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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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성실한 천재〉로 일컬어지고 있다. 그의 소설은 쓰는 것마다 한국에서도 밀리언셀러라고 불리울 만큼 날개 돋친 듯 팔렸다. 특히 한국에서의 인기는 저자 자신도 놀랄 정도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형서점의 인터뷰나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도서전 참가 등 한국 방문도 잦아졌다. 그가 한국 독자들에게 인기를 끄는 이유를 저자 자신도 모르듯 아마 우리나라 독자들도 모를 것 같다. 그가 낸 책이 한두 권이 아닌데 모든 책을 다 읽고 평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리라. 개인적으로 독자는 처음 그의 책을 읽었을 때 해박한 지식에 놀랐다. 『개미』란 작품이었고, 10년도 넘은 것 같다. 이후 서점에 가면 늘 그의 책이 베스트셀러 판매대에 자리하고 있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책을 쓰기에 이토록 10여년 간 한국에서는 늘 베스트셀러 '탑10'에 그의 책이 올라 있을까? 그의 책을 즐겨 읽는 독자도 정확히 헤아려본 적이 없다.

그의 창작의 시간을 이 책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에서 알 수 있게 됐다. 이 책은 베르나르 베르베르 자신의 삶과 글쓰기의 모든 비밀을 담아낸 첫 자전적 에세이이다. 그의 책을 읽으면서 해박한 지식에 놀라고, 얼마나 열심히 쓰는지에 놀랐던 독자들의 궁금증을 이 책에서 읽어낼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만으로도 이 책은 다시 베스트셀러에 오를 것을 점칠 수 있었다. 독보적 베스트셀러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설명은 물론 하루 일상까지 15분 단위로 나눠서 정확하게 지킨다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이 책은 한계를 모르는 베르베르의 상상력의 원천을 짐작할 수 있게 해주고, 방대한 양의 작품 세계를 어떻게 창조해 왔는지를 알게 해주는 단초를 제공한다. 그의 특유의 유쾌한 필치는 에세이 읽는 맛을 한층 더 깊게 해줄 것으로 독자는 단언한다. 이 책은 독자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들 중 독자들로부타 가장 많이, 직접 받은 질문을 중심으로 저자가 성실하게 답변해주고 있다. 책을 읽다보면 베르베르의 창작의 일상이나 상상력의 세계가 '천재'와 '경이'로서는 해결되지 않는 궁금증을 비로소 깨닫게 해준다. 그가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을 때 온갖 해로운 것이 튀어나왔다는데 '망각'은 없었나보다라고 생각하게 했던 베르베르다. 우리는 전 세계 3천만 부 판매, 35개 언어 출간이라는 경이로운 기록 아래 감춰진 〈인간 베르베르〉를 만나 삶과 글쓰기에 관한 가장 진솔하고 구체적인 이야기를 이 책을 통해 듣게 된다.

책에 따르면 첫 단편소설 「벼룩의 추억」을 쓴 유년기부터 학교 신문 『오젠의 수프』를 창간한 청소년기와 목숨 걸고 마냥 개미 떼를 취재한 청년기, 120여 차례의 개작과 수없는 퇴짜 끝에 『개미』로 데뷔한 신인 시절을 거쳐 매년 발표하는 책마다 폭발적으로 사랑받는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도전과 모험으로 가득한 그의 삶은 곧 소설이 되고 소설은 곧 삶이 되었다.

이 책은 지금의 그를 만든 지난날의 내밀한 기록이자 〈베르베르 월드〉를 속속들이 보여 주는 친절한 안내서이다. 또 그의 영감의 원천과 창작 과정을 숨김없이 공유하는 참고서이기도 하다. 사소한 경험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붙잡아 독창적인 소설로 빚어내는 타고난 작가, 스스로 세운 엄격한 규칙에 따라 하루도 빠짐없이 써나가는 〈성실한 천재〉의 모든 비밀이 책 안에 가득 담겼다.

 


 

저자는 스물두 장의 타로 카드를 하나씩 소개하면서 각 챕터의 문을 열어 다섯 살 무렵부터 오늘날까지의 이야기를 풀어 간다. 에세이로서는 독창적인 구성이다. 맨 처음 등장하는 것은 성장 서사의 시작과 끝을 모두 뜻하는 〈바보〉 카드다. 독자는 타로 카드나 그 외에 점성술과 관련된 카드 등을 일절 모르기 때문에 그에 대한 신뢰에 의존한다. 그러나 불안감은 없다. 그가 30년 간 글을 써오면서 가장 강력한 믿음이 '신뢰'라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카드 속 인물은 모험을 끝맺으면서, 혹은 다시 시작하면서 봇짐을 메고 길을 떠난다. 그 모습은 데뷔 30주년이라는 기념비적인 지점을 지나 새로이 출발점에 선 저자 자신과 닮아 있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독자만의 생각이지는 않을 듯하다.

이 책에서 그가 들려주는 다채로운 여정 속 인물과 사건은 모두 그의 소설과 자연스럽게 포개진다. 전미연 역자에 따르면 "어떻게 한 사람의 인생이 이렇게 오롯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글을 중심으로 펼쳐질 수 있을까?"라는 탄성이 연속적으로 튀어나온다. 베르베르와 인연이 깊거나 스쳐 지나듯 만난 다양한 존재들, 이를테면 뉴욕 거리의 사기꾼, 엉뚱한 영매 친구 모니크, 제멋대로인 반려 고양이 도미노는 저마다 소설 속 등장인물로 다시 태어난다. 그는 고등학생 때 탐독한 아이작 아시모프에게서 인류의 미래를 내다보는 관점을, 스무 살 때 빠져든 필립 K. 딕에게서 광기의 힘을, 신인 시절 접한 스티븐 킹에게서 서스펜스를 쌓아 올리는 기술을 흡수했다고 책을 통해 밝히고 있다. 어렸을 적 할아버지의 고통스러운 죽음을 지켜보며 겪은 충격과 여름 캠프에서 만난 친구 자크와의 유체 이탈 경험, 기자 시절에 임사 체험을 취재하며 수집한 정보는 『타나토노트』가 되고, 둘째 아들 뱅자맹을 돌보느라 잠 못 들던 수많은 밤은 『잠』이 된다. 베르베르는 삶이 곧 소설이 된다.

 


 

그뿐 아니라 베르베르에게는 소설이 곧 삶이다. 매년 10월 새 책을 발표하기 위해 그는 글쓰기를 중심으로 엄격하게 짜인 일과를 수십 년째 지속해 왔다.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무조건 하루 열 장'. 오후 3시부터 6시까지는 집필에 필요한 자료를 조사하거나 소설 이외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6시부터 7시까지는 단편소설을 썼다. 그렇게 한 시간 한 시간이 쌓여 어느덧 수만 시간을 이루고, 원고 한 장 한 장이 모여 수십 권의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끝없는 창조력을 갖춘 타고난 이야기꾼이 한결같이 끈기 있게 글을 써온 결과다.

그런 그조차도 글쓰기의 지난함을 토로한다. "여전히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 새 책을 쓸 때마다 극도의 부담과 위험을 느낀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서사를 새로 짠 다음 글을 써서 버전 L을 완성했다. 새 버전에는 독자가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는, 눈에 띄는 〈노란 테니스공〉 하나가 들어갔다."(p.467) 그렇지만 쓰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에 별수 없이 〈서스펜스를 창조하는 시계공〉 같은 소설가의 작업을 이어 간다. 장장 12년에 걸쳐 수없이 출판을 거절당하면서도 개작을 거듭한 끝에 결국 『개미』라는 걸작을 세상에 내놓은 베르베르다운 행보다. 어쩌면 그의 진정한 재능은 누가 뭐라든 하고 싶은 일을 끝까지 해내는 것, 끈질기게 붙잡고 늘어지는 것, 도무지 결승선이 보이지 않아도 걸음을 멈추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수십 년을 써온 베르베르는 이제 자신 있게 말한다. "의심과 당혹감과 도저히 마침표를 못 찍을 것 같은 자신감의 결여는 창작 과정의 일부다."(p.467) 저자가 말한 〈노란 테니스공〉이란 "독자들이 쉬지 않고 책장을 넘기다 마지막에 "와우!" 하는 탄성과 함께 책을 덮게 할 강력한 엔진을 찾아내는 것뿐이다. 〈노란 테니스공〉 하나를 이야기 속에 넣는 것, "그게 단 하나의 비결이라면 비결"이라고 저자는 귀띔한다.

