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는 나무와 인간의 희로애락을 빗대어 삶을 고찰하는 인문에세이다. 우리가 살면서 가장 잃지 말아야 할 가치 중 하나는 바로 ‘사랑’이다. 사랑은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아끼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다. 나무는 아낌없이 자신을 내어주고 만물을 품으며 사랑을 실천한다. 이처럼 인간이 최고의 가치로 삼는 일들을 나무는 이미 해오고 있다. 나무의 삶은 인간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훌륭한 삶'을 산다. 그래서 인간은 나무에게 배워야 한다는 말은 단순히 환경보호나 자연 순응을 주장하는 이야기보다 설득력을 갖는다. 저자 최득호는 한 조경업체 대표로 일하면서 나무와 불가피한 인연을 맺었으리라 추측된다. 저자는 전작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를 출간한 적 있다. 그의 나무 사랑은 나무의 존재를 알 때부터 시작됐다.
전작 『인생은 오늘도 나무를 닮아간다』는 독자에게 나무에 대한 상식을 다시금 일깨워 주었다. 조경 관련 일을 하거나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커다란 배움이 되는 나무의 특징과 효능 그리고 나무에 담긴 설화까지 골고루 담았다. 그 책에 담긴 내용으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나무를 손으로 가리키면서 옛이야기를 해 준다면 존경받는 할아버지가 될 것이고, 연인과 같이 걷다가 마주친 나무에 관한 사연을 이야기해준다면 사랑을 듬뿍 받는 애인이 될 것이다. 현장에서 조경기사가 고객에게 자기가 심은 나무에 대한 설명을 해준다면 커다란 신뢰를 얻을 것이다. 이렇듯 그 책을 통해서 나무에 대한 재미있는 지식을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데 즐거움을 느꼈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 『나무는 오늘도 사랑을 꿈꾼다』를 잇따라 출간한 이유이다.
이 책은 1부 「나의 살던 고향은」에서는 저자의 유년시절을 함께한 나무들을 떠올리며 추억을 더듬는다. 겸손과 끈기를 가르쳐주던 나무들은 세월과 함께 사라지고, 돌아올 수 없는 시간과 사랑했던 존재들에 대한 그리움은 짙어져 간다. 2부에서는 40여 년간 조경업체를 운영해온 저자가 그동안 만난 다양한 사람과 나무에 얽힌 에피소드를 전한다. 욕심으로 점철된 삶에서 진실된 마음을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역설한다. 저자는 더 많은 이들이 나무를 사랑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30종의 나무에 대한 흥미로운 상식을 소개하며 나무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나무를 향한 애정을 담아 저자가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도 삽입되어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나무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에 대해 이렇게 쓴다. "나무는 꽉 찬 인품을 갖춘 사람과 같다. 인간에게 강하고 큰 울림과 힘을 주는 나무는 인간 없이 살아갈 수 있지만 인간은 나무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말을 못하고 아픔을 느끼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간 중심적 사고다."(p.8)
저자는 "추억 속에 자리한 나무 하나하나에 대한 기억을 끄집어내어 나름 그럴 듯하게 포장했지만 묵묵히 각고의 세월을 견뎌온 나무의 속마음을 어찌 다 알 수 있을까"라며 책 속에 담지 못한 수많은 나무와의 추억을 되새긴다. 아무리 쓰다듬고 올려다보아도 내면 깊이 박힌 속살의 흔적을 모두 알아낸다는 것은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는 생각을 탈고 후 하게 된다고 털어놓는다. 세상의 나무는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귀한 약재이기도 하다. 그 경중이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나무는 스스로 유익한 물질을 생성하고 분비해 자신을 지키기도 하지만 기꺼이 내어줄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의 소유자라고 나무에 대해 못다 쓴 안타까움을 토로한다. 이는 이 책 시리즈의 다음 편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라 독자의 마음에 넉넉함을 갖게 해준다.
1부에는 찔레나무, 참옻나무, 팽나무, 뽕나무, 수양버들, 조팝나무, 호두나무, 무궁화, 참빛살나무, 측백나무, 물푸레나무, 개나리, 맹종죽, 보리수나무, 살구나무 등 15개 수종을 다뤘다. 2부에는 이팝나무, 두충나무, 가중나무, 가래나무, 은행나무, 향나무, 진달래나무, 미선나무, 배나무, 불두화, 잣나무, 섬짓나무, 매실나무, 낙상홍, 미가목 등 15개 수종을 담았다. 독자로서는 많이 듣고 봐서 잘 알고 있는 나무도 있지만, 이름마저 처음 듣는 나무도 여럿 있다. 이 책에 담긴 30종의 나무들은 모두 한반도 우리나라에 현재 있는 나무들이다. 원산지는 외국일지라도 우리나라에 들어와 이미 한반도에 자리잡은 나무도 포함해서다. 저자는 1장 〈찔레나무〉에서 '찔레순 꺾어 먹던 시절'을 추억한다. 가뭄에도 생명력 있게 여기저기 흩어져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는 찔레나무의 순을 씹으며 배고픔을 달래던 어린 시절의 추억은 저자에게 특별하게 다가왔던 듯하다. 5월에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 '여성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저자는 찔레나무 전설과 보릿고개의 아릿한 추억으로 애잔한 추억과 함께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나무다.
