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포크라시 - 히포크라테스를 배신한 현대 의학
레이첼 부크바인더.이언 해리스 지음 / 책세상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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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오랜만에 의학 책을 만난다. 이 책 『히포크라시』은 몇 년 만에 처음 읽는 의학서이다. 의학서라기보다 사실은 자연과학자, 의사, 혹은 의학 관련 종사자들이 읽어야 할 관한 책에 가깝다. 인체의 구조나 질병, 치료 등에 관한 이야기가 실려 있는 게 아니라서 하는 말이다. 표제어 '히포크라시(Hippokrasy)'도 부제 「히포크라테스를 배신한 현대 의학」에서 알 수 있듯이 표제어는 히포크라테스와 '위선'을 뜻하는 말로 이루어진 신조어이다. 의학은 과학이다. 그렇다면 현대 의학은 당연히 현대 과학…이 맞을까? 두 저자 레이첼 부크바인더와 이언 해리스는 이 책에서 과학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는 현대 의학의 문제점들을 철저하게 고발한다. 출간 즉시 의료계에 큰 화제가 됐던 이 책은 호주 및 전 세계 의료계에서 존경받는 두 의사가 쓴 것이다. 이 책은 철저하게 과학적으로 증명된 것을 근거로 삼는 ‘증거 기반 의학’을 토대로, 최신 연구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관행에 따르는 의료계를 비판한다. 이 책은 널리 알려진 의학적 오해와 과거의 시행착오부터 최신 연구 결과에 이르기까지 의료의 역사를 아우른다.

두 저자는 이 책의 제목처럼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바탕으로 의료계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변화를 촉구하며 의사와 환자 모두의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청사진을 그린다. 그들이 그리는 청사진은 기존 현대 의료 비판서와는 다르다. 이 책에서는 과도한 영리 추구로 타락한 의료 ‘시스템’만을 고발하는 다른 책과는 달리, 과학적 증거가 미비한 의료 행위가 만연하고 이를 비판 없이 행하는 의사들을 함께 겨냥한다. 이를 통해 기존 비판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의료 윤리적 담론을 형성한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최근 경험한 독자 개인의 일과 히포크라테스에 대해 더 배우고 깊이 생각해볼 기회를 갖게 된 것도 행운이고 행복하다.

 


 

독자는 의사에 대한 신뢰가 굉장히 높은 편이다. 의학을 알거나 의사들의 능력을 알아서기보다 개인적인 일이지만 작고하신 아버지가 어렸을 때 꿈이었고 결국 이루지 못한 의사에 대해 무한 동경심을 갖고 있고, 친구들 중에는 의사나 의학계에 계신 분들이 많았을 정도로 의학에 큰 관심을 갖고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가 의학에 꿈을 두던 시절엔 일제 강점기라 한국인(조선인)들에게 의사가 되기 위해 의대를 졸업하고 의학을 공부하기에는 너무 힘들었던 모양이다. 일본의 큰 대학이나 한국의 경성제국대학(지금 서울대학교 전신) 뿐이었으나 경성제국대학의 의대도 결국 돈 많은 친일 귀족 계급이나 쳐다볼 수 있는 벽이 높았다고 한다. 결국 포기하고 사범학교로 진로를 바꿔 결국 교유계에 계셨다. 그러나 아버지는 의사가 늘 부러웠던 것 같기도 하다. 당인이 의사가 아니지만 의학계 친구가 꽤 있었다. 의사가 되고 싶었던 것도 아마 할아버지의 이른 사망이 원인이었던 듯하다. 독자의 할아버지는 아버지가 어렸을 때 지금으로서는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는 고혈압에 의한 심장마비가 아니었을까 추측하셨을 뿐이니까.

또 아버지는 당신의 몸이 건강한 편이 아니어서 더 의사가 되려는 꿈을 가졌던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는 것은 아들로서의 독자 개인의 추정일 뿐이다. 아버지는 아들인 독자에게 단 한 번도 의대에 갈 것을 요구하거나 제안을 하지 않으셨다. 아버지는 혈압도 높고, 당뇨도 조금 있는 만성질환자로서 평생 병원에 들락거리시며 사셨다. 큰 병은 아니지만 철저한 자기 관리와 꾸준한 약물 치료, 적당한 운동 등을 평생 병행하셨다. 좋아하던 술과 담배도 의사의 권유에 의해 평생 금했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아버지가 40대 초반의 일이다. 이후 평생 어긋남이 없이 생활했다. 의사의 권유가 평생 삶의 기준이 된 것이다. 그만큼 의사에 대한 신뢰도가 높으신 분이었다. 알게 모르게 독자도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생각된다. 독자 역시 의사는 아니지만 의사에 대한 신뢰감이나 맹신에 가까울 정도로 의사들의 치료 행위를 믿는다.