 

 

베르베르는 〈21변 아르카나: 세계〉를 마지막 장(章)으로 내세운다. 카드 속에는 "알몸의 여인이 월계관 속에서 춤춘다. 그녀를 둘러싼 천사와 독수리, 사자, 말은 각각 공기와 불, 흙, 물을 상징한다. 그녀의 왼손에는 1번 아르카나인 마술사가 든 막대기와 똑같은 막대기가 들려 있다. 이는 사람과 사물의 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기 위한 측정의 도구다. 그녀가 오른손에 든 주머니에는 알이 하나 들어 있다. 이는 성취를 뜻한다." 카드의 모습과 상징을 설명한다. 이어 "그녀는 한 발을 들고 서 있다. 얼핏 매달린 남자 아르카나와 비슷한 자세 같지만 자세히 보면 다르다. 매달린 남자가 어쩔 수 없이 부동자세를 취하고 있다면 그녀는 신나게 춤추고 있다. 미소가 가득한 그녀의 시선은 왼쪽, 다시 말해 과거를 향해 있다. 지난 삶을 다 이해했고 맺힌 매듭을 모두 풀었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그녀는 자유로운 존재다."(p.461)

마지막으로 등장하는 타로 카드에서 보여지는 〈세계〉에 대한 설명이다. 자세히 봐야 보인다. 그냥 겉으로 보기에는 비슷하지만 자세히 관찰하면 많은 것이 다르다. 베르베르의 세계는 '자세한 관찰'로부터 비롯된다는 점을 암시하는 듯하다. 암시라기보다 은유라고 해야 할 듯하다. 카드 속 인물은 더 풍요로워진 내면의 세계를 품고 춤추듯 자유롭게 써 나가는 베르베르 자신을 그리며 쓴 것으로 본다면 독자의 베르베르의 이해가 도(道)가 넘은 것일까? 이 책을 마무리하며 베르베르는 독자들 앞에서 다짐한다. "글을 쓸 힘이 있는 한, 내 책을 읽어 줄 독자가 존재하는 한 계속 쓸 생각이다. 내 삶의 소설이 결말에 이르러 이 책의 첫 문장처럼 "다 끝났어, 넌 죽은 목숨이야" 하고 끝을 알려 줄 때까지."(p.470)

저자는 다시 헨리 제임스의 단편소설 「융단 속의 무늬」(1896년)를 읽은 이야기를 덧붙인다. 기자이자 문학 비평가인 화자(話者)는 유명 작가인 휴 베레커와 얘기를 나누다 놀라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리 자신의 책을 다 읽고 이해했다고 믿으며 비평을 쓴 평론가일지라도 중요한 사실 한 가지는 필연적으로 놓칠 수밖에 없다고 작가는 말한다. 그러면서 그것을 「융단 속의 무늬」에 비유하며 자신의 〈비밀〉이라고 한다. 그때부터 화자는 그 비밀을 알아내기 위해 혈안이 된다.

 


 

인도에까지 가서 조사를 벌이던 두 친구 중 하나가 어느 날 화자에게 〈유레카!〉라고 적힌 전보를 보내온다. 융단 속에 감춰진 무늬를 드디어 찾았다는 것이다. "해냈어, 내가 찾아냈어. 거대하면서도 단순한 것이었어. 그걸 알아내는 과정은 그야말로 대단한 경험이었어. 내가 여기로 오면 자초지종을 다 설명해 줄게." 하지만 그 친구는 화자에게 발견한 진실을 알려주기도 전에 죽음을 맞는다. 왜 저자 베르베르는 「융단 속의 무늬」 소설 이야기를 꺼냈을까. 바로 이 이야기를 독자에게 알리고 싶은 것이다. "읽다 보니 노란 테니스공 얘기가 헨리 제임스가 쓴 이 단편에서 유래한 것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p.458) 베르베르는 어쨌든 숫자 30과 깊은 인연(30년 동안 30개 언어로 번역되며 3천만, 즉 30 곱하기 1백만 독자에게 읽힌 서른 권의 소설)을 맺게 된 지금, 자신의 작품 세계의 피라미드를 이루는 그 서른 장의 벽돌 속에 하나의 〈융단 속의 무늬〉가 들어 있음을 고백하는 것이다. 아직도 독자들이 궁금해 할까봐 사족이지만 친절하게 설명을 덧붙인다.

"궁금해할 독자들에게 몇 가지 단서를 귀띔해 주자면, 병정개미 103683호의 숫자, 파피용호에 탑승한 승객의 수, 그리고 당연히 등장인물들의 성(姓)이 그것이다. 〈나의〉 철학의 돌을 구성하는 재료들. 어때요? 소설 서른 권에 감춰진 〈노란 테니스공〉을 찾아낼 수 있겠어요? 그러므로 우리는 언제까지나 기대를 가득 안고 물어봐도 좋을 것이다. 베르베르 씨, 오늘은 뭘 쓰세요?

 

모든 것은 기억이다. 지금 여든다섯 살인 어머니 셀린은 기억을 송두리째 잃어버렸다. 나 또한 모든 기억이 사라질지 모른다는 공포에 시달린다. 필립 K. 딕이 쓴 『안드로이드는 전기양의 꿈을 꾸는가?』의 주인공이 한 말처럼 "눈물이 빗물에 섞이듯 이 모든 순간이 시간 속에 희석될까 봐" 두렵다. 그동안 내가 독자들에게 들려준 수많은 이야기가 벌써 서서히 사라지고 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서 그토록 독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나 보다.(p.468)- 「예순 살. 에필로그」 중에서

 


 

저자 :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프랑스에서보다 한국에서 더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로도 알려져 있기도 하며,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헤르만 헤세 등과 함께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 작가로 선정된 바 있는 소설가이다. 일곱 살 때부터 단편소설을 쓰기 시작한 타고난 글쟁이다.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1961년 프랑스 툴루즈에서 태어났다. 「별들의 전쟁」세대에 속하기도 하는 그는 고등학교 때는 만화와 시나리오에 탐닉하면서 『만화 신문』을 발행하였고, 이후 올더스 헉슬리와 H.G. 웰즈를 사숙하면서 소설과 과학을 익혔다. 1979년 툴루주 제1대학에 입학하여 법학을 전공하고 국립 언론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르 누벨 옵세르바퇴르』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면서 과학 잡지에 개미에 관한 평론을 발표해 오다 드디어 1991년 1백 20번에 가까운 개작을 거친 『개미(Les Fourmis)』를 발표, 전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으며 단숨에 주목받는 프랑스의 천재 작가로 떠올랐다. 『개미』는 베르베르가 개미를 관찰하기 시작한 열두 살 무렵부터 시작된 소설로 무려 20여 년의 연구와 관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작가는 개미에 관한 소설을 쓰기 위해 12년 동안 컴퓨터와 씨름하면서 수없이 고쳐썼다. 그는 직접 집안에 개미집을 들여다 놓고 개미를 기르며 그들의 생태를 관찰한 것은 물론이고, 아프리카 마냥개미를 탐구하러 갔다가 개미떼의 공격을 받고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다.

베르나르는 인간 중심의 세계관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눈높이, 예를 들면 개미의 눈높이에서 바라본 세상을 바라보도록 함으로써 현실을 새로운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300만 년 밖에 되지 않는 인간의 오만함을 1억만년이 넘는 시간동안 살아남아온 개미들의 눈에 빗대 경고하고 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열네 살 때부터 쓰기 시작한 거대한 잡동사니의 창고이면서 그의 보물 상자이기도 한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라는 책은 개미들의 문명에서 영감을 받고 만들어진 것으로, 박물학과 형이상학, 공학과 마술, 수학과 신비 신학, 현대의 서사시와 고대의 의례가 어우러진 독특한 작품 형식을 선보인다. 2008년 11월에 출간된 독특한 개성으로 세계를 빚어내는 신들의 이야기 『신』은 집필 기간 9년에 달하는 베르베르 생애 최고의 대작으로, 베르베르가 작품 활동 초기부터 끊임없이 천착해 온 '영혼의 진화'라는 주제가 마침내 그 여정에 마침표를 찍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역사는 승자의 편에서 기록된 승리자의 역사이며, 진정한 역사의 증인이 있다면 그 답은 단 하나 '신'일 것이란 가정에서 출발한다. 한국에서는 『우리는 신』, 『신들의 숨결』, 『신들의 신비』를 묶어서 6권으로 출간하고 있다.

베르베르는 현재 파리에서 살며 왕성한 창작력으로 작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2008년 10월 프랑스에서 출간된 소설집 『파라다이스 Paradis sur mesure』와 『카산드라의 거울』 등의 작품으로 꾸준히 한국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역자 : 전미연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졸업했다. 파리 제3대학 통번역대학원(ESIT) 번역 과정과 오타와 통번역대학원(STI) 번역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기욤 뮈소의 『당신, 거기 있어 줄래요?』, 『사랑하기 때문에』, 『그 후에』, 『천사의 부름』, 『종이 여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억』, 『죽음』, 『고양이』, 『잠』, 『파피용』, 『제3인류』(공역), 『만화 타나토노트』, 로맹 사르두의 『최후의 알리바이』, 『크리스마스 1초 전』, 『크리스마스를 구해 줘』, 아멜리 노통브의 『두려움과 떨림』,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배고픔의 자서전』, 엠마뉘엘 카레르의 『리모노프』, 『나 아닌 다른 삶』, 『콧수염』, 『겨울 아이』, 카롤 마르티네즈의 『꿰맨 심장』, 폴 콕스의 『예술의 역사』, 발렝탕 뮈소의 『완벽한 계획』, 다비드 카라의 『새벽의 흔적』, 알렉시 제니외의 『22세기 세계』(공역) 등이 있다. [작은 철학자 시리즈]의 어린이 철학책을 여러 권 번역하기도 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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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인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버트 조지 웰스 지음, 이정서 옮김 / 새움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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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투명인간』의 역자 이정서는 "젊은 시절, ‘투명인간’의 파멸을 기대하며 읽었던 소설"이란 표현을 썼지만 독자에게는 "한없는 상상력의 날개를 활짝 펴준", 히어로의 등장이었다. 독자가 어렸을 때 이 책 『투명인간』을 직접 읽지는 않았지만 '동네 형'으로부터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독자로서는 투명인간이라는 존재를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다. 이후 독자는 스스로 투명인간이 되어 상상의 나라를 자주 날아다녔다. 소년기의 독자의 한때는 그렇게 '투명인간'이 지배했었다. 동네 형이 소설 번역본을 직접 읽었는지, 어디서 들은 것인지 그것은 확실치 않다. 그러나 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투명인간 존재 자체였다.

