 열정이 담긴 이야기를 절묘하게 배합할 때 좋은 글이 나온다. 기억하라. 나보다 당신보다 더 암울한 상황에서 온갖 어려움을 극복한 사람이 수없이 많다.(p.241) - 「과장은 지옥으로 가는 길을 닦는다」 중에서

 

저자 : 메리 카(Mary Karr)

미국 시러큐스 대학교 영문과 교수이자 베스트셀러 작가. 텍사스 남동부의 거친 문화에서 자라난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쓴 인생록 『거짓말쟁이들의 클럽』은 출간 후 1년 넘게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상위권에 머물고 전미비평가협회상 최종 후보에 오르는 등 전미 대륙에 자전적 글쓰기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이어서 쓴 두 권의 책 『체리』와 『리트』도 연이어 베스트셀러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평단의 수많은 찬사를 받았다.

인생록 작가로서만이 아니라 시인으로서의 명성도 높아, 구겐하임 지원금을 받고 시와 산문으로 각각 푸시카트 문학상을 수상하며 다섯 권의 시집을 출간했다. 메리 카는 작가일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선생으로도 유명하다. 그에게서 배운 이들 중에는 셰릴 스트레이드, 키스 게센과 같은 유망한 작가들이 있으며, 훌륭한 교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는 30여 년 동안 대학에서 작가 지망생들에게 ‘인생 글쓰기’를 가르친 내용을 바탕으로 하는 책으로,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앤 라모트의 『쓰기의 감각』과 함께 작가 지망생들의 필독서로 사랑받아왔다. 모방과 허구의 글쓰기보다 ‘진실’의 글쓰기를 고집스럽게 추구하라고 요구하는 그의 조언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장르인 자전적 글쓰기의 정수가 무엇인지를 알려줄 것이다.

 

역자 : 권예리

『인생은 어떻게 이야기가 되는가』의 번역자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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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한다, 내 딸아! -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윤평남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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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교만함으로 신의 뜻을 저버리고 탐욕만을 좇는 인간의 무리에 대한 사탄을 동원해 응징하고 벗어날 수 없는 형벌을 내린다는 교훈적인 내용으로 신과 신앙을 바탕에 깔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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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사랑한다, 내 딸아! -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
윤평남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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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사랑한다, 내 딸아!』는 길이로 분류할 때 장편소설이다. 소설이란 독자들이 다 아는 사실이지만 "현실에서 일어날 만한 일을 작가가 상상하여 꾸며낸 이야기"라는 정의를 갖는다. 실제 존재했던 인물에 관한 이야기라 할지라도 등장인물들 간의 대화나 성격 등 작가가 상상한 부분이 많다.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판타지 소설의 경우 소설 속에서 주인공은 강력한 마법을 쓰기도 하고, 악당과 싸우기도 하고, 신기한 동물들을 기르거나 타기도 한다. 이런 일들은 현실에선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판타지 소설 속에는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쓸 수도 있다. 주 독자층이 어린이들이 좋아한다는 점에서 친구들과의 우정, 가족 간의 사랑, 위기 속에서 생겨나는 고민과 갈등 같은 것들을 집어넣기도 한다. 소설을 〈허구〉(fiction)라고 하는 이유이다. 소설의 중요한 특성은 바로 허구성에 있다. 고전소설, 교훈소설, 우화, 신화, 계몽소설 등에 교훈적인 이야기가 많이 가미된다. 그러나 삶의 진실과 참모습을 추구하며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하는 점에서 〈진실성〉이 요구되기도 한다. 소설은 분명 꾸며낸 이야기이지만, 진실성이 담보되는 이유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가공의 인물과 꾸며낸 사건들로 이루어지지만 그것들은 모두 우리가 사는 세계 속에 '있을 만한 일'들이라는 점에서 소설의 중요한 요건이 된다.

이외에도 소설은 〈산문성〉, 〈서사성〉, 〈모방성〉, 〈예술성〉, 〈개연성〉을 중요한 특성으로 규정지어진다. 시(詩)처럼 운율과 같은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문장으로 풀어쓴 이야기라는 점에서 운율과 반대되는 개념이 산문성이다. 우리가 노래를 듣거나 시를 읽을 때 특유의 리듬감을 느끼게 되는 이유다. 그러나 소설은 언어의 어떤 규칙에도 매여 있지 않고 자유롭게 표현되는 특징을 갖고 있어 누구나 작가로서 글을 쓰는 일을 규정과 형식을 갖지 않도록 해서 소설의 특징으로 규정되어진 것으로 독자는 알고 있다.