 


 

그러다 독자의 맹신에 결정적 금이 가는 한 사건에 부딪쳤다. 아버지가 파킨슨씨 병이라는 판정을 받고 입퇴원을 세 번 반복하며 치료해 왔다. 1차의료기관인 대형 병원이다. 그러던 중 평소 불편을 끼치던 전립선비대증에 관한 수술 이야기를 주치의로부터 들었다고 한다. 그리고 수술을 하고 싶다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어머니는 두 말 없이 수술을 해달라고 병원에 요청했다. 아버지가 결정한 것은 주치의의 말을 듣고 했고, 수술동의서는 주치의 밑의 전공의가 와서 받아갔다. 주치의는 아버지에게 전립선비대증을 수술로 고칠 수 있는 신형 의료기를 수입해 왔다고 수술을 하겠느냐고 의사를 타진했다고 한다. 연세가 80인 노인에 당뇨와 부정맥이란 심장질환도 겹친 노령의 파킨슨씨 병자에게 수술을 권유하다니. 지금 같아서는 동의하지 않았거나 어쩌면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의료 지식도 전혀 없는 데다 외국의 신형 의료기기를 들여와 수술 장면도 환자가 앉아서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을 정도로 최점단 신형 의료기라고 의사를 신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수술은 이뤄졌고, 수술 일주일 만에 중환자실로 옮겨져 며칠 만에 숨졌다. 파킨슨씨 병으로 신경외과였던가 할 정도로 의료기관이나 의료절차 등에 무지했다. 독자로서 반성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 황망스런 가운데 의사를 찾아가는 길에 엘리베이터에서 만났다. "몇 말씀 듣고자 찾아뵈러 가던 중"이라고 하자 의사는 대뜸 화를 냈다. "뭘 물어보신다는 거예요? 내가 수술을 잘못했다는 것을 따지겠다는 이야기예요."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을 남기고 치료진을 이끌고 왕진을 가버렸다.

미심쩍고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어서 정확히 알고자 문의를 하려던 것이 오히려 무안 당하고 말았다. 의료 사고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 처음 들여왔다는 의료기기라면 당연히 그 의료기기로 수술을 처음 해보는 것일 것이다. 그리고 80세의 노인환자에게 그런 수술을 권유할 수 있었는가 등 불안감과 불만이 함께 섞였다. 그러나 상을 당한 상주의 입장이라 이래저래 계속해서 알아보러 다닌다는 것은 불가능했다.

 


 

왜 독자의 개인적인 일을 서평란에 자세히 적었냐면 이 책에서 두 저자가 지적하는 '과잉진료'나 '문제 치료하기' 등의 문제와 직결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서다. 독자는 히포크라테스를 이 책 저 책 읽어서 꽤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모든 의사들이 대학 졸업 후 의사로서 첫발을 내딛기 전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한다고 들었다. 히포크라테스 선서문에는 의사로서 명에와 의무, 권한과 의료 행위에 대한 겸허함과 맹세 등으로 이루어졌다고 들은 바도 있다. 뿐만 아니라 철저한 개인 신상 보호 의무도 들어 있는 것으로 안다. 독자로서는 선서문 전체를 처음 본 것이 이 책의 맨 앞에 나와서이다. 그 선서문에 기초해 이 책 『히포크라시』도 이루어져 있다. 이 책은 모두 10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무엇보다 해를 끼치지 말라」, 2장 「과학이 중요하다」, 3장 「과잉 치료」, 4장 「온정과 공감」, 5장 「나는 모른다」, 6장 「탄생과 죽음」, 7장 「문제 치료하기」, 8장 「예방」, 9장 「정상의 의료화」, 10장 「치유」 등이다.

두 저자는 이 10개 장의 문제가 현대 의학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히포크라시'라고 지적한다. 최근 의사조력 자살, 의료화, 간호법 등의 문제가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기저에는 의료 윤리를 비롯한 의료계 불신 정서가 있다. 일반 대중은 의사가 대체로 과학적 원리에 따라 의료 행위를 한다고 여기지만, 실제로 의사가 지시하는 검사와 처방하는 치료의 상당 부분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거나 증거가 미약하다. 임상만을 전가의 보도로 취급할 수는 없다는 의미다. 예를 들어, 관절 치환술, 척추 유합술 등 대표적인 14가지 수술의 효능성을 연구한 결과 수술을 하는 것이 하는 것보다 나을 바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비롯해 과학적 증거가 있는 데도 많은 의사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거나 이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다.

