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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설렘의 시작 - 50대 이후 또 다른 나 찾아가기
조인숙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평점 :
지금은 우리나라 이혼율이 예전에 비해 크게 높아졌다고 하지만 여전히 이혼한 사람들에 대한 사회적 시선은 그리 곱지 않다. 더욱이 이혼한 여자라고 하면 남자에 비해 행동에 많은 제약이 따른 게 우리 사회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이혼한 여자들은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사회적 냉대가 여전하다는 이야기다. 이 책 『50, 설렘의 시작』의 저자 조인숙도 첫 마디가 "싱글맘들이 참 살아나가기 힘든 나라"라고 말한다. 이혼율은 증가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장치나 실질적인 지원책은 너무나 미비한 실정이라는 것이다. 국가적 지원책이 미비하다는 것은 사회적 여론이 곱지 않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가족의 모습이 다양해지고 있음에도, 여전히 아직 한부모 아이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 역시 좋지 않다는 말이다. 이 책은 이혼하고 싱글맘이 된 지 올해로 20년이 된 저자가 세상과 홀로 마주하며 두 딸을 키워야 하는 막막함과 아무에게도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절망감에 휩싸였던 과거를 돌아보며 자신처럼 깊이 아파봤거나 아파하는 사람들에게 전하는 따뜻한 위로를 에세이 형식으로 담았다.
저자는 〈프롤로그〉를 통해 이혼 후 처음에는 "들판에 홀로 버려진 들개처럼 두려움과 외로움에 몹시 힘들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러나 정신을 수습하고 혼자서라도 두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좌절만 하게 두지 않았을 것이다. 저자는 엄마만을 바라보는 두 딸의 눈망울을 보면서 정신을 차리고 스스로를 일으켜 세웠다고고 한다. 저자의 당시 상황이라면 엄마들은 새로운 의지가 생기는 것일까? 희망을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읽어내고 새로운 각오를 다졌다고 저자는 말한다. 아마 우리 사회의 대부분의 엄마들이 그럴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가 혼탁해져 뉴스에 등장하는 이혼녀의 일탈은 말 그대로 '뉴스감'일 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독자 주위에도 이혼한 사람들은 많다. 물론 대부분 남자들이어서 여성의 경우 얼마나 힘들까?라는 안타까움만 더할 뿐이지만.
저자 역시 처음에는 막막했을 것이다. 안타까워서 배려하거나, 특혜를 베푸는 분위기는 아직 우리 사회에서 찾을 수 없다. 아이 양육에는 돈이 들어가야 한다. 결혼율이 떨어지고, 아이 출산도 꺼리는 시대다. 나라의 장래를 걱정할 만큼 출산율이 떨어지고 인구가 줄어들자 정부가 지원책을 내놓기 시작한 지 몇 해 되지 않았다. '인구 절벽'을 벗어나기 위해 시행되는 고육책이다. 이마저도 저자가 이혼할 당시였던 20년 전에는 꿈도 꾸지 못할 일이다. 양육비를 내준다는 조건에 합의했더라도 그것마저 주지 않는 아이 아빠인 남편들이 주지 않는다는 뉴스도 자주 나온다. 여성이 사회 진출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 독립이 가능한 지금은 조금 사정이 다를지 몰라도 예전에는 혼자 먹고 살기 어려워 이혼을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독자는 남자이고, 주위에 이혼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들이 이혼한 전처에게 양육비 지원을 해줬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가 이혼 당시 직장인이 아니었으면 홀로 독립해 아이 둘을 키운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일 터다. 그러나 이혼은 대부분 돈 문제보다는 서로의 의견 차이나 성격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하는 것이 사회적 추세임을 볼 때 이제 남겨진 아이와 자신의 생계도 오롯이 여성 혼자서 담당할 몫이 된다.
