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움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3가지 기준
김기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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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는 우리말 '~답다'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사람을 표현할 때 어떤 말에 붙여도 그 사람의 성격과 본성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아름답다' '사람답다' '학생답다' '스포츠맨답다' 등이다. 이 책 『인간다움』에는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삶은 어떤 것인지를 탐구한 한 철학자의 깊은 사유가 담겼다. 저자 김기현은 철학자다. 인간과 인간다운 삶을 탐구하는 것이 철학이라면 '인간다움'을 탐구하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 가장 중요한 철학적 과제가 아닌가 생각하는 저자에 독자는 크게 공감한다. 2023년 대한민국 사회는 인간다움을 잃어가고 있다. 이런 현상은 물론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선진국이라고 일컬어지는 서구와 미국, 그리고 일본에서도 같은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시대임을 저자는 경고하고, 인간다움을 하루빨리 회복해야 한다는 점을 이 책에서 부각시키고 있다. 가장 직접적으로 닥친 문제는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AI와 로봇의 놀랄 만한 속도의 발전이다. 인류는 AI와 로봇의 편리함에 이미 익숙해져 가고 있는 듯하다. 이 새로운 문제는 이전부터 골머리를 앓고 있는 기후변화, 사회적 갈등, 빈부의 양극화 등의 문제에 더해져 설상가상의 상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간다움의 상실의 원인이 될 수는 없다. 이미 1차 산업혁명에서 기계에 의한 인간 노동의 가치와 필요를 크게 떨어뜨리는 결과를 경험했다. 처음에는 '기계파괴운동'도 벌어지는 등 암울한 일들이 일어났지만 이 과도기를 극복해냄으로써 우리는 고단한 노동을 기계에 미루고, 오히려 윤택한 삶을 누릴 수 있었다. 이 경험은 디지털 시대 4차 산업혁명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문제는 인간이 인간다움을 잃어가는 현실이다. 사후보다는 예방이 먼저고 최우선이란 생각은 지울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은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배우고 가르쳤다. '우리는 인간이지 짐승이 아니다'라는 생각이 머릿속 깊이 자리 잡고 있다. 아니 어쩌면 수만 년 이상 그 생각이 유전자로 인간의 몸 전체에 전해져 내려오는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한편에서는 인간을 과대평가하고 있다는 주장도 끊임없이 나온다. 인간의 행위가 점차 과학적으로 해명되면서 '인간도 동물에 불과하다'라는 생각이 힘을 얻고 있는 실정이다. 지구 환경과 생태계 문제에 들어가면 인간의 인간다움은 정말 없어졌는지 모를 정도다. 과연 인간의 민낯은 어느 쪽에 가까운 것일까?

 


 

현대인이 ‘인간다움’에 대한 인지부조화를 겪고 있다고 저자는 판단한다. 이 진단을 위해서는 '인간다움'이란 정의에 저자를 따라 먼저 접근해 본다. 저자는 「우리는 여전히 인간답기 바라는가」란 제목의 〈들어가며(프롤로그)〉에서 "인간다움은 우리의 열망을 담고 있다. 인간다움은 서로를 평가하는 기본적 잣대이며, 한 사회의 수준을 가늠하는 기준"리고 전제한다. 인간다움은 약육강식과 적자생존이 지배하는 야만의 세계에서 벗어나 문명으로 인도한 성품으로, 우리의 자부심을 구성한다고 정의한다. 그러나 저자는 앞서 언급한 대로 반대 의견도 있음을 지적한다. 우리 마음 한 켠에는 전혀 다른 생각도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를 바 없다는 생각 말이다. 인간은 동물 계열의 연속선상에 있는데, 다른 동물에 비해 지능이 탁월하다 보니 연속선상에 있지 않은 별종이라는 착각을 일으킨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가치관과 이념이 대립하고 갈등할수록 우리가 속한 사회의 물리적 측면뿐 아니라 정신적 측면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오늘날 사람들의 관심이 환경의 변화나 경제적 측면에 쏠려 있는 반면, 인간의 내면세계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빈약하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이 책은 거대한 변화의 급류 한가운데 서 있는 우리가 원하는 미래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더 늦기 전에 내면세계, 즉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요소가 무엇으로 구성되어 있고,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살펴볼 것을 권하고 있다.