 

 

이 책의 두 저자는 이러한 사실을 바탕으로 과학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언급한다.(2장) 철저한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과잉 치료(스텐트 삽입술)과 과잉 진단(갑상선암 선별검사)의 예를 보여주면서,(3장) 환자에게 무감하며(4장) 자신의 의료적 실패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개선을 거부하는 의사들의 행태를 비판(5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실제 예시들은 의사뿐만 아니라 (예비) 환자들 역시 곧 마주할 수 있는 ‘건강 위기’에 당황하지 않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해준다. 이 책은 의사 개인뿐만 아니라 시스템까지도 조명한다. 6장과 7장에서는 출산과 최근 의료계의 뜨거운 화두인 의사 조력 죽음의 과도한 의료화를 다룬다. 10장에서는 이러한 비판에서 나아가 환자, 의사, 의료계, 제도권 등 다양한 의료계 주체가 각자 취할 수 있는 해결책을 내놓는다. 저자는 이러한 내용은 모두 ‘과학에 근거’해야 함을 거듭 밝힌다.

두 저자의 말처럼, “많은 이들이 현대 의학에 만연한 유해성과 과잉 치료를 인식하고 글을 썼다.” 실제로 과잉 치료, 의료적 위해, 과잉 진단과 같은 문제는 꾸준히 제기되었다. 하지만 이 책은 단순한 시스템 비판이 아닌, 개인 차원에서의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실제로 이 책은 주로 두루뭉술한 ‘시스템’보다 구체적인 ‘사람’을 겨냥하며, 환자부터 의사, 언론, 정부 등 각 주체가 할 수 있는 방침을 제시한다. 요컨대 이 책은 과학적 증거가 미비한 의료행위가 만연하고 그것을 맹목적으로 행하는 의사들이 환자와 사회에 해를 끼치고 있다는 관점으로 현대 의료의 문제를 파헤친다. 과도하게 영리를 좇다가 타락해버린 의료 시스템을 고발하는 다른 책들과 구별되는 지점으로, 이 책이 윤리적으로 한 차원 더 높은 감각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두 저자는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 "오늘날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인간의 건강을 크게 위협하는 것 중의 하나가 되어버렸다."고 지적한다. 듣기에 따라서는 섬뜩하기도 하고, 과연 의학계에서 가만히 듣고만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탄 발언이다. 두 저자는 "의사이자 연구자로서 우리 두 저자는 의학의 상당 부분이 애초에 하기로 했던 일, 즉 건강 개선이라는 일을 하지 않고 있음을 경험으로 안다. 현대 의료는 대중이 의료에 접하는 횟수를 극대화하면서 끊임없이 처방, 수술, 검사, 스캔하도록, 또 과학보다 사업을 우선시하도록 설계되었다."고 말한다. '오늘날 의사가 돈을 따라 치료할지 말지를 결정한다' 즉 돈 있는 사람은 절대 죽지 못하게 치료하고, 돈 없는 사람은 빨리 죽게 치료한다"는 근거없는 말이 나올 정도로 돈과 자본주의 시스템에 예속되어 버렸다는 대중적 인식에도 책임은 결국 의료계에 있다는 지적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의료계는 옛날 도제식 방식의 의사 양성의 모습을 보인다는 사실은 의사끼리의 결속력과 그의 직업적 자부심마저 결합돼 어떤 일이 이루어지든 자신들의 결정을 존중하게 되는 철옹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두 저자는 지난 200여년에 걸쳐 건강과 기대 수명 면에서 보인 주된 발전은 현대 의학 덕분이 아니라 깨끗한 물 공급, 상하수도 분리, 충분한 식량 확보, 전쟁 억제 등 공중보건과 정치 및 산업의 성취 덕분이라고 의학의 기여에 대해 부정한다. 물론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닐 터다. 그러나 오늘날 인식하는 것처럼 완전 의학에 의해 '100세 시대'가 열렸다는 것은 올바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뿐만 아니라 의료가 보편적으로 혹은 지속적으로 건강이나 삶의 질을 개선한 것은 아니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는다. 상당 기간의 임상 경험, 진단과 치료, 연구와 상담 등을 거쳐 두 저자가 내놓은 주장은 획기적이지만 실현 가능할지에 대해 왜 불안감이 들까? 의료계가 그만큼 시스템으로 정교하게 복마전화된 탓일까? 더 지켜볼 일이다.

 


 

과학적 탐구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의사는 기존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의 의료 행위를 뒷받침하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한지 판단해야 한다. 현재 어떤 검사나 치료가 정당하다고 인정되는지 질문하는 것으로 시작해야 하고 그다음 ‘다른 대안과 비교해 이 검사 또는 치료를 지지하는 증거는 무엇인지’ 물어야 한다. 의사는 또한 증거가 존재할 때 그것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실무와 관련된 가장 타당하고 관련성 높은 연구를 찾기 위해 과학 문헌을 능숙하게 검색할 줄 알아야 한다. 체계적 검토연구를 비롯해 많은 진료 지침과 요약문을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정보들을 신뢰할 수 있는지 판단하기 위한 평가 기술도 갖춰야 한다.(p.320) - 「10장 치유」 중에서

 

저자 : 레이첼 부크바인더(Rachelle Buchbinder)

호주의 류머티스 전문의. 호주 국립보건의학연구소NHMRC 수석연구원이자 모내시대학교 역학 및 예방의학 교수로 있다. 류머티스학자이자 임상역학자로서 근골격계 질환과 관련된 광범위한 프로젝트와 임상 실습을 아우르고 있다. 6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여, 전 세계 의학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0년에는 역학과 류머티스학 연구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호주 국민훈장을 받았다.

