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 우울증을 겪어낸 이들의 편지
제임스 위디.올리비아 세이건 엮음, 양진성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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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으로부터 치유의 길로 들어선 이들이, 같은 고통을 겪는 이들에게 보내는 감동의 치유 편지를 묶어 책으로 펴냈다. 그들의 편지에는 용기를 내 치유의 길을 함께 가자는 감동적 사연이 독자들에게 소개되고 희망과 용기를 북돋우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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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 우울증을 겪어낸 이들의 편지
제임스 위디.올리비아 세이건 엮음, 양진성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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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은 흔한 정신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운다. 그러나 우울증은 성적저하, 대인관계의 문제, 휴학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뇌질환이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거의 하루 종일 나타나는 경우 우울증이라 하고 이 경우에는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의학백과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우울증은 현대인은 누구나 발병 가능성이 높으며, 이유로는 복잡하고 빠른 사회의 변화에 의한 '스트레스'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생물학적, 유전적, 생활 및 환경, 신체적 질환이나 약물 등에 의해 우울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원인별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못 찾았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 책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는 우울증을 앓으며 겪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쓴 편지들을 엮어 만들었다. 현대인들 대부분 크고 작은 우울증세를 보인다고 할 정도로 널리 퍼진 병증이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유전자에는 우울증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원인은 대부분이 스트레스 때문으로 의학계에선 파악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랜 격리, 혹은 집안 생활로 '코로나 블루'가 대폭 늘었고, 더 확대되면서 '코로나 레드'(홧병) '코로나 블랙'(사망)으로 이어진다고 언론들이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아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가 우리 일상에 가해지는 충격이,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책 속 편지에는 “자신을 망가뜨리는 행동은 그만두고 치유하는 데 전념하기로 해요.” “당신의 마음을 우리가 알아요.”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지만 말고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해요.” “치유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어요.”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과 우울증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그저 아픈 거예요.”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의 터널에도 끝은 있어요.” 흔들리고 있는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메시지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방식으로 우울증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고 있는 이들은 행여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우울증을 숨기고, 가벼운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외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괜찮지 않다는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사실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할수록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 감정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는 당신(환자)에게는 당신과 같은 곳에 있었던 사람이 보내온 편지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012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치유의 편지’ 캠페인에서 오간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 이 캠페인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기 위해서는 치유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느 우울증 환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에서 치유된 사람들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단순하고도 진실한 행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지지를 주고받으며 삶의 희망을 되찾고 있다.

 


 

작가 겸 심리 상담가 더글라스 블로흐는 "우울증에서 치유된 사람들이 쓴 편지가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는 살아남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울증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다. 감히 세상에서 가장 진솔한 이야기라고 칭하고 싶다. 이 책이 당신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추천사」를 통해 밝힌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무기력했고, 무엇도 이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편지부터 무너졌다. 육십여 편의 편지는 고통만 늘어놓지도, 무언가를 가르치지도, 섣부르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 있다. 그들이 우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독자들도 위안을 얻을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의 추천의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게 되면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절망적인 상황과 불안한 감정을 오로지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시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 같은 악순환은 삶의 빛을 차단하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우울증은 사람마다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토록 부정적인 생각은 우울증이 속삭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울증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유난스럽지도 않게, 당신 주변에는 흔쾌히 손을 내밀어 줄 사람과 도움이 되는 일이 많다고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분명히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을 발간한 이유다.

 


 

이 책에는 당신(우울증 환자)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당신에게 무한한 지지를 표현하고, 당신과 기꺼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이들이 써 내려간 편지에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자, 어쩌면 당신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한동안 잊고 살았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희망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 안에 있는 편지의 발신인들은 우울증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자신의 질병을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무겁고도 어두운 마음을 조심스레 표현하고 있다. 또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권유하거나, 치유될 수 있다는 위안을 전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경험과 기록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수신인을 향해 진심 어린 용기와 응원을 건넨다. 이 과정을 통해,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항상 강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어요. 괜찮은 척하는 것은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에요. 너무 오랫동안 괜찮다고 말했기 때문에, 당신의 거짓말에 당신도 속을 뻔했잖아요."(p. 49)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번 살아남았잖아요.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질 때마다 당신이 지금까지 극복해 온 모든 일을 돌아보세요. 크고 작은 위기를 극복한 당신이 맞서지 못할 일은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전부 다 나아질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어요. (…)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당신 말을 들어줄게요. 우리가 당신을 이해해 줄게요."(p. 166)