'옻나무'는 우리가 가구를 만들 때 사용하는 최고의 장식재이기도 하고, 나무의 부식을 막는 결정적 역할을 한다. 독자도 들은 적이 있는 말이다. 뿐만 아니다. 어릴 때 '옻 오른다'는 부모님의 꾸중에도 불구하고 산을 헤매며 놀던 기억까지 선물해준 나무다. 그 나무가 굉장히 귀한 약재로도 쓰인다고 저자는 알려준다. 여러 종이 있는 옻나무 중 특히 개옻나무는 우리나라가 원산지로 번식력이 왕성한 신토불이 종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키가 7m 정도로 교목처럼 크지도 않고 굵게 자라지도 않는다고 한다. 식용이나 약용으로는 잘 쓰지 않지만 독성이 참옻나무보다 강하다는 점도 저자를 통해 알게 된다. 〈뽕나무〉에 대한 저자의 기억은 '엄마의 인생'이라고 한다. 뽕잎과 관련된 탓이리라. 누에가 먹고 사는 뽕잎은 예부터 우리 가난한 농가살림의 보조 역할을 톡톡히 해온 모양이다. 비단실을 뽑아내는 누에고치가 먹는 잎이 뽕잎이라서 그렇게 가난한 농가에 도움을 주었나보다.
"어머니를 보내고 열두 번째 기일에 뽕나무 그늘에서 어머니를 만난다. 뽕나무를 보면 고생으로 점철된 어머니의 아픈 과거가 덧칠되어 가슴이 아리다"는 저자다. 7대 종손 종갓집에 시집와 시조모부터 시모, 장가 안 간 시숙은 물론 유복자 시누이와 층층시하 시동생까지 거두고 먹이고 살피고 치우며 살아온 어머니가 오버랩되는 모양이다.
'무궁화 화려강산'은 애국가에도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무궁화〉는 묵묵히 시련을 견뎌낸 끈기의 꽃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우리의 국화(國花)가 아니던가. 장독대 사이로 핀 무궁화꽃을 발견하고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 봤던 기억이 독자에게도 있다. 저자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서 지지 않는 꽃'이라는 뜻을 가진 무궁화는 없을 무(無)에 다할 궁(窮), 꽃 화(花) 자를 쓴다. 글자 그대로 꽃이 피기를 다함이 없는 꽃', 즉 '무궁히 피는 꽃' 무궁화라고 저자는 말한다. 영어명으로는 'Common rose mallow' 즉, 이스라엘의 '샤론 평원에 핀 예쁜 꽃'이라는 의미로 일명 '샤론의 장미'라 한다. 원산지는 중국, 인도로 알려져 있지만 십자국에 의해 시리아에서 유럽으로 전파되어 종소명이 'Syriacus'이기에 시리아 원산설이 있기도 하지만 정작 시리아에는 무궁화가 없다고 알려져 있다는 저자의 설명이 흥미롭다.
일제 강점기 때 무궁화 말살 정책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삼천리 방방곡곡에 피는 무궁화를 절멸시키지는 못했을 터, 그 끈질긴 생명력과 불굴의 의지를 표상하듯 당당하게 살아남았다. 광복 이후 무궁화가 애국가 노랫말에 포함되었고 대통령 표장, 국회와 법원의 마크, 훈장, 열차 이름, 인공위성, 동전 등의 문양으로 채택되었다. 아울러 8월 8일로 '무궁화의 날'로 지정하는 등 무궁화는 국민의 사랑을 받는 나무가 되었다고 저자는 전한다.
독자로서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한민국 군대의 영관급 장교의 계급장이 통상 무궁화로 불리고 있지만 이는 무궁화가 아니라 위관급 장교의 다이아몬드에 대나무 잎 9장을 둥글게 붙여 배치한 모양으로 대나무처럼 올곧은 장교가 되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한다. 이는 13장 〈맹종죽〉에서 저자가 다루지만 독자가 〈무궁화〉 장으로 미리 옮겨 설명을 돕는 것임을 밝혀둔다.