 

저자 : 이언 해리스(Ian Harris)

뉴사우스웨일스대학교 의과대학 정형외과 교수이자 시드니대학교의 명예교수로 있다. 관절경 수술, 외상 및 골절에 관심을 두고 있다. 증거 기반 의학을 연구하며, 3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2015년에는 정형외과학 분야에서 세운 공로로 호주 국민훈장을 받았다.

 

역자 : 임선희

예방의학 전문의이자 노인의학 인정의. 국립암센터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에서 근무했다. 현재 에이스산업보건연구소에서 노동자 건강을 관리하고, 가톨릭대학교 생명대학원에서는 의료윤리를 가르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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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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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 진리를 확인해주는 팬클럽 회원들의 캐릭터가 돋보이고 그들은 결국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이들의 자기 극복 이야기를 완성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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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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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S가 토크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무대서 노래를 부르기 전 너무 떨리고, 노래 가사마저 잊는 것 아닌가 하는 상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독자는 이 상황을 TV를 통해 우연히 목격했다. 얼마 전 읽었던 이 책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 책에 나오는 인기 절정의 한 연예인 자살 사건이 머리를 스친 것이다. S 가수는 이후 8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상담과 약물 치료로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무대에 서지 않은 데 대대 심한 추측성 댓글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고 토크쇼에서 밝혔다.

S 가수가 경험했던 상태를 의학계는 증세로 보고 누구에게나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신의학계에서는 'phobia(포비아)'라고 이 같은 증세를 설명한다. 영어로 풀이한다면 ‘strong unreasonable fear’를 의미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매우 강력한 두려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비아'란 용어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적을 놀라게 하던 전쟁의 신 포보스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우리말로는 공포증(恐怖症)이다. 증(症)이란 정상을 벗어난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공포증이라는 말은 13세기 철학자들이 악마공포증 등에서 처음으로 사용했고, 19세기에 이르러 정신과학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포증이란 현실성 없는 특수한 종류의 공포로,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다고 정신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서둘러 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공포증은 당사자가 아닌, 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감정』에 따르면 공포증에는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등 세 가지가 있다. 특정(specific)공포증은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공포의 대상은 크게 뱀이나 거미와 같은 동물, 높은 곳이나 물과 같은 자연환경, 혈액이나 주사, 비행기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상황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빈도별로는 비행기, 엘리베이터, 다리, 밀폐된 공간 등과 같은 상황이 가장 흔하고, 다음으로 자연환경, 혈액·주사, 동물 순서이다. 또 공포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계단공포증이 있었고, 로마의 시저는 어둠공포증이 있었고, 셰익스피어는 고양이공포증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 전 수면제 과다 주사로 숨진 마이클 잭슨은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극도로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지만 말을 무서워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정공포증은 일반인의 10%에서 나타나는데, 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의학계는 말하고 있다.

 

이선오. 지금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선오를 떠올릴 것이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하여 수많은 팬이 존재한다. 다른 연예인의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선오의 과거를 캐서 흑역사를 찾으려고도 했지만,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혀를 내두르며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인 셈이다. 그런 선오의 인성은 그 누구보다 문혁이 잘 알고 있었다.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절친이었으니.(p.17)

 


 

특히 연예인 뉴스에 종종 나오는 대중 스타들의 경우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가 자기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훨씬 강하면 무대공포증을 경험하게 된다고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이것도 사회공포증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가수나 배우들은 공연 중 가사나 대사가 생각나지 않을까 봐 불안해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무대공포증이 된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파바로티 같은 대스타들도 종종 심한 무대공포증을 느꼈다고 하고,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뉴욕 공연에서 가사를 몇 번 잊어버린 실수를 한 뒤에는 심각한 무대공포증이 생겨 27년 동안 라이브 공연을 못 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S 가수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지 소설 속 연예인 이선오와 동일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포증, 특히 연예인의 공포증만을 한정해서 독자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생각일 뿐임을 독자들은 먼저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 책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 이선오의 숨진 채 발견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해 수많은 팬이 존재하는 그는 명실상부 톱스타다. 다른 연예인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의 흑역사를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가 바로 이선오다. 그런 이선오가 어느 날 새벽 숨진 채 발견된다. 발견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과 거주지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자살을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 선오의 옛 친구인 문혁과 아린, 그리고 아린을 중심으로 모인 선오의 팬클럽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은 선오가 숨진 날 새벽 문혁에게 남긴 메시지를 근거로 선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지도 모른다고 추리한다.

