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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평점 :

<북유럽 서평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이 책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는 일본 혼슈 중부에 있는 시즈오카 현을 지나는 작은 철도 노선의 종점인 가케가와역의 전설을 바탕으로 쓰인 소설이다. 시즈오카는 후지산과 녹차로 유명하다. 이곳에서는 일본에서 가장 높은 후지산(3,776m)의 전경을 어디서든 파노라마처럼 감상할 수 있다. 신조하라부터 출발해 시즈오카를 지나는 덴류하마나코 철도의 종점이 가케가와 역이다. 가케가와역에는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설이 있다. ‘추억 열차’를 타고 누군가를 간절히 만나고 싶어 하면 그 사람이 종착역에서 기다린다는 전설이다. 이 소설은 기적의 역무원 ‘니토’ 씨의 안내를 따라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거나 멈춰 선 네 명의 주인공이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야기를 들려준다.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끝내 찾아가지 못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손녀, 갑작스러운 이별 앞에서 진심을 놓쳐 버린 약혼자,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가 준 상처에 갇혀 버린 딸, 그리고 사랑하는 남편의 마지막 도전을 이어받은 아내까지 추억과 후회, 용서와 사랑이 교차하는 그들의 여정은 종착역 개표구 앞에서 ‘기적’과 ‘현실’ 사이의 선택으로 이어진다. 그 순간 인생의 두 번째 기차가 조용히 출발한다.
이 소설의 진정한 힘은 저자 이누준의 삶에서 비롯된다고 출판사 측은 전한다. 나라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에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 온 그는, 주임 간병사로서 수많은 사람의 마지막 순간을 가까이에서 지켜봤다. 이러한 경험은 그의 작품 세계에 깊은 현실감과 인간적인 따뜻함을 더했다고 출판사 측은 설명한다. 이 책에는 네 가지 이야기가 각각 한 장(章)씩 4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이번 역은 종착역인 가케가와역입니다〉, 2장 〈이별 선언〉, 3장 〈종착역의 전설〉, 4장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 등이다. 특히 「일러두기」에는 ① 이 작품은 픽션입니다. 실제 인물이나 단체와는 아무 관련이 없습니다. ② 작품 안에 지방 사투리가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사투리는 한국의 전라도 지방 사투리로 번역했습니다. 독자들의 혼란을 염려해 미리 기술해 두었다.

저자 이누준의 문장은 단순한 서술을 넘어 인간의 감정과 관계의 본질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과 사람을 이어 주는 마지막 한마디’를 주제로 한 그의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절제되어 있으며, 독자들이 각자의 기억과 상처를 조용히 마주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뷔작 『언젠가, 잠드는 날』로 주목받은 이누준은 이후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와 『이 사랑이 이루어진다면』으로 시즈오카 서점 대상 ‘영화화하고 싶은 도서 부문’ 사상 최초 2회 수상이라는 기록을 세웠다고 한다.
이 작품 『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에서도 저자는 진정성과 완성도를 바탕으로 이별과 화해, 가족애를 그린 휴먼 스토리의 정수를 그려낸다. 이 작품은 ‘눈물 폭탄 판타지’로 불리며 일본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지만, 진정한 메시지는 눈물 너머에 있다고 독자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그 핵심은 마음속 깊은 후회를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힘을 전하는 것이다. 주인공 아키가 마지막 순간, 어머니와의 재회 대신 현재의 가족에게 돌아가기를 선택한 것처럼 저자는 독자에게 과거의 상처가 아닌 앞으로의 행복을 향해 나아갈 용기를 건네는 것이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 멈춰 있던 삶의 기차를 다시 움직이게 하는 따뜻한 울림이 독자들의 마음에도 전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추천한다.
누구나 살면서 “잊을 수 없는 사람"을 만난다. 흔히 있는 일은 아니지만 누구에게나 없는 일은 아니다. 문득 그 사람이 생각나면 얼굴이 기억날까? 당연히 기억난다. 어떤 사람은 당시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순간일 것이다. 이 이야기는, 바로 그 마음에서 시작된다. 기적일지도 모르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에게 기적을 멀리 있지 않았다. 늘, 내 마음속 종착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에는 항상 역무원 '니토'의 친절한 안내가 있다.

