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
권미림 지음 / SISO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이 뭔가 느낌이 좋다. 그냥. 사랑을 말할 때 다른 사람들은 주로 무슨 말을 하던가 곰곰 생각해보면 특별히 기억나는 일이 없다. 사랑을 얘기할 때 주로 하는 말은 좋은 말과 번지르르한 말을 많이 섞어 듣는 사람에게도 굉장히 좋은 느낌을 갖도록 설명하기 때문이다.

대부분 그렇다. 그래서 특별할 것이 없고 들었던 사람의 입장에선 기억에 오래 남지 않는다. 독자도 그랬던 것 같다. '그가 왜 좋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그냥... 다정하고 착해, 그리고 나를 좋아한다고 하니까' 정도로 했던 것 같다. 왜 좋냐고 물었는데 답변이 뭐 그래? 이유? 사람이 사람 좋아하는데 이유가 있나? 좋으면 좋은 거지. 그렇다 그럼 다 통했다. 마음과 마음이 닿고 그 느낌이 좋고 애틋하면 사랑하는 것이라 말할 수 있다.

이 책의 작가는 제목에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이라고 썼다. 다른 사람은 답변이 궁한데 작가는 많나보다. '것들'이라고 복수형인 것을 보면. 뭘까? 대략 짐작은 가지만 궁금하다. 책을 읽고 판단해야지. 책을 펼쳐 소제목들을 쭈욱 살펴본다. '떨림' '인간됨' '사랑' '여행' '용서' '우주' '슬픔' '삶' '고구마' '크리스마스' 등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대하는 것들뿐이다. 다소 느낌은 다르지만 '잃어버리기 싫은 슬픔' '고마운 무심' '느리고 정직하게' 등의 조금은 생각할 거리가 있는 제목도 더러 눈에 띈다.




'평화를 위하는 기도문'이 있다. 크리스찬이 아니기 때문에 이 기도문을 누가 처음 쓴 것인지 잘 모른다. 그러나 이 기도문은 전 세계 크리스찬은 다 쓰고 외운다고 들은 바 있다. 그만큼 기도하는 마음 안에 녹아 있는 인간의 마음이 다 담겨 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도 '용서'가 나온다. 예수의 가르침이 '사랑'이라고 들어왔다. 그렇다면 평화를 구하는 이 기도문 안에 '구하는' 것들이 사랑의 요소임을 두 말할 필요도 없다.




나를 당신의 도구로 써주소서



미움이 있는 곳에 사랑을

다툼이 있는 곳에 용서를

분열이 있는 곳에 일치를

의혹이 있는 곳에 신앙을

그릇됨이 있는 곳에 진리를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을

어두움에 빛을

슬픔이 있는 곳에 기쁨을

가져오는 자 되게 하소서


위로받기보다는 위로하고

이해받기보다는 이해하며

사랑받기보다는 사랑하게 하여 주소서



우리는 줌으로써 받고

용서함으로써 용서받으며

자기를 버리고 죽음으로써

영생을 얻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다른 동식물과 구별되는 가장 분명한 이유는 사람이 가진 ‘마음’이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며 마음이 통하고, 마음에 들며, 마음에 차고, 마음을 삭이는 능력은 사람만이 할 수 있다. 그렇게 마음과 마음이 맞닿을 때 사랑은 단단히 뿌리내린다.

작가는 이러한 마음으로 자신을 스쳐 지나가는 모든 것을 향해 손을 내밀며 살아가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그 대상이 나무든, 동물이든, 사람이든, 나라든 온전히 마음에 넣고 사랑할 것임을 책 속에 다짐하고 있다. 마음속 따뜻함을 담은 이 책을 통해 소중한 것들의 본래 모습 그대로를 인정하며, 서로의 마음에 천천히 스며들어 가기를 바란다.

골목을 걷다가 마주치는 작은 들꽃, 앉은 자리로 겁도 없이 다가오는 참새, 혼자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와 그곳을 채우는 노래, 문자를 보내려고 휴대전화를 들었을 때 막 도착하는 메시지 등 사소하며 작고 보잘것없어 보이는 곳곳에 단단한 사랑이 묻어 있다.

『내가 사랑을 말할 때 이야기하는 것들』은 여전히 사랑과 용서가 부족하지만 더 나은, 더 좋은 삶을 살기 위한 작가의 진심을 담은 에세이다.

