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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
이주영 지음 / 헤이북스 / 2020년 9월
평점 :
요즘처럼 청년 취업난 시대에 '일' 얘기를 꺼내기조차 미안한 상황에서 다니던 회사를 '관두는' 얘기를 하려니 좀 당혹스럽다. 저자도 그런 상황을 이해하고 쓴 책이니 제목보다는 내용에 더 신경 써서 읽어야 할 듯한 책이다. 즉 회사를 관두는 때를 '최고의 순간'을 만들기 위한 직업(일) 선택이 더 먼저라는 것. 당장 급하다고 자신의 전공이나 학력(일부에서는 아직도 입사 조건이 학력인 경우가 많아서)을 잘 펼칠 수 있는 '자신이 원하는 일'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책을 낸 출판사 측에서도 ‘통장 잔고보다 내 영혼이 더 소중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을 위한 안내서임을 밝히고 있다.
‘취업’이라는 문턱만 넘으면 그때부터 새로운 인생이 펼쳐질 거라 기대해온 이들도 직장 생활을 몇 년 하다 보면 자기 삶에 대해 진지한 물음을 던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이 일이 정말 내가 원하는 일인지, 아닌지를. 이 책의 저자는 이 질문을 마주하면서 자기를 향한 도전에 기꺼이 응하기로 한다. 우리 인생에서 서른이라는 나이는 새롭게 무언가를 시도해도 결코 늦은 나이가 아니며, 마흔이라는 나이는 삼십 대에 차곡차곡 쌓아놓은 인생 마일리지를 바탕으로 또 다른 무얼 시작해도 전혀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걸 이 책이 증명해준다. 그리고 그 도전은 특별한 누군가의 이야기가 아니라 머지않은 미래에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사람들이 공부할 시기, 취업할 시기, 군대 갈 시기, 결혼할 시기, 아이 낳을 시기, 돈 벌 시기 등등 ‘제때’에 대한 부담 때문에 그 시기에서 뒤처지지 않으려고 아등바등 살아간다. 심지어는 모두를 포기하고 '취업이 우선이다'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리고 이러한 미션을 완벽히 수행해야 비로소 열심히 살았다는 안도감이 든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이 든다. 여기서 말하는 ‘제때’에 대한 판단 기준은 내 삶에도 딱 들어맞는 것일까.
여느 직장인들처럼 하루하루 버텨내는 삶을 살아가던 저자는 어느 날 "이대로 살 수는 없다"는 생각에 가던 길을 잠시 멈춰 섰다. 나날이 낮아지는 자존감, 온갖 스트레스와 함께 찾아온 원형탈모, 온종일 상사와 거래처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과 지지고 볶는 전투를 벌이고 녹초가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고단한 일상의 반복에서 스스로 ‘퇴사’라는 처방을 내린 것이다.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할 사이도 없이 무작정 달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렇게 바쁘게 사는 이유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한 번쯤 자기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그래서 이 책은 취업 준비생에게도, 현재 직장(일)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도 유효하다.
‘외국에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누구나 한 번쯤은 이런 생각을 해봤을 것이다. 만약 외국에서 살면서 세계 각지를 맘껏 여행하고 심지어 돈도 벌고 틈틈이 자기계발도 할 수 있다면 한번 도전해볼 만하지 않을까. 그렇게 해서는 곧 후회하는 시간이 다가온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에 따르면 어쩌다 보니 외국계 금융회사에서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20대 후반이 되어서야 자기가 무얼 하는지도 모른 채 수년째 그야말로 ‘삽질’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이제 고작 서른인데, 이렇게 살다가는 앞으로의 인생도 크게 나아질 게 없어 보인다. 오랜 생각 끝에 저자는 더 넓은 세상에서, 충분한 쉼이 마련되는 일을 하며, 공부도 하고, 최대한 많은 곳을 여행하며,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살아봐야겠다고 다짐한다. 바로 외항사 승무원이 되는 것이다.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은 저자가 30대에 카타르항공 승무원이 되어 사무장의 자리에 오르기까지 10년의 좌충우돌 삶을 고스란히 담았다. 어렸을 때부터 장래희망이 승무원인 사람, 혹은 취직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우연히 승무원이란 직업에 마음이 사로잡힌 이들이라면 승무원이라는 직업 그리고 삶에 관해 어디서도 들을 수 없는 다양하고 생생한 지침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꼭 승무원이 아니더라도 현재 삶에 그다지 행복하다고 느끼지 못해 일탈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인생 위기의 순간에 작은 용기가 큰 기쁨과 환희로 돌아온 저자의 경험을 함께 나누며 ‘도전하기에 늦은 때는 없다’는 걸 새롭게 우리 마음에 새겨 봐도 좋겠다.
