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현대지성 클래식 51
크세노폰 지음, 박문재 옮김 / 현대지성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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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소포타미아 문명(Mesopotamian Civilization)은 서아시아의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즉 양강(兩江) 사이의 지역을 중심으로 발달한 고대문명을 말한다. 메소포타미아는 그리스인들이 이 두 강 사이의 지역을 지칭한 말에서 유래하여 ‘양강지역(兩江地域)’이라고도 한다. 북부는 아시리아 남부로 바빌로니아라고 부르며, 남부는 다시 북부의 아카드(Akkad)와 남부의 수메르(Sumer)로 나뉜다. 메소포타미아는 세계 유수의 고대문명 지역의 하나로 일찍이 신석기시대에 촌락이 형성되기 시작해 기원전 4000년경에 이르면 수메르 지역에 도시국가가 나타나 이미 문명의 싹이 텄다고 유적지나 유적지 점토판을 통해 확인되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오래된 문학의 기원으로 배웠던 그리스의 『일릴아드』, 『오딧세이아』보다 훨씬 앞서 수메르 지역의 점토판을 통해 『길가메시』 서사시가 발견돼 세계 문학의 기원도 바꾸어 놓았다.

수천 년간 이 지역은 도시국가들이 명멸하며 대제국을 건설하기도 했으나, 기원전 538년 칼데아의 신바빌로니아가 페르시아에게 멸망함으로써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사양길에 접어들었고, 페르시아 문명이 이 지역을 석권했다. 이 책 『키루스의 교육』은 페르시아 문명의 기원이 되는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에 대한 이야기다. 오늘날 이란 지역에 해당하는 페르시아는 인접한 그리스와 수많은 전쟁을 치르며 세력을 넓혔다 좁혔다를 거듭하다 마침내 알렉산드로스 대왕에 의해 멸망했다. 이 책은 페르시아의 찬란한 문명의 제국을 열었던 키루스 왕에 대한 일대기를 그리스 역사가 크세노폰이 쓴 소설 역사책이라고 보면 된다.

 


 

이 책의 역자 박문재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인 크세노폰이 기원전 4세기에 집필한 『키루스의 교육』(그리스어로 〈키로파에디아〉)은 지난 2400년 동안 사랑받아온 인류 최고의 리더십 교본이라고 말한다. 역자에 따르면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말했듯이 군주의 리더십 또는 지도력을 체계적으로 다룬 역사상 ‘가장 오래된’ 책일 뿐만 아니라 ‘가장 으뜸인’ 책이기도 하다. 역사가 이 책의 가치를 잘 증명한다. 동서 융합의 대제국을 건설한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앞서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운 키루스 대왕을 롤모델로 삼았다. 그는 전장에 나갈 때마다 『키루스의 교육』을 지참해 애독서로 즐겨 읽었다.

유대인들도 키루스 대왕을 메시아로 칭송했다. 바빌론 포로 생활에서 해방시켜준 키루스를 '여호와의 목자'라고 찬양했다. 선민사상이 투철한 유대인들이 이교도의 왕을 높이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인 니콜로 마키아벨리도 『군주론』에서 키루스 대왕을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군주로 여겼다. 『키루스의 교육』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군주론』은 모세, 로물루스, 테세우스와 함께 키루스 대왕을 가장 이상적인 군주 모델로 제시했다. 오늘날은 어떠한가? 피터 드러커가 동서양 최고의 리더십 고전으로 꼽을 만큼 지금도 『키루스의 교육』은 훌륭한 지도자에 대한 지혜와 영감의 풍부한 원천이 되고 있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을 어떻게 저술하게 되었을까? 크세노폰은 그리스가 아테네와 스파르타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으로 혼란에 빠지자 암울한 시대를 구원할 참된 리더의 본보기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그는 그리스 사람이었지만, 당시 라이벌 국가의 수장인 키루스에게서 본받을 만한 지도자의 덕목을 발견했다. 이른바 어느 한 ‘국가’, ‘민족’, ‘시대’의 이념적 편향에 빠지지 않고 오로지 인물의 됨됨이를 평가할 수 있었던 이유는 크세노폰의 생애나 철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크세노폰은 그리스 아테네에서 태어났지만 페르시아 내전이 발생한 당시 용병으로 참여했다. 고국으로 돌아왔을 때 아테네에서는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추방당하고 만다. 크세노폰은 여생을 스파르타의 변방에서 보내야 했는데, 이때 『키루스의 교육』을 비롯해 여러 저작을 저술했다. 그리스와 페르시아라는 두 제국 사이에서, 그리고 아테네와 스파르타라는 두 도시 사이에서 어느 한쪽에도 속하지 않은 ‘경계인’이자 ‘주변인’으로 살아갔다. 경계에 설 때 비로소 현실을 객관적으로 냉철하게 꿰뚫어 볼 수 있는 법. 크세노폰은 그리스가 추구해야 할 참된 지도자상을 정확하게 찾아낼 수 있었다.

