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유라시아 대륙과 대자연의 역사가 녹아 있다. 추억 많은 사람이 부자라는 말에 공감!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험이라 부럽다."(김영화 〈한국일보〉 뉴스룸 국장)
"이 책은 단순한 여행기가 아니다. 지식이 담긴 역사서다. 혜초 스님의 왕오천축국전 등 우리민족의 얼이 파미르고원까지 어떻게 펼쳐졌는지 흥미진진한 스토리를 담았다. 중국에 외국 등록 차량 반입이 힘들다는 등 기본적인 여행 정보뿐 아니라 현지에서만 들을 수 있는 역사적 사실들이 이 책 곳곳에 숨은 보석처럼 알알이 박혀 있다. (중략) "또 세상은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 눈에 안 보이는 것들을 볼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인생의 교훈들과 삶의 지혜와 지식의 보물 같은 역할도 한다."(최우석 〈조선일보〉 편집국 부국장)
이 책 『유라시아 횡단, 22000km』의 〈추천사〉들의 일부다. 이 책은 저자 윤영선이 은퇴 후 도전으로 3개 팀을 짜서 ‘모하비’ 자동차 3대로 동해에서 출발해 시베리아 몽골 중국을 거쳐 중앙아시아, 이스탄불까지 22,000km를 두 달 동안 자동차로 달린 여정을 담아냈다. 특히 저자의 당초 결심으로 한민족의 발자취를 따라가 본 기록들이 곳곳에 적혀 있어, 우리 민족의 역사도 생생하게 살아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대장정의 결심과 과정에 대해 다음과 같이 소회를 밝혔다. "그동안 직장에 얽매여 도전하지 못했던 꿈을 이번에 실천해 보자고 결심했다. 고대 한민족 역사의 자취와 얼이 숨 쉬는 아시아 대륙의 깊은 오지를 다녀오는 것이다." 공무원과 민간 기업에서 40여 년 근무한 저자의 나이는 공자의 나이로 고희(古稀)라는 70세다. 결혼 40주년, 나이 70살을 맞이해 의미 있는 이벤트로 「시베리아, 실크로드」 횡단 여행 소문을 듣고 부부가 함께 합류했다고 한다. 학창 시절부터 꿈꾸던 일을 70세가 되어서 드디어 실현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여행기로만 읽을 수는 없을 듯하다.

저자는 글을 써 가던 중에 '시계는 살 수 있지만 시간은 살 수 없다’는 격언을 독자들에게 상기시킨다. 삶의 과정에서 꼭 하고 싶은 일을 뒤로 미루지 말라는 뜻이다. 학창 시절부터 오랫동안 꿈꿔 왔던 소망을 실현하는 과정에 가슴이 벅찰 정도의 기쁨을 맛보았을 것 같다. 그러나 사실 어렸을 때의 꿈을 제대로 실현하면서 삶을 완성한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저자는 나이 70에야 이루었다는 점에서 우리는 이 책을 자기계발서로 읽어도 될 듯하다. 저자가 은퇴 후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가 대체 어떻게 생겼는지 몸으로 직접 체험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도, 문득 학창 시절의 꿈이 생각난 것도 저자의 가슴 한켠에선 사라지지 않은 꿈이었다는 점을 알 수 있는 지점이다.