 


 

“여전히 외우고 있어. 네가 써 준 모든 대사를.” 선오의 메시지는 문혁이 예술고 시절 선오를 주인공으로 쓴 극본 〈오필리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7년 만에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선데이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의 멤버들의 이력이 다양하고 독특하기까지 하다. 성공한 로맨스 소설 작가 아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복싱 선수 출신 주리, 천재 공대생 연모, 전직 연극배우 지찬, 그리고 한때 연출가를 꿈꿨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된 문혁. 수사대로 보자면 오합지졸이고 소설적으로 보자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뭔가 일을 내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이 다섯 사람은 매 작전마다 최고의 ‘케미‘를 선보이며 사건의 핵심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팬심으로 노는 SNS는 한정됐거든요. 그중에 삼대장은 공식 카페가 위치한 포털 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이 삼대장만 잘 노려 살피면 대부분 알아낼 수 있어요. 공카에서 집착하거나 자극적인 게시글을 올린 이들 수소문, 그리고 그 아이디나 말투 등을 트윗과 유튜브 댓글로 검색. 아, 트위터야 워낙 유명하지만 유튜브도 만만치 않아요. 렉카들 판치니까. 얻어걸리는 일도 있어서.”

점점 자신감이 붙는 말투였다. 연모가 잠깐 주리를 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카 집착 팬, 트위터 집착 팬, 유튜브 집착 팬. 아무튼 집착하는 인간들이 문제죠. 금방 나와요. 사생만 찾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연모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에 비공개 트위터 계정이 떠올랐다.

“……또 찾았네요.”(p.195)

 


 

절대 자살할 수 없다는 정황을 믿고 수사(?)에 뛰어든 다섯 멤버들로 뭉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엄성용 작가와 안전가옥이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공포 소설로 데뷔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해온 저자는 안전가옥에서 기획, 출간한 앤솔로지 『빌런』에 단편 〈치킨 게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치킨 게임〉은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로 닭에 대한 통념을 이용하고 비틀면서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겨냥한 SF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이번에 출간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자 작가의 장기인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로맨스, 액션 등 여러 장르를 접목한 복합적인 장르물이다.

이 소설 작품을 프로듀싱한 임미나 스토리 PD에 따르면 작가가 오랜 시간 구상했던 '포비아' 약물이 장르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프로듀싱하는 자신도 푹 빠져 작가와 즐겁게 개발한 이야기였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진행적인 포비아 약물 사건이 독자들의 피를 데운다면 과거에 있었던 문혁과 선오의 일들은 서늘하면서도 서정적인 텐션을 유지한다면 꽤 긴 여운을 남길 것으로 자신했다고 밝힌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인간의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포비아‘ 약물이다. 다섯 명의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 선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음모의 끝에는 바로 이 포비아 약물이 있다.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선오의 전 매니저 장태진, 소속사 본부장 전희서와 비서 황진수, 선오의 라이벌로 꼽히던 연예인 레이와 그 소속사 대표 나원일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또한 개성 강한 다섯 멤버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작전을 성공시키는 과정은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톱스타 선오와 옛 친구 문혁의 관계다. 선오와 문혁, 아린은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늘 붙어 다니던 삼총사였다. 세 사람은 문혁인 쓴 극본 〈오필리어〉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하지만, 어느 날의 일을 계기로 멀어지게 된다. 문혁의 회상 속에서 전개되는 선오와의 에피소드들은 이야기에 서정성을 부여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때 누구보다 절친했던 그들은 왜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마지막 챕터까지 읽고 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느끼게 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는 팬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자신의 난관을 헤쳐 나간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라틴어 격언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Omnia vincit amor)‘.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뜨겁게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문혁이 뚫어져라 선오를 쳐다보았다.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가슴 한구석이 탁 막힌 느낌이다. 문혁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오필리어여. 나는…….”

“저를 사랑하나요?”

“나는…….”

“저를 사랑했었나요?”

“당연히. 내 사랑은 언제나 당신이었소.”

약을 타 가지고 돌아온 아린이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오가 눈을 감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오가 눈을 뜨더니, 그대로 문혁을 보며 씩 웃었다.(p.219)

 


 

주리가 상체를 숙이더니 빠르게 돌진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주리에 놀란 경호원 중 하나가 팔을 내밀었지만, 순식간에 위빙으로 피한 주리가 허리를 틀며 그대로 경호원의 턱을 라이트훅으로 갈겼다. 턱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휘청거리던 경호원이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나머지 경호원과 레이가 놀란 눈으로 주리를 쳐다보았다. 쓰러진 경호원보다 덩치가 더 큰 경호원이 양팔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주리가 씩 웃었다.

“복싱? 누구 앞에서 지랄이야!”

