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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이드 수잔
줄리아 히벌린 지음, 유소영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20년 11월
평점 :
연쇄살인범의 희생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한 사람의 이야기. 그리고 사형제도의 모순 등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가 많은 소설이다. 추리소설로서는 굉장히 '착한' 책이다. 착하다는 표현에 거부감이 있을 수 있지만 사건의 복잡성과 잔인성, 극적 몰입감보다는 복잡한 심리 변화를 주로 다뤘고, 사형제도의 모순을 드러냄으로써 범죄자의 처벌에 대한 제도도 짚었기 때문에 독자가 임의로 붙인 명칭임을 미리 밝힌다.
해바라기를 연상케하는, 까만 눈동자가 가운데 박혀 예쁘긴 하지만 조금은 무섭기도 한 블랙 아이드 수잔이란 꽃도 처음 대하지만 여성 스릴러 작가 시리즈 첫번째로 줄리아 히벌린 작가를 알게 된 것도 개인적으로는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독자는 추리소설을 읽기 시작한 지 채 1년이 안 된 '신참'이기 때문에 독자로서 다소 무모하거나 무례한 평이라면 너그럽게 용서를 빈다.
이 소설은 출판사에서 선보이는 여성 작가 스릴러 소설 시리즈 첫 번째 순서라고 한다. 『블랙 아이드 수잔』은 그래서 많은 기대와 궁금증으로 독자에게 다가왔다. 심리 변화나 묘사, 긴장감 조성에는 여성 작가가 더 유리한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첨예한 심리 묘사가 멋진 작품의 가장 매력적인 점이라고 독자는 생각한다. 예측 불가능한 반전과 서스펜스의 세계로 기꺼이 걸어들어간다.
16세의 테사 카트라이트는 텍사스의 어느 지역, 뼈들이 나뒹구는 곳에서 산채로 묻힌 채 발견된다. 주변에는 신원을 알 수 없는 여자들의 유골이 흩어져 있었고, 그녀는 자기가 어떻게 하다 거기 버려졌는지 전혀 기억하지 못한다. 피해자들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녀를 사람들은 ‘블랙 아이드 수잔’이라 부른다. 테사가 발견된 공동묘지에 마치 카펫처럼 깔려있던 번성한 블랙 아이드 수잔 꽃 때문에 희생자들에게 붙은 별칭이었다. 테사는 그 비극적인 시간들에 대해 증언했고 그로인해 살인범을 사형장에 넣을 수 있었다.
이제 십대 딸을 둔 성인이 된 그녀의 머릿속에는 죽은 소녀들의 유령들이 같이 살고 있고, 18년 전 재판에서의 증언 때문에 무고한 사람이 텍사스 사형수 감옥에 갇혀 있는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이 떠나지 않는다. 테사는 오래된 비밀과 새로운 공포를 억누르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군가 자신의 집 창밖에 고의로 블랙 아이드 수잔을 심어 놓은 걸 발견하게 된다. 진짜 연쇄살인범이 그녀의 주위를 맴도는 걸까?
사형 집행일이 다가오면서, 테사는 유명한 법과학자와 사형수 전문 변호사와 손을 잡고 진실을 밝히는 경주에 뛰어든다.
한편, 자신의 완전한 편이었던 단짝 리디아는 20년 전 테사의 재판 증언 이후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그녀는 블랙 아이드 수잔 중 한 명이 되어 희생당했는가, 아니면 스스로 자취를 감춰버린 걸까. 만약 스스로 자취를 감춘 거라면 대체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고 감옥 안에 있는 테렐이 범인이 아니라면, 진짜 연쇄살인범은 누구인가?
출판사에 따르면 충격적이고 강렬하며 완벽하게 독창적인 『블랙 아이드 수잔』은 반전이 있는 심리 스릴러다. 젊은 여성의 과거와 현재의 끔찍한 이야기는 매끄럽게 이어진다. 그녀의 무시무시한 추억은 꽃밭에 남아 있고 살인자는 그의 정원으로 돌아온다. 이 책은 첨단 유전자 과학에 대해, 심리적인 트라우마가 10대에게 남기는 충격에 대해, 느리게 굴러가는 텍사스의 사형제도에 대해 조언해준 일군의 사람들(과학자들, 심리 상담사, 법률 전문가들)에게 빚지고 있다. 출판사측의 말대로 충격적인 스토리임을 소설의 도입부부터 으스스하고 명확한 배경 묘사를 시작한다.
