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망루
배이유 지음 / 알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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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컴한 밤의 망루에서 저자가 본 것은? 삶과 죽음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인간은 서로 상반된 삶의 부조리와 생명에의 이중적 갈구로서 충분히 모순 속에서 살아가며 감내하고 있다. 그것 자체가 삶일까, 부조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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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망루
배이유 지음 / 알렙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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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밤의 망루』는 배이유 작가의 소설집이다. 저자 배이유는 8년 만의 침묵을 깨고 새 단편 소설집을 펴냈다. 부산에서 활동하면서 매우 탄탄하게 작품 세계를 구축해가고 있는 배이유는 『퍼즐 위의 새』(2015)로 2016년 제16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이후 이 소설집을 처음 냈다. 오랜 침묵 속에서도 창작의 열정은 식지 않는 것인지 이 소설집 『밤의 망루』에는 저자 특유의 작품 세계가 그대로 담겨 있어 반갑다. 전작 『퍼즐 위의 새』는 한 번 읽어서 독자의 기억 속에 아직 살아 남아 있다. 독자가 저자 배이유를 처음 알게 된 『퍼즐 위의 새』에는 단편 소설들은 세상의 비루함과 낡음에 대해 끈질긴 희망을 이야기했던 것으로 기억 속에 있다. 이 작품 『밤의 망루』를 읽다보니 『퍼즐 위의 새』에 실렸던 작품들이 스멀스멀 기억 밖으로 배어 나온다. 강렬한 인상을 받지 못했지만 뭔가 새로운 세계를 제시한 것 같아 기억에 오래 남은 이유일 것이다. 이번 신작 『밤의 망루』에는 2022년 제27회 부산소설문학상 수상작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와 2018년 제10회 현진건문학상 추천작 「검은 붓꽃」을 비롯한 일곱 편의 소설들이 담겨 있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밤의 망루』에서 저자 배이유는 ‘자유’에 관해 말한다. 일곱 편의 소설은 저마다 자유를 향한 의지를 품고 있다. 그런 자유에 대한 의지는 물의 모습으로 형상화된다. 물에서 비롯되는 ‘흐른다’, ‘흘러간다’, ‘부드럽다’, ‘유연하다’, ‘지나간다’, ‘스친다’, ‘젖다’, ‘적신다’라는 말이 빈번하게 등장한다. 자유로움을 나타내는 물은 갇히지 않으려는, 끊임없이 흘러가려는 속성을 가진다. 이슬이나 비나 눈의 물은 결국 자유를 꿈꾸며 바다로 흘러 나아간다. 저자는 이번 소설집이 종이, 돌멩이, 나뭇가지, 색유리, 털실, 모래 등등의 다양한 재료로 만들어진 ‘시간의 조각배에서 흔들리는 삶의 파편들’의 모자이크라고 말한다. 그 삶의 파편들 속에서 독자들은 자유를 갈망하고, 고뇌하고, 상실한 인물들을 통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표제작 「밤의 망루」는 저자가 프란츠 카프카의 『성(城)』을 오래 마음속에 어떤 이미지로 품고 있다가 쓴 소설이라고 한다. 「밤의 망루」에서는 표지화처럼 고독한 망루에 홀로 서서 거대한 성을 지키는 파수꾼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는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는 임무를 안은 채, 어떤 지시가 내려질 때까지 홀로 성을 지켜야만 한다. 저자는 이를 두고 “불가항력의 본연적 임무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히고 있다. 작가는 “아무것도 없는 빈 땅, 안개로 휩싸인 적막한 공간에 발을 딛으며 헤맸다. 오리무중. 추상에서 구체화하기까지의 과정에서 시간이 걸렸다”고 털어놓는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일상을 반복하던 파수꾼의 삶은, 한 여인의 등장으로, 그리고 그녀의 탈주로 요동치게 된다. 파수꾼과 같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던 그녀는 어디로 간 것일까. 그리고 그런 그녀가 파수꾼에게 남긴 것은 과연 무엇인가. 망루 위의 파수꾼은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저자의 말대로 카프카의 『성(城)』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문학 사전을 뒤적여 본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유대계 작가로 알려진 카프카는 인간 운명의 부조리, 인간 존재의 불안을 통찰함으로써 현대 인간의 실존적 체험을 극한에 이르기까지 표현하여 실존주의 문학의 선구자로 높이 평가받는다. 독자가 학교 다닐 때는 카프카는 '부조리의 작가'로 불리웠다. 카프카는 『변신』, 『심판』 등을 통해 인간 실존과 부조리에 대해 집중력 있는 소설을 발표했다. 특히 1916년 간행한 『변신』은 독자의 기억 속에 강렬한 느낌으로 깊이 각인되어 있다. 미완성 장편소설로 남은 『성』은 미완성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수십 개의 언어로 번역 소개되었다고 한다. 측량 기사 K가 성을 둘러싼 마을에 도착해, 아무도 자신을 부르지 않았고 따라서 계속 머무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그러나 비교적 단순한 이 요점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전형적인 악몽이다. 카프카는 이 작품에서 불합리와 리얼리즘을 가장 미묘하게 결합시켰다. 사건들은 눈에 보이는 그대로일 뿐이지만 어딘가 완벽하게 이질적이다. 각각의 등장인물들은 페이지에 고정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각자 자기 생각대로 움직인다는 사실도 피할 수 없다.