작가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사랑을 느끼며 행복했던 일을, 누군가에게 위로를 해주고 누군가로부터 위로를 받았던 일을, 싸움의 흔적을, 정직히 잘 살아낸 삶 등을 마음을 다하여 전하고 있다. 앞으로도 그렇게 느리지만 정직하게 살고 싶다는 다짐도 함께 담았다.

작고 보잘것없어 보여도 이를 사랑하고 인정한다면, 존재 자체가 힘이 되는 관계가 있다면, 무엇으로 꾸미지 않아도 위로가 되는 이름이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세상은 슬며시 괜찮아질 것이라고 이 책은 우리에게 잔잔히 이야기하고 있다.




코로나로 일년 내내 시달리다 날씨가 쌀쌀해지고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는 요즘이다. 코로나는 예전에 없이 오히려 더 많은 일일 확진자로 우리 나라 모든 사람들이 긴장하고 불안하다. 일상을 잊은 지 오래 전이지만 아직도 예전 일상이 그립고, 그리움이 희망이 되기도 하는 요즘이다.

그런데 웬 날벼락 같은 말인가. 코로나 확진자가 엄청난 숫자로 불어나더니 오늘(12월 12일)은 1000명에 육박했다.

연말연시, 크리스마스 약속도 잡지 않고 집안에서 지내기로 마음 억었는데도 코로나 확진자는 왜 폭발적으로 늘어나나.

설상가상이란 말을 이럴 때 쓰는 건가. 감성에 들뜨고 분위기에 취할 연말에... 그래도 삶은 이어져야 하니 경제 활동마저 모두 중단할 수 없는' 정말 '없는 사람'들은 어떻게 살라고... 몸이 움츠러들면 마음도 좁고 깊게 숨는다. 그 중요한 사랑과 용서. 코로나 방역에 협조 안 한 사람도 미워진다.

물론 경제적 이유가 아니라 즐거움과 쾌락을 위해 방역엔 나몰라라 했던 사람들에게. 코로나 때문인지 사람들도 여유와 너그러운 마음보다는 자신부터 챙기는 마음이 더 늘어난다. 코로나 때문이긴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런 마음이 후회가 될 것이란 사실도 알지만 이기심이 접히지 않는다.

이럴 때 이 책을 읽으면 좋을 것 같다. 그냥 우리 사는 삶, 일상에서 발견한 작가의 이야기인데 사랑과 용서 등이 책 전면에 깔려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잔잔한 감동이 끊임없이 몰려와 마음이 따뜻해진다. 책 속의 언어 하나하나가 예사롭지 않다. 무심하게 이야기하는 듯하지만 작가의 생각과 마음이 가득 담겨 있어서이리라.

작가가 이야기하는 사랑이라는 것들에 대한 이야기는 누구나 겪었을 것 같은 매우 일상적이고 단조로운 것들. 모든 것에 대한 사랑이 담겨서일까. 그래서 더 와닿는다.

한 글자 한 글자 자신의 진심을 담아내기 위해 많은 언어들을 삼켜버렸을까. 얼마나 노력하면 무심하게 내뱉는 듯한 언어들이 사랑에 감싸여 있는 모습으로 독자 앞에 다가올까. 가끔은 작가가 이끄는 대로 갔다가 울컥 올라오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그럴지도...' 하면서 공감하는 마음을 책 한 권 내내 떨쳐버릴 수 없다. 감정이입이 되면 평소 무심했던 것들조차도 소중하게 느껴지고 사랑스럽고 미웠던 감정은 모두 소진된 채 용서라는 것을 해보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그의 힘은 어디서 올까. 곰곰히 생각해본다. 아마 작가의 마음이 여리고 소극적이어서 슬픔마저도 꼭꼭 싸맨 채 용서가 녹여줄 때까지 감싸안고 있어서일까.















저자 : 권미림


세상의 작은 것들에 관심이 많습니다.

나의 삶에서 사랑이 완성되기를 바라고,

용서가 쉬워지기를 바라고 있어요.

그 마음으로 매일 글을 씁니다.

대학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공부했습니다.

브런치 @KWON-MOLLY

인스타그램 @WRITE.NEW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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