 


 

예술의 한 갈래로서 일정한 형식미와 예술미를 갖춘 것으로서 소설을 말할 때는 〈예술성〉의 강조다. 예술이란 무엇인가? 어떤 특정한 재료와 양식을 가지고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활동이나 그 활동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품을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천지창조」라는 벽화를 보면, 하늘과 땅이 새로이 만들어질 때의 모습을 미켈란젤로라는 화가가 상상력을 발휘해 그려낸 작품이다. 우리는 이 그림을 보면서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다. 훌륭한 미술 작품과 같이 소설 역시 작가의 상상력을 통해 창조된 예술이다. 작가는 언어를 재료로 하여 이야기를 꾸미고, 그것은 독자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준다. 이처럼 소설은 작가의 창조적 표현을 통해 나타나는 기록, 즉 형상물이라는 점에서 예술성을 지닌다. 또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개연성〉이다. 개연성이란 소설 속 '어떤 일이 일어날 가능성'을 말한다. 소설은 이야기인데 앞의 말과 뒤의 말이 다르다면 완전한 작품으로 보기 어렵다. 즉 독자들에게 이야기의 내용을 헷갈리게 하는 요인이 이 개연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학교 다닐 때 배운 황순원의 「소나기」에서 마지막에 소녀가 죽는 대목이 나오는데, 그 앞에 일어난 일 가운데 소녀가 소년과 함께 산에 놀러갔다가 소나기를 맞는 장면이 나온다. 소녀는 원래 몸이 좋지 않았는데 이 소나기를 맞고 병이 더 악화되어 죽었음을 추론할 수 있다. 그런데 소나기를 맞았다고 꼭 죽을까? 그렇지는 않다. 하지만 병이 있는 상태에서 비를 맞고 추위에 떨었다면 죽을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것이 바로 소설의 '개연성'이다.

개연성이라는 말이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면 필연성과 비교하면 훨씬 이해가 쉽다. '필연'이란 말은 '반드시 꼭 관련된'이라는 뜻이다. 즉 사건 A가 일어나면 반드시 그 결과로 사건 B가 일어나는 것을 말한다. 한편 개연성은 사건 A가 일어난다고 해서 꼭 사건 B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일어날 확률이 높음을 나타내는 말이다. 꼭 일어나는 것과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다르다. 이것이 개연성과 필연성의 차이라고 말하는 이유다.

 

 

이 같은 소설의 중요한 구성이나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도 사실은 소설이 나오고 나서 규정된 것이라서 무슨 법이라고 설명해선 곤란할 것이다. 소설 자체가 먼저이고, 소설의 구성이나 각종 특성 등은 나주에 그렇게 구성되어야 소설로서 독자들에게 쉽게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소설 구성의 요건을 갖춘다고 다 훌륭한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작가 개인의 특성과 문학적 지향점을 분명하게 규정 지을 수 있는 것은 인물, 사건, 배경이다. 이 소설 『사랑한다, 내 딸아!』를 읽다가 독자가 개인적으로 생각해본 소설의 특성과 구성에 대해 다시 공부해본 결과다. 이 소설에는 '사단'이란 단어가 나온다. 사단이란 요즘 쓰는 말이 아닌 성경 개역 때 사라지고 당초 발음에 가까운 '사탄(Satan)'을 이르는 말이다. 저자 윤평남은 과거 발음을 그대로 쓴 것 같은데 이유는 독자도 모르겠다.

