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안전가옥 오리지널 26
엄성용 지음 / 안전가옥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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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가수 S가 토크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해 무대서 노래를 부르기 전 너무 떨리고, 노래 가사마저 잊는 것 아닌가 하는 상태를 경험했다고 밝혔다. 독자는 이 상황을 TV를 통해 우연히 목격했다. 얼마 전 읽었던 이 책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이 갑자기 떠올랐다. 이 책에 나오는 인기 절정의 한 연예인 자살 사건이 머리를 스친 것이다. S 가수는 이후 8년 가까이 무대에 서지 못했다고 한다. 병원에 가서 상담과 약물 치료로 받았다고 한다. 그렇지만 아직 완전히 치료되지 않아 무대에 서서 노래를 부르지는 못하지만 자신이 무대에 서지 않은 데 대대 심한 추측성 댓글에 진실을 밝히기 위해 나왔다고 토크쇼에서 밝혔다.

S 가수가 경험했던 상태를 의학계는 증세로 보고 누구에게나 이런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한다. 특히 정신의학계에서는 'phobia(포비아)'라고 이 같은 증세를 설명한다. 영어로 풀이한다면 ‘strong unreasonable fear’를 의미하는 것으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매우 강력한 두려움’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포비아'란 용어는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적을 놀라게 하던 전쟁의 신 포보스에서 유래한 용어인데, 우리말로는 공포증(恐怖症)이다. 증(症)이란 정상을 벗어난 병적인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다. 공포증이라는 말은 13세기 철학자들이 악마공포증 등에서 처음으로 사용했고, 19세기에 이르러 정신과학에서 많이 사용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공포증이란 현실성 없는 특수한 종류의 공포로, 설명할 수도 없고 합리적이지도 않으며 자신이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서 나타난다고 정신의학계는 분석하고 있다. 그래서 공포증을 가진 사람들은 그 상황을 서둘러 피하려고 한다. 이러한 공포증은 당사자가 아닌, 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한다.

 


 

『인간의 모든 감정』에 따르면 공포증에는 ‘특정공포증’, ‘사회공포증’, ‘광장공포증’ 등 세 가지가 있다. 특정(specific)공포증은 어떤 특정한 대상이나 상황에 대한 공포를 말한다. 공포의 대상은 크게 뱀이나 거미와 같은 동물, 높은 곳이나 물과 같은 자연환경, 혈액이나 주사, 비행기나 엘리베이터와 같은 상황 등 네 가지로 나눌 수 있다. 빈도별로는 비행기, 엘리베이터, 다리, 밀폐된 공간 등과 같은 상황이 가장 흔하고, 다음으로 자연환경, 혈액·주사, 동물 순서이다. 또 공포증은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다. 고대 그리스 아테네의 연설가 데모스테네스는 계단공포증이 있었고, 로마의 시저는 어둠공포증이 있었고, 셰익스피어는 고양이공포증이 있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오래 전 수면제 과다 주사로 숨진 마이클 잭슨은 마스크를 자주 쓰고 다녔는데,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감염될까 봐 극도로 무서워했기 때문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형적인 카우보이 스타일이지만 말을 무서워한다고 한다. 이러한 특정공포증은 일반인의 10%에서 나타나는데, 공포증이 없는 사람들은 이들을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의학계는 말하고 있다.

 

이선오. 지금 제일 잘나가는 연예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십중팔구 이선오를 떠올릴 것이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하여 수많은 팬이 존재한다. 다른 연예인의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선오의 과거를 캐서 흑역사를 찾으려고도 했지만, 까도 까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혀를 내두르며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인 셈이다. 그런 선오의 인성은 그 누구보다 문혁이 잘 알고 있었다.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절친이었으니.(p.17)

 


 

특히 연예인 뉴스에 종종 나오는 대중 스타들의 경우 인정받아야 한다는 욕구가 자기가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보다 훨씬 강하면 무대공포증을 경험하게 된다고 의사들은 공통적으로 주장한다. 이것도 사회공포증의 일종이다. 대부분의 가수나 배우들은 공연 중 가사나 대사가 생각나지 않을까 봐 불안해한다. 이것이 심해지면 무대공포증이 된다. 마돈나, 마이클 잭슨, 파바로티 같은 대스타들도 종종 심한 무대공포증을 느꼈다고 하고, 가수 바브라 스트라이샌드도 뉴욕 공연에서 가사를 몇 번 잊어버린 실수를 한 뒤에는 심각한 무대공포증이 생겨 27년 동안 라이브 공연을 못 했다고 알려진 바 있다. 앞서 독자가 언급한 S 가수의 이야기는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는 의미이지 소설 속 연예인 이선오와 동일시해서는 안 될 일이다. 공포증, 특히 연예인의 공포증만을 한정해서 독자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생각일 뿐임을 독자들은 먼저 이해해주길 바란다.