이 책은 한 개인이 인생 위기의 시점에 뭔가 대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서른에 회사를 관두고 승무원이 된 이야기를 시작으로, 역시 마흔에 승무원을 관두고 다시 새롭게 자기만의 길을 떠나는 이야기로 마무리된다.
처음에 회사를 관두었을 때 저자는 자기 인생에서 더 이상의 ‘삽질’은 그만두고 싶은 심정이었다. 하지만 두 번째 회사를 관둘 때는 이전과 전혀 다른 상황이다. 승무원으로 살아온 10년이라는 시간이 차곡차곡 내공으로 쌓인 덕분에 비로소 나의 길을 갈 수 있다는 확신이 분명해졌다.
그리하여 저자가 마지막으로 독자에게 마음 다해 전하는 메시지는 그 어떤 말보다 울림이 크다.
“인생은 내가 믿는 대로 살아지게끔 되어 있으며, 그 믿음을 포기하지 않으면 꿈이란 건 반드시 이루게 되어 있다. 이제는 그 사실을 의심하지 않는다.”
남에게 전해들은 이야기가 아닌 저자 이주영이 몸소 체험한 사실이기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리라. 이 책이 미래의 승무원은 물론이고 이제 막 새로운 세상을 향해 나아가고자 용기를 낸 이들에게도 다시 설레는 마음으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힘껏 응원해줄 것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원하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바쁘게만 살아가던 어리숙하고 부족한 내가 서서히 용기를 내면서 한 걸음씩 내딛고 새로운 곳을 향해 나아가며 진짜 나와 만났다. 이 하늘과 저 하늘을 날아 온 세계를 여행하며 보낸 시간은 지구를 탐험하고 싶다는 바람을 넘어 ‘나’라는 거대한 우주를 발견하게 해주었다."(p. 6)
“너는 좋아하는 게 뭐야?”라는 질문에 내가 명쾌하게 답할 수 있는 것들 중 하나가 바로 여행이었다. 많은 이들이 직장 생활의 고단함을 여행의 즐거움으로 상쇄시키며 살아간다고들 이야기한다. 여행으로 보상받으며 고통의 시간을 참는다고 말이다. 나 또한 그랬다. 하루하루 아등바등 살아내며 휴가만 손꼽아 기다리는 직장인, 그게 나였다.(p. 22)
책을 읽으며 저자가 들려주는 외항사 승무원은 항공 승무원을 꿈꾸는 사람들이 바라는 삶이 거기 그대로 있다. 고된 비행이지만 거기에 따르는 성취감, 전 세계 곳곳을 경험할 수 있는 레이오버, 말도 안되는 싼 값에 세계여행이 가능한 직원 티켓, 국적도 인종도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절친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멋진 일이지 않은가. 학교 다닐 때 공부하면서 한 번씩은 생각해보는 세계 여행을 월급을 받아가며 할 수 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신날 것 같다. 약간의 인종차별 극복 경험담은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회계사 시험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 사표를 제출하려 했을 때 항공회사는 시험치고 돌아오라며 몇 개월간의 무급 휴가도 준다.. 그런 휴가를 활용해 저자는 미국에서 시험을 통과하고 발리에서 서핑을 배우고' 콜롬비아에서 살사 댄스를 익힌다. 또 일본에서 르꼬르동 블루 요리학교를 다니기도 한다. 읽고 있노라면 나조차 기분이 좋아지고 에너지가 솟는다. "이런 멋진 직업이구나"하는 생각에 부럽기까지 하다. 한때 비행기 조종사가 꿈이었던 독자는 왜 꿈을 접었을까 하는 후회도 들 정도다. 그리고 왜 많은 인재들이 항공사 승무원이 되고 싶어하는지 알 것 같다.
