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라시아 횡단, 22000km
윤영선 지음 / 스타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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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과 대자연의 역사가 녹아 있다. 추억 많은 사람이 부자라는 말에 공감!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험이라 부럽다."(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룸 국장)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지식이 담긴 역사서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 등 우리민족의 얼이 파미르고원까지 어떻게 펼쳐졌는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았다. 중국에 외국 등록 차량 반입이 힘들다는 등 기본적인 여행 정보뿐 아니라 현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이 책 곳곳에 숨은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 있다. (중략) "또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인생의 교훈들과 삶의 지혜와 지식의 보물 같은 역할도 한다."(최우석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 책 『유라시아 횡단, 22000km』의 〈추천사〉들의 일부다. 이 책은 저자 윤영선이 은퇴 후 도전으로 3개 팀을 짜서 ‘모하비’ 자동차 3대로 동해에서 출발해 시베리아 몽골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이스탄불까지 22,000km를 두 달 동안 자동차로 달린 여정을 담아냈다. 특히 저자의 당초 결심으로 한민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기록들이 곳곳에 적혀 있어, 우리 민족의 역사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대장정의 결심과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직장에 얽매여 도전하지 못했던 꿈을 이번에 실천해 보자고 결심했다. 고대 한민족 역사의 자취와 얼이 숨 쉬는 아시아 대륙의 깊은 오지를 다녀오는 것이다." 공무원과 민간 기업에서 40여 년 근무한 저자의 나이는 공자의 나이로 고희(古稀)라는 70세다. 결혼 40주년, 나이 70살을 맞이해 의미 있는 이벤트로 「시베리아, 실크로드」 횡단 여행 소문을 듣고 부부가 함께 합류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꿈꾸던 일을 70세가 되어서 드디어 실현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여행기로만 읽을 수는 없을 듯하다.



저자는 글을 써 가던 중에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살 수 없다’는 격언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삶의 과정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뜻이다.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꿔 왔던 소망을 실현하는 과정에 가슴이 벅찰 정도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어렸을 때의 꿈을 제대로 실현하면서 삶을 완성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저자는 나이 70에야 이루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읽어도 될 듯하다. 저자가 은퇴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도, 문득 학창 시절의 꿈이 생각난 것도 저자의 가슴 한켠에선 사라지지 않은 꿈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학창 시절부터 저자는 ‘역사, 지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고대 동서 간에 교역, 문화, 종교 등 통행로인 ‘실크로드’를 가보고, 1,300년 전 젊은 신라 승려 혜초 스님이 통과했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우리나라를 자주 침략했던 유목민의 활동무대인 몽골고원과 일제강점기 해외 독립운동 무대였던 연해주와 시베리아를 가보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사막으로 알려진 타클라마칸 사막, 지구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고원, 천산산맥과 천산고원, 중앙아시아의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코카서스산맥 등 아시아 대륙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보는 꿈을 어찌 잊었겠는가. "2024년 7월, 8월 두 달 동안에 걸친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여행에 참여한 것은 내 삶의 작은 행운이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가장 튼튼하다는 ‘모하비’ 자동차 3대로 3팀이 함께 동해를 출발하여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몽골을 거처 중국 실크로드를 따라 파미르고원, 천산산맥과 천산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까지 22000km를 두 달 동안 횡단한 기록이자 역사·문화의 '산 교과서'다. 사실 자동차 여행은 디젤 기름과 요소수, 국가마다 보험 가입, 고속도로 통행료, 중국 입국허가 컨설팅업체 비용, 출발 전 자동차 부품 교체 등 많은 불편이 따랐다고 한다.



특히 내몽골 고비사막에서는 서울에서 부품을 공수하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오지를 통과하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서울에서 반찬과 간식, 구급약을 적게 가져와서 고생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나라들은 정비소 등이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쉬지 않아서 불편을 덜었다. 그러나 사막이나 고원 등 변방에 근무하는 국경 근무 공무원의 불친절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절차는 자동차 여행을 더욱 힘들게 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상존하는 것이다.

유라시아 횡단의 마지막 여정은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박물관이다. 동방 정교회 대성당, 이슬람 사원을 거처 1934년 이후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소피아박물관은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서 기독교인들과 이슬람인 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역사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피아 박물관의 입장료는 튀르키예 리라 대신, 40유로(6만원)를 받는다. 소피아박물관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아야소피아박물관은 6세기에 지어져 여러 번 지진을 견뎌낸 건축물이다. 오스만 터키왕국은 15세기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하여 500년 이상을 사용했다. 근세 터키 공화국은 관광객용 박물관으로 변경하여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역사와 문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유라시아 횡단, 22000km』는 도전기다. 이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발자취를 따라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실크로드와 유라시아에 존재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확인하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유쾌한 여행서이자 문화예술을 망라하는 역사서라고도 할 수 있다. 유라시아 횡단을 자동차를 가지고 최초로 하다 보니 자동차를 가지고 중국에는 몽골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고 중국 운전면허증만 통용되는 등 행정적인 절차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지막 여행지 이스탄불에 토착해서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횡단 여행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과 이스탄불 여행과 즐기고 차는 배로 보내고 나서 귀국해서 일 년 동안 원고를 정리했다.



이 책은 7부(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대륙을 향한 첫날〉, 2부 〈시베리아 대평원 횡단〉, 3부 〈내몽골로 향하는 여정〉, 4부 〈중국의 실크로드 구간〉, 5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구간〉, 6부 〈남러시아와 조지아〉, 7부 〈목적지 튀르키예〉 등이다. 1부에서는 동해항을 출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국제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지사들의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곳의 풍광과 관광을 경험한다.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음식이나 문화 등은 여행객에게는 필수 정보 사항일 터 간단하게 소개하는 항목도 마련해 썼다. 4장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에서다. 특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임에도 블라디보스토크는 전쟁의 긴장감은 전혀 없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시내 곳곳에 군인 동상이 많고 박물관도 군사역사박물관, 육군박물관, 잠수함박물관, 태평양함대박물관 등 군사박물관이 많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지역은 우리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926년 멸망한 발해의 유적이 보관된 〈아르셰니예프 향토박물관〉도 소개한다. 이곳은 발해 유적을 가장 많이 보관한 곳이란다. 1층에 「발해관」이 있고, 한국어로 된 설명서가 비치되어 있는 것도 귀띔한다. 

