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공정한 숫자들 - 통계는 어떻게 부자의 편이 되는가
알렉스 코밤 지음, 고현석 옮김 / 메디치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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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5월 대한민국.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정부와 국민은 코로나 방역에 온 힘을 쏟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살아 남아야 하고, 앞으로의 나라 경제, 국민 경제도 불안하지만 지금은 방역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이다. 한편으로는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 기확보된 백신부터 사들여와 차근차근 예방접종도 이뤄지고 있다. 아직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지만 올해 안에 예방접종이 어느 정도(70%) 이뤄지면 코로나 종식을 얘기할 수 있을 거란 희망적인 낙관론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물론 완전 종식을 의미하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멸균은 어렵다.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 팬데믹 종식을 언제 말할 수 있을지는 더 이상 확산세나 일정 수준 이하로 확진자가 줄어들 때를 의미하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 각 지역에서 70% 이상의 예방접종률을 바탕으로 선포 가능성이 높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일자리가 줄어들고 소비도 얼어붙었다. 사람들은 노동 수익만으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주식과 암호화폐 시장에 앞다퉈 뛰어들어 암호화폐 시장이 출렁거리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다. 가장 확실한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여겼던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한편으로는 플랫폼 비즈니스가 기존의 산업을 재편하고, 좋은 일자리는 점점 줄어들거나 로봇에 의해 대체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은 부유한 이들에게 부를 증식할 기회가 되었지만, 중산층 이하의 시민들은 소득이 감소하고 일자리를 잃는 위기였다. 경제 발전의 부작용으로 지적되었던 빈부격차는 2020년을 기점으로 다시금 가속할 것이다. 과연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 불안이 교차되고, 오히려 증폭되다가 다시 안정세를 찾았다 또 폭락하는 등 증시든 부동산 시장이든 정상적 거래는 언제 회복될지 미지수다. 세계 경제는 어떻게 될까. 미국 바이든 정부는 무려 4000조원의 경기부양책을 위해 부자들의 세금을 대폭 올린다는 발표를 오늘(30일) 뉴스는 전하고 있다.

 


 

어느 사회나 불공정은 존재할 수밖에 없다. 중요한 것은 그 원인이 무엇이고, 어느 정도까지 용인할 수 있으며, 최소화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개발경제학자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의 CEO인 알렉스 코밤은 불공정의 원인이 공공 데이터와 통계의 중대한 결함에 있다고 지적한다. 그 결함이란 바로 ‘집계 불이행’이다. 쉽게 말해 경제 피라미드 꼭대기층의 부와 바닥층의 사람들을 국가가 체계적으로 배제하는 것을 말한다. 저자는 감춰진 부자들의 돈을 ‘언머니’,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가려진 최빈층을 ‘언피플’이라고 부른다. 이들이 제대로 집계되지 않는 이상 전 세계적인 불공정 문제는 절대 해결될 수 없다. 알렉스 코밤의 주장이다.

이 책 『불공정한 숫자들』의 저자 알렉스 코밤이 주장하는 “통계는 정치다”라는 대목을 주목해야 한다. GDP와 지니 계수 등 우리가 활용하는 대표적인 경제 지표와 지수들 역시 불이행만큼이나 불평등을 고착화하기 때문이다. 엄연히 경제적 가치가 있는 경제 활동을 집계에서 배제하고, 불평등을 온전하게 드러낼 지수는 통계에 활용되지 않는다. 권력이 작동하고 의도가 실행된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통계적 기술이 아니라 정치적 문제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집계 불이행과 불평등이라는 악순환을 끊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저자는 이 책을 통해 권력 구조를 전복시킬 데이터 혁명을 제시한다. 경제 피라미드의 꼭대기층과 바닥층을 포괄하는 ‘힘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치권력을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전 세계 정부들이 주축이 되어 세금을 회피하는 다국적기업을 적발하고 글로벌 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 이 모든 일은 통계라는 정치와 권력에 대한 관심과 감시에서 시작된다. 저자는 독자들에게 지금 불공정한 상황에 놓여 있다고 생각한다면, ‘불공정한 숫자들’을 ‘공정한 숫자들’로 바꾸는 여정에 함께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다.

 


 

저자의 안내에 따라 책 속으로 더 들어간다. 책에 따르면 코로나 19로 인한 가장 극단적인 변화 중 하나는 '투자 열풍'이다. 경제가 움츠러들고 소비가 위축되며 고용 시장이 얼어붙었지만, 자산 시장 가격은 전례없이 치솟았다.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위험 자산에 투자하는 이유는 산업의 변화라는 기회를 포착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노동 소득이 자본 소득을 따라갈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취약 계층에게는 모든 게 남의 일일 뿐이다. 사실 코로나는 새로운 불평등을 만들어냈다기보다 기존의 불평등을 가속했을 뿐이다. 이 결과로 빈곤이 더욱 증가하고 소득 불평등이 심화된다면, 취약 계층에 대한 지원 없이 수출과 경제성장에만 집중한다면 우리 사회는 지속 가능할까?