결정적으로 승무원에 대한 기분 좋은 느낌은 비행 중 긴급환자가 발생했던 에피소드다. 간질을 앓고 있는 승객이 카타르 도하에서 미국 댈러스까지 가는 비행기 안에서 구토와 발작을 일으켰을 때, 저자는 열여섯시간의 비행시간 동안 거의 앉지도 먹지도 못하고 비상 매뉴얼에 충실히 따라가며 환자를 세심하게 케어한다. 지상에서야 구급차를 타고 응급실로 달려가면 끝이지만 하늘 위에서는 그럴 수 없기에 어떤 상황이 발생해도 승객을 보호하고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 바로 이런 위기의 순간에 그들의 능력이 제대로 발휘되지만 자신의 능력을 드러내는 것보다 승객들의 지루하고 안전한 비행이 우선이라는 것을 알기에, 지금도 승무원들은 그런 순간이 오지 않음에 감사하며 조용히 승객의 식사를 서비스하고 있다.
저자는 그 순간을 자기 인생 최고의 순간 중 하나라고 꼽을 정도로 항공 승무원이 천직인 사람처럼 보인다. 10년 동안 충실히 일해서 비행을 책임지는 사무장 자리에까지 올랐다. 나이도 30대 끝자락이다. 지금까지 쌓은 신뢰와 실력으로 계속 항공사에 근무할 수도 있는데 저자는 더 큰 꿈을 향해 착륙을 시도한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라고 밝히지는 않지만 저자는 현재 서울에 있고, 자신만의 비지니스를 준비하며 다시 날아오르고 있는 것 같다. 어디까지 어떻게 날아오를지 주목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이라고 말한 류시화 시인의 글귀가 가슴속에 내리꽂힌다. 그러나 후회는 내 스타일이 아니다. 나는 여전히 청춘이며, 이제 알게 되었다 해도 결코 늦은 게 아니다. 이제라도 알았으면 지금 당장 시작하면 된다!(p. 61)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데 있어 두렵지 않은 이가 어디 있을까. 이제 막 알을 깨고 나왔으니 두 발로 우뚝 일어서려면 앞으로도 수없이 넘어지고 깨지고 상처 입게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시간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 과정을 견뎌내야 내가 더욱더 단단해지고 빛나게 될 걸 알기에 두 팔 벌려 그 시간을 맞이하고 즐길 것이다. (p. 277)
삶에서 전력 질주하는 구간과 쉬어가는 구간은 사람마다 제각각 다르다. 중요한 것은 자신의 시간에서 자기 속도로 살아가는 것이다. 내가 길을 잃고 멈춰 서 있을 때 내 옆의 누군가가 앞서 나간다고 해서 그것이 내 삶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된다. 이 책은 우리 인생에서 ‘제때’보다 중요한 것은 내 속도대로 사는 것이며, 그때 비로소 ‘나’라는 거대한 우주를 발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일깨워준다.
저자 : 이주영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졸업하고 나서야 내 자신이 못하는 것도 없지만 잘하는 것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 좋게(?) 외국계 은행에 취직했으나 사원증을 목에 걸고 여의도 빌딩가를 드나드는 쾌감은 오래가지 않았다. 그러던 중 ‘정말로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일까’ 고민하다가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서른에 낸 사표는 카타르항공 승무원이 되어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세상과 사람을 만나게 해주었다. 승무원으로 일하는 동안 나를 위한 시간도 알차게 챙겼다.
콜롬비아에서 한 달간 살사댄스를 배우기도 하고, 르꼬르동블루(도쿄) 제빵과정도 수료하고, 서핑에도 도전했다. 틈틈이 공부한 결과 미국공인회계사(CPA)도 취득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나도 잘하는 것이 하나씩 생겨나기 시작했다.
승무원으로 10년간 일하면서 나로 살아가는 훈련을 잘 마친 덕분에 다시 한 번 회사를 관두는 최고의 순간을 맞이했다. 지금은 내 이름을 건 사업을 시작했다. 제품 샘플을 만들기 위해 온종일 시장을 뛰어다녀야 하지만 그 피곤조차 즐겁다. 내가 움직이지 않으면 나에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을 굳게 믿으며, 오늘도 진짜 내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