인간다움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를 기반으로 인간성 소실이 일어나고 있는 안타까운 현실을 지적해온 저자는, 그냥 주어지는 것으로 오해하기 쉬운 ‘인간다움’을 제대로 알아가는 것이 잃어버린 인간으로서의 자부심을 되찾는 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오랜 인고의 과정을 통해 획득된 인간다움이 인류의 자산이 되기까지, 인류가 인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 걸어온 희생의 연대기를 펼쳐낸다. 인간의 정의가 흔들리는 지금, 인간다움이 어떤 도전을 견뎌냈고 어떤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 다룬 이 책이 인간성을 재정립하고 회복하는 길로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하자면, 대개 어떻게 살아야 인간답고 존엄하게 사는 것인가라는 문제에 주목한다. 이 책은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 앞서 가장 기본이 되고 누구에게나 공통분모로써 적용할 수 있는 가치, 즉 ‘인간다움’ 자체에 먼저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인간다움의 핵심 가치가 ‘공감’, ‘이성’, ‘자유’의 3가지 축을 통해 현실 속에서 구체화된다고 강조한다. 즉 인간다움은 공감을 연료로 하고 이성을 엔진으로 하며 자유로써 규범을 구성하는 성품이다. 이 책은 모두 6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인간과 인간다움에 대해 정의(의미)를 세우고 연대 순으로 인간다움의 형성 과정의 역사를 살펴본다. 1장 「입문 : 인간다운 삶을 지탱하는 최소한의 조건」, 2장 「고대 : 이끌리는 삶이냐, 개척하는 삶이냐」, 3장 「중세 : 내면세계라는 집은 짓는 기나긴 여정」, 4장 「근대 : 개인의 탄생, 온전하고 자유로운 삶의 발견」, 5장 「현대 : 포화 속에 흔들리는 위기의 인간」, 6장 「미래-나는 무엇이 되는가」 등이다. 1장에서 저자는 '인간답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이야기한다. 논문처럼 격을 갖췄다. 하나의 음식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여러 식재료가 적절히 결합해 음식이 어우러져야 하듯 인간다움이라는 성품도 몇 가지 재료들이 적절히 결합해 만들어진다고 저자는 밝힌다. ‘공감’, ‘이성’, ‘자유'의 각 요소를 일컫는다. 이들 각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며, 어떻게 서로를 보완해 인간다움의 개념이 만들어지는지를 살핀다. 이 3가지 요소는 인류 역사에서 각기 다른 시점에서 성장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이 책의 2~4장에서는 인간다움의 요소들이 문명의 형성과 함께 잉태되고 성숙하며 인류의 자산으로 자리 잡는 역사적 과정을 고찰한다. 공감은 문명이 시작되기 전, 아주 오랜 과거에 형성되었다. 반면 이성과 자유(자율)은 상대적으로 어린 자산이란 말이다. 세상의 이치를 스스로 파악하는 능력으로서의 이성은 기원전 7~8세기에 씨가 뿌려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또 자기 삶을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능력으로서의 자율은 그보다 훨씬 뒤인 14세기 무렵이 되어서야 싹을 틔운다고 역사적 과정을 밝힌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형성이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한다고 덧붙인다. 여기서는 권위주의가 붕괴되고 개인(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이 형성되면서 세 요소가 결합해 오늘의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이 형성됨을 보여준다고 설명한다. 이처럼 인고의 과정을 거쳐 인류의 자산으로 자리 잡은 인간다움은 19세기 들어와 수난을 겪는다고 저자는 밝힌다. 인간다움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속속들이 비판을 받는다는 것. 이때부터 인간다움에 대한 믿음과 그에 대한 반발이 동시에 우리의 세계관에 자리를 잡는다. 그것은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결과가 오늘 우리가 겪는 인간다움에 대한 인지부조화라고 역설한다. 독자들은 19세기에 인간다움을 이루는 요소들이 정면에서 공격받았다고 말하는 저자가 '공격'이 무엇인지를 알기를 바라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이때 전통적인 인간다움을 옹호하는 사람들은 상대방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에 대응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다고 운을 뗀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도전은 가랑비에 옷깃이 젖듯 우리의 의식에 은근히 스며들고 있다고 말하며, 생활 속에서 우리의 수고를 덜어주는 편리한 기계들에 의존하는 사이 인간다움을 이루는 자산은 서서히 힘을 잃어가게 되었다고 말한다.

2장에서 저자는 인간은 언제부터 만물의 지배자가 되었을까?에 대한 설명을 한다. 이 과정 자체가 한 시대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 점차적으로 이루어진 데다, 역사적 기록이 있기 전부터 발생했기 때문에 그 시점을 특정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에 따라 인류가 내놓은 각종 대답에 대한 검토를 먼저 해보고 독자들이 판단하기를 기대한다. 인류는 지배자의 위치에 스스로 올랐지만, 불의 사용, 도구의 사용, 손가락의 형태, 직립보행, 언어 사용 등이 그 주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가운데 하나만 꼽아 원인으로 단정짓기 어렵다는 말이다. 저자는 이 해답을 생존 문제에서 찾는다. 자신보다 우월한 각 짐승들, 특히 오늘날까지 포식자라고 인식되는 동물들을 어떻게 이기고 지배자에 올랐나 살펴보는 것이다. 저자는 '협동'이라고 단정한다. 포식동물을 제압하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협동의 힘을 이용했다는 자연스러운 결론에 도달한다. 지배자가 되는 과정에 협력이라는 요소가 엔진으로 작동했고, 지능, 언어, 신체 구조 등이 인류의 협동으로 다른 종들의 협동에 비해 우월하게 만드는 윤활제로 작동했다는 결론이다.

 


 

3장은 중세의 이야기다. 흔히 4세기부터 10세기까지 유럽은 온갖 전쟁에 고통스럽고 가난에 허덕이며 혼란했다. 암흑기라고 불리는 기간이다. 유목민족인 훈족이 4세기 중엽 서쪽으로 이동해 유럽을 침입하자 그들에게 밀린 게르만족이 대이동을 하면서 로마를 침공하게 사실을 우리는 역사를 통해 배워 알고 있다. 이 무렵 유럽의 중심축이었던 서로마 제국이 게르만족에 의해 멸망한다. 문명의 중심은 지중해 연안에서 유럽 내륙으로 이동한다. 이 결과 오늘날의 프랑스와 독일 지역에 걸쳐 있는 프랑크 왕국이 중요한 지위를 차지한다. 이런 혼란의 시기에 글로벌 종교가 된 기독교는 유럽 전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유럽 전체를 아우르는 이념으로 성장할 잠재력을 키우기 시작한다.