『투명인간』은 그러했다. 당시 우리 출판계가 열악했던 때라 아마 저작권 문제가 걸림돌이 되지 않았고(당시에는 저작권 문제가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외국에서 인기 있던 출판물을 몰래 번역해 출판해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걸려들 위험이 없었다. 이른바 '해적판'의 출현이다. 외국의 인기 출판물은 그렇게 여러 개의 출판사가 동시에 출판하는 기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지금이야 정식으로 출판 계약을 체결하고 저작물 권한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한다. 동의는 계약 관계를 맺는다는 것이다. 판매 부수에 따른 인세 지급 등을 말한다. 이 책 『투명인간』은 발표 당시인 19세기, 영국과 미국의 문화는 상당 부분 달랐기 때문에, 미국에서 출간된 『투명인간』은 영국 오리지널 판과 여러 부분이 달랐다고 역자는 말한다. 편집자 주인지 역자 주인지 모르겠지만, 영국 오리지널 판에는 전혀 없는 각주가 미국 판에는 53개가 달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번역자 이정서의 말이다. "영어를 영어로 번역해낼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껏 해본 적이 없다. 예컨대 한국어로 쓰여진 소설을 한국어로 다시 번역한다?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투명인간』을 읽으며, 영어를 영어로, 한국어를 한국어로 번역할 수 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북한에서 출간된 서적을 한국에서 출간하려면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에 번역에 버금가는 작업이 필요하겠기 때문이다."

역자는 책의 번역 중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는 점을 털어놓는다. "각주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 펭귄북스 판은 원작의 많은 구절을 임의로 삭제했다. 그래서 ‘투명인간’을 바라보는 관점까지도 곡해하게 만들었다. 같은 편집자로서 편집자의 역할(번역자도 마찬가지)을 생각해보게 만드는 부분이었다. 특히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현저하게 달랐다. 소설의 전체 맥락을 왜곡할 만큼 심각했다." 실제 사례를 들어 설명한다.

 

"누군가 〈유쾌한 크리켓 선수들〉에서 침대 시트 한 장을 가져왔다. 사람들은 그를 시트로 덮고 그 집으로 운반했다. 그리고 어두컴컴한 불이 켜진 그 집 침실의 낡은 침대 위에서 투명인간의 기묘한 실험은 막을 내렸다."(김석희 옮김, 『투명인간』, 열린책들. p.248)

"누군가가 〈즐거운 크리켓터스〉에서 시트 하나를 가져와서 그를 덮었고, 사람들은 가게 안으로 그를 옮겼다. 그리고 거기엔 모든 인간 중 처음으로 자신을 눈에 보이지 않게 만들었던 그리핀이, 불도 켜지 않은 침실의 지저분하고 허름한 침대 위에, 무지하고 흥분한 사람들 무리에 둘러싸여, 깨어지고 상처 입고, 배신당하고 동정받지 못한 채로 놓여 있었다. 세상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은 자신의 낯설고 가공할 생애를 끝없는 참사로 끝마쳤던 것이다."(이정서 번역, p.286)

 


 

역자는 책의 맨 앞의 〈옮긴이의 말〉과 뒷 부분의 「영국의 투명인간과 미국의 투명인간」이란 제목의 〈역자 해설〉을 통해 미국 판과 영국 오리지널 판의 차이를 명시하지 않은 국내의 기존 번역서에 아쉬움이 남는다고 밝혔다. 역자도 젊은 시절, 투명인간 ‘그리핀’의 파멸을 내심 기대하며 조마조마하게 책을 읽은 기억이 있다고 한다. ‘욕심에 눈이 먼 미치광이 과학자’ 정도로 읽었던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당시 읽은 소설과 지금 번역하며 다시 읽은 소설의 간극을 분명히 느낀다고 고백하고 있다. "나 또한 기존 책의 독자였기 때문이다. 많은 시간이 흘렀다. 책을 만드는 사람이 되어 비로소, 『투명인간』이 ‘인간의 본성을 탐구하는 과학 철학소설’에 더욱 가깝다는 것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독자들도 알게 되길 바란다." 번역서는 번역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이렇게 엄청난 차이가 있는 것이다.(p.300)

“(투명인간을 쓴 허버드 조지) 웰스가 없었더라면 우리의 세계와 사상은 달라졌을 것이다.” 『1984』를 쓴 조지 오웰의 이 말에는 『투명인간』의 저자 허버트 조지 웰스를 향한 감탄과 존경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SF 소설의 창시자’라 불리며 문학은 물론, 과학과 정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웰스는 무한한 상상력 속에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깊이 고민하는 당대 최고의 지식인이었다. 『투명인간』은 그가 보이지 않는 존재에 대한 상상력을 과학적 이론에 근거하여 풀어낸 작품으로, 주인공 그리핀은 근현대 들어 창작물에 등장하는 최초의 ‘투명인간’이다. 1897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영국에서 출간되자마자 독자들의 호기심을 단숨에 사로잡으며 엄청난 판매 성과를 올렸고, 네 번이나 노벨문학상 후보에 오를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출판사 측은 밝히고 있다.

 

 

상상력을 극대화한 SF 소설이라는 단순한 평가를 넘어, 억압된 욕망을 분출하고자 하는 인간의 이중성, 소외된 인간의 고독과 공포, 나와는 다른 존재를 ‘사냥’하는 인간의 잔인성을 은유적으로 그려낸 희대의 문제작이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투명인간』은 과학 소설의 철학적 측면을 살펴보고 오직 상상력을 통해서만 가능할 것처럼 여겨지는 주제에 대한 문화적 비판을 제공했다. 어린 시절, 흥미 위주의 요약본으로 더 많이 읽혔던 『투명인간』을 본래의 모습으로 돌려놓을 시간이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 소개된 『투명인간』은 미국 펭귄북스 판본인데, 미국 판본은 영국 오리지널 판본과 여러 곳에서 차이를 보인다. 여기에는 같은 영어라 해도 두 나라간 문화적 차이에서 달라진 고어(古語)에 대한 잘못된 해석이 있었고, 미국 편집자의 과도한 개입으로 인한 전개의 오류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눈에 띄는 것은 작품의 마지막 부분이다. 조지 웰스는 내레이터의 입을 통해 ‘세계에 둘도 없는 가장 재능 있는 물리학자’ 그리핀(투명인간)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고 애도하는 뉘앙스로 작품을 끝냈다. 하지만 미국 판에서는 이 부분을 절반으로 뚝 잘라, 마치 한 못된 사내의 광란의 소동이었던 것처럼 작품을 끝내고 있다. 결국 대부분 미국 판을 원저로 알고 번역한 국내 번역본은 미국판의 오류까지 고스란히 답습한 셈이 되었다. 또한 이러한 차이가 결국 『투명인간』이라는 책에 대한 기본 소개마저 다르게 나타나는 결과로 이어졌던 셈이다. 이에 대한 자세한 분석은 역자 해설에 소개되어 있다.

역자에 따르면 그냥 눈으로 원서를 읽는 것과 정확한 문장을 만들어 번역하는 일은 큰 차이가 있다. 웰스의 문장은 여전히 어려웠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번역을 끝냈는데, 정말이지 갈수록 이 독특한 내용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번역을 끝내고 무심코 비교해본 마지막 문장에서 나는 기이한 발견을 하게 되었다. 혹시 몰라서 비교해본 결과 내가 원본으로 삼은 책과 처음 영국에서 출판된 원본의 결말 문단이 현저히 달랐다.

 


 

1890년대 말 서구 유럽은 '과학 전성시대'에 돌입한다. 『투명인간』은 웰스가 집중적으로 발표한 SF소설 중 『타임머신』과 함께 대표작에 속한다. 1897년 6-8월에 걸쳐 피어슨즈 위클리(Pearson's Weekly)에 연재되었고, 같은 해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고 〈위키미디어 커먼즈〉는 전한다. 이에 따르면 웰스의 초기 작품들은, 이후 1900년대 들어서면서 정치, 전쟁, 종교, 역사 등 인간사회 제문제를 다루는 중후기 저작과 장르는 다르지만, 문명의 맹점과 인간 본성의 취약점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그의 비판 정신이 초기에 확립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웰스는 과학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허구의 '투명인간'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몸 전체가 완전히 투명해진 인간은 망막에 사물의 상이 맺힐 수 없으므로 사물을 볼 수 없을 것이라는 점 등을 들어 이 소설의 과학적 근거가 빈약함을 지적하는 평자도 있다. 하지만 제20장에 망막만 빼고 투명해진 고양이가 등장하는 것을 보면 웰스의 자연과학에 대한 이해는 그러한 단편적 비판을 넘어서는 수준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인다.