"다시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지만, 때가 되면 나아져요.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할지도 몰라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언젠가는 효과가 나타날 테니까요. 약은 치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거예요. 적절한 약을 꾸준하게 복용하다 보면, 점차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 가볍게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바깥에 앉아 햇볕을 느끼고, 친구를 만나세요. 그렇게 조금씩 하루하루를 나아가세요."(p. 237)

 


 

저자 : 제임스 위디(JAMES WITHEY)

사회 복지 분야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는 등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 : 올리비아 세이건(OLIVIA SAGAN)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이다. 현재 퀸 마가렛 대학교의 심리학과 및 사회학과 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역자 : 양진성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3학기 수료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영어, 불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부모가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50』 『딴짓의 재발견』『육체의 악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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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한 숫자들 - 통계는 어떻게 부자의 편이 되는가
알렉스 코밤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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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대한민국.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살아 남아야 하고, 앞으로의 나라 경제, 국민 경제도 불안하지만 지금은 방역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 기확보된 백신부터 사들여와 차근차근 예방접종도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올해 안에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70%) 이뤄지면 코로나 종식을 얘기할 수 있을 거란 희망적인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완전 종식을 의미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멸균은 어렵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언제 말할 수 있을지는 더 이상 확산세나 일정 수준 이하로 확진자가 줄어들 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 각 지역에서 70% 이상의 예방접종률을 바탕으로 선포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비도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노동 수익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어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거리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가장 확실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여겼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기존의 산업을 재편하고,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거나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부유한 이들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가 되었지만, 중산층 이하의 시민들은 소득이 감소하고 일자리를 잃는 위기였다. 경제 발전의 부작용으로 지적되었던 빈부격차는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금 가속할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 불안이 교차되고, 오히려 증폭되다가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 또 폭락하는 등 증시든 부동산 시장이든 정상적 거래는 언제 회복될지 미지수다.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미국 바이든 정부는 무려 400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위해 부자들의 세금을 대폭 올린다는 발표를 오늘(30일) 뉴스는 전하고 있다.

 


 

어느 사회나 불공정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으며,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경제학자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의 CEO인 알렉스 코밤은 불공정의 원인이 공공 데이터와 통계의 중대한 결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함이란 바로 ‘집계 불이행’이다. 쉽게 말해 경제 피라미드 꼭대기층의 부와 바닥층의 사람들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감춰진 부자들의 돈을 ‘언머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가려진 최빈층을 ‘언피플’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이상 전 세계적인 불공정 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알렉스 코밤의 주장이다.

이 책 『불공정한 숫자들』의 저자 알렉스 코밤이 주장하는 “통계는 정치다”라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GDP와 지니 계수 등 우리가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와 지수들 역시 불이행만큼이나 불평등을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제 활동을 집계에서 배제하고, 불평등을 온전하게 드러낼 지수는 통계에 활용되지 않는다. 권력이 작동하고 의도가 실행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통계적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집계 불이행과 불평등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권력 구조를 전복시킬 데이터 혁명을 제시한다.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층과 바닥층을 포괄하는 ‘힘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치권력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 세계 정부들이 주축이 되어 세금을 회피하는 다국적기업을 적발하고 글로벌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통계라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관심과 감시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금 불공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면, ‘불공정한 숫자들’을 ‘공정한 숫자들’로 바꾸는 여정에 함께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 속으로 더 들어간다. 책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가장 극단적인 변화 중 하나는 '투자 열풍'이다. 경제가 움츠러들고 소비가 위축되며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자산 시장 가격은 전례없이 치솟았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산업의 변화라는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동 소득이 자본 소득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취약 계층에게는 모든 게 남의 일일 뿐이다. 사실 코로나는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냈다기보다 기존의 불평등을 가속했을 뿐이다. 이 결과로 빈곤이 더욱 증가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없이 수출과 경제성장에만 집중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