사실상 이곳은 그들의 세 번째 묘지다. 오늘 밤 포트워스에 있는 세인트메리 공동묘지에서 발굴되는 두 명의 수잔은 범인이 먼저 죽인 피해자였다. 그는 처음 시체를 숨긴 장소에서 유골을 다시 파낸 뒤, 나와 같이 닭 뼈다귀처럼 들판에 던졌다. 모두 네 사람이 동시에 유기되었다. 나는 메리 설리번이라는 소녀 위에 던져졌다. 법의관은 그녀가 사망한 지 하루 이상 지났다고 판단했다. 나는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중얼거리는 말을 들었다.
“악마가 벽장을 비운 모양이군.”(p. 36)
테사는 연쇄 살인범에게 운 좋게 살아남은 피해자이다. 나름대로 일상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지만 얼마 남지 않은 살인범의 사형집행일이 다가올수록 그가 진범이 아니라는 의심을 떨쳐버릴 수 없다. 테사는 충격을 받은 상태이기 때문에 기억을 잃었고, 남을 믿지 못해 숨기기도 한다. 때문에 테사의 말들은 모두 의심이 간다. 테사가 말하는 절친 리디아도 혹 허구의 친구가 아닐까 생각도 했다. 책의 끝 부분에 가서야 의심이 풀렸지만.
연쇄살인범과 리디아의 존재. 이 두 가지를 추적하는 과정이 이 소설의 내용이다. 블랙아이드 수잔 사건이 일어났을 때는 아직 과학적인 수사기법이 발달하지 않은 시대라 지금처럼 DNA를 수집하며 분석하고 법정 증거로 사용하지 못한 것 같다. 마치 우리의 '화성연쇄살인사건'처럼.
DNA뿐만 아니라 지역별로 동위원소가 다른 비율로 쌓인다는 과학적인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새로운 점이다. 진실을 밝혀내는 것은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이런 과학수사 방법은 더 많은 추리소설을 읽을 때 독자의 기본 자산이 될 것이다.
블랙 아이드 수잔이 된 이후 내 인생에 대한 온갖 과장된 기사란 기사는 다 읽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사 속에서 엄마는 ‘미심쩍은’ 정황에서 사망했고, 할아버지는 으스스한 집을 지었으며, 나는 말 그대로 완벽했다. 하지만 사실은? 엄마는 희귀한 뇌졸중을 앓았고, 할머니가 할아버지보다 더 미치광이였으며, 나는 절대 동화 속에 나오는 여주인공이 아니었다. 여주인공들은 일단 전부 피해자긴 하지만. 백설공주는 독사과를 먹었고, 신데렐라는 노예처럼 일했고, 라푼젤은 감옥에 갇혔고…. 테시는… 뼈와 함께 버려졌다. 어느 괴물의 뒤틀린 판타지 때문에.(p. 160)
“블랙 아이드 수잔 살인범은 오랫동안 내게 꽃을 보낸 것 같아요. 요전날 밤이 처음이 아니에요.”
“뭐라고요? 몇 군데나?”
“여섯 군데. 이번 내 침실 창문 아래까지 포함해서.” “정말 확실히…” “바람에 씨앗이 날아와서 아무 데서나 자라는 거 아니냐, 당신 미쳤다, 이 말을 하고 싶은 건가요? 아니에요. 그래서 ‘보낸 것 같다’고 말하는 거예요. 가장 처음 꽃을 본 건 열일곱 살 때였어요. 테렐의 유죄판결 직후였지요. 살인범은 오래된 약병 안에 시를 적은 쪽지를 넣어뒀어요. 바로 이 집 뒷마당 좁은 땅에 자란 블랙 아이드 수잔을 파내다가 발견했어요.”
나는 네 개의 집 건너 길 반대편의 노란 이층집을 가리켰다.
“어린 시절 내가 살던 집이에요. 그는 재판이 끝나고 사흘 뒤 내 통나무집 옆에 꽃을 심었어요.”
나는 상대가 이 말의 의미를 곱씹을 시간을 주었다.
“네, 맞아요. 테렐이 수감된 뒤에요.”