 


 

『성』은 이야기에 앞서 끊임없이 불안정한 분위기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관료사회의 끊임없는 장애물에 의해 흐릿해지기는 했지만 공포가 서서히 스며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마치 꿈 속에서 말을 하려고 하는데 목소리를 전달해줄 공기가 없고, 시간은 한없이 느려지는 최후의 순간과도 같다. 문학 평론가들의 일반적 견해를 인용한 것이지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음은 아마 독자가 학창 시절 이후 카프카를 멀리 해서인 것 같아 아쉽다. 「밤의 망루」와 비슷한 느낌이 있긴 하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짚어 내지 못한 것은 아직 문학적 소양이 제대로 쌓지 못한 독자의 이해 부족 탓인가 생각한다.

이 소설집의 첫 작품은 앞서 언급한 대로 「검은 붓꽃」은 2018년 제10회 현진건문학상 추천작이다. 몸의 소리를 애써 부정하고 가두려던 시대의 이야기이자, 그런 시대를 살아온 한 여성의 모습을 담은 소설이다. 「검은 붓꽃」은 매우 은유적 표현이지만 무슨 뜻인지 금세 알 수 있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레드 칸나보다 검은 붓꽃에 더 눈길이 간다. 레드 칸나는 오렌지와 자줏빛의 붉은 꽃잎이 겹겹이 속살을 드러내며 도박적인 생명력을 보여 주지만, 검은 붓꽃에서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어리석고 수치스러운 일로 여기고, 무엇보다 두려워하던 그녀는 어느 날 문득, 자신의 성기를 들여다보게 된다. “깊숙이 감춰진 성기를 드러내어 똑바로 바라보긴 처음이었다.”(p.11) 그녀는 자신의 성기를 보며 '눈에 보이는 부분만 봐왔지 다리 사이에 가려진 ㅗㄳ은 살아오면서 한 번도 마주 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당황한다. "얘도 음지에서 이렇게 늙어가고 있구나.'는 생각에서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한 사람 안에 고착된 고정 관념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회의 관습적인 시선을 자기 것으로 내면화해서 그것을 실체라고 믿는 오류를 저지른다. 특히 그동안 여성들은 자기 신체의 주인 노릇을 못한 경우가 많았다. 저자는 질문한다. 과연 지금은 자기 자신의 주인으로서 살고 있느냐고.

 


 

두 번째 이야기 「홍천」은 어느 해 여름, 장의차처럼 검은 차를 탄 네 사람의 모습을 그린다. 그날 서로 처음 본 그들은 강원도 홍천으로 가는 차에 동승했다. 과연 그들은 왜 홍천으로 가는가. 저자는 언젠가 홍천에 가본 적이 있는데, 그곳에 가기 전부터 어떤 정보도 없었음에도 ‘홍천’이란 장소로 소설을 쓸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실제로 그곳을 둘러보며 어떤 이야기가 자신 안에 자연스럽게 들어왔다고 고백한다. 마치 이야기가 “물 흐르듯이 내 안에서 흘러나와 소설 속 주인공들이 알아서 자기 길을 만들어 간 것이다.” 시작 부분에서 첫 문장, 첫 장면이 암시하는 부분이 매우 강렬한 인상을 독자에게 남긴다.

"그래 여름의 햇빛이 기억난다.

온통 초록이었던 숲과 계곡 위에 투명한 유리막으로 덮여 있던 빛이.

벌써 삼 년이나 지나갔군.

태풍이 비켜나자 지속적으로 내리던 비가 그치고 보녁적으로 태양이 빛을 뿌리던 7월 중순이었다."(p.36)

 

여기 모인 분들은 혼자 죽는 게 두려워 여행길에 동참한 거 아닙니까. 이번에도 같이 해보죠. 하루만 더 사용해 봐요. 본이 한 말 중에 제일 길었다. 다들 말이 없었다. 긍정인지 부정인지, 이 상황을 어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하는 것 같았다. 전열이 흐트러지고 서로의 시선이 교차했다. 제리는 미간을 찡그리며 한 손으로 긴소매의 팔을 긁어댔다. 착화탄에서 불꽃이 튀며 연기가 올라왔다. 매캐한 연기가 바깥으로 맘껏 뻗어나가지 못하고 천정에 부딪치며 옆으로 퍼졌다. 탁은 연거푸 기침을 했다.(p.52)

 


 

「홍천」은 얼마 전 뉴스를 온통 도배하다시피 한 '동반 자살'이라는 사회적 병리 현상을 소재로 삼았다. 소설 속 등장 인물들은 전혀 모르는 사이로 이번 일을 계기로 처음 만나는 사이다. 네 사람의 젊은이들은 번개탄을 이용해 함께 죽기로 한 것이다. 그들은 펜션으로 들어가서 목적을 이루기 위해 번개탄을 준비하고 창문을 꼼꼼히 막기 시작한다. 그런데 밖에서 왁자지껄한 목소리들이 들리기도 하고 키타소리와 노래소리들이 들린다. 누군가가 제안한다. 너무 빨리 일을 치르면 빨리 들통날 수 있으니 새벽까지 더 때를 기다리자고. 그러자 옆 사람은 이왕 죽는거 시간이 있으니 해보고 싶은것 해보자고 말한다.