학창 시절부터 저자는 ‘역사, 지리’ 과목을 가장 좋아했다고 한다. 고대 동서 간에 교역, 문화, 종교 등 통행로인 ‘실크로드’를 가보고, 1,300년 전 젊은 신라 승려 혜초 스님이 통과했던 여정을 따라가 보고, 우리나라를 자주 침략했던 유목민의 활동무대인 몽골고원과 일제강점기 해외 독립운동 무대였던 연해주와 시베리아를 가보는 꿈을 꾸었던 것이다. 또 세계에서 가장 험난한 사막으로 알려진 타클라마칸 사막, 지구의 지붕으로 불리는 파미르고원, 천산산맥과 천산고원, 중앙아시아의 키질쿰 사막, 카스피해, 코카서스산맥 등 아시아 대륙의 깊은 속살을 들여다보는 꿈을 어찌 잊었겠는가. "2024년 7월, 8월 두 달 동안에 걸친 유라시아 횡단 자동차 여행에 참여한 것은 내 삶의 작은 행운이었다.’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가장 튼튼하다는 ‘모하비’ 자동차 3대로 3팀이 함께 동해를 출발하여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몽골을 거처 중국 실크로드를 따라 파미르고원, 천산산맥과 천산고원을 넘어 중앙아시아, 튀르키예의 이스탄불까지 22000km를 두 달 동안 횡단한 기록이자 역사·문화의 '산 교과서'다. 사실 자동차 여행은 디젤 기름과 요소수, 국가마다 보험 가입, 고속도로 통행료, 중국 입국허가 컨설팅업체 비용, 출발 전 자동차 부품 교체 등 많은 불편이 따랐다고 한다.

특히 내몽골 고비사막에서는 서울에서 부품을 공수하기도 했다. 저자에 따르면 오지를 통과하는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 대한 경험이 없다 보니 서울에서 반찬과 간식, 구급약을 적게 가져와서 고생도 많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그 나라들은 정비소 등이 토요일 일요일, 그리고 늦은 시간에도 쉬지 않아서 불편을 덜었다. 그러나 사막이나 고원 등 변방에 근무하는 국경 근무 공무원의 불친절하고 비효율적인 행정절차는 자동차 여행을 더욱 힘들게 했다. 따라서 세상의 모든 일은 좋은 일과 나쁜 일이 상존하는 것이다.
유라시아 횡단의 마지막 여정은 이스탄불의 아야소피아박물관이다. 동방 정교회 대성당, 이슬람 사원을 거처 1934년 이후 박물관으로 활용되고 있는 소피아박물관은 기독교와 이슬람 문화가 공존하고 있어서 기독교인들과 이슬람인 들이 함께 한 자리에서 역사를 즐기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소피아 박물관의 입장료는 튀르키예 리라 대신, 40유로(6만원)를 받는다. 소피아박물관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이 표를 사기 위해 길게 줄지어 있다.
아야소피아박물관은 6세기에 지어져 여러 번 지진을 견뎌낸 건축물이다. 오스만 터키왕국은 15세기 소피아 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변경하여 500년 이상을 사용했다. 근세 터키 공화국은 관광객용 박물관으로 변경하여 비싼 입장료를 받고 있어서 역사와 문화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 『유라시아 횡단, 22000km』는 도전기다. 이와 함께 우리 한민족의 발자취를 따라 시베리아, 바이칼호수, 실크로드와 유라시아에 존재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를 확인하고 긍지를 가질 수 있는 유쾌한 여행서이자 문화예술을 망라하는 역사서라고도 할 수 있다. 유라시아 횡단을 자동차를 가지고 최초로 하다 보니 자동차를 가지고 중국에는 몽골 통해서만 들어갈 수 있고 중국 운전면허증만 통용되는 등 행정적인 절차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마지막 여행지 이스탄불에 토착해서는 날아갈 것 같은 기분으로 횡단 여행을 마치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휴식과 이스탄불 여행과 즐기고 차는 배로 보내고 나서 귀국해서 일 년 동안 원고를 정리했다.