10세기에 들어서면서 중세는 중요한 변화를 맞는다. 기독교에 의해 싹이 심어졌던 평등사상이 성숙하기 시작하고, 동시에 개인들의 내면 세계에 대한 관심도 점차 확대된 것이다. 한 사람의 내면세계는 그 사람의 사적 영역이다. 평등사상 역시 존엄한 개인이 만들어지는 데 있어 중요한 조건으로 저자는 말한다. 이렇게 중세를 거치며 평등의 정신은 확장되고, 내면세계에 대한 관심은 점차 깊어진다. 모든 사람이 자신의 삶을 자유롭게 기획하고 성취할 권리가 있다는 생각, 그리고 이러한 권리에 한해서는 차별이 있을 수 없다는 생각이 성장해간다고 저자는 설명하고 있다. 개인이 형성되는 과정을 역사 속에서 밝히고 있는 것이다.

중세 이후 종교 개혁과 르네상스으로 넘어가면서 개인의 존엄을 강조하는 것은 예술이 가장 적절하고 또 그렇게 되었다고 저자는 분석한다. 내적인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하게 되었다는 것은 단지 예술을 발전시켰다는 의미 이상이라는 것. 욕망과 정서가 머무는 내부에 대해 자유롭게 쓰고, 묘사하고, 이야기하면서 자아에 대한 새로운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는 뜻이다. 이는 나만이 접근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나의 정체성을 이루는 중요한 영역임을 인식하게 된 것이라고 저자는 풀이하고 있다. 이렇게 르네상스 시대에는 개인의 이상과 꿈이 존중받고 다른 사람의 간섭 없이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삶을 영위할 권리를 인정받는 것에 인간의 존엄과 진정한 행복이 있다는 생각이 확산된다. 이러한 흐름은 이미 무너지기 시작한 과거의 권위주의를 송두리째 흔들면서 개인을 사유의 중심에 놓는다. 4장의 이야기다.

 


 

자유로운 개인들이 미래를 새로 구성해나가기 위해 의지할 것은 다시 '이성'이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고대 그리스에서 신화적 세계관을 대체하면서 철학이 생겨날 때 인류의 유산으로 자리 잡은 바로 그 이성을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인간은 무엇이 참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이 능력이 이성이다. 나의 경험, 지각, 판단 등이 참을 향한 올바른 이정표인가를 되돌아보면서 세계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갈 능력, 이런 능력이 이성이다. 신화에서 벗어나 이유와 근거가 있는 것을 받아들이겠다는 태도에서 철학이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약해진 기독교적 세계관을 버리고 세계에 대한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때 이성이 또다시 부각된 것이다. 이 시기는 기존의 세계관을 버리고 개인이 세계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하던 때다. 이런 상황에서 의지할 것은 당연히 개인의 이성적 판단일 수밖에 없다. 르네상스와 종교개혁으로 탄생한 개인이 이성을 통해 세계에 대한 그림을 그려나가는 16~18세기는 이성이 주도한 시대이기에 '이성의 시대'라고 했으며, '계몽시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우리가 많이 접해서 이름이라도 들어본 철학자 홉스와 로크 외에도 장 자크 루소, 애덤 스미스, 이마누엘 칸드, 제러미 벤담, 존 스튜어트 밀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정치학과 정치철학에서 언급되는 고전 사상가들의 상당수가 이 시대 사람들이다.

고대에 태어나 근대 초기에 이르기까지 인간다움을 이루는 귀중한 자산으로 인정받았던 이성은 이후 다각도에서 비판을 받는다. 지그문트 프로이트는 인간의 행위와 삶을 지배하는 주요 동력을 이성이 아니라 성적인 본능에서 찾았고, 카를 마르크스는 도덕과 이념의 근원을 인간의 이성이 아니라 경제적 구조에서 찾았다고 설명하며, 이성에 대해 비판을 가한 인물들을 꼽는다. 특히 20세기 초에 세계적 실천에 들어갔던 카를 마르크스의 공산 사회주의는 20세기가 끝나기도 전에 짧은 기간 '권위주의적 전체주의'만을 유산으로 남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진 '실패 경험'으로 끝났지만 그렇다고 카를 마르크스의 이론 자체가 소멸되지는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카를 마르크스 사상을 자세히 언급하며 이론 자체에 이미 권위주의로 회귀할 수 있는 맹점을 안고 있었다고 이 책에서 평가한다.

 


 

5장에서 19세기에 시작된 인간다움에 대한 반발의 과정과 그 여파를 추적한데 이어 마지막 6장에서는 미래의 인간다움에 대해 논의한다. 인공지능과 생명과학의 결합으로 탄생한 새로운 기술은 인간다움에 대한 전혀 다른 차원의 도전을 제기한다. 저자는 우리가 마주하고 있는 새로운 도전이 19세기의 도전보다 훨씬 위협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인간다움에 닥친 새로운 위협을 해명하기 위해, 이 책은 다층적인 사고실험을 통해 우리의 생각과 내면세계가 어떤 변화를 맞이하게 될지 정교하고 예리하게 고찰한 이 책은 우리의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이지만 역사를 통해 분석함으로써 설득력과 신뢰감을 동시에 획득할 수 있는 깊은 내용이다.