한글 설명서 첫 장에 "발해는 중국으로부터 파괴된 고구려 터를 기반으로 7세기(698)에 건국됐으며, 훗날 동해안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발해는 만주, 연해주, 북한 지역의 영토를 지배했으며, 말갈인들을 비롯해 새로운 나라를 구하던 고구려인들이 거주했다. 수도는 상경(중국 헤이룽성 동경성)이고, 동쪽 수도는 동경(두만강 건너 훈춘)이다. 채굴, 금속가공, 가죽 가공 등 기술이 상당히 발달하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에 따르면 발해사는 고려시대 '삼국사기'를 집필한 김부식이 우리 역사에서 제외함에 따라 오랫동안 잊혀져 왔으나 조선 후반기 실학자 유득공이 『발해고』에서 발해 역사를 재발견했다. 동해안을 따라서 원산 이남의 땅은 통일신라, 원산 북쪽은 발해 땅이었다. 유득공은 거란족에 의해 발해가 멸망(926)함으로써 만주 지역 고구려의 옛 영토가 영원히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는 점도 저자는 기록한다. 독자도 적지 않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한 지식을 넓혔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5부 2장 「타슈켄트의 ‘고려인 마을’」에 눈길이 멈춘다. 얼핏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마을은 소련 스탈린 시대 연해주 우리 동포를 중앙아시아 쪽으로 강제 이주한 역사를 자주 접했는데 그때부터 생긴 마을인 듯싶다. 책에 따르면 페르가나 지역의 도로 양옆은 목화밭이 매우 많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목화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865년 미국의 남북전쟁 때문이다. 유럽 면직 산업의 원료인 목화는 당시 미국 남부지방에서 수입하였다. 미국 북군이 남부군 자금줄을 끊기 위해 남부지방 항구를 봉쇄하자 목화의 유럽 수출이 어려워졌다. 공급이 줄자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곡창지대인 페르가나 지역에 목화를 심었다. 당시 목화를 '하얀 황금'이라고 불렀다. 현재 석유를 '검은 황금'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당시 목화는 돈이 되는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화 재배로 인한 부작용이 20세기 후반 들어 나타나고 있다.

목화는 성장기에 물을 많이 흡수하는 작물이다. 도로 옆 목화밭에 물을 주는 것을 보니 마치 논처럼 발목이 잠길 지경이다. 햇볕이 뜨겁고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강 상류에 댐과 운하를 만들어 상류의 강물을 목화 재배에 전부 사용함에 따라 하류인 아랄해로 강물이 흘러가지 못한다. 현재 아랄해 해수면 면적은 1960년 대비 5%만 남았다.

다음 날 고려인 집단농장이 있었던 고려인 마을을 방문한다. 중앙아시아 고려인은 약 50만 명이라고 한다. 1937년 17만 명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한 후손들이다. 우즈벡 인구의 약 2%가 고려인이라고 한다. 우즈벡과 카자흐스탄은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에 출신 종족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서 고려인 숫자를 알 수 있다. 종족 표기는 부계를 따른다. 아버지가 고려인이면 아들은 고려인이고, 어머니가 고려인이더라도 아버지가 비고려인이면 호적은 고려인이 아니다. 타슈겐트에서 한 시간 거리, '뿌띠딸리' 지역에 고려인 집단농장이 있다.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 후 고려인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많이 살았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었다. 90여 년이 흐른 현재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벡,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과거 소련 연방 영토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현재 고려인 숫자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벡' 순서로 많이 산다. 우즈벡 경제가 안 좋아서 우즈벡 출신 고려인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서 카자흐스탄, 러시아로 이주해 갔다고 한다.



독자는 저자의 마지막 목적지인 튀르키예에 관심이 많다. 중앙아시아 국가와 달리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중요 지점인 이스탄불이 있다. 이스탄불은 상업이 융성해 유럽과 동양의 문화와 문물이 섞여 매우 독특하다고 들은 바 있다. 또 이 나라는 민주주의 자유 국가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있어서 이슬람 국가로서는 가장 서구화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로마 시대부터 이어온 건축 문화와 독특한 이슬람 문화가 혼재하면서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다. 또 도시를 벗어나면 기이하도록 아름다운 풍광도 많아 많은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 중의 하나라고 들었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짭게 소개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어서 독자들의 관심이 오히려 적은 듯하다. 이 책은 여행을 즐기고 역사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인문학 여행서라 할 수 있다. 

"카파도키아 평원의 석양은 아름답다. 나와 아내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진한 터키 커피를 마시며 카파도키아 석양을 즐겼다. 카파도키아는 화이트와인이 유명하다고 해서 근처 와이너리에 들렀다. 세 종류 화이트와인을 시음하는데 1인당 200리라(약 8,000원)으로 저렴하다. 카메이트 L실장과 윤 군에 한 병씩 기념으로 나눠줬다."(p.450)


저자 : 윤영선


- 학력: 서울고, 성균관대학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 회계세무학과 박사

- 공직 경력: 제23회 행정고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재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 민간경력: 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삼성자산운용 감사위원장, CJ대한통운 감사위원장, 휠라홀딩스 감사, LS네트웍스 감사위원장, 조세심판원 정책자문위원, 기재부 세제동우회 회장

- 사회경력: 심산기념사업회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감사,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서울국제음악제 조직 위원, UN글로벌컴팩트 이사, 조병화시인 기념사업회 감사, OECD BIAC 한국측 조세자문위원, 가천대학 초빙교수, 성균관대학 대학평의회 평의원, 한국세무사회 고문, 한국관세사회 고문, 한국공인회계사회 자문위원, 한국관세학회 고문, 파인낸셜 뉴스, 헤럴드 경제신문 객원 컬럼위원

- 수상경력: 근정포장.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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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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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는 일본 혼슈 중부에 있는 시즈오카 현을 지나는 작은 철도 노선의 종점인 가케가와역의 전설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시즈오카는 후지산과 녹차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후지산(3,776m)의 전경을 어디서든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신조하라부터 출발해 시즈오카를 지나는 덴류하마나코 철도의 종점이 가케가와 역이다. 가케가와역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추억 열차’를 타고 누군가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하면 그 사람이 종착역에서 기다린다는 전설이다. 이 소설은 기적의 역무원 ‘니토’ 씨의 안내를 따라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멈춰 선 네 명의 주인공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끝내 찾아가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손녀,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진심을 놓쳐 버린 약혼자,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준 상처에 갇혀 버린 딸,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의 마지막 도전을 이어받은 아내까지 추억과 후회, 용서와 사랑이 교차하는 그들의 여정은 종착역 개표구 앞에서 ‘기적’과 ‘현실’ 사이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인생의 두 번째 기차가 조용히 출발한다.

      이 소설의 진정한 힘은 저자 이누준의 삶에서 비롯된다고 출판사 측은 전한다. 나라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 온 그는, 주임 간병사로서 수많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현실감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더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이 책에는 네 가지 이야기가 각각 한 장(章)씩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이번 역은 종착역인 가케가와역입니다〉, 2장 〈이별 선언〉, 3장 〈종착역의 전설〉, 4장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 등이다. 특히 「일러두기」에는 ①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② 작품 안에 지방 사투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사투리는 한국의 전라도 지방 사투리로 번역했습니다. 독자들의 혼란을 염려해 미리 기술해 두었다.



      저자 이누준의 문장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마지막 한마디’를 주제로 한 그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절제되어 있으며, 독자들이 각자의 기억과 상처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뷔작 『언젠가, 잠드는 날』로 주목받은 이누준은 이후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와 『이 사랑이 이루어진다면』으로 시즈오카 서점 대상 ‘영화화하고 싶은 도서 부문’ 사상 최초 2회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작품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에서도 저자는 진정성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이별과 화해, 가족애를 그린 휴먼 스토리의 정수를 그려낸다. 이 작품은 ‘눈물 폭탄 판타지’로 불리며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진정한 메시지는 눈물 너머에 있다고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그 핵심은 마음속 깊은 후회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것이다. 주인공 아키가 마지막 순간, 어머니와의 재회 대신 현재의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선택한 것처럼 저자는 독자에게 과거의 상처가 아닌 앞으로의 행복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건네는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멈춰 있던 삶의 기차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따뜻한 울림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추천한다.

