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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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치지 않고 책을 읽는 것. 쓰는 것. 계속 쓰는 것. 삶이 더 단순해졌으면 좋겠다."라고 「작가의 말」에 짧은 글을 남긴 이 책 『안진 : 세 번의 봄』의 저자 강화길은 여전히 일상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일에 대한 복잡한 심리를 섬세하게 묘사하지만 밖으로 꺼낸 말은 함축적이고 단순하다. 이 책 『안진: 세 번의 봄』은 장편소설 『다른 사람』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단편소설 「음복」으로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자리매김한 소설가 강화길의 신작 단편집이다. 출판사 〈안전가옥〉 쇼-트 시리즈로서는 스무 번째 책이다. 앤솔로지와 문예지에 발표했던 기수록 단편 「산책」 「비망」 「김은 밤들」이 실린 이번 단편집은,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모녀의 이야기를 다룬 ‘작은 안진 3부작’인 셈이다.

저자는 세 번의 봄을 배경으로 안진이란 도시에서 펼쳐지는 세 편의 가족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중에서도 사랑과 미움이 범벅된 모녀의 이야기, 특유의 서늘하고 긴장감 넘치는 문장과 죽음과 삶을 아우르는 스릴러적 서사를 양손에 그러쥐고 치밀하게 자아냈다. 세 개의 단편은 울퉁불퉁하지만 서늘하고, 뾰족하고 긴장감 넘친다. 안진이라는 도시는 저자가 만든 가상의 도시이지만 대한민국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신도시 같은 느낌이다. 그리고 그곳엔 길을 헤매고 있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길을 찾아 나서는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사라졌지만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여자들의 이야기가 있다. 저자는 세 번의 봄을 지나, 네 번째 봄을 기다리고 있다. 화해도 아니고 봉함도 아닌 세 편의 소설 속 여자들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본다. 그렇다고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하지도, 무언가를 더 설명하려 하지도 않는다. 다만, 인물들을 움직인다. 여자들을. 딸과 어머니들을 걷게 한다. 봄 가까이로 따로 때로는 함께.

 


 

「작가의 말」에 말을 끝맺기 전에 남길 이야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었던 듯 그답지 않게 긴 말을 쏟아냈다. "지난 주, 벚꽃이 피었다. 이 시기의 밤 산책을 좋아한다. 어둠 속에서 환하게 빛나는 꽃잎들을 보고 있으면 무척 큰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며칠 전 비가 내렸고, 꽃잎들이 많이 떨어졌다. 추위가 돌아왔다. 그래도 푸른 잎들이 돋아나고 있다. 3년 전, 아니 그보다도 전에,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도 못할 어느 무렵, 나는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의 씨앗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디어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리고 쓰기 시작했다. 다른 소재의 단편소설을 쓰기도 했고, 장편소설을 쓰기도 했지만, 그 이야기들 역시 이 씨앗에서 피어난 다른 줄기의 열매라는 걸 잘 알고 있다."(p.111)

한 번 읽고 무언가 느낌이 있어 다시 한 번 더 읽었다. 보통 소설책엔 소설이 끝나고 작가들이 탈고의 느낌을 글로 몇 문장, 몇 단락 써서 후련한 느낌을 밝힐 때가 많다. 이 글도 그려려니 하고 읽다보니 문득 혹시 '자전적 소설'인가 하는 느낌이 슬며시 올라온다. 3년 전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을 쓰기 시작해 3편의 소설을 썼다면 1년에 한 편꼴(?). 그러나 이내 저자는 중간에 다른 단편이나 장편소설도 썼다고 하니 적잖은 소설을 발표한 듯하다. 밤 산책(봄이 되면)이 좋아, 혼자 집 근처 산책을 즐기는 저자는 지난 3년 간 쓴 소설의 배양처가 이 소설집에 나온 분위기와 비슷할 거란 생각이 든다. 다른 글에도 이 책의 배경인 〈안진〉이란 도시가 배경이 되는지는 독자가 잘 모르겠지만 '씨앗'이란 의미를 확대 해석해 보면 분위기나 저자가 추구하는 소설 속 세상이 현실과 다를 수 없다는 걸 유추하기엔 모자람이 없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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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세 편의 단편 소설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녀 관계다. 어머니와 딸, 상식적이고 일반적이지만 세상에 둘도 없는 돈독하고 친밀한 관계다. 모녀지만 친구 사이처럼 보일 수도 있고, 때로는 스승과 제자처럼 보일 수도 있다. 또 언제나 자기 편이 될 것이라고 굳게 믿는 사이다. 대부분의 모녀 관계는 절대 배신 당하지 않는다. '사랑' 이외엔 두 사람 사이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이 소설들은 약간은 결이 다르게 느껴진다. 때로는 앞서 말한 것처럼 모녀, 사제, 친구도 될 것 같은데 어딘가 뒤숭숭하고 잊을 줄로만 알았던 어떤 순간이 훅 떠올라 예상치 못한 기분으로 산책을 마친 것 같은(프로듀서의 말, p.116) 느낌의 분위기다. 출판사 〈안전가옥〉 이은진 스토리PD의 말처럼 "어쩌면 사실에 좀 더 가깝다고 믿는 모녀 관계란 이 작품이 보여주듯 깊이를 알 수 없는 애증이라든가, 애써 다른 감정으로 덮고 덮이면서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복잡함을 지닌 '동성의 혈연관계'가" 아닐까 싶다. 이 PD는 이 감정을 "애틋하다고만 할 수 없는 우리의 관계를, 다르지만 마음 놓고 다룰 수 없었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는 표현에 독자는 공감한다.