초인의 자유와 윤리와 인간 정체성, 제어 불가능한 힘 앞에서 느끼는 공포, 권력의 광기 등 이 작품에 담긴 주제는 이후 끊임없이 작가들의 영감을 자극하고 영향을 주었다. 줄거리는 과학자가 등장하는 것을 제외한다면 다소 황당하기도 하지만 소설적 구성은 확실하게 갖추었다는 점에서 문학적 가치도 크다고 평론가들은 평가했다. 이후 웰스는 과학소설의 창시자 그룹에 속할 정도의 고전 문학가의 반열에 올랐다. 물론 『타임머신』과 함께다.

두터운 외투를 걸치고 챙 넓은 모자를 눌러쓰고 얼굴은 붕대로 가린 이방인이 영국 웨스트 서식스의 작은 시골 마을 아이핑에 나타난다. 여관방에 틀어박혀 화학 실험으로 시간을 보내며, 오직 밤에만 외출하는 그의 기행은 얼마 안 되어 온 마을의 화젯거리가 되고 만다. 어느 날 주인공은 여관 주인 내외에게 자신의 비밀을 들키게 되어 도망친다. 투명인간은 토머스 마블이라는 부랑자를 발견하여 자신의 조수로 삼고 과학실험노트와 훔친 돈을 맡기지만 이내 배신당하고 만다. 이후 우연히 대학 동창 켐프 박사의 집에 숨어들게 된 주인공은 자신이 그리핀임을 밝히고 긴 이야기를 들려준다.

 


 

과학자로서 투명인간이 되고자 행했던 실험들, 투명인간이 되어서 겪는 일상의 어려움, 몸을 정상으로 되돌리기 위한 노력과 좌절,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신체를 이용해 '공포 시대'를 실현하려는 야심 등을 털어놓으면서 그리핀은 옛 동창을 공모자로 삼고자 한다. 하지만 그리핀을 위험인물이라 판단한 켐프 박사는 경찰과 협력하여 그리핀의 체포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쫒기는 와중에도 배신한 켐프에게 복수할 기회를 노리던 그리핀은 우여곡절 끝에 거리의 군중에게 붙들려 구타당하고 비참한 죽음을 맞이한다. 그리핀의 몸은 죽음에 이르러서야 이전의 일상적 상태로 돌아온다. 작품의 주요 등장인물은 다섯 명 정도로 볼 수 있다. 그리핀(Griffin)이 주인공이다. 투명인간이다. 그리핀이라는 이름은 소설 중반에 가서야 언급된다. 또 과학자인 켐프 박사(Dr. Kemp)는 그리핀의 대학 동창으로 포트 버독에 산다. 투명인간이 되어 찾아온 친구의 긴 이야기를 들어 주지만, 결국 경찰과 함께 그리핀을 체포하려 한다. 토머스 마블(Thomas Marvel)은 부랑자처럼 사는 남자이다. 그리핀의 조수가 되지만 배신한다. 이 밖에 홀 부부(Mr. and Mrs. Hall)는 시골마을 아이핑의 여관 주인 부부다. 수상한 투숙객이 투명인간이란 사실을 마을 사람 중 처음으로 알게 된다. 애다이 총경(Col. Adye)은 포트 버독 경찰서장으로 보이지 않는 도망자 그리핀을 체포하고자 전력을 다한다.

 

“문들 닫아, 창문도 닫아, 전부 닫아라! 투명인간이 오고 있다.” 즉시 그 집은 비명과 지시하는 소리, 당황해서 내달리는 발소리로 가득 찼다. 그는 스스로 열려 있는 프랑스식 창문을 닫기 위해 베란다로 달려갔다. 그가 그러고 있는 동안 켐프의 머리와 어깨, 그리고 무릎이 정원 울타리 가장자리에 나타났다. 다음 순간 켐프가 아스파라거스를 헤집고, 그 집 테니스장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당신은 들어올 수 없소.” 힐러스 씨가 빗장을 채우면서 말했다, “정말 미안하지만, 저자가 당신을 쫓는 거라면 당신은 들어올 수 없소.”(p.278)

 


 

저자 : 허버트 조지 웰스(Herbert George Wells)

 

과학 소설(SF)로 유명한 영국의 소설가이자 문명 비평가이다. ‘타임머신’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작가로, 과학 소설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있다. 또한 역사, 정치, 사회에 대한 여러 장르에도 다양한 작품을 남겼다. 1866년 영국 켄트주에서 태어났다. 부모의 이혼과 아버지의 파산으로 학업을 그만두고 포목점과 약국의 수습 점원으로 일하며 생계를 꾸렸다. 미드허스트 문법학교의 보조 교사로 채용된 데 이어 사우스켄싱턴 과학사범학교에 국비 장학생으로 입학하며 뒤늦게 학업에 정진하지만 생물학과 동물학 외의 다른 과목에는 흥미를 느끼지 못해 과정 도중 학교를 떠난다. 이후 다시 공부를 시작해 런던대학을 졸업한 후 유니버시티 코레스폰던스 칼리지에서 생물학 강사로 재직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한다.

학창 시절 『사이언스 스쿨 저널』에 연재한 단편소설 「크로닉 아르고 호」를 퇴고하여 『타임머신』으로 출간하였다. 『타임머신』의 큰 성공 이후 『모로 박사의 섬』, 『투명 인간』, 『우주 전쟁』, 『세계사 대계』 등을 연이어 발표하며 ‘SF의 창시자’로 자리매김하였다. 이와 동시에 정치학과 사회문제 분야까지 두루 아우르는 글을 저술했으며 당대 최고의 지식인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다양한 주제와 장르를 다룬 200여 권에 달하는 저서를 남겼다.

 

역자 : 이정서

 

소설가이며 번역가이다. 의역이 오랜 관행이 된 번역의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여, 2014년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을 직역했다. 쉼표, 마침표까지 원문장 구조를 그대로 살린 번역이 원작과 원저자의 생각을 바르게 전달할 수 있다는 신념에서였다. 그의 주장은 의역에 익숙해 있는 기존 번역관에는 낯선 것이었다. 이후 그는 여전히 직역을 주장하며 『어린 왕자』를 불어·영어·한국어로 비교하고, 그간 통념에 사로잡혀 있던 여러 개념들, 즉 『어린 왕자』에서의 ‘시간 개념’, ‘존칭 개념’ 등을 바로잡아 ‘어린 왕자’를 새로 번역해냈다.

그간 지은 책으로는 『카뮈로부터 온 편지』, 『당신들의 감동은 위험하다』, 『어린 왕자로부터 온 편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이방인』, 『어린 왕자』, 『노인과 바다』, 『헤밍웨이』, 『1984』, 『위대한 개츠비』, 『투명인간』, 『동물농장』, 『킬리만자로의 눈』이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의

서평으로 제공 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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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 - 경제학의 아버지, 신화가 된 사상가
니콜라스 필립슨 지음, 배지혜 옮김, 김광수 감수 / 한국경제신문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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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스미스는 독자에게 『국부론』을 쓴 경제학자, '보이지 않는 손'으로 기억된다. 시장에서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형성된다는 이론을 폈는데, 그것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된다고 말했다고 배웠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도 그 사실은 변함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보이지 않는 손'이란 용어는 애덤 스미스가 정작 『국부론』에서는 한 번 정도 언급했을 뿐, 사실은 『도덕감정론』에서 처음 쓴 말이라고 한다. 이 책 『애덤 스미스』는 그의 탄생 300주년에 맞춰 전기 작가 니콜라스 필립슨이 썼다. ‘현대 경제학의 창시자’ ‘성서 이래 가장 위대한 책 『국부론』의 저자’ 등 애덤 스미스를 수식하는 말들은 화려하지만 정작 그를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라는 점에서 이 책의 출판 이유가 있다고 한다. 저자 필립슨은 애덤 스미스에 대한 자료를 오랜 노력 끝에 집대성해 그의 전 생애와 사상을 본격적으로 다룬 평전으로 이 책을 펴냈다. 저자는 이를 위해 그동안 감춰졌던 애덤 스미스의 삶의 궤적을 꼼꼼하게 따라간다.

저자는 경제학자이자 도덕철학자인 애덤 스미스의 다양한 면모와 사상을 생생하게 서술해 오해했거나 몰랐던 애덤 스미스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썼다고 출간 취지를 밝히고 있다. 저자에 따르면 애덤 스미스는 자유로운 경제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자본시장의 차가움보다 인간의 따뜻한 도덕심을 강조했던 사상가였다. 이 책은 스코틀랜드 계몽주의와 그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친 데이비드 흄과의 만남, 그의 강의를 들은 학생들이 남긴 강의 노트, 친구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입체적으로 그의 전 생애를 살펴보고 『국부론』과 『도덕감정론』 속 사상을 면밀히 추적한다.