아동 사망률 상승, 평균 기대 수명 감소, 갈등 발생률 증가, 경제 상승률과 사회적 결속 감소... 이 모든 것은 불평등이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불평등이 늘어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를 체계적으로 용인해왔다. '배제'라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여성이 더 많이 일하고도 더 적게 버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원주민들과 소외된 민족 언어 집단들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서 체계적으로 소외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이 더 가난하게 살다가 더 일찍 죽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우리 사회가 불평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납득할 만한 불평등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저자는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가 사는 복잡한 현실은 정부와 민간이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와 통계로 보여지고, 이것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우리의 논의도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국가는 우리에게 세금을 걷고, 정치적 대표자를 뽑으며,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을 실시한다. 바로 결정자 선택, 책임 부과, 혜택 제공이라는 국가의 세 가지 역할이다. 이 역할은 모두 데이터에 의존한다. 유권자 집계는 표에 따라 결정되고, 혜택과 책임의 분배는 특정 집단에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터의 수집이 편향적이라면 정책이 공정하게 시행될 수 있을까? 그렇게 시행된 정책이 다시 편향된 데이터를 낳는다면? 우리가 객관적이리라 믿었던 숫자와 통계야말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라면? 저자의 지적과 의문은 매우 날카롭다. 어떤 정부든 이 날카로운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 (관례적이든, 의식적이든) 해왔던 세계의 모든 국가들의 통계 처리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어쩌면 떳떳하게 내놓을 자료를 준비한 국가는 한 나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불평등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문제, '집계 불이행'을 다룬다. 권력이 무엇을 집계에서 누락시키는지, 어떻게 정치권력과 부자들에게 유리한 데이터와 통계를 만들어내고 활용하는지가 주요 내용이다. 책의 1부는 국제단체들의 연구 결과와 고소득 국가들에서 소외되는 집단들이 배제되는 증거에 이르기까지, 최하층에서 집계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탐구한다. 바로 '언피플'이다. 2부는 최상층에서 집계되지 않는 것들에 중점을 둔다. 금융 비밀주의의 속성과 범위, 개인의 탈세와 다국적기업의 소득 이전을 부추기는 ‘조세피난처’를 통한 수입 손실 규모, 지니 계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불평등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세 정의 면에서 분석한다. 바로 '언머니'다.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언피플과 불법적으로 숨겨지는 언머니야말로 국가 통계가 우리에게 숨기고자 하는 진실이다. 결국 누구를 집계하지 않을지, 무엇을 집계하지 않을지는 단순한 통계 기술이 아니라 결국 복잡한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의 불평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통계가 세계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환상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경고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까맣게 몰랐던 불편한 진실이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포스트 코로나 경제 대책의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있다. 저자의 논리에 설득력이 있어 공감이 쉽고, 이 책은 명쾌한 논리로 잘 쓰인 책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집계 불이행'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집계 불이행과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것은 집계의 방법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발전의 척도로 쓰는 GDP와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척도로 쓰는 지니 계수 역시 그렇다. 독자의 이해는 덜 하지만 그의 명쾌한 지적에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 책의 1장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지닌 지표인 GDP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특히 GDP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활동을 전혀 집계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GDP는 경제를 좁은 범위에서 평가하고, 공공재 등 인간의 다른 생산물을 평가절하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구조적으로 불평등이 심한 현실에 따른 성별 편향적인 측정치다. 따라서 GDP는 표준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지표다. 문제는 이런 GDP가 계속해서 활용된다면 기존의 편향적인 사회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표로 쓰이는 지니 계수의 경우도 문제가 있다. 이 책의 6장은 지니 계수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지니 계수가 드러내는 불평등은 중간층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불평등에는 둔감하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극빈층의 빈곤과 최상층의 부는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의 불평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가계 소득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을 하위 40%의 소득 점유율로 나눈 팔마 비율을 제시한다. 실제 불평등이 양극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평등의 지표로서 더 적절하다.

 


 

그러나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 시에 수없이 많은 팔마 비율 기반의 세부 목표가 제안되었음에도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노력이 다시 집계 불이행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불평등 측정 지표 설정을 기술적인 문제,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의 관심을 촉구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계 불이행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계속된다면 인구 센서스를 포함, 각종 조사에서 체계적으로 제외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5%인 약 3억5천만 명을 넘어설 것이고, 최상층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이들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에는 이미 경제, 정치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 집계 불이행으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정치가 과소 대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우선 힘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면에서 양극단을 포괄하는 데이터, 상대적인 면에서 적절한 기준이 있는 데이터다. 데이터에 힘이 없으면 우리는 불평등을 관찰할 수도, 추적할 수도, 개선을 위한 목표를 정할 수도 없다. 반대로 힘이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상대적인 정의와 절대적인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힘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치 권력을 움직일 수 있다. 저자는 이로써 전 세계 정부들이 주축이 되어 최상층의 부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누진세를 부과하고, 실제 활동에 비례해 과세 기준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에게는 빚이 있다. 집계되지 않기 위해 서로 공모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을 빚이, 너무나 소외돼 통계에서조차 제외되는 사람들에게는 갚을 빚이 있다. 집계되지 않는 사람들을 모르는 척하는 것은 부당함과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들이 계속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대로 용인한다는 뜻이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모든 사람이 집계되게 만들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p. 215)

 

저자 : 알렉스 코밤(ALEX COBHAM)

 