"나는 다시 믿는다. 분명 보았다고. 텅 비어 있는 건물 뒤쪽의 철근 다리 위에 멍하니 서서, 눈앞에 펼쳐진 미래의 얼굴을 보았다고. 새카만 눈동자와 잔뜩 신이 난 듯한 입꼬리. 충만한 표정.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않는 눈빛. 결코 자신의 마음을 아끼지 않는, 그래서 언제든 모두를 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편안한 얼굴. 그랬다. 그랬단다. 나와 비슷한 방식으로 자랐기에, 너 역시 엄마를 용서하지 않기 위해 온갖 핑계를 찾아낼 줄 알았는데, 상처받고 싶지 않아서 먼저 상처를 주고, 믿지 않기 위해 먼저 믿음을 저버리는, 그러고서 그냥 모르는 척 살아가는, 사람의 역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나 같은 인간이 되리라 생각했는데. 그랬는데."(p.41) - 「깊은 밤들」 중에서

 

 

첫 번째 소설 「깊은 밤들」은 "아홉 살 겨울, 정민은 엄마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만들어 보냈다. 내가 아니라, 나의 엄마에게 말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며칠 뒤, 엄마에게서 전화가 걸려 온다. 손녀가 보낸 크리스마스 카드에 ‘건강하세요’가 ‘건강하새요’로 적혀 있었다는 것. 엄마는 'ㅔ'와 'ㅐ'를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창피한 일인지에 대해 계속 설명한다. 나는 엄마의 말을 자르며 말한다. “엄마. 나한테 할 말이 그것밖에 없어?” 그리고 택시도 잡히지 않는 늦은 밤, 나는 딸의 손을 잡고 결국 집을 나선다. 몇십 년 동안 엄마에게서 상처받은 채 가슴에 고여 있던 말을 오늘만은 해야 했다. 엄마가 내 딸에게만큼은 손도 대지 못하게 해야 했다.

어린 딸은 할머니가 알려준 길이라며 지름길로 나를 이끈다. 그리고 그날, 나는 아이를 잃어버린다. 엄마 때문에. 「깊은 밤들」은 수십 년에 걸친 ‘엄마’와 ‘나’의 이야기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끝내는 건, 아니 새롭게 시작하는 건 딸이자 손녀인 ‘아이’다. ‘모녀 삼대’의 이야기지만 한 사람의 과거와 현재, 미래의 이야기로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이 소설에서 보아야 하는 건 ‘사실’보다는 ‘진실’이고, 지금 막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보다는, 지금까지 쭉 잃어버려 왔던 것들이다. 엄마를 미워하며 클 줄 알았던 딸은, 나 같은 인간이 될 줄 알았던 딸은, 그렇게 자라지 않았다. 그것이 주는 위안과 감동이 너무 커서, 우리는 모녀의 이야기가 펼쳐지는 깊은 밤으로 천천히 빠져들 수밖에 없다.

 

"아이가 먼저 내 손을 잡았다. 우리는 함께 다리를 건넜다. 돌아가는 길이었고, 깊은 밤이었다."(p.41)

 


 

두 번째 소설 「비망(備忘)」에서 '그녀'는 이혼 후 딸을 혼자 키워야 했고, 위자료 때문에 전남편과 끊임없이 싸워야 했으며, 직장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야 했다. 더불어 그녀는 부모의 이른 죽음, 40대 초반에 찾아온 갑상샘암이라는 느닷없는 폭발들을 맨몸으로 겪었다. 하지만 그 고비들은 그녀에게 큰 타격을 입히지 못했다. 다음 결혼식에는 뭘 입어야 하지? 재킷? 원피스? 그것이 그녀의 삶이었다. 가볍게 웃고, 떠들고, 새 옷을 사고 맛있는 걸 먹으러 다니고, 예쁘다는 말을 듣고 좋아하고, 또 좋아하고… 그녀의 삶의 범위는 오직 아는 사람들과 아는 장소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녀의 딸은 말했다. “벽돌로 쌓은 성.” 그녀가 여행에 관심을 두지 않았던 건 당연했다.

〈비망(備忘)〉은 그런 그녀가, 지난 1년 동안 아무도 만나지 않은 채 지내온 그녀가, 집 밖으로 나와 살아생전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보고, 체크인을 하고, 출국 심사를 받고, 딸을 이해하는 이야기다.

 

“아.”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질렀다. 비행기가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올랐던 것이다. 난생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그래. 난생처음. 그녀의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그랬다. 기대와 설렘이 밀려들었다. 흥분이 되었다. 그녀는 그 마음을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이제 내가 곧 저걸 타겠구나. 하늘을 날아 보겠구나. 난생처음으로. 그래. 난생처음으로. 이것이야말로 새것이었다. 그녀는 양손으로 얼굴을 감싸 안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아, 이렇게 간단했던가. 이렇게 쉬웠단 말인가. 무엇을 보아도 내키지 않던 작은 마음이, 어떤 의지와 힘도 남아 있지 않다고 굳게 믿었던 마음이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거대해질 수 있단 말인가.(p.74~75) - 「비망(備忘)」 중에서

 


 

세 번째 소설은 다슬기를 잡기엔 아직은 추운 4월을 배경으로 전개된다. 종숙 언니는 영애 씨에게 다슬기를 잡으러 가자고 말한다. 오랜만에 집에 오는 딸이 다슬기 수제비를 좋아한다고. 영애 씨의 마음이 움직인다. 지난가을 죽은 딸 얘기를 영애 씨가 아무리 말해도 종숙 언니만이 영애 씨를 똑같이 대해줬기 때문이다. 한참이나 물속을 들여다봤지만 다슬기는 없다. 그런데 영애 씨가 더 가지 말라고 말해도, 종숙 언니가 조금씩 더 깊은 물로 들어간다. 영애 씨가 팔목을 붙잡고 나가자고 말하는데도, 종숙 언니는 고집스레 물속의 어딘가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 순간, 영애 씨의 귀에 무슨 소리가 들린다.

거대한 철문이 움직이는 듯한, 알 수 없는 존재가 지켜보는 기분. 머리 위에서. 두 사람은 함께 물속으로 떨어진다. 집에 가는 길에 종숙 언니는 말한다. 사실 오늘 딸이 집에 안 온다고. 영애 씨도 입을 연다. 사실 자기 딸도 자기를 싫어했다고. 죽기 전까지 계속 그랬다고. 「산책」의 화자는 영애 씨의 딸인 죽은 ‘나’다. ‘나’는 목소리로만 남은 채, 엄마 영애 씨와, 영애 씨의 친구인 종숙 언니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가해자도 피해자도 없는, 사랑과 애증이 섞인,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저히 떠나지 못하는 모녀의 이야기를.