 


 

저자는 애덤 스미스와 그의 저서를 아는 것은 단순히 한 시대의 위인과 고전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의 기본 개념과 핵심, 사회과학의 틀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애덤 스미스의 사상이 바로 근대 경제학의 출발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애덤 스미스는 자신이 죽은 뒤 출간되지 않은 저서와 논문을 없애라는 유언을 했고, 이 때문에 대중들이 그를 이해할 단서가 많이 부족했다. 이는 그와 그의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됐다는 것이다. 저자는 오랜 노력과 추적으로 자료를 모으고 당시 강의를 들었던 사람들의 노트까지 확보해 가면서 애덤 스미스에 관한 것이라면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애썼다고 한다. 그만큼 그의 유언에 따라 그를 알 수 있는, 또 그에 대해 쓸 수 있는 자료들이 부족했다는 의미다. 저자는 그의 저서나 유작 등의 확보에는 거듭 실패해 당시 영국 등 유럽의 사회 분위기와 사상, 철학 등을 모조리 뒤져가며 자료를 보충했다고도 한다. 지난한 작업이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사상가나 철학자들이 말하듯이 18세기 유럽은 계몽주의 시대였다. 인간의 합리적 이성과 개인의 자유를 중시한 계몽주의자들은 새로운 사회를 꿈꿨다. 이들은 왕의 권력이 신에게서 받은 것이란 왕권신수설을 부정하고 절대왕정에 도전했다. 영국의 존 로크, 프랑스의 장 자크 루소 등이 대표적 계몽주의 사상가였다. 특히 루소의 『사회계약론』은 18세기 후반 프랑스 혁명의 사상적 배경이 됐다. 섬나라 영국의 사정은 대륙의 프랑스와 크게 달랐다. 영국은 〈명예혁명〉이란 온건한 방법으로 전제군주제와 결별하고 의회의 권한을 강화했다. 의회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확산의 혜택을 모든 영국인이 고르게 받은 것도 아니었다. 브리튼 섬 남부의 잉글랜드와 그 외 지역의 격차는 그때도 컸고 지금도 여전히 크다.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의 저자 애덤 스미스가 태어난 스코틀랜드도 비주류에 속한 지역이었다.

 


 

스미스 가문은 종교적으로는 스코틀랜드 장로교 집안이었다. 지역 갈등이 심한 영국은 종교 갈등 역시 극심했다고 한다. 영국에서 종교는 스미스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요소다. 종교개혁 이후에 나온 개신교란 점은 같아도, 영국 사회 주류인 국교회(성공회)와 비교하면 비주류에 속했다. 현재는 '주류 경제학의 아버지'로 칭송받는 스미스는 생전에는 출신 지역으로나 종교적으로나 '비주류 지식인'이었던 셈이다. 이 책의 저자도 스코틀랜드 에든버러대에서 수십년간 역사학을 가르쳤다. 애덤 스미스에 천착해 오랜 세월 자료를 집대성하는 데 시간을 들일 만큼 애덤 스미스에 관심이 유난히 컸던 것도 이유가 되었으리라 독자로서 짐작케 한다. 돈 많은 중산층이 대개 그렇듯이 스미스의 어머니는 아들의 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였다. 스미스는 열네 살 때부터 9년 간 대학을 다녔다고 한다. 첫 3년은 스코틀랜드의 글래스고대, 이후 6년은 잉글랜드의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스미스의 옥스퍼드 생활이 어땠는지는 거의 기록이 없다. 다만 스미스처럼 스코틀랜드 출신이면서 장로교도인 학생에게 옥스퍼드는 우호적인 환경이 아니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스미스는 스물세 살 때 옥스퍼드에서 스코틀랜드로 돌아왔다. 그에게 필요한 건 후원자와 일자리,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교우 관계였다. 이 세 가지를 모두 해결해준 사람이 데이비드 흄과 그의 사촌 헨리 홈이었다. 스미스는 3년간 에든버러대에서 수사학과 법학을 강의한 데 이어 글래스고대에서 논리학과 도덕철학을 가르치는 교수를 맡는다. 많은 사람이 오해하는 것처럼 스미스는 경제학 연구에 일생을 바친 사람은 아니다. 스미스의 주 전공은 철학, 그중에서도 도덕철학이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시 ‘도덕적 감정’(moral sentiments)에 대한 그의 생각을 총정리한 책이 『도덕감정론』이다. 서른여섯 살에 초판을 낸 이후 죽기 전까지 여섯 번이나 고쳐 쓸 만큼 애정을 쏟았다.

 


 

『도덕감정론』으로 명성을 얻은 스미스는 파격적 연봉을 제안받고 귀족 자녀의 가정교사를 맡았다. 이렇게 대학교수를 그만둔 그는 제자와 함께 유럽 대륙으로 여행을 떠났다. 프랑스·스위스·독일을 여행한 스미스는 당시로선 진보적 사상인 계몽주의에 흠뻑 빠졌다. 아직 프랑스 혁명이 발생하기 전이었다.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 볼테르를 스위스 제네바에서 만났던 스미스는 "흉상까지 모셔놓을 정도로 볼테르를 존경했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여행에서 돌아온 스미스는 쉰세 살에 『국부론』을 출간했다. 그는 책에서 보수 기득권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중상주의를 강력히 비판했다. 대신 개인의 자유로운 경제 활동과 자유무역을 강조했다. 후대 경제학자들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란 말은 두꺼운 책에서 단 한 번만 나온다.

스미스는 예순일곱 살에 세상을 떠나기에 앞서 자신의 강의 노트와 개인 편지 등을 대부분 폐기했다. 그래서 스미스의 사생활을 알 수 있는 기록은 별로 남아있지 않다. 역사학자인 저자는 남은 자료를 최대한 활용하되, 18세기 스코틀랜드의 정치·사회적 배경 속에서 스미스의 생애를 재구성한다. 저자의 꼼꼼한 자료 수집과 분석은 높이 살 만해도, 근대 산업혁명 시기 영국 역사와 철학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은 독자라면 쉽게 읽히는 책은 아니다. 21세기 한국 독자에겐 300년 전 먼 나라 얘기로 들릴 수도 있겠다. 애덤 스미스의 연습용 서명. 에피쿠로스의 '로마사 요약'이라는 책의 여백에 남아 있다. '로마사 요약'은 18세기초 진보적 교육기관에서 교과서로 쓰였는데, 서명을 연습한 흔적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아 애덤 스미스는 이 책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았던 것으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는 『국부론』을 최고의 책으로 꼽았다. 반면 빌 게이츠는 우리가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손‘만 봐서는 안 되며 인간의 도덕심도 함께 살펴야 한다며 『도덕감정론』을 반드시 읽어야 할 인생의 책으로 꼽았다. 워런 버핏은 자신의 투자 철학이 애덤 스미스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애덤 스미스 탄생 이후 수세기가 지난 지금도 경제학자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인 기업가와 투자자들 역시 여전히 그를 이야기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애덤 스미스의 영향력은 생각보다 더 크고, 그의 가르침은 여전히 필요하고 유효하기 때문이다.

이 책 『애덤 스미스』의 저자 니콜라스 필립슨은 『국부론』과 스미스의 저서, 사상을 제대로 이해하는가는 자본주의 핵심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와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애덤 스미스는 파벌적 자유주의, 큰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했으며, 자유무역의 이점, 분업의 경제적 효과를 이야기해 오늘날 경제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한다. 경제학의 기본적인 개념인 상품가격, 이윤, 지대 등 역시 스미스의 이론 덕분에 진지하게 논의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빈부격차, 독과점 기업의 횡포 등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드러날 때 애덤 스미스는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면 된다는 극단적 시장주의자 내지 노동자의 적으로 내몰리기도 했다. 반면 모든 나라가 경제적 부가 금과 은에서 온다고 평가하던 때, 애덤 스미스는 '노동의 가치'에 주목한 인물이었으며, 자신의 묘지 비석에 『국부론』이 아닌 『도덕감정론』의 저자라고만 남겨지길 바랄 정도로 도덕성을 강조한 인물이라는 사실은 대중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다. 탄생 300주년을 맞이한 지금, 그의 후손인 오늘날의 우리는 300년 전 살던 이들보다 경제적으로 풍요롭지만 경기 침체, 노동 불안정성 등 여전히 위태로운 시대를 살고 있다. 따라서 다시 한 번 그를 제대로 들여다봐야 할 것이다.

 


 

저자 : 니콜라스 필립슨(Nicholas Phillipson)

에든버러대학교 역사학과 명예 연구원이자 전기 작가로 활동했다. 스코틀랜드 계몽주의를 연구하는 학자 중 최고로 꼽히며, 프린스턴대학교, 예일대학교, 뮌헨대학교, 툴사대학교 등에서 연구원을 지냈다. 케임브리지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하는 [근대지성사]의 창립 편집자이며, 18세기 스코틀랜드 연구학회의 회장을 역임했다. 2018년 1월 24일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역작이자 애덤 스미스의 평전인 이 책 《애덤 스미스》는 위대한 사상가의 출생부터 죽음까지 그 생애를 생생하게 이야기하며, 경제학자의 면모뿐만 아니라 역사, 윤리학, 미학 등을 탐구했던 지적인 철학자의 여정도 함께 다룬다. 또한 《국부론》과 《도덕감정론》이 어떻게 쓰일 수 있었는지 그 배경을 철학자 데이비드 흄과의 만남, 스코틀랜드 계몽주의 등에서 면밀히 찾고 있다. 자신이 죽으면 출간하지 않은 글들을 불태우라는 애덤 스미스의 유언에 따라 그가 직접 남긴 글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필립슨은 애덤 스미스가 글래스고대학교에서 강의했을 무렵 학생들이 남긴 강의 노트, 지인들과 주고받은 편지 등을 통해 그가 평생에 걸쳐 연구하고자 했던 주제와 구상한 상징적 개념들을 살피면서 새로운 통찰을 제시한다.