      누구나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난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없는 일은 아니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나면 얼굴이 기억날까? 당연히 기억난다. 어떤 사람은 당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기적을 멀리 있지 않았다. 늘, 내 마음속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항상 역무원 '니토'의 친절한 안내가 있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첫 문장에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먼저 소개한다. "오늘도 덴류하마나코 철도 가케가와역에 열차가 들어온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개표구를 빠져나간다. 마지막 남은 승객은 한 사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미쿠(14세)다. 소녀는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할머니를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종착역의 전설’을 들려주는 소년 하루토를 만나면서 닫혀 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말로 ‘추억 열차’를 타면, 예전의 건강했던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역무원 니토는 오늘도 변함없이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추억 열차에 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역무원 니토라고 합니다." 니토가 인사를 건네면 승객들은 저마다 반응을 보인다. 우선 종착역의 전설을 굳게 믿고 열차에 탄 사람은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릴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한다. 반면 전설을 믿지 못한 채 열차에 오른 승객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심이 서려 있다. 다만 그 안에는 작지만 분명한 희망 또한 숨겨져 있다. 니토와 주인공 미쿠가 드디어 이곳에서 만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미간이 좁아 들었다. 남자가 남색 모자를 벗자 머리칼이 바람에 스치듯 가볍게 들썩였다. 호리호리한 몸에 어울리는 상냥한 눈매를 가진 남자가 옅게 미소 지었다. 가슴 부근에 ‘덴류하마나코 철도’라는 글자가 수놓여 있었다. 그제야 추억 열차가 하루토가 말했던 전설에 등장했던 열차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혹시….”

      “저는 안내를 담당하는 니토라고 합니다.”(p.46)



      앞서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처럼,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다음’이라는 핑계로 미뤄 둔 후회와 미련의 말이 있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한마디, 혹은 풀지 못한 채 영원히 닫혀 버린 오해의 서랍처럼 우리는 종종 과거의 짐을 짊어진 채 힘겨운 오늘을 살아간다. 이 책은 바로 그 멈춰 버린 시간에 도착한 기적의 열차를 타고, 각자가 간직한 가장 사무치는 그리움과 마주하게 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덴류하마나코 철도의 종점, 가케가와역에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전설을 중심으로 네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전설의 핵심은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개표구를 나서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그 사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재회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기적의 문을 통과하는 이들은 냉혹한 운명의 법칙과 사랑하는 이의 '숨겨진 진심'이라는 극적인 긴장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전설처럼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시즈오카의 작은 기차역에 숨겨진 ‘기적의 개표구’를 통과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이룰 수 없는 재회를 향한 마음과 재회한 후 상대의 마음속을 알게 되면서 비극이 감동으로 바뀐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갑작스레 연락을 끊고 사라진 연인 사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의 흔적을 쫓는 마모루의 여정이 그려진다. 추억 열차의 전설을 들은 그는 사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며 돌연 이별을 통보하자, 돌연 혼란에 빠진다. 종착역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랑해서가 아니다. 증오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놓지 못하게 했다.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몸 안에 들러붙은 질척한 증오를 전부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 시절에 종착역의 전설을 들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열차에 올라탔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이제 스물한 살이다. 근거도 없는 전설을 믿을 만큼 어린애도 아니고, 엄마에게 내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p.159)



      세 번째 이야기의 중심에는 번 아웃과 우울증으로 무너진 언니 아키, 그리고 그런 언니를 원망하며 외면해 온 동생 고유미가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멀어진 두 자매는 ‘종착역에서 만나야만 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각각 열차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들은 어떤 얼굴과 마주하게 될까? 특히 네 번째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을 앓는 도모키와 그의 아내 가즈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두 사람은 추리 게임으로 마음을 나누며, 도모키가 남긴 마지막 단서를 따라 가즈미는 종착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의 순간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단순한 힐링 소설을 넘어, 독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네 번의 기적을 선사하며, '추억 열차'라는 독특한 설정과 감동적인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얽히며 감동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삶의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애틋한 경험을 제공한다. 동화 같기도 하고, 청춘 로맨스 같기도 하다. 때로는 진한 형제애 등 가족 간 감동을 주제로 삼은 이야기들이 따뜻한 저자 이누준의 시선으로 보듬어 길어 올렸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 남편의 뒤로 시들어 가는 해바라기가 보였다. 마치 빨리 감기 영상처럼 꽃이 빠르게 시들어 갔다. 아직 한낮일 텐데 하늘도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여기서는 시간이 빨리 흘러간대. 꼭 옛날 동화 같지 않아?”

      남편이 거실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봉투를 집어, 내게 건넸다.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라는 글자를 보고 뻗었던 손을 급히 거뒀다.

      “싫어, 지금은 추리 게임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p.257)



      “남편이 마지막 추리 문제를 남기고 갔어요. 수수께끼는 ‘아르오네’였죠.”

      시미즈 씨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입을 벌렸다가 황급히 다시 닫고는 기대를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꽃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아르오네’를 알파벳으로 쓰면 ‘ARUONE’고, 거꾸로 읽으면 ‘E-NO-URA(絵の裏)’, 그림 뒤라는 말이 되죠. 그림 뒤를 봤더니 다음 문제가 적힌 봉투가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 수수께끼는 푸셨나요?”(p.263)


      저자 : 이누준


      나라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현에서 살고 있다. 2014년 『언젠가, 잠드는 날》로 제8회 일본 휴대전화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작품은 FOD 오리지널 드라마와 만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오늘밤,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가 오로라를 보는 밤에』 등 생과 사를 주제로 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반전×눈물 나는 감동의 휴먼 스토리’ 장르를 구축하였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그의 라이브 콘텐츠는 5년 넘게 200편 이상 이어지고 있다.

      대표작 〈겨울 시리즈〉는 시리즈 판매 누적 25만 부를 돌파하였으며, 그중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는 제8회 시즈오카 서점 대상 영화화하고 싶은 문고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2년 뒤 제10회 시상식에서 『이 사랑이 이루어진다면》으로 같은 상을 다시 받았다. 국내 출간 도서로는 『어서 오세요, 여생 은행입니다》와 OtoBon 송노벨 대상 ~음악을 느끼는 소설~ DREAMS COME TRUE편 입상작 『북상증후군》이 있다.


      역자 : 이은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하고 일본어 전문번역사로 일하면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60세의 마인드셋』, 『102세 할머니, 나 혼자 산다』,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따뜻한 세상은 언제나 곁에 있어』,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피곤한 게 아니라 우울증입니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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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 - 플로리안 아이그너의 양자물리학 이야기
      플로리안 아이그너 지음, 이상희 옮김 / 시그마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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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양자물리학이란 단어는 독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들어본 적이 없다. 아니 어쩌면 물리가 수학 못지않게 싫어서 요즘 말하는 '수포자' 대열에 있었기 때문에 몰랐다고 해야 더 옳을 듯하다. 독자가 고등학교 때는 아인슈타인이 현대 물리학에 가장 큰 기여를 한 학자라고 배웠다. 원자폭탄을 만들 때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원자폭탄 제조를 당시 미국 대통령에게 건의했던 물리학자로 알려진 정도였다. 아인슈타인은 뉴턴 이후 가장 유명한 물리학자였다. 적어도 독자가 고등학교를 다닐 때까지는 그렇게 알려져 있었다. 