이로 인해 이 책 『인간다움』은 인간을 인간답게 하는 구성 요소와 형성 과정, 인간 본질을 탐구하는 책이지만 동시에 원하는 삶과 미래를 스스로 찾고 더 나은 인간이 되는 길을 고민하는 책이 될 수 있다. 이 책에는 어떤 미래가 우리에게 올 것인지는 오늘을 사는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렸다는 주장이 담겨 있다. 원하는 삶과 미래의 모습을 고민하고, 스스로 개척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인간다움을 완성하는 가치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 되돌아볼 것을 먼저 읽은 독자로서 추천한다.

 

인간다움에 대한 고대인들의 생각이 오늘 우리의 생각과 다르듯 인간다움에 대한 오늘의 생각도 역사 속에서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성찰하지 않고 그저 변화하는 세태에 몸을 맡길 수는 없다. 우리는 비싼 대가를 치르고 인간다움에 대한 생각에 도달했다. 그런 만큼 현재 우리가 처한 도전이 무엇인지 올바르게 인식한 뒤, 보존할 것은 보존하는 노력을 해야 하지 않겠는가?(p.323)

 

저자 : 김기현

 

서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교 대학원 철학과에서 석사학위, 미국 아리조나대학교에서 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클라호마대학교 철학과 조교수, 서울시립대학교 철학과 부교수를 거쳐 현재 서울대학교 철학과 교수이자 서울대발전기금재단 부이사장으로 재직 중이며, 학생들에게 인식론을 인지과학과 연결하고 심리철학으로 확장하여 가르치고 있다. 세바시, TED 등 대중강연과 기업 및 사회 각 계층의 리더십 인문학 강연 등으로 삶에 철학을 적용하는 방법을 알리기 위해 꾸준히 활동해왔다. 지은 책으로는 『공존과 지속』(공저), 『인문의 길 인간의 길』(공저), 『현대인식론』, 『지식의 최전선』(공저) 등이 있으며, 서울대학교 교무처장, 한국인지과학학회 회장, 한국분석철학회 회장, 한국철학회부회장, 2008년 세계철학대회 한국조직위원회 사무총장, 대통령직속 인문정신문화특별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인간다움』은 한국 인문학계를 대표하는 김기현 교수가 오랜 기간 고민해온 ‘우리를 인간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지적 여정을 담고 있다. 문명의 형성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인류가 쌓아온 지적 유산을 조망하면서 존엄한 삶의 가치가 어떤 인고의 과정을 거쳐 형성되었는지, 지금 어떤 도전에 직면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인간다움’의 연대기를 추적하는 김기현 교수의 프로젝트에 담긴 인사이트를 통해, 인간성의 상실이라는 거대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무기, 그리고 희망적인 미래로 이끌어줄 방향키를 얻게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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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설렘의 시작 - 50대 이후 또 다른 나 찾아가기
조인숙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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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우리나라 이혼율이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더욱이 이혼한 여자라고 하면 남자에 비해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혼한 여자들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냉대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 『50, 설렘의 시작』의 저자 조인숙도 첫 마디가 "싱글맘들이 참 살아나가기 힘든 나라"라고 말한다.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장치나 실질적인 지원책은 너무나 미비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가적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것은 사회적 여론이 곱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족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직 한부모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좋지 않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혼하고 싱글맘이 된 지 올해로 20년이 된 저자가 세상과 홀로 마주하며 두 딸을 키워야 하는 막막함과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였던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처럼 깊이 아파봤거나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혼 후 처음에는 "들판에 홀로 버려진 들개처럼 두려움과 외로움에 몹시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정신을 수습하고 혼자서라도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좌절만 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엄마만을 바라보는 두 딸의 눈망울을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고고 한다. 저자의 당시 상황이라면 엄마들은 새로운 의지가 생기는 것일까? 희망을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읽어내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혼탁해져 뉴스에 등장하는 이혼녀의 일탈은 말 그대로 '뉴스감'일 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 주위에도 이혼한 사람들은 많다. 물론 대부분 남자들이어서 여성의 경우 얼마나 힘들까?라는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지만.

 


 

저자 역시 처음에는 막막했을 것이다. 안타까워서 배려하거나, 특혜를 베푸는 분위기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찾을 수 없다. 아이 양육에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결혼율이 떨어지고, 아이 출산도 꺼리는 시대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할 만큼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들자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기 시작한 지 몇 해 되지 않았다. '인구 절벽'을 벗어나기 위해 시행되는 고육책이다. 이마저도 저자가 이혼할 당시였던 2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양육비를 내준다는 조건에 합의했더라도 그것마저 주지 않는 아이 아빠인 남편들이 주지 않는다는 뉴스도 자주 나온다. 여성이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다를지 몰라도 예전에는 혼자 먹고 살기 어려워 이혼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독자는 남자이고, 주위에 이혼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들이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 지원을 해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가 이혼 당시 직장인이 아니었으면 홀로 독립해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터다. 그러나 이혼은 대부분 돈 문제보다는 서로의 의견 차이나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임을 볼 때 이제 남겨진 아이와 자신의 생계도 오롯이 여성 혼자서 담당할 몫이 된다.