아동 사망률 상승, 평균 기대 수명 감소, 갈등 발생률 증가, 경제 상승률과 사회적 결속 감소... 이 모든 것은 불평등이 우리에게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다. 불평등이 늘어나는 것을 인정하는 것은 이런 부정적인 영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사실 우리는 이를 체계적으로 용인해왔다. '배제'라는 방식을 통해서 우리는 여성이 더 많이 일하고도 더 적게 버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원주민들과 소외된 민족 언어 집단들이 교육과 의료 서비스에서 체계적으로 소외되는 현실을 받아들이며,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소외된 지역의 사람들이 더 가난하게 살다가 더 일찍 죽는 현실을 받아들였다.

 


 

우리 사회가 불평등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납득할 만한 불평등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그것은 누가 정하는가? 저자는 이 지점에서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가 사는 복잡한 현실은 정부와 민간이 제공하는 공공 데이터와 통계로 보여지고, 이것이 중요한 문제를 다루지 않는 한, 우리의 논의도 한계를 갖기 때문이다.

국가는 우리에게 세금을 걷고, 정치적 대표자를 뽑으며, 국민 전체를 위한 정책을 실시한다. 바로 결정자 선택, 책임 부과, 혜택 제공이라는 국가의 세 가지 역할이다. 이 역할은 모두 데이터에 의존한다. 유권자 집계는 표에 따라 결정되고, 혜택과 책임의 분배는 특정 집단에 가중치를 부여함으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데이터의 수집이 편향적이라면 정책이 공정하게 시행될 수 있을까? 그렇게 시행된 정책이 다시 편향된 데이터를 낳는다면? 우리가 객관적이리라 믿었던 숫자와 통계야말로 불평등을 재생산하는 도구라면? 저자의 지적과 의문은 매우 날카롭다. 어떤 정부든 이 날카로운 지적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지금까지 (관례적이든, 의식적이든) 해왔던 세계의 모든 국가들의 통계 처리 방식임에는 틀림없다. 어쩌면 떳떳하게 내놓을 자료를 준비한 국가는 한 나라도 없을지도 모른다.

 


 

이 책은 불평등을 이해하고 해결하기 위해 가장 우선이 되어야 할 문제, '집계 불이행'을 다룬다. 권력이 무엇을 집계에서 누락시키는지, 어떻게 정치권력과 부자들에게 유리한 데이터와 통계를 만들어내고 활용하는지가 주요 내용이다. 책의 1부는 국제단체들의 연구 결과와 고소득 국가들에서 소외되는 집단들이 배제되는 증거에 이르기까지, 최하층에서 집계되지 않는 것들에 대해 탐구한다. 바로 '언피플'이다. 2부는 최상층에서 집계되지 않는 것들에 중점을 둔다. 금융 비밀주의의 속성과 범위, 개인의 탈세와 다국적기업의 소득 이전을 부추기는 ‘조세피난처’를 통한 수입 손실 규모, 지니 계수에 대한 지나친 의존이 불평등에 대한 일반적 인식에 미치는 영향을 조세 정의 면에서 분석한다. 바로 '언머니'다.

체계적으로 배제되는 언피플과 불법적으로 숨겨지는 언머니야말로 국가 통계가 우리에게 숨기고자 하는 진실이다. 결국 누구를 집계하지 않을지, 무엇을 집계하지 않을지는 단순한 통계 기술이 아니라 결국 복잡한 정치적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의 불평등을 제대로 이해하고 해결하려면 통계가 세계를 객관적으로 반영할 것이라는 환상을 깨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저자의 경고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까맣게 몰랐던 불편한 진실이 어려운 코로나 팬데믹 상황과 포스트 코로나 경제 대책의 하나로 자리잡아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의할 수 있다. 저자의 논리에 설득력이 있어 공감이 쉽고, 이 책은 명쾌한 논리로 잘 쓰인 책으로 이해된다.

 


 

문제는 '집계 불이행'뿐만 아니라는 점이다. 저자에 따르면 집계 불이행과 불평등을 고착화하는 것은 집계의 방법뿐만이 아니다. 우리가 흔히 발전의 척도로 쓰는 GDP와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 척도로 쓰는 지니 계수 역시 그렇다. 독자의 이해는 덜 하지만 그의 명쾌한 지적에 더 깊숙이 들어간다.