      그런데 뉴 밀레니엄을 전후해 양자역학, 양자물리학이란 단어가 자주 신문 보도에 인용되었던 것을 본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독자는 대학을 졸업한 지 한참 되었고, 아날로그 세대로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어서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당장 필요치 않은 지식을 습득하기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주는 직장은 없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 이 책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는 양자역학, 양자물리학에 관한 입문서라고 봐도 될 것 같다.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Florian Aigner)는 〈서문〉을 통해 "이 책을 읽는 사람은 모두 놀라게 될 것"이라며 "아주 작은 입자와 그리고 위대한 생각을 다룬다"고 말하고 있다. 책 표지에 쓰인 「우리가 몰랐던 세계를 여행하기 위한 양자물리학 기본 개념 가이드」란 부제를 착실하게 설명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독자는 고등학교 때 물리학을 포기할 정도로 어려워했고, 대학도 인문대를 나왔다. 물리학의 기본을 배운 것도 고등학교 시절이 마지막이었다.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수년 전 〈양자물리학〉이란 영화를 본 기억이 읽고자 하는 용기에 힘을 보태주었다. 영화 〈양자물리학〉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마약이나 성폭력이 빈번하게 일어난 룸살롱 등 고급 유흥업소를 둘러싼 사건으로 검찰과 정부의 커넥션도 포함돼 있어 영화 제목과는 얼핏 어울리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봤지만, 아직도 많은 부분이 기억에 남아 있을 정도로 흥미롭게 봤다.



      '생각이 현실을 만든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주인공 ‘이찬우’가 어느 날 유명 연예인이 연루된 마약 파티 사건을 눈치챈다. “불법 없이! 탈세 없이!” 이 바닥에서도 혁신이 일어나야 한다고 믿는 그는 오랫동안 알고 지낸 경찰청 범죄정보과 계장 ‘박기헌’에게 이 정보를 흘린다. 단순한 사건이라고 생각했던 마약파티가 연예계는 물론 검찰, 정치계까지 연루된 거대한 마약 스캔들임을 알게 된 '이찬우'는 이제는 살기 위해 거대 권력과 맞서야 하는 상황에 맞부딪친다. '이찬우’는 ‘박기헌’ 계장을 비롯해 황금인맥을 자랑하는 업계 퀸 ‘성은영’ 등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이 사건을 파헤치기로 한다. 부패 권력에 통쾌하게 맞서라, 생각은 현실을 만드니까. 이것이 양자물리학 이론의 핵심으로 이해됐다.

      영화 제목과 '양자물리학'과의 관계가 깔끔하지 않다는 생각으로 백과사전을 찾아 읽어도 쉽게 이해되지는 않는다.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것 같지만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줍잖다. "양자역학은 분자, 원자 등 아주 작은 입자들을 연구하는 분야로 현대 물리학의 기초 이론이라고 한다. 플랑크의 양자 가설을 계기로 슈뢰딩거, 하이젠베르크, 디랙 등에 의해 만들어졌다. 양자역학은 뉴턴의 고전역학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고전역학이 거시세계를 탐구하며 현재의 조건으로 미래의 상태를 완전히 예측할 수 있다는 결정론적인 관점이라면, 양자역학은 미시세계를 탐구하며 현재 상태에 대해 알더라도 미래에 일어나는 사실을 정확하게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확률론적 입장이다. 양자역학은 컴퓨터의 주요 부품인 반도체의 원리를 설명해 주고, 과학기술, 철학, 문학, 예술 등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아무래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는 물리학의 기초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탓일 터, 이쯤해서 독자는 이 책 『우리가 벽을 통과할 수 없는 이유』로 다시 눈을 돌린다. 

      「이 책은 어떻게 읽어야 할까요?」란 제목의 〈서문〉에서 저자 플로리안 아이그너는 "이 책에는 어떠한 공식도 나오지 않는다"며 "양자물리학에서 가장 중요한 기본 개념을 단계별로 알아가게 하도록 썼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양자역학 기본서를 읽는 독자들에게 흥미롭고 알기 쉽게 풀어 씀으로써 양자물리학의 세계로 독자를 안내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저자에 따르면 양자의 세계를 여행하다 보면 우리는 무수히 많은 이상한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 이야기에는 토마토와 전자의 차이, 코펜하겐에서 노벨상을 은폐하기에 가장 좋은 장소, 양자폭탄, 우주선, 그리고 순간이동에 대한 내용도 있다. 우리는 또 스스로에게도 괴상한 질문을 던지게 될 것이다. 예를 들면 물질은 알고 보면 사실 공간으로 이루어진 것인데,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할 수 없는 것일까?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살아 있기도 하고 동시에 죽어 있는 것이기도 한다는 사고실험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리고 미시적 차원에서 예상치 못할 정도로 거칠게 양자가 흔들리며 깜빡일 때, 우리는 분명하고 선명한 현실을 경험한다는 것은 과연 가능하거기나 한 일일까?" 

      "세상은 원자와 그보다 더 작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 이 세계는 확률이 지배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이다. 그러므로 이 세상은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세계다. 양자역학이 탄생한 배경부터 최첨단 응용까지, 원자부터 우주까지 모든 것"을 이 책에 담았다. 알면 알수록 이해하지 못해서 우울해진다는 양자역학을 이 한 권의 책으로 통달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걸음은 더 들어가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이 세상이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원자라는 것의 실체가 밝혀지는 데는 그로부터 수천 년이 흘러서였다. 원자의 세계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고전적인 지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 심지어 아인슈타인도 그랬다. 특히 양자역학이란 것을 말이다. 책에 따르면 20세기 최고의 물리학자 중 한 사람인 독일의 막스 플랑크는 조금 더 효율이 좋은 전등을 만들려고 흑체복사를 연구했다. 흑체복사란 예전에 많이 사용하던 백열등을 상상하면 된다고 저자는 귀띔한다. 백열등에 전기를 공급하면 필라멘트가 달아오려며 빛과 열을 낸다. 즉, 어떤 물체에 열을 가하면 에너지가 빛과 열이라는 형태로 방출(복사)된다. 이런데 연구 결과 이 에너지가 특정 단위의 덩어리로만 방출되는 것이다. 플랑크는 혼란에 빠졌다.