이로 인해 이들은 다음날 죽음을 잠시 미루고 홍천의 급류타기를 하러 간다. 급류에 앞서거니 뒷서거니 경쟁하듯이 래프팅을 시작한다. 래프팅을 시작합니다. 보트 탈 때 지켜야 할 안전수칙 교육도 착실히 받는다. 구명조끼도 착용하는 등 안전한 래프팅을 위한 준비를 착착 알아서 잘 챙긴다. 보트가 뒤집힐 우려가 큰 급류 구간에서는 처음 본 사람들인데도 팀의 호흡이 척척 잘 들어 맞는다. 히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그 급류구간과 폭포구간을 지날때는 팀이 호흡을 착착 맞춥니다. 모두 합세하여 무사히 도착한다. 죽으러 간 곳에서 삶의 의지가 되살아나는 자신들을 보는 이들의 마음은 어땠을까? 아이러니이지만 어쩌면 본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부분이다. 래프팅이 끝나자 잠수도하고 미끄러운 바위도 만져보고 자연도 느껴보고... 서로 웃는다. 죽을 생각을 했던 사람들의 행위로 보여지지 않는다.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는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여도 속으로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부부의 모습을 그린다. 조금 더 정확히는 상운의 아내 ‘이순’의 이야기이다. 한때는 그들에게도 “서로의 심장에도 반짝하고 불이 켜지던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이순과 상운은 “각자 다른 별”이 되었을 뿐이다. 어느 날 상운이 이순을 위한 선물로 사들고 온 어항 속 물고기를 보는 것이, 이순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넓지도 않은 집 안에서 이순은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잃”고, “갈 곳이 없다”고 느낀다. 오랫동안 살아온 부부 사이라 해도 가장 가까이 밀착해서 산다 해도 서로의 마음속을 잘 들여다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전혀 다르게 해석하고 눈치조차 못 채는 경우도 있다. 너무나 다른 성향이나 생각을 갖고 있으므로 어느 한쪽이 인내하지 않으면 가정을 건사할 수가 없는 것이다. 저자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물밑의 가라앉은 속말을 들여다보고 싶었다고 말한다. ‘착하다, 천사 같다, 자애롭다, 자비롭다’ 같은 칭송 뒤에 가려진 불편함, 거북함 등을 말함이다.

이순은 앉아서 망연히 하늘과 구름과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았다. 문득 발목에 젖은 모래를 털어내며 신발을 벗어 맨발을 내밀었다. 따끈한 모래의 감촉이 발바닥에 느껴졌다. 발가락들이 저마다 자신의 얼굴을 내밀었다. 집 안이 아닌 곳에서는 늘 감춰져 있는 발가락들이 해를 볼 일이 있겠는가. 역사적인 사건인데, 서로 햇빛을 쐬려고 구멍에서 얼굴을 내미는 두더지 같았다. 이순은 발가락 낱낱을 떼어 움직여주었다. 너희를 덩어리가 아닌 개별적 인격체로 존중할게.(p.74)

 

저자 : 배이유

 

논산과 진해에서 유년 시절을 보내고, 문자를 깨친 이후로 오랜 시간 부산에서 살아왔다. 2011년 《한국소설》에 단편소설로 등단.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기금상으로 2015년 소설집 『퍼즐 위의 새』를 발간했다. 첫 창작집으로 2016년 ‘부산작가상’을 수상했다. 2021년 뉴욕의 문예지 《The Hopper》에 단편소설 「압정 위의 패랭이꽃」이 ‘The Last Days’로 번역(양은미) 게재. 2022년 「소리와 흐름: 록의 부치지 못한 노래」로 ‘부산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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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문학 - 뮤지컬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송진완.한정아 지음 / 알렙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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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와 춤, 그리고 드라마로 표현하는 뮤지컬은 인류가 그린 역사적 무늬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관련돼 있다. 두 공동 저자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뮤지컬 명작과 넘버들에 관한 소개와 해석으로 삶의 의미를 되묻는 인문학적 질문에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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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인문학 - 뮤지컬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
송진완.한정아 지음 / 알렙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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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musical)은 화려한 조명과 스펙타클한 무대, 음악, 연기, 노래, 춤이 드라마와 결합하여 관객들을 매료시킨다. 뮤지컬은 음악과 춤을 중심으로 공연하는 무대 예술이로 우리나라에서는 1990년대 이후 성행했다고 한다. 영국에 최초의 뮤지컬을 선보였고, 미국에서 꽃피웠다고 할 만큼 오페라 이후 무대 예술을 압도하고 있다. 흔히 뮤지컬과 오페라의 차이가 뭐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독자 역시 꽤 여러 편의 뮤지컬과 오페라를 감상하는 동안 이를 명쾌히 설명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에 처한 적이 있다. 예술이라고는 해보지도, 배우지도 못한 채 재미와 화려한 무대에 이끌려 몇 번 공연에 참석한 독자로서는 당연한 일일 수도 있지만. 이후 간략하게 들어 독자가 알고 있는 바에 따르면 오페라는 고전적 성악곡을 이용하고 동작이 크지 않고 성악에 중점을 두나, 뮤지컬은 대중적인 노래와 연극을 이용하면서 율동이 많고 연기와 노래에 비중을 두는 차이점이 있다.

이 책 『뮤지컬 인문학』은 「뮤지컬이 묻고 인문학이 답하다」란 부제를 갖고 있다. '뮤지컬의 인문학적 고찰'으로 본다면 될 것 같다. 아직은 조금 낯선 뮤지컬. 얼마 전 '인문학 열풍'이 일었지만 아직도 인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갖지 못한 독자라면 이 한 권의 책으로부터 잘 배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 책은 한국인이 사랑하는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을 인문학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하기 위해 쓰인 책으로 송진완, 한정아 저자가 공동으로 펴냈다. 저자 한정아는 뮤지컬 배우 출신이고, 저자 송진완은 공연기획자이다. 직접 뮤지컬 배우로 활동해 온 한정아는, 뮤지컬 장르의 다양한 가치와 매력을 오롯이 들려준다. 인문과 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포맷으로 융합해 대중에게 전달해온 송진완은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과 같은 뮤지컬 명작과 넘버*를 통해 그 안에 스며 있는 인문학적인 요소를 발견하는 묘미를 선물한다. 그동안 미술, 영화, 음악, 연극 등 다양한 형태의 문화예술 장르가 독자와 인문학을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왔다. 이번에는 뮤지컬과 함께 인문학을 탐험하는 새로운 지적 여정을 떠난다.

