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이주영 지음 / 헤이북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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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처럼 청년 취업난 시대에 '일' 얘기를 꺼내기조차 미안한 상황에서 다니던 회사를 '관두는' 얘기를 하려니 좀 당혹스럽다. 저자도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쓴 책이니 제목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 써서 읽어야 할 듯한 책이다. 즉 회사를 관두는 때를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한 직업(일) 선택이 더 먼저라는 것. 당장 급하다고 자신의 전공이나 학력(일부에서는 아직도 입사 조건이 학력인 경우가 많아서)을 잘 펼칠 수 있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책을 낸 출판사 측에서도 ‘통장 잔고보다 내 영혼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임을 밝히고 있다.

‘취업’이라는 문턱만 넘으면 그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라 기대해온 이들도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면 자기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를. 이 책의 저자는 이 질문을 마주하면서 자기를 향한 도전에 기꺼이 응하기로 한다. 우리 인생에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해도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며, 마흔이라는 나이는 삼십 대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인생 마일리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무얼 시작해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 책이 증명해준다. 그리고 그 도전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할 시기, 취업할 시기, 군대 갈 시기, 결혼할 시기, 아이 낳을 시기, 돈 벌 시기 등등 ‘제때’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 시기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아간다. 심지어는 모두를 포기하고 '취업이 우선이다'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이러한 미션을 완벽히 수행해야 비로소 열심히 살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제때’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내 삶에도 딱 들어맞는 것일까.

여느 직장인들처럼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섰다. 나날이 낮아지는 자존감, 온갖 스트레스와 함께 찾아온 원형탈모, 온종일 상사와 거래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지지고 볶는 전투를 벌이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고단한 일상의 반복에서 스스로 ‘퇴사’라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할 사이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번쯤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취업 준비생에게도, 현재 직장(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효하다.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만약 외국에서 살면서 세계 각지를 맘껏 여행하고 심지어 돈도 벌고 틈틈이 자기계발도 할 수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는 곧 후회하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쩌다 보니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자기가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수년째 그야말로 ‘삽질’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고작 서른인데, 이렇게 살다가는 앞으로의 인생도 크게 나아질 게 없어 보인다. 오랜 생각 끝에 저자는 더 넓은 세상에서, 충분한 쉼이 마련되는 일을 하며, 공부도 하고,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바로 외항사 승무원이 되는 것이다.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저자가 30대에 카타르항공 승무원이 되어 사무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10년의 좌충우돌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이 승무원인 사람, 혹은 취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우연히 승무원이란 직업에 마음이 사로잡힌 이들이라면 승무원이라는 직업 그리고 삶에 관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다양하고 생생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꼭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현재 삶에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해 일탈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 위기의 순간에 작은 용기가 큰 기쁨과 환희로 돌아온 저자의 경험을 함께 나누며 ‘도전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걸 새롭게 우리 마음에 새겨 봐도 좋겠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인생 위기의 시점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른에 회사를 관두고 승무원이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역시 마흔에 승무원을 관두고 다시 새롭게 자기만의 길을 떠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처음에 회사를 관두었을 때 저자는 자기 인생에서 더 이상의 ‘삽질’은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를 관둘 때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승무원으로 살아온 10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내공으로 쌓인 덕분에 비로소 나의 길을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분명해졌다.

그리하여 저자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마음 다해 전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말보다 울림이 크다.

“인생은 내가 믿는 대로 살아지게끔 되어 있으며,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꿈이란 건 반드시 이루게 되어 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아닌 저자 이주영이 몸소 체험한 사실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책이 미래의 승무원은 물론이고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용기를 낸 이들에게도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해줄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바쁘게만 살아가던 어리숙하고 부족한 내가 서서히 용기를 내면서 한 걸음씩 내딛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며 진짜 나와 만났다. 이 하늘과 저 하늘을 날아 온 세계를 여행하며 보낸 시간은 지구를 탐험하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나’라는 거대한 우주를 발견하게 해주었다."(p. 6)


“너는 좋아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내가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다. 많은 이들이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여행의 즐거움으로 상쇄시키며 살아간다고들 이야기한다. 여행으로 보상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참는다고 말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내며 휴가만 손꼽아 기다리는 직장인, 그게 나였다.(p. 22)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외항사 승무원은 항공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바라는 삶이 거기 그대로 있다. 고된 비행이지만 거기에 따르는 성취감, 전 세계 곳곳을 경험할 수 있는 레이오버, 말도 안되는 싼 값에 세계여행이 가능한 직원 티켓, 국적도 인종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절친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멋진 일이지 않은가. 학교 다닐 때 공부하면서 한 번씩은 생각해보는 세계 여행을 월급을 받아가며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날 것 같다. 약간의 인종차별 극복 경험담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회계사 시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사표를 제출하려 했을 때 항공회사는 시험치고 돌아오라며 몇 개월간의 무급 휴가도 준다.. 그런 휴가를 활용해 저자는 미국에서 시험을 통과하고 발리에서 서핑을 배우고' 콜롬비아에서 살사 댄스를 익힌다. 또 일본에서 르꼬르동 블루 요리학교를 다니기도 한다. 읽고 있노라면 나조차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솟는다. "이런 멋진 직업이구나"하는 생각에 부럽기까지 하다. 한때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독자는 왜 꿈을 접었을까 하는 후회도 들 정도다. 그리고 왜 많은 인재들이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다.






결정적으로 승무원에 대한 기분 좋은 느낌은 비행 중 긴급환자가 발생했던 에피소드다. 간질을 앓고 있는 승객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댈러스까지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토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저자는 열여섯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거의 앉지도 먹지도 못하고 비상 매뉴얼에 충실히 따라가며 환자를 세심하게 케어한다. 지상에서야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달려가면 끝이지만 하늘 위에서는 그럴 수 없기에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승객을 보호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바로 이런 위기의 순간에 그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것보다 승객들의 지루하고 안전한 비행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도 승무원들은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조용히 승객의 식사를 서비스하고 있다.