나는 나직하게 읊조리기 시작했다. 근처 뒷마당에서 풀 깎는 기계 소리가
들려왔다. 오 수잔, 사랑하는 수잔, 나의 맹세는 영원하리. 흐르는 네 눈물은 내 키스로 닦으리. 다시는 너를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아. 하지만 네가 입을 열면, 리디아도 수잔으로 만들 수밖에.(p. 202~203)
이 책은 또 한 가지 관심 사항은 조금은 진부하지만 사형제도에 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지금도 타인에게 악의적인 관심을 갖고 알 권리를 주장하는 것은 부끄러운 행동 같다. 사형제도는 학교 다닐 때에도 친구들 사이에 많이 대화로 나눈 적도 있고, 우리나라도 지금은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실제적으로는 사문화된 법 조항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한 점도 범죄추리 소설 독자로서 필요한 지식이다. 사형제도의 찬반에 관한 얘기지만 우리나라는 법조계나 여론 등을 의식해서인지 법 조항은 남겨두고 실제 법 집행은 하지 않는다는 것도 확실히 알게 됐다.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관련 책이나 뉴스 등을 검색해 알아낸 결과다. 이 책은 그렇게 독자에게도 추리소설에 관한 열독과 관심을 한층 더 끌어올려준 소설이다.
“오늘 밤 한 사람이 집행됩니다.” 테렐은 건조하게 말했다. “사형수 감옥은 집행이 있으면 유난히 분위기가 팽팽해요. 이번 달에만 두 번째입니다.”
테렐은 전화에 대고 이야기하면서 일어섰다. 생각보다 윤곽이 둥글고 부드러운 커다란 몸이 유리창을 가득 채웠다. “여기 오는 데 용기가 필요했을 겁니다, 테시. 당신이 이 일에 얽매여 있다는 걸 알아요. 내가 한 말을 기억하세요. 내가 죽으면, 잊어버리세요.”
갑작스러운 공황으로 속이 울렁거렸다. 이거다. 여러 말들이 서둘러 절박하게 끓어올랐다.
“재심 허가가 나온다면 나는 다시 증언할 거예요. 빌은 훌륭한 변호사예요. 그는 정말… 희망이 있다고 믿고 있어요. 특히 빨강머리에 대해 DNA 분석 결과가 나온 지금은 더욱. 그건 내 머리카락이 아니었어요.”
나는 귀 뒤에서 머리카락을 한 가닥 잡아당겼다.(p.321)
저자 : 줄리아 히벌린(JULIA HEABERLIN)
비평적 찬사를 받으며 국제적인 베스트셀러에 오른 『블랙 아이드수잔BLACK EYED SUSANS』의 저자 줄리아 히버린. 그녀의 심리 스릴러 『플레잉 데드PLAYING DEAD』와 『라이 스틸LIE STILL』은 15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블랙 아이드 수잔』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흡인력 있는 캐릭터 연구이자 몰입할 수 있는 심리 스릴러를 원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선택의 기회를 주었다며 찬사를 보냈다. 그녀는 풍부한 구성과 아름다운 서술로 긴장은 차츰 더해가면서 놀라운 플롯의 반전과 보다 큰 사회문제에 뿌리박힌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에게 큰 울림과 감동을 더한다. 히벌린은 포트워스 스타-텔레그램FORT WORTH STAR-TELEGRAM, 디트로이트 뉴스THE DETROIT NEWS, 댈러스모닝 뉴스THE DALLAS MORNING NEWS에서 일하며 언론상을 수상한 기자이기도 하다. 텍사스에서 자란 그녀는 댈러스/포트워스 지역에 거주하며 다음 책을 집필하고 있다.
역자 : 유소영
서울대학교를 졸업하고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제프리 디버의 ‘링컨 라임 시리즈’를 전담으로 번역했으며, 퍼트리샤 콘웰의 ‘법의학자 케이 스카페타 시리즈’ 『법의관』, 『하트잭』, 『시체농장』 등의 범죄 스릴러를 우리말로 옮겼다. 그 밖에 존 르카레의 『나이트매니저』, 딘 쿤츠의 『사일런트 코너』, 앤 클리브스의 ‘베라 시리즈’ 『하버 스트리트』, 리처드 모건의 『얼터드 카본』, 닐 게이먼 『닐 게이먼을 만든 생각』, 엠마 도노휴의 『룸』 등 다수의 작품을 번역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