      지금까지의 지식으로는 빛은 전자기파의 일종, 즉 파장이었다. 파장은 에너지의 흐름이 연속적이다. 즉 더 뜨거우면 뜨거운 만큼 강한 파장이 나와야 한다. 그런데 에너지가 덩어리 단위로 나온다는 뜻은 빛(에너지)이 입자라는 뜻인가? 입자여야 덩어리 단위로 묶을 수 있다. 실험으로 입증된 바와 같이 빛은 회절과 간섭을 한다. 입자가 어떻게 회절과 간섭을 한다는 말인가? 이 현상을 목격한 플랑크 자신도 이해하지 못했고, 입자일 리가 없다고 믿었다. 이 현상은 나중에 해결될 것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것이 바로 양자(덩어리)역학의 시작이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저자는 많은 과학자들이 플랑크의 발견과 이론을 좇아 연구한 결과 "빛은 파동과 입자 두 가지 성질을 모두 가지고 있다"로 결론났다. 파동이면 파동이고 입자면 입자지, 파동이면서 입자란 무엇인가? 저자는 고전적인 물리 이론으로는 납득할 수 없지만 실제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는 것이다. 입자이면서 파동인 무엇인가가 존재한다는 그것이 존재함을 인정하고,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렇게 받아들일 수 있는 유연한 마음가짐이 현대물리를 이해하는 방법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빛이 입자이면서 파동이라면, 다른 입자도 파동성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고 의심하는 것이 그 다음 수순이었다. 그리고 그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여러 가지 이론과 실험에 의해 원자가 양성자(중성자도)와 전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문제가 있었다. 전자는 워낙 작은 존재라 그 전자의 에너지만 측정할 수 있을 뿐, 관찰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이 문제를 해결한 것이 슈뢰딩거의 파동 방정식이다. 파동 방정식을 사용하면 전자의 에너지를 계산할 수 있고, 그 계산을 통해 전자의 위치를 확률적으로 알 수 있다. 2025년 노벨 물리학상은 존 클라크, 미셸 드보레, 존 마티니스가 수상하게 되었다. 그들의 업적은 ‘거시적 양자역학 현상의 발견’, 즉 거시 세계에서도 각종 양자역학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다고 증명한 것이다. 이로 인해 양자컴퓨터·양자암호 등 양자역학(양자물리학) 원리를 이용한 더 진보된 기술 개발의 길이 더 쉬워졌다.

      양자역학, 양자물리학, 양자 이론, 그리고 양자. 도대체 ‘양자(quantum)’는 무엇일까? 거시세계에서 사물의 움직임은 예측이 가능하고 단일한 경로만 가능하다. 하지만 원자, 분자 및 여러 양자 입자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한다. 예를 들어 원자는 왼쪽으로 움직이면서도 동시에 오른쪽으로 움직일 수 있다.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는 특정한 궤적을 따르지 않고 확률적으로 분포해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다시 한 번 논쟁하기 시작했다. 파동방정식을 이용하면 결과가 나오기는 하는데, 도대체 무엇이 파동성을 보이는가가 문제였다. 여기에서 세상을 뒤집을 해석이 나온다. 실제 파동은 없고 확률만 파동을 보인다는 것이 그 해석이다. 실제 전자의 위치는 알 수 없고, 확률로만 존재하는 것이다. 이 해석은 아인슈타인의 심기를 건드렸다. “신은 주사위 놀이를 하지 않는다”는 말로, 확률로만 존재하는 세계를 부정했다. 곧 다른 방법이 나오면 전자나 빛의 존재를 정확히 정의할 수 있을 것이라 믿었다.

      아인슈타인은 죽는 그 순간까지 양자역학의 확률론적 세계를 지지하지 않았지만, 현대물리학은 확률론적 세계를 조금씩 증명하고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무에서 유는 창조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확률적으로 보면 제로는 아니기 때문에 원자가 존재하고, 원자들이 모인 세계가 존재한다. 파동방정식을 만든 슈뢰딩거 그 자신도 확률론적 세계를 믿지 못했지만, 세상은 그렇게 돌아간다. 이 책은 그래서 세상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책이다. 수학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자제했지만, 양자역학의 역사적 의의는 물론, 그 덕분에 우리가 누리고 있는 기술적 발전과 응용까지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한번에 이해하기는 힘들겠지만 현대물리학자의 유연한 마음가짐으로 이 책을 들여다보면 세상을 이해하는 다른 지식을 만나게 될 것이다. 다만 저자가 쉽게 설명해도 단 한 권의 책으로 과학자들이 수천 년 연구해온 결과로 현대 과학의 중심 이론이 된 양자역학과 그 세상을 만나기는 어렵다는 사실은 인정하고 들어가야 한다. 더욱이 양자역학 이론에 따라 무한 발전해 가는 산업화 상품들은 우리가 상상에만 의존했던 레이저 광선 총, 또 미사일 요격, 각종 산업에 적용돼 나온 수많은 물건들을 보면 과학의 힘을 믿지 않을 수 없게 된다. 이 책은 모두 12장(章)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파동, 입자, 그리고 양자보송이〉, 2장 〈아무도 측정하지 않는 경우에만〉, 3장 〈양자 도약, 작은 부분으로 구성된 세계〉, 4장 〈새로운 종류의 우연〉, 5장 〈전자는 행성이 아니다〉, 6장 〈양자 지우개와 양자폭탄〉, 7장 〈왜 우리는 벽을 통과하지 못할까?〉, 8장 〈양자 얽힘과 유령 같은 원격작용〉, 9장 〈순간이동과 도청 방지 코드〉, 10장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도대체 어떻게 됐을까?〉,11장 〈양자철학과 양자 유사과학〉, 12장 〈양자는 우리에게 어떻게 유용할까?〉 등이다.



      양자 입자의 파동적 특성은 다릅니다. 측정은, 필연적으로 측정 대상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것을 혼란스럽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안심해도 됩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도 이를 믿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요. 관찰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 측정 결과는 그에게 불가능한 일로 여겨졌습니다. 그래서 아인슈타인 역시 아주 오랫동안 좀 더 정교한 측정 시스템만 만들어 낸다면 이중 슬릿에서 입자의 실제 경로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관찰할 수 있으며, 이것이 실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아인슈타인은 틀렸죠.(p.49) - 「제2장 아무도 측정하지 않는 경우에만」 중에서


      순간이동은 당시에는 실질적인 과학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실질적인 과학적 근거를 확보한 공상과학 기술의 흥미로운 사례입니다. 순간이동은 이제 현실이 되었습니다. 〈스타트렉〉의 엔터프라이즈호처럼은 아니지만, 적어도 개별 입자의 양자 순간이동(텔레포테이션) 형태로 말이죠. 하지만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솔직하게 설명해야 합니다. 양자 순간이동은 물질을 순수한 광선으로 변환한 후, 다른 위치에서 물질 입자로 재변환하는 공상과학 기술이 아닙니다. ‘양자 순간이동’에서, 하나의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전송되는 것은 정보입니다. 하나의 입자 상태가 다른 입자로 전달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양자 순간이동에서는 입자 자체가 아니라 그 입자의 속성만 전송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p.177) - 「제9장 순간이동과 도청 방지 코드」 중에서


      저자 : 플로리안 아이그너(Florian Aigner)


