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연쇄살인범의 희생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사형제도의 모순 등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추리소설로서는 굉장히 '착한' 책이다. 착하다는 표현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사건의 복잡성과 잔인성, 극적 몰입감보다는 복잡한 심리 변화를 주로 다뤘고, 사형제도의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범죄자의 처벌에 대한 제도도 짚었기 때문에 독자가 임의로 붙인 명칭임을 미리 밝힌다.

해바라기를 연상케하는, 까만 눈동자가 가운데 박혀 예쁘긴 하지만 조금은 무섭기도 한 블랙 아이드 수잔이란 꽃도 처음 대하지만 여성 스릴러 작가 시리즈 첫번째로 줄리아 히벌린 작가를 알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 된 '신참'이기 때문에 독자로서 다소 무모하거나 무례한 평이라면 너그럽게 용서를 빈다.

이 소설은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여성 작가 스릴러 소설 시리즈 첫 번째 순서라고 한다. 『블랙 아이드 수잔』은 그래서 많은 기대와 궁금증으로 독자에게 다가왔다. 심리 변화나 묘사, 긴장감 조성에는 여성 작가가 더 유리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첨예한 심리 묘사가 멋진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예측 불가능한 반전과 서스펜스의 세계로 기꺼이 걸어들어간다.



16세의 테사 카트라이트는 텍사스의 어느 지역, 뼈들이 나뒹구는 곳에서 산채로 묻힌 채 발견된다. 주변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유골이 흩어져 있었고,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하다 거기 버려졌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녀를 사람들은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 부른다. 테사가 발견된 공동묘지에 마치 카펫처럼 깔려있던 번성한 블랙 아이드 수잔 꽃 때문에 희생자들에게 붙은 별칭이었다. 테사는 그 비극적인 시간들에 대해 증언했고 그로인해 살인범을 사형장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십대 딸을 둔 성인이 된 그녀의 머릿속에는 죽은 소녀들의 유령들이 같이 살고 있고, 18년 전 재판에서의 증언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텍사스 사형수 감옥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떠나지 않는다. 테사는 오래된 비밀과 새로운 공포를 억누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자신의 집 창밖에 고의로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 놓은 걸 발견하게 된다. 진짜 연쇄살인범이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걸까?

사형 집행일이 다가오면서, 테사는 유명한 법과학자와 사형수 전문 변호사와 손을 잡고 진실을 밝히는 경주에 뛰어든다.

한편, 자신의 완전한 편이었던 단짝 리디아는 20년 전 테사의 재판 증언 이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블랙 아이드 수잔 중 한 명이 되어 희생당했는가, 아니면 스스로 자취를 감춰버린 걸까. 만약 스스로 자취를 감춘 거라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감옥 안에 있는 테렐이 범인이 아니라면, 진짜 연쇄살인범은 누구인가?



출판사에 따르면 충격적이고 강렬하며 완벽하게 독창적인 『블랙 아이드 수잔』은 반전이 있는 심리 스릴러다. 젊은 여성의 과거와 현재의 끔찍한 이야기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추억은 꽃밭에 남아 있고 살인자는 그의 정원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첨단 유전자 과학에 대해,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10대에게 남기는 충격에 대해, 느리게 굴러가는 텍사스의 사형제도에 대해 조언해준 일군의 사람들(과학자들, 심리 상담사, 법률 전문가들)에게 빚지고 있다. 출판사측의 말대로 충격적인 스토리임을 소설의 도입부부터 으스스하고 명확한 배경 묘사를 시작한다.


사실상 이곳은 그들의 세 번째 묘지다. 오늘 밤 포트워스에 있는 세인트메리 공동묘지에서 발굴되는 두 명의 수잔은 범인이 먼저 죽인 피해자였다. 그는 처음 시체를 숨긴 장소에서 유골을 다시 파낸 뒤, 나와 같이 닭 뼈다귀처럼 들판에 던졌다. 모두 네 사람이 동시에 유기되었다. 나는 메리 설리번이라는 소녀 위에 던져졌다. 법의관은 그녀가 사망한 지 하루 이상 지났다고 판단했다. 나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악마가 벽장을 비운 모양이군.”(p. 36)



테사는 연쇄 살인범에게 운 좋게 살아남은 피해자이다. 나름대로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살인범의 사형집행일이 다가올수록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테사는 충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억을 잃었고, 남을 믿지 못해 숨기기도 한다. 때문에 테사의 말들은 모두 의심이 간다. 테사가 말하는 절친 리디아도 혹 허구의 친구가 아닐까 생각도 했다. 책의 끝 부분에 가서야 의심이 풀렸지만.

연쇄살인범과 리디아의 존재. 이 두 가지를 추적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블랙아이드 수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아직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 지금처럼 DNA를 수집하며 분석하고 법정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우리의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DNA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동위원소가 다른 비율로 쌓인다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런 과학수사 방법은 더 많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 독자의 기본 자산이 될 것이다.


블랙 아이드 수잔이 된 이후 내 인생에 대한 온갖 과장된 기사란 기사는 다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사 속에서 엄마는 ‘미심쩍은’ 정황에서 사망했고, 할아버지는 으스스한 집을 지었으며, 나는 말 그대로 완벽했다. 하지만 사실은? 엄마는 희귀한 뇌졸중을 앓았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더 미치광이였으며, 나는 절대 동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아니었다. 여주인공들은 일단 전부 피해자긴 하지만.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었고, 신데렐라는 노예처럼 일했고, 라푼젤은 감옥에 갇혔고…. 테시는… 뼈와 함께 버려졌다. 어느 괴물의 뒤틀린 판타지 때문에.(p. 160)


“블랙 아이드 수잔 살인범은 오랫동안 내게 꽃을 보낸 것 같아요. 요전날 밤이 처음이 아니에요.”

“뭐라고요? 몇 군데나?”

