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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 우울증을 겪어낸 이들의 편지
제임스 위디.올리비아 세이건 엮음, 양진성 옮김 / 시월이일 / 2021년 5월
평점 :
우울증(depressive disorder)은 흔한 정신질환으로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운다. 그러나 우울증은 성적저하, 대인관계의 문제, 휴학 등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할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자살이라는 심각한 결과에 이를 수 있는 뇌질환이다. 우울한 기분은 누구나 일상 생활에서 흔히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정신의학에서 말하는 우울증이란 일시적으로 기분만 저하된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기능이 저하된 상태를 말한다. 이러한 증상이 거의 매일, 거의 하루 종일 나타나는 경우 우울증이라 하고 이 경우에는 단순한 기분 전환이 아닌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의학백과사전은 정의하고 있다.
우울증은 현대인은 누구나 발병 가능성이 높으며, 이유로는 복잡하고 빠른 사회의 변화에 의한 '스트레스'를 대표적으로 꼽고 있다. 하지만 의학적으로 볼 때 생물학적, 유전적, 생활 및 환경, 신체적 질환이나 약물 등에 의해 우울증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정확한 원인별 적절한 치료 방법을 못 찾았다고 봐도 무방할 듯하다.
이 책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는 우울증을 앓으며 겪었던 많은 이야기들을 쓴 편지들을 엮어 만들었다. 현대인들 대부분 크고 작은 우울증세를 보인다고 할 정도로 널리 퍼진 병증이다. 어쩌면 모든 사람의 유전자에는 우울증 요인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기도 한다. 다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주장이다. 원인은 대부분이 스트레스 때문으로 의학계에선 파악하고 있다.
지금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랜 격리, 혹은 집안 생활로 '코로나 블루'가 대폭 늘었고, 더 확대되면서 '코로나 레드'(홧병) '코로나 블랙'(사망)으로 이어진다고 언론들이 전문의들의 자문을 받아 보도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가 우리 일상에 가해지는 충격이, 시간이 갈수록 기하급수적으로 커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책 속 편지에는 “자신을 망가뜨리는 행동은 그만두고 치유하는 데 전념하기로 해요.” “당신의 마음을 우리가 알아요.” “폭풍우가 지나가길 기다리지만 말고 빗속에서도 춤추는 법을 배워야 해요.” “치유에 대한 압박감을 조금씩 내려놓기로 했어요.” “우울증과 함께 살아가는 법과 우울증을 관리하는 법을 배우고 있어요.” “당신도 알다시피, 우리는 그저 아픈 거예요.” “절대 끝날 것 같지 않은 어둠의 터널에도 끝은 있어요.” 흔들리고 있는 마음을 단단하게 잡아주는 메시지들이 독자들에게 감동을 자아낸다.
출판사 측에 따르면 현대인들은 저마다의 이유와 방식으로 우울증을 겪으며 살아가고 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고 있는 이들은 행여 손가락질을 받을까 봐 두려운 마음에 우울증을 숨기고, 가벼운 증상을 경험하고 있는 이들은 자신의 상태를 외면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지금은 괜찮지 않다는 것이다. 이보다 중요한 사실은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우울증에 대해 더 자주 이야기할수록 우울증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은 커진다. 그렇기 때문에 마음속 감정을 감추느라 애쓰고 있는 당신(환자)에게는 당신과 같은 곳에 있었던 사람이 보내온 편지가 필요하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2012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지속되고 있는 ‘치유의 편지’ 캠페인에서 오간 편지들을 엮은 책이다. 이 캠페인은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꿈꾸기 위해서는 치유 가능성에 대해 더 많이 들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은 어느 우울증 환자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실제로 우울증에서 치유된 사람들이 현재 우울증을 앓고 있는 사람들에게 편지를 쓰는 단순하고도 진실한 행위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위로와 지지를 주고받으며 삶의 희망을 되찾고 있다.
작가 겸 심리 상담가 더글라스 블로흐는 "우울증에서 치유된 사람들이 쓴 편지가 현재 우울증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위로를 준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는 살아남은 자만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우울증을 묘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가치 있다. 감히 세상에서 가장 진솔한 이야기라고 칭하고 싶다. 이 책이 당신에게 희망과 용기를 심어줄 수 있길 바란다."고 「추천사」를 통해 밝힌다.