      2010년에 빈공과대학교에서 양자물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물리학자이자 과학 작가, 과학 편집자 겸 저널리스트이다. 오스트리아, 독일, 스위스에서 수많은 기사를 썼으며, 인기 있는 과학 평론가이기도 하다. 최신 연구 문제뿐만 아니라 진정한 과학으로 오해받기 쉬운 난해한 주장들에 대해서도 다룬다. 저서로는 『우리에겐 과학이 필요하다』,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 등이 있다. 특히 『우연은 얼마나 내 삶을 지배하는가』는 오스트리아 과학부와 오스트리아 북매거진 [부흐쿨투어(Buchkultur)]에서 선정한 ‘2018년 올해의 과학 도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자 : 이상희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졸업하고 독일로 건너가 본대학교에서 번역학을 전공했다. 이후 출판사 편집팀장을 지내며 다양한 글을 기획하고 옮겨왔으며,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기획 및 전문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나는 아빠가 좋아요』, 『꼬마 거미의 질문 여행』, 『초등1학년 경제교육을 시작할 나이』, 『데미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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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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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 휴먼��� 대한민국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일곱 작가가 일곱 빛깔 한강 이야기를 이번 앤솔로지 문학 작품집을 통해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조선 시대부터 수도로 자리 잡은 후 어떤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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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강
        장강명 외 지음 / 북다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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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뷰어스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앤솔로지(anthology)는 그리스어의 안솔로기아(anthologia: 꽃을 모아놓은 것)에서 유래된 용어로, '선집(選集)'을 의미한다. 서적이라면 편집자가 잡지나 책 등에 발표되었던 명작·걸작 등을 모아 다시 수록한 작품집이다. 음반이라면 그 동안 발표되었던 곡 중에서 좋은 것들만 다시 모아 실은 음반으로 꼭 한 사람의 작품만 모아 놓은 것은 아니고, 여러 사람의 작품을 모은 것도 앤솔로지에 해당한다. 앤솔로지는 이 밖에도 장르가 비슷한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옴니버스식으로 구성한 프로그램을 일컫는 말로도 쓰인다. TV 앤솔로지 프로그램을 52분 드라마라고 지칭하는데, 이는 1시간 드라마에서 광고문 등을 뺀 나머지의 방송시간이 52분이라는 데서 생긴 또 다른 명칭이다. 이를 문학에 적용한 '앤솔로지 문학'은 한 작가의 여러 단편이나, 특정한 주제에 따라 여러 작가의 단편을 모은 작품집을 말한다.(시사상식사전) 

        이 책 『앤솔로지 한강』은 앤솔로지 문학으로 대한민국 장르문학을 대표하는 일곱 작가의 작품을 수록했다. 장강명, 정해연, 임지형, 차무진, 박산호, 조영주, 정명섭 등 이름만으로도 독자들에게 신뢰와 기대를 동시에 갖게 하는 작가들이다. 한강은 강원도 태백에서 발원해 대한민국 수도 서울을 통과한 후 경기도 김포를 거쳐 황해로 흘러든다. 삼국시대에는 ‘아리수’와 ‘욱리하’, 고려시대에는 ‘열수’, 그리고 조선시대에는 ‘경강’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한강의 수심은 대체로 3~5미터지만 깊은 곳은 10미터 이상인 곳도 많다. 아마 주변 건축물을 짓기 위해 모래 골재 채취와 하상 정비 등으로 여러 곳의 수심이 깊어진 탓일 것이다. 

        한강과 한강 주변에는 오랜 시간 축적된 수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을 법하다. 이를 7명의 작가들이 호러, 미스터리, 판타지, 스릴러, 휴먼 등의 분야에서 뜻을 모았다. 장르의 다양성은 물론이고 희극과 비극, 인간과 동물, 과거와 미래 등 무수히 많은 인물과 사건이 뒤섞여 만들어 낼 감정들이 녹아 있다. 이 책에 수록된 작품들은 하나하나 빼어나지만, 그래서 함께 읽으면 더 여운이 남는다.



        ① 소설과 논픽션을 넘나들며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는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장강명, ② 언제나 극한까지 치닫는 쾌감을 선사하는 정해연, ③ 청소년과 성인 모든 독자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는 임지형, ④ 대중성과 문학성의 균형 속 한 방을 선사하는 차무진, ⑤ 유명 번역가, 에세이스트에서 소설가로 지평을 넓힌 박산호, ⑥ 미스터리, 로맨스, SF 등을 종횡무진 누비는 조영주, ⑦ 한국 장르문학계의 만능 엔터테이너 정명섭 등이 참여했다. 

        한강에 인어 무리가 있다면, 누구나 부러워하는 한강이 보이는 집에 사는 사람은 과연 행복할까, 한강을 달리는 것이 자신을 구원하는 방법이 될 수 있을까, 한강에 몸을 던진 사람들의 원혼은 어디로 갈까, 한강 다리에 터 잡은 주인 잃은 동물들의 삶은, 사람의 욕망을 부추기는 한강의 석양이 불러온 무시무시한 결과는, 한강을 유유히 떠다니는 유람선 속 숨 막히는 현장은 어떤 것들이 가려져 있을까. 어쩌면 인류가 등장하기 전부터 존재했을 '한강'은 예나 지금이나 매일 같아 보여도 결코 같은 물줄기일 수 없다. 한강 속에 머물러 있는 이야기나 주변에 사는 사람들에게 '한강'은 어떤 기억으로 남을까. 일곱 작가의 일곱 가지 색으로 한강의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선사한다.

        첫 번째 작품은 장강명의 「한강의 인어와 청어들」이다. “청어들이 몰려오고 있어요. 수백만 마리, 어쩌면 수억 마리일지도 몰라요.” '청어나 인어는 바다에 사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소설이니까.

        반인반수가 많은 한강 주변 동네 '현수동'에 사는 장휘영은 한강의 인어들을 만나러 가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는다. 인어들이 만남을 청한 이유는 청어들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자신들의 터전을 지키기 위한 인어들과 새로운 터전을 얻기 위한 청어들의 싸움이 모두가 잠든, 밤의 한강에서 시작된다.

        정신을 차린 파솔미레가 꿈틀거리는 대왕오징어의 다리를 피해 어딘가로 가더니 청어들 사이에서 사람 손을 하나 잡아 쑥 일으켰다. 거기에는 피부가 가무잡잡하고 머리가 금색인 다른 인어가 있었다. 그 인어는 노란색 눈으로 말없이 파솔미레를 노려보았다. 허리 아래가 물고기 꼬리에서 다리로 변하는 중이었다. 한강을 습격한 청어 군체의 뇌는 인어였다. 그래서 이 군체가 그토록 영리했던 거다.(p.38)



        두 번째 작품 「한강이 보이는 집」의 저자 정해연은 처음엔 로맨스 소설을 썼다. 저자는 2013년 돌연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2025년 현재 왕성한 작품 활동을 보이는, 한국 문단의 중견으로 발돋움했다. 제목 '한강이 보이는 집'은 다른 한강 주변의 아파트에 비해 '전경값'이 프리미엄으로 붙어 있다고 하는 요즘 시대다. 한강이라는 천혜의 자연 환경은 집값 올리는 데도 한몫을 한 셈이다. 로맨스와 화목한 가족들만 등장할 것 같은 한강이 보이는 집에서 무슨 일이? 더욱이 스릴러가··· “상황이 안 좋았다. 한강에는 CCTV가 없다.”

        한강이 바라다보이는 그림 같은 집. 그 집에서 눈뜬 양민이 발견한 건 배에 칼이 꽂힌 채 죽어 있는 아내, 잔뜩 피가 묻어 있는 자신의 셔츠, 그리고 드문드문 기억나는 간밤 아내와의 다툼이다. 누가 아내를 죽인 걸까? 모두가 살고 싶어 하는 집에서 일어난 비극의 진실은?