소크라테스의 제자인 크세노폰은 또 다른 제자 플라톤과 비견된다. 그리스가 위기에서 벗어나는 방법에 대해, 플라톤은 그의 저서 『국가』에서 ‘철인정치(哲人政治)’와 같은 그럴 듯하지만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한 반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지금 여기 발붙이고 사는 땅 위에서 실천할 수 있는 현실적인 해결책을 모색했다. 실천적 역사가 크세노폰은 직접 몸으로 겪고 성찰한 경험과 지식을 토대로 자신이 추구하는 철학을 『키루스의 교육』에 오롯이 녹여냈다.

크세노폰이 어느 한쪽의 정치나 이념에 치우치지 않고 모두에게 통하는 리더십의 진수를 찾아나선 덕분에 『키루스의 교육』은 지금까지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이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키루스의 교육』은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키루스의 일대기를 다루는 전기 형식을 띠고 있지만, 단순한 위인전은 아니다.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덕목에서 영감을 받았으나, 거꾸로 자신이 추구하던 리더십의 철학을 키루스에게 투영하기도 한다. 이 점이 『키루스의 교육』의 전체 콘셉트와 구성 방식에 큰 영향을 미쳤다.

 

 

이 책 초반에 어머니가 키루스를 데리고 외할아버지 나라 메디아에 방문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 어머니에 그 아들이라고 했던가. 어머니는 아들에게 메디아와 페르시아가 추구하는 정의(正義)가 어떻게 다른지 비교해서 가르친다. 메디아에서는 군주의 명령이 곧 법이었지만, 페르시아에서는 군주 위에 법이 존재했다. 페르시아는 ‘만인 앞에 평등한 법’이라는 정의를 추구했는데, 이것은 크세노폰이 추구하던 가치이기도 했다. 키루스는 이러한 정의를 지도자로서 평생의 대원칙으로 삼았다. 『키루스의 교육』은 키루스가 전쟁의 선두에 서서 주변국을 하나씩 점령해가고 마침내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세우는 과정을 전개했다. 이 과정에서 키루스가 일개 장군에서 제국의 군주로 점차 리더십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리더로서 스스로를 절제하는 ‘자기관리’부터 주변 동료에게 인덕을 베푸는 ‘인간관계’, 다양한 민족으로 구성된 거대한 페르시아 제국을 갈등 없이 평화롭게 통치하는 ‘조직경영’까지 지도자가 갖춰야 할 거의 모든 덕목을 담고 있다.

오늘날에도 우리는 한 사람의 리더십이 가정, 학교, 회사, 사회, 국가, 세계 단위에서 공동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지대한지 절실히 느끼고 있다. 모든 사람이 주인이 되는 민주주의 사회에 살고 있더라도, 공동체를 대표할 지도자는 불가피하게 필요하다. 리더십은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한 인류에게 영원한 과제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이 과제를 풀어가는 데 필요한 지혜와 통찰을 최고의 리더십 고전에서 풍부하게 얻을 수 있다. 『키루스의 교육』은 크세노폰과 후대 사람들에게 그랬듯이 지금 우리에게도 훌륭한 본보기가 되어줄 것이다. 역자가 이 시대에 크세노폰의 『키루스의 교육』을 번역 출판한 이유다.