 

역자 : 배지혜

뉴욕 시립대 버룩칼리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유학 시절 재미있게 읽던 작품을 한국어로 옮기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고, 현재 글밥아카데미를 수료한 뒤 바른번역 소속으로 활동 중이다. 『지속가능한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이제 쓰레기를 그만 버리기로 했다』, 『돈 없이도 돈 모으는 법』, 『시체와 폐허의 땅』 등이 있다.

 

감수 : 김광수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 글래스고 대학교 경제학과에서 “애덤 스미스의 형이상학과 과학”에 관한 연구로 1994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0년 이후 현재까지 성균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저술로는 『애덤 스미스의 학문과 사상』(2005)과 『애덤 스미스: 정의가 번영을 이끈다』(2015), 공저로는 『정치경제학과 경제주의』(1997)와 『융합 인지과학의 프런티어』(2010)가 있다. 국내 주요 논문으로는 「맨더빌의 경제 및 사회분석과 자연관에 대한연구」 「데이비드 흄: 방법론, 경제분석 및 현대경제학에 대한공헌」 「더글라스 노스의 경제사 이론체계와 인지적 제도주의」 「애덤 스미스의 법과 경제」 「현대 과학철학 및 경제철학의 흐름과 스미스의 과학 방법론에 관한 연구」 등이 있다. 해외 논문으로는 “Adam Smith’s Natural Theology and Its Method”(Review of Social Economy, 1997), “Adam Smith’s Theory of Economic History and Development”(European Journal of the History of Economic Thought, 2009), “Adam Smith’s History of Astronomy and View of Science”(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2012), “Adam Smith’s and Douglass North’s Multidisciplinary Approach to Economic Development”(American Journal of Economics and Sociology, 2014), “Demand and Structural Change in Adam Smith’s Theory of Economic Progress”(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 2015)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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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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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은 서아시아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즉 양강(兩江) 사이의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고대문명을 말한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인들이 이 두 강 사이의 지역을 지칭한 말에서 유래하여 ‘양강지역(兩江地域)’이라고도 한다. 북부는 아시리아 남부로 바빌로니아라고 부르며, 남부는 다시 북부의 아카드(Akkad)와 남부의 수메르(Sumer)로 나뉜다. 메소포타미아는 세계 유수의 고대문명 지역의 하나로 일찍이 신석기시대에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해 기원전 4000년경에 이르면 수메르 지역에 도시국가가 나타나 이미 문명의 싹이 텄다고 유적지나 유적지 점토판을 통해 확인되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오래된 문학의 기원으로 배웠던 그리스의 『일릴아드』, 『오딧세이아』보다 훨씬 앞서 수메르 지역의 점토판을 통해 『길가메시』 서사시가 발견돼 세계 문학의 기원도 바꾸어 놓았다.

수천 년간 이 지역은 도시국가들이 명멸하며 대제국을 건설하기도 했으나, 기원전 538년 칼데아의 신바빌로니아가 페르시아에게 멸망함으로써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페르시아 문명이 이 지역을 석권했다. 이 책 『키루스의 교육』은 페르시아 문명의 기원이 되는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 이란 지역에 해당하는 페르시아는 인접한 그리스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세력을 넓혔다 좁혔다를 거듭하다 마침내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했다. 이 책은 페르시아의 찬란한 문명의 제국을 열었던 키루스 왕에 대한 일대기를 그리스 역사가 크세노폰이 쓴 소설 역사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역자 박문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크세노폰이 기원전 4세기에 집필한 『키루스의 교육』(그리스어로 〈키로파에디아〉)은 지난 2400년 동안 사랑받아온 인류 최고의 리더십 교본이라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군주의 리더십 또는 지도력을 체계적으로 다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책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으뜸인’ 책이기도 하다. 역사가 이 책의 가치를 잘 증명한다. 동서 융합의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앞서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전장에 나갈 때마다 『키루스의 교육』을 지참해 애독서로 즐겨 읽었다.

유대인들도 키루스 대왕을 메시아로 칭송했다.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해방시켜준 키루스를 '여호와의 목자'라고 찬양했다. 선민사상이 투철한 유대인들이 이교도의 왕을 높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키루스 대왕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주로 여겼다. 『키루스의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군주론』은 모세, 로물루스, 테세우스와 함께 키루스 대왕을 가장 이상적인 군주 모델로 제시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피터 드러커가 동서양 최고의 리더십 고전으로 꼽을 만큼 지금도 『키루스의 교육』은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지혜와 영감의 풍부한 원천이 되고 있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을 어떻게 저술하게 되었을까? 크세노폰은 그리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혼란에 빠지자 암울한 시대를 구원할 참된 리더의 본보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지만, 당시 라이벌 국가의 수장인 키루스에게서 본받을 만한 지도자의 덕목을 발견했다. 이른바 어느 한 ‘국가’, ‘민족’, ‘시대’의 이념적 편향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세노폰의 생애나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크세노폰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지만 페르시아 내전이 발생한 당시 용병으로 참여했다.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테네에서는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만다. 크세노폰은 여생을 스파르타의 변방에서 보내야 했는데, 이때 『키루스의 교육』을 비롯해 여러 저작을 저술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라는 두 제국 사이에서, 그리고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두 도시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 살아갔다. 경계에 설 때 비로소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법. 크세노폰은 그리스가 추구해야 할 참된 지도자상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은 또 다른 제자 플라톤과 비견된다.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철인정치(哲人政治)’와 같은 그럴 듯하지만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한 반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지금 여기 발붙이고 사는 땅 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 실천적 역사가 크세노폰은 직접 몸으로 겪고 성찰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키루스의 교육』에 오롯이 녹여냈다.

크세노폰이 어느 한쪽의 정치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에게 통하는 리더십의 진수를 찾아나선 덕분에 『키루스의 교육』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키루스의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키루스의 일대기를 다루는 전기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위인전은 아니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덕목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거꾸로 자신이 추구하던 리더십의 철학을 키루스에게 투영하기도 한다. 이 점이 『키루스의 교육』의 전체 콘셉트와 구성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 초반에 어머니가 키루스를 데리고 외할아버지 나라 메디아에 방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했던가. 어머니는 아들에게 메디아와 페르시아가 추구하는 정의(正義)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가르친다. 메디아에서는 군주의 명령이 곧 법이었지만, 페르시아에서는 군주 위에 법이 존재했다. 페르시아는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이라는 정의를 추구했는데, 이것은 크세노폰이 추구하던 가치이기도 했다. 키루스는 이러한 정의를 지도자로서 평생의 대원칙으로 삼았다. 『키루스의 교육』은 키루스가 전쟁의 선두에 서서 주변국을 하나씩 점령해가고 마침내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우는 과정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키루스가 일개 장군에서 제국의 군주로 점차 리더십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로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자기관리’부터 주변 동료에게 인덕을 베푸는 ‘인간관계’,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갈등 없이 평화롭게 통치하는 ‘조직경영’까지 지도자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덕목을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한 사람의 리더십이 가정, 학교, 회사, 사회, 국가, 세계 단위에서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더라도, 공동체를 대표할 지도자는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리더십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한 인류에게 영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과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최고의 리더십 고전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키루스의 교육』은 크세노폰과 후대 사람들에게 그랬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역자가 이 시대에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번역 출판한 이유다.

 


 

책에 따르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떡잎부터 남다른 어린 시절부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거대한 제국을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군주가 되기까지 키루스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참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을 성찰했다. 이 책은 공정하게 정의를 실현하는 법,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법, 인재를 중용하는 법,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히 절제하는 법, 지속 가능한 제국을 운영하는 법 등 키루스 리더십의 진수를 가감 없이 선보인다. 또 키루스는 거대한 제국의 군주로서 모든 국가와 민족의 평화적 공존을 추구했다. 피정복 국가의 위정자는 엄중히 처단했지만 일반 민중에게는 한없는 자비를 베푸는 성군의 면모를 보였다. 또한 키루스 덕분에 바빌론에서 해방된 유대인들도 그를 칭송했다. 구약성경의 ‘고레스 왕’이 바로 키루스 대왕이다.