어느새 아이 둘은 20대가 되어 지금은 여전히 싱글맘인 작가와 함께 어른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옛날 일 이야기하듯 저자가 고백하지만 20년의 세월 동안 저자가 감내했을 고통과 난관은 눈앞에 떠오를 정도로 공감이 된다. 저자는 이혼을 경험한 '돌싱 남녀'들에게 작가 자신이 살아온 경험을 솔직하게 나누며, 이혼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그들의 부모님이나 자녀들에게도 세상을 헤쳐나갈 희망과 용기를 건네기 위해 이 책을 썼다고 밝힌다. 저자는 깊이 아파 본 사람에게는 깊은 치유력이 있다는 말에 용기를 내고 자신이 가진 공감이라는 치유력으로 싱글맘, 싱글대디, 그 가족들의 아픈 마음을 치유하고 싶어 이 글을 쓴다고 고백한다. "누군가 무심코 던진 돌에 아파하지 말자. 우리의 마음은 작은 물고기가 아니다. 우리의 마음 안에는 단단한 코뿔소가 들어앉아 있다." 저자의 말에 깊이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읽고 있다. 저자의 바람대로 싱글맘, 싱글대디들이 책을 통해 위안받고, 아픔을 뛰어넘는 힘을 얻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이혼은 결코 무겁고 아픈 것만은 아니며, 새로운 인생을 향한 출발점이다. 이혼을 계기로 좀 더 나은 새로운 세계를 향해 변화해가는 자신을 맞이하자. 현재의 자신의 모습을 인정하고 즐기자. 저자가 이 책에 쓰는 내용의 요지이자 주제이다. 사실 이혼 당시 저자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스스로 이혼녀 딱지를 붙이고 위축되었다는 점이라고 말한다. 힘들어도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아파도 아프다고 말하지 못하고, 참고 버티며 아무렇지도 않은 척했다고 한다. 부모님께도 알리지 않았다. 그러나 어차피 알게 될 일이고 부모님께는 알려야 한다는 마음에 알리고서는 일체의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저자는 털어놓는다. 비난의 시선이 두려워서일지, 자존심을 세워야 했기에 그랬는지는 독자로서 알 수 없지만 철저히 혼자 되는 연습을 한 것으로 보면 될 일이다. 여동생은 지방에 거주하고 있어서 아이들을 맡길 형편도 되지 않아 오롯이 혼자서 아이들을 키워야만 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 것으로 독자는 생각하고 싶다.
저자가 혼자 아이와 스스로를 책임질 수 있다는 의지는 자신을 독려하는 용기에서 나왔을 것이고, 한편으론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없는 막다른 곳으로 자신을 밀어내야만 가능할 일이기에 독한 마음을 갖게 되었는지 모른다. 새로 이사한 아파트 동마다 돌아 다니면서 영어 과외 모집 광고지를 붙이고 다닌 일부터 시작했다. 아이들을 돌보려면 집에서 할 수 있는 공부방이 제격이라고 판단해서 내린 결론이라고 한다. 아무리 잘 하는 일이라도 남의 아이들을 가르친다는 것은 막중한 책임이 주어지는 일이다. 수업 준비를 하느라 하루 2~3시간의 수면으로 버텼다. 투 잡도 아닌 포 잡도 마다하지 않고 뛰어야만 했다. 이렇게 30대 중반의 저자는 초슈퍼맘과 초슈퍼대디를 겸한 '억척'의 대명사가 되어갔다. 최선을 다해 가르치는 동안 과외하는 아이들도 많아져 수입도 안정되어 갔다. 자신의 아이들도 엄마를 자랑스럽게 생각했던 것 같다고 지난날을 돌이키는 저자는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서는 서울로 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착수하며 대신 늘어난 생활비며 학비를 감당하느라 더 일에 매달렸다고 말한다. 집도 아파트는커녕 빌라 전세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비싼 서울에서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돌보는 일은 말처럼, 바라는 것처럼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해내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저자를 밤 10시가 훌쩍 넘은 시간까지 일하게 했다. 그래서 마음에도 없는 짜증도 내고, 꾸중도 했단다.