        배에 식칼이 꽂혀 있지 않았다면 평소 앓던 빈혈 때문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배에서부터 흘러내린 피는 등 밑까지 이어졌지만 벌써 말라붙어 있었다. 아내의 얼굴은 퍼렇다 못해 시커맸고 허옇게 뜬 두 눈동자는 뒤로 넘어가 보이지 않았다. 헤벌린 입에서 흘러나온 침이 입 옆으로 지나온 자국을 만들어 냈다.

        그동안 한강에서 꽤 많은 시신이 발견됐다. 그러나 목격자는 대부분 나오지 않았다. 봄은 사람이 많은 계절이고 밤까지 인파는 줄어들지 않는다. 그들은 각자의 행복에 젖어 있다. 행복에 젖어 있는 사람의 눈에는 행복의 즐거움밖에 보이지 않는다. 어딘가에서 시신을 버리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한다. 악의 그늘을 깨닫지 못한다. 이제 그가 기대할 것은 하나뿐이었다. 박희숙의 시신이 들려줄 이야기다.(p.94)



        세 번째 단편 「한강을 달리는 여자」의 저자 임지형은 작가이자 실제 마라토너라고 한다. 글과 달리기를 삶의 두 축으로 삼아 지금도 한강 변을 달리며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는 특이한 능력의 작가다. 이혼 후 합정에 자리 잡은 동화작가 주하는 자신의 잘못 때문에 만나지 못하는 아들을 그리워하며 매일 한강을 달린다. 그리고 자꾸만 주하의 눈에 띄는 한 소녀가 있다. 왜소한 몸집에 어딘가 그늘진 아이에게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 주하는 용기를 내기로 결심한다. “모두가 모른 척하면, 결국 아이는 죽는다.”

        하지만 이 소녀만은, 이번만큼은 포기할 수 없다. 이 아이를 구할 수 있다면, 어쩌면 아들을 다시 만날 자격이 주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근거 없는 믿음이었지만, 주하에게는 그것으로 충분했다. 그 믿음으로 한 발 내디뎠다.(p.143)

        네 번째 작품 「귀신은 사람들을 카페로 보낸다」의 저자 차무진은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0년 장편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차유진과 라임라이트란 필명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젖은 머리의 여자. 그 여자가 머리를 내밀고 이쪽을 보고 있었다. 물속에서.”

        전면이 유리로 되어 있어 한강 한가운데 있는 듯한 느낌을 주는 이 카페엔 늘 손님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인면어가 나타났다는 뉴스와 함께 머리 젖은 여자 손님이 들어온다. 동시에 밀려드는 손님들. 하지만 어딘지 석연치 않은 일들이 계속된다. 

        여자는 지연에게 두 번 다시 듣고 싶지 않은 악담을 퍼부었다. 그 직후부터 거짓말처럼 카페는 썰렁해졌다. 손님들은 한강의 인면어처럼 밀려왔다가 여자가 악담을 퍼붓자 썰물처럼 사라졌다. 그 여자와 함께.(p.179)

        다음 다섯 번째 소설 「달려라, 강태풍!」의 저자 박산호는 한양대 영어교육과와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번역을 시작으로 번역가로 데뷔했다.



        이후 스릴러의 거장인 로렌스 블록의 소설 시리즈, 영화 〈월드워 Z〉의 원작 소설인 『세계대전 Z』,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시리즈, 여성 첩보원 시리즈 〈레드 스패로우〉의 원작 소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토니와 수잔』,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 『양들의 침묵』을 쓴 토머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 등 다수의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면서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익힌 스릴러 매니아다라고 한다.

        “혹시 그것 때문인가? 일주일 전 엄마랑 산책하러 나갔다가 공원의 낙엽 더미 속에서 찾아냈던 것.”

        주인에게 버림받은 과거가 있는 시바견 태풍. 새로이 가족이 된 엄마와는 절대 헤어질 수 없다. 그런데 엄마와의 산책길에서 어떤 물건을 발견한 뒤로 집을 나간 엄마가 돌아오지 않는다. 안 되겠어, 내가 직접 엄마를 찾아야겠어. 멍(기다려), 멍(엄마)!

        나는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거렸다. 바람 냄새. 가을 냄새. 낙엽 냄새. 나는 그의 품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입에는 소시지를 꽉 문 채 허둥대는 그를 뒤로하고 내달렸다. 엄마와 함께 산책 다닐 때 내려갔던 계단을 향해. “ 안 돼, 태풍아! 기다려! 같이 가!” 뒤에서 형식의 고함이 들렸지만 뒤돌아보지 않고 달리며 생각했다. 미안. 난 엄마를 찾으러 가야 해. 엄마는 내가 구할 거야!(p.208)

        여섯 번째 단편은 조영주의 「폭염」은 단편의 가장 큰 특성인 강렬한 첫 문장을 선보인다. “오늘은 내가 죽는 날인가 보다. 저녁 7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각에도 폭염은 식지 않았다.” 5년째 두문불출하며 시나리오 작업에 전념 중인 정단식은 자신의 시나리오가 표절임을 알려 준 차유진의 작업실 이전 파티에 초대받는다. 폭염을 뚫고 도착한 작업실에서 만난 국민배우 장그믐으로부터 차유진이 자신이 쓴 시나리오를 훔쳐 할리우드에 진출한다는 소식을 들은 정단식은 한강의 일몰을 보는 순간 폭주하게 되는데···

        매일 한강을 달린다는 묘령의 여인, 마음껏 풀밭을 뛰노는 까만 시바견, 한강에서 인어와 청어를 본 적 있다고 주장하는 작가, 한강 변의 카페 앞을 매일 서성이는 노숙인 등. 다양한 인물을 만났지만 괴물을 봤다는 이야기는 들을 수 없었다.(p.245)



        마지막 작품은 정명섭의 「해모수의 의뢰」다. “저는 아리온호의 시험 운행을 책임질 인공지능 해모수라고 합니다.”

        2034년, 인공지능 해모수의 시험운항에 탑승하기 위해 한강 선착장에 도착한 탐정 남윤아. 즐거움도 잠시. 해모수는 유람선 안에 폭발물이 설치되어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한다. 주어진 시간은 2시간 30분. 자신과 배에 탄 사람들, 그리고 해모수의 목숨을 구하기 위한 수수께끼 풀이가 시작된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리온호의 시험 운행을 책임질 인공지능 해모수라고 합니다. 남윤아 님의 승선을 환영합니다. 시험 운행이기 때문에 알려드린 대로 외부와의 연락은 차단될 예정입니다. 아리온호가 시험 운행을 마치고 이곳으로 돌아오면 통신 방해 장치가 작동을 멈추게 됩니다. 파티를 즐겨 주시고 저는 필요할 때 호출해 주시면 언제든 답변하겠습니다.(p.280)


        저자 : 장강명

        월급사실주의 소설가, 단행본 저술업자, 문단 차력사. 신문기자로 일하다 2011년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 『호모도미난스』 『한국이 싫어서』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댓글부대』 『우리의 소원은 전쟁』 『재수사』(전2권),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 『산 자들』, 소설집 

        『당신이 보고 싶어하는 세상』, 산문집 『5년 만에 신혼여행』 『책, 이게 뭐라고』 『책 한번 써봅시다』 『아무튼, 현수동』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미세 좌절의 시대』, 르포 『당선, 합격, 계급』 『먼저 온 미래』 등이 있다. 한겨레문학상, 수림문학상, 제주4·3평화문학상, 문학동네작가상, 젊은작가상, 오늘의작가상, 심훈문학대상, SF어워드 우수상을 수상했다.