 


 

책에 따르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떡잎부터 남다른 어린 시절부터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거대한 제국을 효과적으로 경영하는 군주가 되기까지 키루스의 일대기를 돌아보며 참된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과 역량을 성찰했다. 이 책은 공정하게 정의를 실현하는 법,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책임지는 법,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내는 법, 인재를 중용하는 법, 욕망에 휩쓸리지 않고 철저히 절제하는 법, 지속 가능한 제국을 운영하는 법 등 키루스 리더십의 진수를 가감 없이 선보인다. 또 키루스는 거대한 제국의 군주로서 모든 국가와 민족의 평화적 공존을 추구했다. 피정복 국가의 위정자는 엄중히 처단했지만 일반 민중에게는 한없는 자비를 베푸는 성군의 면모를 보였다. 또한 키루스 덕분에 바빌론에서 해방된 유대인들도 그를 칭송했다. 구약성경의 ‘고레스 왕’이 바로 키루스 대왕이다.

이번에 현대지성 클래식의 『키루스의 교육』은 그리스어 원전을 직접 옮겨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고, 81개의 각주와 역자 해제를 수록해 고전 읽기의 즐거움을 제공한다. 더불어 오늘날 진정한 리더의 모습을 고민하는 독자들에게도 훌륭한 지혜와 영감의 원천이 되어줄 것으로 기대된다.

 

당신은 평소에는 길잡이 없이 사냥감이 이끄는 곳이면 어디든 좇아 달려서 산을 오르락내리락하며 헤집고 다녔지만, 이번에는 다니기 어려운 곳은 가지 말고 길잡이에게 너무 돌아가는 길이 아니라면 가장 쉬운 길로 안내하라고 하십시오. 군대에게는 가장 쉬운 길이 가장 빠른 길이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산을 뛰어다니는 데 익숙하다고 병사들에게 뛰어가게 하지 말고 적절한 수준에서 서둘러 잘 따라올 수 있게 해야 합니다. 가장 힘이 좋고 열정도 있는 몇몇 병사들에게 뒤쪽에서 행군하면서 처지는 병사들을 격려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 행군하는 병사들 옆으로 그런 병사들을 일렬종대로 뛰어가게 하면, 그때마다 모든 병사가 그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서두르게 될 것입니다.”(p.107)

 


 

이 책은 모두 8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 1권 「소년 키루스」, 제 2권 「총사령관 키루스의 출정을 위한 준비와 군대 훈련」, 제 3권 「아르메니아 원정」, 제 4권 「아시리아 연합군과의 제 1차 전쟁」, 제 5권 「고르리아스와 가다타스」, 제 6권 「아시리아 연합군과의 제 2차 전쟁을 앞두고」, 제 7권 「사르디스와 바빌론의 함락」, 제 8권 「제국의 건설과 키루스의 죽음」 등이다. 책 뒷 부분에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역자 박문재의 「해제」와 「크세노폰 연보」를 첨부했다. 이 서평은 대략적으로 역자 해제와 본문 주석 등에 따른 것임을 미리 밝힌다. 페르시아 제국, 고대 제국에 대한 독자의 지식 부족으로 감상평보다는 올바르게 내용을 전달하는 의미에서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가 가장 깊게 배운 것은 한 나라를 경영한다는 것을 왜 '하늘이 내린 인물'이어야 한가"라는 이유를 알았다는 점이다. 이 책의 키루스 왕처럼 제국 건설을 위한 전쟁에 나서거나, 건설 후 나라를 다스림에 있어서 늘 국민(백성)을 위하는 마음이 밑바탕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었고, 일단 자리에 오르면 위민의 초심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신념을 어떤 역경에서도 굽히지 않아야 한다는 점도 배웠다. 뿐만 아니라 정의의 마음으로 밀고 무거운 책임감과 사명감을 갖고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올곧은 마음이 필요하든 것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또 시대의 흐름과 주변 나라들과의 힘의 역학 관계도 늘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점을 뼛속 깊이 각인하는 기회가 되었다.