* 넘버 : 뮤지컬에서 곡을 가리켜 사용하는 용어. 뮤지컬은 곡의 길이가 길고, 순차적인 음악에 따라 곡이 진행되어 제목 대신 이 용어를 흔히 사용한다.(주 : 저자)

 


 

뮤지컬은 음악과 춤이 극의 플롯 전개에 긴밀하게 짜 맞추어진 연극을 말한다. 뮤지컬 코메디 또는 뮤지컬 플레이의 약칭이다. 뮤지컬은 19세기 영국에서 탄생하였는데, 그 근원은 유럽의 대중연극, 오페라·오페레타·발라드 오페라 등이라고 한다. 백과사전 등에 따르면 1728년 이와 형식이 비슷한 존 게이의 〈거지 오페라〉가 런던에서 상연되었는데, 조지 에드워드(George Edwardes)가 제작한 〈거리에서(In town)〉(1892년 초연)를 첫 뮤지컬로 본다. 미국은 최초의 뮤지컬 코메디를 탄생시켰다. 19세기 미국에서 성행한 벌레스크(해학적인) 희극에다, 유럽에서 발달한 오페레타를 조화시킨 것이다. 작곡가 제롬 칸, 대본에 리처드 로저스, 작사자 오스카 해머스타인 2세 등이 등장하였다. 이들은 미국인의 꿈과 향수를 제재로, 미국의 민요와 흑인음악의 멜로디, 그리고 리듬을 적극 수용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일환으로 미시시피강을 내왕하는 쇼보트를 무대로 인생의 애환을 그렸는데, 바로 〈쇼보트〉(1927)다. 이것은 오늘의 뮤지컬의 기초를 다졌다.

G.거슈윈은 G.S.카프만과 리스킨드의 대본으로 〈나는 너를 위해 노래한다〉(1931)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문학적 가치가 높은 뮤지컬을 시도하였다. 거슈윈은 만년에 흑인생활을 리얼하게 그린 〈포기와 베스〉(1935)를 만들었는데, 경쾌한 리듬과 나른한 멜로디를 특징으로 하는 노래를 썼다. 작사와 작곡의 귀재 콜 포터는 복잡한 각운과 도시적인 기지가 특징이며, 뮤지컬 작자로는 세련된 인물이다. 〈키스 미 케이트〉(1948) 등이 그 대표작이다. 로저스는 해머슈타인 2세와 손잡고 〈오클라호마!〉(1943)를 비롯, 〈회전목마〉(1945), 〈남태평양〉(1949), 〈왕과 나〉(1951), 〈사운드 오브 뮤직〉(1959) 등을 발표하였다. 이 무렵 〈마이 페어 레이디〉(1956)의 대본·작사자 A.J.러너와 작곡자 F.로가 등장한다. 또 인종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57), 유대민족의 애환을 그린 〈지붕 위의 바이올린〉(1964), 〈라만차의 사나이〉(1965), 베트남전쟁을 반영하여 히피의 생태를 그린 록 뮤지컬 〈헤어〉(1967)가 있다.

 


 

1970년대에 들어와 줄거리다운 줄거리가 없는 〈코러스 라인〉(1975), 로큰롤에 의한 〈그리스〉 등이 뮤지컬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으며, 앤드류 로이드 웨버가 제작한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70), 〈에비타〉(1978), 〈캐츠〉(1981), 〈스타라이트 익스프레스〉(1984), 〈오페라의 유령〉(1986) 등의 뮤지컬이 대성공을 거두었다. 지금의 뮤지컬 관객들도 한 번쯤 접했거나 최소한 제목이라도 알 정도로 히트를 치기 시작한 뮤지컬이 줄을 잇는다. 이때부터를 뮤지컬의 전성시대로 보는 평론가들도 있다.

한국의 뮤지컬은 1950년대 말 드라마센터에서 막을 연 〈포기와 베스〉가 첫 시도라고 볼 수 있다. 그후 1961년 예그린악단이 설립되어 〈삼천만의 향연〉(1962)과 〈흥부와 놀부〉(1963)를 공연함으로써 일반에게 알려졌고, 1966년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있는 〈살짜기 옵서예〉를 공연, 많은 인기를 끌었다. 이후 많은 극단들이 생기면서 창작 뮤지컬 〈시집가는 날〉(1974), 〈아리랑, 아리랑〉(1988), 〈아리송하네요〉(1989), 〈그날이 오면〉(1991), 〈꿈꾸는 철마〉(1992) 등을 공연하였다.