라이프성경사전은 '사탄'을 ‘방해자’, ‘적대자’란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보통명사로 쓰일 때는 개인이나 국가의 적대자를 가리키며(삼하 19:22), 고유명사로 쓰일 때는 초자연적 존재로서 귀신들의 우두머리를 지칭한다(마 12:24, 26). 곧 하나님을 대적하거나 사람들을 유혹하여 하나님을 대적하게 만드는 악한 영(靈)의 우두머리다. 사탄의 기원은 일반적으로 천사장이 타락해 생겨났다고 한다(사 14:12-15; 유 1:6). 즉 본래 선하게 창조된 천사들 중 일부가 교만하여 타락함으로써 하나님을 섬기는 고귀한 신분을 박탈당하고 마귀(악령)가 되었다(벧후 2:4). 사탄은 바로 이 악한 천사들의 우두머리이다(마 25:41). 그는 ‘시험하는 자’(마 4:3; 살전 3:5), ‘바알세불’(마 12:24), ‘악한 자’(마 13:19), ‘원수’(마 13:28, 39), ‘거짓의 아비’(요 8:44), ‘거짓말쟁이’(요 8:44), ‘살인한 자’(요 8:44), ‘이 세상의 임금’(요 12:31; 16:11), ‘세상 신’(고후 4:4), ‘벨리알’(고후 6:15), ‘공중의 권세 잡은 자’(엡 2:2), ‘대적’(벧전 5:8), ‘아바돈’(계 9:11), ‘아볼루온’(계 9:11), ‘온 천하를 꾀는 자’(계 12:9), ‘큰 용’(계 12:9), ‘옛 뱀’(계 12:9), ‘형제들을 참소하던 자’(계 12:10) 등으로 각 성경 복음에 등장하며 많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사탄이 세상에서 하는 일들을 살펴보면, ① 주의 백성을 유혹하여 하나님의 말씀에 불순종하게 한다(창 3:4-5). ② 서로 비방하게 한다(욥 1:9-11). ③ 질병과 고통을 가져다 준다(욥 2:7; 눅 9:39). ④ 의로운 자를 대적하고 하나님께 고발한다(슥 3:1). ⑤ 시험한다(마 4:1). ⑥ 좋은 믿음의 열매를 맺지 못하게 방해한다(마 13:19, 38-39). ⑦ 거짓말을 즐겨 한다(요 8:44). ⑧ 악한 생각을 넣어 죄를 짓게 충동질한다(요 13:2). ⑨ 하나님의 복된 말씀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고후 4:4). ⑩ 두루다니며 삼킬 자를 찾는다(벧전 5:8) 등이다. 이 소설 『사랑한다, 내 딸아!』는 성경의 각 구절에서 등장하는 '사탄'을 내세워 이 세상의 악을 응징한다. 독자가 '소설'과 '사탄'을 따로 공부한 이유는 사탄은 악을 행하는 자를 보통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소설 속의 '사단'은 악을 응징하는 일을 한다는 점에서다.

앞서 언급한 사전에 따르면 사탄의 모든 일은 하나님의 절대 주권하에서만 제한적으로 이루어지는데(욥 1:6; 2:7), 하나님께서 사탄의 악행을 허락하시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풍성하게 내려주시기 위함이다(욥 2; 11-22; 눅 13:16). 이렇듯 사탄은 지상에서 한시적으로 활동할 뿐 세상 종말에는 그리스도에 의해 멸망당하고(요일 3:8), 결국 무저갱에 갇혀(계 20:1-3) 영원한 불과 유황못에 던지우게 된다(계 20:10). 개역한글판에서는 ‘사단’(대상 21:1)으로 표기된다. 이 소설이 사단을 악의 응징자라고 쓰고 활용하고 있는 점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소설을 발간한 출판사 측의 소개글을 보면 "『사랑한다, 내 딸아!』는 악은 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매우 잘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이 소설에서는 젊은 청년들의 아름다운 사랑과 용기와 담대함이 두드러지며 모든 것을 알고 준비하는 자는 이길 수가 없다는 걸 보여 준다. 독자들은 “내가 너를 도와주리라.”라는 하나님의 믿음을 가슴에 새기며 이 소설을 읽으면 큰 깨달음을 얻을 것이다."라고 썼다는 점에서다. 험악한 세상 속 정의의 사자를 바라는 때에 여주인공 은혜와 마귀 총감의 활약이 조금이나마 마음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는 출판사 측의 주문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출판사 측은 또한 "이 책이 악한 영에 물들지 않고, 나라를 위해, 정의를 위해 일어서는 청년들에게도 힘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히고 있다. 책의 주요 줄거리는 이제야 머릿속에서 정리된다. 사단은 신실한 가정의 꿈속으로 찾아가 사단의 간섭을 예정한다. 이에 따라 쌍둥이 중 한 아이가 사단의 간섭으로 자라게 된다. 그러나 믿음 좋은 엄마는 아이들을 하나님의 사랑으로 키운다. 악의 화신으로 자랄 아이는 부모님이 교통사고를 통해 죽음으로써 악의 저주에서 벗어나지만, 은혜와 은성, 쌍둥이 자매는 20년을 헤어져 살아야 하는 불행을 당한다. 하지만 하나님을 섬기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성장하게 되고 마귀 총감을 시종으로 삼아 은혜는 마귀 총감과 공존하게 된다. 사단과 은혜는 악한 자를 처단하며 하나님의 위대하심과 사랑을 전한다.

 

총감은 이백에게 깍듯이 인사하고 은혜의 속으로 들어왔다.