 

아니, 그 사람은 영애 씨를 바라보는 것 같았다. 집 안을 둘러보는 것 같았다. 배회하는 것 같았다. 우는 것 같았다. 웃는 것 같았다. 사실이었다. 나는 영애 씨의 주변을 떠돌았다. 그리고 떠올렸다. 내가 영애 씨에게 했던 말들. 내가 하지 않은 말들. 그래서 후회하는 말들. 계속 기억하는 말들. 사람들은 모두 다 엄마를 떠날 거야. 엄마와 멀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거야. 그래서 엄마는 결국 혼자 남을 거야. 그 누구도 곁에 있지 않을 거야.(p.107~108) - 「산책」 중에서

 

저자 : 강화길

 

1986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전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 예술종합학교에서 서사창작 석사학위를, 동국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2012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방」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 『괜찮은 사람』 『화이트 호스』, 장편소설 『다른 사람』 『대불호텔의 유령』, 중편소설 『다정한 유전』 등을 펴냈다. 한겨레문학상, 구상문학상 젊은작가상, 젊은작가상 대상, 백신애문학상, 제45회 이상문학상 등을 받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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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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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은 19세기 미국 낭만주의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모비딕Moby Dick』을 통해 미국의 대서사시를 완성했다. 이미 이전의 단편소설에서는 삶을 자본주의의 돈과 바꾸지 않겠다는 노동자들의 저항을 형상화하는 데 탁월한 단편소설들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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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필경사 바틀비 원전으로 읽는 움라우트 세계문학
허먼 멜빌 지음, 박경서 옮김 / 새움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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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필경사 바틀비』는 해양소설의 고전 『모비딕』으로 잘 알려진 허먼 멜빌의 단편소설집이다. 멜빌은 우리들에게 워낙 '흰고래' 『모비 딕』으로 많이 알려진 탓에 그가 단편소설을 썼다는 사실은 가려져 있었다. 독자도 그의 단편소설을 이 책을 통해 처음 읽는다. 사실 『모비 딕』도 출간 당시에는 별로 주목받지 못했다고 한다. 자신의 두 다리를 앗아간 흰고래에 대한 복수심으로 시작된 이 소설이 지향하는 것은 민주주의, 리더쉽, 권력, 산업주의, 노동, 확장, 그리고 자연 등 미국의 모든 형상과 지위에 대한 위대한 고찰이란 뒤늦은 평가에 힘입었다고 이해된다. 피쿼드 호와 거기에 타고 있는 각양각색의 선원들은 미국 사회의 축소판이다. 이 혁명적인 소설은 수많은 문학 작품과 전통에서 그 바탕을 빌려왔으며, 다양한 분야의 지식들을 놀랄 만큼 자유롭게 오간다.

『모비 딕』 이전까지는 미국 문학사상 그 어느 누구도 이렇듯 강렬하고 야심만만한 작품을 시도한 적이 없었다. 『모비 딕』에서 독자는 난해한 형이상학과 고래의 거죽을 벗기는 기술, 소금물에 젖은 타는 듯한 드라마를 모두 맛볼 수 있다. 소설로서 소재와 주제, 문장력까지 모두 갖춘 위대한 작품이라는 사실은 뒤늦게 평가받아 붙여진 찬사다. 허먼 멜빌은 무역상을 하던 아버지 덕에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지만 13세 때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한다. 그때부터 멜빌은 은행이나 상점의 잔심부름, 농장일 등을 전전한다. 20세에 처음으로 상선의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간 그는 22세에 포경선을 타게 된다. 이때 항해를 하면서 얻은 경험은 그의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된다. 이후 포경선의 선원과 미 해군이 되어 5년 가까이 남태평양을 누볐다.(이하 저자 소개는 글 뒤에) 특히 이 소설은 대학 문턱도 못 밟아본 채 자신의 경험의 축적을 통해, 사유 끝에 쓴 소설이라 더욱 독자들에게 즐거움과 놀라움을 함께 선사했던 고전이다. 후세 사람들은 『모비 딕』은 비가(悲歌)이자 정치 비평이요, 백과사전이요, 모험담이라는 평가를 붙이고 그의 위대한 작품을 읽고 또 읽게 된 것이다.

 


 

위대한 작가 허먼 멜빌이 쓴 단편소설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 책 『필경사 바틀비』는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거기에 이 책 속 세 편의 소설은 그의 삶에서 사유해낸 자본주의의 허점을 제대로 짚어내는 소설들이다. 첫 작품은 표제어가 된 「필경사 바틀리」는 자본주의가 성숙하여 부와 명예가 최대의 삶의 조건이 되는 19세기 미국의 월가를 배경으로 한다.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한 필경사 바틀비는 시간이 지날수록 화자(변호사)의 요청을 모두 거절하면서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왜 그랬을까. 19세기 중반의 미국은 자본주의가 발달하며 영리목적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상품으로 전락시키고 있었다.

작품 속 변호사(화자)는 바틀비를 걱정하는 듯했지만, 실은 떨어지는 업무 효율성, 불복종에 화를 내고 있었다. 그리하여 바틀비는 노동은 물론이고 변호사의 권위까지 거부함으로써, 수동적이지만 자본주의적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다. 바틀비의 소극적 저항은 관습과 위선으로 가득 찬 변호사의 이기주의에 의해 처참하게 무너져 그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필경사 바틀리」는 멜빌이 쓴 최초의 단편이라고 한다. 역자 박경서에 따르면 1853년 〈퍼트넘스 먼슬리 매거진〉 11월호와 12월호 두 차례에 걸쳐 연재됐다. 멜빌의 작품 중 가장 모호한 작품으로 이해하기가 만만찮다. 부제 〈A Story of Wall-street〉에 드러나듯이 이 작품은 자본주의의 대표적인 거리 월 스트리트를 배경으로 한다. 월가의 한 변호사가 화자(話者)로 등장해 자신이 살면서 가장 잊지 못할 어느 젊은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화자인 변호사는 두 명의 필경사와 한 명의 사환을 두고 있었는데, 일이 많아져 필경사 한 명을 고용한다는 광고를 냈고, 바틀비가 찾아온다.