한국에서의 본격적인 서구식 뮤지컬의 첫 작품은 1966년 동랑레퍼토리극단의 〈포기와 베스〉로 본다는 것이 평단의 일반적인 해석이다. 이 작품은 1950년대 말 드라마센터에서 공연하였으나, 컷이 많고 음악이 제대로 살지 못하여 본격적인 뮤지컬이라 할 수 없었다. 그후 많은 극단들이 〈빠담,빠담,빠담〉(1979), 〈피터 팬〉(1979),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1980), 〈사운드 오브 뮤직〉(1981), 〈올리버〉(1983),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1987), 〈캐츠〉(1990), 〈넌센스〉(1991), 〈코러스 라인〉(1992), 〈레미제라블〉(1993) 등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수입·공연하였다. 그중 1983년의 〈아가씨와 건달들〉은 1991년까지 9년 동안 반복 재공연되기도 하였다. 창작 뮤지컬로는 〈번데기〉, 〈마지막춤은 나와 함께〉, 〈명성황후〉, 〈쇼코미디〉 등이 있으며, 소형 뮤지컬로 〈넌센스〉, 〈지하철 1호선〉 등이 장기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은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뮤지컬 <명성황후> 포스터 캡처. 저작권 위배 없습니다.

 

이 책은 뮤지컬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변화하는 모습 속에서 인문학과 뮤지컬의 관계를 이야기하는 1부와 2부의 작품 해설은 한정아가, 일곱 편의 뮤지컬 작품으로 인문학적 사유를 펼치는 2부는 송진완이 썼다. 저자들은 뮤지컬을 통해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이해하는 인문학적 통찰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인류의 태고부터의 기억을 생생하게 불러오며, 미래의 바람을 노래와 춤, 그리고 드라마로 표현하는 뮤지컬은 인류가 그린 역사적 무늬를 탐구하는 인문학과 관련”(김성우)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은 뮤지컬이라는 장르와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더불어, 인문학 고전과 뮤지컬 작품을 넘나드는 인문학적 사유를 복합적으로 음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모두 2부 11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뮤지컬이 함께하는 인문 여행〉, 2부는 〈인문학 뮤지컬 이야기〉이다. 각 부에는 3~8장으로 세분화됐다. 1부는 1장 「뮤지컬, 그 오묘한 세계 속으로」, 2장 「뮤지컬, 인문학과 동행하다」, 3장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으로 이루어졌다. 2부는 1장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뮤지컬의 첫 번째 삶」, 2장 「록의 이름으로 써 내려간 20세기 에반게리온」, 3장 「뮤지컬, 구조주의와 만나다」, 4장 「난 네 안에 영원히 살아」, 5장 「가난한 자가 가난한 자를 돕는다」 6장 「냉전이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놀이」 7장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8장 「변화와 혁신」 등으로 구성됐다. 1부는 원론과 총론, 2부는 작품 각론이로고 보면 된다.

1부 2장 「뮤지컬, 인문학과 동행하다」에서 저자 한정아는 뮤지컬 무대에서 인간의 삶이 어떠한 방식으로 표출되는지, 인간의 가치 탐구를 위한 방법으로 미술과 문학이 뮤지컬에 접목되면서 어떻게 공감이라는 감정과 연결되는지를 이야기한다. 저자는 이러한 연결과 공감의 원천은 뮤지컬이 우리를 경험해 보지 못한 수천수만 가지의 인생 속으로 초대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의 삶을 음미하며 더 나은 삶을 생각해 보도록 자극하는 데 바로 ‘뮤지컬이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이야기한다.

3장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에서는 상업성과 예술성이라는 뮤지컬의 이중적인 성격을 다룬다. 저자에 따르면, 시대가 요구하고 관객이 원하는 카타르시스를 잘 구현해 냈을 때 상업적으로도 가치가 있는 것이기에, 인간에 대한 이해가 상업적인 이득과 직결되는 것이 예술의 양면성이다. 다시 말해, 대중성은 인간의 보편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뮤지컬은 현대인의 삶을 반영하며 인간의 삶에 밀착되어 있고, 인간 역사의 흐름과 동행하고 있다. 대중에게 가장 널리 알려져 파급력과 영향력이 엄청나게 커진 영화가 대표적인 예이다.

 


 

2부에서 저자 송진완은 뮤지컬 작품들의 예술적인 면모를 관통하여 인문학적인 통찰을 펼친다. 저자는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카바레〉, 〈지킬 앤 하이드〉, 〈빌리 엘리어트〉, 〈미스 사이공〉, 〈레미제라블〉, 〈라이온 킹〉이라는 한국인이 사랑한 일곱 편의 명작 뮤지컬과 함께하는 인문학 여행에 독자들을 초대한다. 본격적인 뮤지컬 인문학 여행에 앞서, 저자는 2부 1장 「오페라의 두 번째 죽음, 뮤지컬의 첫 번째 삶」에서, ‘인문학’이란 무엇인지에 먼저 답한다. 저자는 인문학이란, “‘사람이 그리는 무늬’를 알게 해주는 학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인간의 무늬’를 생산하는 가장 기본적인 도구인 언어와 음악이 끊임없이 투쟁하고 협력하며 진화하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뮤지컬은 인문학의 공간과 대상이 된다고 이야기한다.

6장 「냉전이 쏘아 올린 마지막 불꽃놀이」는 베트남전쟁을 소재로 한 「미스 사이공」을 통해 냉전이라는 문제에 다가선다. 저자는 〈미스 사이공〉이 베트남전쟁을 예술의 소재로 삼으면서도 균형 잡힌 역사 의식은 부족했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이와 같은 문제를 윌리엄 J. 듀이커의 『호치민 평전』 속 호치민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본다. 저자는 〈미스 사이공〉에서 틀에 박힌 모습으로 묘사된 베트남전쟁의 여러 단면들이 『호치민 평전』에서는 어떻게 묘사되고 설명되는지를 비교하며, 우리 안의 냉전 이데올로기를 성찰한다. 7장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는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세계 4대 뮤지컬, 〈레미제라블〉을 톺아보며, 작품의 배경이 되는 근대 혁명기이자 근대 자본주의 이행기의 프랑스와 유럽으로 시선을 돌린다. 이때 저자는 〈레미제라블〉과 동일한 시대정신을 담고 있는 『공산당 선언』을 참고한다. 정치철학의 관점에서 쓰인 ‘매운맛 『레미제라블』’이 바로 『공산당 선언』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저자는 〈레미제라블〉의 노랫말과 『공산당 선언』을 교차해 읽는다.