"이 책을 읽기 전 나는 무기력했고, 무엇도 이 마음을 움직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첫 편지부터 무너졌다. 육십여 편의 편지는 고통만 늘어놓지도, 무언가를 가르치지도, 섣부르게 위로하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을 움직이는 진심이 있다. 그들이 우울에 관해 누구보다 잘 알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독자들도 위안을 얻을 거라고, 감히 확신한다."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의 저자 백세희의 추천의 말이다.
저자에 따르면 우울증을 앓게 되면 아무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는 무력감에 휩싸인다. 절망적인 상황과 불안한 감정을 오로지 혼자서 감내해야 한다는 생각은 다시 우울증을 악화시킨다. 이 같은 악순환은 삶의 빛을 차단하고 더 깊은 어둠 속으로 빠져들게 되는 결과로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우울증은 사람마다 다르게 드러나기 때문에,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을 떠올리기가 어렵다. 하지만 이토록 부정적인 생각은 우울증이 속삭이는 거짓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우울증에서 살아남은 이들은 결코 가볍지 않게 그렇다고 해서 너무 유난스럽지도 않게, 당신 주변에는 흔쾌히 손을 내밀어 줄 사람과 도움이 되는 일이 많다고 말해준다. 뿐만 아니라 분명히 회복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 책을 발간한 이유다.
이 책에는 당신(우울증 환자)의 기분을 충분히 이해하고, 당신에게 무한한 지지를 표현하고, 당신과 기꺼이 함께 걸어갈 수 있는 이들이 써 내려간 편지에는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자, 어쩌면 당신이 듣고 싶었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순서대로 읽지 않아도 좋다. 편안한 마음으로 페이지를 한 장씩 넘기다 보면,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기대와 한동안 잊고 살았던 행복을 느낄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발견하게 되리라 생각된다. 더불어 조금씩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함으로써 희망의 크기는 점점 커지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 책 안에 있는 편지의 발신인들은 우울증이 일어나게 된 계기를 담담하게 풀어내고, 자신의 질병을 솔직하게 담아내면서, 무겁고도 어두운 마음을 조심스레 표현하고 있다. 또 우울증에서 벗어나는 여정을 세세하게 묘사하고, 나아지는 데 도움이 되는 구체적인 방법을 권유하거나, 치유될 수 있다는 위안을 전하기도 한다. 각기 다른 경험과 기록은 각기 다른 방법으로, 누구인지 알 수 없는 수신인을 향해 진심 어린 용기와 응원을 건넨다. 이 과정을 통해, 발신인과 수신인 모두 앞으로 나아갈 원동력을 얻게 될 것으로 독자는 믿는다.
"괜찮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른 사람들을 위해 항상 강한 모습을 보일 필요는 없어요. 괜찮은 척하는 것은 치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행동이에요. 너무 오랫동안 괜찮다고 말했기 때문에, 당신의 거짓말에 당신도 속을 뻔했잖아요."(p. 49)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강해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여러 번 살아남았잖아요. 스스로가 나약하게 느껴질 때마다 당신이 지금까지 극복해 온 모든 일을 돌아보세요. 크고 작은 위기를 극복한 당신이 맞서지 못할 일은 없어요. 어느 날 갑자기 마법처럼 전부 다 나아질 것이라는 장담을 할 수는 없어요. (…) 그래도 한 가지는 분명하게 말할 수 있어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당신 말을 들어줄게요. 우리가 당신을 이해해 줄게요."(p. 166)
"다시는 나아지지 않을 것 같지만, 때가 되면 나아져요. 우울증을 고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야 할지도 몰라요. 계속 앞으로 나아가야 해요. 언젠가는 효과가 나타날 테니까요. 약은 치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열쇠가 될 거예요. 적절한 약을 꾸준하게 복용하다 보면, 점차 변화를 알아챌 수 있을 거예요. (…) 가볍게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바깥에 앉아 햇볕을 느끼고, 친구를 만나세요. 그렇게 조금씩 하루하루를 나아가세요."(p. 237)
저자 : 제임스 위디(JAMES WITHEY)
사회 복지 분야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 자신의 우울증 경험을 공개적으로 밝히며, 이와 관련된 글을 기고하는 등 우울증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저자 : 올리비아 세이건(OLIVIA SAGAN)
심리학자이자 상담사이다. 현재 퀸 마가렛 대학교의 심리학과 및 사회학과 학장을 역임하고 있다.
역자 : 양진성
중앙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불과를 3학기 수료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영어, 불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조 바이든, 지켜야 할 약속』 『부모가 아이에게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말 50』 『딴짓의 재발견』『육체의 악마』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