저자는 그 순간을 자기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꼽을 정도로 항공 승무원이 천직인 사람처럼 보인다. 10년 동안 충실히 일해서 비행을 책임지는 사무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나이도 30대 끝자락이다. 지금까지 쌓은 신뢰와 실력으로 계속 항공사에 근무할 수도 있는데 저자는 더 큰 꿈을 향해 착륙을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저자는 현재 서울에 있고,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준비하며 다시 날아오르고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 어떻게 날아오를지 주목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한 류시화 시인의 글귀가 가슴속에 내리꽂힌다. 그러나 후회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청춘이며, 이제 알게 되었다 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된다!(p. 61)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두렵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왔으니 두 발로 우뚝 일어서려면 앞으로도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상처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을 견뎌내야 내가 더욱더 단단해지고 빛나게 될 걸 알기에 두 팔 벌려 그 시간을 맞이하고 즐길 것이다. (p. 277)


삶에서 전력 질주하는 구간과 쉬어가는 구간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간에서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길을 잃고 멈춰 서 있을 때 내 옆의 누군가가 앞서 나간다고 해서 그것이 내 삶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우리 인생에서 ‘제때’보다 중요한 것은 내 속도대로 사는 것이며, 그때 비로소 ‘나’라는 거대한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자 : 이주영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졸업하고 나서야 내 자신이 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 좋게(?) 외국계 은행에 취직했으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여의도 빌딩가를 드나드는 쾌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서른에 낸 사표는 카타르항공 승무원이 되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다. 승무원으로 일하는 동안 나를 위한 시간도 알차게 챙겼다.

콜롬비아에서 한 달간 살사댄스를 배우기도 하고, 르꼬르동블루(도쿄) 제빵과정도 수료하고, 서핑에도 도전했다. 틈틈이 공부한 결과 미국공인회계사(CPA)도 취득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도 잘하는 것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승무원으로 10년간 일하면서 나로 살아가는 훈련을 잘 마친 덕분에 다시 한 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지금은 내 이름을 건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 샘플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시장을 뛰어다녀야 하지만 그 피곤조차 즐겁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오늘도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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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1918 - 역사상 최악의 의학적 홀로코스트, 스페인 독감의 목격자들
캐서린 아놀드 지음, 서경의 옮김 / 황금시간 / 2020년 9월
평점 :
절판



2020년 우리 인류는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감염병 대유행 시대를 살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유행시대. 발병 8개월만에 지구상 인구 중 사망자가 이미 수십만 명을 넘어섰고,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는 날이 갈수록 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코로나 사망자가 수백 만 명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는 가운데 각 나라에서는 국경 폐쇄는 물론 자국 내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다. 그러나 미봉책일 뿐 치료제나 백신 개발 전까지는 효과적인 방역 조치는 어려운 것 같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세계 각국은 확산을 막는 예방 방역에 주력하고 있다. 의료 시스템도 최강이라던 미국이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가 이미 20만 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다행히 우리나라는 이른바 'K방역'으로 사망자 200여명, 확진자 수만 명 정도에 그치고 있어 '방역모범국가'의 영예로운 별칭도 얻은 것은 다행이지만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나는 데에는 전 세계 인류가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일부 국가에서 정부 방역 당국의 예방 조치가 '과잉방역'이라며 국경 개방이나 인구밀집 행동 억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시위로 혼란스럽지만 대다수 나라에서는 방역당국의 예방조치를 신뢰하고 이에 잘 대응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예방 백신은 빠르면 내년 초에서 늦을 경우 내년 말 정도에나 나올 것이라는 의료 전문가들의 예상에 힘든 나날이 계속될 것으로 일정기간 코로나 위협에 시달려야 할 상황이다.

사스나 에볼라를 최근 경험한 인류는 감염병 주의 활동이나 예방을 위한 각종 방역 계획이나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지만 한 세기에 한 번 나올까말까 하는 이번 코로나 세계적 대유행을 막고 치료하기에는 준비가 미흡했던 점을 인지하고 이제라도 대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의료시스템 개발과 확보에 힘을 쏟아야 한다는 교훈을 얻은 셈이다.






『팬데믹 1918』은 지금으로부터 딱 100년 전 1918년부터 1919년까지 맹위를 떨친 대유행병(팬데믹), ‘스페인 독감’에 관한 이야기다.

책은 스페인 독감이라는 치명적인 질병의 무자비한 횡보를 따라가면서, 그 질병에 직면했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춘다. 가족과 이웃, 친구와 동료를 수없이 잃어야 했고, 절차를 갖춘 매장 등 죽은 이의 존엄을 지켜줄 여유조차 없던 참혹한 이야기가 또 다른 팬데믹 시대를 지나고 있는 21세기에 충격을 안긴다. 16쪽 화보로 구성한 스페인 독감 시기 사진들도 당시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한다.

책에 따르면 1918년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나갈 무렵, 무시무시한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기 시작했다. 2년 사이 세 번의 감염 파도가 몰아친 끝에 전 세계에서 1억여 명의 사람들이 죽었다. 의료계에서 바이러스의 존재조차 몰랐던 그때, 스페인 독감은 세계를 종횡무진 누비며 페스트의 뼈아픈 기억을 상기시키고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안겼다. 그 공포로부터 인류는 어떻게 빠져나왔으며 어떤 교훈을 얻었을까?






역사학자이자 소설가인 저자 캐서린 아놀드는 방대한 1차 자료와 기록 문서를 바탕으로 『팬데믹 1918』을 집필했다. 책에는 우리가 잘 아는 명사들의 사례도 등장한다. 월트 디즈니와 존 스타인벡, 마하트마 간디와 루스벨트 대통령도 스페인 독감을 피할 수 없었으며, 토마스 울프는 스페인 독감으로 형을 잃고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를 썼다.

그러나 무엇보다 작가가 애정을 담아 전하는 이야기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것 같은 보통 사람들의 눈물과 분투다. 제1차 세계 대전에 참전했지만 전쟁보다 병으로 죽어야 했던 평범한 병사들,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되어야 했던 사람들, 자신의 안위를 살피지 않고 오로지 인류애 하나만으로 구호에 나섰던 간호사들, 보이지 않는 적에 용감히 맞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려 노력했던 의사들의 이야기에 주목한다. 또한 치열하게 연구에 매달려 마침내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정체를 밝혀낸 학자들의 이야기 또한 큰 감동과 울림을 전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막바지로 치닫던 1917년, 겨울이 끝을 보일 무렵에 프랑스 에타플의 제24통합병원에서 스무 살이었던 한 병사가 호흡기 질환으로 숨을 거둔다. 전쟁 통에 병사가 죽는 경우가 다반사였고, 그 무렵 기관지폐렴으로 죽은 병사들도 여럿 있었기에 그의 죽음은 흔히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인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무렵 영국과 프랑스에서는 그 병사와 비슷한 증상으로 사망한 군인들이 줄을 잇고 있었다.