주리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경호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워낙에 덩치가 컸기에 위압감을 느낀 주리가 뒤로 잠깐 물러섰다. 카운터펀치를 노리는 순간, 덩치의 목이 꺾이며 기괴한 비명이 룸 안에 울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주리가 놀라며 아린을 쳐다보았다.

“와…… 언니 방금 뭐예요?”

“하이킥. 나 킥복싱 유단자야.”(p.234~235)

 

저자 : 엄성용

 

공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의 창립 멤버 7인 중 하나이다.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쓰지만, 데뷔는 공포 소설로 시작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단편집에 참여했고, 장편 무협 소설 《무당 대사형》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하여 225화로 완결했다. 브릿G×네이버 YAH! 문학 공모전 가작,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제4회 대한민국 창작 소설 공모대전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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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살
이태제 지음 / 북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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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푸른 살』은 지구의 근미래 즉, 곧 다가올 시대의 이야기다. 이 책에 설정된 세상에서는 누군가의 심중을 아무나 손쉽게 상대를 파악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외양만 봐도 그 사람이 나쁜 사람인지 착한 사람인지 바로 알 수 있다. 한편으로 굉장히 합리적인 세상인 것처럼 들린다. 그러나 이 세상은 '디스토피아'라 불리운다. 저자 이태제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런 말을 남겼다. "누군가를 죽도록 미워하게 되었던 어느 날, 나는 일기에 이런 말을 썼다. ‘미리 알 수 있게 사람들 얼굴에 낙인 같은 게 찍혀 있었으면 좋겠다. 착한 사람, 사랑해도 괜찮은 사람,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을 사람····’ (중략) 하지만 누구도 확신할 수 없다. 나조차 나를 모르는데 누가 알까. 상대를 일단 처음부터 무조건 사랑해보는 수밖에 없다. 그만큼 후유증이 클지라도."

이 작품은 ‘푸른 살’에 잠식된 인류의 ‘디스토피아’적인 세계를 펼쳐 보이는 동시에, 탈옥한 세 인디고를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독자에게 긴박함을 선사한다. 푸른 살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 인간은 식물화하여 청나무로 변하게 된다. 무단으로 생장한 청나무를 처리하는 휴머노이드 ‘레미’와 눈앞에서 엄마가 청나무로 변하는 장면을 목격한 인간 아이 ‘동수’가 세 인디고에게 납치된다. 그리고 폭력성에 무조건적으로 반응하는 푸른 살 때문에 선한 의도를 가졌음에도 남들보다 커다란 푸른 살을 지닌 채 살아야 하는 인간 형사 ‘드레스덴’이 그들의 뒤를 추적한다. 그리고 드레스덴 앞에 세상으로부터 존재가 완전히 지워져버린, 수많은 비밀을 간직한 사이보그 ‘한결’이 ‘아이버스터’를 검거하기 위한 협상가로 한국으로 파견된다.

 


 

이 책에 나오는 색깔은 '파란색'이다. 지구를 외계에서 보면 푸른 빛으로 빛나는 아름다운 행성이다. 때문에 지구를 상징하는 색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2035년, 아프리카대륙 남단에 운석이 불시착하면서 지구에 사는 생명체 특히 인간의 운명이 바뀐다. 그 운석에 묻어온 외계생물체가 인간의 뇌에 기생하며 폭력의 자극에 노출될 때마다 마치 종양처럼 푸른 살이 커지게 된다. 그리고 60년 후, 푸른 살이 개인의 폭력성을 통제하는 생물학적 규제 수단으로 작용하며 폭력 범죄는 경이로운 속도로 세상으로부터 사라진다. 푸른 살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이해된다.

앞서 언급한 '인디고'는 탈옥한 사람들처럼 온몸이 파란 살로 덥힌 사람들이다. 즉 범죄를 저질러 법에 의해 감옥에 가뒀지만 탈옥해 이들을 추적하는 과정을 통해 소설의 극적 긴장감을 더한다. 인디고(indigo)란 원뜻은 일년생 초본식물인 쪽 또는 남(藍, 학명 persicaria tinctoria)의 영어 명칭이며, 그 어원은 원산지 인도에서 유래했다. 특유의 남색을 띠는 유기 화합물로서 식물이나 동물에서 얻을 수 있는 천연 염료(natural dye)이다. 근대 이전에는 푸른빛을 띄는 염료가 없었기 때문에 귀중하게 취급되었다. 오늘날에는 화학 합성을 통해 대량 생산이 가능해서 값이 저렴해졌고, 특히 청바지의 염료로 많이 사용되는데 이외에도 비단이나 울 같은 동물성 직물의 염색에도 사용된다.(화학백과)

신화에 따르면 그리스·로마에서 선호되었던 색은 빨강, 검정, 노랑, 흰색이었고, 로마에서는 특히 청색을 기피했다. 로마인들은 청색을 어둡고 미개하며 세련되지 못한 색으로 인식하고 사용하지 않았다. 또한 청색 의상은 품위가 없는 것으로 여겨졌고 제국 초기에는 장례의상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여성의 경우 정숙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기도 했고, 심지어 무지개에서도 청색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하기도 했다. 중세 사회 역시 기독교에서도 검정, 흰색, 빨강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했다. 12세기 들어 색에 대해 호의적이었던 중세의 고위 성직자 중 쉬제(1081~1151)가 생 드니 수도원을 재건축하면서 청색을 신성한 천상의 빛, 모든 창조물르 비추는 빛으로 등장한 이래 신성한 신의 색으로 탈바꿈하게 됐다고 한다.