이번에 현대지성 클래식의 『키루스의 교육』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옮겨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고, 81개의 각주와 역자 해제를 수록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더불어 오늘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지혜와 영감의 원천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신은 평소에는 길잡이 없이 사냥감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좇아 달려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헤집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다니기 어려운 곳은 가지 말고 길잡이에게 너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면 가장 쉬운 길로 안내하라고 하십시오. 군대에게는 가장 쉬운 길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산을 뛰어다니는 데 익숙하다고 병사들에게 뛰어가게 하지 말고 적절한 수준에서 서둘러 잘 따라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장 힘이 좋고 열정도 있는 몇몇 병사들에게 뒤쪽에서 행군하면서 처지는 병사들을 격려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군하는 병사들 옆으로 그런 병사들을 일렬종대로 뛰어가게 하면, 그때마다 모든 병사가 그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p.107)

 


 

이 책은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권 「소년 키루스」, 제 2권 「총사령관 키루스의 출정을 위한 준비와 군대 훈련」, 제 3권 「아르메니아 원정」, 제 4권 「아시리아 연합군과의 제 1차 전쟁」, 제 5권 「고르리아스와 가다타스」, 제 6권 「아시리아 연합군과의 제 2차 전쟁을 앞두고」, 제 7권 「사르디스와 바빌론의 함락」, 제 8권 「제국의 건설과 키루스의 죽음」 등이다. 책 뒷 부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 박문재의 「해제」와 「크세노폰 연보」를 첨부했다. 이 서평은 대략적으로 역자 해제와 본문 주석 등에 따른 것임을 미리 밝힌다. 페르시아 제국, 고대 제국에 대한 독자의 지식 부족으로 감상평보다는 올바르게 내용을 전달하는 의미에서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가장 깊게 배운 것은 한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을 왜 '하늘이 내린 인물'이어야 한가"라는 이유를 알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키루스 왕처럼 제국 건설을 위한 전쟁에 나서거나, 건설 후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늘 국민(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일단 자리에 오르면 위민의 초심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신념을 어떤 역경에서도 굽히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정의의 마음으로 밀고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마음이 필요하든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시대의 흐름과 주변 나라들과의 힘의 역학 관계도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뼛속 깊이 각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먼저 키루스는 늘 진심으로 사람들을 아끼고 따뜻하게 대했다.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거나 악의를 지닌 사람을 선의로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자신에게 사랑과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키루스는 초기에는 재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잘되게 하려고 애쓰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아파해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나중에 재물을 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형편이 되자, 키루스는 똑같은 비용을 들였을 경우에 먹고 마시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p.349)

 


 

저자 : 크세노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 아테네 동쪽 에르키아에서 귀족 그릴로스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귀족의 품격과 수준 높은 교양을 익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 이후 아테네에 들어와 살았고, 여기서 소크라테스를 만나 직계 제자가 되었다. 페르시아 내전 당시 반란군의 용병으로 참전한 크세노폰은 반란이 예상보다 빨리 진압되는 바람에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다. 그는 임시 지휘관이 되어 그리스 용병부대를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귀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빛나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대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고향 아테네에서 추방당한다. 스파르타에서 여생을 보낸 크세노폰은 그리스와 페르시아 두 제국 사이, 아테네와 스파르타 두 도시 사이에서 ‘경계인’ 또는 ‘주변인’으로 살아가며 얻게 된 새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여러 저작을 남기는데, 이때 필생의 역작 『키루스의 교육』이 탄생한다.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제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혼란에 빠진 그리스의 정치에 대해 철학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밖에도 『향연』, 『경영론』, 『회상』, 『소크라테스가 배심원 앞에서 행한 변론』, 『소아시아 원정기』, 『그리스 역사』, 『기마술』 등 다양한 저작을 집필했다. 크세노폰의 저작들은 당대 아리스토텔레스와 이소크라테스에게 영감을 주었고,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이에게 불후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역자 :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 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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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베르트 아인슈타인 - 한 과학자의 위대한 꿈
이종호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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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독자가 어렸을 때 읽었던 위인전집 중의 한 권처럼 느낌을 받았다. 어렸을 때 위인전은 교과서 이외의 책 중에 가장 많이 권장되고 또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읽는 책이다. 위대한 일을 해낸 사람의 전기는 어린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고, 롤 모델로 삼을 만한 위인의 일대기를 읽음으로써 어린이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정하는 기회를 제공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독자 역시 어렸을 때부터 '아인슈타인'의 전기를 위인전은 물론 만화로도 많이 접한 기억이 있다. 물론 이 책은 그때의 위인전보다 훨씬 상세하고 생애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조명하고 있어 문필가로 보면 '작가론'에 해당될 듯하다. 공과 실 모두를 가급적 자세하고 객관적으로 다룬 듯하다.

책에 따르면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세기가 낳은 천재 과학자다. 그가 100년에 한 명 정도 나오는 천재로 꼽히는 이유는 인간의 현대 문명사에서 큰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또한 인류 역사상 가장 폭넓게 현대 과학 문명의 한 장을 이끌었다는 데 있다. 아인슈타인의 업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이야기가 있다. 만약 아인슈타인이 2020년, 즉 140세까지 살았다면 노벨상을 여섯 개나 받았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점이다. 노벨상은 사망한 사람에게는 수여하지 않는다. 아인슈타인은 살아생전 노벨상을 단 한 개밖에 받지 못했지만, 그의 이론은 사후에도 인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 책은 아인슈타인의 파란만장한 생애와 주옥같은 이론,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한 아름다운 도전을 이야기한다. '노벨상 여섯 개 수상 가능'이라는 이야기는 아인슈타인의 과학적 업적이 그만큼 훌륭하고 현대 과학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의미일 것이다.

 


 

물리학에서 상대성이론은 특수상대성이론과 일반상대성이론을 합친 것을 뜻한다. 전자는 아주 빠른 속도, 정확히 말해 광속에 가깝게 운동하는 물체의 운동학(kinematics)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고, 후자는 아주 무거운 물체가 주위에 미치는 힘을 다루는 동역학(dynamics)의 영역이라고 모든 백과사전은 풀이하고 있다.

상대성이론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A. Einstein, 1879-1955)이 제안하고 발전시켰는데, 특수상대성이론은 1905년 논문 '움직이는 물체의 전기역학에 대하여'와 '물체의 관성은 에너지에 관련되어 있는가?'에서 발표된 것으로, 일반상대론은 1915년에 프러시아 과학 아카데미에서 중력장 방정식을 발표한 것으로 기준을 삼고 있다. 두 개의 이론은 10년 간의 격차가 있다. 그렇다고 10년 뒤 발표된 일반 상대론이 앞선 특수 상대론보다 진보한 이론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상대성이론의 요점은 시간, 공간, 물질, 에너지의 통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전까지의 물리학은 보통 뉴턴역학 혹은 고전물리학이라고 하는데, 시간과 공간은 별개의 것으로 어떤 관찰자에게나 동일하게 적용되는 절대적인 시간의 기준, 공간의 기준이 있다고 생각했다. 물질은 공간 안에서 시간에 따라 운동할 수 있는데, 시간과 공간은 절대적으로 주어진 일종의 무대로서 물질은 시간의 흐름과 공간 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질의 운동은 에너지를 변화시키는데, 따라서 에너지는 특정 물체의 중요한 성질이지만 분명히 구분되는 별개의 개념이었다. 이 설명은 『물리학백과』에 따른 것임을 미리 밝힌다.

 


 

물리학백과에 따르면 상대성이론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통합되어 시공간이라 하며 관측자의 운동에 따라 시간의 흐름, 공간적 측정이 달라질 수 있다. 그 결과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현상이 시간 지연과 길이 수축이다. 물질과 에너지가 서로 전환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공식이 유명한 E=mC2(광속의 제곱)이다. 그리고 빛은 정지질량이 0이지만 에너지는 갖기 때문에 무거운 물체는 빛도 끌어당기며, 빛도 빠져 나오지 못할 만큼 큰 중력을 가진 물체라는 뜻에서 블랙홀이라는 용어가 여기서 유래되었다.

일반상대론은 비교해 표현하자면 뉴턴의 중력 이론을 대체하는 아인슈타인의 중력 이론이다. 뉴턴 이론이 기반하고 있는 운동학의 기본적 가정들을 특수상대론에서 폐기했기 때문에, 뉴턴의 중력 이론이 그 자체로는 특수상대론과 조화를 이루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특수상대론을 발표한지 10년 후인 1915년에 일반상대론이 발표된 이유다. 일반상대론의 기반이 되는 핵심적 원리는 등가원리이다. 이것은 가속운동과 중력을 받는 것 두 가지는 구분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원래 특수상대론은 엄밀히 말해 두 관찰자가 서로 등속운동을 하는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의 영향을 받거나 해서 가속운동을 하는 경우에는 적용할 수 없고, 더 일반적인 물리 법칙이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 자동차가 출발하거나 엘리베이터가 움직이기 시작하거나 할 때 느낄 수 있듯이, 운동이 변화하는 경우 우리는 외력을 받는 것처럼 느낀다. 뉴턴역학에서 이것은 관성력이라 하며, 비관성계에 있기 때문에 작용하는 것이고 실체는 없는, 일종의 가짜 힘으로 취급한다. 등가원리를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착안점은 자유낙하하는 물체가 아무런 힘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고전역학적으로는 중력의 영향과 비관성력이 정확히 상쇄되는 것이지만, 일반상대론에서는 휘어진 공간에 있는 물체가 시공간의 최단 경로, 즉 측지선을 따라 운동하는 것으로 통합적으로 이해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아인슈타인의 장방정식은 물질의 에너지와 운동량이 어떻게 시공간의 측량 텐서를 결정하는지를 알려준다. 이 책의 저자 이종호는 '상대성'이란 말을 더 쉽게 표현하기 위해 사람과 고래, 개미를 들어 비유한다. "사람은 고래보다 작다. 그러나 사람은 개미보다 훨씬 크다. 그렇다면 사람이 큰지 작은지 누가 알 수 있을까? 개미가 보면 엄청나게 크지만, 고래가 보면 사람은 매우 작다. 그렇다고 사람의 키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즉, 누가 사람을 보느냐에 따라서 사람의 키를 평가하는 것이 달라진다는 뜻이다."(p.8)

저자는 이를 정확하게 묘사한 것이 조너선 스위프트의 풍자 소설 『걸리버 여행기』다고 말한다. 책을 조금 읽는 독자라면 이 소설 역시 대체로 아는 소설이다. 걸리버가 소인국에 갔을 때 릴리퍼트 사람들을 소인이라고 생각하고, 릴리퍼트 사람들은 걸리버를 거인이라고 생각한다. 이는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런데 만약 릴리퍼트 사람들이 걸리버에게 소인으로 보이면서 걸리버도 릴리퍼트 사람들에게 소인으로 보인다면 어처구니 없다고 생각할 것이다. 다소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인데 아인슈타인은 그런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상대성 이론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다를 수 있음을 각인시켰다는 점에서 충격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이 절대적인 지식이 아니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었다는 주석을 덧붙여 내놓는다. 이러한 극적인 상황은 인간들이 평소에 생각하지 못하는 거대한 우주 분야로까지 펼쳐놓은 사람이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이 만들어준 세계가 남다르다는 뜻으로 그의 이야기를 찾아본다.