치료법도 없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는 모습을 봐야 했던 군 의료진들은 나름 해부학적 연구까지 수행하면서 병의 근원을 알아보려고 했지만 막연한 결론만 내렸을 뿐 뾰족한 수를 찾지 못했다. 1918년 전 세계에서 1억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은 그렇게 전쟁의 포화로 엉망진창이 된 유럽의 상처를 파고들었다.



제1차 세계 대전으로 희생된 사람은 어림잡아 3천800만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감염자 가운데 10~20퍼센트를 죽인 스페인 독감은 발생한 지 첫 25주 안에만 2천5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역사가들로부터 ‘흑사병보다 더 많은 희생자를 낸, 역사상 가장 큰 의학적 대학살’이라고 불린 것이 하나도 이상할 게 없었다.

이 치명적인 대유행병에 ‘스페인 독감’이란 별칭을 붙인 것이 정확히 누구, 또는 어떤 매체였는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당시 중립국이었던 스페인에서는 국왕 알폰소 8세를 비롯하여 대신들까지 감염되자 신문들이 적극적으로 이 질병과 관련한 소식을 다뤘다. 전시 언론 검열 탓에 공포나 절망감을 조장하는 소식을 실을 수 없었던 연합국 매체들은 스페인발 기사를 옮기기 시작했고, 어느 틈엔가 이 병을 스페인 독감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스페인 사람들로서는 매우 억울할 일이었다.

스페인 독감은 처음부터 ‘스페인 여인’이란 별칭으로 불리기도 했다. 스쳐 지나갈 유행병으로 인식하던 때라 신문의 삽화가들이 플라멩코 드레스를 입고 춤을 추는 검은 해골로 형상화해서 신문 1면에 올리곤 했다. 태평스러운 장난기를 넘어설 만큼 참혹한 죽음과 맞닥뜨리기 전의 일이었다.





이 질병은 처음에는 스페인 독감이라 불리지 않았고, 대신 좀 더 화려하게 ‘스페인 여인’이란 별명으로 불렸다. 스페인 독감은 변화무쌍하고 파악하기 어려운 짐승이었으며 호흡 곤란, 내출혈, 발열 같은 일반적인 증상으로는 정의할 수 없는 놈이었다. 이 질병이 점점 진화해 나가자 많은 의사와 민간인들은 이 세기말적 질병이 실제로 독감인지 확인할 수조차 없었다.(p. 20)


1918년 여름에 시작된 유행병의 치명적인 2차 공습 때에는 감염자들이 거리에서 픽픽 쓰러졌고, 폐와 비강에서 출혈을 보였다. 또한 폐에 고름이 차면서 부족해진 산소 공급으로 발생하는 헬리오트로프 청색증(heliotrope cyanosis) 때문에 피부가 검푸른 색으로 변했다. 또한 공기 기아(air hunger) 현상 때문에 뭍으로 나온 물고기처럼 숨을 헐떡거렸다. 급하게 사망한 사람은 차라리 운이 좋은 편이었다. 그러지 않은 사람들은 분출성 구토, 심한 설사로 고통 받다가 뇌에 산소 공급이 부족해지면서 미쳐 날뛰다가 죽어갔다. 회복한 사람들 중에도 평생 신경 질환, 심장병, 무기력증, 우울증 등에 시달리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p. 28~29)






엄마가 스페인 인플루엔자로 돌아가시자 우리는 모두 방에 모였다. 두 살에서 열두 살까지 모두 여섯 명이었다. 아버지는 어머니가 누운 침대 옆에서 양손에 머리를 묻은 채 흐느끼고 있었다. 엄마의 친구들이 다 모여 충격 속에서 울고 있었다. 그들은 아버지에게 왜 알리지 않았느냐고, 왜 엄마가 아프다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소리를 질렀다. 엄마는 어제까지 멀쩡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아버지와 다섯 남매가 울고 있을 때 마이클은 이 사건을 이해하려고 애썼지만 도무지 그럴 수 없었다.


“엄마를 쳐다보았는데, 이 모든 것이 믿기지 않았다. 엄마는 그냥 잠이 든 것처럼 보였다.”

다음날 아침 마이클과 그의 동생 둘은 아버지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아버지가 그들 모두에게 허시 초콜릿 바를 사주었고, 그는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꼈다. 그의 예감이 적중했다. 그들 형제는 브루클린의 유대인 고아원으로 가고 있었다.(p. 145~146)


애석하게도 정신 이상에는 별다른 방도가 없었다. 시카고에 거주하는 피터 마라쪼(Peter Marrazo)는 이곳에 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이민자였는데, 온 가족이 끝장났다고 확신한 나머지 아내와 아이 넷을 아파트 안에 가두고는 이렇게 소리쳤다.

“내 방식으로 내 가족을 치료할 것이다!”

그러고는 그들의 목을 그어버렸다. 나중에 밝혀지기로는, 그의 가족 중 그 누구도 실제로 스페인 독감에 걸리지 않았다.(p. 170)





이 책은 100여 년 전 인류를 공포로 몰아넣은 스페인 독감 대유행병을 다룬 대중역사서이다. 하지만 이 책이 일관되게 탐색하고 있는 대상은 유행병도, 그 병을 일으킨 바이러스도 아니다. 바로 사람이다.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벌어진 일이다 보니, 익히 알 만한 정치 지도자나 군인, 예술가 같은 유명 인사들도 곳곳에 등장한다.

앞서 말한 스페인 국왕뿐만 아니라, 영국의 총리와 미국의 대통령도 이 병에 걸려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나중에 미국 대통령이 되는 루스벨트는 미 해군부 차관 시절 이 병에 걸려, 한 달 넘게 병과 싸운 끝에 회복할 수 있었다. 마하트마 간디는 처음에는 치료를 거부하고 죽음을 덤덤히 받아들이려 했다. 하지만 그의 삶은 개인의 것이 아니라 인도인 모두의 것이라는 설득을 받아들였다. 그는 종교적 신념을 거스르며 염소젖을 먹고 회복할 수 있었다.