어느새 아이 둘은 20대가 되어 지금은 여전히 싱글맘인 작가와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옛날 일 이야기하듯 저자가 고백하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저자가 감내했을 고통과 난관은 눈앞에 떠오를 정도로 공감이 된다. 저자는 이혼을 경험한 '돌싱 남녀'들에게 작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며, 이혼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이나 자녀들에게도 세상을 헤쳐나갈 희망과 용기를 건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깊이 아파 본 사람에게는 깊은 치유력이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고 자신이 가진 공감이라는 치유력으로 싱글맘, 싱글대디, 그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에 아파하지 말자. 우리의 마음은 작은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단단한 코뿔소가 들어앉아 있다." 저자의 말에 깊이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저자의 바람대로 싱글맘, 싱글대디들이 책을 통해 위안받고, 아픔을 뛰어넘는 힘을 얻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이혼은 결코 무겁고 아픈 것만은 아니며, 새로운 인생을 향한 출발점이다. 이혼을 계기로 좀 더 나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변화해가는 자신을 맞이하자.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즐기자. 저자가 이 책에 쓰는 내용의 요지이자 주제이다. 사실 이혼 당시 저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스스로 이혼녀 딱지를 붙이고 위축되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참고 버티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알게 될 일이고 부모님께는 알려야 한다는 마음에 알리고서는 일체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비난의 시선이 두려워서일지, 자존심을 세워야 했기에 그랬는지는 독자로서 알 수 없지만 철저히 혼자 되는 연습을 한 것으로 보면 될 일이다. 여동생은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서 아이들을 맡길 형편도 되지 않아 오롯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하고 싶다.

저자가 혼자 아이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지는 자신을 독려하는 용기에서 나왔을 것이고, 한편으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곳으로 자신을 밀어내야만 가능할 일이기에 독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 동마다 돌아 다니면서 영어 과외 모집 광고지를 붙이고 다닌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을 돌보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공부방이 제격이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아무리 잘 하는 일이라도 남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다. 수업 준비를 하느라 하루 2~3시간의 수면으로 버텼다. 투 잡도 아닌 포 잡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야만 했다. 이렇게 30대 중반의 저자는 초슈퍼맘과 초슈퍼대디를 겸한 '억척'의 대명사가 되어갔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동안 과외하는 아이들도 많아져 수입도 안정되어 갔다. 자신의 아이들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돌이키는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착수하며 대신 늘어난 생활비며 학비를 감당하느라 더 일에 매달렸다고 말한다. 집도 아파트는커녕 빌라 전세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서울에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돌보는 일은 말처럼, 바라는 것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저자를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일하게 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짜증도 내고, 꾸중도 했단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막내 아이의 사춘기 서막이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된 사춘기의 방황은 그 후로도 6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저자는 되짚어본다. 심지어는 '인생의 암흑기'였다고 표현한다. 막내 아이의 방황이 오래 지속된 데다 비행을 일삼아 학교와 경찰을 오가며 뒤치다꺼리를 했다는 말과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부모의 잘못이니 아이는 졸업만이라도 시켜 달라고 떼를 쓰듯 매달렸다고도 말한다. 우여곡절 많은 막내는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아예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다행히 잘 적응해 이제는 여엿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니 '대단한 엄마'인 것은 틀림없다. 별 말썽이 없었던 첫째는 음악 전공 대학에 가서 기쁨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엄마와의 싸움도 잦았고 방황하고 비행도 일삼던 막내 아이가 더 저자 자신을 살갑게 대한다고 삶의 즐거움을 맛보는 말도 한다. 지금은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막내가 대견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PART)로 구성돼 있다. 1부 〈내가 싱글맘이 될 줄이야〉, 2부 〈아이 둘 싱글맘, 혼자 세상과 마주하다〉, 3부 〈재혼보다 아이를 선택한 이유〉, 4부 〈50, 설렘의 시작이다〉, 5부 〈행복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등이다. 각 부는 6~8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봐도 연도 순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썼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진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나온 길에 추호의 거짓이 없이 오직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진심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에서야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 4부에선 설렘이 시작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말이다. 여자 50이 넘으면 "다 살았다고"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저자는 어떻게 설렘이 시작될까? 독자는 이 부분을 읽다가 설렘의 이유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했다. 보통 나이 50이면 슬럼프가 온다고 말한다. 남자든 여자든... 저자는 설레는 이유를 슬럼프에서 찾았다.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이다. 운동 선수들도 슬럼프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가 한 번쯤 찾아오는 데 비유한 것이다. 여성으로서는 '갱년기'가 그 슬럼프일 수도 있다. 그때 저자의 생각은 기발하다. 기발하다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내고 실천했던 것 같다. 슬럼프가 오면 세 가지를 꼭 기억하기를 주문한다. 첫째, 내가 참 열심히 사는구나. 둘째, 원하는 바를 이루는 날이 곧 오겠구나. 셋째, 그러니 계속 가야겠구나.라고...