 


 

이 책은 머리말을 제외하고 모두 여섯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인지 발달이 늦은 외톨이」, 2장 「세계가 놀란 특허청 직원의 논문」, 3장 「아인슈타인 이론 검증」, 4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표절」, 5장 「'생애 최대의 실수'」, 6장 「내 몫을 다했습니다」 등이다. 위인전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대개 그렇듯이 위대한 과학자 중에는 어린 시절엔 열등생, 말썽쟁이 등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에디슨도 어린 시절 낙제생이었다는 일화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리와 굉장히 친숙하다. 천재 과학자들의 얼굴은 대부분 아인슈타인을 모델로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과학 만화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재 박사의 모습은 아인슈타인의 노년 시절의 모습을 닮았다. 백발이 성성한데 빚어 넘기지 않고 산발하듯 엉성한 모습이 특히 그렇다. 거기에 결정적일 때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진수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아마도 사진 보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267페이지의 모습이다.

인지 발달이 늦고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아인슈타인의 소년 시절은 그래도 어머니 파울린 코흐는 아인슈타인에게 '최고'가 아닌 남과 다른 '독창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는 저자의 말에 독자 역시 공감한다. 상대성 이론 역시 남과 다르게 보는 눈, 사고력의 결실이라라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과학적 지식과 과학의 근본이 되는 자질은 이미 갖춘 후에 말이다.

 


 

이 책은 머리말을 제외하고 모두 여섯 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졌다. 1장 「인지 발달이 늦은 외톨이」, 2장 「세계가 놀란 특허청 직원의 논문」, 3장 「아인슈타인 이론 검증」, 4장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표절」, 5장 「'생애 최대의 실수'」, 6장 「내 몫을 다했습니다」 등이다. 위인전을 한 번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아인슈타인의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대개 그렇듯이 위대한 과학자 중에는 어린 시절엔 열등생, 말썽쟁이 등 학업 성적이 우수하지 못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람이 많다. 우리가 잘 아는 에디슨도 어린 시절 낙제생이었다는 일화도 읽은 적이 있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은 우리와 굉장히 친숙하다. 천재 과학자들의 얼굴은 대부분 아인슈타인을 모델로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의 말을 듣고 보니 과학 만화 등에 단골로 등장하는 천재 박사의 모습은 아인슈타인의 노년 시절의 모습을 닮았다. 백발이 성성한데 빚어 넘기지 않고 산발하듯 엉성한 모습이 특히 그렇다. 거기에 결정적일 때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진수를 중심으로 보여준다. 이 책의 표지 사진은 아인슈타인의 젊은 시절의 모습으로 보여지는데 아마도 사진 보정을 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 책의 267페이지의 모습이다.

인지 발달이 늦고 외톨이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아인슈타인의 소년 시절은 그래도 어머니 파울린 코흐는 아인슈타인에게 '최고'가 아닌 남과 다른 '독창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어쩌면 아인슈타인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쳤으리라고 보는 저자의 말에 독자 역시 공감한다. 상대성 이론 역시 남과 다르게 보는 눈, 사고력의 결실이라라고 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그렇다. 물론 과학적 지식과 과학의 근본이 되는 자질은 이미 갖춘 후에 말이다.

 


 

5장의 「'생애 최대의 실수'」는 누가 봐도 원자폭탄과 관련된 아인슈타인의 말인 것 같다. 제목에서부터 아인슈타인이 관여해 발명했다는 원자폭탄이 아니고서는 그의 과학적 업적에 실수랄 게 없을 듯해서 독자의 판단으로 하는 말이다. 이 장의 첫 번째 소제목이 〈우주와 세계대전에서 대폭발〉이다. 역시 원자폭탄 이야기다. 천하의 아인슈타인이 생전에 스스로 두 가지 실수를 했다고 공개한 점을 저자는 들고 있다. 하나는 현재까지도 과학계에서 논란이 되는 것으로, 아인슈타인이 일반 상대성 이론을 발표한 직후 학계의 여러 가지 지적에 부응해 나름대로 고심해서 첨가한 우주 상수에 대한 이야기다. 또 다른 하나는 아인슈타인이 당시 미국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에게 원자폭탄을 독일의 아돌프 히틀러보다 먼저 개발해야 한다고 촉구한 편지다. 아인슈타인은 루스벨트에게 독일이 원자폭탄을 먼저 개발하면 제 2차 세계대전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고 설명했고, 미국은 맨해튼 프로젝트를 발족시켰다. 물론 아인슈타인은 미국의 원자폭탄 개발에는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은 원자폭탄을 곧바로 개발해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투여했다. 이 일로 일본이 곧바로 항복해 태평양전쟁은 종식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원자폭탄의 위력에 놀라 자신이 루스벨트에게 보낸 편지에 서명했다는 것을 최대의 실수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2차 대전 중 원자폭탄 개발은 독일과 일본에서 이미 돌입한 상태였다. 미국은 아직 그럴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고 아무도 원자폭탄을 운운하지 않았던 듯하다. 아무튼 원자폭탄은 그만큼 개발하기도 어려운 상태이고, 또 개발해도 실제 사용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였다. 위험한 물건있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궁지에 몰린 독일과 일본은 더욱 원자폭탄 등 신무기에 박차를 가했지만 뒤늦게 개발에 뛰어든 미국이 가장 먼저 성공한 것은 순전히 '돈' 때문이었다고 한다. 원자폭탄의 위력을 전해들은 루스벨트가 미 전역 수십, 수백 군데에서 원자폭탄 개발 프로젝트를 실행시킨 것이다. 결국 우리가 잘 알다시피 미국의 승리로 전쟁은 끝을 맺었다.

 


 

한 가지 독자로서 아직 의문은 있다. 당시 원자폭탄이란 무게의 위력을 안 나라에서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상황에서 전쟁이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는데 미국은 엄청난 개발비와 인력을 투입했는데 왜 아인슈타인은 개발을 거부했을까. 그리고 거부하는 아인슈타인에게 아무 압력도 없었을까. 상식적으로는 납득이 되지 않는 일이다. 원자폭탄의 힘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아인슈타인이었는데 진정 그가 개발 참여는 하지 않았다? 또 전쟁 중인 미국 정부에서도 발을 뺀 아인슈타인에게 아무 압력이나 회유가 없었다? 아무래도 설득력이 조금 떨어지지 않나 싶다. 물론 독자가 자세히 알지 못하는 일을 미국 정부가 아인슈타인의 참여를 외부적으로 감추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는 유태인이고 독일 히틀러를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신분이다. 그가 상대성 이론을 발표하면 만들어낸 공식이 'E=mC2(광속의 제곱)'이다. 이는 에너지는 빛의 속도(300,000km)의 자승(2)의 엄청난 폭발력의 공식이다. 아무튼 독자도 아인슈타인의 원폭 개발 참여는 수수께끼로 남겨두고자 한다.

 

저자 : 이종호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페르피냥대학에서 공학박사 학위와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문부성이 주최하는 우수 논문상을 수상했으며 해외 유치 과학자로 귀국해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KIER) 등에서 연구했다. 과학기술처장관상, 태양에너지학회상, 한국발명교육학회 논문상, 고려대학교 이정덕 건축상, 국민훈장 석류장 등을 받았다. 프랑스 유학 시절부터 세계의 여러 유적지를 탐사하며 연구해 기초 없이 빌딩을 50층 이상 올릴 수 있는 ‘역피라미드 공법’을 비롯해 특허 10여개를 20여 개국에 출원하는 등, 이론과 실제를 넘나들며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현재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과학저술가)으로 신문, 잡지 및 인터넷에도 활발히 기고하는 등 과학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4차 산업혁명과 미래 직업』, 『로봇은 인간을 지배할 수 있을까?』, 『피라미드』, 『역사로 여는 과학문화유산답사기』, 『영화 속 오류』, 『유네스코 선정 한국의 세계문화유산』, 『유적으로 보는 우리 역사』 등 100여권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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