“여섯 군데. 이번 내 침실 창문 아래까지 포함해서.” “정말 확실히…” “바람에 씨앗이 날아와서 아무 데서나 자라는 거 아니냐, 당신 미쳤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에요. 그래서 ‘보낸 것 같다’고 말하는 거예요. 가장 처음 꽃을 본 건 열일곱 살 때였어요. 테렐의 유죄판결 직후였지요. 살인범은 오래된 약병 안에 시를 적은 쪽지를 넣어뒀어요. 바로 이 집 뒷마당 좁은 땅에 자란 블랙 아이드 수잔을 파내다가 발견했어요.”

나는 네 개의 집 건너 길 반대편의 노란 이층집을 가리켰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이에요. 그는 재판이 끝나고 사흘 뒤 내 통나무집 옆에 꽃을 심었어요.”

나는 상대가 이 말의 의미를 곱씹을 시간을 주었다.

“네, 맞아요. 테렐이 수감된 뒤에요.”

나는 나직하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근처 뒷마당에서 풀 깎는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오 수잔, 사랑하는 수잔, 나의 맹세는 영원하리. 흐르는 네 눈물은 내 키스로 닦으리. 다시는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입을 열면, 리디아도 수잔으로 만들 수밖에.(p. 202~203)



이 책은 또 한 가지 관심 사항은 조금은 진부하지만 사형제도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도 타인에게 악의적인 관심을 갖고 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 같다. 사형제도는 학교 다닐 때에도 친구들 사이에 많이 대화로 나눈 적도 있고, 우리나라도 지금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제적으로는 사문화된 법 조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한 점도 범죄추리 소설 독자로서 필요한 지식이다. 사형제도의 찬반에 관한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법조계나 여론 등을 의식해서인지 법 조항은 남겨두고 실제 법 집행은 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관련 책이나 뉴스 등을 검색해 알아낸 결과다. 이 책은 그렇게 독자에게도 추리소설에 관한 열독과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려준 소설이다.


“오늘 밤 한 사람이 집행됩니다.” 테렐은 건조하게 말했다. “사형수 감옥은 집행이 있으면 유난히 분위기가 팽팽해요. 이번 달에만 두 번째입니다.”

테렐은 전화에 대고 이야기하면서 일어섰다. 생각보다 윤곽이 둥글고 부드러운 커다란 몸이 유리창을 가득 채웠다. “여기 오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테시. 당신이 이 일에 얽매여 있다는 걸 알아요. 내가 한 말을 기억하세요. 내가 죽으면, 잊어버리세요.”

갑작스러운 공황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이거다. 여러 말들이 서둘러 절박하게 끓어올랐다.

“재심 허가가 나온다면 나는 다시 증언할 거예요. 빌은 훌륭한 변호사예요. 그는 정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특히 빨강머리에 대해 DNA 분석 결과가 나온 지금은 더욱. 그건 내 머리카락이 아니었어요.”

나는 귀 뒤에서 머리카락을 한 가닥 잡아당겼다.(p.321)



저자 : 줄리아 히벌린(JULIA HEABERLIN)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국제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블랙 아이드수잔BLACK EYED SUSANS』의 저자 줄리아 히버린. 그녀의 심리 스릴러 『플레잉 데드PLAYING DEAD』와 『라이 스틸LIE STILL』은 15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블랙 아이드 수잔』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흡인력 있는 캐릭터 연구이자 몰입할 수 있는 심리 스릴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풍부한 구성과 아름다운 서술로 긴장은 차츰 더해가면서 놀라운 플롯의 반전과 보다 큰 사회문제에 뿌리박힌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더한다. 히벌린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FORT WORTH STAR-TELEGRAM, 디트로이트 뉴스THE DETROIT NEWS, 댈러스모닝 뉴스THE DALLAS MORNING NEWS에서 일하며 언론상을 수상한 기자이기도 하다. 텍사스에서 자란 그녀는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에 거주하며 다음 책을 집필하고 있다.


역자 : 유소영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전담으로 번역했으며,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자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법의관』, 『하트잭』, 『시체농장』 등의 범죄 스릴러를 우리말로 옮겼다. 그 밖에 존 르카레의 『나이트매니저』, 딘 쿤츠의 『사일런트 코너』, 앤 클리브스의 ‘베라 시리즈’ 『하버 스트리트』, 리처드 모건의 『얼터드 카본』, 닐 게이먼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 엠마 도노휴의 『룸』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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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권미림 지음 / SISO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뭔가 느낌이 좋다. 그냥. 사랑을 말할 때 다른 사람들은 주로 무슨 말을 하던가 곰곰 생각해보면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 사랑을 얘기할 때 주로 하는 말은 좋은 말과 번지르르한 말을 많이 섞어 듣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좋은 느낌을 갖도록 설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고 들었던 사람의 입장에선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독자도 그랬던 것 같다. '그가 왜 좋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냥... 다정하고 착해,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정도로 했던 것 같다. 왜 좋냐고 물었는데 답변이 뭐 그래? 이유?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 좋으면 좋은 거지. 그렇다 그럼 다 통했다. 마음과 마음이 닿고 그 느낌이 좋고 애틋하면 사랑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제목에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고 썼다. 다른 사람은 답변이 궁한데 작가는 많나보다. '것들'이라고 복수형인 것을 보면. 뭘까? 대략 짐작은 가지만 궁금하다. 책을 읽고 판단해야지. 책을 펼쳐 소제목들을 쭈욱 살펴본다. '떨림' '인간됨' '사랑' '여행' '용서' '우주' '슬픔' '삶' '고구마' '크리스마스'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대하는 것들뿐이다. 다소 느낌은 다르지만 '잃어버리기 싫은 슬픔' '고마운 무심' '느리고 정직하게' 등의 조금은 생각할 거리가 있는 제목도 더러 눈에 띈다.