마지막으로 8장 「변화와 혁신」에서는 상상력과 창조력이라는 인문학적 효용에 기초해 성공한 뮤지컬 작품 〈라이온 킹〉을 다룬다. 저자는 뮤지컬 〈라이온 킹〉이 브로드웨이에서 기념비적 성공을 거둔 이유가 오롯이 인문학적 사고방식에 있다고 말한다. 책에 따르면 뮤지컬 〈라이온 킹〉에서 단연 시선을 끄는 것은 인간미 넘치는 동물 캐릭터인데, 그 바탕에는 다양한 예술적 원천과 극장주의 이론에 기초한 인문학적 사고가 있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상상력, 창조력과 같은 좁은 의미에 묶어 두지 않는다. 그 대신 어떤 억압으로부터 자유롭게 사유할 수 있는, 개념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인 ‘추상적 사고’라고 말한다.

 


 

이렇게 뮤지컬이 우리의 마음을 만지는 이유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공존하며, 인간의 삶의 무늬를 드라마, 노래, 춤으로 멋지게 통합하여 승화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다양한 표현 방법을 찾기 위해 명화, 고전문학, 등의 다양한 예술 요소가 작품의 근간이 되기도 하고 문화, 경제, 역사, 사상 등의 요소를 녹여 작품을 보다 풍부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그리고는 무대에서 그 무엇보다 큰 에너지로 응집된 음악으로 뮤지컬 관객들에게 매력을 뿜어내죠. 이때 뮤지컬은 판타지란 속성으로 우리를 그 매력에 취하게 만듭니다. 그러고는 힘들 때마다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삶의 위로를 전합니다. 이것이 뮤지컬 인문학의 힘이기도 하겠죠.(p.253-254)

 

저자 : 송진완

 

대학에서 인문학과 미디어를 전공했다. 인문과 예술 콘텐츠를 새로운 포맷으로 융합하여 대중에게 전달하는 다수의 프로젝트들을 진행했다. 현재는 공연예술과 인문학 고전을 결합한 교육 프로그램들을 기획하여 일선 학교, 기업, 공공기관 등에 제공해 오고 있다. 인문 콘텐츠를 코미디 연극으로 재구성한 청소년 체험 학습 프로그램 [논술개그 시리즈]가 교육계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며, 해당 프로그램은 『열여덟을 위한 논리개그 캠프』(공저)라는 책으로 도 출간되었다.

 

저자 : 한정아

 

‘예술문화 기업 강의’ 교육기관 아트스프링 대표로서, 삶의 위로와 희망을 전하는 강의를 모토로 뮤지컬 인문학 강의를 비롯한 다양한 예술문화 분야 메신저로 활동 중이다. 어릴 적 보았던 「사운드 오브 뮤직」을 인생 최고의 작품으로 꼽으며, 힘든 시절 작품에서 받았던 긍정적 영향을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 지금 이 길을 가고 있다. 뮤지컬 「토요일 밤의 열기」, 「루나틱」, 「라이온 킹」 등의 다수 작품에서 뮤지컬 배우로 활동했으며, 중앙대 예술대학원에서 뮤지컬을 전공하며 「서사극 관점으로 바라본 뮤지컬 「카바레」 연구」 논문을 남겼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및 관공서에서 강의를 하며, 지치고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예술문화로 꿈의 의미와 삶의 가치를 선물하는 일을 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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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바타 어댑트 오어 다이
코리나 베츠코 지음, 베니 R. 로벨 외 그림, 삐맨 옮김 / 북캣(BOOKCAT)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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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아바타 어댑트 오어 다이』는 영화 〈아바타〉를 그래픽노블로 재탄생시켰다. 줄거리는 영화 〈아바타〉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아는 내용이다. 그러나 그래픽노블로 재탄생한 책은 이 분야에서 7년을 달려온 삐맨의 살아있는 번역으로 그 맛과 감동을 더하고 있다. 그 생생했던 아바타의 세계를 글로써 다시 보여준다는 의도다. 그만큼 번역에 심혈을 기울였다는 반증이다. 우리가 인터넷에서 주로 사용하는 아바타(Avatar)는 원래 가상사회에서 자신의 분신을 의미하는 시각적 이미지로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avataara)'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인터넷 채팅, 쇼핑몰, 온라인 게임 등에서 자신을 대신하는 가상육체로 각광받고 있으며 상업적으로 이용가치가 급증하고 있다. 아바타는 분신(分身)·화신(化身)을 뜻하는 말로, 사이버공간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이다. 산스크리트어 아바따라는 '내려오다'라는 뜻을 지닌 동사 '아바뜨르(ava-tr)'의 명사형으로, 신이 지상에 강림함 또는 지상에 강림한 신의 화신을 뜻한다. 산스크리트 '아바따라'는 힌디어에서 '아바따르'로 발음되는데, '아바타'는 힌디어 '아바따르'에서 맨 끝의 '르'발음이 탈락된 형태이다.