저자는 책의 〈프롤로그〉를 통해 첫 문장에 평범한 일상의 하루를 먼저 소개한다. "오늘도 덴류하마나코 철도 가케가와역에 열차가 들어온다." 열차에서 내린 사람들이 저마다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개표구를 빠져나간다. 마지막 남은 승객은 한 사람. 첫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미쿠(14세)다. 소녀는 치매로 요양원에 들어간 할머니를 외면하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종착역의 전설’을 들려주는 소년 하루토를 만나면서 닫혀 있던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정말로 ‘추억 열차’를 타면, 예전의 건강했던 할머니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역무원 니토는 오늘도 변함없이 승객들에게 인사를 건넨다. "추억 열차에 탑승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는 역무원 니토라고 합니다." 니토가 인사를 건네면 승객들은 저마다 반응을 보인다. 우선 종착역의 전설을 굳게 믿고 열차에 탄 사람은 눈을 반짝반짝 빛낸다. 저 앞에서 자신을 기다릴 소중한 사람을 떠올리며 기쁨의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때로는 주저앉아 펑펑 울기도 한다. 반면 전설을 믿지 못한 채 열차에 오른 승객의 얼굴에는 여전히 의심이 서려 있다. 다만 그 안에는 작지만 분명한 희망 또한 숨겨져 있다. 니토와 주인공 미쿠가 드디어 이곳에서 만난다.
"어디선가 들어본 적 있는 단어에 반사적으로 미간이 좁아 들었다. 남자가 남색 모자를 벗자 머리칼이 바람에 스치듯 가볍게 들썩였다. 호리호리한 몸에 어울리는 상냥한 눈매를 가진 남자가 옅게 미소 지었다. 가슴 부근에 ‘덴류하마나코 철도’라는 글자가 수놓여 있었다. 그제야 추억 열차가 하루토가 말했던 전설에 등장했던 열차라는 사실이 떠올랐다.
“그럼, 혹시….”
“저는 안내를 담당하는 니토라고 합니다.”(p.46)

앞서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처럼, 누구나 마음속 어딘가에 ‘다음’이라는 핑계로 미뤄 둔 후회와 미련의 말이 있게 마련이다. 사랑하는 이에게 미처 전하지 못한 마지막 한마디, 혹은 풀지 못한 채 영원히 닫혀 버린 오해의 서랍처럼 우리는 종종 과거의 짐을 짊어진 채 힘겨운 오늘을 살아간다. 이 책은 바로 그 멈춰 버린 시간에 도착한 기적의 열차를 타고, 각자가 간직한 가장 사무치는 그리움과 마주하게 하는 마법 같은 이야기다.
덴류하마나코 철도의 종점, 가케가와역에 전해 내려오는 신비로운 전설을 중심으로 네 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그 전설의 핵심은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개표구를 나서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그 사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 재회는 단순한 위로가 아니다. 기적의 문을 통과하는 이들은 냉혹한 운명의 법칙과 사랑하는 이의 '숨겨진 진심'이라는 극적인 긴장 속으로 뛰어들게 된다. 전설처럼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시즈오카의 작은 기차역에 숨겨진 ‘기적의 개표구’를 통과한다.
이 작품의 이야기들은 이룰 수 없는 재회를 향한 마음과 재회한 후 상대의 마음속을 알게 되면서 비극이 감동으로 바뀐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갑작스레 연락을 끊고 사라진 연인 사호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녀의 흔적을 쫓는 마모루의 여정이 그려진다. 추억 열차의 전설을 들은 그는 사호가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됐다며 돌연 이별을 통보하자, 돌연 혼란에 빠진다. 종착역에서 그를 기다리는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사랑해서가 아니다. 증오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놓지 못하게 했다. 언젠가 엄마를 만나면 몸 안에 들러붙은 질척한 증오를 전부 던져 버리고 싶었다. 그 시절에 종착역의 전설을 들었다면 망설이지 않고 바로 열차에 올라탔을 거다. 하지만 나는 이제 스물한 살이다. 근거도 없는 전설을 믿을 만큼 어린애도 아니고, 엄마에게 내 분노를 쏟아낼 수 있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으리라는 것도 안다."(p.159)