이 책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는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나가는 연예인 이선오의 숨진 채 발견됨으로써 이야기가 시작된다. 배우로도 가수로도 성공해 수많은 팬이 존재하는 그는 명실상부 톱스타다. 다른 연예인 팬들이 종종 질투심에 사로잡혀 그의 흑역사를 찾으려고 했지만, 아무리 파헤쳐도 미담만 나오는 인성에 오히려 호감도가 올라가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천생 스타가 바로 이선오다. 그런 이선오가 어느 날 새벽 숨진 채 발견된다. 발견 당시 만취 상태였던 점과 거주지 건물에서 추락한 것으로 보아 극단적인 선택으로 추정되는 상황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의 자살을 믿지 않는 이들이 있다. 선오의 옛 친구인 문혁과 아린, 그리고 아린을 중심으로 모인 선오의 팬클럽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다. 이들은 선오가 숨진 날 새벽 문혁에게 남긴 메시지를 근거로 선오의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일지도 모른다고 추리한다.

 


 

“여전히 외우고 있어. 네가 써 준 모든 대사를.” 선오의 메시지는 문혁이 예술고 시절 선오를 주인공으로 쓴 극본 〈오필리어〉를 가리키는 말이었다. 7년 만에 옛 친구에게 전화를 걸고 메시지를 남긴 채 자살할 리가 없다고 생각한 선데이 클럽 멤버들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기 시작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의 멤버들의 이력이 다양하고 독특하기까지 하다. 성공한 로맨스 소설 작가 아린,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복싱 선수 출신 주리, 천재 공대생 연모, 전직 연극배우 지찬, 그리고 한때 연출가를 꿈꿨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된 문혁. 수사대로 보자면 오합지졸이고 소설적으로 보자면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뭔가 일을 내지 않을까 기대되기도 한다. 소설 속에서 이 다섯 사람은 매 작전마다 최고의 ‘케미‘를 선보이며 사건의 핵심으로 한 발 한 발 다가선다.

 

“어차피 대한민국에서 팬심으로 노는 SNS는 한정됐거든요. 그중에 삼대장은 공식 카페가 위치한 포털 사이트, 트위터, 유튜브. 이 삼대장만 잘 노려 살피면 대부분 알아낼 수 있어요. 공카에서 집착하거나 자극적인 게시글을 올린 이들 수소문, 그리고 그 아이디나 말투 등을 트윗과 유튜브 댓글로 검색. 아, 트위터야 워낙 유명하지만 유튜브도 만만치 않아요. 렉카들 판치니까. 얻어걸리는 일도 있어서.”

점점 자신감이 붙는 말투였다. 연모가 잠깐 주리를 봤다가, 다시 입을 열었다.

“공카 집착 팬, 트위터 집착 팬, 유튜브 집착 팬. 아무튼 집착하는 인간들이 문제죠. 금방 나와요. 사생만 찾으면 되니까요. 그렇게…….”

연모가 마우스를 클릭했다. 화면에 비공개 트위터 계정이 떠올랐다.

“……또 찾았네요.”(p.195)

 


 

절대 자살할 수 없다는 정황을 믿고 수사(?)에 뛰어든 다섯 멤버들로 뭉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엄성용 작가와 안전가옥이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라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공포 소설로 데뷔해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발표해온 저자는 안전가옥에서 기획, 출간한 앤솔로지 『빌런』에 단편 〈치킨 게임〉으로 참여한 바 있다. 〈치킨 게임〉은 예측을 불허하는 전개로 닭에 대한 통념을 이용하고 비틀면서 인간의 오만과 편견을 겨냥한 SF 블랙코미디 소설이다. 이번에 출간한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저자의 첫 장편소설이자 작가의 장기인 미스터리를 중심으로 로맨스, 액션 등 여러 장르를 접목한 복합적인 장르물이다.

이 소설 작품을 프로듀싱한 임미나 스토리 PD에 따르면 작가가 오랜 시간 구상했던 '포비아' 약물이 장르적으로 불기 시작하면서, 프로듀싱하는 자신도 푹 빠져 작가와 즐겁게 개발한 이야기였다고 털어놓는다. 현재 진행적인 포비아 약물 사건이 독자들의 피를 데운다면 과거에 있었던 문혁과 선오의 일들은 서늘하면서도 서정적인 텐션을 유지한다면 꽤 긴 여운을 남길 것으로 자신했다고 밝힌다.