경제학자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의 CEO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법인세개혁독립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TERNATIONAL CORPORATE TAXATION)의 운영 그룹 및 페어택스마크(FAIR TAX MARK) 자문 그룹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코밤은 거대 다국적기업의 불법적인 금융 운영과 경영을 고발하고, 여러 후발개발도상국에게 성공적인 경제 발전을 위한 세금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경제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제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에서 활동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유엔 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영국 국제개발부(DFID), 세계은행을 포함해 전 세계 정부와 기관에 광범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역자 : 고현석

 

《경향신문》 《서울신문》 《뉴시스》 《뉴스1》 등에서 국제부ㆍ사회부ㆍ과학부 기자로 활동했다. 세계경제와 정치 그리고 과학과 IT의 최신 정보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했다. 지금은 인문ㆍ사회과학ㆍ우주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번역한 책으로 파이낸셜타임즈 선정 2018년 최고의 과학도서 《의자의 배신》과 런던 EBRD 문학상을 받은 《이스탄불 이스탄불》을 포함해 《스페이스 러시》 《느낌의 진화》 《로봇과 일자리: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세상의 모든 과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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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지게 1 - 천둥소리
강기현 지음 / 밥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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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역사, 특히 현대사는 나라 잃은 설움과 동족상잔의 비극으로부터 시작된다. 상해에서 발족한 임시정부는 일제강점기 독립을 위한 저항 정부 역할을 했다. 해방 후 미군정이 끝난 후 정식 출범한 남한만의 단독 정부는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 일대 위기를 맞는다. 결국 주변 강대국들이 참전해 이데올로기 싸움으로 휴전 상태에 돌입한 후로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눈 채 같은 민족끼리 오도가도 못한 채 벌써 75년이 넘었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현대사는 비극과 암울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시대를 살아낸 우리 할아버지 아버지들은 대부분 고인이 되셨지만. 이들은 시대의 희생자고 이념의 희생자이다. 이념 전쟁이라 할 수 있는 미소 냉전도 막을 내렸지만 한반도에서는 여전히 이념이 다른 두 개의 정부가 들어선 채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우리 민족으로서는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붉은 지게』는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기간, 경남 하동의 고전면과 양보면 일대를 배경으로 휘몰아치는 역사의 소용돌이와 평범했으나 역사적 소명에 충실했던 이들의 삶을 서사로 풀어낸 역사 장편소설이다. 원고지 5,000장 분량의 대작인 작품은 총 5권 중 1, 2권을 먼저 선보이고, 3, 4, 5권은 2021년 6월 중 나올 예정이다.

이 소설은 우리 역사의 큰 줄기인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 등의 시대를 장대한 스케일로 다루면서, 하동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한다. 작품은 당시 경남 하동의 이야기를 비단 그곳만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 격변기에 누구나 겪어야 했던 아픔과 슬픔의 보편적 삶의 이야기로 끌어가면서 독자를 역사 속으로 안내한다. 독자들은 이런 이야기 가운데 전통적 가치관과 신문물의 충돌, 외세의 침략과 민족 간 전쟁, 이념의 충돌, 이에 휩쓸리는 인간 군상과 공동체 의식 등, 시대 상황과 피할 수 없는 삶의 단면을 만나게 된다. 나아가서는 선과 악, 이념과 욕망의 충돌이라는 인간 존재의 모습도 들여다보면서, 오늘날로 이어지는 비극적인 역사의 물줄기를 만나볼 수 있다.

 


 

이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지게'는 요즘 젊은 세대는 잘 모르는 물건일 수 있다. 자취를 감춘 지 족히 40년은 넘었을 듯하다. 지게는 농사에 필요한 퇴비, 곡식, 나무, 풀 등 물건이나 짐을 사람이 등에 지고 실어 나르도록 만든 운반 도구인데 피가 흐르는 시체를 이고 가는 지게로 '피의 지게'-'붉은 지게'로 형상화된다. 이념 충돌로 일어난 동족상잔의 비극의 시나리오에 동원된 농민이나 국민들에게는 전사자를 나르고, 식량이나 탄약을 운반하는 도구로서의 지게에 무거운 시대적 삶의 짐까지 얹혀져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여겨진다.

이 소설에는 가난해서 독립군에 들어갔다가 공산당원이 된 사람, 그저 전쟁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공산당원이 된 사람, 친일을 하지 않으면 삶 자체를 살 수 없어서 한 사람 등 피할 수 없는 운명처럼 살다간 그들에게 어떤 역사적 짐을 지워야 할지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저자는 '지게'를 이 작품의 주요 소재로 삼은 이유를 「머리말」을 통해 밝힌다. 이에 따르면 지게는 사람들이 물건을 등에 지고 운반하기 위해 만든 농기구다. 지게는 두 다리와 지겟작대기로 받쳐 세우고 그 위에 짐을 얹어서 지고 운반하는 도구다. 지게는 힘이 항상 두 다리와 지겟작대기 끝의 세 점 위에 분산되어 작융하므로 숫자 '3'에 대응시킬 수 있다. 지게가 서 있는 삼각대의 한 다리에 힘을 가하면 나머지 두 다리는 받침점과 작용점의 역할을 해 지게 전체에 힘이 작용한다.