이 책은 7부(Part)로 이루어져 있다. 1부 〈대륙을 향한 첫날〉, 2부 〈시베리아 대평원 횡단〉, 3부 〈내몽골로 향하는 여정〉, 4부 〈중국의 실크로드 구간〉, 5부 〈중앙아시아 실크로드 구간〉, 6부 〈남러시아와 조지아〉, 7부 〈목적지 튀르키예〉 등이다. 1부에서는 동해항을 출발 블라디보스토크로 향한 국제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일제강점기 독립지사들의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곳의 풍광과 관광을 경험한다. 그곳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음식이나 문화 등은 여행객에게는 필수 정보 사항일 터 간단하게 소개하는 항목도 마련해 썼다. 4장 「블라디보스토크 관광」에서다. 특별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임에도 블라디보스토크는 전쟁의 긴장감은 전혀 없다고 저자는 기술한다. 시내 곳곳에 군인 동상이 많고 박물관도 군사역사박물관, 육군박물관, 잠수함박물관, 태평양함대박물관 등 군사박물관이 많다는 말도 덧붙인다. 이 지역은 우리와 관련이 깊은 곳이다. 926년 멸망한 발해의 유적이 보관된 〈아르셰니예프 향토박물관〉도 소개한다. 이곳은 발해 유적을 가장 많이 보관한 곳이란다. 1층에 「발해관」이 있고, 한국어로 된 설명서가 비치되어 있는 것도 귀띔한다.
한글 설명서 첫 장에 "발해는 중국으로부터 파괴된 고구려 터를 기반으로 7세기(698)에 건국됐으며, 훗날 동해안에서 가장 위대한 나라 중 하나가 되었다. 발해는 만주, 연해주, 북한 지역의 영토를 지배했으며, 말갈인들을 비롯해 새로운 나라를 구하던 고구려인들이 거주했다. 수도는 상경(중국 헤이룽성 동경성)이고, 동쪽 수도는 동경(두만강 건너 훈춘)이다. 채굴, 금속가공, 가죽 가공 등 기술이 상당히 발달하였다."라고 설명하고 있다고 저자는 전한다. 책에 따르면 발해사는 고려시대 '삼국사기'를 집필한 김부식이 우리 역사에서 제외함에 따라 오랫동안 잊혀져 왔으나 조선 후반기 실학자 유득공이 『발해고』에서 발해 역사를 재발견했다. 동해안을 따라서 원산 이남의 땅은 통일신라, 원산 북쪽은 발해 땅이었다. 유득공은 거란족에 의해 발해가 멸망(926)함으로써 만주 지역 고구려의 옛 영토가 영원히 우리 역사에서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는 점도 저자는 기록한다. 독자도 적지 않은 우리 역사의 한 부분에 대한 지식을 넓혔다.

책을 읽어나가다가 5부 2장 「타슈켄트의 ‘고려인 마을’」에 눈길이 멈춘다. 얼핏 중앙아시아의 고려인 마을은 소련 스탈린 시대 연해주 우리 동포를 중앙아시아 쪽으로 강제 이주한 역사를 자주 접했는데 그때부터 생긴 마을인 듯싶다. 책에 따르면 페르가나 지역의 도로 양옆은 목화밭이 매우 많다.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에서 목화가 재배되기 시작한 것은 1865년 미국의 남북전쟁 때문이다. 유럽 면직 산업의 원료인 목화는 당시 미국 남부지방에서 수입하였다. 미국 북군이 남부군 자금줄을 끊기 위해 남부지방 항구를 봉쇄하자 목화의 유럽 수출이 어려워졌다. 공급이 줄자 러시아는 중앙아시아 곡창지대인 페르가나 지역에 목화를 심었다. 당시 목화를 '하얀 황금'이라고 불렀다. 현재 석유를 '검은 황금'이라고 부르는 것처럼 당시 목화는 돈이 되는 작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목화 재배로 인한 부작용이 20세기 후반 들어 나타나고 있다.
목화는 성장기에 물을 많이 흡수하는 작물이다. 도로 옆 목화밭에 물을 주는 것을 보니 마치 논처럼 발목이 잠길 지경이다. 햇볕이 뜨겁고 건조하기 때문에 물을 흠뻑 주어야 한다. 강 상류에 댐과 운하를 만들어 상류의 강물을 목화 재배에 전부 사용함에 따라 하류인 아랄해로 강물이 흘러가지 못한다. 현재 아랄해 해수면 면적은 1960년 대비 5%만 남았다.