고대 인도에선 땅으로 내려온 신의 화신을 지칭하는 말이었으나, 인터넷시대가 열리면서 3차원이나 가상현실게임 또는 웹에서의 채팅 등에서 자기 자신을 나타내는 그래픽 아이콘을 가리킨다. 아바타는 그래픽 위주의 가상사회에서 자신을 대표하는 가상육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아바타가 이용되는 분야는 채팅이나 온라인게임 외에도 사이버 쇼핑몰·가상교육·가상오피스 등으로 확대되었다. 최근 가장 각광받는 분야는 온라인채팅서비스로, 아이콘채팅, 3차원 그래픽채팅 등의 아바타를 이용한 채팅서비스가 도입되었다. 기존의 아바타는 2차원으로 된 그림이 대부분이었다. 머드게임이나 온라인채팅에 등장하는 아바타는 가장 초보적인 수준이었고 이러한 현실감이 떨어지는 문제점을 보완하여 등장한 것이 3차원 아바타다. 3차원 캐릭터는 입체감과 현실감을 함께 지닌 것이 장점이다.

 


 

아바타는 현실세계와 가상공간을 이어주며, 익명과 실명의 중간 정도에 존재한다. 과거 네티즌들은 사이버공간의 익명성에 매료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려는 욕구를 느끼게 되어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시켜주는 아바타가 생겼다. 대부분의 게임이나 채팅서비스에는 주로 몇 가지의 캐릭터를 조합하거나 이미 완성된 아바타를 제공하지만 그래픽기술이 향상되면서 서비스 제공자가 이미 만들어놓은 기성품(ready-made)을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문자ID처럼 사용자가 자신만의 개성있는 아바타를 직접 만들 수 있는 나만의 아바타도 등장하였다. 우리가 알고 있던 아바타는 2009년 영화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에 의해 일대 변혁이라할 만큼 대단한 영화가 등장하면서 산스크리트어 아바타가 의미하는 내용에서 판도라 행성에 사는 '나비족'을 의미하는 고유명사처럼 쓰이게 된 것이다. 지금 누구에게나 '아바타'가 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영화 제목'이라는 답이 되돌아올 정도이다.

〈아바타〉 블록버스터 할리우드 3D 영화로 탄생하면서 완전히 다른 대우를 받기 시작한다. SF·모험·액션 장르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로, 2009년 12월 개봉하면서부터다. 〈터미네이터〉, 〈타이타닉〉 등을 감독한 제임스 카메론이 감독을 맡았고, 배우 샘 워싱턴(Sam Worthington), 조 샐다나(Zoe Saldana), 시거니 위버(Sigourney Weaver) 등이 출연하였다. 실사촬영과 CG가 혼합된 3D 영화이며, 상영시간은 162분이다.

2154년, 지구로부터 4.4광년 떨어진 행성 판도라(Pandora)를 무대로 대체자원을 찾기 위하여 행성 파괴 하려는 지구인과 판도라를 지키려는 원주민 나비(Na’vi)족과의 갈등과 전쟁을 중심으로 자신의 아바타를 원격조종하며 나비족에 침투한 지구인 남자 제이크와 나비족 여인 네이티리의 사랑 등을 그리고 있다.

이 책 『아바타 어댑트 오어 다이』는 무엇보다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던 에피소드를 만날 수 있다는 점이 소장 가치를 더 높인다. 영화 〈아바타〉의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모앗(네이티리의 어머니)과 그레이스 어거스틴 박사의 에피소드를 중심으로 에이투칸, 셀프리지 등 낯익은 인물들의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만화계의 아카데미상, 아이스너상 후보에 오른 코리나 베츠코의 탄탄한 서사와 베니 R. 로벨의 수준 높은 작화도 책의 소장가치를 한층 높였다.

 


 

서기 2154년, 지구는 에너지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구로부터 멀리 떨어진 행성 '판도라'에서 대체 자원을 채굴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판도라의 독성을 지닌 대기로 인해 자원 획득에 어려움을 겪게 된 인류는 판도라의 토착민 '나비'(Na'vi)의 외형에 인간의 의식을 주입, 원격 조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명체 '아바타'를 탄생시키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 이 생명체 아바타는 나비 족의 유전자와 아바타 주인의 유전자 일부를 섞어서 만들어지며, 그렇기 때문에 한 사람당 하나의 아바타만을 가지게 되며 그들의 신경 또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이러한 아바타는 인간이 아바타의 신경에 접속한 상태에서 활동하며, 접속이 끊어졌을 때는 잠들어 있는 상태가 된다.

하반신이 마비된 전직 해병대원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것을 제안받아 판도라 행성으로 향한다. 그러나 본래는 과학자인 그의 쌍둥이 형이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가할 예정이었고, 아바타 역시 그의 쌍둥이 형의 유전자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데 형이 사고로 죽자, 어쩔 수 없이 절름발이이며 아바타 프로그램 훈련조차 받지 않은 제이크 설리를 데려오게 된 것이다. 그는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많은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을 듣고 아바타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된다. 그의 하반신 마비를 치료하기 위한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다.