 


화화자인 변호사는 그때 바틀비의 모습을 '얼굴이 창백하리만치 말끔했고, 동정이 갈 만큼 예의가 발랐으며,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외로워 보였다."고 생생하게 기억한다. 바틀비는 처음에는 열심히 일을 했지만, 어느 날, 베낀 문서를 대조해 보자는 화자의 요청에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라고 단호히 말하며 거부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바틀비는 화자의 요청을 모두 거절하면서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하기에 이른다. 게다가 사무실을 자신의 거처로 살고 있기도 했다. 화자는 바틀비를 설득해 보지만 헛수고일 뿐, 결국 그를 남겨 두고 사무실을 옮기지만 바틀비는 그곳에 계속 눌러앉아 있게 된다. 변호사는 바틀비에게 일자리를 알아봐 주겠다고 하는 등 도움을 주려 하지만 이것마저 모두 거절한다. 마침내 바틀비는 뉴욕시 교도소에 수용되어 죽게 된다.

사실 이 작품 줄거리를 처음 들어보면 궁금증이 생긴다. 읽고는 있지만 저자가 주인공인 바틀비에 대해 전혀 인물 정보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화자의 변호사 사무실에 취직한 후 얼마간은 열심히 일을 하다가 갑자기 그저 "안 하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했고, 그러다 쫒겨나 쓸쓸히 죽어 갔다는 사실만 알려줄 뿐이다. 역자는 바틀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자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귀띔한다. 바틀비라는 인물에 대해, 그가 어떤 일을 하다 어떻게 결과로 나타났는가에 대한 일체의 것이 화자의 입을 통해 전해졌기 때문일 것이다. 당시 월가는 아직 증권거래소가 설립되기 전이지만 미국 자본주의의 중심지로서 상업, 금융업, 부동산업이 활기차게 이루어지고 있었다는 것. 이런 도시에서 자본가들, 그들의 하수인 격인 변호사들, 그리고 그 밑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수익을 쫓으며 삶을 영위하는 구조로 시스템화 돼 있었다.



이로 인해 독자들은 얼핏 화자인 변호사는 신사로서, 바틀비를 측은하게 생각해 그에게 도움을 주려고 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구현하는 바람직한 사람으로 착각할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주식회사를 소유하고 있는 당대의 거부 존 제이콥 애스터를 비롯한 자본가들의 사업 허가, 부동산 거래, 금융 거래 등과 관련된 법적 문제를 해결해 주는 자본의 하수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인물이다. 애스터로부터 신중하고 꼼꼼하다는 칭찬을 듣는 바, 대 자본주의적 현실주의에 집착하는 인물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화자의 사무실은 자본주의 체제의 축소판이며 그를 '자본주의 사회의 전형적인 인물'이라 간주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시 변호사 사무실로 눈을 돌려 본다. 고용주인 변호사는 그의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필경사인 니퍼스와 터키가 '소화불량'과 '발작'을 겪고 있음에도 그의 사무실에 꼭 필요한 사람들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들이 제정신이 들 때는 일을 민첩하게 잘 처리하고 글씨를 깔끔하게 쓰기 때문이다. 따라서 변호사는 그들이 정상적인 상태에 있을 때 그들의 효용 가치를 최대로 끌어내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변호사는 19세기 미국의 자본주의 하에서 영리 목적을 위해 인간을 도구로 취급ㅁ하는 인간의 전형이 된다. 바틀비를 보는 관점 역시 동일하다. 바틀비는 처음부터 서류를 베껴 쓰는 일에 걸신이라도 들린 듯 서류를 단숨에 집어삼켰고, "낮에는 햇빛으로, 밤에는 양초 빛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서류를" 베꼈다. 변호사는 바틀비가 비정상적으로 일에 몰두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갖기보다는 업무의 효율성과 성과에 만족한다.

그러다가 바틀비의 노동의 저항이 시작된 것이다. 그는 줄기차게 "안 하는 편이 좋겠습니다."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자신의 노동에 저항한다. 변호사는 바틀비의 행동을 '수동적 저항'의 병적인 집요함이라고 인식하게 된다. 바틀비는 노동은 물론이고 변호사의 권위까지 거부함으로써 수동적이지만 자본주의적 질서를 거부하는 것이다.



이 소설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 이유를 파고든다. 소설은 “아 바틀비여, 아 인류여”로 끝을 맺는데, 이에 대한 해석은 소설이 쓰인 19세기 중반부터 지금까지도 세계적으로 분분하다고 역자는 설명한다. 베일에 싸인 바틀비의 삶의 궤적만큼이나 명쾌한 해석을 내리기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을 정도로 외로워 보이는’ 바틀비라는 문장이 가슴속으로 통째로 들어오면서 바틀비의 행위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현대인의 관점에서 보면 ‘번 아웃’이 아니었을까. 결코 전달되지 못할 ‘죽은 편지들’(죽은 사람들)을 끊임없이 수합하고 불태워야 했던 전의 직장, 법정의 언어들을 하루 종일 365일 베껴 써야 하는, 또 하나의 죽은 노동인 현 직장을, 생명 있는 사람이 어떻게 견뎌 낼 수 있겠는가. 그러니 바틀비는 “꼼짝 않고 가만히 있고 싶어요!”라고 절규했을 것이다.

이어지는 단편 「꼬끼오! 혹은 고결한 베네벤타노의 노래」와 「총각들의 천국과 처녀들의 지옥」에서도 저자 멜빌이 주목하는 인물들은 자본가 등 지배층과 노동자 하인 등 피지배층의 이분법적 구도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핵심어는 '노동'으로 집약된다. 즉 자본과 노동의 이분법으로 나뉘어지는 자본주의 사회의 대조적 장면과 인물들을 좇아가며 암담한 자본주의의 미래를 조명하고 있다.

멜빌의 소설에서 어떤 노동은 비참하지만, 돈으로 환산되어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을 거부한다. 바틀비와 메리머스크의 동질성이다. 반면에 폐에 켜켜이 쌓이는 분진을 의식하지 못하는 처녀들의 노동은 가엾다. 참담하다. 이처럼 멜빌은 자본주의가 무르익기 시작하는 19세기 미국 사회의 이면을 섬세하게 관찰하고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다.



저자 : 허먼 멜빌(Herman Melville)

미국의 소설가. 1819년 무역상이던 아버지 앨런과 어머니 머라이어의 둘째아들로 뉴욕 파르 거리 6번지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을 유복하게 보냈지만 13세 때 가세가 기울어 학업을 중단한다. 그때부터 멜빌은 은행이나 상점의 잔심부름, 농장일 등을 전전한다. 20세에 처음으로 상선의 선원이 되어 바다로 나간 그는 22세에 포경선을 타게 된다. 이때 항해를 하면서 얻은 경험은 그의 작품의 주요 소재가 된다. 이후 포경선의 선원과 미 해군이 되어 5년 가까이 남태평양을 누볐다.