소년 존 스타인벡은 이 병에 걸려 삶과 죽음의 경계를 오간 끝에 살아남았다. 감염된 폐에 접근하기 위해 의사는 그의 갈비뼈 몇 개를 제거하고 늑막의 고름을 빼냈는데, 이 과감하고 모험적인 치료는 그를 기적적으로 살려냈지만 스타인벡은 평생 폐 때문에 고생을 했고 마음에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채 살아야 했다. 미국 시카고에서 나이를 속이고 구급차 운전병으로 입대한 월트 디즈니는 이 병에 걸린 뒤 어머니의 극진한 간호로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토마스 울프는 어린 시절 형 벤자민의 죽음을 곁에서 지켜본 경험을 소설 〈천사여, 고향을 보라〉에 극적이며 기괴한 문체로 담아냈다.





하지만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채우는 중요한 사람들은 바로 평범한 군인들, 특별할 것 없는 시민들, 그리고 천사 같은 봉사정신으로 나섰던 간호사들과 사명감 하나로 죽음 앞에서도 당당했던 의사들이다. 특히 의료진들은 지금 같으면 상상도 못할 열악한 환경 속에서 인류가 경험해 보지 못한 끔찍한 바이러스에 맞서 헌신, 말 그대로 몸을 던졌다. 저명한 바이러스학자이자 스페인 독감 전문가인 존 옥스퍼드 교수는 그런 헌신을 "보통 사람들의 작고 일상적이면서도 영웅적인 행동"이라고 규정하면서 "1918년에는 영웅적인 행동이 서부 전선보다 가정 전선에서 더 많이 있었던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내 방에서 전화로 오가는 대화를 들었다. 숙모가 말했다. “오, 저런, 윌. 내가 그러길 바란다면 그렇게 할게요.” 숙모는 내 방으로 와서 나를 할머니 방으로 데리고 갔다. 나는 할머니의 무릎 위에 앉았다. 숙모가 형도 방으로 데리고 왔다. 숙모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하려다가 뜨거운 눈물을 쏟았고, 나는 더 이상 숙모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가장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았다. 어머니는 경이로운 분이셨고, 그녀가 죽었을 때 모든 것이 빛을 잃었다.(p. 180)


1918년 10월이 되자 마스크가 스페인 인플루엔자 유행병의 상징이 되어버렸다. 당시의 사진을 보면 초현실적인 느낌을 받게 된다. 마스크를 쓴 채로 일상생활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 교통정리를 하는 경관들, 업무에 여념이 없는 타자수들, 반려동물과 장난치는 아이들에 이르기까지 모두 마스크를 쓴 모습은 마치 옛날 공상과학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p. 205)







코로나 바이러스로 패닉에 빠진 세계 곳곳에서 ‘마스크’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이미 100여 년 전에 사람들은 마스크를 대유행병 시기 효과적인 예방 도구로 신봉하고 있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예로 들더라도, 도시 전체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이를 어긴 사람에게는 ‘치안방해죄’를 적용, 벌금이나 구류 처분을 내리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페리 선착장 같은 데서 ‘깜빡 잊고 안 쓰고 나왔다’는 사람을 위해 판매대를 설치, 마스크를 현장에서 살 수 있도록 조치했다. 모두 100년 전의 이야기다.

1990년대 후반, 알래스카의 영구동토층에서 1918년에 매장한 원주민 시신을 발굴해 극적으로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의 실체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 연구를 주도한 제프리 타우벤버거 박사는 이렇게 조언했다. 스페인 독감 바이러스는 매우 영리한 녀석들이며, 그들은 끊임없는 변이를 거쳐 언제 어디서든 또다시 인류를 상대로 전쟁을 벌일 것이라고 말이다. 또한 존 옥스퍼드 교수는 대유행병을 테러리스트 공격에 비유하며 끊임없는 비상 대책 훈련 계획이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스페인 독감을 그토록 치명적으로 만들었으며, 왜 이 바이러스가 그토록 많은 건강한 젊은이들을 사망케 했는가 하는 의문에 대해서, 타우벤버거는 이 바이러스가 사이토카인 폭풍으로 알려진 자가 면역 반응을 촉발했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지지했다. 아이러니하게도, 환자가 건강할수록 사망할 가능성이 더 높았던 것이다. 1918년 H5N1은 특징적인 염증 반응을 일으켜서 환자의 폐에 2차 손상을 입혔다. 타우벤버거는 이렇게 설명했다. “당신을 죽이는 것은 바이러스가 아니라 몸의 면역 반응이다.”(p. 331)


타우벤버거가 “영리한 바이러스 녀석들”이라고 불렀던 것처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변이를 일으킨다. 즉, 스페인 여인이 새로운 유형으로 언젠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뜻이다. 2013년에 AIR 월드와이드 연구 및 모델링 그룹은 1918년 대유행병의 특성을 분석하고, AIR 대유행병 독감 모델을 이용해 그와 유사한 대유행병이 오늘날 발생할 때의 결과를 추정했다. 이에 따르면, 현대의 스페인 독감은 미국에서만 18만8천 명에서 33만7천 명에 이르는 사상자를 낼 것으로 추정된다. (p. 354)



『팬데믹 1918』은 스페인 독감이 인류에게 대재앙을 안긴 지 100년이 흐른 시점에 나온 기념비 같은 대중역사서다. 저자는 특별 기고한 ‘한국어판 서문’에서, 책을 쓸 무렵에는 이 책이 이토록 시의적절한 것이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고백하고 있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코로나 시대에 인류가 지녀야 할 덕목은 무엇인지 성찰하게 하는 거울 같은 존재다. 전문가의 충고처럼, 바이러스는 끊임없이 모습을 바꾸면서 인류와 언제든지 전쟁을 벌일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저자 : 캐서린 아놀드


캐서린 아놀드는 캠브리지대학교에서 영문학과 심리학을 전공했다. 언론인이자 학자, 역사가로서 많은 찬사를 받은 역사서를 여럿 집필했다. 그 중에는 《네크로폴리스, 런던과 그의 죽은 자들(NECROPOLIS: LONDONAND ITS DEAD)》, 《베들럼, 런던과 그의 정신 장애인들(BEDLAM: LONDON AND ITS MAD)》, 《죄의 도시, 런던과 그의 죄악(CITY OF SIN: LONDON AND ITS VICES)》, 《글로브, 셰익스피어 시대 런던의 삶(GLOBE: LIFE IN SHAKESPEARE’S LONDON)》 등이 있다. 첫 소설 《잃어버린 시간(LOST TIME)》으로 베티 트래스크(BETTY TRASK) 상을 받았다.