그런데 지겟작대기를 지게의 꼭대기에 걸쳤을 때 지게의 두 다리와 지겟작대기의 끝이 정확하게 정삼각형의 꼭짓점에 있을 때 무게 중심이 정삼각형의 중심점 위에 위치하고, 가장 안정된 상태를 유지하게 된다. 그런데 이때 힘이 한 끝점에서 나머지 두 끝점을 이은 선분에 수직 방향으로 작용하면 두 끝점에 미치는 힘의 받침점과 작용점 역할을 구분하기가 어려워진다. 즉 애매모호한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중략) 짐을 지고 갈 때는 짐의 무게 중심을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적당한 기울기를 조절하며 가야 한다.

 


 

장비가 부족하고 도로 사정도 연락해 차량 대신 민간인들이 직접 탄약과 보급품을 실어 날랐던 지게부대, 국군과 무장공비간의 치열한 교전이 벌어진 지역에서 기계로 군수품을 나르다가 공비의 총에 맞아 전사했던 그들이 생각난다. 평범하게 열심히 살았던 그들이 폭탄소리, 총소리로 가득한 가운데 피로 물든 역사, 그 역사를 쓴 '붉은 지게'다.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 될 전쟁, 그 속에서 고통 받았던 그들의 가슴 찢어지는 심정이 소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소설의 장소와 역사적인 배경이 대한민국 현대사의 최악의 상황에 집중되어 있다. 소설의 무대인 경상남도 하동을 배경으로 한 것은 저자의 고향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곳의 역사와 당시 상황을 그 시대를 '살아낸' 사람들로부터 직접 듣고 잘 알고 있다는 것이 집필의 동기가 됐을 터다. 이곳에서의 극적인 전투와 그곳 농민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의 연속이었는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작용했을 것으로 읽힌다.

지금 나의 뇌는 고뇌에 헐떡이고 있다. 이와 더불어 나의 가슴은 분노로 들끓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왜 살아왔는가? 나는 지금까지 무엇을 위해 살아왔는가?

아! 지축이 흔들리는 느낌이다. (중략) 내가 이다지도 흥분한 까닭은 내 부친의 죽음에 대한 숨겨진 비화를 성인이 되고 나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사인도 모른 채 그냥 어떤 병고로 돌아가신 줄만 알고 지내왔지만 아니었다. 이제 길고 긴 하동 역사가 시작된다.

아버지, 할아버지의 진짜 돌아가신 억울한 사연을 듣고 분노하지 않는 이가 누가 있으랴. 이야기는 단순히 한 사람의 이야기, 하동만의 이야기가 아닐 것이다. 일제 강점기와 해방, 6·25 등 격변기의 우리의 이야기를, 하동이라는 지역의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말하고 있다.

 


 

하동의 이야기는 그곳만의 이야기가 아닌, 역사적 격변기에 누구나 겪어야 했던 아픔과 슬픔의 이야기다. 6.25 전쟁이 발발한 지도 한 달 가량, 지소마을에 열흘 가까이 장맛비가 계속되고 포성이 울린다. 하늘에는 폭격기가 날아다니고 공산군이 하동 가까이 쳐들어 온다는 것을 안 지소 사람들의 불안감은 커져간다. 폭탄소리, 총소리는 계속되고 군인들은 목숨을 잃어간다. 두려운 이야기는 계속된다. 평범한 유학자의 다섯째 아들로 태어난 몽환은 집안의 생계를 책임지는 성실한 농사꾼으로 열심히 살아간다.

6·25 전쟁이 일어나자 몽환은 하동전투에서 패해 다친 미군을 치료하고 도와주다가 인민재판을 당할 위기를 맞고 큰아들은 공산당에 의해 죽임을 당하지만 공산당원이 된다. 살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아들의 죽음에도 몽환은 적선여경(積善餘慶)의 정신으로 치안대를 용서하고, 아들의 무덤 앞에서 후손들의 미래를 위해 더욱 선행을 베풀기로 결심한다. 몽환과 함께 일본 경찰에 아첨하다 해방 후에는 공산당 치안대에 가담해 개인적 원한으로 염치수와 문수필 일가를 참살하는 황봉삼, 지주의 손자로 태어나 비밀 독립운동을 했으나 친일파 경찰의 모함으로 전쟁 중 월북하게 된 김헌필, 한때 좌익조직에 가담했다가 크게 실망하여 이데올로기로 갈등하는 몽환의 손자 만식 등, 다양한 인물들이 역사적 사건 속에 촘촘하게 얽히고설키며 줄거리를 이어간다.