포경선에서 탈주해 마르키즈 군도의 식인종과 함께 보낸 경험을 바탕으로 쓴 첫 작품 『타이피Typee』(1846)로 평단의 호평을 받으며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바다 생활을 담은 『오무Omoo』 (1847)에 이어 발표한 『마디』(1849)에는 철학적 논의들을 담았지만 평단의 차디찬 반응에 멜빌은 다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된다. 바다에서의 모험으로 돌아가 『레드번』(1849), 『하얀 재킷』(1850)을 발표하지만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다. 『바틀비, 월 스트리트의 한 필경사 이야기Bartleby, the Scrivener: A Story of Wall-Street』(1853)는 1856년 다른 중단편들과 함께 『회랑 이야기The Piazza Tales』라는 제목의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대표작 『모비 딕Moby Dick or The Whale』(1851)조차도 그 실험적인 형식으로 인해 혹평에 시달린다. 그는 작가로서 큰 인기를 얻지 못했고, 뉴욕 세관의 감독관 자리를 얻어 근무했다. 그래서 소설 창작은 접고 시 창작에만 몰두했다. 남북 전쟁을 그린 『전쟁 시와 전쟁의 양상』, 종교적 장시 『클라렐』, 그리스와 이탈리아 여행의 인상을 담은 『티몰레온』이 그때의 시집들이다. 마지막 소설 『선원 빌리 버드 인사이드 스토리Billy Budd, Sailor: An inside story』를 원고로 남긴 채, 1891년 9월 심장 발작으로 세상을 떠났다.

『모비 딕(백경)』은 캘비니즘적 그리스도교 사상에 의지하면서도 때로는 그 범주를 넘은 견해를 제시하여 인간심리의 착잡함을 비유적·상징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당시의 독자들에게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이 역시 오늘날에 와서 더욱 각광받는 부분이 되었다. 근대적 합리성을 거부하는 철학적 사고, 풍부한 상징성이 뭍어나는 작품을 쓴 하먼 멜빌. 살아생전에는 단순한 해양 탐험 소설을 썼다과 평가되었을런지 모르지만 1920년대에 극적으로 재평가되었고, 현대에 와서는 친구 N. 호손과 더불어 인간과 인생에 비극적 통찰을 한 상징주의 철학적 작가로, 미국이 낳은 가장 위대한 작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역자 : 박경서

영남대학교 동 대학원에서 조지 오웰 문학을 전공해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영남대학교와 부산 가톨릭대학교에서 영문학 강의를 했으며, 번역과 문학 연구에 매진했다. 『코끼리를 쏘다』(실천문학사, 2003), 『1984년』(열린책들, 2009), 『동물 농장』(열린책들, 2009), 『버마 시절』(열린책들, 2010), 『영국식 살인의 쇠퇴』(은행나무, 2014) 등 오웰의 소설 및 수필집을 번역했으며, 『조지 오웰』(살림, 2005)을 저술했다. 그 외 다수의 번역서와 논문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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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지 -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공원국.박찬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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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지』는 시종일관 ‘인재를 적재적소에 쓰는 것’과 ‘사이비 인재 판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소는 사람의 타고난 성정과 재질은 자연스럽게 외부로 드러난다고 말했다. 그럴듯하지만 진짜가 아닌 재질을 가진 사이비 인재를 조심하라고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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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지 -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
공원국.박찬철 지음 / 시공사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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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물지』는 조조의 인사참모인 유소(劉邵)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다양한 인물들을 판별해 내고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용인(用人)술과 지인(知人)술을 집대성한 책이다. 독자가 지금 소개하는 이 책 『인물지』는 공원국, 박찬철 두 저자가 「시공을 초월한 제왕들의 인사 교과서」(이하 『인물지』)라는 부제를 붙여 유소가 쓴 원전을 현대적으로 해설하고 중국 고대 상·주시대부터 명·청시대까지 약 100여 명의 인물을 선별해 그들의 이야기를 용인과 지인의 관점에서 살펴본다. 원전 『인물지』가 전하는 〈인물 파악의 방법〉과 〈사이비 인재를 감별하는 방법〉, 〈인재 자신이 경계해야 할 일〉 등은 2,000 년이 지난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한 메시지임을 두 저자는 말한다. 공동 저자는 편재들이 갖는 성공과 좌절, 또 리더들의 성공과 좌절을 살펴보고 인사에 관한 철학과 기술을 배울 수 있도록 구성, 목차도 재배열했다. 이 책은 인성론과 조직론으로 구성된 의 조직론을 보강해, 각 편의 고사들을 당시의 사회상에 맞추어 배열하고 분석했다.

두 저자는 이 책에서 원소처럼 대단한 배경도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순욱으로 대표되는 뛰어난 신하들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세운 조조는 “능력이 있으면, 도덕적인 하자가 있어도 된다”고 주장했다고 전한다. 한나라 대에 만연했던 허명만 갖춘 인사들의 폐단을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소는 이러한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인재 감별과 등용을 위한 체계를 정리했는데 그것이 바로 원전 『인물지』라는 것이다.

저자들에 따르면 유소는 원전 『인물지』에서 사람마다 타고난 자질과 성정이 다른 이유를 규명하고, 그 사람이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를 파악하며, 그 자질에 따라 그 인물을 어떻게 평가하여 쓸 것인지 등 지인과 용인의 방법을 구징, 체별, 유업, 재리, 재능, 이해, 영웅, 접식, 팔관, 칠류, 효난, 석쟁 등 열두 개의 주제로 나누어 이야기한다. 두 저자는 유소의 『인물지』를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풀이하면서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인사’를 살펴본다. 과거의 사례가 현재의 교훈이 되는 당연한 까닭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기존의 경서들과 달리 지인과 용인에 대한 매우 실용적이고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그가 활동했던 시기는 조조, 손권, 유비가 활약한 『삼국지』의 시대이다. 사실 삼국시대는 과거의 인사 제도의 모순에서 파생한 것이라고 보아도 과언은 아니다. 대체로 전한의 외척과 후한의 환관들, 그리고 상서의 직위를 장악하고 파벌을 형성한 파당들의 인사 전횡은 한나라의 근간을 뒤흔들었다. 결국 이로 말미암아 나라가 위태로워지고 황건적의 난으로 각지의 군웅들이 할거하는 시대에 돌입했다. 대단한 배경도 없이 오직 자신의 능력과 순욱*으로 대표되는 모신들의 힘에 의지해 나라를 세운 조조는 이런 상황을 참을 수 없었음이 분명하다. 결국 조조는 극단적으로 “능력이 있으면, 도덕적인 하자가 있어도 상관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허명만 갖춘 인사들의 폐단을 목도했기 때문일 것이다.