        저자 : 정해연

        소심한 O형. 덩치 큰 겁쟁이. 호기심은 많지만 호기심이 식는 것도 빠르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 2012년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백일청춘》으로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2016년 YES24 e-연재 공모전 ‘사건과 진실’에서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대상을, 2018년 CJ EN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으로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내가 죽였다》로 금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더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홍학의 자리》 《누굴 죽였을까》 등을 출간했고, 앤솔러지 《깨진 유리창》 《파괴자들의 밤》 등에 참여했다. 《더블》 《유괴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은 세계 각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2023년 《유괴의 날》이 ENA에서 드라마로 방영됐다. 1981년에 태어나 오늘을 살고 있다. 2012년 『백일청춘』으로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에서 우수상을, 『봉명아파트 꽃미남 수사일지』로 예스24 e-연재 공모전에서 대상을, 『내가 죽였다』로 CJ E&M과 카카오페이지가 공동 주최한 추미스 공모전에서 금상을 받았다. 쓴 책으로는 『지금 죽으러 갑니다』 『홍학의 자리』 『더블』 『못 먹는 남자』 『유괴의 날』 등 다수가 있다. 20대에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는 『더블』이라는 작품을 내놓으며 스릴러로 전향하여 ‘놀라운 페이지 터너’ ‘한국 스릴러 문학의 유망주’라는 평과 함께 주목받았다. ‘사람의 저열한 속내나, 진심을 가장한 말 뒤에 도사리고 있는 악의에 대해 상상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하는 그의 장점은 흥미로운 설정과 뛰어난 가독성이다. 특히나 『홍학의 자리』에서는 이제까지 쌓아 올린 경험과 특장점이 집약되어 있다. 곧바로 스토리에 집중하게 만드는 설정과 가독성은 물론, 매 챕터마다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탁월한 스토리텔링, 완성도 높은 캐릭터와 짜임새 있는 플롯으로 스릴러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 : 임지형

        작가이자 마라토너. 글과 달리기를 삶의 두 축으로 삼아 지금도 한강 변을 달리며 이야기를 길어 올린다.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전공하고 무등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했다. 광주문화재단 창작지원금을 받아 첫 책 『진짜 거짓말』을 펴냈다. 장편소설 『나는 동화작가다』 『오늘도 책방 자서점이 열렸습니다』 『연희동 러너』 등을 출간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2009년 제1회 목포문학상을 받았다.


        저자 : 차무진(차영훈, 라임라이트)

        1974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0년 장편소설 『김유신의 머리일까?』로 데뷔했다. 2017년에 『해인』을, 이후 『해인』의 세계관을 확장한 『모크샤, 혹은 아이를 배신한 어미 이야기 1,2』를 발표했다. 2019년에 발표한 『인 더 백』은 대중성과 문학성을 고루 갖추어 한국 장르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높였다고 평가받았으며 출간 즉시 판권이 계약되었다. 그 외 『좀비 썰록』(공저), 『당신의 떡볶이로부터』(공저) 『카페 홈즈의 마지막 사랑』(공저), 『태초에 빌런이 있었으니』(공저) 등이 있다. 발표한 단편으로는 미스터리 격월간 문예지 [미스테리아]에 실린 「비형도」(13호), 「마포대교의 노파」(24호)가 있다. 2020년 빌런만을 심층 연구한 작법서 『스토리 창작자를 위한 빌런 작법서』를 냈다. 얼마 전 작업실을 이사하면서 엄청난 플라스틱과 멀쩡한 물건들이 쓰레기로 버려진다는 사실에 놀란 작가는 『나와 판달마루와 돌고래』의 주인공인 외계인 판달마루와 사춘기 소년 슬옹이가 보여주는 우정을 통해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돌아본다. SF, 판타지를 바탕으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 외계인과의 우정, 지구 환경에 대한 경고가 감동과 코믹을 오가며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저자 : 박산호

        영어로 쓴 소설을 한국어로 옮기고, 에세이와 칼럼을 쓰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은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한다. 한양대학교 영어교육학과에서 공부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영화 ‘툼스톤’의 원작 소설 『무덤으로 향하다』 번역을 시작으로 번역가로 데뷔. 이후 스릴러의 거장인 로렌스 블록의 소설 시리즈, 영화 ‘월드워Z’의 원작 소설인 『세계대전 Z』, 영화 ‘차일드 44’의 원작 시리즈, 여성 첩보원 시리즈 ‘레드 스패로우’의 원작 소설, 영화 ‘녹터널 애니멀스’의 원작 『토니와 수잔』, 그래픽 노블 『사브리나』, 『양들의 침묵』을 쓴 토머스 해리스의 『카리 모라』 등 다수의 스릴러 명작들을 20년 가까이 번역하면서 스릴러 문법과 구조를 익힌 스릴러 매니아. 최근에는 스릴러, 청소년 등 장르를 넘나들며 소설을 집필해 많은 독자를 만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오늘도 조이풀하게》《너를 찾아서》《소설의 쓸모》《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공저)《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생각보다 잘 살고 있어》등이 있다.


        저자 : 조영주

        2016년 세계문학상, 2015년 KBS김승옥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취미는 악플, 특기는 막말》, 《환상의 책방 골목》을 비롯해 다양한 앤솔러지를 기획 및 출간했다. 《환상의 책방 골목》은 터키, 러시아, 인도네시아 등 해외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 정명섭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대기업 샐러리맨과 바리스타를 거쳐 2006년 역사 추리 소설 『적패』로 작가 활동을 시작했다. 픽션과 논픽션, 일반 소설부터 동화, 청소년 소설까지 다양한 분야의 글을 쓰고 있다. 현재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대표작으로는 『빙하 조선』, 『기억 서점』, 『미스 손탁』, 『어린 만세꾼』, 『유품정리사 - 연꽃 죽음의 비밀』, 『온달장군 살인사건』, 『무덤 속의 죽음』 등이 있으며 다양한 앤솔러지를 기획하고 참여했다. 그 밖에 웹 소설 『태왕 남생』을 집필했으며 웹툰 『서울시 퇴마과』를 기획했다. 2020년 『무덤 속의 죽음』으로 한국추리문학대상을 수상했다. 암행어사의 암행이 어두울 암(暗)에 움직일 행(行)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로 줄곧 ‘어둠을 걷는다’라는 말에 대해 생각해 왔다. 그러던 중 꿈속에서 어둠 속을 걸어가는 한 남자를 보게 되었다. 그때 ‘어둠의 길을 걷는 어사’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를 떠올렸고, 오랜 시간을 거쳐 조금씩 완성해 나갔다. 처음에는 주인공이 송현우가 아니라 이명천의 포지션이었지만 생각해 보니 ‘어둠 속을 걸어가는 사람’은 쫓는 쪽보다는 쫓기는 쪽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고, 조선 시대의 다양한 기담과 전설들을 더해서 이야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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