 

먼저 키루스는 늘 진심으로 사람들을 아끼고 따뜻하게 대했다. 우리를 미워하는 사람을 사랑하거나 악의를 지닌 사람을 선의로 대하는 것이 쉽지 않은 것처럼, 자신에게 사랑과 선의를 베푸는 사람을 미워할 수는 없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키루스는 초기에는 재물을 이용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만한 형편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들을 배려하고, 잘되게 하려고 애쓰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기뻐해주고, 좋지 않은 일이 생겼을 때는 함께 아파해줌으로써 그들의 마음을 얻고자 했다. 하지만 나중에 재물을 주어 사람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형편이 되자, 키루스는 똑같은 비용을 들였을 경우에 먹고 마시는 것을 사람들과 함께 나누는 일보다 사람들의 마음을 얻게 해주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처음부터 알았던 것으로 보인다.(p.349)

 


 

저자 : 크세노폰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이자 철학자. 아테네 동쪽 에르키아에서 귀족 그릴로스의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귀족의 품격과 수준 높은 교양을 익혔다. 펠로폰네소스 전쟁 발발 이후 아테네에 들어와 살았고, 여기서 소크라테스를 만나 직계 제자가 되었다. 페르시아 내전 당시 반란군의 용병으로 참전한 크세노폰은 반란이 예상보다 빨리 진압되는 바람에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다. 그는 임시 지휘관이 되어 그리스 용병부대를 이끌고 천신만고 끝에 고국으로 귀환했는데, 이 과정에서 빛나는 지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하지만 적국 스파르타의 동맹국 페르시아에서 용병대장으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고향 아테네에서 추방당한다. 스파르타에서 여생을 보낸 크세노폰은 그리스와 페르시아 두 제국 사이, 아테네와 스파르타 두 도시 사이에서 ‘경계인’ 또는 ‘주변인’으로 살아가며 얻게 된 새로운 통찰력을 바탕으로 여러 저작을 남기는데, 이때 필생의 역작 『키루스의 교육』이 탄생한다. 소크라테스의 또 다른 제자 플라톤은 『국가』에서 혼란에 빠진 그리스의 정치에 대해 철학적이고 이상적인 대안을 제시했다면, 크세노폰은 『키루스의 교육』에서 실천적이고 현실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고자 했다.

이 밖에도 『향연』, 『경영론』, 『회상』, 『소크라테스가 배심원 앞에서 행한 변론』, 『소아시아 원정기』, 『그리스 역사』, 『기마술』 등 다양한 저작을 집필했다. 크세노폰의 저작들은 당대 아리스토텔레스와 이소크라테스에게 영감을 주었고, 르네상스 시대 정치사상가들에게 귀감이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많은 이에게 불후의 고전으로 사랑받고 있다.

 

역자 : 박문재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과와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독일 보쿰 대학교에서 수학했다. 또한, 고전어 연구 기관인 비블리카 아카데미아Biblica Academia에서 오랫동안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를 익히고, 고대 그리스어와 라틴어 원전들을 공부했다. 대학 시절에는 역사와 철학을 두루 공부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30년 이상 인문학과 신학 도서를 번역해왔다.

역서로는 『자유론』(존 스튜어트 밀), 『프로테스탄트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막스 베버), 『실낙원』(존 밀턴) 등이 있고, 라틴어 원전을 번역한 책으로 『고백록』(아우구스티누스), 『철학의 위안』(보에티우스), 『유토피아』(토머스 모어) 등이 있다. 그리스어 원전에서 옮긴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과 『소크라테스의 변명·크리톤·파이돈·향연』, 『아리스토텔레스 수사학』, 『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이솝우화 전집』 등은 매끄러운 번역으로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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