유소는 조조의 능력주의를 포괄하면서 그보다 더 체계적인 체제를 만들어냈으니 그것이 바로 원전 『인물지』다. 그는 다양한 인물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기 위한 원리들을 정리해냈다. 『인물지』는 한나라 이전의 인사 제도에서 수당 이후의 과거제로 가는 중간 지점에 있는 과도기적 저작이다. 그래서 『인물지』에서 다루는 내용은 후대의 도식적인 과거제나 전대의 협소한 인재 추천 관행들보다 더 풍부하다. 오늘날에도 훌륭한 리더의 조건으로 업적 달성 능력, 조직 운영 능력과 더불어 인재 육성 능력을 꼽는다. 즉, 인재 없이는 목표한 업적도, 안정된 조직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 인재를 올바로 인식하고 적재적소에 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모든 리더들이 고민하는 과제다.

* 순욱 : 삼방순욱(三訪荀彧)에서 축약 인용된 말로, 인재를 맞아들이기 위하여 참을성 있게 노력함을 이르는 뜻이다. 중국 삼국 시대에, 조조가 순욱(荀彧)을 세 번 방문한 끝에 그를 얻었다는 데에서 유래한다.

 

 

두 저자의 『인물지』도 이런 고민을 하고 있다. 두 저자는 『인물지』에서 원전 독해와 함께 중국 역사에 등장하는 다양한 인물들과 그들의 ‘인사’를 살펴보고 있다. 고전의 세계는 비록 과거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인류의 사유와 경험을 집적한 지혜의 보고이기도 하다. 고전 읽기는 물론 쉬운 일이 아니지만 실제로 ‘고수’가 되기 위해서는 고전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두 저자는 이번 〈개정판 서문〉을 통해 "요즈음은 사회는 복잡해지는 반면 정보는 비대칭적으로 소유되고 불완전하게 유통된다. 알다시피 중고차 시장처럼 비대칭·불완전정보 시장은 사이비들의 요람이다. 예쁘게 포장된 중고차의 외관은 다 같지만 속은 완연히 다른 것처럼. 그렇다고 속을 알기 위해 차 전체를 해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밝힌다.

요컨대 요즘의 세계는 소수가 다수에게 미치는 영향이 삼국시대 유소가 이 책을 쓸 때보다 커진 데다 사이비가 등장할 조건까지 다 갖춰졌으니, 큰 인사에 한 번 실패하면 해댱 조직은 물론 사회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 부도덕한 금융가 한 사람이 전체 금융시장을 무너뜨리고 어리석은 지도자 한 명이 한 나라를 거덜낼 수도 있다고 두 저자는 강조한다. 『인물지』에서 유소는 "그럴 듯하지만 아닌 일곱 가지 사이비"를 정의하고 이를 "극히 주의하라"고 경계했다. 유소가 정의한 사이비는 시대가 달라도 여전히 적절하다고 두 저자는 단언한다. 이 책에서도 중요하게 많은 지면을 할애해 유소의 원전 원문과 기타 역사에서 거론한 사실들을 들어가며 세밀하게 풀이하고 있다.

길을 잃으면 원점으로 돌아가듯 상황이 복잡할수록 다시 교과서를 펼칠 수밖에 없다. 다행히 인사의 원리는 조직이 커지고 급이 높아질수록 더 단순해진다고 두 저자는 말한다. 어떤 이에게 큰 자리를 줄 때는 그의 말보다 행동을 근거로 하고, 친소나 호오를 버리고 이룬 업적에 따라 일을 주면 될 뿐이다고 설명한다. 두 저자는 버릴 수 없는 또 하나의 원칙을 덧붙인다. "싸울 때 화살과 갑옷이 모두 필요하지만, 조직 안에서는 반드시 갑옷 만드는 이를 화살 만드는 이 위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원전 『인물지』를 쓴 유소는 위나라의 명신으로 조조의 인사참모였다. 원전 『인물지』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아무래도 유소의 삶과 사상에 대해 조금 더 알 필요가 있겠다 싶다. 두 저자도 이 책에서 같은 주장을 하고 당시에 왜 이런 책이 등장했는지를 유소의 삶과 조위(조씨의 위나라) 시기의 시대적 배경을 살피고 있다. 『삼국지』의 기록에 의하면 유소는 원래 조조의 모사들 중 으뜸이었던 상서령 순욱(荀彧)의 관부에 있었다. 순욱은 그의 말을 매우 좋게 여겼다고 한다. 그 후 그는 태자사인, 비서랑, 상서랑, 산기시랑 등으로 승진한다. 여기서 눈여겨볼 점은 그가 권력의 중심에서 기밀과 인사를 처리하는 직책을 역임했다는 사실이다. 상서랑은 황제에게 들어가는 문서를 먼저 검토하는 직위이고, 산기시랑은 황제가 움직일 때 같이 움직이는 비서와 같은 역할이다.

황제가 인재를 구하는 조서를 내리자, 당시의 산기시랑인 하후혜가 유소를 천거하며 이렇게 평했다. "성실한 인사들은 그의 화평하고 방정함에 감복하고, 청정한 인사들은 그의 현묘하고 겸양함을 흠모하고, 문학하는 인사들은 그의 논리의 정치함을 찬양하고, 법리를 다루는 인사들은 그의 정밀한 해석을 익히 알고 있으며, 사색하는 인사들은 그의 깊고 확고함을 알고 있으며, 문장을 쓰는 인사들은 그의 저술, 논변 및 문장들을 사랑하며, 제도를 다루는 인사들은 그의 제도에 대한 인식과 요체를 파악하는 능력을 귀하게 여기며, 책략을 내는 인사들은 그의 명철한 사고와 기미에 통달한 점을 연모합니다.(p.11)

당시의 유소는 학문적으로 이미 인물을 파악할 수 있는 능력을 주위로부터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다. 위에서 유소를 평가한 인물 기준은 『인물지』에서도 모두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인재 유형들이다. 유소는 『인물지』 외에도 『법론』 등 100여 편을 저술했다고 하니 중앙정계에서 정치와 학문을 연결시킨 명사였다고 할 수 있다.