역자 : 서경의


서울대학교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에서 목회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면서 번역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의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선은 장벽이 되고》, 《나는 뉴욕의 윤리시스트》, 《라곰이 최고》, 《바이블 아틀라스》, 《정상으로 가는 계단》, 《신화로 읽는 심리학》, 《존 비비어의 음성》, 《그림과 함께 읽는 창세기》등 다수가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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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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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현대사의 한 장면 한 장면은 충격적이고 혼란스러운 부분이 많다. 어느 나라나 역사적 사건은 충격적이고 국민들을 혼란에 빠뜨리는 경우가 많지만 대한민국 현대사는 급변했던 만큼 정세도 극적으로 뒤바뀌는 등 국민들의 생명이나 안전이 위협받는 연속이었다.

특히 일제강점기를 거쳐 1945년 해방 정국부터 급격하게 변하면서 국민들은 전쟁에 내몰리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독재로부터 4.19 혁명으로 어렵게 들어선 민주 정부는 혼란을 거듭하다 5.16 군사쿠데타로 또다시 뒤바뀌었다.

군사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박정희 정권은 경제발전에 매진하면서도 북한의 무력 앞에서 늘 위태로운 상태였다. 군사 정권이 들어선 후 3선 개헌, 유신헌법으로 초헌법적 대통령을 이어가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북한의 암살 위기에 여러 번 노출됐다. 60년대에는 청와대를 폭파시키겠다고 북한이 남파한 무장공비 사건은 국민들의 가슴을 쓸어내리는 한숨으로 넘겼다. 정작 박정희 전 대통령 자신은 잘 비켜나간 것이다.

시일이 지나며 안정기가 올 것이라는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긴급조치로 정권을 이어가던 중 또다시 큰 시련을 겪는다. 이른바 '문세광의 대통령 암살 저격 사건'이 그것이다. 1974년 8월 15일 오전 10시 23분. 광복절 기념식장에 별안간 울려 퍼진 한 발의 총성. 대통령의 연설을 지켜보던 이들이 영문을 몰라 어리둥절한 사이, 괴성을 지르며 무대 앞으로 달려 나오는 한 남자. 그리고 그의 손끝에서 연이어 화염을 뿜기 시작하는 총구. 이 돌발행동에 국립극장 안은 비명과 총성이 뒤엉키며 일대 혼란에 빠진다. 사내는 결국 연단 바로 앞에서 제압되지만, 그 아수라장에서 두 사람이 피를 흘리며 쓰러진다. 바로 합창단 여고생과 퍼스트레이디.



이 책은 몰입도가 좋았는데 책의 제목이나 구성이 잘 짜여져 있어서인 것 같다. 어쩌면 영화 시나리오를 원본으로 삼는 소설이라 더 극적일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한다. 아무튼 저자의 치밀한 조사, 소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 읽어가면서 연상되는 장면으로의 추리력이 동원되는 추리소설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특히 이 책은 완전한 허구가 아니라 역사적 사실에 기반하여 작가의 치밀한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소설 작업화했기 때문에 더 몰입도가 높았을지도 모르겠다. 장면의 생생한 기억을 돕기 위해 당시 국립극장 현장 안내도도 곁들여 현장감을 살린 점도 좋았다.

특히 그날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현실에 굴복하지 않고 끝까지 용기 내어 법정에서 밝혔던 신민규 국선 변호사의 스토리가 인상적이다.



『8월의 화염』은 한국 현대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 중 하나로 손꼽히는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소설이다. 영화 연출가이자 제작자이며 시나리오 작가인 저자가 치밀한 자료조사와 사건 관련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그날의 충격적 사건을 소설로 재구성했다.

이 소설은 어쩌면 운명일 수도 있는 기막힌 우연에서 비롯되었다.

저자에 따르면 미국 유학 시절 강도가 쏜 총탄에 가슴을 맞아 서울대병원에서 총탄 제거 수술을 받았다. 공교롭게도 그때 주치의가 1974년 영부인 저격사건 당시 수술에 참여했던 의사 중 한 명이었고, 그가 수술을 받은 곳 역시 영부인이 누웠던 곳이었다. 영화를 전공하던 저자는 이 우연한 사건을 계기로 영부인 저격사건에 관심을 갖고 훗날 영화로 만들리라 결심했다.

그리고 세월이 흐른 뒤 발로 뛰어다니며 자료를 조사하고 당시 외신기자들까지 인터뷰해 장장 7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이 소설은 바로 그 시나리오를 토대로 했다.

소설은 1974년 여름부터 문세광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진 그해 가을까지 약 석 달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진실이 왜곡되는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변호사의 모습을 통해 유신 시대의 암울한 상황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시나리오 작가로 내공을 쌓은 저자의 첫 소설로 영화적 구성과 속도감 넘치는 전개가 단숨에 독자를 빨아들이며 한순간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충격적 사실을 마주하게 되는 마지막 페이지까지 손에서 책을 내려놓지 못할 것이다.

1974년 8월 16일 1면 동아일보



1974년 여름, 인권변호사 신민규는 오늘도 재판에서 패소한다. 선배가 운영하는 합동법률사무소에 적을 두고 있지만 돈 되는 사건은 수임조차 못 해보고 사회적 약자들의 변론을 맡다 보니 그가 얻은 것은 ‘백전백패의 변호사’라는 꼬리표뿐. 변호사로서의 양심과 고단한 현실 사이에서 고뇌하던 그에게 어느 날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것은 바로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영부인을 암살한 문세광의 국선변호를 맡는 것. 만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영부인을 저격한 현행범인 만큼 적당히 변호하다 양심선언을 하고 물러나면 정의로운 변호사로 이름을 알리는 기회가 될 수 있는 일이다.