 


 

저자는 이젠 자신 있게 말한다. "살다보면 앞이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노력하는 과정 중에 내공이 쌓여가고 있고,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p.163) 5부는 버킷리스트도 담아냈다.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내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책을 내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 책을 내는 순간 하나의 버킷리스트는 달성한 셈이다. '독파만권 행만지로'라는 말을 한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리길의 여행을 떠나라'는 뜻이란다. 그리고 "내가 창조한 운명과 데이트를 즐겨라"고 권유한다. 바딤 젤란드의 『리얼리티 트랜서핑』에 나오는 구절로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따온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는 증거다. 엄청난 중압감의 삶을 살아내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로 판단된다. 책을 읽는 게 정적인 영역이어서 삶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정반대라는 주장이다.

" 내 머릿속은 책 속의 세상에 동화되어 춤을 추고,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하루에도 수천 킬로를 달린다. 만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만 번의 간접 경험을 한다는 의미다. 또한, 책은 내가 실의에 빠지거나 우울할 때,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p.218)

저자 : 조인숙

 

중학교 때부터 글을 끄적거리곤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 내면의 소용돌이를 글로 휘갈기며 일기를 썼던 기억도 있고요. 결혼이라는 그 흔한 제도에서 실패와 아픔을 겪고 아이들을 혼자의 힘으로 키웠습니다. 쉽지 않았죠. 아이들도 저도 성장통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20대 어른으로 성장하고 나서 더 이상 저라는 사람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는 불안감에서 바둥거리다 다시 펜을 들게 되었네요. 글을 쓰면서 50대는 인생에서 나만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아프고 쓰라린 인생의 경험이 자신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이 책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어 너무 신나고 좋아요. 눈을 뜨고 오늘도 설렘의 시작입니다.

E-mail : joink20070@naver.com

Instagram : essay_writer

Blog : https://blog.naver.com/joink200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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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 툭 던지는 상대의 말투에 상처 많이 받으시죠? - 예의에 진심인 이들의 유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 습관
요시하라 타마오 지음, 황미숙 옮김 / 나비의활주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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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례하지 않는 말 습관을 들여놓으면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상대로부터 신뢰감을 얻어 사회에서 인정받는 지름길로 들어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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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마디 툭 던지는 상대의 말투에 상처 많이 받으시죠? - 예의에 진심인 이들의 유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 습관
요시하라 타마오 지음, 황미숙 옮김 / 나비의활주로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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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일본에서 아침에 유치원에 가는 어린이들에게 부모들이 하는 말이 극명한 차이를 보인다는 말을 독자가 어렸을 때 들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기 죽지 마라"이고, 일본은 "폐 끼치지 마라"였다고 한다. 독자가 어렸을 때 들은 이야기라 그 말을 귀담아 듣지는 않았지만, 나중에 그 말에 대한 기억을 되살릴 때가 있었다. 한국과 일본의 관광객에서 엄청난 차이가 있다고 했을 때다. 고등학교 때인지 정확한 기억은 안 나지만 우리에 비해 10배 이상이라고 뉴스에서 보도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일본에 관광객이 많이 몰려든 이유가 "친절'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은 누구든지 친절하게 대한다는 인식이 세계에서 인정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때 뉴스만 보면서 일본 사람들은 친절하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었다. 그러나 일본에게 나라를 잃고 고생한 우리 민족의 한을 생각하면서 '친절'은 진정성이 없는 것 아닐까?란 의심을 하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우리가 일본에 당한 피해 의식 때문이었으리라 추측된다. 그 마음의 상처와 분노는 아직도 간직돼 있다. 때문인지 해외 여행 갈 때도 여행지에서 일본은 의식적으로 제쳐놓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저런 이유로 들은 일본인의 친절은 사실인 것 같다.

이 책 『첫 마디 툭 던지는 상대의 말투에 상처 많이 받으시죠?』는 대화와 소통을 위한 자기계발서이지만 특히 상대에게 갖춰야 할 기본적 '예의'에 관한 책이다. 영어 표현을 빌자면 '에티켓' 같은 것이다. 저자는 일본 분으로 일본인의 '친절'이 어떤 것인지 책을 통해 접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해 선택했다. 이 책은 「예의에 진심인 이들의 유쾌한 인간관계를 위한 말 습관」란 부제를 갖고 있다. 상대가 누구이든 대화법을 담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의 친절이 진심인지, 가면인지 파악할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었다. 언어 습관이란 오랫동안 살아오면서 한 나라 혹은 한 민족이 자연스럽게 들인 습관이다. 언어 자체가 습관인데 굳이 언어 습관이라고 말한 이유도 있을 듯하다. 대인 관계의 시작은 아무래도 첫 마디 말의 종류에 따라 구별된다. 우리 속담에도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도 곱다"라고 했다. 속담을 100% 믿는 편은 아니지만 사회 분위기를 파악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수단이다. 누구라도 지금껏 만나온 이들에 대해 위와 같이 생각해 본 적이 있거나, 예상치도 못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기분이 상한 적도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처음 만난 사람에게 무례한 말을 건넨다는 것은 예의에 어긋나는 일이다. 어려 보이는 사람에게도 함부로 '반말'을 쓰지 않아야 하는 게 우리 사회 기본이고, '예의의 나라'인 상징이기도 하다. 독자는 선생님으로부터 배웠던 이런 언어 습관은 지금 중년의 나이가 넘어섰지만 지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동방예의지국'이란 별칭도 있을 정도로 '예'를 중시하는 나라 아닌가? 물론 지나치게 예의로 대하는 것은 자칫 '비굴'이란 오명으로 덮어질 때도 있지만, 그래도 상대를 존중해야 나도 상대로부터 존중받을 수 있다는 공자의 말은 지금도 우리 사회에 살아 있는 격언이기도 하다. 서양 사회에서는 이를 황금률이라고도 한다. 서양인들은 언어가 존대말, 반말 구별도 없다는데 상대에 대한 존중을 몸짓이나 표정으로 표현하나보다. 우리로서는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반말이나 적의를 보이는 것은 일반인들에게는 찾아볼 수 없는 무례한 일이다. 상대에게 들은 말 중에서 예의에 벗어난 말을 듣게 되면 감정이 상하고 스트레스도 받는다. 그와는 대화도, 더 이상의 관계도 지속되지 않는다. 우선 자신은 온화한 태도로 사람들을 대하고 싶은데, 상대가 몰상식한 한 마디로 짜증이나 화가 나는 것은 생각보다 오래 간다. 불편한 마음은 즐거운 마음보다 오래 가슴에 남는 것일까? 상처받은 채 하루를 불편한 마음으로 지낸다면 자신만 손해인 데도 그렇다.