'평화를 위하는 기도문'이 있다. 크리스찬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도문을 누가 처음 쓴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기도문은 전 세계 크리스찬은 다 쓰고 외운다고 들은 바 있다. 그만큼 기도하는 마음 안에 녹아 있는 인간의 마음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도 '용서'가 나온다. 예수의 가르침이 '사랑'이라고 들어왔다. 그렇다면 평화를 구하는 이 기도문 안에 '구하는' 것들이 사랑의 요소임을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른 동식물과 구별되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사람이 가진 ‘마음’이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통하고, 마음에 들며, 마음에 차고, 마음을 삭이는 능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 사랑은 단단히 뿌리내린다.

작가는 이러한 마음으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향해 손을 내밀며 살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 대상이 나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나라든 온전히 마음에 넣고 사랑할 것임을 책 속에 다짐하고 있다. 마음속 따뜻함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소중한 것들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어 가기를 바란다.

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는 작은 들꽃, 앉은 자리로 겁도 없이 다가오는 참새, 혼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그곳을 채우는 노래,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전화를 들었을 때 막 도착하는 메시지 등 사소하며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곳에 단단한 사랑이 묻어 있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여전히 사랑과 용서가 부족하지만 더 나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작가의 진심을 담은 에세이다.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을 느끼며 행복했던 일을,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일을, 싸움의 흔적을, 정직히 잘 살아낸 삶 등을 마음을 다하여 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느리지만 정직하게 살고 싶다는 다짐도 함께 담았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이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면, 존재 자체가 힘이 되는 관계가 있다면, 무엇으로 꾸미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이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슬며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이 책은 우리에게 잔잔히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로 일년 내내 시달리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코로나는 예전에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일일 확진자로 우리 나라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불안하다. 일상을 잊은 지 오래 전이지만 아직도 예전 일상이 그립고, 그리움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웬 날벼락 같은 말인가. 코로나 확진자가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더니 오늘(12월 12일)은 1000명에 육박했다.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약속도 잡지 않고 집안에서 지내기로 마음 억었는데도 코로나 확진자는 왜 폭발적으로 늘어나나.

설상가상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감성에 들뜨고 분위기에 취할 연말에...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니 경제 활동마저 모두 중단할 수 없는' 정말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 몸이 움츠러들면 마음도 좁고 깊게 숨는다. 그 중요한 사랑과 용서. 코로나 방역에 협조 안 한 사람도 미워진다.

물론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 방역엔 나몰라라 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들도 여유와 너그러운 마음보다는 자신부터 챙기는 마음이 더 늘어난다. 코로나 때문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마음이 후회가 될 것이란 사실도 알지만 이기심이 접히지 않는다.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냥 우리 사는 삶, 일상에서 발견한 작가의 이야기인데 사랑과 용서 등이 책 전면에 깔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잔잔한 감동이 끊임없이 몰려와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 속의 언어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무심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이리라.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겪었을 것 같은 매우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것들.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담겨서일까. 그래서 더 와닿는다.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언어들을 삼켜버렸을까. 얼마나 노력하면 무심하게 내뱉는 듯한 언어들이 사랑에 감싸여 있는 모습으로 독자 앞에 다가올까. 가끔은 작가가 이끄는 대로 갔다가 울컥 올라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럴지도...' 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을 책 한 권 내내 떨쳐버릴 수 없다. 감정이입이 되면 평소 무심했던 것들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고 미웠던 감정은 모두 소진된 채 용서라는 것을 해보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그의 힘은 어디서 올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마 작가의 마음이 여리고 소극적이어서 슬픔마저도 꼭꼭 싸맨 채 용서가 녹여줄 때까지 감싸안고 있어서일까.















저자 : 권미림


세상의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의 삶에서 사랑이 완성되기를 바라고,

용서가 쉬워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 마음으로 매일 글을 씁니다.

대학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브런치 @KWON-MOLLY

인스타그램 @WRITE.NEW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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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 위기에는 강한 리더가 필요하다
조코 윌링크 지음, 최지희 옮김 / 경향BP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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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비씰(Navy SEAL)은 미국 해군의 엘리트 특수부대로, 1962년 조직됐다. 고도로 정교하고 위험한 임무에 투입된다. 네이비씰이 되기 위한 훈련은 지원자의 80% 정도가 탈락할 정도로 혹독하다고 알려졌다. 약 30개월에 걸친 훈련을 통과해야 정규 요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네이비씰의 'Seal'은 바다, 공중, 지상(sea, air and land) 등 어디서나 전투가 가능한 전천후 부대를 일컫는다. 8주간의 기초훈련을 비롯해 24주간의 수중파괴훈련, 28주간의 적성훈련(SQT·SEAL Qualification Training)을 포함해 폭파ㆍ정찰ㆍ전력전술 훈련 등 총 30개월에 걸친 훈련을 최종 통과해야 정규요원이 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네이비실이 임무에 투입될 때는 일반적으로 16~20명이 한 팀을 이룬다. 현재 미국은 2400~2500여 명의 네이비실 대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씰의 표기는 사전적으로 '실'이 맞지만 출판사 측이 제목에서 '씰'로 표기함에 따라 이 글에서는 '씰'로 통일한다.)