사건을 맡아 변론을 준비하던 그는 문세광 사건이 사실과 다르게 묘하게 조작되어가는 것을 감지한다. 그는 절친한 고향 친구이자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던 배영진 형사와 함께 문세광의 행적을 차례차례 더듬어간다. 그런데 파헤칠수록 석연치 않은 의혹들이 속속 드러나고, 의심 가는 단서를 포착할 때마다 증인과 증거가 한발 앞서 사라지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사건의 배후에 모종의 세력이 존재할 수 있다는 심증을 굳혀가던 와중에 그들을 충격과 경악으로 몰아넣는 사건이 발생하는데…….



말없이 수화기를 바라보던 사내는 이내 자신의 가방을 뒤지기 시작했다. 잠시 후 가방에서 드라이버를 꺼내 트랜지스터라디오를 해체했다. 그가 라디오를 거꾸로 들어올리자 묵직한 금속 물체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라디오에서 쏟아진 금속 물체는 스미스앤웨슨 38구경 리볼버 한 자루와 총알 다섯 발이었다.(p. 37)


“자네가 지금 남 걱정할 때야? 이 바닥에서 자네 별명이 뭔지 아나? 쓰레기 당번이야, 쓰레기 당번! 내가 언제까지 쓰레기 당번하고 일을 같이 해야 해?”

윤 대표가 작심한 듯 내뱉는 막말에 민규는 어떤 변명도 할 수 없었다. 그때 윤 대표가 윗도리에서 뭔가를 꺼내 테이블에 탁 소리 나게 내놨다. 그것은 한 장의 명함과 돈이 담긴 듯 보이는 두툼한 노랑 봉투였다.

“거두절미하고 선택해.(p. 69)


텅!

꾸벅꾸벅 졸던 영진은 강하게 부딪치는 금속성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무슨 소리인가 고개를 돌려 객석을 두리번거렸지만, 사람들은 미동도 없고 대통령의 연설은 계속됐다. 영진이 갸우뚱하며 다시 고개를 돌리는 순간, 객석 뒤편에서 누군가가 고함을 지르며 연단을 향해 달려오는 게 보였다. 사내의 손에 들린 것은 분명 권총이었다.(p. 113)



“아무리 피의자의 변호사라지만 인간적으로 영부인을 죽인 악마 같은 살인범이 용서가 안 된다는 거지. 양심선언하고 재판을 포기하는 정의로운 변호사! 큰 사건 맡아 이름 날리고 정의로운 변호사로 남고. 이렇게 백 프로 이기는 게임이 어디 있겠나?”

민규는 멍하니 듣다가 피식 실소를 터뜨렸다. 윤 대표가 그의 어깨를 토닥이며 힘주어 말했다.

“이건 정말 평생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야! 이런 기회는 다시없을 거네!”(p. 122)


“이 모든 상황이 우연으로 보입니까?”

민규가 상기된 얼굴로 소리쳤다. 모두가 긴장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마치 보이지 않는 손들이 문세광의 거사를 도와주는 것 같지 않습니까?”

영진이 심각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입국부터 국립극장까지는 중앙정보부가 길을 터주고! 국립극장에서는 경호실이 범행의 모든 행로를 열어주고 있습니다! 이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지요?”(p. 196)



“일단, 박 대통령의 경호팀은 그리 허술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군사교육도 받지 않은 스물세 살짜리 풋내기가 그런 경호팀을 뚫고 암살에 성공했다는 것 자체가 난센스 아니겠습니까?”(p. 224)


“혹시 ‘경호 64’라는 말 들어보셨나, 변호사 양반?”

민규는 말없이 그의 눈을 쳐다봤다.

“알 리가 없겠지……. 민간인이 60퍼센트, 경호를 맡는 요원들이 40퍼센트라는 얘기지. 즉, 60퍼센트의 방어벽은 바로 민간인들이야. 인간방패…… 광복절 경축식장에서도 철저하게 ‘64’가 지켜졌기 때문에 각하께서 당하지 않은 거야! 알기나 해?”(p. 229)


그렇다면 과연 어디란 말인가? 중정과 경호실, 양쪽을 다 움직일 수 있는 또 다른 힘이 존재한다는 말인가? (p. 243)



8.15 저격사건은 재일교포인 문세광이 국립극장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축사를 듣던 중, 육영수 여사를 저격한 사건이라고 알려져 있다. 당시 사건 수사당국에 밝힌 범행전모 등 결과에 대한 의문점이 많아 현재까지도 그 진실에 대해 궁금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 책은 영화에 앞서 시나리오에서 빠진 이야기와 민감하고 충격적인 사실을 사건 관계자의 실명으로 거론하는 등 모든 것이 들어 있는 책이다.

역사적인 사실 팩트는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모를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김대중의 납치사건으로 세계적으로 비난을 받던 박정희 전 대통령은 1974년 8월 15일 광복절 기념 행사에서 경축사를 위해 영부인 육영수와 동반 참석했다. 다른 국경일 참석과 마찬가지로.

수사 결과 발표에 따르면 저격범 문세광은 재일교포로 일본에서 많은 억압과 차별을 받으며 사회에 불만을 가진 채 일정한 직업 없이 살던 23살의 남자다.

그는 박정희의 암살을 위해 위조된 여권으로 한국에 들어와 암살을 시도하지만 박정희 저격은 실패하고 내빈석에서 박 대통령의 경축사를 듣고 있던 육영수만 저격한 채 체포된다. 이날 저격 현장에서는 영부인 육영수 뿐만 아니라 행사에 참석한 여자고등학생 또한 사망했다. 경호원과 문세광 사이의 총격전으로 그 자리에서 사망한다.