 

 

'휴머노이드(humanoid)'는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모습을 갖춘 로봇을 가리키는 말이다. 머리·몸통·팔·다리 등 인간의 신체와 유사한 형태를 지닌 로봇을 뜻하는 말로, 인간의 행동을 가장 잘 모방할 수 있는 로봇이다. 인간형 로봇이라고도 한다. 이 소설에서는 레미가 대표적인 등장인물이다. 이 소설이 시작되는 시점은 2095년 22세기를 불과 몇 년 앞둔 시점이다. 특히 소설의 무대도 한반도 대한민국 경북에 존재하는 가상의 도시다. "레미는 도로변에서 잠시 트럭을 대고 차창을 열었다. 관자놀이에 달린 동그란 발광체가 햇빛을 받아 배터리 충전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는 일식 예보가 나오고 있었다. 일식 영향권에 드는 때에는 온종일 일식에 관한 속보만 전해졌다." 이 소설의 처음 부분이다. 그리고 라디오 보도가 이어진다. "닷새 뒤인 2095년 11월 27일 오전 8시 18분경, 한반도의 금세기 마지막 금환일식이 벌어집니다. 한국을 비롯해 달의 본그림자가 통과할 예정인 동아시아 전역에서는 벌써 대규모 축제가 열리는 곳이 많습니다. 일식 범죄의 기승으로 최근 범죄율이 급증했습니다. 개인의 안전에 각별히 신경 쓰시기 바랍니다. 초월동아시아는 입국 제한 조치를 시행 중이빈다. 대상은 임시비자 소지자와 외국인 여행객이며 국가별로 예외 사항이 상이하니 외교부 홈페이지를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입국 제한 조치는 일식이 완전히 끝나는 11월 27일 오전 10시에 해제되며···"(p.9~10)

금환일식(annular eclipse, 金環日蝕)은 독자들도 잘 아다시피 일식 때 태양의 가장자리 부분이 금가락지 모양으로 보이는 현상의 일식을 말하며, 금환식이라고도 한다.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가 상대적으로 멀어지고, 태양까지의 거리가 다소 가까워지면 달의 시지름이 태양의 시지름보다 상대적으로 작아지는데, 이때 달이 태양의 광구(光球)를 완전히 가리지 못하므로 본그림자가 지표에까지 닿지 못하여 일식현상이 생긴다. 재미있는 자연현상이지만 태양의 물리적 연구에는 거의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천체물리학계의 설명이다.

 


 

지구의 모든 인간은 푸른 살에 감염된 후부터 태어나면서부터 푸른 살이 피부에 나타난다. 그러다 온몸이 파란 살이 되면 거리를 돌아다니지 못하게 법적으로 금지되어 있는 가상의 설정에 따라 일반 사람들이 온몸이 푸른 살인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기는 어려운 일이다. 십중팔구 탈옥자나 범죄를 위해 변장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레미는 휴머노이드다. 범죄자를 쫓거나 탈옥자들을 추적하는 경찰 역할의 인력이다.

두 개의 천체가 완전히 겹쳐져 푸른 살의 고통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금환일식이 147년 만에 한반도를 가로지르고, 그 시기에 맞춰 푸른 살에 강한 내성을 가진 인디고들이 국제교도소를 탈출하여 한국으로 향한다. 그리고 그들 중에 10년 전 뇌파를 자극해 급속도로 푸른 살을 성장시켜 2억 명의 사람들을 죽게 만든 대학살자 ‘아이버스터’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시민들은 혼란에 빠진다.