현장에 투입돼 임무를 완수한 미군 대테러작전의 대부분을 수행한 것으로 알려져 독자는 개인적으로 네이비씰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알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이어서 더 이상 알지 못했다. 이 책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도 저자 조코 윌링크가 20년간 네이비씰에서 복무하면서 작전과 교육을 담당했다고 해서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책은 지난해 저자가 공동저자 레이프 바빈과 함께 전쟁터에서 목숨 걸고 싸우며 얻은 승리의 기술을 열두 가지 원칙으로 정리한 책 『네이비씰 승리의 기술』에 이어 리더십에 관한 부분을 따로 첨가하고 정리해 새로 출판했다. 승리의 기술도 리더십에 관한 내용이 주를 이루지만 이 책은 좀더 세부적으로 서술돼 있다. 조코 윌링크가 본인이 네이비씰에서 겪은 경험을 중심으로 어떻게 실생활에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어드바이스 형태로 구성했다. 저자는 베트남에서 큰 활약을 펼친 네이비씰에 매력을 느끼고 자원입대를 한다. 약 30여개월의 혹독한 훈련을 거친 뒤, 부대에 배치되고 이라크 전쟁에 파병된다. 이후 여러 나라에서 수많은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며 리더의 자리에 오르게 된다. 20여년간의 군생활을 마친 뒤, 2015년 팟캐스트를 시작해 리더십 컨설팅 회사인 '에셜론 프런트'를 설립해 컨설턴트와 교육 강사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는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우선 전술보다는 보다 넓은 범위인 전략적인 판단을 기초로 해야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일종의 원칙적인 기준을 세워 전술적 기술, 의사소통 기법 등 다양한 방법을 활용해 부하 직원들을 이끌어 나가햐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리더십 원칙을 바탕으로 그 기반과 핵심 규칙을 잘 사용한다면 다양한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툴을 만들 수 있다.


위 사진은 독자가 임의로 네이버백과사전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총 1,2부와 각 부는 4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목차를 통해 어떤 내용이 다뤄지고 있는지 살펴보면 1부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전략, 2부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 전술로 나뉘어 있다. 즉 네이비씰의 리더십 '전략'과 '전술'로 기술되어 있다.

1부에서는 '반드시 이기는 승리의 리더십 기초', '반드시 이기는 승리의 리더십 핵심 교리', '반드시 이기는 승리의 리더십 원칙'을 다루고 있다. 나중에 승진해서 지휘관이 되었을 때 거리 두기는 내 리더십 스타일의 기본이 되었다. 결과적으로 거리 두기는 전술 상황뿐만 아니라 삶에서도 효과를 발휘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 거리를 두고 들으면 그들의 감정이나 반응을 더 잘 읽을 수 있음을 깨달았다.


"자기 자신과도 거리를 둘 수만 있다면 자신의 감정과 반응 역시 더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음을 깨달았다."

- '문제가 생기면 거리를 두고 바라본다'(p. 30)

저자는 문제가 생기면 '거리를 두고 바라보라'고 제안한다. '의식적인 거리 두기'는 전술 상황, 인간관계, 자기 관리에 이르기까지 유용한 방법이다. 어떤 문제에 부닥치면 안절부절못하고 무엇을 먼저 해결해야 할지 난감할 때가 종종 있다. 저자는 이때 문제를 의식하고 억지로라도 주변을 둘러볼 것을 제안한다. 거리 두기는 객관적이고 정확한 판단과 결정을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그렇지만 문제와 나 자신을 떨어뜨리는 연습은 쉽지 않다. 문제 상황 속에 자꾸 빠져들어 똑같은 생각만 반복적으로 하며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문제에 반응하는 첫 감정은 불안과 초조함일 때가 많다. 부정적인 감정을 빠르게 벗어나 냉정한 타인으로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마음 훈련이 필요하다. 지극히 현실적인 조언이어서 독자의 개인 경험과 맞아떨어지며 굉장히 인상적으로 다가온 문제다.



"당신 주변에 예스맨을 두지 마라. 그들은 당신이나 팀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팀원이 반발하거나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 언짢다면 당신의 자존심 문제인지 고려해보라."

- '주변에 예스맨을 두지 않는다'(p. 172)

리더가 하는 말에 무조건 'Yes!'를 외치는 사람만 있다면 성공한 리더가 되지 못한다. 팀원이 불만이 있어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고 고칠 점이 있어도 그럭저럭 넘어간다면 문제가 언젠가 꼭 생기게 마련이다.

리더는 따르는 사람이 자신의 뜻과 어긋나는 의견을 낼 때 조금 거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자신이 충분히 생각하고 결정한 문제인데, 반기를 드는 것처럼 느낄 수 있다. 이때 그 의견이 단순한 반발이나 이의인지, 내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 때문인지 잘 구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2부에서는 '능력 있는 리더 되기', '효과적인 리더십 기술', '리더십 활용 전략', '리더의 의사소통 기법' 등을 이야기한다.

"리더의 관점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당신이 보는 것을 팀원은 보지 못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이다. (중략) 팀원들이 당신에게 질문할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들은 어쩌면 무엇을 모르는지조차 모를 수 있다. 그들이 어떤 것을 알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지 마라."

- '팀원들과 정보를 공유한다'(p. 296)


앞장서서 일을 처리하는 리더는 팀원들에 비해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당면한 과제에 관심을 가지고 신경 쓰다 보면 더 좋은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한다. 이때 팀원들이 내 마음과 같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된다. 리더와 팀원 간의 생각 차이는 극명하기 때문이다.

리더는 팀원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많은 대화를 나누며 정보를 공유하는 열린 마음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이런 것도 알아서 못해'라는 생각과 발언은 삼가야 한다.



"만약 하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이면 일단 들어주어라. 말을 많이 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그 생각을 머릿속에서 밖으로 끄집어내 놓도록 하는 것보다 더 나은 치료법이 없다.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하게 하라.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하면 이제 당신의 주장을 말할 수 있게 된다. "

- '상대가 하고 싶은 말을 먼저 하게 한 뒤 내 생각을 말한다'(p. 331)


인간관계를 잘 맺는 기본 중의 하나는 '경청'이다. 경청을 하기 위해서는 최대한 내가 말하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 많이 경청하는 사람은 유리한 점이 많다. 상대방의 의견을 들을 후 내 생각을 덧붙이거나 보완해서 더욱 영향력 있는 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말을 많이 하는 리더는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다. 꼭 필요한 말 이외의 말을 하다보면 꼭 실수를 하게 되기 때문이다. 말을 아껴두었다가 반응할 때는 임팩트 있게 하는 것이 더 진중한 리더처럼 보인다.