 


 

그 중 반드시 언급해야 할 것이 황제의 조서를 받아 저술한 『도관고과都官考課』라는 저술이다. 이 조서는 위나라 명제 조예의 경초 원년에 내려졌으므로, 제국을 반석에 올리고자 하는 황제의 의중이 그대로 투영된 것이다. 그 제목을 풀면 “관리를 감독하고 성과를 측정한다”는 뜻인데 역시 조씨 위나라의 자신감이 묻어난다. 유소는 소를 올려 이렇게 말한다. "백관의 고과는 왕도정치의 큰 기본이지만, 역대로 여기에 힘쓰지 않아서, 통치의 법전이 완비되지 못했지만 이를 보충하지 않아서, 능력이 없는 자들까지 섞여 들어와 구분하기 힘들어졌습니다." 유소가 말하는 것은 한나라 이래 시행된 중국의 인사제도의 모순을 지적한 것이다. 대체로 전한의 외척과 동한의 환관들, 그리고 상서의 직위를 장악하고 파벌을 형성한 파당들의 인사 전횡은 한나라의 근간을 휘둘렀다. 이러한 배경에서 나온, 학자이면서 인사권의 중심에 있었던 유소의 분석이 집약된 『인물지』는 현대를 사는 우리들에게도 좋은 교과서가 될 것이라고 두 저자는 역설한다.

책에 따르면 『인물지』는 황제와 그 하위의 인사권자를 위해 도식적이리만치 자세하게 인물 파악의 방법을 설명해 놓았다. 인물의 특징, 그 인물을 간파하는 법, 인사권자의 자질, 그리고 인재 자신이 경계해야 할 일까지 조목조목 설명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물지』의 중심은 인성론이고 절반은 조직론이다. 즉, 조직에는 어떤 인재가 필요하며, 그 인재들의 본성은 무엇이고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느냐가 핵심이다. 그러나 저자가 본질적으로 더 강조하는 것은 인성론이다. 『인물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은 매우 명료해서 알아듣기가 쉽다. 이 책의 원문을 한 번 통독해도 얻는 것이 적지 않을 것이라 두 저자는 말한다.

그러나 이 책의 강점인 인성론이 오히려 약점이 될 수 있다. 인성은 그대로라고 하더라도 조직은 오랜 시간을 통해 진화해왔다. 예를 들어 3천년 전 춘추시대의 인사와 오늘날의 인사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혹은 중앙집권제와 봉건제가 섞인 한나라와 거의 완전한 관료제 국가인 청나라의 인사를 동일하게 볼 수 있을까? 쉽게 말하기 어려운 일이다.

 


 

두 저자는 최근 고전을 기반으로 한 인재 활용 서적들이 상당히 등장했다고 언급한다. 그러나 여러 고전의 문맥을 포괄적으로 이해하고, 그 역사적인 맥락에 따라 고전의 의미를 해석하는 수준의 책들은 그리 많지는 않다는 말도 덧붙인다. 그래서 고전에서 무작위로 추출된 이야기들을 현대의 상황에 무리하게 끼워 맞추는 경우가 많았다. 때로는 현실을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기 위해 고전을 이용하는 경우도 생겼다. 물론 이런 방식도 큰 도움이 되겠지만, 더 큰 맥락을 잡고자 하는 사람들의 욕구는 충족시키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인물지』라는 고전을 좀더 현대적인 의미로 살릴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두 저자는 『인물지』의 인성론을 가지고 한 권의 계통성 있는 작은 인물사를 만들 생각을 했다고 한다. 우선 『인물지』의 각 항목과 부합하는 중국 역사상의 고사들을 취합하되, 중구난방식이 아니라 계통성 있게 만들어 내는 것이었다.

두 저자는 『인물지』의 각 편의 고사들을 당시의 사회상에 맞추어 배열하고 분석했다. 말하자면 ‘요약한 중국사의 인사편’, 혹은 ‘인사로 본 중국사’ 정도가 되겠다. 이를 통해 『인물지』의 조직론을 보강하여 『인물지』의 영역을 넓히려고 시도했다. 그래서 상고 시절의 이상적인 인사에서 시작하여 춘추전국시대로 나가고, 진한대의 극적인 국면에서의 인사를 검토한 후, 또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삼국시대의 군웅들의 인사로 나아가고, 대 혼란기인 5호16국과 남북조시대 및 재통일 정권들인 수와 당의 인사를 살핀 후, 특이한 문치 시대를 만든 송의 인사와 그리고 거친 초원 민족들의 활달함을 보여주는 요ㆍ금ㆍ원의 인사를 대비시켰다.

이후 환관들의 도움을 받아 황제의 전권을 이룩한 명대의 인사와 또 중원에 새 활력을 불어넣은 청조의 인사를 함께 살피면서 마무리했다. 각 시대마다 왕조가 처한 상황과, 사회의 기본적인 성격이 차이가 있었기에 인사의 유형도 차이가 있었다. 물론 차이의 이면에는 변함없는 인사의 원칙들이 놓여 있었다. 이 시기들을 따라가며 함께 인사를 고민한다면 적지 않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두 저자는 주장한다.