이 때문인지 모르지만 막내 아이의 사춘기 서막이 시작됐다. 중학교 1학년 때 시작된 사춘기의 방황은 그 후로도 6년 동안 이어졌다고 한다. 단 하루도 바람 잘 날 없었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았다고 그 시절을 저자는 되짚어본다. 심지어는 '인생의 암흑기'였다고 표현한다. 막내 아이의 방황이 오래 지속된 데다 비행을 일삼아 학교와 경찰을 오가며 뒤치다꺼리를 했다는 말과 선생님과 교장선생님을 찾아가 부모의 잘못이니 아이는 졸업만이라도 시켜 달라고 떼를 쓰듯 매달렸다고도 말한다. 우여곡절 많은 막내는 고등학교를 간신히 졸업한 뒤 아예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다행히 잘 적응해 이제는 여엿한 직장인으로 살아가고 있다니 '대단한 엄마'인 것은 틀림없다. 별 말썽이 없었던 첫째는 음악 전공 대학에 가서 기쁨을 주기도 했다고 한다. 엄마와의 싸움도 잦았고 방황하고 비행도 일삼던 막내 아이가 더 저자 자신을 살갑게 대한다고 삶의 즐거움을 맛보는 말도 한다. 지금은 세상에서 엄마를 제일 사랑하고, 죽을 때까지 같이 살고 싶다는 말을 하는 막내가 대견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이 책은 모두 5부(PART)로 구성돼 있다. 1부 〈내가 싱글맘이 될 줄이야〉, 2부 〈아이 둘 싱글맘, 혼자 세상과 마주하다〉, 3부 〈재혼보다 아이를 선택한 이유〉, 4부 〈50, 설렘의 시작이다〉, 5부 〈행복에는 책임이 필요하다〉 등이다. 각 부는 6~8개의 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제목만 봐도 연도 순으로 담담하게 그리고 즐거운 마음으로 썼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진심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자신이 지나온 길에 추호의 거짓이 없이 오직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했다는 진심이 책 곳곳에 녹아 있다는 느낌이다. 지금에서야 자신감을 갖고 할 수 있다는 말이 곳곳에서 보인다. 특히 4부에선 설렘이 시작되는 나이가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나이가 50이 넘었는데 말이다. 여자 50이 넘으면 "다 살았다고" 말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저자는 어떻게 설렘이 시작될까? 독자는 이 부분을 읽다가 설렘의 이유를 판단할 수 있는 근거를 발견했다. 보통 나이 50이면 슬럼프가 온다고 말한다. 남자든 여자든... 저자는 설레는 이유를 슬럼프에서 찾았다. "슬럼프가 온다는 것은 노력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말이다. 운동 선수들도 슬럼프는 최선을 다해 노력하다가 한 번쯤 찾아오는 데 비유한 것이다. 여성으로서는 '갱년기'가 그 슬럼프일 수도 있다. 그때 저자의 생각은 기발하다. 기발하다기보다는 남들과 다른 생각을 해내고 실천했던 것 같다. 슬럼프가 오면 세 가지를 꼭 기억하기를 주문한다. 첫째, 내가 참 열심히 사는구나. 둘째, 원하는 바를 이루는 날이 곧 오겠구나. 셋째, 그러니 계속 가야겠구나.라고...
저자는 이젠 자신 있게 말한다. "살다보면 앞이 막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히 노력하는 과정 중에 내공이 쌓여가고 있고, 의미 있는 성장을 하고 있다."(p.163) 5부는 버킷리스트도 담아냈다. 저자는 자신의 첫 번째 버킷리스트는 "내 이름 석 자가 들어간 책을 내는 것이다"고 말한다. 이 책을 내는 순간 하나의 버킷리스트는 달성한 셈이다. '독파만권 행만지로'라는 말을 한다. '만 권의 책을 읽고 만리길의 여행을 떠나라'는 뜻이란다. 그리고 "내가 창조한 운명과 데이트를 즐겨라"고 권유한다. 바딤 젤란드의 『리얼리티 트랜서핑』에 나오는 구절로 예전에 읽었던 책에서 따온 명언을 가슴에 새기고 살았다는 증거다. 엄청난 중압감의 삶을 살아내면서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기에 얻을 수 있는 삶의 지혜로 판단된다. 책을 읽는 게 정적인 영역이어서 삶에 큰 보탬이 되지 않을 것 같지만 정반대라는 주장이다.
" 내 머릿속은 책 속의 세상에 동화되어 춤을 추고, 책 속의 주인공이 되어 하루에도 수천 킬로를 달린다. 만 권의 책을 읽는다는 것은 만 번의 간접 경험을 한다는 의미다. 또한, 책은 내가 실의에 빠지거나 우울할 때,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p.218)
저자 : 조인숙
중학교 때부터 글을 끄적거리곤 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 사춘기 내면의 소용돌이를 글로 휘갈기며 일기를 썼던 기억도 있고요. 결혼이라는 그 흔한 제도에서 실패와 아픔을 겪고 아이들을 혼자의 힘으로 키웠습니다. 쉽지 않았죠. 아이들도 저도 성장통을 겪으며 진정한 어른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아이들이 20대 어른으로 성장하고 나서 더 이상 저라는 사람의 존재가치가 없어졌다는 불안감에서 바둥거리다 다시 펜을 들게 되었네요. 글을 쓰면서 50대는 인생에서 나만의 꽃을 피울 수 있는 나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때로는 아프고 쓰라린 인생의 경험이 자신을 치료하는 약이 됩니다. 이 책과 함께 새롭게 태어나는 제2의 인생을 맞이하게 되어 너무 신나고 좋아요. 눈을 뜨고 오늘도 설렘의 시작입니다.
E-mail : joink20070@naver.com
Instagram : essay_writer
Blog : https://blog.naver.com/joink20070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