『네이비씰 승리의 리더십』은 저자가 네이비씰 전술에서 깨달은 리더십의 중요성을 다루고 있다. 군대의 전술이나 전투 경험은 늘 무한 경쟁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의 직장 생활에 그대로 적용되는 경우가 많다.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며 생사를 다투는 전투 경험은 사회의 무한 경쟁에서 그대로 들어맞는 부분이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냉철한 상황 판단과 엄격한 원칙에 의한 작전 수행, 생과 사를 오가는 실전 전투 현장에서 대원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지키기 위한 강한 리더십과 때로는 전투원들의 단결과 화합을 끌어내는 부드러운 감성의 리더십까지 모두 새로운 세계인 듯하지만 군대 갔다온 남성 독자들은 대부분 들어본 말을 리마인드시켜 기억에 저장하기 쉬울 것으로 생각된다. 군대에서 지휘관 생활이 아니더라도 자신의 지휘관이 어떻게 했는지를 곰곰히 생각해보면 지휘관들은 대개 매뉴얼대로 행동하기 때문에 그때의 기억을 소환해보면 독자들이 실생활에 적용하기가 훨씬 쉬울 거란 생각이 든다.

이 책은 누구나 즉시 사용가능한 리더십 현장 매뉴얼이다. 당신이 이전의 동료들을 이끄는 위치로 승진한다면? , 당신이 리더로 뽑힐 수 있는 방법은?, 상사가 모든 공을 가져가길 원한다면?, 부하직원의 행동에 어디까지 책임을 져야 하나? 등 직장생활에서 필요한 전략 뿐 아니라 좋은 리더가 되기 위해 해야 하는 일 믿음을 얻는 법, 결단력을 키우기, 감정 통제, 진실 전달하기, 균형 전략과 전술, 리드하는 법 까지 상황에 맞게 실용적인 해법을 알려준다.



저자 : 조코 윌링크


1990년부터 2010년까지 20년간 해군 네이비씰에서 복무했다. 초기 8년간 하사관으로 씰팀 1과 씰팀 2에서 복무했고, 이후 장교로 임관하여 아시아, 중동, 유럽 등지에서 복무했다. 복무 기간 중인 2003년 샌디에이고 대학교에서 영문학 학사 학위를 받았다. 2006년 씰팀 3 예하 브루저 기동대 지휘관으로 이라크 전쟁에 참전해 가장 위험한 지역인 라마디에서 수많은 작전을 성공으로 이끌어 은성 훈장을 받았다. 그가 이끈 브루저 기동대는 이라크 전쟁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부대 중 하나다.

적이 던진 수류탄 위로 몸을 던져 동료들을 구하고 사망하여 미국 군인이 받을 수 있는 최고 영예인 명예 훈장을 받은 마이크 몬수어,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 <아메리칸 스나이퍼>의 실제 주인공이자 미국 역사상 가장 위대한 저격수로 손꼽히는 크리스 카일, 2017년 1만 83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우주 비행사로 선발돼 화제를 모은 한국계 미국인 조니 킴 등 수많은 영웅이 그의 지휘 아래 탄생했다.

이라크에서 미국으로 복귀한 후에는 서부 지역 네이비씰 교육 총책임자로 일하면서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한 새로운 훈련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교육했다.

2015년 팟캐스트를 시작해 경제·경영 팟캐스트 중 가장 많은 누적 청취수를 기록하고 있고, 애플이 선정한 ‘베스트 팟캐스트’에 뽑히기도 했다. 수백 명의 톱클래스 인재를 만나고 인터뷰한 『타이탄의 도구들』의 저자 팀 페리스가 ‘내가 만나 본 사람 중 가장 강인한 사람’이라고 평했을 만큼 엄격하고 꾸준한 자기 관리로 정평이 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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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닮아갑니다 - 나다운 집을 만드는 홈스타일링 노하우
김혜송 지음 / 북스토리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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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으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집안 인테리어나 소품을 활용한 방 꾸미기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

그동안 집은 퇴근 후 일찍이든 늦게든 돌아와 잠 자고, 아침에 나가는 일상에 맞춰 집안 일은 일체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렇다고 특별히 눈에 거슬리거나 불편하게 하는 일이 없어서 으레 습관처럼 집안 꾸미기는 아내에게 맡겼다. 집을 기본적인 생활공간일 뿐 누구에게 보여줄 것도, 독자 입장에서 오래 머무르지 않기 때문에 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이다. 간혹 새로운 가구나 인테리어를 다시 했을 때도 무난해서 별 다른 지적 사항이 없으니 아내도 하던 대로 했을 것이다. 대부분 큰 공사나 가구를 바꾸는 일은 전문업자들에게 맡겨서 했다고 하니 눈에 거슬리게 할 이유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코로나로 라이프 스타일이 바뀌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자연히 가구나 인테리어에 관심이 갔다. 심지어는 TV 드라마에 나온 장면에서도 인테리어가 눈에 띄기도 했다. 역시 '관심을 가져야 보인다'는 말이 맞나싶다.





아내가 이렇게 바꿔보자 해서 한 번도 '안 돼'라고 말한 기억이 없다. 그만큼 무관심했다는 반성도 생긴다. 휴일에도 취미 생활을 위해 주로 밖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집안 분위기나 용도에 맞는 소품 등으로 집안 꾸미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대부분의 주부들의 남편들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독자만의 생각인지 모르지만 가끔 친구들 집에 초대 받아 가는 기회가 있어도 방 구조나 가구 등만 봤지 인테리어까지 꼼꼼히 눈여겨 본 일이 없다.