당시 국민들에게 엄청난 존경과 사랑을 받던 영부인 육영수의 사망은 김대중 사건을 잊혀지게 만들고, 국제사회에서 더 큰 이슈로 떠올랐다. 문세광과 공범인 일본인 때문에 일본과의 관계도 악화되기도 했다. 이 책은 과연 문세광이 영부인 육영수를 저격했을까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북한의 사주로 암살을 시도한 문세광이 북한에 총 한자루 받지 않았고, 안경 없이는 앞을 잘 못보는 극도의 난시라는 사실, 전문 군사훈련도 받지 못한 문세광을 보냈다는 사실이 의문스러웠지만 저격은 수사결과 사실로 굳어졌다. 또 총을 갖고 김포공항 보안 검색대를 통과했고, 초청장 명단에도 없는 데다 비표까지 없데도 행사장 안으로 들어갔다는 점은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았다. 특히 행사에서 철저하기로 유명한 대통령 경호원의 검색이 외국인을 대상으로 중단됐고, 가장 큰 의문점은 문세광은 4발을 발사했으나 총성은 7번이 들렸다. 풀리지 않은 수 많은 의문점을 파고 들어간 이 책은 언젠가 영화화될 날을 기다리고 있다.



저자 : 변정욱


서울예고 미술과를 나와 미국 훔볼트주립대학(HSU) 영화과를 졸업했다. 문예영화의 대가이자 부친인 변장호 감독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대종필름 해외 마켓 이사로 재직했으며, 영화 〈실미도〉를 제작한 한맥영화에서 연출의 기량을 쌓았다. 영화 〈밀월〉의 연출팀에 참여했고, 제작에 참여한 영화 〈만무방〉으로 몬트리올 국제영화제 본선 진출, 미국 포트로더데일 영화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 그 밖에 SBS PD로도 일했으며 휴먼 다큐멘터리와 뮤직비디오, 국가 홍보영상물 등을 연출했다.

그는 미국 유학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의 영화화를 처음 결심했다. 이후 영화 제작자의 제안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목격자 등을 인터뷰했다. 또 현장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해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장장 7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으로 영화 제작이 중단됐고, 15년여 만에 비로소 직접 감독을 맡아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




본 포스팅은 네이버 카페 문화충전200%에서 진행하는

체험단,리뷰단에서 제공 받아 작성한 솔직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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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업가 김대중 3 - 길이 아니어도 좋다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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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 역사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故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8월 18일 서거 후, 우리들 마음에 남아 밝은 미래를 향한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일평생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준 업적이 그 증거이다. 그가 평화를 위해 이루었던 모든 업적이 정치가로서의 성공이라면 『청년사업가 김대중』은 젊은 시절 사업으로 성공했던 사업가의 이야기로, 그의 정치계 입문 전 시절을 배경으로 했다.

그는 사람을 해하는 무기를 실어 나르는 배가 아닌 오로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배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운회사에 입사했던 그는 꿈을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였지만 소신을 지키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회사의 신임을 얻어 진급한 그는 1945년, 일본으로부터 광복되어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게 되어 청년사업가로 50톤급의 배 1척을 가지는 꿈을 이루었다.






2007년 4월 한 초청 강연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성공하는 인생을 살려면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을 가져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원리원칙에 충실한 사람, 옳고 그름을 따질 줄 아는 사람의 문제의식과 수단, 요령을 발휘해 지혜로움을 겸비하여 능숙한 실천을 하는 사람의 현실감각을 말한다. 우리는 『청년사업가 김대중』에서 그의 삶을 통해 이 뜻을 이해할 수 있다.

어릴 적부터 총명했던 그는 서생적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았다. 원리원칙을 중요시하며 자신만의 신념을 지켜온 그는 수많은 역경을 겪으면서도 현명하고 지혜로움을 삶에 녹이었고 비로소 우리에게 위대한 유산을 물리어주었다. 우리가 몰랐던 김대중 대통령의 정치계 입문 전 시절은 독자들에게 새롭게 다가올 것이다. 그가 사회에 첫발을 내딛던 시절, 올바른 신념을 지켜오며 이루어냈던 것들을 통해 그가 중요시했던 원리원칙이 얼마나 중요했던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편은 '가네보'라는 방직 공장에서 학대 수준으로 노동력을 착취 당하는 소녀들이 나왔는데 마음이 아프다. 13살의 나이가 등장하는 것을 보니, 그보다 더 어린 소녀들도 많았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대로 된 환풍 시설도 없는 곳에서 하루 종일 방직 기계를 돌리고 있으니 폐병을 달고 살거나 몸이 아파도 쉬지 못하고 구박을 받으며 일을 해야 했다. 참혹한 현실에 절망하고 자살을 하는 이도 있었다고 한다.

피를 토해도 꾀병으로 취급받고, 같은 조선인이었던 남자 어른들이 있었지만 그들도 섣불리 나서지 못하는 참담함에 주인공의 친구가 어렵게 나서보지만 돌아오는 것은 심한 폭행뿐이다.

조선인 노동자들은 힘을 합쳐 열악한 환경을 건의하기에 이른다. 그들을 막아선 것은 일본군의 무자비한 총칼이었지만 주인공의 소신과 패기로 위기를 극복하는 장면들이 나올 땐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재미, 통쾌함과 짜릿함이 있다.





3권은 행동하는 양심이 무엇인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죽마고우인 남진도 어렵게 취직을 하게 되는데, 남진이 취직한 가네보공장은 무늬만 그럴 듯한 회사일 뿐 선량한 조선인을 데려다가 부당한 임금과 노동력 착취를 일삼는 전형적인 악덕 기업이었다.

결국 남진을 비롯한 공장 노동자들은 시위를 벌이게 되고, 사장은 경찰과 결탁해 총칼로 이들을 진압하려 하는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서 김대중은 친구를 위해 또 나서게 되는데...

“말만 그러싸할 뿐,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위선일 뿐입니다!!”

1924년생인 김대중은 일제치하, 1945년 8,15 광복, 미군정체제, 1950년 6.25전쟁, 한반도의 남북 분단, 군사독재, 민주화 운동 등을 거치는 동안 한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에 중심에 항상 있었다.