이 책의 1장은 여전히 강한 영향력을 지닌 지표인 GDP에 대한 비판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특히 GDP가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활동을 전혀 집계하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저자는 GDP는 경제를 좁은 범위에서 평가하고, 공공재 등 인간의 다른 생산물을 평가절하한다. 뿐만 아니라 이미 구조적으로 불평등이 심한 현실에 따른 성별 편향적인 측정치다. 따라서 GDP는 표준적이지도, 객관적이지도 않은 지표다. 문제는 이런 GDP가 계속해서 활용된다면 기존의 편향적인 사회 구조를 고착화한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불평등 지표로 쓰이는 지니 계수의 경우도 문제가 있다. 이 책의 6장은 지니 계수의 한계를 지적하고 있다. 지니 계수가 드러내는 불평등은 중간층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높은 수준의 불평등에는 둔감하다. 이 책에서 주로 다루고 있는 극빈층의 빈곤과 최상층의 부는 반영할 수 없기 때문에, 실제의 불평등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저자는 그 대안으로 가계 소득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을 하위 40%의 소득 점유율로 나눈 팔마 비율을 제시한다. 실제 불평등이 양극단에서 가장 많이 발생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불평등의 지표로서 더 적절하다.

 


 

그러나 변화는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수립 시에 수없이 많은 팔마 비율 기반의 세부 목표가 제안되었음에도 부분적으로만 받아들여졌다. 저자에 따르면 많은 노력이 다시 집계 불이행으로 귀결되는 이유는 불평등 측정 지표 설정을 기술적인 문제, 전문가들의 영역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이에 저자는 우리의 관심을 촉구한다.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집계 불이행은 일차적으로 우리가 관심을 주지 않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말한다. 이것이 계속된다면 인구 센서스를 포함, 각종 조사에서 체계적으로 제외되는 사람들의 숫자는 전 세계 인구의 약 5%인 약 3억5천만 명을 넘어설 것이고, 최상층에서 세금을 회피하는 이들의 숫자도 늘어날 것이다.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에는 이미 경제, 정치 권력이 개입되어 있다. 집계 불이행으로 경제적 지원이 절실한 이들을 정치가 과소 대표한다면, 우리는 어떻게 균형을 되찾을 수 있을까? 저자의 대답은 우선 힘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이다. 절대적인 면에서 양극단을 포괄하는 데이터, 상대적인 면에서 적절한 기준이 있는 데이터다. 데이터에 힘이 없으면 우리는 불평등을 관찰할 수도, 추적할 수도, 개선을 위한 목표를 정할 수도 없다. 반대로 힘이 있는 데이터가 있다면 상대적인 정의와 절대적인 정의가 무엇인지 판단할 수 있다.

우리가 힘이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면 정치 권력을 움직일 수 있다. 저자는 이로써 전 세계 정부들이 주축이 되어 최상층의 부를 가지고 있는 기업에 누진세를 부과하고, 실제 활동에 비례해 과세 기준을 만들 수 있다면 그 파급력은 엄청날 것이라고 전망한다.

 


 

우리에게는 빚이 있다. 집계되지 않기 위해 서로 공모하는 사람들에게는 받을 빚이, 너무나 소외돼 통계에서조차 제외되는 사람들에게는 갚을 빚이 있다. 집계되지 않는 사람들을 모르는 척하는 것은 부당함과 불평등을 받아들이는 것이며, 이들이 계속 눈에 보이지 않아도 그대로 용인한다는 뜻이다. 이제 눈을 크게 뜨고 모든 사람이 집계되게 만들자. 중요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p. 215)

 

저자 : 알렉스 코밤(ALEX COBHAM)

 

경제학자이자 조세정의네트워크(TAX JUSTICE NETWORK)의 CEO로 활동하고 있다. 국제법인세개혁독립위원회(INTERNATIONAL COMMISSION OF INTERNATIONAL CORPORATE TAXATION)의 운영 그룹 및 페어택스마크(FAIR TAX MARK) 자문 그룹의 창립 멤버이기도 하다. 코밤은 거대 다국적기업의 불법적인 금융 운영과 경영을 고발하고, 여러 후발개발도상국에게 성공적인 경제 발전을 위한 세금 정책을 제안하고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경제 불공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옥스퍼드 대학, 크리스천에이드(CHRISTIAN AID), 세이브더칠드런(SAVE THE CHILDREN), 국제개발센터(CENTER FOR GLOBAL DEVELOPMENT)에서 활동했다.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유엔 아프리카경제위원회(UNECA), 영국 국제개발부(DFID), 세계은행을 포함해 전 세계 정부와 기관에 광범위한 컨설팅을 하고 있다.

 

역자 : 고현석

 

《경향신문》 《서울신문》 《뉴시스》 《뉴스1》 등에서 국제부ㆍ사회부ㆍ과학부 기자로 활동했다. 세계경제와 정치 그리고 과학과 IT의 최신 정보를 한국 독자들에게 전했다. 지금은 인문ㆍ사회과학ㆍ우주과학을 넘나들며 다양한 분야의 책들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했으며 번역한 책으로 파이낸셜타임즈 선정 2018년 최고의 과학도서 《의자의 배신》과 런던 EBRD 문학상을 받은 《이스탄불 이스탄불》을 포함해 《스페이스 러시》 《느낌의 진화》 《로봇과 일자리: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인종주의에 물든 과학》 《세상의 모든 과학》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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