 


 

형과 유전자가 같은 제이크는 자신의 아바타를 통해서 자유롭게 걸을 수 있게 된다. 하루는 제이크의 아바타가 속한 탐색조가 갑작스런 야생동물의 습격으로인해 위기를 맞게 되고, 가까스로 따돌리지만 제이크는 탐색조에서 떨어진다. 그날 밤, 제이크는 개 형상의 동물들의 공격을 받던 중 네이티리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게 되고, 그녀로부터 나비 족들이 있는 곳으로 인도된다. 처음에 나비 족들은 '악마', '꿈꾸는 자'와 같은 표현으로 그를 기피하였다. 그러나 네이티리가 그의 아버지이자 추장인 에이투칸을 설득한 덕으로 제이크는 그들의 무리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한편, 아바타가 있는 위치에 상관 없이 제이크의 의식이 본래 육신으로 돌아오면 인간들과 접촉할 수 있다. 그가 나비 족들과 접촉하였고, 그들의 무리와 합류한 것을 안 마일즈 쿼리치 대령은 지구에 가서 다리를 치료받게 해준다는 조건으로 자원 채굴을 막으려는 나비족을 원래 서식지로부터 이주시키라는 임무를 받게 된다. 그들이 살고 있는 서식지 땅 속에는 '언옵타늄'이라는 대체 자원이 가득했기 때문이다. 나비족이 계속 거기서 살고 있었기 때문에 자원을 캐내는 데 많은 어려움이 따랐었다. 따라서 그는 나비족과 같이 생활하며 그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배우고, 전사가 되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들의 신뢰를 얻어 그들이 다른 곳으로 이주하게 설득을 하고, 그렇게 대체 자원을 캐내기 위해서였다. 군사적 침략도 가능했지만 원주민들을 죽이면 지구에서 여론이 좋지 않을 것을 우려한 것이었다.

 


 

제이크는 처음에는 나비 족의 무리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말을 잘 타지도 못하고 나비 족의 언어도 잘 익히지 못했다. 하지만 제이크는 '네이티리'와 함께 지구에서는 겪을 수 없었던 다채로운 모험을 경험하면서 네이티리와 사랑에 빠지고, 나비 족들과 하나가 되어간다. 하지만 쿼리치 대령이 제이크가 네이티리와 나비 족과 사랑에 빠진 것을 알게 되었고, 평화적 방법으로 자원을 캐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알고 판도라의 자원을 강탈하기 위한 지구인들의 군사 침략이 시작된다. 하지만 제이크는 판도라의 생활에 익숙해져가고 네이티리와의 사랑에까지 빠져 결국 지구인들의 자원 채굴계획에 반감을 가지게 되어 같은 생각을 가진 동료들과 함께 싸우며 판도라를 지켜낸다. 그리고 나비족의 의식을 통해 그는 인간의 육신에서 나비족의 육신으로 다시 부활한다.

영화 〈아바타〉는 영화사에 새로운 획을 그은 작품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작품이라며 높은 평가를 받았으며, 위에 보다시피 거의 모든 한국 전문가들이 극찬하였다. 개봉 당시에는 단순하지만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혁신적인 영상미로 매우 큰 반향을 일으킨 영화이다. 현재에도, 국내 평론가들 평균 점수 8.83점과, 메타크리틱 83점, 로튼토마토 83%라는 기록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다지 돋보이지 않는 평범한 스토리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유명한 이유는 독보적인 영상미에 있다. 특히나 3D 입체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 수많은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3D 상영관의 낮은 보급률과 일반 영화보다 비싼 관람료 때문에 이전까지 일부 마니아 층에서만 즐기던 3D 영화의 시장을 확대하는 데 성공한 작품이다. 또한, 아이맥스 포맷의 본격적인 지평을 열었으며, 더욱 발전한 모션 캡처 기술을 사용하여 나비족이라는 가공의 캐릭터들에게 사실적이고 인간적인 감정을 부여하는 혁신을 이루었다.

 


 

한 평론가는 기존 영화의 영상 수준이 1이라면, 아바타는 20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만큼 당시 기준으로는 오버 테크놀로지에 가까운 수준의 충격을 선사했던 영화다. 예고편만 보면 트랜스포머 시네마틱 유니버스 같은 사실적인 CG가 아니고 3D 애니메이션 느낌이 나는 CG라 어색하게 보이는데, 3D 영화이기 때문에 직접 가서 안경을 쓰고 보면 전혀 다른 느낌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아예 이 영화의 2D 버전과 3D 버전은 별개의 물건으로 취급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을 정도이다.

 

글 : 코리나 베츠코

뉴욕타임스 선정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휴고상과 아이스너상 후보에 오른 작가이다. DC, 마블 등의 다양한 코믹스를 집필하고 있으며, 어린이를 위한 과학책을 썼다. 주요 작품으로 《스타워즈 : 레거시》, 《세비지 헐크》, 《원스 어폰 어 타임》 등이 있다.

 

그림 : 베니 R. 로벨

스페인 출신의 일러스트레이터. TV 프로그램, 코믹스, 웹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러스트레이터, 컬러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 《블랙리스트》 시리즈, 《퍼시픽림 : 펜테코스트》 등이 있다.

 

그림 : 웨스 디지오바

프리랜서 일러스트레이터로, 1998년부터 전문적으로 만화를 채색하고 레터링을 해오고 있다. 다크호스, 마블, DC 엔터테인먼트, 디즈니 퍼블리싱 월드와이드, 니켈로디언을 비롯해 여러 출판사의 작품에 참여했다.

 

번역 : 삐맨

영어영문학과를 수료하고 영화, 코믹스 전문 유튜브 채널 ‘삐맨 B Man’을 운영 중이다. 2019년 한국 프리미엄브랜드지수 유튜버 1위에 오른 바 있다. 디즈니, 소니픽처스 등 글로벌 콘텐츠 회사와 협업해 영상을 제작하고 있으며, <아바타 : 물의 길>을 시작으로 <던전 앤 드래곤 : 도적들의 명예>,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3> 등 영화에 출연한 할리우드 배우들의 영어 인터뷰도 진행하고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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