책에 따르면 언택트 시대,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업무와 휴식, 취미생활의 물리적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이제 집은 단순히 먹고 자는 곳을 넘어, 사는 이의 라이프스타일이 고스란히 반영되는 공간이 되어가고 있다. 더불어 폭주하는 주택 시장의 현실 앞에서 집은 부동산이 아니라, 조용한 휴식처이자 자기 자신을 드러내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다. 집과 라이프 스타일이 닮아가고, 집 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야 하는 지금, 보다 행복하게 머물고 싶은 집을 만드는 홈스타일링 노하우를 담은 책 『나를 닮아갑니다』가 독자의 손에 들어왔다.



집은 예전에는 말 그대로 재테크를 위한 공간이고 수단이었지 자신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 꾸미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우리나라가 땅은 좁고, 인구는 많은, 특수한 상황이라서 더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예전에 TV 화면에서 나오는 부잣집 구조나 인테리어가 눈에 띌 때 '으리으리하게' 잘 사는 집의 표준이 됐다. 가꾸도 비싼 외제품 일색이고, 인테리어도 전문가에게 돈을 많이 주고 꾸미니 당연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이었다.

보통 서민들로서는 그냥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다른 세상이었다. 그렇게 큰 집을 살 수도 없고, 유지도 불가능하기 때문에 '여우의 신 포도'쯤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을 터였다. 그러나 상황은 변해가고 있다. 경제적으로 조금씩 나아지고 주택 사정은 악화되어도 작은 평수지만 내 집을 갖게 되면 인테리어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자연스러운 변화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막상 해보려면 적은 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생각보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수입(임금)이 올라간 만큼 인테리어 전문업자들의 임금도 당연히 올라간다는 명백한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그게 그렇게 비싸요?'란 말도 그때 나온다. '직접 사다가 내가 하겠다' 해도 쉬운 일은 없다. 돈은 부족하고 인테리어 능력은 없으면 '그냥 살던 대로 살지' 하는 말도 나오기 마련.




이 책 『나를 닮아갑니다』는 이럴 때 이런 사람에게 필요한 책이다. 적은 비용을 들이고 마음에 드는 인테리어를 하는 법. 귀가 솔깃하다.

저자 김혜송은 디자인 전문이면서 인테리어 전문회사에서 10년, 자신의 인테리어 회사를 직접 운영하는 인테리어 실무 전문가라고 보면 맞을 듯하다.

책의 내용도 최근의 라이프 스타일에 맞춰서, 크지 않은 집(굳이 아파트 평수로 얘기하자면 20~30평형 소형)을 대상으로 주로 했다. 우리 서민들이 대상으로 책을 집필한 것으로 보인다. 책에 '아침이 설레는 집' '거실이라는 공간' '패브릭으로 집 안에 옷 입히기' 등으로 조금 화려한 글자로 수식했지만사진과 내용을 자세히 읽어보면 우리 서민층이 가장 많이 사는 20~30평형의 아파트다. 또 아이도 있고, 주말을 즐기고, 손님도 오가고 등 평범한 소시민 대상 책을 쓴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이 책이 반갑고 고맙다. 가장 어려운 비용 문제를 많이 줄여주는 것 같다. 그 방법도 경험담을 통해 책에 썼다.

"처음에는 실수투성이었어요. 처음으로 해본 셀프 페인팅도, 실리콘 쏘기도 익숙하지 않아서 여기저기 뛰고 난리도 아니었죠. 호기롭게 해외 직구를 통해 구입한 쿠션과 카펫은 사이즈가 안 맞거나, 막상 받아보니 우리 집과 어울리지 않아서 오랫동안 창고에 묵혀두기도 했고요. 그렇게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서 조금씩 마음에 드는 저의 집의 모습을 만들 수 있었어요."(p. 41)



저자는 집을 '나의 모든 것이 담아 꾸민 공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야 '홈(Home)이라는 생각. 자신이 하나 하나 애정과 자신만의 솔직한 생각을 담아 꾸민 집이 아닌 넓고 자신의 것은 아무것도 없이 그저 '남이 해준 것' '비싼 것'만 있는 집은 홈이 아니라 하우스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저자의 생각이 그렇다면 공감이 크게 간다. 꽤 긴 시간 집에 오래 머물러 있으면서 가족, 집, 가정, 식구 등에 생각해보면서 독자도 많은 것을 깨달았다.

"집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중심에는 언제나 '나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집은 내 모든 생활의 중심에 있는 곳이니까. 내가 가장 솔직한 모습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것, 취미, 취향, 스타일 등 나의 모든 것을 담아서 꾸민 집, 그런 집이야말로 가장 좋은 집이 아닐까?"(p. 43)



이밖에도 이 책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가 집을 고르는 방법, 침실 스타일링, 슬기로운 주방생활, 가구, 마감재, 리빙소품, 아이들의 생각까지 모두 담겨 있다. 이외에도 훨씬 많은 내용이 있지만 각 개인의 취향이나 성향에 따라 관심을 두는 부분이 다르기 때문에 여기에 일일이 다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집에 대한 고정 관념을 탈피해서 자신만의, 자신을 위한, 자신에 의한 집을 원한다면 이 책에 거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는 말은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또 서민들의 집을 주 대상으로 삼았기에 소소한 즐거움을 주는 소품은 각 개인의 취향대로 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 작지만 많은 것이 담겨 있는 '나다운 집을 만드는 홈 스타일링' 책을 보니 반갑고 고맙기만 하다.



저자에 따르면 10년 동안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해온 저자는 6년 전 전셋집살이를 시작하며 비로소 집이란 잠시 머물다 가는 곳이 아니라 가족의 삶을 담는 공간이라는 것을 절실히 깨달았다. 그리고 새집이 아니어도, 비싼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아도 살면서 집과 자신에게 관심을 갖고 천천히 가꾸어나간 집이 이제는 그 어느 곳보다 행복한 공간이 되는 과정을 이 책에 담았다.