다음 날 고려인 집단농장이 있었던 고려인 마을을 방문한다. 중앙아시아 고려인은 약 50만 명이라고 한다. 1937년 17만 명이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한 후손들이다. 우즈벡 인구의 약 2%가 고려인이라고 한다. 우즈벡과 카자흐스탄은 아이가 태어나면 호적에 출신 종족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서 고려인 숫자를 알 수 있다. 종족 표기는 부계를 따른다. 아버지가 고려인이면 아들은 고려인이고, 어머니가 고려인이더라도 아버지가 비고려인이면 호적은 고려인이 아니다. 타슈겐트에서 한 시간 거리, '뿌띠딸리' 지역에 고려인 집단농장이 있다. 연해주에서 강제 이주 후 고려인은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에 많이 살았고, 거주이전의 자유가 없었다. 90여 년이 흐른 현재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벡, 우크라이나, 조지아 등 과거 소련 연방 영토 곳곳에 흩어져 살고 있다. 현재 고려인 숫자는 '카자흐스탄, 러시아, 우즈벡' 순서로 많이 산다. 우즈벡 경제가 안 좋아서 우즈벡 출신 고려인의 상당수가 일자리를 찾아서 카자흐스탄, 러시아로 이주해 갔다고 한다.

독자는 저자의 마지막 목적지인 튀르키예에 관심이 많다. 중앙아시아 국가와 달리 튀르키예는 유럽과 아시아 대륙을 잇는 중요 지점인 이스탄불이 있다. 이스탄불은 상업이 융성해 유럽과 동양의 문화와 문물이 섞여 매우 독특하다고 들은 바 있다. 또 이 나라는 민주주의 자유 국가로서 정체성을 확실히 하고 있어서 이슬람 국가로서는 가장 서구화되어 있기도 하다. 특히 로마 시대부터 이어온 건축 문화와 독특한 이슬람 문화가 혼재하면서 아름다운 건축물도 많다. 또 도시를 벗어나면 기이하도록 아름다운 풍광도 많아 많은 관광객들이 가장 가고 싶어하는 곳 중의 하나라고 들었다. 이 책에서는 비교적 짭게 소개하지만 널리 알려져 있어서 독자들의 관심이 오히려 적은 듯하다. 이 책은 여행을 즐기고 역사문화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더없이 좋은 인문학 여행서라 할 수 있다.
"카파도키아 평원의 석양은 아름답다. 나와 아내는 전망 좋은 카페에 앉아 진한 터키 커피를 마시며 카파도키아 석양을 즐겼다. 카파도키아는 화이트와인이 유명하다고 해서 근처 와이너리에 들렀다. 세 종류 화이트와인을 시음하는데 1인당 200리라(약 8,000원)으로 저렴하다. 카메이트 L실장과 윤 군에 한 병씩 기념으로 나눠줬다."(p.450)
저자 : 윤영선
- 학력: 서울고, 성균관대학 경제학과, 미국 위스콘신대학 석사, 가천대학 회계세무학과 박사
- 공직 경력: 제23회 행정고시, 청와대 경제수석실 행정관, 기재부 세제실장, 관세청장
- 민간경력: 삼정KPMG 부회장, 법무법인 광장 고문, 삼성자산운용 감사위원장, CJ대한통운 감사위원장, 휠라홀딩스 감사, LS네트웍스 감사위원장, 조세심판원 정책자문위원, 기재부 세제동우회 회장
- 사회경력: 심산기념사업회 회장,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감사, 북한인권시민연합 고문, 서울국제음악제 조직 위원, UN글로벌컴팩트 이사, 조병화시인 기념사업회 감사, OECD BIAC 한국측 조세자문위원, 가천대학 초빙교수, 성균관대학 대학평의회 평의원, 한국세무사회 고문, 한국관세사회 고문, 한국공인회계사회 자문위원, 한국관세학회 고문, 파인낸셜 뉴스, 헤럴드 경제신문 객원 컬럼위원
- 수상경력: 근정포장. 홍조근정훈장, 황조근정훈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