"여신이여, 종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마귀 총감은 은혜의 영혼에 숨었다. 이백도 은혜에게 작별의 손을 흔들었다. 빛이 나타났고 이백은 빛 가운데로 들어갔다. 빛은 사라지고 밝은 빛도 사라졌다. 은혜는 꿈을 꾼 것 같아 자기 몸을 만져 보았다.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마귀 총감이 나왔다가 들어온 흔적을 찾을 수가 없었다.

"귀신이 곡할 일이네. 내가 사단의 딸이고 마귀 총감이 내 속에 있다는 사실을 믿으라고? 지원이가 이 말을 듣는다면 배꼽 잡고 백 일은 웃겠다." 은혜는 피식 웃으며 생각했다.

그렇다고 믿지 않을 수도 없는 것 아닌가. 눈으로 보았고 귀로 들었지 않았는가. 며칠 전 등산객 일도 있었고, 은혜는 두려웠다. 하지만 누구와 의논할 수 없는 일이다.((p.106~107)

 


 

은혜는 총감이 인도하는 룸으로 갔다. 지나가는 웨이터가 들고 있는 맥주병을 집어 들었다. 웨이터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은혜는 룸 안으로 들어갔다.

룸 안은 은혜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광경이었다. 중국인들이 어린 소녀들을 끌어안고 온몸을 더듬고 있었다. 인신매매단들은 술을 마시며 웃고 떠들고 있다. 은혜가 들어서자 이들의 눈동자가 커졌다. 아름다운 여인이 맥주병을 들고 스스로 들어왔으니, 이들은 얼마나 즐겁겠는가. "아니, 이런 애가 있었어? 내가 10년을 황하와 거래했지만 이렇게 예쁜 계집애는 못 보았는데?" 인신매매단 대장 격인 자가 일어서며 말했다.

"나라를 팔아먹고 동포를 팔아먹는 인간쓰레기 같은 놈들! 오늘 너희의 영혼을 거두려고 했지만, 너희는 이 땅에서 지옥과 같은 고통으로 살아갸 할 것이야. 그것이 너희에게 내리는 심판의 형벌이니라." 은혜는 싸늘한 미소로 말했다.(p.211~212)

 

저자 : 윤평남

 

서울 태생

57년생

오랜 세월 산업 분야 종사 엔지니어링, 산업 특허 다수 보유한 발명자

종교) 하나님의 성회 시무장로

현) 게바이엔지 주식회사 대표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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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 조경업체 대표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2
최득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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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업체 대표 최득호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시리즈의 두 번째 책으로 “인간이 살아가면서 무엇을 회복시켜야 하는지 나무를 통해 배우고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무는 사랑과 나눔이라는 최고 가치 실현을 오늘도 꿈꾸고 실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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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 조경업체 대표가 들려주는 나무 이야기 2
최득호 지음 / 아임스토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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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는 나무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빗대어 삶을 고찰하는 인문에세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잃지 말아야 할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무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만물을 품으며 사랑을 실천한다. 이처럼 인간이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일들을 나무는 이미 해오고 있다. 나무의 삶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삶'을 산다. 그래서 인간은 나무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환경보호나 자연 순응을 주장하는 이야기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 최득호는 한 조경업체 대표로 일하면서 나무와 불가피한 인연을 맺었으리라 추측된다. 저자는 전작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를 출간한 적 있다. 그의 나무 사랑은 나무의 존재를 알 때부터 시작됐다.

전작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는 독자에게 나무에 대한 상식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조경 관련 일을 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커다란 배움이 되는 나무의 특징과 효능 그리고 나무에 담긴 설화까지 골고루 담았다. 그 책에 담긴 내용으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나무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옛이야기를 해 준다면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연인과 같이 걷다가 마주친 나무에 관한 사연을 이야기해준다면 사랑을 듬뿍 받는 애인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조경기사가 고객에게 자기가 심은 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커다란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렇듯 그 책을 통해서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를 잇따라 출간한 이유이다.