 


 

"앞으로 김 양식장의 분배 등을 논의하기 위한 회의를 '건흥회'라고 명명할 것이며, 다음 '건흥회'는 보름 뒤에 개최할 것이고, 그날 회의에 참석할 때에는

지금까지 각 부락에서 김 양식을 하고 있는 어민들의 명단과 어민들이 소윻하도 있는 양식장의 위치와 면적을 소상히 조사해 오라." (1권 p. 219)

 

몽환은 홍팔준의 성화에 억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했다.

"처음뵜겠십니다.제는 지수사는 강몽환이라 캅니더,앞으로 잘 부탁디립니더."

서로 간에 인사가 끝나자 박 순경이 홍팔준을 보고 공치사를 했다. (2권 p. 12)

 

진송은 다행히 집안이 구례 김개묵의 도움으로 상상도 못 할 큰 위기를 모면하고 , 꿈에도 그리던 부자가 된 것을 기뻐했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각하면 무소불위로 조선인들을 탄압하는 일본인들의 세사에 살안암기 위해서 무언가 대책을 마련해야 겠다고 결심하고, 율촌의 사촌 처남이 말했던 내용에 대해 심사숙고했다.

'우리 가족 중에서 누군가가 일본인들 앞에서 그들의 신학문을 배울라 카모 아부지가 절대로 용납할 리가 없을 끼다. 그렇다고 범사 홍팔준이가 다시 앙심을 품고 일본인과 짜고 아버지를 몰래 모함하여 궁지에 빠뜨린다 쿠모 또 속수무책으로 당허고 말아야 한단 말인가?" (2권 p. 130)

 


 

소설 『붉은 지게』는 대한민국 이전 1900년대 조선시대 말의 암울한 시대를 살았던 민초들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저자는 하동군 지소마을에서 태어나 교사생활을 하였으며, 자신의 삶 속의 100년 전 과거를 한 편의 소설로 엮어내고 있다. 이 소설의 배경은 경남 하동과 전남 구례이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강몽환이다. 남의 집에서 소작농을 하는 큰 존재감 없는 삷을 살아가는 가난한 조선인이다. 하지만 일제시대의 암울한 상황이 자신의 신분을 바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된다. 누군가의 소작농으로서, 가난을 면치 못했던 그 시절, 동네의 토지들이 일본인에 의해 수탈돼 다시 재분배되는 그 과정들이 소상히 소설에 나타난다. 동네의 부자였던 김개묵의 소작논 마름이 되었던 강몽환은 자신도 부자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꿈에 부풀어 있다.

하지만 자신의 꿈은 산산조각나고 말았다. 동네 면서기와 부자 홍영감의 작당 때문이다. 세상을 너무 몰랐던 강몽환은 스스로 억울함을 감내해야 했다. 분노에 들끌었던 강몽환과 주변 사람들, 소설의 전체 흐름은 폭력이 살인으로 비화되는 과정 속에 있었다. 소위 귀싸데기 하나 올린 것이 살인미수가 되어 재판에 이르게 된다. 이로써 자신이 그동안 쌓아놓았던 재물들이 한순간에 사라진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상황이 감몽환에게 불리한 상황이 되었고, 부자로서의 단꿈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비싼 수업료를 치른 것은 큰 의미가 있었다. 조선과 다른 일본이 가지고 있는 힘을 스스로 느꼈고, 배워야 억울한 일을 다시 안 당한다 점을 자각하게 되었다. 자신의 울분을 일본을 배움으로써 해결하고자 하였다. 일본 나고야로 건너가 신문물을 배우고, 신학문을 터득함으로써, 자신의 인생과 운명이 뒤바뀔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 3.1 만세운동 이후 우리 사회의 개벽이 어떻게 일어나고, 세상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간접적으로 엿볼 수 있다. 일제시대의 암울한 삶이 어느 덧 공산주의자가 판치는 세상르로 바뀌가는 과정을 알 수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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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을 그리다 - 천재 작가 천소의 진짜 그림 수업 100
천소 지음 / 그림원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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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의 책상 한쪽 구석에는 "예술은 보이는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란 문구가 씌여 있다. 독자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고, 예술의 가치에 대해 한 줄로 표현했다고 생각해 어느 책에선가 보고 필사해놓은 말이다. 이 문구는 스위스의 화가 파울 쿨레(Paul Klee)가 한 말로서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음악은 소리로, 미술은 그림으로, 문학은 글로, 무용은 몸짓으로... 각각의 표현 방법은 다르지만 예술가의 생각을 각각의 표현 방식으로 담아낸 것임은 공통적이다.