한정된 예산 안에서 집을 구할 때 고려해야 할 점부터 최소의 비용으로 도배 및 장판 시공을 진행하는 팁을 실어 신혼부부나 이사를 앞두고 있는 이들에게도 꼭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제공한다. 또한 저자가 살면서 진행한 침실과 거실, 주방, 화장실 등의 공간별 인테리어 및 홈스타일링 과정을 친절하게 보여주고 있어, 관심은 있지만 인테리어에 부담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용기를 북돋운다. 또 홈스타일링 과정에 꼭 필요하지만 많은 이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컬러와 마감재 선택의 팁도 함께 실었다. 마지막으로 공간을 채우는 중요한 요소인 가구와 소품 고르는 법도 담고 있어 집을 자신의 취향대로 가꾸어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곳이 아닌, 오로지 내 삶에 집중하기 위한 곳으로서의 집을 만나게 될 것이다.



저자 : 김혜송


스타일앳홈(Style At Home) 대표. 홈스타일링을 넘어 삶을 스타일링하는 라이프 스타일리스트. 10년 넘게 인테리어 회사에서 일하며 공간에 콘셉트를 정하고, 특별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해 그 공간을 이용하는 이들에게 최대한 만족을 주는 공간기획자를 꿈꿔왔다. 그러나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면서 꿈과 멀어지는 듯했다. “왜 꼭 일과 육아,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거지?” 제3의 길인 창업을 선택하며 꿈을 향해 한 발 내딛었다. 홈 스타일링 및 리빙 브랜드를 표방한 스타일앳홈을 열어 제품에 나만의 스타일링을 완성해 판매하고 있다.

‘사람은 집을 만들고, 집은 사람을 만든다’는 믿음을 갖고 있는 저자는 인테리어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거창하고 완벽하지 않아도 정성을 들인 집에 산다는 것, 자신을 공간에 담아 좋아하는 스타일로 꾸미고 잘 정돈된 집에 사는 일상이 삶에서 얼마나 큰 가치인지를 깨달았다. 이 책에는 비싼 인테리어 공사를 하지 않고도 최소한의 비용으로 집을 가꾸어나가는 이야기를 담았다. 자기에게 맞는 공간을 찾고 꾸미면서 더욱 풍요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에게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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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 - 세계적인 법정신의학자가 밝혀낸 악의 근원
라인하르트 할러 지음, 신혜원 옮김 / 지식의숲(넥서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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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안산이 불안에 떨고 있다. 안산뿐 아니다. 코로나 방역의 피로감을 하소연하는 데도 지치고 힘들어 하는 대한민국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 그리고 분노의 감정까지 폭발적으로 일고 있다. 단 한 사람, 아동 성폭행 혐의로 12년을 복역한 한 범죄자의 출소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늘(12월 11일) 중앙 일간지 기사를 독자가 조금 바꾸어 쓴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범죄자가 출소한다는 소식에 이어 그의 부인까지 이사왔다는 얘기가 나돌면서 동네 주민들은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시와 경찰은 이 출소자 거주 예정지 주변에 설치된 순찰초소 2곳을 중심으로 무도실무관급 청원경찰 6명 등 12명을 투입해 순찰활동을 강화하고 있다. 출소 직후 24시간 체계로 3명씩 4교대 근무에 들어가기로 방침을 세우고 준비하고 있다. 거주 예정지 방범초소들은 11일부터 24시간 운영된다.

안산시는 인근 8곳에 15대 이상의 폐쇄회로TV를 새로 설치했고, 연말까지 20여대를 추가 설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출소자 본인도 출소 후 7년간 전자발찌를 착용한 채 전담 보호 관찰관으로부터 24시간 1대1 밀착감시를 받아야 한다는 것. 그러나 시민들의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출소자 행동 하나하나를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이사를 계획하고 있는 주민들도 많다고 한다.<아래 사진 참조>



특히 출소자 예상 거주지 반경 100m 이내에는 어린이집 1곳, 500m 안에는 초등학교와 고등학교가 각 1곳씩 있다. 그러나 출소자가 다시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설령 저지른다고 해도 폭행 등 현행법에 어긋나는 행동은 처벌 대상이기 때문에 경계는 몰라도 물리적인 행동을 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 쉽게 얘기하면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개인적으로 물리적인 힘을 가해 제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상황을 선량한 시민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법은 모르지만 범죄 피해의 대상이면서도 자구 행위를 선제적으로 해서도 안 된다니 시민들은 그저 불안한 채로 살아가야 하는가. 순찰이나 전자발찌 등으로는 재범을 막을 수 없다고 판단하는 시민들에게 정부 당국이나 경찰 역시 법에 정해진 행위 이외에는 할 수 없으니 시민들 불안을 담보로 그냥 지켜보고 있는 형국이라고 보면 맞는 것 같다. 흉악범을 두려워하는 것은 사회 안전장치가 제대로 안 돼 있기 때문이라는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의 말에 수긍이 간다.





선량한 시민들의 안전과 생명을 지킬 의무가 있는 국가와 경찰이 한 범죄자의 출소를 앞두고 법에 의존하는 대책 이외에는 할 것이 없는 상태에서 시민들이 불안하지 않은 것이 비정상적인 일일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이 무시무시한 폭력이나 살인 사건은 나와 관련이 없는, 그저 뉴스와 신문 등을 통해서나 보게 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요즘은 그런 뉴스가 너무 많이 나오기 때문에 촉각이 곤두서기도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다'라는 주장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독자가 판단하는 것은 지나친 의심일까.

다양한 연구를 통해 경악스럽고 충격적이며 엽기적인 사건을 저지른 대부분의 범인이 놀랍게도 평범하고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 책의 『악의 얼굴은 바뀌고 있다』의 저자인 라인하르트 할러 박사는 300명이 넘는 살인 범죄자를 분석하여 악의 근원을 찾고자 노력했다.