이 대목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상대방의 예의 없는 말과 행동에는 발끈하거나 상처받으면서도, 정작 자신이 악의 없이 상대방에게 던진 한 마디나 행동이 사실이 ‘무례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하는 이들도 많다. 자신이 무례한 말과 행동을 당했을 때는 불쾌함을 느끼기 쉽지만, 반대로 자신이 누군가에게 그렇게 해버렸을 때는 잘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다. 당신과의 중요한 약속에 늦었으면서도 “제가 늦었네요.”라는 말만 하고 한마디 사과도 없는 이에게서 진정한 사과라는 마음이 드는가?라고 책의 저자 요시하라 타마오는 질문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잃어버린 신뢰를 필사적으로 되찾으려 한다는 느낌은 있는가? 이런 사람들은 결국 계속 그렇게 행동하다가 주위에 사람들이 점차 사라지게 되진 않을까?라는 걱정까지 한다. 독자 입장으로는 지나치게 '예의'에 민감한 탓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러나 저자는 이처럼 사과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매우 무서운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말과 행동이 예의 없는 사람은 그것이 상대방에게 주는 불쾌함에 대해 몰랐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러한 문제는 생각을 바꾸고 의식적인 훈련을 통해 크게 나아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커뮤니케이션이나 프레젠테이션을 전문으로 하는 이미지 컨설턴트라고 한다. 이에 따라 일하면서 다양한 세대, 업종에 종사하는 이들을 많이 만나고 있다. 만났던 사람들 중에는 ‘무례한 말과 행동’에 대해 이해하고 더 깊이 사귈 수 있는 이가 있는가 하면, 성격도 좋고 열정적인데도 이를 알 기회를 얻지 못한 사람, 사실은 똑똑한데도 무례한 한마디 때문에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사람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사람과 만날 때는 늘 상대방을 소중히 여기고, 이를 상대방이 분명히 느낄 수 있도록 말과 태도에 대해 돌아보고 고민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이 책은 모두 3부(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무례하지 않기 위한 말 습관〉, 2부 〈'나는 옳다’고 여기는 실수를 줄이기 위한 말 습관〉, 3부 〈적이 없는 사람이 되는 품격 있는 말 습관〉이다. 각각 13~20개의 짧은 장(章)으로 모두 50개의 장을 다룬다. 한 장(章)씩 읽어나가다 보면 ‘무례한 말과 행동’이란 무엇인지 확실하게 이해하게 되고, 누군가에게 더욱 신뢰받는 사람이 되기 위한 실천적인 화법과 태도 등을 담았다. 만일 무례하게 구는 사람이 당신 곁에 있다 하더라도 ‘어떻게 반응하면 스트레스를 줄이고 자신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게재했다. 책을 읽기 전에 다음의 세 가지를 기억하고 소중한 가족과 친구, 직장동료들과 공유하면서 이 책을 활용하면 좋다고 출판사 측은 소개하고 있다. 말과 행동을 바꾸면 되돌아올 장점이다.

 

① 무의식적으로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는 일이 없어진다.

② 몰상식한 말과 행동을 하는 사람과 스트레스받지 않고 교류할 수 있다.

③ 예의 바르고 신뢰받는 사람이 된다.

 


 