 


 

이 책은 1부 「나의 살던 고향은」에서는 저자의 유년시절을 함께한 나무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는다. 겸손과 끈기를 가르쳐주던 나무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사랑했던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져 간다. 2부에서는 40여 년간 조경업체를 운영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과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한다. 욕심으로 점철된 삶에서 진실된 마음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저자는 더 많은 이들이 나무를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30종의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상식을 소개하며 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무를 향한 애정을 담아 저자가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도 삽입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쓴다. "나무는 꽉 찬 인품을 갖춘 사람과 같다. 인간에게 강하고 큰 울림과 힘을 주는 나무는 인간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나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말을 못하고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다."(p.8)

저자는 "추억 속에 자리한 나무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나름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묵묵히 각고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의 속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라며 책 속에 담지 못한 수많은 나무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아무리 쓰다듬고 올려다보아도 내면 깊이 박힌 속살의 흔적을 모두 알아낸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탈고 후 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의 나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귀한 약재이기도 하다. 그 경중이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나무는 스스로 유익한 물질을 생성하고 분비해 자신을 지키기도 하지만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나무에 대해 못다 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는 이 책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라 독자의 마음에 넉넉함을 갖게 해준다.

 


 

1부에는 찔레나무, 참옻나무, 팽나무, 뽕나무, 수양버들, 조팝나무, 호두나무, 무궁화, 참빛살나무, 측백나무, 물푸레나무, 개나리, 맹종죽, 보리수나무, 살구나무 등 15개 수종을 다뤘다. 2부에는 이팝나무, 두충나무, 가중나무, 가래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진달래나무, 미선나무, 배나무, 불두화, 잣나무, 섬짓나무, 매실나무, 낙상홍, 미가목 등 15개 수종을 담았다. 독자로서는 많이 듣고 봐서 잘 알고 있는 나무도 있지만, 이름마저 처음 듣는 나무도 여럿 있다. 이 책에 담긴 30종의 나무들은 모두 한반도 우리나라에 현재 있는 나무들이다. 원산지는 외국일지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미 한반도에 자리잡은 나무도 포함해서다. 저자는 1장 〈찔레나무〉에서 '찔레순 꺾어 먹던 시절'을 추억한다. 가뭄에도 생명력 있게 여기저기 흩어져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찔레나무의 순을 씹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저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듯하다. 5월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여성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찔레나무 전설과 보릿고개의 아릿한 추억으로 애잔한 추억과 함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무다.

'옻나무'는 우리가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최고의 장식재이기도 하고, 나무의 부식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독자도 들은 적이 있는 말이다. 뿐만 아니다. 어릴 때 '옻 오른다'는 부모님의 꾸중에도 불구하고 산을 헤매며 놀던 기억까지 선물해준 나무다. 그 나무가 굉장히 귀한 약재로도 쓰인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여러 종이 있는 옻나무 중 특히 개옻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번식력이 왕성한 신토불이 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키가 7m 정도로 교목처럼 크지도 않고 굵게 자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식용이나 약용으로는 잘 쓰지 않지만 독성이 참옻나무보다 강하다는 점도 저자를 통해 알게 된다. 〈뽕나무〉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엄마의 인생'이라고 한다. 뽕잎과 관련된 탓이리라. 누에가 먹고 사는 뽕잎은 예부터 우리 가난한 농가살림의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해온 모양이다. 비단실을 뽑아내는 누에고치가 먹는 잎이 뽕잎이라서 그렇게 가난한 농가에 도움을 주었나보다.

"어머니를 보내고 열두 번째 기일에 뽕나무 그늘에서 어머니를 만난다. 뽕나무를 보면 고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아픈 과거가 덧칠되어 가슴이 아리다"는 저자다. 7대 종손 종갓집에 시집와 시조모부터 시모, 장가 안 간 시숙은 물론 유복자 시누이와 층층시하 시동생까지 거두고 먹이고 살피고 치우며 살아온 어머니가 오버랩되는 모양이다.

 

 

'무궁화 화려강산'은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무궁화〉는 묵묵히 시련을 견뎌낸 끈기의 꽃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국화(國花)가 아니던가. 장독대 사이로 핀 무궁화꽃을 발견하고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봤던 기억이 독자에게도 있다. 저자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무궁화는 없을 무(無)에 다할 궁(窮), 꽃 화(花) 자를 쓴다. 글자 그대로 꽃이 피기를 다함이 없는 꽃', 즉 '무궁히 피는 꽃' 무궁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영어명으로는 'Common rose mallow' 즉, 이스라엘의 '샤론 평원에 핀 예쁜 꽃'이라는 의미로 일명 '샤론의 장미'라 한다. 원산지는 중국, 인도로 알려져 있지만 십자국에 의해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어 종소명이 'Syriacus'이기에 시리아 원산설이 있기도 하지만 정작 시리아에는 무궁화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일제 강점기 때 무궁화 말살 정책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는 무궁화를 절멸시키지는 못했을 터, 그 끈질긴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를 표상하듯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광복 이후 무궁화가 애국가 노랫말에 포함되었고 대통령 표장, 국회와 법원의 마크, 훈장, 열차 이름, 인공위성, 동전 등의 문양으로 채택되었다. 아울러 8월 8일로 '무궁화의 날'로 지정하는 등 무궁화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나무가 되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독자로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의 영관급 장교의 계급장이 통상 무궁화로 불리고 있지만 이는 무궁화가 아니라 위관급 장교의 다이아몬드에 대나무 잎 9장을 둥글게 붙여 배치한 모양으로 대나무처럼 올곧은 장교가 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13장 〈맹종죽〉에서 저자가 다루지만 독자가 〈무궁화〉 장으로 미리 옮겨 설명을 돕는 것임을 밝혀둔다.