 


 

이 책은 모두 4부 12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총론: 인재를 알아보는 첫 단계〉, 2부 〈인재의 분류와 용인의 기술〉, 3부 〈지인의 기술〉, 4부 〈결어〉이다. 1부에서는 1장 「드러나는 것으로 재질을 알아볼 수 있는가-구징(九徵)」에서 '인물의 성정과 재질의 아홉 가지 형태'와 '인재의 다섯 가지 등급'에 관해 설명한다. 2장 「사람의 재질은 왜 차이가 나는가-체별(體別)」에 대한 설명이다. '사람마다 타고나는 성정이 있다' '성정에 따라 하는 일에도 장단이 있다' '유약한 사람의 지혜는 두렵지 않다' '한 가지 재질에 치우친 성정은 바뀌기 어렵다' '인물 알기의 어려움과 묘미' 등을 말한다. 3장은 「인재는 재질과 유파에 따라 분류할 수 있는가-유업(流業)」에 관한 기술이다. '덕·법·술, 각 방면의 최고 고수: 청절가, 법가, 술가' '덕·법·술의 재질을 모두 갖춘 최상의 인재: 국체, 기능' '덕·법·술, 각 방면의 지류: 장비, 기량, 지의' '기능별 전문가들: 문장, 유학, 구변, 웅걸' '사람을 아는 것이 군주의 도다' 등으로 나뉘어 설명한다. 또 4장에서는 「인재는 말하는 능력으로 구분할 수 있는가-재리(材理)」에 대해 말한다. 이 장에서는 '사이비 인재의 일곱 유형'에 대해 풀이하고 있다. 관심 있는 독자들은 두루 살펴 적용해볼 만하다는 것이 독자의 심경이다. 5장은 「어떤 인재를 어디에 배치할 것인가-재능(材能)」에 관한 설명으로서 '적재적소'라는 낯익은 단어로 설명되니 이해하기 쉽다.

6장은 「인재를 쓸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가-이해(利害)」편으로 '덕·법·술'의 장단점을 모두 자세히 적시함으로써 인사권자의 올바른 사용을 꾀한다. 7장은 「어떤 인재가 성과를 내는가-영웅(英雄)」을 설명하고, '영웅은 지혜와 힘의 결합'이라고 표현한다. '영(英)'과 '웅(雄)'의 글자 풀이로부터 이 말의 유래까지도 함께 알 수 있는 재미도 있다. 8장에서는 「왜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어려운가-접식(接識)」에 대한 설명으로 '자기 기준으로 사람을 평가할 때 생기는 오류'에 대해 자세히 언급한다. 8장은 「인재를 감별하는 여덟 가지 방법은 무엇인가-팔관(八觀)」에 대해 '전후 관계를 살펴 사이비를 알아내는 법' '자애와 공경의 태도를 살펴 소통하는지를 알아내는 법' '감정의 미세한 움직임을 살펴 군자인지 알아내는 법' '단점을 살펴 장점을 알아내는 법' '총명함의 정도를 살펴 수준을 알아내는 법' 등을 자세히 기술하고 있다. 10장은 「인재를 감별할 때 흔히 범하는 오류는 무엇인가-칠류(七繆)」로서 '명성' '자신의 기준' '포부의 크기' '성취' '배척' '지금 상황으로 판단'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는 7가지 오류를 말한다. 11장은 사실상 마지막 장으로 「왜 인재 발굴과 추천이 어려운가-효난(效難)」, 12장의 경우 「진정한 인재는 어떤 사람인가-석쟁(釋爭)」을 다룬다. 특히 12장의 석쟁은 "다투지 말라"는 뜻으로 자기의 공을 앞세우거나 자랑하지 말라, 이기기를 좋아하지 말라 등의 겸손과 "자신에게 엄격하고 타인에게 관대하라"는 공자의 말이나 "겸양", "공은 이룬 후 물러서라"는 등 공자의 가르침과 매우 흡사한 부분이 많다.

 


 

동서고금, 모든 리더들이 인재에 대해 고민하는 이유는 좋은 인재를 찾아 쓰기 위함이기도 하지만, 사이비를 가려내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2,000여년 전에 쓴 인사 교과서 책이 오늘날까지 유효하다는 것은 어찌 보면 고전이 될 정도로 책을 잘 쓴 것보다 오히려 그때보다 사회가 더 복잡해지고 어려워지면서 사이비가 더 많아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두 저자는 사이비이기에 드러나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원전 『인물지』와 함께 두 저자의 『인물지』에서도 강조하고 있는 점이다. 바로 겉으로 넘친다는 것이다. 사이비들은 대체로 ‘막힘없는 듯’, ‘박식한 듯’, ‘타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하다가, 막상 궁지에 몰리면 ‘응답하지 않거나’ ‘이해했다고 하거나’ ‘물 타기’를 시도해서 비기려고 한다. 이런 사이비들은 내실이 없는 데도 말이 화려해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마치 유능한 사람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특히 이들에게 현혹되어 중책을 맡겼을 경우 그 폐해는 예나 지금이나 상상 이상이다. 이 책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혹세무민하는 사이비의 다양한 유형은 『인물지』가 선사하는 또 다른 재미다.

 

저자 : 공원국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교 국제대학원에서 중국지역학을 공부했으며, 중국 푸단대학교에서 인류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사인류학자의 시각으로 대안적 세계사를 제시하기 위해, 중국과 중앙아시아를 비롯한 유라시아 초원 지대에서 현지 조사를 진행하며 《유목, 세계사의 절반》(가제)을 집필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10년간의 대장정 끝에 집필한 《춘추전국이야기》(전 11권), 《귀곡자》(공저), 《인문학자 공원국의 유목문명 기행》, 《굴욕을 대하는 태도》(공저), 《가문비 탁자》, 《나의 첫 한문 공부》, 《옛 거울에 나를 비추다》, 《유라시아 신화 기행》, 《통쾌한 반격의 기술, 오자서 병법》, 《여행하는 인문학자》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하버드 C.H. 베크의 세계사 1350~1750》, 《조로아스터교의 역사》, 《말, 바퀴, 언어》, 《중국의 서진》 등이 있다.

 

저자 : 박찬철

서울대학교 동양사학과를 졸업하고, 출판기획사 Culture Map을 운영하며 중국 관련 콘텐츠를 개발, 번역한다. 동양고전을 비롯한 역사 인물과 사례 등을 통해, 진지하지만 다른 시각을 담은 담론과 교훈을, 때로는 실재하는 우리 삶에 유용한 메시지를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을 탐구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귀곡자》(공저), 《굴욕을 대하는 태도》(공저)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나를 지켜낸다는 것》, 《세계사를 바꾼 15번의 무역전쟁》, 《주역의 정석 1》, 《참모의 진심, 살아남은 자의 비밀》, 《운이 스스로 돕게 하라》, 《사람을 품는 능굴능신의 귀재, 유비》, 《판세를 읽는 승부사, 조조》, 《자기통제의 승부사, 사마의》, 《마음을 움직이는 승부사, 제갈량》, 《격탕 30년: 현대 중국의 탄생 드라마와 역사, 미래》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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