그로 인해 악의 근원은 병적인 기질과 힘겨운 생활 환경의 영향 속에, 악몽이 된 어린 시절의 경험과 사회적인 비극 속에, 나쁜 본보기와 잘못된 친구로 인한 정신적 각인 속에, 과열된 감정과 범죄 집단의 강압 속에, 전체주의적인 체계의 지배권과 나치들의 자기우월주의 속에, 알코올 중독과 마약으로 인한 혼돈 속에, 무엇보다도 상처 받은 경험 속에 숨어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이 책에는 또 다른 실례로 미국에서의 실험 결과를 언급한다. 미국 스탠퍼드 대학교의 심리학자인 짐바르도는 한 공간을 감옥처럼 꾸며 놓고 24명의 지원자에게 임의적으로 ‘교도관’과 ‘수감자’의 역할을 분배하였다. 놀랄 만큼 짧은 시간 안에 교도관들은 공격적이고 거칠게 변했다. 그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권력을 사디즘적인 학대에 이를 정도로 무분별하게 악용하였다. 그들은 수감자들을 위험할 정도로 함부로 다루었다. 그로 인해 2주로 예정되었던 실험이 6일 만에 중단되었다. 수감자들은 짧은 시간 내에 극도의 적대감과 공격성을 보였고 절망감, 자기 비하 그리고 우울증에 빠져들었다. 이 실험을 통해 지극히 평범한 인간도 다양한 요인에 의해 악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책은 여러 범죄 연구와 생생한 범죄 보고서를 통해 인간을 지배하는 악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하루가 멀다하고 뉴스로 접하게 되는 범죄 사건들은 상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는 일들이 많다. 특히 우리 사회에는 살인이나 성폭행, 영아와 유아에게 행해지는 끔찍한 폭력 등이 자주 신문에 등장한다. 말로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잔인하기도 하고, 기상천외한 범죄가 많다.

이런 사건을 접할 때마다 참담함과 공포, 그리고 범죄의 흉악성에 몸서리치면서도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 즉, 범죄를 저지르는 일반인이나 심리적, 환경적 요인들이 특별한 사람으로 생각한다. 그래서 비난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의 저자가 말하듯 살인, 가정 비극, 인터넷 포르노 사진, 대규모 사기뿐만 아니라 '냉혹함, 거부, 냉대, 멸시, 모략, 억압, 이해심 결여와 순수한 이기심'으로 악의 모습을 확대한다면 과연 '나는 악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저자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제는 더 이상 대량 학살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여기지만 사실 이러한 대량 학살은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또한 전쟁에서의 대량 학살도 여전히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전시 상황에서는 윤리적, 정치적 동기로 인해 시민 등에 대해 군사적 필요성 없이 원래의 전쟁 행위 이외에 저질러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대량 학살 (massacre)은 보복이나 증오, 혹은 혐오의 심리를 기반으로 저질러진 학살이나 만행을 의미한다. 이러한 대량 학살을 자행하는 사람들의 심리 상태는 전쟁 범죄자 (특히 나치 부역자)들에 대한 조사에서 상당 부분이 밝혀졌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대량 학살을 저지른 범죄자는 ‘악’을 가지고 태어난 것이 아니며 대부분이 지극히 정상적인 사람이었다고 한다. 물론 비교적 낮은 지능, 야만적인 정서, 사이코 패스 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에 의해 저질러진 대량 학살도 있지만 이러한 개인적 성향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규칙적으로 악의적이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생각, 위계적인 명령 구조, 상호적으로 악의를 강화시키는 집단 등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은 인간의 마음 안에 숨어 있는 악의 다양한 면모를 분석하여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그 악을 발현시키는 각종 동기와 원인을 설명하는 책이다.

또한 이미 세상에 나타난 악의 동기와 원인을 자세히 분석하고 파악함으로써 세상에서 발현될 수 있는 잠재적 악에 대한 예측을 통해 에방을 하고자 하는 저자의 노력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 중 가장 놀라운 것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악’이란 특별한 것이 아니며 많은 범죄가 생각보다 평범하고 정상적이라 생각되는 사람으로부터 일어난다는 것이다. 악은 절대 멈추는 법이 없고 언제나 다양하게 얼굴을 바꾸며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저자가 제안하는 것은 타인과 자신을 포함한 모든 인간에 대한 ‘감정이입’과 ‘화해’이다.

저자의 악에 대한 연구는 놀랄 만하고 치밀하다. 그러나 결과는 우리 모두에게 인간에 대한 희망과, 인간임이 행복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다.




저자 : 라인하르트 할러


오스트리아에서 출생한 대학교수이자 의학박사, 정신과 의사, 심리 치료사이다. 1983년부터 정신의학 전문가로서 여러 나라의 법정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였다. 그는 오랫동안 뇌 안에 들어 있는 악의 자리, 병적인 발달과 장애, 감정과 정서의 원초적 힘, 교육의 의미와 집단 영향 등을 연구하였다. 또한 악을 쉽게 저지를 수 있는 인성을 분석하고, 악의 파괴적 잠재력에 불을 붙이는 사회적 갈등을 연구하였으며, 모든 시대와 문화에 걸쳐 비난받을 만한 행동으로 간주되는 요소들을 표현함으로써 악의 암호를 알아내고자 노력했다.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 범죄학자들의 단체인 범죄학협회 회장직을 맡은 바 있다.


역자 : 신혜원


이화여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아우크스부르크 대학에서 독어학을 전공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상식 밖 문명의 창조자들》, 《12가지 심리 법칙》, 《수족관 속의 아인슈타인》, 《세상을 삼킨 책》, 《템포 템포》, 《활력》, 《나는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있다》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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