이 문구를 토대로 미술에 대한 정의를 내린다면 "그림을 그리는데 있어서 가장 필요한 것, 그것은 자신의 생각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이다."라는 이 책 『생각을 그리다』가 주장하는 미술의 정의다.

 


 

이처럼 말은 안 해도 예술가들은 이미 그 사실을 다 알고 있고, 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배우지 않아도 알고 있는 사실이다. 누구나 알고 있었지만 할 수 없었던 것, 아무도 그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던 '생각을 그리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저자 천소를 통해 듣는다.

우리가 시를 쓰기 위해, 그림을 그리기 위해, 작곡을 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머릿속에 무언가 상을 떠올리는 일이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구현해 내는가의 문제가 모든 예술 활동의 가장 중요한 일일 것이다. 과연 생각을 그리는 방법이란 무엇이며, 지금까지 누군가 이것을 정리해서 얘기한 사람이 과연 있었던가?

 


 

저자에 따르면 흔히 미술학원에 가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는 보이게 하는 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형태에 대한 이해’ 등과 같은 기초를 가르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은 자신만의 개성을 잃고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을 찾지 못하게 된다. 이런 현실의 문제에 자신이 쌓은 소중한 경험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저자는 100가지 생각을 그리는 방법에 대해 체계를 만들어서 소개한다. 지금까지 이런 내용을 가르치고 설명하는 사람은 없었기에 저자의 화실에는 실제로 이를 배우기 위한 현업 그림 작가들을 위한 수업이 열릴 정도라고 한다.

또한 이런 발상에 대한 책을 기존에는 볼 수 없었기에, 저자의 책을 접했던 사람들은 그동안 나왔던 모든 책을 소장하기도 하고, 학교에서는 종종 이 책들이 부교재로 채택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책은 작가가 일반인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되도록 쉽고 간결한 설명을 곁들어 놓았기에 그림을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 책은 저자가 미술에 대한 생각, 그리고 싶은 것들 100가지를 그리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다. 저자의 그리고 싶은 100가지 생각이라 보면 될 듯싶다. 그것을 어떻게 그릴지는 100이면 100, 모든 사람들의 생각이 다른 만큼 모두 다를 것이다. 저자는 자신의 그림과 설명을 한 폭의 그림처럼 그려낸다.

설명은 메모 형식으로 빈 곳에 집어넣었다. 예전에 한때 유행했던 시화집처럼 꾸며졌다. 그러나 시와 그림을 일치시키거나 보완해주는 관계가 아니고 그림이 주제가 되고 메모는 설명일 뿐이다.

자신이 가르치는 많은 미술생도들이 머릿속에 있는 이미지를 보이게 하는 과정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형태에 대한 이해' 등과 같은 기초가 필요하고 그것을 가르친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과정에서 많은 그림쟁이들이 자신만의 개성을 잃고 심지어 다음 단계로 가는 길을 스스로 찾기를 주저한다. 이 점에 착안해 저자는 이 책을 발간한 것으로 이해된다.

 


 

저자는 "나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누군가의 그림을 따라 그리고 싶은 그림쟁이는 없다. 그럼에도 우리는 기초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의 그림, 혹은 사진으로 '정해진 답'을 향해 열심히 그리고 또 그린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지금까지의 모든 작업을 단숨에 '습작'으로 만드는 고민이 시작된다고 「프롤로그」에 쓴다. 그리고 그 밑에 낙서처럼 덧붙인다. "이제 '나만의 그림'을 그리고 싶다!? 저자는 '나만의 그림을 그리는 버'은 생각보다 간단하다고 주장한다. 그림 안에 '자신만의 감성, 자신만의 이미지'를 담는 것이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그 감성은 순간적으로 스치는 감정일 수 잇고 마음 깊이 담겨 있던 진심일 수도 있다. 혹은 그 그림을 위해 가정한 콘셉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있지만 '보이지 않는 이미지'를 '보이는 그림'으로 풀 수 있을까? 그 방법 100가지를 정리했다. 이 책 안에...