 


 

18장에서 다루는 〈가중나무〉는 독자로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저자는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라는 제목을 붙여 이 나무를 설명하고 있다. 가죽나무의 잎(새순)을 따서 무치거나 찹쌀풀을 끓이고 고춧가루를 섞어서 발라 말렸다가 튀겨서 부각으로 먹기도 한다는 요긴한 쓰임새로 〈가중나무〉를 설명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중국에서 목재로 쓸모가 적고 가치가 없어 베어지지 않아 장수를 누리는 나무라고 '저수(樗樹)' 또는 '저(樗)'라고 칭한다고 한다. 장자와 혜자가 나눈 대화에 "크기만 하고 쓸모없는 나무가 바로 저수"라는 말이 나온다고 에피소드를 전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 장자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출 필요가 말하며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말했다고 전한다. 저자가 가중나무를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이 제목에서 드러난다. 「죽어서도 생명을 살리는 나무」라는 대목이다. 무치면 두릅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이상한 냄새도 조금 나는 듯하다. 전라도의 삭힌 홍어처럼 고유의 냄새가 있는 듯하다. 사실 독자는 생소한 나무 이름이라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저자의 그림과 설명으로 어슴푸레 본 것 같기도 하다는 정도의 인식으로 읽어가다 알게 된 점이다. 저자가 그 나무를 발견한 곳이 20년이 지나 리조트로 변하는 바람에 그 나무는 생사도 모르게 종적을 감췄으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으리라.

저자는 〈가중나무〉를 설명하는 장(章)의 마지막에 사유를 더해 마무리한다. "나무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은신처이고 의지처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기대어 생을 부지하는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기대어 생을 부지하는 생명체가 수천 가지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떤 동물학자가 수령 600년이 넘은 고목에 살충제를 살포해 죽은 생물들을 조사해 보니 257종 2,041마리였다고 한다. 죽은 나무에 의지해 서식하며 생명을 기대고 있는 종류만 6천여 종이 넘으며, 지구 생명체의 약 20% 정도가 죽은 나무를 매게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무는 죽어서도 생명을 키우고 살린다."(p.250)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나에게 나쁘게 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도 나에게 잘하면 좋은 사람이 된다.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일반 사람에게는 흔한 일이다. 때로는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모든 일을 올바로 보려면 훈수꾼으로서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듯이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된다. 양쪽의 장단점을 동시에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이편저편도 아닌 사심 없는 중간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p.380)

 

저자 : 최득호

 

(주)대목환경건설 대표이사. 지리산 반달곰이 새 둥지를 튼 수도산 자락 산골에서 정유년 찬바람 부는 동짓달에 첫울음을 텄다. 입학 전 도시락 찬통 밑에 눌린 밥 먹으러 누나 따라간 학교에서 도서관의 책을 섭렵한 후 평생 책읽기에 짬짬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문학서적 탐독에 빠져 대학 건축과를 턱걸이로 진학하여 졸업 후 건설 회사에서 건축 일하다가 자연 지리와 식물을 좋아해 조경 회사로 이직했다. 부족한 전문지식을 채우고자 늦깎이로 건축, 조경, 토목의 석·박사과정을 거쳐 여러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고 경영학을 방송 통신으로 수강했다.

IMF에 직장을 잃고 창업하여 독서를 접목한 인문 경영과 창의적 혁신 경영을 하고 있다. 아울러 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봉사와 장학 사업, 기능인력 양성 지원 등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순을 넘겨 시작한 글쓰기에 빠져 있으며, 식물을 가꾸며 관찰하는 일에도 갈피갈피 시간을 쪼개고 있다. 저서로는 『Landscape Architecture vol 6』, 『Landscape Architec』, 『CEO의 인생서재』(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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