『청년사업가 김대중』은 그의 청년 시절 사업가로 성장해 가는 과정만을 중심으로 담고 있지만, 그의 다른 책, 자서전이나 회고록 등을 보면, 김대중의 개인사를 다루고 있는 듯 여겨지지만, 실은 그 개인사가 바로 한국 현대사의 굴곡진 그늘, 어두웠던 부분, 즉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近現代史)’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광복을 맞이하게 되면서 김대중은 대양조선공업이란 회사에 대표로 스카웃 제의를 받게 되고 얼마 뒤인 1947년 김대중은 대양조선공업 대표를 그만두고 창업하여 <목포해운공사>라는 회사를 설립한다. 1947년 김대중은 50톤급 배 1척을 가진 청년사업가 되었다.(3권, p. 274)





김대중 대통령은 민주주의, 인권, 평화를 위해 평생 “행동하는 양심”으로 헌신했습니다. 다섯 번의 죽을 고비를 겪고, 6년간 감옥생활을 하고, 40여 년간 망명, 감시, 연금당하는 생활을 하면서도 단 한 번도 좌절하거나 불의한 세력과 타협하지 않았습니다.

김대중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국가 부도 사태의 IMF 외환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민주적 시장경제와 IT 정보화로 우리나라를 세계 10위권 경제 대국으로 발전시켰습니다. 생산적 복지정책으로 국민기초생활을 보장하고, 전 국민의 의료, 연금, 고용, 산재 사회보험을 전면적으로 실시했습니다.

현재 코로나 19 사태 대응에서 우리나라가 전 세계로부터 모범국으로 인정받게 된 것도 김대중 대통령의 의료사회보험제도와 공공 의료정책 때문입니다.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 미국 뉴스위크지는 김대중 대통령을 “나라와 사회를 변화시킨 11인의 세계적 트랜스포머의 한 사람”, “인류에게 영원히 기억될 명사 36명의 한 사람‘으로 선정하고 추앙했습니다.

웹툰 『청년사업가 김대중』은 이런 위대한 대통령이 되게 한 섬마을 소년의 꿈과 청년사업가의 신념과 의지를 인간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다.

"웹툰 출판 작업이 쉽지 않은데, 이를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광주정보문화산업진흥원 양균화 본부장, 국제평화영화제 염정호 위원장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 책을 펴낸 스튜디오질풍 이호 대표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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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사업가 김대중 2 - 이름을 건 약속
스튜디오 질풍 지음 / 그린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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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현대 역사에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故김대중 대통령은 2009년 8월 18일 서거 후, 우리들 마음에 남아 밝은 미래를 향한 용기와 희망을 안겨주고 있다. 일평생 한반도의 평화를 위해 노력하며 역사적인 순간을 보여준 업적이 그 증거이다. 그가 평화를 위해 이루었던 모든 업적이 정치가로서의 성공이라면 『청년사업가 김대중』은 젊은 시절 사업으로 성공했던 사업가의 이야기로, 그의 정치계 입문 전 시절을 배경으로 했다.

그는 사람을 해하는 무기를 실어 나르는 배가 아닌 오로지 사람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실을 수 있는 배를 가지는 것이 꿈이었다. 고등학교 졸업 후 해운회사에 입사했던 그는 꿈을 위해 목숨도 마다하지 않았다. 일본인이 운영하는 회사였지만 소신을 지키며 자신이 맡은 일에 최선을 다했다.

마침내 회사의 신임을 얻어 진급한 그는 1945년, 일본으로부터 광복되어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로부터 2년 후,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회사를 창업하게 되어 청년사업가로 50톤급의 배 1척을 가지는 꿈을 이루었다.






2권에서는 청년 김대중 회사 생활을 하며 회사 운영의 노하우를 배우고 다지며 성장해 가는 청년시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2권에서는 청년이 된 주인공을 만날 수 있다. 초반에 로맨스도 나와서 몰입도도 크게 올라갔다. 그러나 마지막엔 회사의 위기를 구하고 최선을 다하는 그에게 또 한 번의 시련이 닥친다.

일본인들이 주도하고 있는 경제활동 속에서 힘없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단순노동자로 전락하는 모습이 안타깝다. 하지만 먹고살아야 하는 위기 상황에서 그만한 자리도 없다는 사실이 더욱 독자를 슬프게 한다.

김대중이 취업한 회사에 위기가 닥치면서 주인공 또한 어렵게 구한 일자리를 잃을 위험에 처한다. 회사에서 일하는 일본인 회사원들은 자신들의 이득을 우선으로 챙기는 모습을 보인다. 그 와중에도 포기하지 않고 사건의 단서를 포착한 주인공의 활약은 상사의 믿음을 받고 조선인으로서는 드물게 승진을 하게 된다. 당연하지만 이러한 주인공을 향한 시기, 질투는 불문가지다.




그리고 과거의 열차 사건에서 마주쳤던 일본인에게 영어를 가르쳐주면서 인연이 닿아 우정으로 발전한 모습도 나오는데,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배척하는 것이 아닌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신뢰를 보여주는 모습도 독자의 마음도 뿌듯하다. 조선인이라고 업신여기던 다른 사람들까지 납득시킨다.

1권에서도 느꼈지만, 2권에서도 이 시대의 생활상이 곳곳에 나와 흥미를 더해준다. 해수욕장에서 아이스케키, 얼음 단물을 파는 장사의 충격적인 복장에서부터 '진정한 모던보이'라면 더위를 타지 않기 때문에 불볕더위에도 결코 모자를 벗는 일이 없다던가.






김대중은 목포상고를 졸업 후 배를 타고 무역업을 할 수 있는 전남기선에 취직하기 위해 면접을 보게 되고, 전남기선은 김대중을 비롯한 면접자들에게 어려운 미션을 수행하게 하는데, 미션은 다름 아니라 야쿠자가 빌려간 돈을 받아오는 것이었다. 다른 구직자들은 지레 겁을 먹고 포기를 해 버리지만, 김대중은 타고난 근성과 집념, 끈기, 승부욕으로 곤욕을 치르면서 미션을 완수하고 꿈에 그리던 전남기선에 당당히 합격하게 된다. 그러나,

"어이, 김대중, 아직도 회삿돈을 훔치지 않았다는 건가, 응?"

"과장님, 제가 훔치지 않았다는 걸 꼭 입증하겠습니다."

"입증?"

"못 하면? 입증하지 못하면 어떻게 할 건데? 그만둘 건가?"

"그건, 아닙니다. 다만 제가 그러지 않았다는 걸 꼭 보여드리겠습니다."

고작 2원 계산 실수를 횡령이라고 하면서, 회사 돈을 빼돌렸다고 화를 내고, 급기야 책상을 복도로 빼내버리죠.(2권, p. 228)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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