 


 

저자는 이 책을 '무엇을 그릴까?'로 시작해 '행복한 그림쟁이 되기'로 마무리하면서 100가지의 생각을 그림으로 정리해냈다. 얼핏 저자의 생각만으로 그린 그림의 이해를 위해 독자들에게 설명을 달아 주는 형식이다. 먼저 첫 장(章)에 무엇을 그릴까를 담았다. 제목 아래 저자는 '어떻게 그릴지'보다 '무엇을 그릴지' 먼저. 솔직해지자. 나는 '어떻게 빨리, 잘 그릴지'만 궁금했지, 정말 내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는 모른다. 저자의 고백적 설명은 독자들의 감명을 자아내리라 생각된다. 진솔하고, 너무도 솔직해서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부끄러움을 느끼게 할 정도다.

"그림은 열심히 배우는데 정작 '무엇을 그릴까?'를 내가 정해본 적은 별로 없다. '어떻게 그려야 잘 그릴 수 있을까?', '무엇을 그려야 칭찬받을까?'만 궁금했지, 정작 '그림을 배워서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는 아직 찾지 못했다. 얼마나 진솔하고 통렬한 반성인가. 그리고 독자들에게 위안을 심어 준다.

"'습작'은 못 그리거나 서툰 그림, 처음 그려본 그림이 아니라 '아무 이야기도 담겨 있지 않은 그림'이다. 습작일수록, 습작이기에 더 이야기를 담는 연습을 하자."

 


 

답은 늘 가까이에 있다며 멀리서 찾지 말 것을 요청한다. 평범한 것을 특별하게 그리는 연습을 하자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저자는 또 실제를 보고 똑같이 그리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실제'는 계속해서 변하기 때문이라는 게 이유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그 어떠한 '실제'도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이 저자의 지론이다. 그것들은 모두 시간, 공간과 함께 시시때때로 바뀌는 빛이 만들어낸 순간의 존재일 뿐이라고 밝힌다. 그 순간을 사진 찍더라도 그것은 내 눈으로 본 것과 다를 것이고 그림은 더더욱 그렇다고 저자는 논리를 세운다.

때문에 '실제'를 담기에 급급함을 넘어 그 안에 담긴 '나만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노력할 때 그것이 그저 풀 한 포기를 그린 것이라도 그 그림은 '주제'가 담긴 '작가의 작품'이 된다고 강조한다. 지금까지 수많은 미술사 책, 실전 그리기 연습책 등 많이 봤으나 이처럼 원론부터 파고들어가 독자들에게 그림을 가르치는 책은 독자로서는 처음이다. 이 책에 애정이 깊어지는 이유다. 한동안 중단했던 그림 연습도 이 책과 한 개, 한 개 보조를 맞춰가며 연필과 붓을 수없이 놀릴 날이 희망적이어서 즐겁다.

 


 

저자 : 천소

 

‘행복하게 그린 그림만이 보는 이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늘 행복하게 그리는, ‘행복한 그림쟁이 천소’입니다. 1997년 첫 동화책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일러스트레이터와 저자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어요. 그린 책으로는 『나의 행복한 하루』, 『꿈을 꾸렴, 아빠가 응원할게』, 『말문이 빵 터지는 의성어, 의태어 동시』 등의 동화책과 『무작정 따라하기 시리즈』, 그 외에도 다양한 분야의 책이 있어요. 지은 책으로는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 그리고 상상하다』, 『천소의 특별한 캘리그래피 훈련법 손글씨 그리고 쓰다』, 『창의폭발 엄마표 그리기 놀이』 등이 있답니다.

세종대학교에서 만화·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바이러스 헤드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면서 일러스트, 웹디자인, 플래시 애니메이션 CI, BI 등 다양한 작업을 진행하였다. 무슨 일을 맡기던 척척 해내는 그녀에게 회사에서 ‘천소(천재 소녀의 줄임)’라는 별명을 붙인 것을 계기로 지금까지 필명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여러 분야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그림을 그렸고, 그 과정에서 익힌 노하우를 대중들에게 전파하여 ‘누구나 제대로 된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체계를 정립하였다. 또한 자신도 끊임없이 공부하며 ‘그림 작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으로서의 활동도 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은 물론이고, 전공자나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이들을 위한 책을 집필하여 그림을 그리고 사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을 만들겠다는 소망을 갖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천재소녀의 특별한 그리기 훈련법! 그리고 상상하다』, 『포토샵 일러스트! 그림쟁이 천소네 작업실』, 『천소의 특별한 캘리그래피 훈련법! 손글씨, 그리고 쓰다』, 『그림쟁이 천소네 작업실, 색을 훔치다』, 『최소한 이 정도는 알아야 하는 그림 기초 100』, 『작고 예쁜 그림의 비밀 100』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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