세 번째 이야기의 중심에는 번 아웃과 우울증으로 무너진 언니 아키, 그리고 그런 언니를 원망하며 외면해 온 동생 고유미가 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멀어진 두 자매는 ‘종착역에서 만나야만 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각각 열차에 오른다. 그곳에서 그들은 어떤 얼굴과 마주하게 될까? 특히 네 번째 마지막 이야기에서는 근위축성측삭경화증(ALS)을 앓는 도모키와 그의 아내 가즈미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다. 죽음이 다가오는 순간에도 두 사람은 추리 게임으로 마음을 나누며, 도모키가 남긴 마지막 단서를 따라 가즈미는 종착역으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가 마주하게 되는 진실의 순간은 독자들에게 깊은 울림을 남긴다. 이 소설은 단순한 힐링 소설을 넘어, 독자의 마음을 뒤흔드는 네 번의 기적을 선사하며, '추억 열차'라는 독특한 설정과 감동적인 스토리 전개가 돋보인다.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얽히며 감동과 슬픔을 동시에 느끼게 하며, 삶의 마지막 기회를 맞이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현실적이고 애틋한 경험을 제공한다. 동화 같기도 하고, 청춘 로맨스 같기도 하다. 때로는 진한 형제애 등 가족 간 감동을 주제로 삼은 이야기들이 따뜻한 저자 이누준의 시선으로 보듬어 길어 올렸다.
손등으로 눈물을 닦는 남편의 뒤로 시들어 가는 해바라기가 보였다. 마치 빨리 감기 영상처럼 꽃이 빠르게 시들어 갔다. 아직 한낮일 텐데 하늘도 서서히 붉게 물들고 있었다.
“여기서는 시간이 빨리 흘러간대. 꼭 옛날 동화 같지 않아?”
남편이 거실 테이블에 올려두었던 봉투를 집어, 내게 건넸다.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이라는 글자를 보고 뻗었던 손을 급히 거뒀다.
“싫어, 지금은 추리 게임 같은 거 하고 싶지 않아.”(p.257)

“남편이 마지막 추리 문제를 남기고 갔어요. 수수께끼는 ‘아르오네’였죠.”
시미즈 씨가 기다렸다는 듯 눈을 반짝였다. 무언가 할 말이 있는지 입을 벌렸다가 황급히 다시 닫고는 기대를 품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처음에는 꽃 이름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아르오네’를 알파벳으로 쓰면 ‘ARUONE’고, 거꾸로 읽으면 ‘E-NO-URA(絵の裏)’, 그림 뒤라는 말이 되죠. 그림 뒤를 봤더니 다음 문제가 적힌 봉투가 있었어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 수수께끼는 푸셨나요?”(p.263)
저자 : 이누준
나라현에서 태어나 시즈오카현에서 살고 있다. 2014년 『언젠가, 잠드는 날》로 제8회 일본 휴대전화 소설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이 작품은 FOD 오리지널 드라마와 만화로도 제작되어 많은 호응을 얻었다. 『오늘밤, 너의 목소리가 들린다》, 『너가 오로라를 보는 밤에』 등 생과 사를 주제로 한 다수의 작품을 발표하면서 ‘반전×눈물 나는 감동의 휴먼 스토리’ 장르를 구축하였다. SNS와 유튜브를 통해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있으며 그의 라이브 콘텐츠는 5년 넘게 200편 이상 이어지고 있다.
대표작 〈겨울 시리즈〉는 시리즈 판매 누적 25만 부를 돌파하였으며, 그중 『이 겨울 사라질 너에게》는 제8회 시즈오카 서점 대상 영화화하고 싶은 문고부문 대상에 선정되었다. 2년 뒤 제10회 시상식에서 『이 사랑이 이루어진다면》으로 같은 상을 다시 받았다. 국내 출간 도서로는 『어서 오세요, 여생 은행입니다》와 OtoBon 송노벨 대상 ~음악을 느끼는 소설~ DREAMS COME TRUE편 입상작 『북상증후군》이 있다.
역자 : 이은혜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엔지니어로 일했지만, 행복한 인생을 위해 다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에서 번역을 공부하고 일본어 전문번역사로 일하면서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60세의 마인드셋』, 『102세 할머니, 나 혼자 산다』, 『나는 뭘 기대한 걸까』, 『따뜻한 세상은 언제나 곁에 있어』, 『예민한 사람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작은 습관』, 『피곤한 게 아니라 우울증입니다』 등 다수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