사회 분위기가 다르고 품성이 다른 것은 개인적인 일이지만 지구촌 한 동네인 현대 사회에서는 상대 나라나 사람들에게 신뢰를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은 '예의'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 책의 진의를 무시할 것이 못 된다. 일본도 사실 예의가 없는 민족이라고 생각해 왔다. 근대 사회로 들어오기 전까지 일본은 우리에게 '예의는 물론 도리(道理)도 모르는 무지한 무리'쯤으로 인식돼 왔다. 우리는 그들을 '왜구(倭寇)'라고 일축했다. 맞다. 일본은 13~16세기 먹을 것이나 사람들을 찾아 우리를 침략하고 약탈하는 해적이나 다름없었다. 이 때문에 그들을 '키 작은 도적 무리'라는 의미로 왜구라고 경시했다. 일본이 바뀐 것은 사실 임진왜란도 아니고 불교를 믿어서도 아니다. 그렇다고 유교(성리학)에 뛰어난 인재가 많아서도 아니다. 외국(특히 서양) 무역상들이 물건을 사고 팔기 위해 풍랑을 만나 어쩌다 표류해 들어온 서양인들과 접촉하면서부터다. 가장 먼저 눈독을 들인 것은 사실 무기였다. 총을 말한다. 그래도 우리나라 조선을 쳐들어왔고, 명나라까지 넘봤다. 그러나 그렇게 수입한 문물은 일본 전체를 바꾸기에는 역부족이었으리라. 비로소 메이지유신 이후 서양 문물을 그들이 직접 가서 배우고 보고 들었다. 그렇게 나라에서 직접 인재를 서양에 보내 양성했다. 그리고 드디어 정식 정치체제를 갖추고 선진국으로 발돋움했다. 알 수는 없지만 동양에서 배척 당한 한을 서양에서 배운 학문과 과학적 지식 등을 이용해 군(軍)을 양성하고 나라를 다시 일으킨 것이다. 이때부터 조선의 국격과 일본의 국격은 뒤집어진다. 그들은 서양 특히 당시 최강대국이었던 대영제국으로부터 배웠다. 직접 캠브리지 대학과 옥스포드 대학 유학생을 보냈다. 아마 대영제국이 원래 섬나라였던 점과 가장 강한 나라였기에 모방했던 것 같다. 물론 추측이다. 그리고 서양 귀족들이나 왕족의 예의도 배워왔다. 그들은 세계의 선진국 대열에 이른 것이다. 동양에서는 유일한 선진국이었다.

"예의란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상력과 객관성이 있다는 것을 드러내고, 상대방을 받아들일 여유와 순간적인 판단력이 겸비되어 있음을 뜻한다"는 말이 「무심코 한 내 말과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상처가 될지도 모릅니다」란 제목으로 〈프롤로그〉에 실려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당신은 무례한 말과 행동으로 인한 손해를 명확히 알게 되고, 자기만족이나 잔머리를 쓰는 것이 아니라 진심으로 상대방이 기뻐할 ‘예의’를 확실히 익힐 수 있을 것으로 저자는 기대한다. 세부적인 면에서 우리와는 조금 다른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서양식 예의를 동양인인 자신들에게 적절하게 고쳐 전해내려온 그들의 민족성을 엿볼 수도 있다는 점에서 '대화법'이나 '말을 많이 하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책이란 점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을 통해 무심결이라도 ‘무례한 말과 행동’을 하지 않는 품위 있는 사람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 결국 유쾌한 인간관계를 만드는 ‘진정한 예의’라는 무적의 보물을 손에 넣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지적인 사람일수록 남들 앞에서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참고로 저는 질문을 할 때 늘 ‘나만 알고 싶어 하는 정보인가?’ 혹은 ‘나 외에도 이 질문의 답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이 있는가?’를 생각합니다. 전자의 경우에는 개별 질문이 가능한 상황이라면 그렇게 하고, 가능하지 않다면 짧고 간결하게 질문하여 시간을 빼앗지 않아야겠지요. 짧고 간결하게 질문하기만 해도 주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당신을 더욱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게 하고, ‘나중에 저 사람이랑 이야기해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합니다.(p.168)

 

세세한 일에 신경을 쓰려면 상대방의 입장에서 오감을 전력으로 가동하여 한 걸음 앞을 상상하는 습관이 필요합니다. 상대방에게 일어날법한 일을 예상한다면 상대방으로서는 가장 반가운 ‘사소한 정보’를 발견하고 전달하여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p.194)

 

저자 : 요시하라 타마오

 

이미지 컨설턴트로 프레젠테이션과 커뮤니케이션 중심의 컨설팅을 진행 중이며, ‘체감하며 배우기’라는 오리지널 메서드로 기업 대상 연수와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스트레스 프리’를 콘셉트로한 화장품, 패션 아이템 등을 취급하는 ‘퓨라 도쿄(PURA Tokyo)’를 설립하여 회사를 경영 중이기도 하다.

저서로는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되는 38가지 법칙》, 《더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이 되는 44가지 법칙》, 《사람과 물건을 자유롭게 고르게 되는 책》,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지 마라》, 《파워우먼 되는 법》, 《선택받는 여성의 심플한 40가지 습관》, 《심플하지만 마음을 울리는 어른의 배려》 등이 있다.

 

역자 : 황미숙

 

이와이 슌지 감독의 영화들이 계기가 되어 시작한 일본어로 먹고사는 통번역사. 늘 새롭고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즐거움과 깨달음을 얻고, 항상 설레는 인생을 꿈꾼다.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일본어과 석사를 취득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는 『안 먹는 아이 잘 먹게 만드는 엄마의 말』, 『살 안 찌는 체질로 바꿔주는 아침주스』, 『체온1도 올리면 면역력이 5배 높아진다』, 『적당히 육아법』, 『공부머리 최고의 육아법』, 『조금 느린 아이를 위한 발달놀이 육아법』, 『화날 때 쓰는 엄마 말 처방전』, 『어른의 말공부』, 『한 문장으로 말하라』 외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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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사랑 권하는 사회 - 진짜 사랑을 잊은 한국 사회, 더 나은 미래로 어떻게 나아갈 것인가?
김태형 지음 / 갈매나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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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모두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기본사회’ 구축은 비현실적인 이상론이 아니라 인간의 본성을 발휘하며 살기 위한 필요조건이다. 사랑이 충만한 세상으로 바꾸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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