드디어 금환일식이 예정된 날 오전 6시. "하늘은 매우 느리게 밝아오고 있었다. 금환일식까지는 이제 두 시간밖에 남지 않았다. 사람들을 옭매고 있던 푸른 살이라는 쇠사슬이 곧 있으면 풀린다. 일식이 지속되는 그 몇 분간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누구도 알 수 없었다. 드레스텐은 차창 너머 도심의 풍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상한 예감이 들었다. 형체가 없는 무언가가 드레스덴이 탄 경찰비행차 쪽으로 빠르게 몰려들고 있었다. 그것은 어둠이었다. 밤새도록 도시를 밝히던 빛이 저 멀리서부터 꺼지고 있었다. 건물의 불빛이 일렬로 세운 촛불이 꺼지듯 차례로 암전되었다. 가로등도 도미노처럼 꺼졌다. 도로 저편에 모습을 드러낸 미륵 유원지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얼시의 상징과도 같은 지름 150미터짜리 대관람차의 조명들이 한순간에 빛을 잃었다. 회전목마, 롤로코스터 등 다른 놀이기구까지도···."(p.243)

 


 

아이버스터가 ‘대량 학살자’ ‘세기의 악마’라고 불리기보다 ‘아이버스터’라는 멋들어진 별명으로 불리는 이유는 그를 증오하는 사람들만큼이나 그를 추앙하는 자들이 많아서였다. 아이버스터는 아무런 죄가 없는 사람을 죽인 자이기도 하지만, 미처 자신이 죽이지 못한 원수들에게 대신 복수를 해준 자이기도 했다. 가정폭력을 저지른 아버지, 바람을 피워 아내와 자식까지 버린 전 남편, 학창 시절 내내 따돌림을 주도한 동창생, 전 재산을 투자하자마자 사라진 사기꾼···.(p.97)

 

인디고들은 건물 하나를 불사르고, 이번엔 도로에서 무수한 희생자를 냈다. 다행인 점은 세 인디고 중 한 명이 죽었다는 것이고, 불행인 점은 그 외 나머지의 행방이 또다시 묘연해졌다는 것이었다. 드레스덴은 주먹으로 연이어 핸들을 내리치며 소리를 질렀다. 어김없이 푸른 살이 발작했다. 그는 거의 이성을 잃고 고통에 몸부림쳤다.(p.135)

 

한결의 말이 맞다면 수색 로봇들은 언덕을 넘은 적이 없고, 마치 수색을 계속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이전에 찍은 영상을 누군가가 절묘하게 이어 붙인 것이었다. 혹은 촬영된 부분을 의도적으로 잘라내고 이전에 찍은 영상으로 대체했을 수도 있었다.

‘우린 어디에나 존재한다.’

완전자유연대가 공개했던 선언문의 한 구절이 문득 떠올랐다.(p.154~155)

 


 

한얼시는 물론 세계가 주목한 대학살자 아이버스터의 공격은 이미 시작되었다. 이젠 소설이 3부로 넘어간다. 이 소설은 간단한 얼개에 유기적으로 구성돼 긴장감을 높인다. 모두 3부로 이뤄져 있다. 1부 「케르베로스」, 2부 「인간에게 죽음을」, 3부 「인간에게 평화를」 등이다. 1부가 운석의 충돌로 '푸른 살'에 감염된 지구의 모든 사람들 중에 10년 전, 대학살을 주도했던 ‘아이버스터’는 또 다른 복수를 위해 도시의 상징과도 같은 대관람차가 있는 미륵 유원지로 향한다. 과연 인류는 눈앞에 닥친 재앙으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두고 인간 세상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이 어지럽게 진행되며 인류의 종말을 보는 듯한 내용이 2부에서 펼쳐진다.. 인간과 비인간 그리고 이종의 존재라는 대립항을 통해 “인간성의 본질과 선악의 의미까지 묻는 이 작품은, 디스토피아 장르물을 선호하는 독자층이 원하는 진중한 주제의식까지 갖췄다”(주원규 소설가)라는 점에서 놀라움을 자아낸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제 3부로 이어지면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연 저자 이태제는 지구의 미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깊은 사유로 이 소설을 집필했을 그의 미래관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할 것이다. 새로운 SF 세계를 확장시키는 시금석이 될 만한 역작이다.

 

침대에 눕혀지며 드레스덴은 자신을 도와준 밤낚시꾼, 아니 의사인 그의 얼굴을 뚫어져라 보았다. 그 의사의 인상과 성품, 그리고 눈빛을 읽어보려 애썼다. 그것들은 푸른 살의 크기처럼 양적으로 측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드레스덴의 눈이 정처 없이 헤맸다. 하지만 그는 이내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은 이제 푸른 살이 아닌 다른 것들을 들여다보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드레스덴은 이미 답을 알고 있었다. 상대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관심을 가지고 오랫동안 지켜보는 수밖에 없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듯이.(p.296~297)

 

저자 : 이태제

 

교직에서 일하며 틈틈이 소설을 쓰고 있다. 2022년에 장편소설 『푸른 살』로 제10회 교보문고 스토리공모전 대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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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진 : 세 번의 봄 안전가옥 쇼-트 20
강화길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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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녀 관계는 생각할수록 오묘하다. 이 세상에 좋은 대인 관계가 많이 있지만 모녀처럼 특별한 관계는 없는 것 같다. 알면 알수록 사랑 이외의 아무것도 없지만 언제나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이 책은 3대째 내려가는 모녀 관계를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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