이야기의 한 축은 인간의 혐오감과 공포를 극대화해 죽음으로 몰고 가는 ‘포비아‘ 약물이다. 다섯 명의 선데이 클럽 멤버들이 선오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마주하게 되는 음모의 끝에는 바로 이 포비아 약물이 있다.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선오의 전 매니저 장태진, 소속사 본부장 전희서와 비서 황진수, 선오의 라이벌로 꼽히던 연예인 레이와 그 소속사 대표 나원일 등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며 독자들의 호기심을 끊임없이 자극한다. 또한 개성 강한 다섯 멤버가 각자의 능력을 발휘해 작전을 성공시키는 과정은 케이퍼 무비를 보는 듯한 쾌감을 선사한다.

 


 

이야기의 또 다른 축은 톱스타 선오와 옛 친구 문혁의 관계다. 선오와 문혁, 아린은 예술고 시절 동급생이자 늘 붙어 다니던 삼총사였다. 세 사람은 문혁인 쓴 극본 〈오필리어〉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함께 열심히 준비하고 연습하지만, 어느 날의 일을 계기로 멀어지게 된다. 문혁의 회상 속에서 전개되는 선오와의 에피소드들은 이야기에 서정성을 부여하며 독자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대체 두 사람 사이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한때 누구보다 절친했던 그들은 왜 멀어질 수밖에 없었을까. 두 사람의 이야기를 마지막 챕터까지 읽고 나면 쉽게 사라지지 않는 여운을 느끼게 된다.

『혐오스런 선데이 클럽』은 자신들이 사랑한 스타의 죽음을 파헤치는 팬덤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누군가를 뜨겁게 사랑했던 사람들이 모여 그 사랑에 보답하고자 자신의 난관을 헤쳐 나간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랑은 많은 일을 할 수 있다. 책 표지에 적힌 라틴어 격언처럼,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긴다(Omnia vincit amor)‘. 책을 읽고 나면 자신이 뜨겁게 사랑하는 누군가, 혹은 무언가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문혁이 뚫어져라 선오를 쳐다보았다. 대사를 해야 하는데 가슴 한구석이 탁 막힌 느낌이다. 문혁이 힘들게 입을 열었다.

“오필리어여. 나는…….”

“저를 사랑하나요?”

“나는…….”

“저를 사랑했었나요?”

“당연히. 내 사랑은 언제나 당신이었소.”

약을 타 가지고 돌아온 아린이 손뼉을 치는 소리가 들렸다.

선오가 눈을 감더니, 그대로 고개를 끄덕였다.

선오가 눈을 뜨더니, 그대로 문혁을 보며 씩 웃었다.(p.219)

 


 

주리가 상체를 숙이더니 빠르게 돌진했다. 갑자기 달려드는 주리에 놀란 경호원 중 하나가 팔을 내밀었지만, 순식간에 위빙으로 피한 주리가 허리를 틀며 그대로 경호원의 턱을 라이트훅으로 갈겼다. 턱이 제대로 돌아갔는지 휘청거리던 경호원이 그대로 바닥에 풀썩 쓰러졌다. 나머지 경호원과 레이가 놀란 눈으로 주리를 쳐다보았다. 쓰러진 경호원보다 덩치가 더 큰 경호원이 양팔을 들어 자세를 취했다. 주리가 씩 웃었다.

“복싱? 누구 앞에서 지랄이야!”

주리의 외침과 거의 동시에 경호원이 빠르게 다가왔다. 워낙에 덩치가 컸기에 위압감을 느낀 주리가 뒤로 잠깐 물러섰다. 카운터펀치를 노리는 순간, 덩치의 목이 꺾이며 기괴한 비명이 룸 안에 울리더니 그대로 고꾸라졌다. 주리가 놀라며 아린을 쳐다보았다.

“와…… 언니 방금 뭐예요?”

“하이킥. 나 킥복싱 유단자야.”(p.234~235)

 

저자 : 엄성용

 

공포 소설 창작 그룹 ‘괴이학회’의 창립 멤버 7인 중 하나이다. 딱히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고 싶은 대로 쓰지만, 데뷔는 공포 소설로 시작했다. 《한국 공포 문학 단편선》 시리즈를 비롯한 다수의 단편집에 참여했고, 장편 무협 소설 《무당 대사형》을 네이버 시리즈에서 연재하여 225화로 완결했다. 브릿G×네이버 YAH! 문학 공모전 가작, 제7회 교보문고 스토리 공모전 우수상, 제4회 대한민국 창작 소설 공모대전 작품상 등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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