18장에서 다루는 〈가중나무〉는 독자로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저자는 「쓸모없는 나무는 없다」라는 제목을 붙여 이 나무를 설명하고 있다. 가죽나무의 잎(새순)을 따서 무치거나 찹쌀풀을 끓이고 고춧가루를 섞어서 발라 말렸다가 튀겨서 부각으로 먹기도 한다는 요긴한 쓰임새로 〈가중나무〉를 설명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이 나무는 중국에서 목재로 쓸모가 적고 가치가 없어 베어지지 않아 장수를 누리는 나무라고 '저수(樗樹)' 또는 '저(樗)'라고 칭한다고 한다. 장자와 혜자가 나눈 대화에 "크기만 하고 쓸모없는 나무가 바로 저수"라는 말이 나온다고 에피소드를 전한다. 두 사람의 대화에 장자는 쓸모 있음과 쓸모 없음의 기준에 자신을 맞출 필요가 말하며 무용지용(無用之用)을 말했다고 전한다. 저자가 가중나무를 소개하는 것은 아마도 이 제목에서 드러난다. 「죽어서도 생명을 살리는 나무」라는 대목이다. 무치면 두릅과 비슷한 모양새지만 이상한 냄새도 조금 나는 듯하다. 전라도의 삭힌 홍어처럼 고유의 냄새가 있는 듯하다. 사실 독자는 생소한 나무 이름이라 어떻게 생겼는지 모르는데 저자의 그림과 설명으로 어슴푸레 본 것 같기도 하다는 정도의 인식으로 읽어가다 알게 된 점이다. 저자가 그 나무를 발견한 곳이 20년이 지나 리조트로 변하는 바람에 그 나무는 생사도 모르게 종적을 감췄으니 아쉽고 안타까운 마음이 더했으리라.
저자는 〈가중나무〉를 설명하는 장(章)의 마지막에 사유를 더해 마무리한다. "나무는 인간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은신처이고 의지처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다른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기대어 생을 부지하는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다. 나무에 기대어 생을 부지하는 생명체가 수천 가지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어떤 동물학자가 수령 600년이 넘은 고목에 살충제를 살포해 죽은 생물들을 조사해 보니 257종 2,041마리였다고 한다. 죽은 나무에 의지해 서식하며 생명을 기대고 있는 종류만 6천여 종이 넘으며, 지구 생명체의 약 20% 정도가 죽은 나무를 매게로 살아간다고 한다 나무는 죽어서도 생명을 키우고 살린다."(p.250)
사람은 두 종류로 나뉜다. 좋은 사람과 나쁜 사람이다. 아무리 좋은 사람도 나에게 나쁘게 하면 나쁜 사람이 되고, 나쁜 사람도 나에게 잘하면 좋은 사람이 된다. 전체가 아닌 부분만 보고 선입견으로 사람을 판단하는 것은 일반 사람에게는 흔한 일이다. 때로는 두 눈으로 보고 두 귀로 들은 것도 사실이 아닐 수 있다. 모든 일을 올바로 보려면 훈수꾼으로서 바둑 두는 것을 구경하듯이 조금 떨어져서 바라보면 된다. 양쪽의 장단점을 동시에 볼 수 있기도 하지만 이편저편도 아닌 사심 없는 중간자의 눈으로 바라본다면 진실을 마주할 수 있다.(p.380)
저자 : 최득호
(주)대목환경건설 대표이사. 지리산 반달곰이 새 둥지를 튼 수도산 자락 산골에서 정유년 찬바람 부는 동짓달에 첫울음을 텄다. 입학 전 도시락 찬통 밑에 눌린 밥 먹으러 누나 따라간 학교에서 도서관의 책을 섭렵한 후 평생 책읽기에 짬짬이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문학서적 탐독에 빠져 대학 건축과를 턱걸이로 진학하여 졸업 후 건설 회사에서 건축 일하다가 자연 지리와 식물을 좋아해 조경 회사로 이직했다. 부족한 전문지식을 채우고자 늦깎이로 건축, 조경, 토목의 석·박사과정을 거쳐 여러 최고경영자 과정을 수료하고 경영학을 방송 통신으로 수강했다.
IMF에 직장을 잃고 창업하여 독서를 접목한 인문 경영과 창의적 혁신 경영을 하고 있다. 아울러 발명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봉사와 장학 사업, 기능인력 양성 지원 등에도 작은 힘을 보태고 있다. 예순을 넘겨 시작한 글쓰기에 빠져 있으며, 식물을 가꾸며 관찰하는 일에도 갈피갈피 시간을 쪼개고 있다. 저서로는 『Landscape Architecture vol 6』, 『Landscape Architec』, 『CEO의 인생서재』(공저)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